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04화 (203/259)

에일린을 달래줄 필요가 있었다.

녀석들에게 인벤토리에서 책을 한 권 꺼내 던져줬다.

〚베이 오러 단련서〛

"스승님 이건?"

앨버트가 책을 조심스럽게 받아들면서 물었다.

"기본기로 쓸만한 오러 단련법이다. 원래는 네 녀석의 다음 수련으로 쓸 생각이었지. 미궁에서 도움이 될 거다."

"스, 스승님…."

앨버트가 감동했는지 부담스러운 눈빛을 보낸다.

에일린의 얼굴을 슬쩍 봤다.

그녀의 얼굴엔 아직 근심이 사라지지는 않았다.

'역시, 이 정도로는 부족한가? 어쩔 수 없군.'

녀석들을 파티에 넣기로 했다.

<판테라의 파티원을 더 늘릴 수 없습니다.>

<추가 파티를 생성해야 합니다.>

<추가 파티 생성은 5개의 스킬포인트가 필요합니다. >

'왓?!'

나도 당연히 제한 없이 파티원을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하필 그게 지금이었다.

나를 포함하지 않는 5명이 한계인 거 같았다.

'한 파티 당 5명이니까.....한 명당 스킬포인트 1로 보면 되나? 그런데 이딴 놈들 때문에 스킬포인트를 써야 한다고?'

에일린의 귀여운 얼굴을 보며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눌렀다.

"후…."

판테라로 오기 전 좀비 세계에서 그 짧은 시간, 듬직한 이그니스가 벌어다 준 2개의 스킬포인트.

그녀 덕분에 여분의 포인트는 6포인트.

피눈물을 머금고 스킬 포인트를 사용해 파티 생성 개수를 늘렸다.

<두 개의 파티를 관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파티 생성 스킬이 공격대로 바뀝니다.>

<공격대장의 칭호를 얻습니다.>

<공격대원은 정신력이 상승합니다.>

<공격대장과 함께하는 공격대원은 정신력이 더욱 상승합니다.>

"스승님, 허공에 이상한 문자가 떠오릅니다. 스승님이 공격대에 초대했다고…."

"......마법이다."

"스승님!"

그제야 에일린의 얼굴이 활짝 폈다.

그녀는 이 스킬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알고 있다.

아마도 내가 이 둘을 파티 마법으로 지원을 해줄 거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에일린에게 미안하지만, 당연히 이놈들을 지원해줄 생각은 없었다.

앨버트를 보내는 에일린의 얼굴이 너무 침울했기에 내가 이렇게 신경을 쓰는 훌륭한 스승이라는 어필을 위한 퍼포먼스에 불과했다.

그래도 파티 상태창으로 생사 확인은 할 수 있으니 녀석들이 행방불명이라도 됐을 경우, 혹시라도 돌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없을 터였다.

"스승님.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챙겨주는 내 모습에 감격한 두 사내는 〚베이 오러 단련서〛를 두 손에 꼭 쥔 채 깊게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결의에 찬 발걸음으로 저택을 나섰다.

"스, 스승님."

자신감 넘치는 둘의 뒷모습을 걱정 섞인 표정으로 보는 에일린.

그래도 그녀의 얼굴이 처음엔 사지로 향하는 애인을 보내는 표정이었다면, 이젠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어머니의 표정 정도로 풀려있었다.

"에일린, 걱정하지 말거라. 파티 마법과 괜찮은 오러 단련서도 줬다. 그들은 잘 이겨 낼 거다."

그녀의 어깨를 은근슬쩍 살짝 감싸면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네…."

내 위로에 조금은 안심한 듯 에일린이 살짝 기대왔다.

그녀는 나의 가벼운 스킨십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사제 간의 거리가 줄어들었다고 해야 하나.

녀석들을 그 귀한 파티원에 집어넣은 것과 오러 단련서를 준 게 효과가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이제야 내 제자로서 한걸음 성장했다고 해야겠다.

*

*

*

녀석들을 미궁으로 보내고 내방으로 돌아온 나는 급하게 파티창....아니 공격대창을 띄웠다.

활성화된 두 개의 파티가 보였다.

내 아일라를 위시한 여자들로 이루어진 파티와 앨버트 파티 2명.

그걸 보고 있으니 두 파티창이 붙어있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앨버트 파티창을 시야에 잘 닿지 않는 저 구석으로 옮겨놨다.

녀석들의 이름 옆으로 간단한 컨디션 상태가 보였다.

『상태 양호.』

아쉽게도 몸 상태가 안 좋은 녀석은 없어 보였다.

둘의 경험치 획득 비율도 당연히 내 쪽으로 최대한 땅겼다. 이러면 녀석들이 얻는 경험치의 70퍼센트를 내가 갖는다.

그런데도 녀석들에게 들어가는 경험치가 30퍼센트나 된다. 사냥 경험치를 30퍼센트나 먹는다니, 녀석들에게 너무 과분한 것이 아닌가.

그것도 가져올 방법이 없을까.

뭔가 방법이….

머리를 움켜쥐고 고민했다.

차원 상점.

그곳이라면 뭔가 방법이 있을지도!!

[주인님, 안타깝게도 그런 물건은 팔지 않네요.]

내 명령에 차원 상점을 뒤져본 수니가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전해왔다.

"하......어쩔수 없는 일인가…."

이 운 좋은 놈들….

아쉬움에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잃어버린 경험치 30퍼센트….

실의에 빠져 풀이 죽어 앉아있느니 수니가 실체화해 나를 끌어안고 토닥여줬다.

얼굴에 느껴지는 수니의 폭신한 가슴에 마음속 응어리가 조금은 풀렸다.

그렇게 앨버트와 찰스를 한동안 미궁으로 처박은 나는 물 공급 아티팩트를 들고 좀비 세계로 향했다.

*

*

*

좀비 세계로 진입해 릴리아나에게 내가 피를 흘려가며 주문 제작해 받는 물 공급 아티팩트 두 개를 설화에게 건네줬다.

"나, 낭군님....이, 이건…."

"천부문과 임구성에게 가져다줘라."

"낭군님의 하해와 같은 은혜에 모두가 감격할 것입니다."

설화가 내게 감명하며 고개를 숙였다.

"귀한 물건인 건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아직은 여분이 없다. 잊어버리면 그 집단은 강에서 물을 길어가면서 생활해야 할 거다."

잊어버리는 건 온전히 그들의 책임이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생존자 캠프야 명목상 내가 우두머리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천부문에는 대가를 받아야 한다.

가격은 하급 침식체 마석 20개.

하급 침식체 마석은 원래 세계로 치면 D급 마석이다.

설화의 친가이기에 싸게 해줬다.

할부는 안 받는다.

임대료로는 한 달에 하급 마석 5개를 받을 생각이었다.

임대료로 나가는 것이 아까우면 사겠지.

그동안 나한테 이것저것 사 가느라 많이 뜯겨서 여분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알겠습니다. 낭군님."

설화가 물 공급 아티팩트를 소중하게 들고 떠나고 나는 시스템 창을 띄웠다.

<파티원이 하급 침식체를 처리했습니다.>

<하급 침식체 처치: 2 / 10 >

<파티원이 중급 침식체를 처리했습니다.>

<스킬포인트를 1 획득했습니다.>

청주에 있는 이그니스의 사냥 성공 시스템 메시지가 쉴 새 없이 올라왔다.

밥을 먹지 않아도 배부를 거 같은 기분이 좋은 메시지였다.

「운호: 이그니스 쉬엄쉬엄해라.」

이그니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이그니스: 주군은 다정하군. 괜찮다. 이 정도는 몸풀기도 되지 못한다.」

참으로 믿음직스러웠다.

「운호: 뭐 필요한 거 있나?」

「이그니스: 치킨과 맥주가 당긴다.」

「운호: 인벤토리에 넣어줄 테니 쉴 때 꺼내 먹어라.」

이그니스에게도 작은 인벤토리 하나를 지원해 줬다.

인벤토리가 그렇게 여유 있지는 않기에 아일라와 에일린 외에는 준 파티원이 없었지만.

이그니스는 당연히 인벤토리를 받을 자격이 있었다.

「이그니스: 고맙다. 주군. 잘 먹겠다.」

고맙기는 내가 더 고맙지.

이런 걸 보고 기둥서방이라고 하는 건가?

이그니스를 조금 더 아껴줘야겠다는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그에 반해 천수호와 죄수 이놈들은….

며칠 동안 중급 침식체 보고 건수가 하나도 없었다.

"설마...이놈들 개념 없이 몸을 사리는 건가?"

이 죄수 놈들을 어떻게 하지?

이그니스로 인해 이젠 계륵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놈들 전부 다 목을 날려?

아니면 다른 쪽으로 돌려야 하나….

죄수들 뿐만이 아니다.

편하게 스킬포인트를 벌기 위해 생존자 캠프도 먹은 건데.....이그니스로 인해 둘 다 붕 떴다.

그땐 이그니스를 얻을 줄 몰랐으니….

지금 하는 거주 구역 정리를 마치고.

캠프 인원들을 전부 다 거미 괴물 사냥에 투입한다 해도.

이그니스가 혼자서 사냥하는 것만 못 할 거 같았다.

이곳의 능력자들은 내가 오가는 세 개의 세계 중에 가장 능력치가 떨어졌다.

각성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중급 침식체를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인간이….

"천부문의 할배와 설화 정도란 말이지."

생존자 대부분이 중급 침식체는커녕.

하급 침식체조차도 위험을 무릅쓰고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래도 내가 하기 귀찮은 잡일은 시킬 수 있다는 것을 위안으로 삼아야 하나.

잉여가 되어버린 생존자 녀석들의 처분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제가 해결해 드릴까요?"

수니가 스르륵 나타나며 내 팔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녀는 전처럼 교복 비슷한 옷을 입고 있었다.

얼굴이 깡패니 뭘 입어도 잘 어울리기는 했지만, 저런 스타일이 마음에 든 건가?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네, 제가 처리하면 되죠!"

"네가?"

"네! 제가 침식체를 처리한다면 운호 님의 퀘스트도 달성이 되겠죠?"

"그....렇겠지?'

수니도 내 각성과 동시에 생성된 존재다.

그녀와 나는 거의 일심동체였다.

"할 수 있겠어?"

나는 수니의 실체화된 육체 성능은 열심히 허리를 놀려 확인하긴 했지만, 아직 전투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 파악하진 못했다.

"네, 중급 침식체까지는 제가 처리할 수 있을 거에요. 전파를 타고 가면 주인님보다 빠르게 이동도 가능하고요."

"상급은?"

"그건.....아직 힘들어요. 주인님이 힘을 좀 써주시면 얼마 안 가서 가능할 거 같아요."

수니가 살포시 얼굴을 붉히며 다리를 벌리고 내 무릎 위에 걸터앉는다.

그리고 은은히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내 허리를 끌어안았다.

"흐흠. 그럼 어쩔 수 없지....내가 더 힘을 써야겠어."

"네 어쩔 수 없는 일이에요. 주인님. 하음."

그녀가 내 목을 끌어안으며 내 입술을 덮쳐왔다.

-츄읍. 츕. 츠릅.

서로의 혀가 질척하게 엉킨다.

내 손이 수니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타고 치마 속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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