소설리스트

〈 9화 〉3일차 (9/94)



〈 9화 〉3일차

듣자마자 알았다. 이거 폭탄 두개로 얻는 승점은 사기다. 점수를 챙길 수 있어서 사기가 아니라  점수에 눈이 멀어 도박으로 코인을 터뜨리면 지는 게임이다.


교묘하게 승점이 좋은  처럼 꾸몄지만 결국 살아야 하는게 이기는 거다.

하지만 만약 나와 '진짜 코인'이 같은 숫자에 있는 사람이 있다면 짜고 미친 강화를 통해 버틸 수 있다. 나랑 통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이걸 바라는건 너무 욕심이다.


숫자 고르는데는 별 의미 없었다. 뭐든 중간이 좋다고 나는 5번에 진짜와 가짜 코인을 같이 놓고 하나는 9번에 놨다. 나는 중간이 좋았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했을지는 감도 안잡혔다. 뭐. 내가 신경쓸 바는 아니다. 알아서 잘 했을 것이라 믿는다. 솔직히 최악으로 잘못하면 모두 다 뒤지고 내 숫자가 제일 낮아 꼴등 할까봐 무섭다.


설마 다들 순서대로 터진다고 9번에 박은건 아니겠지? 설마.

30분이 지나자 눈 앞이 깜깜해졌다.




다시 눈을 뜨자 나머지 사람들도 다 앞에 있었다.

[대화 시간은 라운드 1번당 1시간씩 총 2시간 드립니다. 즐거운 게임 하세요!]

다들 표정은 엄청 진지했다. 섣불리 숫자를 말하지 못하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찔러보기로 말했다.


"설마 다들 진짜코인 9번에 넣은건 아니죠?"


그리고 살펴보자 두 명의 표정이 바뀌었다. 마리랑 엘리스였다. 확실히 더 표정이 굳긴 했지만 9번이라고 확정짓지는 못하겠다.

이게 애매하게 폭탄을 터뜨리면 점수 추가라 너무 머리아팠다. 하지만 5번에 진짜 코인을 넣은 것은 나 뿐일 것이다. 설마. 이 규칙을 이해했는데 5번에 넣었겠어?


다들 눈치만 보고 별 말을 안했다. 슬슬 시간이 지나자 화가 났다. 이러면 결국 운으로 정해야 한다. 나는 결국 한마디 하고 말았다.

"다들 뭘 걱정 하는지 알겠는데 게임은 게임. 사생활은 사생활. 분리합시다. 배신하고 공격하고 이러는거 적어도 저는 뭐라고 안할테니까 여기서 하고 돌아서면 끝내자고요."

내가 얘기해도 다들 표정은 여전했다. 단단히 마음 먹은 모양이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뭘 하자는 건지. 그래도 프로게이머였던 제니퍼가  의견에 동조했다.


"저도 세리아님 말에 동의해요. 오히려 마리나 엘리스님은 이 말에 적극 동의해야 할 걸요? 그대로  없이 여기서도 꼴등하시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그..그건!"

마리는 또 무슨 말을 하려다 말았다. 말을 좀 끝까지 해주거나 생각을 마치고 발언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나는 제니퍼에게 님이라고 안붙여도 된다 말해줬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게임을 재밌자고 하는건 아니지만 의미는 있어야죠. 내 몸이 걸렸는데 당연한거 아닙니까? 이기적으로 들릴지 몰라도 가만히 서서 운빨로 죽을 생각 없습니다."

내가 말하자 엘리스는 딴지를 걸었다.

"자기는 겨우  좀 빠졌다고 너무 막말하는거 아냐? 이번엔 본인이 꼴등 해주겠다고 말할수도 있잖아?"

나는 바로 받아쳤다.


"그렇게 따지면 어차피 많이 변했는데 너가 계속 독박쓰는건 안되고?"


엘리스는 비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끝까지 자기가 걸려주겠다는 말은 안하네?"

"응. 못해. 그럼 결국 다 똑같이 개조되고 끝나는 결말이니까. 솔직히 말해서 난 개조당하기 싫어."

엘리스가 이를  깨물었다. 주변 사람들은 싸울까봐 걱정인지 미간을 찌푸리며 우리를 봤다.

"나도 개조되긴 싫어! 내가 지금도 얼마나 괴로운지 알아? 가랑이 사이가 허전해서 미칠 지경이라고. 내가 애기때도 이것보단 자지가 컸겠어! 어!"

엘리스의 급발진에 마리가 화들짝 놀랐다.

나는 이 와중에 다른 생각이 들었다. 다행스럽게도 자지는 욕설로 안치는 모양이다. 무슨 기준인지 알 수가 없다.


애초에 더 심한걸 보여주면서 욕은 왜 막는건지 모르겠다. 혹시 그럼 좆도 되는건가? 생각과는 다르게 난 끝까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서 너는 내 자지도 너와 같은 크기로 변하길 바라는거야? 너야말로 이기적인거 아닌가?"


"너는 아직 개조도 1단계잖아... 나는 여기서 꼴등하면 10을 넘어가! 솔직히 말해서 두렵다고. 이거 부탁하는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냐?"

나는 손으로 머리를 잡았다. 지끈거릴  마다 누르는 습관이었다. 대화에서 그는 동정론으로 여론을 돌리려 하고 있었다. 이러면 아무리 논리적으로 대답해도 내가 손해였다.


"그래. 부탁하는건 잘못이 아니지. 하지만 봐봐. 그냥 너는 내가 번호 몇 번이다 하고 말한 후에 죽기를 바라는거야? 얼마나?  번이나?

너랑 벌점이 같아질 때까지? 응? 그러니까 내가 모두 공평하게 게임을 하자고 한 거잖아. 배신이나 거짓말도 이해 하는 그런 게임."


"내가 언제 계속 벌점 받아달랬어? 이번만 해줄 수 있냐고 물었지. 확대 해석 하지마!"


"확대 해석이 아니고 시작점이지. 내가   자살해서 꼴찌 하면  다음,  다음에도 계속 나와 차이가 벌어질 때 마다 바랄거잖아. 저번에도 해줬는데 이번에는 안 될까? 안 그래?

너무 냉정하게 들린다면 미안하지만 처음을  잡아야해. 계속 의미없는 게임을 하고싶진 않아. 애초에 너가 이름 잘못 말하고 욕만 안했어도 지금 꼴찌 아니었어. 기억 안나?"


"처음엔 멋모르고 했던 거잖아. 그건 내가 아니라 여기 중 누구라도 될  있었어! 내가  없이 걸린거지 그게 내 잘못인가?"


"다시 생각해 봐. 그래. 너의 잘못이라곤 안했어. 초반에 너가 벌점 받은건  없다고 쳐. 그건 사과할게.

그럼 어제 마리가 받은 벌점은? 어떻게 팀을 짰던 게임을 통해 생긴 결과 아닌가? 계속 점수 맞춰서 개조 당하는걸 원하는거야? 그럴거면 모두가 꼴찌하고 벌점 4점씩 처먹는게 더 행복한 결말이겠는데? 안그래?"


그도 어제 계획에 동참한 것은 사실이기에 말을 더이상 안하고 나를 노려봤다. 결국 벌점을 안 얻길 바라는건 똑같다.

분을 삭히는 모양이다. 내가 편법이나 불법으로 점수를 덜 받은 것도 아니고. 스스로 꼴찌를 해달라는 것은 어제 초반 걱정했던 희생론에 하나일 뿐이다.


결국 암암리에 마리를 희생양으로 잡았으니 이번엔 내가 희생 하라는 모양인데 마리는 스스로 희생을 자처했나? 아니다. 우리가 게임을 통해 만든 희생양이다.

엘리스 또한 그걸 잘 알고있을 것이다. 그럼 이제 게임을 통해 날 잡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겠지? 뭘 할까. 넷을 설득해서 날 꼴찌로 만들겠지. 그게 정답이다.

그럼 나는 누굴 설득할까. 바로 제니퍼다.

"제니퍼 나랑 대화좀 할래?"


"네? 아. 네."

그를 불러서 자리를 비웠다. 제니퍼는 그 자리를 뜨길 꺼려하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나를 따라 왔다. 마리는 안절부절 못하며 일어났다 앉았다가 하더니 엘리스 눈치를 보며 앉았다.


조금 거리를 둬서 대화 내용이  들릴 거리가 되자 조용히 말했다.

"방금 엘리스랑 내가 대화하는거 들었지?"


"네."


"너랑 나랑 벌점 1점밖에 차이 안나잖아. 내가 여기서 꼴찌로 떨어지면 다음은 너야."


"...그러겠네요."

제니퍼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그래서 2대 3 팀 구도로 만드려고 널 데려온거야. 혹시 이 게임에 대해 생각한 바를 말해줄  있어?"


그는 고민했다. 아직 시간은 많이 남아서 괜찮... 20분밖에 안남았다! 뭘 하느라 시간이 이렇게 많이 간거야?

"저는 폭탄이 안터지는게 중요 키워드라고 생각했어요. 살아남거나 폭탄이 2개 터지거나 결국 승점 1점인데 폭탄은 잘못 터지면 죽잖아요. 심지어 3개가 되어도 죽고."

그렇지 그렇지.  생각했군.

"그래서 2대 3으로 만든거야. 저기는 셋이라 승점 챙기기가 애매하거든. 봐봐. 너랑 나는 둘이니까 숫자를 공유하면 2번과 3번 라운드에 편하게 승점을 챙길 수 있어."


"네? 왜요?"


"너 '진짜 코인' 있는 곳에 '가짜 코인'도 같이 안 놨어?"

"...네. 그걸 같이 놔야해요? 손해잖아요."

나는 내가 제니퍼를 너무 믿었다는걸 깨달았다.

"흠...왜?"


"다른 사람 죽이는게 더 확실하니까요. 제꺼 제외하고 다른데다 놓으면 터트릴  있는 수가 더 많아지잖아요.
그 사람이 어디에 놨던 일단 3라운드를 다 살아남으면 이길 확률이 높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내가 부를 때 조금 안좋은 표정이었나보다.  전략은 무조건 다수에게 유리한 방법이다.


"너...3번에 진짜코인 놨니?"

"네? 어떻게 알았어요?"


그냥 찔러 봤는데 그가 놀라며 말했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이렇게 그냥 말해주면 어떻게 하려고! 정말. 설마... 1번 2번에 가짜코인?"

"네."


나는 머리를 또 짚었다. 당연히 가짜와 진짜를 같이 놨을 거라 생각한게 착오였다.

나야말로 생각해보면 그럴  있는 게임인데 왜 확신했는지 이해가 안갔다. 시간이 너무 촉박했다. 그러면 옮기고 터트려 점수먹기 작전은 글렀다.

근데 뭔가 찝찝했다. 이런거에 낚일리가 없는데. 설마 제니퍼도 날 향해 거짓말 중인가? 이렇게 멍청할리가 없다. 설마.


"만약 저기 세 명 중 너랑 같은 생각을 한 사람이 있다고 말할 수 있어?"

"아...니요? 모르겠는데요."


음. 너무 쓸데없는 질문이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자.


"아까 처음에 내가 9번에 놨을거란 뉘양스로 말한거 기억나?"

"아. 네. 근데 왜 9번에?"

그는 미묘하게 불편한 표정이었다. 나는 천천히 설명해주기로 했다. 시간이 많진 않지만 제니퍼가 똑똑한 친구인걸 믿기로 했다. 적어도 게임에서 만큼은.

"첫 라운드에 죽을 확률이 크다면 당연히 9번에 놔야 점수가 제일 높으니까.

동시에 터지면 9번이 제일 점수가 높고  살면 이제 낮은 숫자가 유리한거야. 너는 후반형이고 이건 초반형 전략."

"그러겠네요. 너무 폭탄이 안터지는 방향으로 생각하다가 이렇게 했나봐요."

그럴 수 있다. 그런데 아까부터 이상하게 그가 말하는걸 의심하기 시작하자 신용이 뚝뚝 떨어졌다. 그래도 티를 내진 않고 차분히 전략을 말하기로 했다.


"저기는 이제 진짜코인 세  위치를 공유했다고 가정해봐. 자기네 숫자 세 개가 다 다르면 우리를 거의 확실하게 죽이겠지.
우리가 저기 숫자와 같지 않으면 6개 터뜨리면 되니까."

"어떻게 대응할까요?"


"정말 낮은 확률을 믿고 자살하거나, 저들이 점수 작전을 펼칠  폭탄 하나를 더 추가해서 마이너스를 먹이거나. 가서 떠봐야지. 지금 정보론 아무것도 못해.


거기 세명도 우릴 잡을 생각에 가득 차있겠지만 각자 견제도 할테고 우리 둘이 터뜨릴 수 있는 폭탄도 4개야. 물론 1라운드에 죽은 플레이어 폭탄은  사라지지만 최댓값을 얘기하자고."

"그럼 저 세명이 뒷자리에 있을 거라고 예상하시는 거예요?"

"음. 아마? 나도 뒷자리니까."

자연스럽게 거짓말을 했다.


"그럼 9번 터뜨리실 건가요?"


"생각좀 해보고.  그대로 1번이나 2번 터뜨릴거야?"

"저도 생각좀 해보고요."

내가 말의 뉘양스를 너도 배신 할 수 있다는 듯이 하자 그는 의심의 눈초리로 날 봤다. 벌써 10분밖에 안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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