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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24화 (24/259)

지하는 식품 코너였다.

그리고 어두웠다.

적외선 투시를 사용할까 했지만 시꺼먼 모습으로 생존자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싶진 않았다.

인벤토리에서 밝은 램프를 꺼내 이동했다.

생존자가 이쪽에 있는 이유도 알 거 같았다.

먹을 게 많으니 이쪽이 생존에 유리하지 않았을까.

가끔 어둠 속에서 달려드는 좀비들의 머리를 여유 있게 박살 내며 지하로 향했다.

‘여기인가?’

직원들이 이용하는 방인 거 같았다.

-철컥.

문은 잠겨있었다.

-똑. 똑.

일단 가볍게 노크해 본다.

생존자라면 좀비가 노크할 리는 없을 테니 같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싶었다.

“......”

반응이 없었다.

“크흠. 계십니까. 저도 생존잡니다. 이야기 좀 나누고 싶습니다.”

나름대로 정중하게 말을 건네본다.

“......”

그래도 반응이 없었다.

부숴야 하나.

고민했다.

그다지 겁을 주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언제까지 문만 바라보며 서 있을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다.

-우두둑.

일단은 문을 열고 들어갔다.

텅 빈 방 안에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캐비닛 안에서 각성자의 예리한 감각이 인기척을 느꼈다.

캐비닛 안에 숨은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지?

이런 망한 세상이다.

인간이라도 무조건 믿을 순 없었다.

이해는 했다.

“크흠. 저는 괜찮은....사람입니다. 나오셔도 됩니다.”

나름 최대한 부드러운 목소리를 낸다고는 노력했다.

“......”

“......”

하지만 여전히 반응은 없었다.

나올 때까지 바보처럼 마냥 이러고 있을 수는 없었다.

-우득.

캐비닛 문을 억지로 열었다.

퀴퀴한 냄새와 함께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

“......”

‘시발….’

솔직히 똥 밟은 기분이었다.

작은 체구의 빼빼 마른 꼬질꼬질한 쪼그마한 아이가 보였다.

그 아이는 쪼그리고 앉아 입을 반쯤 벌린 채 나를 멍하니 올려다보고 있었다.

긴 머리와 무슨 색이었는지도 모를 지저분한 원피스를 입은 거 보면 여자아이인 거 같긴 했다.

“.........”

솔직히 나는 애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아이들을 대하는 걸 꺼렸다.

그런 아이들의 그 천진난만 생기발랄함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이들은 시끄럽고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게 당연한 일이라는 걸 알고 있다.

그걸 좋아하지 않는다고 아이들에게 뭐라 할 수는 없었다.

중고등학생만 돼도 쌍욕을 박아줄 수도 있겠지만.

이런 애들에게는 무엇을 해도 내가 나쁜 놈이다.

나만 쪼잔한 놈 되고 이상한 놈이 된다.

커다란 난관에 부딪히는 순간이었다.

이대로 캐비닛 문을 닫고 나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미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고 말았다.

그냥 놓고 가자니 그건 솔직히 나라도 마음이 흔들렸다.

이 꼬맹이가 나이가 조금만 많았어도 이런 고민도 하지 않았을 텐데.

“......”

“......”

그런데 데려간다면 나에겐 커다란 짐 덩어리다.

이런 세상에 어떻게 처리할 방법이 없다.

원래 세계로 데려갈 수가 있으면 보육원 같은 곳에 보낼 수 있으니 편하겠지만….

난감했다.

‘어떻게 하지?’

일생에 이렇게 진퇴양난에 빠진 적이 얼마나 있었을까.

데리고 간다면 고생할 것이 눈에 보였다.

그렇다고 놓고 간다면 두고두고 찝찝할듯했다.

이런 꼬마도 살아남았으니 어딘가에 생존자가 있을 희망을 품어볼 수도 있겠지만.

‘시불…. 후….’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데려가고 생존자 집단이라도 있다면 거기에 던져주자.

아직 세상 물정 모르고 측은지심이 가득한 놈들은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어때. 따라올래?”

솔직히 따라오지 않겠다면 억지로 데려갈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내심 나를 거부하길 바라기도 했다.

날 거부한다면 이 아이를 두고 갔을 때의 찝찝함은 사라질 거 같았다.

싫다는 애 억지로 끌고 다니며 고생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그리고 이 아이는 평소처럼 이곳에서 지내면 된다.

뭐….

보급품 좀 넉넉하게 챙겨주면 나름 할 일은 다 했다고 할 수가 있지 않을까?

운이 좋으면 이 아이 마음에 드는 다른 생존자가 와서 함께 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꼬맹이는 내 기대를 배신했다.

그 자그마한 손을 뻗어 내 손가락을 움켜쥐었다.

“......”

‘후…. 어쩔 수 없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이를 보고 예측할 수 있는 건 이 좀비 사태가 된 지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다는 거다.

이 아이가 살아있다는 게 어느 정도 증거였다.

캐비닛 안에 과자 봉지가 흩어져 있는 걸 보니 식품 코너에서 좀비 몰래 과자 같은 걸 가져다 먹은 모양이었다.

“이름이 뭐지?”

“........”

대답이 없었다.

말을 못 하는 건지 내가 무서워하지 않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곤란했다.

“내가 하는 말은 알아들을 수 있나?”

-끄덕.

꼬마가 고개를 작게 움직였다.

산 넘어 산이구만.

선천적인 건지 후천적인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 다행히 내 말은 알아듣는 거 같았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긴 말을 하든 하지 않던 무슨 상관인가.

오히려 조용하니 좋을 수도 있겠다.

뭔가 말을 하라고 강요할 생각도 없었다.

이름도 모르니 그냥 꼬마라고 부르기로 했다.

일단 냄새가 너무 나서 마트에서 샴푸와 비누 목욕용품 등을 찾아와 생수로 목욕시켰다.

전기도 나간 세상이다 당연히 물도 나오지 않았다.

이 꼬마는 나도 못 한 생수로 목욕하는군.

너무 때가 많이 나와 어마어마한 양의 생수가 들어갔다.

상당히 럭셔리한 목욕이었다.

물은 인벤토리에도 있고 마트에도 꽤 있어 생수를 구하는 건 어려운 일은 아니었지만 어마어마한 낭비였다.

내 자식도 아니고 남의 애 목욕을 먼저 시켜줄 줄이야.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판다고 도저히 더럽고 냄새나서 이 꼬마를 그냥 데리고 다닐 엄두가 안 났다.

레벨업 하러 와서 애 목욕이나 시키고 있다니.

한숨이 나왔다.

다행인 건 애가 얌전하다는 거다.

애를 씻기고 애를 데리고 아동복매장으로 향했다.

처음엔 달려드는 좀비보고 몸이 굳더니 내가 창으로 쉽게 처리하는 모습을 보고는 금세 눈을 반짝이며 안정을 찾았다.

그리고 내 손에서 소환됐다 사라지는 창을 보고는 상당히 신기해하는 듯했다.

이건 하는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능력이긴 했다.

누가 봐도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꼬마 때문에 능력을 숨기는 불편함을 감수할 생각은 없었다.

아동복매장에서 옷을 구해 입혔다.

그래도 깔끔해지니 조금은 사람답게 변했다.

온종일 보모역할을 하다 보니 해가 저물고 있었다.

마트 안에 좀비가 없는 깨끗한 사무실을 찾아 대충 치우고는 텐트를 두 개 쳤다.

불편하게 옆에 애를 두고 잘 생각은 없었다.

혹시 몰라 스페어 텐트를 가지고 온 게 도움이 됐다.

유능한 불침번 수니도 있고 좀비가 들어올 만한 곳은 다 막아서 안전한 곳이니 따로 자도 상관이 없었다.

적당히 저녁을 먹고 자면 될듯했다.

마트 안에는 인스턴트 죽이 꽤 많았다.

애가 영양상태가 좋아 보이진 않았지만 그래도 오래 굶었으니 자극적인 거보다 죽이 낫겠다 싶었다.

유통기한 2024. 03. 24까지.

인스턴트 죽의 유통기한이 보였다.

지나진 않았겠지?

원래 세계가 2042년이다.

그리고 이 세계가 내 세계와의 시간 차이가 거의 20년 가까이 난다는 것도 알았다.

인스턴트 죽의 조리법은 삼분 카레와 비슷했다.

그냥 데우기만 하면 끝이었다.

냄새가 꽤 좋았고 맛을 좀 보니 괜찮을 거 같아 데워 먹였다.

꼬맹이도 맛이 괜찮았는지 나름 잘 먹는다.

꼬마는 죽을 잘 먹고는 배가 불렀는지 꾸벅꾸벅 졸았다.

안아서 텐트에 넣어 재웠다.

텐트 바닥에 깔린 건 상당히 고가의 매트리스다 잠이 잘 올 거다.

레벨업 하러 와서 갑자기 육아 체험이 되었다.

.

.

.

잠에서 깨니 옆 텐트에서 재운 꼬맹이가 내 위에 올라와 엎어져 자고 있었다.

내가 자는 사이에 온 듯했다.

내가 애들한테 먹히는 얼굴이었나?

‘그건 아닌 거 같은데….’

아이들도 미남 미녀를 알아보고 호감을 느낀다.

하지만 내가 잘생겼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얼굴도 아니었다.

“쿠울….”

꼬마 입에서 흘러나온 침이 내 가슴 위에 떨어진다.

‘아…. 더럽게 침….’

“......”

슬쩍 들어 옆에 눕혀놓고 텐트를 나왔다.

“돌겠군.”

어떻게 하냐.

꼬맹이는 여기다 짱박아 두고 이 근처 생존자가 있는지 좀 찾아볼까?

아니면 서울 쪽으로 가는 길에 찾을까.

-벅. 벅.

답답함에 괜히 머리를 긁적여본다.

아침은 적당히 치킨에 맥주를 차려 먹었다.

꼬마는 역시나 죽이었다.

그래도 이번에 어제와는 다른 전복죽으로 줬다.

꼬맹이는 내가 치킨 뜯는 걸 힐끔힐끔 보는 게 먹고 싶어 하는 거 같았다.

하지만 줄 순 없었다.

오랫동안 제대로 먹지 못한 모양이니 치킨 같은 것은 먹으면 안 될 거 같았다.

일단 일주일은 죽만 먹일 생각이었다.

의사가 아니라 잘 모르겠지만 그다음부터는 조금 자극적인 걸 먹여도 괜찮지 않을까.

과자는 괜찮으려나?

그곳에 있을 때 과자 같은 걸로 연명한 모양이니 괜찮지 않을까.

‘시불. 내가 왜 이런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건데….’

치킨을 뜯어 먹으면서 아이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했다.

나는 이 아이를 구해준 생명의 은인이다.

양심에 찔릴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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