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65화 (65/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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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전 회의실이라고 붙어있는 천막.

그 안에 모여 전술 팀장 전규혁의 브리핑을 들었다.

“두 번째 차원 균열을 처리한 곳에서 블루 드레이크 사냥을 할 겁니다.”

균열이 있던 곳이라 그런지 걸리적거릴 거 없는 황폐한 공터였다.

그곳으로 몬스터를 유인해 사냥할 생각인 거 같았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물론 그걸 유인하는 건 나였다.

“마력 발현 시 강한 관통력을 가지는 창입니다.”

전술 팀장이 1m쯤 되는 단창을 하나 줬다.

“마력 방어가 사라진다고 해도 드레이크의 피부는 상당한 방어력을 자랑합니다.”

그냥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게 비싸 보이는 창이었다.

“제가 신호할 때 약한 눈을 노려 뇌에 손상을 준다면 쉽게 처리할 수 있을 겁니다.”

내 마력에도 효과가 있으려나?

“실패한다고 해도 당황하지 마시고 계속해서 몬스터의 주의를 끌어주시면 됩니다.”

뭐....효과가 없다 해도 상관이 없긴 했다.

“성공하신다면 좀 더 많은 인센티브를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몬스터를 최대한 온전히 보전해 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거 같았다.

“그리고 사냥 도중 다른 몬스터가 난입하지 않게 이재은 헌터님과 김진아 헌터님도 수고 좀 해주십시오.”

전술 팀장은 다른 헌터들에게도 이것저것 주의사항을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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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밝자마자 전날 진아와 재은이가 이미 처리한 균열 지역으로 이동했다.

그곳에서 전술팀은 몬스터를 찾기 위해 드론을 띄웠다.

그리고 나는 몬스터를 유인하기 위해 혼자 밀림으로 진입했다.

전술 팀장의 인도에 따라 이동하니 몬스터를 볼 수 있었다.

크기는 대형 덤프트럭 정도 되는 상당한 덩치였다.

푸른 피부에 몸통은 퉁퉁한 거대 뚱보 도마뱀이었다.

주변의 돌을 주워 던졌다.

-퍽!

머리에 돌을 맞은 도마뱀의 갈라진 눈이 내 쪽을 향했다.

나를 보고 가소롭다는 듯.

-푸릉!

콧김을 내뿜더니 내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쿵. 쿵.

걸리적거리는 나무와 수풀들을 불도저처럼 밀면서 다가왔다.

그 모습을 보고 몸을 돌려 계획된 장소로 유인을 시작했다.

-으지직. 으적.

뒤에서 나무와 수풀이 부스러지는 소리가 났다.

잘 따라오나 슬쩍 뒤를 보니 그 큰 덩치로 잘 따라오고 있었다.

내가 공터에 도착하자.

헌터들은 이미 진형을 갖추고 있는 것이 만전의 상태로 보였다.

「박운호 님은 몬스터를 공터 중앙으로 유인해 주십시오.」

무전으로 전술 팀장의 지시가 이어졌다.

헌터의 판단 보다는 대체로 전술 팀장의 지시에 따라 사냥을 하는 거 같았다.

하늘에 떠 있는 드론으로 전장을 살펴보며 지시를 하는 거 같았다.

「나머지 헌터분들은 박운호 님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 공격하지 않습니다.」

-쿠앙!

나무를 쓰러뜨리며 밀림에서 거대한 뚱보 도마뱀이 튀어나왔다.

-쿵. 쿵.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고 있던 나를 발견하고는 다가온다.

뚱뚱해 보이는 덩치만큼이나 민첩한 느낌은 아니었다.

그런 몬스터를 천천히 중앙으로 이끌었다.

-퍽. 퍽.

빠르게 다가오는 무는 공격이나 손톱 공격을 피하면서 적당히 대검으로 두들겨 줬다.

한대도 맞추질 못하자 녀석은 약이 바짝 올라가 있었다.

확실히 공격 자체가 단순하고 둔했다.

이정도면 몬스터 중에서도 쉬운 놈이 아닐까.

「지금입니다. 최대 사거리에서 공격합니다.」

전술 팀장의 명령이 떨어지자 거리를 벌리고 있던 파티원들의 공격이 시작됐다.

-쾅! 콰광!

블루 드레이크의 등으로 빨갛고 하얀 마력 공격이 쏟아졌다.

보기에는 별 타격은 받지 않은 거 같았다.

하지만 어차피 마력 방어를 깎는 게 목적이었다.

파티원들은 능숙하게 마력 공격을 계속했다.

「지금처럼만 해주십시오. 유재은 님. 그쪽으로 F급 몬스터 접근 중입니다.」

“응. 봤어.”

재은이 밀림에서 튀어나오는 괴물 뱀을 가볍게 도끼로 쪼갰다.

블루 드레이크를 사냥하는 다소 시끄러운 소리에 주변의 몬스터가 접근하는 듯했다.

등 뒤로 열심히 마력 공격을 받으면서도 우직하게 나를 노렸다.

그러던 몬스터가 갑자기 머리를 돌렸다.

「이도훈 님. 공격이 너무 강합니다. 어그로가 튀었습니다. 공격 중지하고 몬스터의 돌진 경로에서 벗어나 주십시오.」

팀장은 말은 정중했지만, 그 속에 은은한 빡침이 느껴졌다.

파티 사냥.

역시 누군가 똥을 싸지 않으면 허전했다.

반면에 나는 RPG 게임 하는 기분이 들어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씨, 씨발.”

몬스터가 자신을 노리려고 하자 이도훈이 당황한 듯 욕을 내뱉었다.

-덥썩.

이도훈 쪽으로 달려들려는 괴물 도마뱀의 꼬리를 잡았다.

그리고 버텼다.

그러자 거대한 괴물 도마뱀이 제자리에서 바닥을 허우적거렸다.

「어? 꼬, 꼬리가? 박운호 님. 어, 얼마나 버틸 수 있습니까?」

“계속?”

「그, 그렇군요. 지금입니다! 원딜 분들 극딜합니다!!」

-콰콰광.

사정없이 쏟아지는 마력 공격에 얼굴 쪽에 화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녀석은 바닥을 허우적거리며 이도훈에게 달려들다 안 된다고 느낀 건지 다시 내게 머리를 돌렸다.

「그만 공격 중지. 마력 방어 거의 소실됐습니다. 박운호 님 마무리 부탁드립니다.」

등에 메고 있던 전술 팀장이 준 단창을 꺼내 들었다.

마력을 씌우고 거대 괴물 도마뱀의 그 커다란 눈을 찔렀다.

표적은 컸다.

그리고 지금 내 능력으로 실패한다는 게 말이 안 됐다.

날카로운 창끝이 별 저항 없이 블루 드레이크의 눈으로 빨려 들어가 뇌를 부쉈다.

순간 몬스터의 몸이 경직되더니 그대로 퍼졌다.

-쿵.

파티플레이에 충실한 사냥이었다.

맨날 혼자 놀다 팀플레이를 하니 신선한 느낌이긴 했다.

「좋습니다. 깔끔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꺄악! 아저씨 너무 멋져. 이렇게 큰놈을!”

내가 혼자 잡은 건 아니었지만 재은이 나를 껴안으며 호들갑을 떨었다.

“어휴. 이 땀 좀 봐”

재은이 그러면서 손수건으로 내 얼굴을 닦아줬다.

땀은 한 방울도 안 흘렸다.

그래도 그냥 그녀의 손길을 즐겼다.

“아저씨. 피곤하지? 천막으로 가자 내가 마사지해 줄게.”

“크흠. 그럴까?”

주변의 남자 놈들의 질투 어린 시선이 느껴졌다.

“꼬리를 잡고 버티다니 힘이 대단하십니다. 저도 그런 광경 처음 봤습니다. 꾸준히 저희 팀과 함께하실 생각 없으십니까?”

전술 팀장이 아부하며 다가왔다.

물론 당연히 거절했다.

하루 정도면 기분전환 정도는 될 거 같지만.

4박 5일은 너무 길었다.

그 시간에 재은이나 유나를 안는 게 남는 장사였다.

“하하. 이정도 실력자시니 바쁘실 테지요. 이해합니다.”

내가 어떤 생활을 하는지 아는 진아가 새초롬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사냥은 일찍 끝났지만, 이 큰 몬스터의 부산물을 챙기려면 하루를 더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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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은이를 끌어안고 자고 있는데 새벽에 진아가 단잠을 깨웠다.

아직 사위가 어두웠다.

날이 밝으려면 한참 이른 시간인 거 같았다.

하지만 왜 이런 시간에 깨웠냐고 핀잔을 주기에는 진아의 얼굴이 상당히 굳어있었다.

“긴급 상황입니다.”

작전 회의 천막 안으로 들어가니 이미 헌터들이 모여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차원 균열 지대입니다.”

전술 팀장 전규혁이 보고를 해왔다.

“균열 지대? 제주도 같은?”

“제주도는 방치의 결과이지만. 흔치 않은 확률로 차원 균열이 일정 범위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북한이 있습니다.”

북한도 균열 지대다.

대충 망했다는 소리는 들었을 때.

우리나라도 위험한 건 매한가지라 관심을 가질 수가 없었다.

이런 돌발성 균열 지대로 망한 모양이었다.

지금은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몬스터들을 한국, 중국, 러시아가 막고 있는 형국이었다.

“하지만 게이트 안에 이런 식으로 균열 지대가 생기는 경우는 제가 들은 바로는 없습니다.”

“별로 안 좋은 상황인가 보군.”

“네. 문제는 차원 균열 지대가 얼마나 광범위하게 생성됐는지 파악이 되지 않습니다.”

현재 장비로 다 파악이 안 될 정도로 넓은 모양이었다.

“일단 주변을 탐색한 지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지도에 표시된 숙영지는 균열에 둘러싸여 있었다.

대충 지도를 보니 F급 차원 균열만 있으면 모르겠지만 상당수의 D급이나 C급도 섞여 있었다.

“문제는 캠프로 복귀하는 루트에 D급과 C급 차원 균열이 꽤 많습니다.”

“그래서 대책은.”

나야 그냥 대충 뚫고 가도 되겠지만.

나를 제외하면 D급 차원 균열 하나도 뚫기 쉽지 않다.

그리고 사냥팀에는 일반인 서포터들도 있다.

“첫 번째는 조용히 버티는 겁니다. 캠프에서도 균열 지대가 발생한 걸 알아차렸을 겁니다.”

“버티면서 구조대가 오길 기다리자고요?”

고은하는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저희가 균열 지대 외곽에 있다면 다행이지만, 만약 깊숙한 곳에 자리 잡았을 경우는 구조대가 오는 시간이 오래 걸릴 겁니다. 그리고 식량도 얼마 없습니다.”

전술 팀장도 그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하지 않는 거 같았다.

정확히 캠프에서 출발해 2박 3일 일정이었다.

식량을 당연히 많이 가지고 오지 않았다.

일주일도 버티기 힘들었다.

차원 균열은 몬스터를 뱉어낸다.

시간이 지날수록 주변 균열에서 나온 몬스터가 이쪽으로 슬금슬금 오는 것도 시간문제였다.

“흠….”

“두 번째는 균열 지대를 빠르게 돌파하는 겁니다.”

“팀장 생각은?”

“저는 한시라도 빨리 돌파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가능한가?”

“F급 균열 위주로 돌파할 수밖에 없습니다.”

F급 몬스터야 서포터들도 상대할 만한 잡몹이다.

“네. 일단은 F급 균열이 몰려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남쪽이 괜찮은 루트로 보입니다.”

하지만 캠프는 서쪽에 있었다.

대략 20, 30km 되는 거리니 멀지도 가깝지도 않은 거리였다.

“돌아간다는 건가?”

“네. D급과 C급 균열이 있는 곳을 돌파하는 것보다는 F급 몬스터를 상대하면 돌아가는 게 안전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구조대 기다리고 싶은 사람?”

다들 조용한 게 구조대를 기다린다는 선택지를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는 거 같았다.

나도 하염없이 이런 야전 생활을 하고 싶진 않았다.

C급 몬스터를 상대하는 이 사냥팀은 엘리트라고 할 수 있다.

돌아간다고 해도 빠르게 이동한다면 반나절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거다.

“돌파로 결정이 났군.”

나야 이런 경우에 대한 대처는 잘 모르니 경험이 많아 보이는 전술 팀장이 하자는 대로 하는 게 나아 보였다.

“돌파하는 거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은 없나?”

혹시나 해서 내가 다른 헌터들에게 의견을 물었다.

다들 돌아가더라도 D급이나 C급 균열이 있는 쪽은 돌파하기 싫은 모양이었다.

D급 몬스터를 상대로 근접전을 벌일만한 인간이 나, 재은이 진아 세 명밖에 없다는 것도 치명적이었다.

“그럼 전술 팀장 계획대로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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