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151화 (151/259)

"귀걸이 좀 벗어봐."

“네? 귀걸이는 왜요?”

그녀들은 의문을 표하면서도 순순히 내 말을 들어준다. 귀걸이를 떼자 엘프 특유의 삐죽한 귀가 드러났다.

난생처음 푸링클 치킨을 먹어본 엘프.

이건 진귀한 자료다.

“뭐 하는 거야. 이상한 물건 들이대고….”

핸드폰을 들고 그녀들의 영상을 촬영하는 내게 아일라가 투덜댄다.

"음? 이런 건 기록으로 남겨둬야 할 거 같아서...먹자!"

치킨을 한입 베어 문 멤버가 눈을 똥그랗게 뜬다.

"이, 이게 뭐죠? 이 이런 음식이!!"

역시 리액션이 좋았다.

“다, 단 거 같은데 바삭하고 마, 맛있어요. 닭요리인가요?”

엘프들은 처음 맛보는 혀를 자극하는 감칠맛 폭탄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 작은 배에 어디에 공간이 있는지 그녀들은 기어코 일인 일 닭을 하고 말았다.

*

*

*

멀리 시야에 수레를 끌고 오는 병력이 보였다.

수풀에 숨어있던 세 엘프의 얼굴이 긴장으로 물든다.

의적답게 얼굴을 가릴 필요가 있었다.

내놓고 있던 머리를 마력 갑옷으로 감쌌다. 그리고 그녀들에게도 마력 갑옷을 씌워줬다.

그녀들은 스멀스멀 자신들의 전신을 감싸는 검은색 마력 갑옷에 흠칫 놀란다.

"이, 이건?"

“마법이다. 방어마법. 2시간 정도 유지될 거야."

마력 고정시간으로 2시간은 과하긴 했지만, 이제 와서는 그리 부담도 아니었다.

“운호가 입고 있는 게 마법 갑옷이 아니라 이거였어?"

“그래.”

“강기....아니 오러 블레이드까지도 막을 수 있을 거다."

“오, 오러 블레이드까지 막는다고요? 그, 그런 마법이....이, 이거라면...”

엘프들의 불안했던 표정이 사라진다.

“맵솔루트 실드와 비슷한 효과를 가진 갑옷을 생성하는 주문이라니….”

루나가 놀라며 신기한 듯 갑옷을 만졌다.

“대단한 마법이네요. 시야나 움직임에 방해도 없고 상당히 편해요.”

비키니 아마 같은 걸 입히고 싶긴 한데 당연히 게임과는 다르다.

그래도 마법이 있는 세계다.

찾아보면 있으려나.

“내가 먼저 간다. 내가 주의를 끌 테니 적당한 시기에 뒤를 쳐.”

그녀들에게 지시하고 몸을 일으켰다.

누군가 손을 붙잡았다.

아일라였다.

표정을 보니 그새 애인한다고 정이라도 든 건지 내가 걱정되는 모양이었다.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주고는 놈들을 향해 느긋하게 발걸음을 옮겼다.

<150화>격돌

인벤토리에서 대검을 뽑아 들고 어깨에 걸쳤다.

그리고 가도 위를 천천히 걸었다.

엘프가 탄 철창 수레.

고급스러운 마차.

그걸 호위하는 기사와 병사 마법사들이 반대편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멈춰라.”

앞에서 말을 타고 인솔하던 기사가 내게 위협적으로 말했다.

놈들과 느긋하게 대화를 나눌 생각은 없었다.

전투를 위해 곤두선 감각이 그들을 훑었다.

기사는 검을 반쯤 뽑고 있었고 병사들도 창을 쥐고 있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뒤쪽에 말을 타고 있는 마법사 둘이 보였지만 5서클이었다.

후작이라는 7서클 마법사를 찾았다.

고급스러운 마차가 보였다.

'역시 마차 안에 타고 있나?'

안에는 소드 마스터라는 놈도 같이 있는 거 같았다.

-쿵.

땅을 박차고 그쪽으로 뛰어들었다.

"뭣! 멈춰!!"

순식간에 뛰어올라 마차로 쇄도하는 나를 보고 당황한 기사가 소리쳤다.

그때 마차에 새겨진 기묘한 문양에서 빛이 났다.

그리고 하얀 그물이 머리 위에서 덮치더니 나를 땅으로 끌어당겼다.

-쿵.

강하게 몸을 아래로 끌어당기는 그 마법에 결국 마차에는 닿지 못하고 바닥에 발을 디뎠다.

순식간에 기사와 병사들이 나를 에워쌌다.

나를 덮은 마법 그물이 조여오며 강한 압박을 가했다.

'마법인가?'

끼익.

마차 문이 열리며 두 명의 남자가 여유 있는 표정을 하고 내렸다.

나이 든 한 놈은 누가 봐도 고급스러운 로브를 입고 있어 마법사로 보였고, 다른 한 놈은 반짝이는 갑옷을 입고 있는 게 기사였다.

'저놈이 알렉스 후작이라는 7서클 마법사로군. 다른 한 놈이 카일 백작이라는 소드 마스터인가?'

"흠, 엘프는 어디 가고 이런 시커먼 놈이….”

말을 들어보면 어떻게 알았는지 엘프가 습격할 걸 대비하고 있었던 거 같았다.

목표를 확인했으니 더 시간 끌 것은 없었다.

7서클 마법사 놈에게 달려들었다.

나를 뒤덮고 있던 마법 그물이 질기게 늘어지며 나를 강하게 구속했다.

“허허 소용없다. 소드 마스터라도 간단히….”

투둑!

내 괴력에 견디지 못한 마법 그물의 실이 하나둘 끊어졌다.

"이게 뭔!! 주, 중첩!!

당황한 마법사가 급하게 소리쳤다.

마법사들의 지팡이가 빛나면서 내 몸에 하얀 거미줄 같은 마력의 그물에 겹겹이 쌓인다.

내 대검이 마력으로 검게 물든다.

그리고 그 대검을 거칠게 휘둘렀다.

웅!!!

거친 바람 소리와 함께 겹겹이 쌓인 마법 그물이 대검에 끊어졌다.

소, 소드 마스터!!"

“소드 마스터라고?! 소드 마스터라고 해도 간단히 끊을 수 없는 강화된 웹 마법인데! 서, 설마!!"

당황한 7서클 마법사 놈에게 빠르게 쇄도했다.

옆에 서 있던 고급스러운 갑옷을 입은 사내가 재빠르게 마법사를 보호하기 위해 가로막았다.

놈의 검에는 푸른빛의 뚜렷한 오러 블레이드가 맺혀있었다.

역시나 놈이 소드 마스터라던 카일 백작이었다.

-쾅! 쾅!

서로의 검이 강하게 부딪쳤다.

하지만 몇 번 검격을 나누자 놈의 자세가 빠르게 무너졌다.

역시 힘의 방향을 비트는 기술은 이놈에게도 잘 먹혔다.

놈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A급 각성자 보다는 확실히 강했고 왕춘보다는 조금 약한 거 같았다.

'빠르게 처리한다.'

내 강한 검격에 놈의 검이 바깥으로 튕겨 나가고 가슴이 열렸다.

그곳에 어깨를 강하게 집어넣었다.

-쾅!

내 어깨에 타격을 받은 갑옷이 움푹 파였다.

"크악!"

카일은 피를 토하고 그대로 튕겨 나가 땅에 처박혔다.

'죽일 생각이었는데….’

갑옷에서 반발력이 생겨나며 놈의 몸을 보호했다.

쓰러진 카일의 움푹 파인 갑옷이 형태를 복원하고 있었다.

'마법 갑옷 그런 건가...남자놈 벗기는 취미는 없지만….”

저 신기한 마법 갑옷을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충격이 없는 건 아닌지 쓰러져 자세를 못 잡고 있었다.

마무리는 지어야 했다.

놈에게 빠르게 다가가 그대로 놈의 목을 향해 대검을 내려쳤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놈의 얼굴에 죽음의 공포가 서렸다.

"카일!!"

마법사의 다급한 외침과 함께 순간 놈의 앞에 반투명한 막이 생성됐다.

-쾅!

카일 놈의 코앞에서 대검이 희미한 보호막에 막혔다.

마법사가 한 짓일 거다.

그 틈에 이내 몸을 추스른 카일이 나와 거리를 벌렸다. 그리고 마법사 놈의 지팡이가 빛이 서린다고 생각하는 순간이었다.

-꽈릉!!!

거대한 번개가 하늘에서 작렬했다.

어떻게 반응할 새도 없이 그대로 벼락을 맞았다.

그 전류가 얼마나 강력한지 마력 갑옷을 관통해 육체에도 어느 정도 짜릿한 감각을 선사해 줬다.

이미 인간의 한계를 한참 전에 벗어난 육체다.

큰 데미지는 없었다.

하지만 그 짜릿함에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움찔했다.

그것보다 내 마력 갑옷을 관통해 육체에 닿았다는 게 놀라웠다.

그 번개가 얼마나 위력이 대단했는지 내 마법 갑옷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우, 운호!!!"

아일라의 걱정 섞인 외침.

-챙챙!

그와 동시에 뒤쪽에 전투 소리가 들렸다.

“패거리가 더 있어!! 막아!"

아일라가 내가 마법 맞는 걸 보고 놀라 뛰쳐나온 거 같았다. 놀라서 움찔한 게 아일라에게 걱정을 끼친 모양이었다.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

아일라에게 텔레파시를 보내 안심시켜주고 그대로 마법사 놈에게 달려들었다.

“헤븐스 퓨리를 맞고 미친!! 데, 데미지가 없는 건가!?"

"후작님!!"

카일 놈이 마법사를 덮치려던 나를 막았다.

하지만 내 대검을 몇 번 막지 못하고 놈의 팔이 후들후들 떨린다.

그의 악다문 입에서는 피가 새어 나왔다.

놈은 이미 한계였다.

마법 갑옷이 보호를 해줬다고 해도 그는 이미 아까 내 어깨 공격에 상당한 데미지를 받은 상태였다.

"후, 후작님! 더는 못 버팁니다!!"

다급한 카일의 외침.

"제, 젠장! 디그!!"

갑자기 내가 딛고 있던 땅이 쑥 꺼졌다.

그렇게 깊은 깊이는 아니었다.

가벼운 점프로 올라갈 수 있는 깊이였다. 하지만 그 덕에 카일은 또 목숨을 건졌다.

"레, 레비테이션!"

내가 구덩이에서 빠르게 올라왔을 땐 마법사 후작이 카일을 데리고 하늘을 날고 있었다.

“카일 자네 괜찮나?"

“젠장! 내상이 심합니다. 더 이상의 전투는 무리입니다."

하늘은 나는 두 놈을 보고 다리를 굽혔다 폈다.

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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