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67화 (67/259)

내 대검도 크기는 했지만, 압도적으로 커다란 무기가 필요했다.

주변을 둘러왔다.

거대한 나무가 보였다.

내 두 팔로 감싸도 안 닿을 정도로 굵었다.

딱 좋은 크기였다.

“비켜봐.”

내 말에 그 거대한 나무에 있던 사람들이 비켜섰다.

대검을 치켜들었다.

그때까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으적!

그대로 대검을 휘둘러 거대한 나무를 베었다.

-우드득.

“무...뭐하는!! 쓰, 쓰러진다!!”

옹기종기 모여있던 사냥팀이 그들 쪽으로 쓰러지는 나무를 보고 경악했다.

그 나무를 재빨리 받쳤다.

“어?”

그리고 사람이 없는 쪽으로 쓰러뜨렸다.

-쿵!

뜬금없이 나무를 쓰러뜨리는 나를 황당한 눈으로 바라봤다.

“뭐 하는 겁니까!! 몬스터가 몰려들 겁니다!”

임철우 또 저놈이다.

은근히 신경 거슬리게 하는 게 저놈은 나중에 이빨 몇 개 정도는 박살을 내도 괜찮을 거 같았다.

일단 무시하고.

-스각!

한 10미터 정도의 남겨두고 위쪽을 잘라냈다.

그리고 통나무 밑동에 내 대검을 박아넣었다.

-퍽!

‘수니.’

[네. 알겠습니다. 주인님.]

내 생각을 읽은 수니는 마력 변환으로 통나무 중심에 단단한 심을 형성해 대검과 나무를 고정했다.

힘을 줘 대검이 박힌 통나무를 들어 올렸다.

10m에 달하는 거대한 통나무 검이 완성됐다.

“무, 뭘….”

내가 희한한 짓을 하자 사람들이 이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일이 설명해줄 생각도 시간도 없었다.

“크르릉.”

균열 쪽에서 몬스터 놈들이 어슬렁어슬렁 다가오고 있었다.

그대로 달려 나가며 그 거대한 통나무 검을 휘둘렀다.

-부웅!

-퍼 퍼 벅!

-깨갱!

몬스터들이 거대 통나무 검을 맞고 하늘을 날았다.

“저, 저게....뭐....야….”

죽었으면 좋았겠지만, 경험치가 안 들어오는 거보니 아직 살아있는 거 같았다.

충격은 받았겠지만.

얼마 안 가 다시 돌아올지도 모른다.

느긋하게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러니 다시 오기 전에 빠르게 이동을 해야 했다.

거대한 통나무 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를 잡기보다는 빠르게 멀리 치우며 전진했다.

이래도 죽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었다.

운이 없다고 생각할 수 밖에.

“머, 멍때리고 있을 시간 없습니다. 빨리 쫓아갑시다.”

얼빠진 표정을 짓던 사람들이 전술 팀장의 말에 정신을 차리고 내 뒤를 쫓아왔다.

-으저적!

몬스터들을 빗자루 쓸듯이 쓸어 날려 버리며 빠르게 이동했다.

“이, 이게….”

사냥팀은 거대 통나무 검에 날아가는 몬스터를 보면서 황당해하면서도.

얼굴에 조금씩 희망의 빛이 떠올랐다.

재은이와 진아를 포함한 D급 각성자들은 후방 쪽에서 접근하는 몬스터들을 견제했다.

그렇게 3개의 D급 균열과 1개의 F급 균열을 빠르게 돌파했을 때였다.

“C, C등급 차원 균열입니다.”

전술 팀장이 긴장된 어조로 경고했다.

그도 신경을 써가면서 나름 D등급 차원 균열 위주로 인도한 모양이지만.

이렇게 말하는 건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는 거였다.

균열 근처에 곰처럼 생긴 검붉은 몬스터 네 마리가 보였다.

덩치만큼은 블루 드레이크 못지않았다.

“멈추지 말고 달려.”

내가 속도를 늦추지 않고 달려 나가며 말했다.

“아, 아무리 그래도 C급은….”

한 마리라도 진형에 난입하면 초토화된다.

하지만 뒤에서 쫓아오는 몬스터들의 숫자도 장난이 아니다.

지금은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흡!”

몬스터 놈의 덩치를 생각해 좀 더 신경 써 통나무를 휘둘렀다.

-쾅!

-크엉!

내 거대 통나무 몽둥이에 맞은 괴물 곰이 하늘을 날았다.

“미, 미친!!”

“다, 달려!!!”

주춤거리던 사냥팀이 그제야 우르르 내 뒤를 쫓아 달렸다.

-쾅. 쾅.

내가 선두에서 빠르게 달리며 몬스터 놈들을 옆으로 날려 버렸다.

저놈들도 이 정도로 당연히 죽진 않는다.

얼마 안 있으면 쫓아올 거다.

그래도 빠르고 착실하게 균열을 깨고 코어를 챙기는 건 잊지 않았다.

균열 코어는 귀하고 비싸다.

사냥팀은 모르겠지만 나야 코어까지 포기할 정도로 여유가 없진 않았다.

“도, 돌파한 거 같습니다.”

전술 팀장은 탐지기를 보며 얼떨떨한 표정으로 내게 보고했다.

그 소리를 듣고 통나무는 버렸다.

하지만 아직 안심할 때는 아니었다.

뒤에 상당수의 몬스터가 따라붙고 있었다.

옆으로 날려 치워버리기만 했을 뿐 죽은 몬스터는 얼마 없었다.

“애들 인도해서 캠프로 달려.”

“돌파했습니다! 빠르게 캠프까지 달립니다!”

내 지시에 전술 팀장이 뒤를 보며 소리쳤다.

“돌파했다고?! 씨발!! 가즈아~!”

빠르게 달리느라 힘들어 죽을 거 같던 얼굴들이 환해졌다.

균열 지대도 돌파했고 더는 전방에 큰 위험은 없었다.

하지만 뒤를 보니 몰려오는 몬스터에 후미가 따라잡힐 거 같았다.

“재은아. 진아 씨. 앞으로가.”

D급 강화계 각성자인 둘에게 전방을 맡기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을 배웅하며 후방으로 이동했다.

제일 뒤에는 웬 여자 서포터가 힘겹게 달리고 있었다.

“헉! 헉!”

서포터가 하는 일을 생각해보면 여자가 있다는 게 희귀하긴 했다.

그 와중에 부산물도 버리지 않고 착실하게 메고 있었다.

프로라면 프로다운 행동이긴 했지만 한계 같았다.

여기까지 저걸 메고 달린 건 대단하긴 했다.

하지만 각성자도 아니고 일반인 여자다.

역시 평소에는 겪어보지 못한 극한상황에 이르자 선천적인 체력에 한계가 있었다.

그녀 뒤에서 빠르게 접근하는 몬스터가 보였다.

-철퍼덕.

결국 다리가 풀렸는지 넘어졌다.

“크윽!”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본 그녀는 코앞까지 달려드는 몬스터를 보고 죽음을 예감했는지 얼이 빠져있었다.

-퍽!

대검으로 그녀를 덮치려던 몬스터의 골통을 부쉈다.

그리고 그녀가 메고 있던 짐을 뺐다.

그녀는 그제야 어리둥절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가, 감사….”

“시간 없다. 달려.”

“네. 네.”

그녀는 허겁지겁 일어나더니 캠프를 향해 달려 나갔다.

땅이 울릴 정도로 뒤에 상당한 몬스터 떼가 몰려오고 있는 게 느껴졌다.

“흠….”

뒤를 돌아보니 저 멀리 뛰어가고 있는 내가 구해준 여자 서포터가 보였다.

그냥 이대로 캠프로 복귀하는 것도 문제가 있어 보였다.

이건….

“몰이사냥?”

내 의지에 따라 들고 있던 대검을 타고 마력이 뭉친다.

그러자 10미터의 터무니없이 거대한 시커먼 대검이 만들어졌다.

몬스터 놈들은 나를 물어뜯으려 눈이 벌게져 있었다.

적당한 거리였다.

그대로 그 시커먼 초대형 대검을 횡으로 힘껏 휘둘렀다.

-부왕!

-으저적!

-푸확!

뒤에 한데 뭉쳐 쫓아오던 몬스터들이 뭉개지고 반토막이 나며 어마어마한 피와 살점이 튀었다.

-후두둑.

주변에 있던 나무까지 쓸려나가며 휑한 작은 공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이내 몬스터들이 그 공간을 채우며 달려들었다.

-부왕!

그대로 한 번 더 시커먼 초특대 검을 휘둘렀다.

-으저적!

-후두둑.

두 번 정도 시원하게 정리하니 덤벼드는 몬스터가 확 줄어들었다.

처음부터 이랬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아니야. 그랬으면 이렇게 마석을 챙기지 못했을 거야.’

사냥팀 때문에 결국 균열 지대 돌파는 해야 했다.

내가 여유롭게 마석을 챙길 시간은 없었을 거다.

가끔 뒤늦게 튀어오는 몬스터를 쪼개면서 몬스터 사체의 산에서 주섬주섬 마석을 챙겼다.

“너무 많은데….”

예상보다 많은 몬스터 사체의 숫자에 조금 질렸다.

그래도 허리 한번 굽히는데 터무니없이 많은 돈다발을 줍는거나 마찮가지다.

내가 지금 아무리 돈에 연연하지 않는다고 해도.

이건 하지 않는 게 바보였으니 안 할 수가 없었다.

*

*

*

“만세. 도착했다.”

“씨발!! 살았어!!”

-우웩!!

사냥팀은 박운호를 따라 한참을 미친 듯이 뛰었다.

그렇게 극한으로 달리는 상황에 캠프에 도착하자 바닥을 짚고 구토하는 인간이 속출했다.

“미, 미쳤다. 도, 돌파했어!!!”

캠프 안으로 도착한 사람들은 환희에 가득 차 있었다.

“아저씨!”

진아의 눈에 재은이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누군가를 찾는 게 보였다.

그녀가 누구를 찾는지는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진아 씨 아저씨는?”

진아는 재은의 질문에 운호가 자신들에게 전방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하고 후미 쪽으로 이동하던걸 기억했다.

“후방 쪽으로 이동하시는 건 봤습니다.”

그 사내가 남을 위해 희생을 할 사람으로는 보이지 않았지만.

아직 돌아오지 않으니 그래도 조금 걱정이 됐다.

그때였다.

여자 서포터 하나가 감동의 눈물을 글썽거리며 운호의 소식을 전했다.

“저, 저를 위해서 몬스터들이 오지 못하게 맞서셨어요!!”

‘그 사내가?’

서포터의 얼굴을 보니 귀여운 생김새였다.

‘여자를 밝힌다고 생각은 했지만….’

하지만 그 서포터의 말을 들은 유재은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그리고 그녀는 급하게 캠프 바깥으로 향했다.

“어디를?!”

“어디긴! 아저씨 구하러 가야지!”

진아는 그 거대한 통나무를 휘둘러 몬스터들을 뻥뻥 날리며 터무니없는 짓을 하던 그가 허무하게 죽었을 거라는 생각이 도저히 들지 않았다.

하지만 유재은이 그를 찾으려 캠프 밖으로 나가려고 하는 건 무모해 보였다.

“많은 몬스터들이 몰렸을 겁니다. 위험합니다.”

진아가 말리기 전에 전술 팀장 전규혁이 재은을 막아섰다.

“비켜.”

재은이 낮은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흠칫!

그녀의 눈이 새파랗게 빛나며 어마어마한 살기가 새어 나왔다.

-꿀꺽.

“유재은 헌터님. 지, 진정….”

전술 팀장 전규혁은 재은의 살기에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비켜줄 수 밖에 없었다.

그가 비켜서자 그녀는 빠르게 숲속으로 사라졌다.

진아는 이미 이성을 잃은 듯한 그녀를 막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재은 혼자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진아는 재은의 뒤를 쫓았다.

“앗!! 김진아 님! 가시면 안 됩니다!!”

전규혁의 말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그녀는 무시했다.

진아는 재은의 뒤를 조용히 따라 달렸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발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사방이 피로 물든 시뻘건 숲.

그리고 그 바닥에 깔린 몬스터 사체의 밭.

그런 살벌한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여유로운 모습으로 주섬주섬 마석을 챙기는 거구의 사내를 볼 수 있었다.

“이, 이건….”

진아는 그 기괴한 광경에 소름이 돋았다.

다른 조력자는 보이지 않았다.

이 많은 몬스터의 처리를 그 혼자 했다는 말이 된다.

‘이, 이게 C급 강화계 능력자라고? B급? 아니....그 이상….’

-꿀꺽.

그가 능력이 향상됐다고 말한 이후 얼마 지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뭔가를 열심히 한 거 같지도 않았다.

도대체 뭘 했다고 그새 능력이 이 정도로 성장한단 말인가.

진아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장하지 않는 자신과 다르게 정말 세상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아저씨!!”

죽었다 살아온 연인을 만난 듯 재은이 달려가 반갑게 운호를 끌어안았다.

“기다리지. 뭐 하러 다시 왔어.”

안겨 오는 재은의 허리에 손을 감으며 자연스레 그녀의 엉덩이에 손이 가는 게 그답다면 그다웠다.

“아저씨 없어져서 나 정말....정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재은의 눈물이 그렁이는 눈을 본 운호는 조금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 재은을 위로하면서도.

그녀의 엉덩이를 만지는 그의 손은 떨어지지 않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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