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23화 (23/259)

-컹컹.

뒤에서 좀비와 개가 쫓아왔다.

앞을 가로막는 좀비는 대검으로 치워버리며 달렸다.

빠르게 계단을 뛰어오르며 아래를 봤다.

‘오려나.’

아까 그 죽은 놈을 생각하면 안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었다.

-컹컹!

아래에서 들려오는 개 짖는 소리가 그놈만큼 머리가 좋진 않은지 올라오는 거 같았다.

7층에서 멈춰서 계단 쪽에서는 시야가 닿지 않는 엘리베이터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굵고 거대한 창 궁니르를 인벤토리에서 꺼내 자리를 잡고 섰다.

[3미터.]

수니의 보고에 맞춰 준비했다.

-크르릉. 킁킁.

-터벅터벅.

냄새를 맡으며 천천히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다.

[2미터.]

정신을 집중했다.

‘일격에 끝낸다.’

[1미터.]

왼손은 가볍게 움켜쥐고 오른손은 창이 미끄러지지 않게 힘껏 힘을 주어 잡았다.

핏불의 커다란 머리통이 보였다.

그 순간 왼손을 길잡이 삼아 체중을 실으며 오른손으로 온 힘을 다해 창을 찔러 넣었다.

-팟!

순간 핏불이 빠르게 눈치를 챈듯했지만 내 창은 그것보다 빨랐다.

순식간에 오른쪽 눈을 꿰뚫고 머리뼈를 박살을 냈다.

-퍼석!

-털썩.

머리가 박살이 난 핏불이 쓰러졌다.

<하급 침식체 처리: 2 / 10 >

-컹컹.

남은 도베르만 한 마리가 동료의 시체를 밟고 그 위로 튀어 올라왔다.

빠르게 창을 그 벌어진 입속에 쑤셔 넣고 그대로 내리꽂았다.

-쿵!

입속에 창이 꽂힌 도베르만은 그대로 추락했다.

-켁!

“후읍!”

그리고 힘을 주어 창을 그 입속으로 밀어 넣었다.

-뿌드득.

창이 도베르만의 입속으로 비집고 들어가며 안에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그 경쾌한 소리에 멈추지 않고 힘을 주어 더 깊숙이 찔러넣었다.

-케케겍!

도베르만이 고통스러운지 개거품을 물었다.

-우두둑.

도베르만의 눈에 생기가 사라지며 축 늘어진다.

경험치가 들어오며 죽었다는 걸 알고 창을 인벤토리에 넣었다.

<하급 침식체 처리: 3 / 10 >

“후우….”

퀘스트 메시지를 보며 긴장을 풀었다.

‘아까 놈이 리더였나?’

이 두 놈은 아까 놈처럼 영리하진 않았다.

-콱!

어느새 뒤에서 조용히 다가온 한 좀비가 팔을 물고 늘어지고 있었다.

“에이씨. 더럽게 침 묻히고 있어.”

-퍽!

발로 차 넘어뜨리고 창으로 좀비의 머리를 부쉈다.

총알도 통하지 않는 피부다. 거기에 슈트까지 있다 허접한 좀비에 물려서 타격이 있을 수가 없었다.

“마석은?”

[3마리다 심장 쪽에 있습니다.]

귀찮더라도 마석은 캐야 했다.

F급 마석도 아니고 D급 마석이다.

소중한 경험치고 돈이었다.

통째로 인벤에 넣어볼까 했지만 흉측하고 더러운 괴물이다.

그리고 별로 돈이 될 거 같지도 않았다.

[인벤토리는 현실의 인식과는 다른 방법으로 작동됩니다. 시체를 넣더라도 인벤토리 안의 물건이 서로 영향을 주는 일은 없습니다.]

수니가 내 거리낌을 이해라도 한 듯 말했다.

혀를 빼물고 있는 흉측한 개들의 면상이 보였다.

“....그래도 넣기 싫군.”

안에는 내 식량도 있었다.

내 기분의 문제였다.

그 기분을 포기할 정도로 귀한 물건이면 모르겠지만 오랜 헌터 경험상 별로 돈이 될만해 보이진 않았다.

.

.

.

<로그아웃하시겠습니까?>

날이 밝고 활성화된 옥상의 세이브 포인트에 손을 대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일단 복귀하자.”

세이브 포인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익숙한 거실의 풍경이 보였다.

‘시간 차이는?’

복귀하고 시간을 보니 1분도 흐르지 않았다.

[제가 인식한 시간은 1초 정도 흘렀습니다. 정지해 있거나 아주 느리게 흐르는 상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니 말로는 많아야 1초 정도 흐른 거 같다고 했다.

나쁘지 않았다.

일단 이쪽 세계의 시간에 대해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거 같았다.

그런데 하루에 1초?

저쪽 세계는 이쪽 세계 1초에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는 건가?

1분이면 60일?

한 시간이면 3,600일?!

그건 시간 차이가 너무 나는 거 아닌가?

다시 돌아가 보기 전엔 알 수는 없었다.

다시 바로 들어갈 수는 있을까?

궁금해진 마음에 통로에 손을 대자 메시지가 떠오른다.

<23지구에 접속하시겠습니까?>

“판테라는?”

로그인으로 세계는 두 군데를 갈 수 있었다.

<세이브 포인트가 필요합니다.>

<23지구의 세이브 포인트를 삭제하고 판테라로 접속하시겠습니까?>

세이브 포인트가 일종의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인 모양이었다.

‘내가 판테라로 간다면 23지구 쪽에 다음에 갈 때는 접속 위치가 바뀌는 건가?’

[아마도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수니도 정확한 정보는 모르는 모양이었다.

이번엔 운이 좋아 안전한 곳에 접속한 거일 수도 있다는 말이다.

중급이상의 침식체 근처에 떨어졌을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랬다면 위험했을 수도 있겠는데.

접속 위치가 유지될 수도 있다.

현재 23지구의 접속한 지점은 안전한 곳이었다.

하지만 쓸데없는 호기심에 괜히 바꿔서 리스크를 짊어질 필요도 없었다.

좀비는 각성자 처지에서는 생각보다 큰 위험은 아니었다.

‘일단 판테라로 가는 거보다 안전한 23지구에 집중하는 편이 낫겠어.’

하급 침식체 몇 마리만 더 잡으면 보상도 받을 수 있다.

그렇다고 지금 당장 들어가기에는 저쪽 세계의 시간흐름도 확인을 해봐야 했다.

시간 차이를 확실히 확인하려면 여기서 시간을 좀 보내야 했다.

설사 23지구의 시간이 몇십 년이 지난다고 해도 나에게 별 상관은 없었다.

그쪽에 뭔가 중요하게 있는 것도 아니고 나의 세계는 이쪽이었으니.

전투하고 와서 그런지는 몰라도 조금은 성욕이 끓어 올랐다.

‘유나 보고 싶네.’

유나의 그 살결이 그리웠다.

전화번호도 받아놨다.

유나 성격에 전화하면 올 거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곳 시간으로는 막 헤어진 참이었다.

참아야 했다.

저쪽 세계에 다시 진입하면 바로 이동할 생각이었다.

이쪽 세계 시간의 부담이 사라졌으니 거리낄 건 없었다.

일단 컨디션을 관리할 필요가 있었다.

한밤에 몬스터와 실랑이를 벌였더니 조금 피곤한 감이 있었다.

따로 정비할 건 없었다.

소모품이라 봐야 간짜장 하나 먹은 게 전부였으니까.

‘일단 한숨 자야겠군.’

.

.

.

한숨 자고 좋은 컨디션으로 접속통로에 손을 댔다.

<23지구로 접속하시겠습니까?>

“가자.”

통로에 몸을 넣자 순식간에 환경이 바뀌었다.

아파트 옥상 바닥에 있는 시계를 들어 올렸다.

로그아웃하기 전에 바닥에 던져둔 거다.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았다.

두 개의 세계는 서로의 시간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 거 같았다.

“이럴 수가 있나?”

[서로 다른 차원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떤 원리인지 알 수는 없지만 뭐 나로서는 어찌 됐든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어느 쪽에서 시간을 보내던 부담이 없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일단 방향을 북쪽으로 잡고 이동을 시작했다.

서울이라면 대전의 북쪽에 있을 테니 대충 도로의 표지판을 보면서 가도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종종 튀어나오는 좀비를 때려잡으면서 한 시간 정도 걸으니 지마트라는 거대쇼핑몰이 보였다.

혹시나 있을 생존자를 찾기 위해서 그쪽으로 접근했다.

[하급 침식체 하나와 인간의 생명 반응 하나가 감지 되었습니다.]

“생존자?”

[주인님 세계의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면 그럴 가능성이 큽니다.]

스캔은 지마트라는 대형 쇼핑몰 안을 가리키고 있었다.

확인해 보니 몬스터와 생존자의 거리가 가깝지는 않았다.

그다지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생존자가 하나뿐이라는 게 마음에 걸렸다.

생존자 혼자 살아남았나?

살아남아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쇼핑몰은 유력한 후보 중의 하나였다.

먹을 거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유용한 물건들이 많아질 테니.

대단한 정보를 얻으려는 것은 아니니 한 명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면 마냥 나쁘지만은 않은 소식이었다.

창을 들고 쇼핑몰로 진입했다.

종종 달려드는 좀비들의 머리에 창이 꽂히며 수박처럼 터져나갔다.

대검이 아니라 창을 든 이유는 좀비들이 흉측하고 지저분해서 별로 가까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생존자의 반응은 지하 쪽인듯했다.

그리고 침식체는 위쪽에 있었다.

당연히 침식체 먼저 정리해야 했다.

언제 덮칠지도 모르는 놈을 두고 생존자를 찾을 수는 없었다.

침식체는 가까운 2층에 있었다.

수십 마리의 좀비들 사이에 커다란 덩치가 보였다.

3미터는 돼 보이는 살이 덕지덕지 부풀어 오른 인간형 뚱보 좀비였다.

별로 사냥하고 싶은 면상은 아니었다.

-크르르.

요란하게 좀비들 머리를 창으로 박살 내며 에스컬레이터에서 올라온 나를 발견하고 뛰어왔다.

-쿵. 쿵.

근처에 있던 좀비들이 볼링핀처럼 쓰러지고 뭉개졌다.

하지만 어제 괴물 개들에 비하면 상당히 둔했다.

창을 잡고 자세를 잡았다.

“후읍!”

달려오는 거대 좀비를 마주 보며 창을 힘껏 머리를 향해 찔러넣었다.

방심한 건지 진짜 둔한 건지 뚱보 좀비는 피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퍽!

그리고 깔끔하게 머리를 관통당했다.

둔한 모습을 보고 한번 강하게 찔러봤는데 깔끔하게 성공했다.

그 거대하고 더러운 몸이 앞으로 쓰러진다.

“으헉!”

그 모습에 기겁해 빠르게 뒤로 빠졌다.

-쿵.

하마터면 더러운 것에 깔릴뻔했다.

<하급 침식체 처리: 4 / 10 >

생각보다 쉽게 처리했다.

내가 강해진 건…. 아닌 거 같고 이놈이 방심했거나 둔한 거였다.

그나저나 개뿐만이 아니라 좀비 중에도 침식체가 있었군.

밑의 생존자는 이 대형 좀비 때문에 못 나왔던 건가?

하지만 괴물 개라면 몰라도 뚱보 좀비는 도망만 친다면 못 도망칠 것도 없어 보였다.

위험 요소도 처리했으니 이제 생존자를 찾으러 갈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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