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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58화 (158/259)

순대국밥을 꺼내 야무지게 깍두기와 먹었다.

"꺼억!"

'쓰레기는 챙겨야지.'

이곳은 오롯이 내 소유의 공간이다.

쓰레기로 더러워지는 꼴은 볼 수 없다.

바깥에서 쓰레기를 마구 버리던 모습과는 한참 대조되는 모습.

참으로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이었다.

그대로 침대에 누워 노트북을 꺼내 전에 예전보다만 미드를 틀었다. 멍하니 누워 보다가 나도 모르게 다시 잠이 들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땐 상당한 분량의 화수가 넘어가 있었다.

“너무 누워 있었더니 몸이 뻐근하군."

침대에서 일어나 목을 가볍게 풀었다.

- 우드득.

굳은 뼈마디에서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슬슬 나가볼까.”

나가는 문을 열고 몸을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풍경이 바뀌고 나는 어둠 속에 있었다.

“네놈 또.....이상한짓을..…."

"무슨 말인지 모르겠군.”

그녀가 얼마나 이 상황을 유지할지 모르겠지만 지구력이라면 나도 지지 않았다.

아니 지구력이라는 말 자체가 의미가 없었다.

영웅의 안식처.

그뿐만이 아니라 인벤토리에 음식도 있고 차원 상점도 있다.

몇십 년을 즐겨도 모자랄 즐길 콘텐츠가 내 인벤토리 안에 쌓여있었다.

싸우는 게 지루하면 들어가서 좀 쉬다 오면 된다.

아일라나 루나가 걱정되기는 했지만.

릴리아나가 연구 소재 어쩌고 했으니 큰 위협은 없을 거다.

나와 싸우느라 뭐 어떻게 할 시간도 없을 테고.

*

*

*

릴리아나와 사홀을 쉬지 않고 싸웠다.

물론 그녀만….

나는 피곤하면 영웅의 안식처에 들어가 마력도 채우고 한숨 자고 푹 쉬다 왔다.

반면 그녀의 얼굴은 여유 있던 표정이 사라진 상태였다.

피곤한 표정이 그 예쁜 얼굴에 여실히 드러났다.

반면에 나는 생생했다.

숙면도 하고 밥도 맛있게 먹으면서 싸우니 피곤 하려 해도 피곤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쉬지 못한다.

내가 바닥을 두드려 이 공간에 충격을 주는 걸 막아야 했기 때문이다.

바닥이 지랄 같게 단단하긴 했지만 데미지가 누적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첫날보다 확실히 공간의 울림이 강해졌다.

“네놈....도대체 뭐지?"

"왜? 이제 슬슬 쫄리나? 어때 지금이라도 순순히 항복한다면 이 세계 내 두 번째 애인의 자리 정도는 줄 수 있다.”

“......네 엘프 동료들이 위험할 수 있다.”

“이제 엘프 얘기가 나오는 걸 보니 어지간히 급한 모양이군."

"너는 동료들의 목숨이 아깝지 않은 거냐?"

“당연히 아깝지. 그래서?"

“뭐?"

“내가 그만둔다고 해서 네가 엘프들을 풀어준다는 보장도 없는데 멈출 거 같나?"

"약속하지. 풀어준다."

“그걸 어떻게 믿고."

“이 릴리아나 님의 약속을 못 믿겠다는 말이냐?!"

“당연하지. 그럼 네가 먼저 풀어줘. 그럼 얌전히 물러가지. 어때?"

"ol...."

릴리아나가 나를 노려본다.

“못 믿겠지? 나도 너와 같은 마음이다. 어? 더 거인 소환 안 해? 나 바닥 부순다.”

거인의 거대한 주먹이 바닥을 내리쳤다.

쿵!

쩌억!

드디어 바닥에 금이 갈라지며 이 어두운 공간에 빛이 새어 들어왔다.

'말이 많아진다고 했더니. 역시 한계였군.’

하긴 며칠 동안 틈만 나면 두들겼으니 여태까지 버틴 것만 해도 용했다.

"그만!!"

“내가 왜?"

“이 공간이 부서지면 네 엘프의 목숨은 없을 거다."

마녀가 독하게 눈을 빛내며 차갑게 말했다.

그녀의 눈빛을 보면 진심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쩝...그래서?"

“알겠다... 엘프들을 돌려주겠다. 얌전히 돌아가라.”

“..... 싫은데….”

"뭐?! 기어코 나와 끝을 보자는 거냐?"

그녀의 분노에 찬 자색 눈동자가 은은한 안광을 뿜어냈다.

“진정해....무리한 요구를 하려는 게 아니다. 우리를 손님으로 대접해줬으면 좋겠군. 그럼 나도 멈추지.”

그녀와는 확인할 것도 있고 조금 이야기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손님이라...."

내 말이 무리한 요구는 아니었는지 진정한 그녀는 조금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다..…."

그 말과 함께 그녀가 들고 있던 검은 양산으로 주변의 공간이 빨려 들어가는 듯하더니 나는 처음 발을 디뎠던 저택의 홀에 서 있었다.

“그녀들은?"

“내가 졌다고 생각하지 말아라. 나는 내 저택이 흠집이 나는 게 싫었을 뿐이야. 허튼 생각을 한다면 네 엘프는 물론 네놈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야."

릴리아나는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 못하는 구차한 모습이었다.

사내가 돼서 여자를 이겼다고 방정맞게 좋아할 수 없는 법이다.

대범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알았다. 너는 내가 싸운 마법사 중에 가장 대단한 마법사였다.”

그녀는 건성으로 하는 내 대답에 눈을 홀기고 양산으로 허공을 휘저었다.

"... 여기 있다."

두 엘프가 허공에서 나타났다.

"우, 문호?"

"운호 님?"

그녀들이 내 얼굴을 보고 놀란다.

갑작스러운 공간 이동에 비틀거리는 아일라와 루나의 허리를 감싸 부축해 줬다.

"치, 치킨 냄새…."

아일라의 말에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릴리아나와 싸우기 전 영웅의 안식처에서 치킨을 먹고 나왔다.

아일라는 그 냄새를 맡은 모양이었다.

개코가 따로 없었다.

“우리가 잡혀있는데 저 마녀랑 같이 치킨 먹은 거야?"

“크흠...릴리아나, 실망했다. 포로에게 음식도 안주다니….”

아일라의 추궁에 나는 빠르게 릴리아나 탓으로 돌렸다.

“무슨 소리 네가 있던 그 공간은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는다. 이곳은 한 시간도 안 됐을 거다."

자랑스럽게 말하지만 그게 그녀의 패인이라는 건 알까.

“죄, 죄송합니다. 그녀가 마법사인 걸 알면서...저라도 주의를 해야 했는데….”

루나가 시무룩한 표정으로 내게 사과했다.

릴리아나는 예상을 벗어난 고위 마법사였다.

우리가 그냥 돌아갔다면 모를까.

*

*

*

그녀를 만나기로 마음먹은 이상 이런 사태는 예견된 결과였다.

화려한 응접실에서 릴리아나는 우리에게 차를 대접해줬다.

“손님이라니 오랜만이군."

"맛있군."

찻물 위에 알 수 없는 검은 꽃이 떠 있는 게 무슨 꽃차 그런 거 같았다.

“거침없구나. 차에 뭘 넣었을지 알고.”

"뭘 넣은 건가?"

“홍. 너희를 손님으로 맞이하기로 한 이상 그러한 짓은 하지 않는다.”

그녀를 믿는다기보다 내 몸뚱이를 믿을 뿐이었지만.

“난 그 마을이 생기기 전부터 이곳에 살고 있었다. 그놈들은 뒤늦게 정착했지. 나는 산에서 흘러들어오는 몬스터를 막아줬고 그것에 대한 소소한 대가를 받았을 뿐이야."

“마을의 인간들에게 그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나?"

“말해줬지. 그런데 그 멍청한 놈들은 내가 돈을 갈취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줄 알더군.”

“마을 사람도 잡아갔다면서."

“그 촌장의 아들놈이 자기가 여자를 강간하려다 죽인 걸 내 탓으로 돌리고 사람들을 선동해 몰고 와 나를 잡으려 하더군. 화형을 시킨다나 뭐라나.”

그 유명한 마녀사냥인가.

“결국엔 몰려온 놈들이 잡히고 허접한 모험가나 용병 놈들까지 보내서 나를 귀찮게 하더군.”

"그것에 대해 마을 사람들과 이야기는 해봤나?”

“잘못한 것도 없는 내가 왜 배은망덕한 그 녀석들을 납득 시켜야 하지? 내가 설사 그 말을 했다고 해도 마녀라고 생각하는 내 말을 믿을 거로 생각하는 건가?"

촌장의 말보다 릴리아나의 말이 더 신뢰감이 있었다.

그건 물론 그녀가 미녀이기 때문이다.

“잡은 놈들은 다 죽였나?"

“광산에 보내 노역시키고 있다.”

“광산? 뭐 좋은 거라도 나오나?"

“뭐 파다 보면 나올지도 모르지.”

"......"

'그냥 괴롭히고 싶어서 하는 짓이군・・・’

어느 쪽이든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우리가 확인해야 할 건 하나였다.

"어때?"

내가 아일라와 루나를 보며 물었다.

그녀들이 고개를 저었다.

“흑마법사가 아니라는 이야기군."

“용. 나를 그 무능한 놈들과 같이 취급하다니 불쾌하군. 네 녀석 덕분에 나는 상당량 비축해둔 마력을 잃었다.”

"그러게 그냥 간단히 서로 확인만 하면 끝나는 걸 가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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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녀석은 질릴 정도로 뻔뻔한 놈이구나."

릴리아나가 나를 째려보며 말했다.

“크흠...위자료로 마석이라도 하나 줄까?”

"홍, 네놈에게 동정받을 정도는 아니다.”

"그런가? 미안하군."

“....그래서 등급은?"

"......"

마석이 그래도 귀한 건지 그녀가 탐욕을 드러냈다.

C등급을 꺼내려다가, 억대가 넘는 마석을 그냥 주기에는 조금 아까운 느낌이 들어, D등급 마석을 인벤토리에서 꺼냈다.

“흠.....아무리 봐도 네놈의 아공간은 이해가 되지 않는군. 정말 좋은 연구 대상인데 말이지."

되니까 쓰는 거지.

나도 이해하고 쓰는 것이 아니다.

“하품이군....그래도 성의를 봐서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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