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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어처구니없는 횡재에 끊임없이 고민했다.
[계좌에 100억이 입금됐습니다.]
사기는…. 아닌 모양이었다.
이게 사기라면 이런 사기는 당해볼 만했다.
[서비스로 세금 문제는 처리해 드렸다고 메일이 왔습니다.]
세후 100억이라니 지나치게 서비스가 좋았다.
“어떻게 생각해?”
[질문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계약을 한 이유가 뭘까?”
[뉴턴조차 천체의 움직임은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하지 못했습니다.]
“얼씨구 이젠 농담도 할 줄 알고 이게 광기라는 거야?”
매 순간 성장하는 수니의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지금 당장 주인님이 계약을 해지한다고 하더라도 100억은 주인님의 것입니다.]
“......확실히 미친 거 같기도 하군.”
[그래도 이유를 찾는다면….]
“찾는다면?”
[주인님께 호감을 느끼고 있다면 이해가 됩니다.]
호감이라면 내게 첫눈에 반했다는 소리다.
그녀와의 만남을 되짚어 봤다.
그럼 이해가 되려나 싶었지만 나를 대하는 태도를 봤을 땐….
“.....그건 아닌 거 같은데.”
[그럼 광기로 해두겠습니다.]
“내 능력이 뭔지 알고 있다면?”
다른 의문을 수니에게 던져본다.
[그것도 말이 되지 않습니다.]
“왜?”
[주인님의 능력을 알고 있고 이용할 생각이라면 좀 더 주인님을 확실히 묶어두는 계약을 했지, 이런 계약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혹시…. 미래를 알고 있다거나?”
[미래 말입니까?]
“미래에 내가 엄청난 헌터가 되는 거지. 이런 능력을 갖추고 못 하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오히려 그게 더 말이 되는군요. 하지만 제가 미래를 알고 있다면 각성자 매니지먼트보다 다른 일을 하겠습니다.]
“다른 일?”
[각성자 매니지먼트사도 결국은 회사입니다.]
[이윤을 추구합니다.]
[그렇다면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각성자들의 비위를 맞춰주는 일보다 미래를 알고 있다면 투자 쪽이 더 편하고 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겁니다.]
여전히 알 수가 없군.
“뭐 어찌 됐든 100억 공돈이 생겼으니 좋게 생각하는 게 좋겠지.”
고민해봐야 의미가 없다면 포기하는 게 좋다.
[맞습니다. 주인님의 리스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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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저희도 기다리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단발머리를 올백으로 넘기고 금테 안경을 쓴 30대 정도의 사내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말했다.
사내는 목에는 금목걸이에 화려한 티셔츠를 입어 상당히 튀는 복장을 하고 있었다.
“죄. 죄송합니다. 조 조금만 기다려주시면!”
후줄근한 양복을 입고 피곤함에 초췌한 모습의 만수는 연신 그 남자에게 고개를 숙였다.
“후…. 선생님 그 말 지금 몇 번짼지 아십니까? 저희도 인내심이라는 거에 한계가 있어요.”
“죄. 죄송합니다.”
만수는 사내에게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때 만수에게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는 익숙한 청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
하얀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청초한 미소녀가 그곳에 서 있었다.
만수의 딸인 유나였다.
품이 넓은 셔츠를 입고 있음에도 그 풍만감은 감출 수가 없었다.
“어? 유. 유나야? 여 여긴 어쩐 일이니?”
여기는 자기 집이 있는 아파트 근처였다.
유나가 지나가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만수는 갑작스러운 딸의 목소리에 당황해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아카데미 끝나서….”
정신이 없어 딸이 아카데미 끝날 때라는 것도 모르고 이런 곳에서 애가 들어서 좋을 게 없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는 자책에 빠졌다.
“그. 그러니? 피곤하지? 어서 들어가 쉬렴.”
딸에게 이런 모습을 보인 건 잘못됐지만 일단 어떻게든 얼버무려야 했다.
“예…. 에.”
유나는 떨떠름하게 아버지에게 떠밀려 갔다.
잘록한 허리와 착 달라붙은 청바지에 보이는 풍만한 엉덩이 그 뒷모습을 보는 화려한 티셔츠의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입술을 핥았다.
“자녀분이 참 예쁘시네요.”
“네? 서 선생님 제 제발 제 딸은 건들지 말아주십시오!”
만수는 사내의 그 소리에 왠지 모를 불안감에 애원했다.
“어허…. 제가 무엇을 한다고 했습니까? 저런 예쁜 딸을 위해서라도 사장님이 분발하셔야지요.”
“네? 네. 네. 죄송합니다.”
“저도 사람입니다. 이번 한 번만은 딸을 봐서라도 연기해 드리죠. 저도 저만한 여동생이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사장님.”
만수는 석연치 않았지만, 더 유예기간이 생겼다는 사실에 조금은 안심했다.
“네. 네. 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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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시발!!”
쌍욕을 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미치겠군.’
오늘 또 쌌다.
두 번이나 빼고 잤다.
그런데 하반신에서 느껴지는 흥건한 허연 액체에 불쾌감이 상승했다.
한나가 꿈에 나왔으면 이해라도 하지 그냥 싸질러졌으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돌겠군.”
여자를 들여야 하나 싶었다.
그렇다고 이 나이에 연애하기에는 귀찮았다.
“몸에 이상이 있나….”
[몽정이라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 나이에 몽정이라니 기뻐해야 할지…. 는 개뿔 불쾌감 빼곤 없다.
“아니야 이거 말이 안 돼. 분명히 두 번이나 빼고 잤는데….”
[자위의 횟수를 늘리신다면 해결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각성으로 정력은 좋아진 거 같은데 쓸 일이 없으니 이런 대참사가 났다.
혼자 몽정하지 않기 위해 수십 번의 자위를 하는 내 모습이 떠올랐다.
.....그건 아닌 거 같았다.
“여자를 찾는 게 나을 거 같다.”
[여자…. 를 찾습니까?]
“그래. 돈이라면 이젠 많아. 이 세상에 돈이라면 못사는 게 없어.”
[이해했습니다. 성매매를 말씀하시는 거였군요.]
성매매는 그다지 선호하지 않았다.
직업여성 특유의 그 소울 리스함이 뭔가 마음에 안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찾는다고 지금은 그런 거 따질 때가 아니었다.
“요즘 인터넷 열심히 하지? 그걸로 좀 찾아봐.”
[네. 알겠습니다.]
한데 수니가 인간의 미적 기준을 판별할 수가 있을까?
“잠깐.”
[네. 말씀하십시오.]
막상 정해주려니 인공지능인 수니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막막했다.
“아니다. 하던 일 해라.”
[알겠습니다.]
그냥 일단 시켜 보고 나중에 판단하는 게 나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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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는 카페에 낯선 남자와 함께 있었다.
그는 교활하게도 유나가 안심하고 따라올 수 있게 사람이 많은 카페를 골랐다.
안면이 없지는 않았다.
귀갓길에 지나가며 봤던 양아버지가 연신 고개를 조아리던 그 남자였다.
행색이 워낙 특이해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양아버지를 언급하는 그 남자의 말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게 했다.
“이게 뭐죠?”
남자가 내미는 종이를 힐끗 본 유나가 물었다.
“유나 양 아버지께서 빌리신 사채입니다.”
“사. 사채요!?”
유나는 자세히는 모르지만, 사채를 빌려 쓴 사람들의 끝이 썩 좋지 않다는 건 여기저기서 들어와서 알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조아리던 양아버지의 행동도 이해가 갔다.
“네 안타깝게도 연체가 꽤 밀려서 말입니다….”
“그 그걸 왜 저한테 말씀하시죠?”
왜 자기에게 이런 걸 말한단 말인가.
“그래도 가족이니까 아셔야 하실 거 같아서….”
사채라는 이야기가 나온 순간부터 유나는 왠지 저 남자가 무서워 자리를 빨리 뜨고 싶었다.
“저…. 저 가볼게요.”
유나가 일어서자 남자는 그제야 생각난다는 듯 말했다.
“아! 혹시 아버님께서 꽤…. 여러 개의 생명보험! 을 들어놓으신 건 아십니까?”
자리를 뜨려던 유나는 흔들리는 눈빛으로 엉거주춤 다시 앉았다.
“새. 생명보험이요?”
그 말에 유나는 자리를 그냥 뜰 수 없었다.
“아이고…. 저희가 사채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 목숨은 귀한 줄 아는 놈들입니다.”
남자는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혹시나…. 그깟 얼마 되지도 않는 사채 때문에 아버님께서 극단적인! 선택하실까 봐…. 걱정이 되어 유나 양에게 말씀드리는 겁니다.”
유나는 창백하게 질렸다.
“아버님이 빌린 돈은 목숨! 을 버릴 정도의 가치가 있을 정도로 큰돈이 아닙니다. 돈보다는 사람 목숨! 이 먼저 아니겠습니까. 하하.”
요즘 유난히 피곤해 보이던 양아버지의 얼굴이 떠올랐다.
“아버지….”
유나의 그 모습에 남자는 대견하다는 듯 말했다.
“유나 씨라면 아버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하실 수가 있습니다.”
“제가 뭘….”
남자의 뱀 같은 눈이 유나를 훑었다.
소름이 끼치면서 둔하다는 소리를 듣는 유나도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 안 돼요!”
유나는 자신도 모르게 양손으로 가슴을 가리며 소리쳤다.
“유나 양은 단 한 번! 으로도 아버님의 빚 대부분을 청산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 한 번이요?”
“네. 단 한 번!”
유나는 한 번에 그 많은 돈을 갚을 수 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아이고 유나 양. 저희는 절대 강요하지 않습니다. 유나 양의 선택을 존중합니다. 그래도 혹~시나 생각이 있으시다면 이 번호로 연락을 주십시오.”
그러면서 남자는 명함을 건네며 떠나갔다.
<양규 투자회사 대표: 최양규.>
유나는 멍하니 명암을 쥐고는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