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55화 (15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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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에 나와 있는 바로는 마을의 이름은 볼린이다.

마을은 허접한 목책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문지기도 경비라고 보기에도 힘든 수준이었다.

허접한 가죽 갑옷.

손질되지 않은 창.

‘도적이라도 나타나면 그냥 내빼겠는데….’

여기 사는 인간도 아닌 내가 신경을 쓸 일은 아니었다.

어찌 됐든 오늘은 오랜만에 여관에서 잠을 잘 수 있게 됐다.

텐트도 나쁘지 않지만.

지붕이 주는 안정감은 또 다르다.

아일라와 찐득한 회포를 풀 생각에 아랫도리에 힘이 불끈 들어간다.

'어제도 풀었지만..….

그래도 침대 위에서 푸는 회포는 또 다른 맛이 있다.

문지기 말대로 그렇게 좋다고 볼 수 없는 허름한 여관 하나가 보였다.

마을 상태를 보니 유일한 여관일 거다.

선택권은 없었다.

여관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예상대로 안은 텅텅 비어 한산했다.

“어, 어서 오십시오….”

문을 꽉 채우며 들어서는 날 본 대머리 여관주인이 잔뜩 움츠리면서 인사를 했다.

“방 좋은 거로 두 개.”

당연히 나와 아일라는 한방이었다.

이제 적응이 된 아일라도 별말은 하지 않았다.

“며, 며칠 묵오실..….”

“하루 자고 간다.”

"아, 알겠습니다. 시, 식사는....”

제대로 된 음식이 나올 거라고 기대할 수 없었다.

그리고 위생 수준도....

"알아서 해결하지."

“네, 1 실버면 되겠습니다."

에르푸의 여관과 비교하면 객실은 그저 그랬다.

도시와 촌의 차이를 여실히 보여줬다.

당연히 중세 수준의 침대에 내가 만족할 리 없었다.

여관 침대를 치우고 인벤토리에서 현대의 과학적인 침대를 놨다.

푹신한 침대에 앉아 품속에 넣어놨던 정령의 씨앗을 품속에서 꺼냈다.

아니스는 아공간에서 꺼냈던 거 같은데 수니가 들어가서 그런지 아공간에는 보관을 못 했다.

수니는 아직 깨어나지 못했다.

씨앗은 여전히 검은빛을 내뿜고 있었다.

씨앗에 들어간 수니는 여전히 깜깜무소식이었다.

‘설마....진짜 몇 년 걸리진 않겠지….”

"아직 반응 없어?"

“그래.”

씨앗이 궁금해 다가온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겨 허벅지 위에 올렸다.

“버, 벌써…."

“아직 식사까지는 시간 있으니까."

"그, 그렇겠지?"

아일라는 이제 완전히 내게 길들어 노골적인 요구에도 그다지 반항하지 않았다.

그녀의 엉덩이를 살살 만지며 분위기를 잡던 그때였다.

-똑.똑.

"응?"

소, 손님 계십니까."

여관주인의 목소리였다.

"......"

무시하고 아일라와 진도를 나가려 했다.

(미쳤어? 밖에 인간이 있는데 하자고?!)

아일라가 날 밀쳐냈다.

결국 보기 싫은 여관주인의 상판을 볼 수밖에 없었다.

"오득! 무슨 일이지?"

기분이 안 좋은 내 얼굴을 본 여관주인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죄, 죄송합니다! 저, 저기 촌장님이 손님을 뵙고 싶다고...찾아오셔서…”

촌장이 굳이 외부인을 왜 만나나?

그런 의문이 조금 들었다.

그래도 얼마나 대단한 용무인지 내 좋은 시간을 방해한 촌장 놈의 면상을 보기로 했다.

촌장은 1층 식당의 테이블에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깔끔한 옷을 입은 나이 좀 있는 노인네였다.

"마, 마법사시라고요?”

“그래.”

“그, 그렇군요..….”

촌장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갑옷을 입고 다닐 때는 알아서 기사로 착각을 해줬는데....로브를 입고 다니니 내 정체에 대해 의심하는 놈들이 많아졌다.

"무슨 일이지?"

"호, 혹시 의뢰를 받으십니까?"

퀘스트였다.

우리를 용병이나 뭐 그런 거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들어보고 결정하지."

“아, 알겠습니다. 동쪽 숲에 사악한 마녀가 살고 있습니다. 그 마녀는 우리들의 금전을 착취한 것도 모자라 우리 마을 젊은이들마저 잡아갔습니다."

“그 마녀를 퇴치해 달라고?"

“네.”

"그것뿐?"

"예?"

“어린아이를 잡아간다거나...마을 처녀를 잡아간다거나 그런 건 없고?"

“아, 아직...."

“영주한테 말은 해봤나?"

“네.....기다리라는 말만….”

영주가 신경을 쓸 정도로 마녀라는 게 그렇게 큰 위협은 아닌 건가?

“우리 말고 의뢰를 한 적이 있나?"

“네….”

“몇 명이나?"

“3개의 파티에 의뢰했습니다.”

"그들은 어딨지?"

"......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촌장이 침통한 표정을 짓는다.

물론, 나야 별 감흥이 없었다.

"그렇군."

“의뢰비로 2, 20골드를 드리겠습니다.”

내 심드렁한 표정에 촌장이 보상 얘기를 꺼냈다.

그래도 당연히 성에 차지 않았다.

이런 작은마을에서는 최선일지 모르겠지만....마석을 이곳에서도 환전할 수 있게 되면서 돈이라면 부족하지 않게 구할 수 있었다.

희귀한 아이템이면 모를까.

“아티펙트 같은 건 없나?"

“아, 아티펙트 말입니까? 그 그런 게….”

촌장 할배는 무슨 촌구석에 그런 게 있냐는 표정이다.

"그렇군.”

내가 별 흥미를 보이지 않자 촌장이 급하게 말했다.

“마, 마녀에게는 진귀한 물건이 있지 않을까요?”

촌장의 말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었다.

"알았다. 생각해보지. 가봐.”

“생, 생각 말입니까?"

“뭐 불만 있나?"

"어, 없습니다."

내 축객령에 촌장은 결국 잔뜩 풀이 죽은 채로 돌아갔다.

<154화>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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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슨 이야기 했어?"

감자튀김과 콜라, 불고기버거를 들고 맛있게 먹고 있던 금발 머리 엘프가 물었다.

여기 온다고 인벤토리는 상당히 빵빵하게 채워왔다.

하지만 이 먹보 엘프들과 함께 셋이서 이렇게 계속 처먹기만 하다가는 결국 동이 날 것이다.

그렇다고 사내가 돼서 그녀들에게 많이 먹는다고 면박을 주기에는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그것에 대비해 커다란 도시에 들르면 맛집 투어라도 다녀야겠다고 생각했다.

미래의 재앙은 미리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마녀가 어쩌고 하면서 의뢰하더라고....생각좀 해본다고 했다.”

“하려고?”

“아니 내일 출발해야지."

“그럼 왜 생각해본다고 한 거야?"

“정중한 거절 방법이다."

그게 이 세계에서도 알아 먹힐지 모르겠지만.... 어차피 내일이면 안 볼 인간들 알 바 아니었다.

“그런데 마녀라니 무슨 얘기죠?"

루나는 나와 촌장이 나눈 이야기가 궁금한 거 같았다.

숲에 사악한 마녀가 산다고 하더군.”

"사악한 마녀?"

관심이 가는 듯 그녀들의 시선이 내게 쏠렸다.

“마을 청년들을 잡아가서 사악한 마법 실험에 쓰고 마을을 갈취한다나 뭐라나….”

홀려들어서 기억은 잘 나지 않지만..….

대충 그런 얘기였던 거 같다.

“흑마법!"

“흑마법?"

“사악한 마법이라면 흑마법 밖에 없어! 확인해 봐야 해!"

"맞아요. 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봐야 해요."

어째서인지 모르겠지만.

갑자기 엘프들이 정의감을 불태우고 난리였다.

"...뭐?"

그런 그녀들의 모습이 난 황당할 뿐이었고.

“인간은 지켜야 할 선을 넘을 때가 많죠. 실제로 세계를 파멸로 몰아넣을 뻔한 적도 꽤 되고요.”

“한 800년 전에는 한 인간 흑마법사가 마계의 마왕을 소환해서 세계가 거의 초토화 된 적도 있어."

“그, 그렇군....”

“그때 엘프의 절반 이상이 죽어 나갔다고 전해져요. 물론 엘프뿐만이 아니라 이 세계의 생명체 대부분이 상당한 피해를 보았어요….”

“그래서....그걸 확인한다고?"

"당연하지."

"당연하죠."

뭐지 이 적응 안 되는 정의감에 가득 찬 히어로들은….

“엘프만 유독 이런 거에 민감한 건가?"

어비스 침식 미궁에 대해 내가 적당히 한 말에 반응해 따라오는 것도 그렇고.

“아니요. 대부분 종족은 세계의 위협이나 흑마법과 관련이 있다 싶은 일이 있으면 확인을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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