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고 있던 창을 쓰려다 말았다.
저 거미 괴물 놈은 그 정도의 거리도 가까이하기가 싫었다.
마력 낭비 같지만, 거리를 벌려서 사냥하기로 마음먹었다.
내 의식에 따라 마력이 물질화를 이루고 던지기 적당한 크기의 창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그 물질화된 마력을 고정했다.
투척용 검은 마력 창이 만들어졌다.
‘어디가 약점이지? 역시 머린가?’
몬스터 놈들은 특이한 놈을 제외하고는 거의 머리가 약점이었다.
그곳에 타격을 줄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이긴 하지만.
거미 괴물 놈의 머리를 노리고 검은 마력 창을 던졌다.
-후웅!
-퍼석!
노리기는 머리를 노렸지만, 평소에 연습하지 않아서 그런지 마력 창은 괴물 거미의 배 부분에 틀어박혔다.
-끼에엑!
괴물 거미가 마력 창이 박힌 배에서 진득한 녹색 체액을 뿜어내면서 발버둥을 치고 괴성을 지른다.
다른 것보다 안구 테러, 귀 테러가 심각했다.
“시발.”
-퍼 퍼 퍽!
체액이 튈까 화들짝 놀라 거리를 벌리며 빠르게 검은 마력 창을 몇 개 더 만들어 던졌다.
그러자 결국 몇 번의 시도 끝에 거미 괴물 놈의 머리를 꿰뚫었다.
경험치가 들어오는 걸 느끼고는 몬스터가 죽었다는 걸 알게 됐다.
거미 괴물은 내가 던진 마력 창에 고슴도치가 되어 있었다.
아직 다리를 바들바들 떠는 것이,
죽은 모습조차 심하게 혐오스러웠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창에 고정돼있던 마력이 흩어져 사라졌다.
<하급 침식체 처치: 6 / 10 >
시스템 메시지가 뜨는 걸 보니 침식체가 맞았다.
솔직히 침식체가 아니길 바라고 있었다.
그러면 나도 미련 없이 이 지역을 뜰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저 더러운 모습을 보니 좀 더 들어가서 거미 괴물을 잡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
“마석은?”
[머리 쪽입니다.]
배 쪽에 있었으면 과감하게 포기할 생각까지 했다.
저 아파트 안에 얼마나 있을까.
아마도.....빡빡하게 들어차 있지는 않을 거다.
그렇겠지?
감지가 안 통하는 놈들이라니 갑갑하군.
[좀 더 이 개체에 대해 자세히 연구해보면 감지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수니의 말은 내게 그다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었다.
저 혐오스러운 생명체 연구를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그 연구에 대해 수니에게 굳이 자세히 물어보고 싶진 않았다.
이 정도의 괴물 놈들만 있으면 위협은 되지 않겠지만, 이제 도시 외곽이다. 솔직히 이런 놈들만 있을 거 같진 않았다.
일단 세이브 포인트를 먼저 설치해야 한다.
적당한 설치장소를 찾고 생각해 보기로 했다.
단지 안으로 더 들어가지 않고 몸을 빼서 천천히 거미 괴물들의 영역으로 보이는 외곽을 천천히 돌았다.
‘얼마나 넓은지 감이 안 잡히는데….’
도시를 덮고 있는 거미줄은 생각보다 상당히 광범위했다.
슬슬 어두워지니 내일 드론이라도 띄워서 좀 더 조사해 보기로 했다.
괴물 거미들의 영역에서 좀 떨어진,
건물도 별로 없는 도시 외곽 쪽에 한적하고 깨끗한 교회를 발견했다.
‘여기가 적당하겠군.’
설며 여기까지 퍼지려나?
아니, 퍼지니까 저 정도의 터무니없는 영역이 됐겠지.
여기도 마냥 안전한 곳은 아니라는 거다.
예배당을 꼼꼼히 막고 의자들을 치워 공간을 마련했다.
<세이브 포인트를 설치하시겠습니까?>
<여분의 세이브 포인트가 없습니다.>
<설치하려면 설치된 세이브 포인트를 하나를 제거해야 합니다.>
세종시 도심 쪽에 설치한 세이브 포인트를 하나 철거하고 이곳에 설치했다.
내일 이 시간쯤에 활성화가 될 거다.
텐트를 치고 인벤토리에서 순대국밥을 꺼내 맛있게 먹었다.
“꺼억!”
텐트 안에 푹신한 매트리스를 깔고 그 위에 누웠다.
“후우….”
안락한 매트리스에 거미 괴물에게 받은 스트레스가 조금 풀리는 기분이었다.
오래간만에 혼자 잔다.
하루도 빠짐없이 끌어안고 자던 내 여자들의 부드러운 몸이 없으니 적응이 안 됐다.
여자들을 생각하자 하반신에 피가 쏠린다.
독수공방이 이렇게 힘든 거였나?
전에는 어떻게 혼자 잤지?
그동안 여자들에게 너무 몸이 길든 상태인 거 같았다.
“........”
그래도 자존심이 있지 하루도 못 참고 자위는 할 수 없었다.
*
*
*
한수지는 급하게 복도를 달렸다.
-다다 닷!
“급하다. 급해.”
화장실로 빠르게 진입했다.
급하게 맨 끝 칸의 문을 열고 들어가 빠르게 바지를 내리고 양변기에 앉았다.
-쪼르륵.
“후우….”
수지는 시원하게 오줌을 싸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며 몸을 일으켰다.
그때 누군가 화장실에 들어왔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몸을 굳히며 숨을 죽였다.
“지아 님. 갑자기 화장실로 끌고 오시다니 무슨 일입니까.”
백설화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 나갈까.’
뭔가 타이밍을 놓쳐 어정쩡하게 됐다.
“쉿! 조용히!”
“음? 왜 그러십니까.”
지아의 평소답지 않은 단호한 목소리에 수지는 반사적으로 숨을 죽였다.
‘설마 그 지아가 설화의 군기를 잡는 건가?’
조금 흥미가 무럭무럭 커졌다.
이러면 안 되는 줄 알지만, 호기심이 생겼다.
숨을 죽이고 그녀들의 대화를 엿들었다.
“알고 있지?”
“뭐...를 말입니까….”
“오, 오빠하고….”
‘이건....치정 싸움?’
역시 지금까지의 사이는 역시 보여주기식이었나?
그렇다.
생각보다 둘의 사이가 너무 좋았다.
두 여자가 한 남자를 공유하는데 그럴 리가 없었다.
수지는 점점 흥미진진해지는 전개에 숨을 죽이고 청각에 정신을 집중했다.
“음......? 지아님 잘 안 들립니다.”
“쉿! 오빠하고 잠자리하면 마력이 늘어나는 거 말이야.”
수지는 자기 생각과는 다른 충격적인 지아의 말에 혼란스러웠다.
마력이란 게 뭔지 안다.
운호 아재한테서도 대충 들었으니.
자신이 능력자가 된 것도 그런 마력의 작용 때문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게 아재와 관계하는 것만으로 능력이 향상된다고!?
“.......그, 그게 진짜입니까?”
“몰랐어?”
“.....그러고 보니 이상하군요.........핫! 아니!? 그랬군요! 이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이상한 게 아니라 사실이야.”
“역시 저의 낭군님입니다. 그분은 특별합니다. 존경스럽습니다. 그런데 그게 왜 문제가 됩니까?”
“쉿. 목소리 낮춰....이제 부터 진짜야….”
“또 뭐가 있습니까.”
“오빠랑 지속해서 관계하면 일반인이 초능력자가 될 수도 있어.”
‘뭐...라...고!?’
이지아의 말에 한수지는 경악했다.
터무니없는 말이다.
당장 나가서 지아에게 진짜냐고 묻고 싶었다.
“예? 그건 또 무슨......아니......그럴 수도 있겠군요. 내부의 기가 상승하니 그것이 결국 초능력의 발현으로….”
이건....둘이서 짜고 하는 몰래카메라인가?
하지만 지아가 저런 현실감 있는 연기를 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저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진짜라고?’
“그러니 이 비밀을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면 안 돼. 조심해야 해. 더 이상 여자가 늘어나는 걸 바라진 않겠지?”
“그건.....낭군님이 원하신다면......영웅에게는 삼처사첩도.....흠이….”
“히익!!! 무서운 소리 하지 마. 오빠가 다른 여자에게 빠져서 우리는 독수공방할 수도 있다고! 버려질 수도 있다고!”
“......그건 곤란합니다.”
“그렇지? 이건 비밀로 해야 해. 알았어?!”
“정실부인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군요.”
“알아들었으면 됐어.”
이지아와 백설화는 나갔다.
그래도 한수지는 한동안 조용히 숨을 죽이고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문을 열고 나왔다.
-끼익….
“어, 엄청난 걸 들은 거 같은데.”
‘나, 나도 능력이 향상되려나?.....그 큰 게 나한테….’
-꿀꺽.
한수지는 상기된 얼굴로 조심스럽게 주위를 살펴보며 화장실을 나왔다.
아무도 없다는 걸 보고 냅다 뛰었다.
-다다닥!
그리고 휴게실로 달려가 문을 거칠게 열었다.
-드르륵!
그곳에는 깔끔한 단발머리를 한 서채원 혼자 있었다.
그녀는 도도한 자세로 앉아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다.
“채원아! 내가! 내가!!”
“뭐에요. 소란스럽게.”
“엄청난 비밀 얘기를 들었어!”
“.....?”
“내가 초능력자가 되는 방법을 알아 왔어.”
그냥 흘려들을 수 없는 수지의 말에 채원은 보고 있던 책을 덮었다.
“뭐...라고요?”
“그, 그게….”
하지만 수지는 막상 그 말을 하려고 하니 이게 얼마나 터무니없는 소리인지를 깨달았다.
“뭐에요...말을 안 하고.”
채원은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런데 수지가 그 방법을 알아 왔다고 하니 마음이 급해졌다.
“어....아.....아재….”
“.......?”
“에이씨 몰라. 운호 아재랑 섹스하면 초능력자도 되고 마력도 늘어난대!”
수지의 말을 들은 채원은 멍한 표정을 짓더니 화가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절...놀리는거에요?”
“그, 그렇게 보지 말라고!!! 나, 나도 그렇게 들은 거라고.”
“하…. 진지하게 들은 내가 바보 같네요.”
수지도 채원이 초능력을 가지고 싶어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채원의 책망하는 듯한 눈빛에 수지는 시무룩해졌다.
“지, 진짜 지아한테 그렇게 들었는데….”
“.....지아 언니가 수지 언니를 놀린 거라는 생각은 안 드나요?”
“아, 아니 그건.”
수지는 화장실에서 몰래 들었다고 말하기는 좀 꺼려졌다.
“설사 지아 언니가 그런 말을 했다고 해도, 언니가 운호 아저씨라면 사족을 못 쓰는 건 알고 있죠? 그것 때문에 지아 언니가 착각하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요?”
채원의 말을 들어보니 그런 것도 같았다.
지아는 지금 콩깍지가 씌어있었다. 그런 착각을 할 가능성이 없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지아라면.....그, 그럴지도….’
“하지만 진짜 같았는데….”
수지는 그래도 그 둘이 연기를 했다고는 생각할 수 없어 미련이 남았다.
-삑. 삑.
그때 귀에 거슬리는 작은 경보음이 울렸다.
“잠깐만요!”
“어? 왜?”
“경보에요.”
“경보?”
“괴물이 감지된 거라고요.”
“지, 진짜?”
채원은 운호가 몬스터 감지기라고 준 태블릿을 재빠르게 들여다봤다.
“이, 이건! 큰일 났어요! 모두 불러와야 해요.”
“아, 알았어. 내가 아이들 데려올게.”
“제가 지아 언니랑 설화 씨 불러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