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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35화 (35/259)

이 세계의 좀비는 약했고 종종 보이는 하급 침식체조차 상대가 되지 않았다.

중급 침식체를 만난다고 해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정도로 집단을 이루고 조직적으로 움직일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후…. 어디 해보자고.”

전투를 마음먹자 육체가 호응하듯 가벼운 흥분과 함께 감각에 날이 선다.

머리가 맑아지고 전투에 대한 기대로 마음이 고양됨을 느꼈다.

내게 이런 투쟁심이 있었나.

아무렴 어떤가.

이런 생각조차 지금은 사치였다.

전투에 집중할 때였다.

달려드는 하급 고양이 침식체의 머리를 창으로 꿰뚫었다.

그 순간 중급 괴물 고양이의 공격이 짓쳐 들었다.

-쾅!

수니가 빠르게 인벤토리에서 꺼낸 대형방패로 그 공격을 막았다.

‘아니 너무한 거 아닌가?’

그냥 싸워도 힘들 거 같은데 중급 고양이 놈은 짐승답지 않게 머리까지 쓰는 거 같았다.

영리한 놈이었다.

그렇다고 하급 고양이 침식체를 안 잡을 수도 없었다.

숫자를 줄이는 것도 줄이는 거지만 지금 상황에서 유일한 돌파구였다.

공격은 단순하다면 단순했다.

중급 침식체는 하급 고양이 놈들을 공격시켜 내 주의를 끈다.

그리고 자신은 그 틈을 노려 리스크가 거의 없는 공격을 한다.

단순했지만 상당히 효과적이었다.

그렇다고 하급의 공격을 마냥 무시할 수도 없었다.

육체의 감각을 최대한 끌어올려 전투를 이어 나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고양이들의 공격을 무아지경으로 피하며 공격을 욱여넣었다.

쉴 새 없이 인벤토리를 들락날락하는 무기들.

저놈들 입장에서는 순간순간 나타나는 무기의 이점을 이용해 하나둘씩 머리통을 쪼개줬다.

하급 놈들을 후딱 때려잡고 싶었지만, 항상 경계해야 하는 저 중급 괴물 고양이 때문에 쉽지 않았다.

저 괴물 놈만 없었다면 하급 침식체야 몇 마리라도 상대할만했을 거다.

‘보스 놈을 노려볼까?’

전쟁에서 왕을 잡는 것처럼 효과적인 수단이 없었다.

이놈들은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긴 했지만, 오히려 짐승이기에 우두머리인 저 중급 놈만 잡는다면 쉽게 풀릴지도 몰랐다.

중급 괴물 고양이의 공격을 의식하며 하급을 공격하는 움직임을 취하며 빈틈을 보였다.

‘온다!’

하급 침식체의 공격은 그냥 감수했다.

-스각!

그 발톱 공격에 슈트가 손상을 입었지만, 어차피 내 마력으로 복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난 그 틈을 노려 중급 괴물 놈에게 빠르게 창을 찔러 넣었다.

‘맞았다!’

-치익!

하지만 창이 가죽에 닿기 전에 옅은 마력 반응이 일어나며 내 공격을 비켜냈다.

이 괴물이 지금 마력을 활용하는 건가?

C급 몬스터가 원래 이런 놈들이었나?

내가 직접 잡아본 적이 없느니 당연히 몰랐다.

각성하기 전 C급 몬스터는 다른 세상의 이야기였다.

그리고 원래 세계의 C급 몬스터와 같다고도 단정할 수도 없었다.

이렇게 지능적으로 움직이는 몬스터가 많았으면 원래 세계는 멸망하고도 남았다.

‘미치겠군.’

빌어먹을 마력 발현이 가능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까?

파괴력이 부족했다.

묠니르라면 먹힐까?

-으적!!

놈도 이 거대한 망치 공격이 위험하다는 걸 안 건지 덩치에 맞지 않게 재빠르게 피해 엉뚱한 녀석이 맞았다.

-스걱!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급 침식체의 손톱이 빠르게 내 허벅지를 할퀴고 지나갔다.

“시발!”

얍삽한 놈들 깔짝깔짝 졸라 빡치게 만드는군.

‘안돼. 흥분하면.’

“후우….”

마음을 가라앉히려 가볍게 심호흡했다.

일대일이 아닌 이상 저 중급 괴물 고양이 놈은 타격을 주기가 힘들어 보였다.

이 무식하게 무겁고 거대한 망치가 맞기만 한다면 타격을 줄 수도 있을 거 같긴 했다.

하지만 놈의 경계가 올라가 더 이상 공격해도 맞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망치가 창에 비해 느린 것도 있다.

고양이에서 변형된 침식체라 그런지 다른 침식체와 차원이 다를 정도로 빠른 속도도 문제였다.

역시 중급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등급의 문제라기보다 동물과 싸우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중급 놈이 이렇게 얍삽하게 싸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중급 침식체를 노리는 건 하지 않는 게 맞다.

득보다 실이 많았다.

‘몇 마리 남았지?’

[9마리입니다.]

<하급 침식체 처치 1 / 10>

조금 전까지 하급 침식체 놈들을 때려잡으며 퀘스트 완료를 한 번 했다.

이제 가지고 있는 스킬 포인트는 2개.

육체 강화까지 2포인트만 더 벌면 된다.

내가 꾸역꾸역 위험을 감수해가며 하급 침식체를 잡는 이유기도 했다.

‘레벨업까지는?’

[다음 레벨까지 현재 소유한 거의 모든 마석을 흡수해야 합니다.]

역시나 2레벨을 올리는 것은 어림도 없었다.

하급 9마리를 더 잡고 그다음에 마석을 흡수해 레벨을 하나 올려야 했다.

그러면 퀘스트 보상으로 1포인트 레벨업으로 1포인트를 얻어 총 4포인트로 육체 강화를 올린다.

그렇게 좋다고 할 수 없는 머리를 나름 쥐어짜 생각한 계획이다

하지만 그것도 살아남았을 때의 이야기다.

-쾅!

격한 전투가 지속되자 중급 괴물의 공격을 막아주던 대형방패가 박살이 났다.

살 때만 해도 저 대형방패가 박살 날 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렇다고 당황할 여유는 없었다.

이 대신 잇몸을 쓰면 된다.

“묠니르로 방어해.”

[알겠습니다. 주인님.]

중급 놈의 지휘에 하급 침식체들이 사방에서 달려들었다.

“양아치 새끼.”

그 모습을 보고 앞으로 튀어 나가 앞에 있는 하급 괴물을 먼저 대검으로 반으로 갈랐다.

그와 동시에 하급 침식체 놈들이 내 등과 다리를 노린다.

중급 괴물의 공격은 수니에게 맡기기로 했다.

지금은 빠른 하급 침식체 처리가 먼저였다.

하급이 노리는 등 쪽은 포기하고 다리로 오는 놈을 밟아 버리려 했지만, 귀신같이 빠져나간다.

-스걱!

등 부위에 손상을 입어 맨살이 드러났지만, 슈트가 내 마력을 흡수해 이내 살아있는 것처럼 그 부분을 덮었다.

-쾅!

중급 괴물 놈의 앞발과 묠니르가 충돌하며 커다란 굉음을 냈다.

그 묠니르를 잡아 빠르게 인벤토리에 넣었다.

-크르릉.

중급 거대 괴물 고양이는 계속 나타났다 사라지며 자신의 공격을 막는 거대한 망치가 거슬리는 모양이었다.

아직 부상은 없었지만, 하급 고양이 침식체들의 공격에 슈트가 손상을 입는다.

슈트 스킬의 복구는 내 마력으로 충당한다.

슈트에 손상이 쌓이는 만큼 나도 지쳐간다는 소리다.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대로만 가면 가능해.’

미끼들이 공격해 온다.

미끼 한 마리의 머리를 꿰뚫자 역시나 그 틈을 노리고 중급의 괴물은 여지없이 공격해 왔다.

하지만 공격하는 듯하더니 묠니르가 나오자 그걸 예상한 듯 피하고는 날카로운 앞발을 휘둘러 왔다.

예상치 못한 시간차 공격이었다.

이것 못 피한다!

‘이 미친놈이!’

자신이 공격할 때마다 묠니르가 튀어나오는 걸 보고 학습을 한 모양이었다.

-퍼억!

몸을 최대한 비틀어 피하려고 했지만, 왼쪽 어깨가 뜯겨 나가는 듯한 충격이 느껴졌다.

“컥!”

뼈까지 날아가진 않았지만 거의 만신창이였다.

‘젠장. 왼팔은 못 쓰겠군. 몇 마리?’

[3마리 남았습니다.]

얼마 남지 않았다.

중급 괴물 고양이는 발톱에 묻은 내피를 핥고 있었다.

그리고 내 피를 맛을 본 거대한 괴물 고양이의 눈빛이 변했다.

-캬아앙!!

나를 바라보는 눈빛에 탐욕이 넘실거렸다.

피 맛을 보고 흥분을 한 건가?

내가 치명상을 입었다고 생각한 건지 고양이들의 공격이 격해졌다.

결정적인 순간을 노리는지 중급 괴물 고양이가 하급을 공격시켜놓고 호시탐탐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놈을 주의하면서 전투를 이어 나갔지만, 이제는 하급조차 처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민첩한 고양이 종이라는 게 문제였고 피로도 피로지만 심각한 상처를 입은 것이 문제였다.

‘망치로 하급 침식체 움직임 봉쇄해.’

[주인님 그러면 중급 침식체의 방어가….]

저놈은 내가 조금 더 지치길 기다림과 동시에 결정타를 노리고 있다.

어차피 수니를 이용한 방어는 학습한 모양이니 통하지 않을 가능성이 컸다.

그럴 바에야 빠르게 하급을 처리해 퀘스트 보상을 받는 게 좋았다.

‘어쩔 수 없어. 이대론 말라 죽는다.’

[......알겠습니다.]

-쿵.

중급의 방어만 하던 예상치 못한 묠니르의 공격으로 두 마리의 움직임이 봉쇄됐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한 손으로 인벤토리에서 대검을 빠르게 꺼내 휘둘러 한꺼번에 두 마리를 찢어버렸다.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 중급 괴물의 거대한 손톱이 다가온다.

나름 예상은 하고 있었기에 급하게 굴러 피했다.

등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졌다.

완벽하게 피하진 못한 모양이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하급 침식체가 달려든다.

구르는 탄력을 이용해 튀어 나가며 인벤토리에서 창을 꺼내 내질러 하급 놈의 머리를 깔끔하게 꿰뚫었다.

-퍽!

<하급 침식체 처리 퀘스트 완료.>

<퀘스트를 갱신합니다.>

<보상으로 스킬포인트 1을 획득했습니다.>

반가운 메시지와 함께 거대한 앞발이 빠르게 짓쳐들어왔다.

‘시발. 이건 못 피한다.’

-쾅!

거대한 앞발에 등판이 직격당했다.

-으적.

무언가 부스러지는 것과 같은 소리가 났다.

“크억!”

그 강력한 공격에 튕겨 나가 신나게 구르던 몸이 건물 벽에 부딪히며 큰 충격과 함께 멈춰 섰다.

“커억!!”

입에서 피 맛이 느껴지며 시야가 빙빙 돌았다.

만신창이가 된 몸을 비틀거리며 일으켰다.

-캬웅!!

내 그 모습을 보고 괴물 고양이 놈이 승리의 포효를 질렀다.

-캬아웅.

그러자 호응하든 옆의 똘마니들이 함께 포효했다.

저 괴물 놈의 눈빛이 읽혔다.

다 잡은 사냥감이다. 라는 눈빛이었다.

그 모습이 은근히 열이 받는다.

‘후...저 개 같은 얍삽한 새끼.’

그 얄미운 모습을 보기 싫어 인벤토리에서 투창을 꺼내 던졌다.

하지만 내가 던진 투창조차 놈은 훌쩍 피한다.

나의 마지막 발악으로 보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카드는 다 모였다.

“시발. 흡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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