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헌터 아저씨의 로그인 생활-20화 (2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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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나는 히어로가 아니다.

애초에 히어로는 저런 피라미는 취급도 하지 않는다.

녀석들의 불법을 조사하고 법의 심판을 받는 처벌을 하기 위해 노력을 들일 생각이 없었다.

애초에 저놈들은 그저 그런 피라미일 뿐이다.

바닥에서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들이다.

저것들 처리해봐야 세상은 변하지 않는다.

나만 귀찮아지지.

그놈들에게 유나의 아버지가 돈을 빌린 것도 사실이다.

그에게도 마냥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유나의 아버지 대부 거래 계약서는 돈을 주고 사 왔다.

유나도 내 것이니까 건들지 말라는 엄포도 놓고 왔다.

좀 억지를 부릴 수도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그놈들도 나름 납득할 수 있게 돈을 주고 정리했다.

다 때려죽인다?

그건 그거대로 일이 커진다.

내가 상당히 귀찮아질 가능성이 컸다.

돈이면 깔끔하게 해결되는데 쓸데없이 이런 일에 하나하나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여러모로 이게 제일 덜 귀찮고 깔끔했다.

딴생각하지 못하게 적당히 힘을 보여주고 나름 서로 합리적이고 깔끔한 거래.

이 짓도 각성하고 여유가 있으니 할 수 있는 짓이긴 했다.

이걸 어떻게 하나.

<대부 거래 표준계약서>

그 아이의 아빠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이럴 때 좋으라고 회사와 매니저가 있는 게 아닌가.

진아에게 처리해달라고 하면 될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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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들어가자 나가기 전부터 기절해 자고 있었던 유나는 여전히 곤히 침대에 누워있었다.

금요일 저녁부터 오늘까지 온종일 밥 먹는 시간 빼고 쉴 새 없이 물고 빨았다.

그걸 생각하면 이해가 가는 모습이었다.

그 침대에 들어가 부드러운 그녀의 몸을 끌어안았다.

푹신한 침대와 여체의 감촉이 좋았다.

“으흐 좋다.”

“으음….”

유나가 귀여운 앓는 소리를 내며 안겨 왔다.

불끈.

“이제 좀 그만 좀 해라. 이놈아. 마이 묵었다 아이가.”

내 품에 안겨서 자는 유나의 몸을 흐뭇하게 쓰다듬었다.

내가 수고할 가치가 있는 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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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를 집에 데려다주기로 했다.

아쉽기는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유나는 거절했지만, 그동안 성욕이 폭발한 내게 많이 시달렸으니 피곤도 할 테고 내가 미안한 마음도 조금은 있었다.

돌아가는 차 안에서 경매로 쓴 돈에서 사채 사장 놈에게 뺏은 3억을 유나의 계좌에 입금해 주겠다고 했다.

그놈에게 더 뺏을까 했지만, 유나와 연결해준 공을 생각해 자비로움을 보여줬다.

계약서는 내게 있으니 유나 아버지는 사채 사장 놈이 아닌 내게 갚으면 된다.

“왜 니가 대신 갚아 주려고?”

유나는 3억이라는 거금을 받자 내게 그 돈으로 아버지 빚을 갚는 데 보태겠다고 했다.

“예 지금까지 받은 은혜를 조금이라도 보답해야….”

“은혜? 무슨 은혜.”

부모와 자식 사이에서 잘 나오지 않는 딱딱한 말이었다.

“친자식도 아닌 저를 지금까지 입양해서 키워주셨으니까….”

‘흠. 양부모였나?’

이 애가 이렇게 자발적으로 몸 팔러 나온 거 보면 그래도 유나 입장에서 나쁘진 않은 부모였던 거 같다.

“그 은혜를 갚겠다는 건가?”

유나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애를 어떻게 하면 좋지?

“네 양아버지한테는 뭐라고 할 건데?”

“네?

“몸 팔아서 제가 빚을 좀 갚았어요. 라고 하려고?”

“아….”

유나의 얼굴이 붉어진다.

“어차피 무이자 무기한으로 할 거야. 네 양아버지가 갚아도 그만 안 갚아도 그만이야.”

유나가 놀라 물었다.

“그렇게 하셔도 돼요?”

“나한테는 푼돈이야. 네 아빠가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게 그냥 빚이라는 명목으로 달아만 둔 거지. 네가 신경 쓸 건 없어.”

유나는 안절부절못했다.

“그. 그래도.”

“이건 니가 잘못한 게 아니야. 대신 갚아야 할 이유도 없고. 그리고 이렇게 하는 게 너한텐 좋을 거다.”

“그. 그럼 이 돈은 도와주신 답례로 아저씨께….”

아직 어려서 그런가..... 이 아이가 쓸데없이 착한 건가.

“그건 정당한 대가야. 네 몸은 그만한 가치가 있어.“

내가 웃으며 말하자 유나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 그래도 이렇게 도와주셨는데….”

“그렇게 내게 은혜를 갚고 싶다면 가끔 우리 집에 와서 나랑 좀 놀아주면 좋지.”

“예? 놀아줘요?”

내가 유나의 탱글탱글한 몸을 보며 웃자 의미를 눈치챈 듯 고개를 푹 숙였다.

“네….”

들리지 않을 정도로 기어서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볼 거 안 볼 거 다 본 사이인데도 귀엽게 이러네.’

“어떻게 쓸진 네 마음이겠지만 부끄러운 돈이라느니 떳떳한 돈이 아닌 거 같다는 둥 쓰잘머리 없는 생각하지 말고 써라.”

유나라면 그런 쓸데없는 이상한 생각도 할 거 같아 미리 말해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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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가 주말 동안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진우는 불안함에 가슴이 답답했다.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앨리스라는 애의 전화번호는 물론 집도 당연히 모른다.

오늘 온다고 엄마한테는 전화가 왔다고 했다.

‘엄마한테는 매일 한 번은 전화했다고 하는데 왜 내 전화는 안 받지?’

‘내 전활 씹는 건가? 설마? 나와 이야기하기 부끄러워서?’

조금은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진우야. 멍하니 있지 말고 쓰레기 좀 버리고 와.”

엄마의 한마디가 진우의 상상을 깬다.

“예…."

쓰레기를 버리러 가던 진우는 아파트 주차장에 픽업트럭이 들어오더니 서는 것을 봤다.

그리고 운전석에서는 덩치가 큰 사내가 내렸다.

‘크…. 크다.’

키도 키였지만 타이트한 검은색 반소매 셔츠 위로 억지로 부풀린 근육이 아닌 남자로서 완벽할 정도로 잘 짜인 근육의 퍼포먼스가 눈에 들어왔다.

자기도 히어로가 되기 위해 열심히 운동은 하고 있어 몸이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저 사내를 보니 조금은 자신감이 줄어들었다.

‘그. 그래도 얼굴은 내가 낫지 않나?’

사내는 반대편으로 가더니 보조석에 앉아있던 여자를 안아서 꺼내줬다.

무심코 그 장면을 보던 진우는 눈을 부릅떴다.

그 여자의 얼굴이 익숙한 얼굴이기 때문이었다.

유나였다.

낯선 사내의 품에 안겨 차에서 내리는 유나의 모습에 진우는 얼어붙은 듯 굳었다.

특히 유나를 안고 있는 사내의 손이 엉덩이 부분을 움켜쥐고 있는 게 유난히 눈에 들어왔다.

‘유…. 유나?’

심장이 미칠 듯이 뛰었다.

세상이 빙빙 돌았다. 현기증이 났다.

유나가 사내에게 조심스럽게 인사하자 사내는 유나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어 주고는 차를 타고 떠났다.

유나의 표정은 살짝 상기되어 있었다.

사내는 이내 다시 픽업트럭을 타고 떠났다.

유나는 사내가 떠나는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 자신을 보는 시선을 알아차린 듯했다.

그제야 진우를 본 유나의 눈동자가 떨렸다.

“지. 진우야.”

진우는 날아가려는 정신을 간신히 붙잡아 물었다.

“유. 유나야. 바. 방금 그 사람….”

“어. 어....그. 그냥 아는 사람이야.”

“..........그.”

진우는 무언가 말을 해보려 했지만 얼어붙은 듯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진우는 유나와 어색한 침묵 속에 서먹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면서 진우는 끊임없이 고민했다.

‘호. 혹시. 내. 내가 뭘 오해한 게 아닐까?’

유나 말대로 진짜 그냥 아는 사이도 아닐 수 있었다.

유나는 거짓말을 할 아이가 아니다.

그냥 우연히 지인을 만나 차를 얻어 탄 거일 수도 있었다.

‘내가 유나의 지인들을 다 안다고 할 수가 있을까?’

진우는 사내에게 안겨 차를 내리던 유나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그 손.

유나의 엉덩이를 움켜쥐던 그 손!!

유나는 싫은 소리를 못 하는 성격이기에 추행당해도 그것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맞다! 이거다!

진우는 그제야 아귀가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런 아저씨와 유나는 어울리지 않는다.

유나보다도 나이가 훨씬 많아 보였다.

유나가 그런 틀딱을?

절대 그럴 리가 없었다!!!

그냥 오다가다 안면만 익힌 그렇게 친하진 않은 사이였을 거다.

유나는 거절을 잘하지 못하고 싫은 소리 못하는 착한 여자였다.

그놈이 그걸 이용한 거다.

‘허…. 바보 같은 놈!!! 그걸 보고도 멍청하게 서 있었다니!’

진우는 머리를 쥐어뜯었다.

진우는 그런 아저씨와 유나가 무언가 있다고 생각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자기가 지켜줘야 했다!

그놈의 손을 자신이 막아줘야 했다!

-까득!

진우는 이가 갈리는 소리에 자기가 지나치게 흥분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진우는 유나에게 미안해졌다.

정신이 없어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생각조차 하지 못했던 자신을.

‘한심한 놈!!’

진우는 죄책감과 자괴감이 들었다.

‘유. 유나한테 사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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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같아서는 일주일 정도는 더 데리고 있고 싶었다.

집에 주말만 있겠다고 하고 나왔다고 하니 보내지 않으면 귀찮은 상황이 벌어질 수가 있었다.

-쩝.

그래도 아쉬워 입맛을 다셨다.

유나를 집에 데려다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와 그동안 미뤄뒀던 로그인을 사용할 준비를 했다.

“후….”

가볍게 심호흡을 한번 했다.

<로그인하시겠습니까?>

“가자.”

<진입 통로를 설치해 주십시오.>

“진입 통로?”

그러자 눈앞에 투명하게 설치할 물건의 설치 시뮬레이션이 표시됐다.

“문?”

가로는 1m가 좀 넘어 보이고 세로 2.5m 정도 돼 보이는 커다란 직사각형의 판자 모양이 좀 커다란 문처럼 보였다.

거실에 설치해도 될까.

어차피 스킬이다.

설치가 가능하면 해제도 가능할 거다.

적당한 곳을 정해 설치를 실행했다.

지잉.

은빛의 물결이 치는 직사각형 모양의 통로가 생겼다.

문이라기보다 색깔은 게이트와 비슷해 보이기도 했다.

손바닥을 대본다.

손은 일정 이상 들어가지 않고 저항감이 있었다.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마스터 인증 완료.>

<접속할 세계를 선택해 주십시오.>

<23지구>

<판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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