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하렘 in 여관-3화 (3/352)

〈 3화 〉 2. 목욕

* * *

계단을 오르는 리젤다를 향해 말했다.

“참고로 장비 관리도 해주는 데 필요하면 말해라. 1인당 동화 한 개면, 내일 아침에는 새것처럼 보이는 장비를 받아보게 해줄 테니.”

“흐음…. 그것도 끌리는데? 그건 일단. 목욕부터 해보고.”

리젤다는 웃으며, 울상인 벨릭의 귀를 다시 잡아끌고는 계단을 올라가 버렸다.

손님들이 왔으니. 우선 화덕에 불을 지펴 솥에 물을 올리고, 나의 여관 서비스의 회심작 목욕탕으로 향했다.

내 목욕탕은 원래 있던 큰 헛간을 고쳐서 만들었는데, 한 달 동안 이걸 만들기 위해 얼마나 개고생했는지 모른다.

일단 목욕통을 만들기 위해서, 늪지 트롤이 식사용으로 쓰는 거대한 무쇠솥을 샀다. 웬 미친놈들이 늪지 트롤 부족 사냥하다 나왔다는데. 철은 비싼 편이기에 도시 까지, 가져가서 팔겠다고 여기까지 끌고 온 것을 내가 보자마자 사 버린 것이다.

이걸 수레까지 만들어서 여기까지 끌고 오다니! 세상에는 미친놈이 생각보다 많다.

트롤은 이 솥에 사람, 고블린 같은 먹을(?) 걸 잡으면 두세 명쯤 집어넣고 푹 삶아서 먹기도 하는데. 앉으면 사람 목까지 오는 깊이에 좁게 앉으면 넷까지도 앉을 수 있으니 목욕통으로 완벽했다. 이것을 헛간으로 옮기고 땅에 파묻어 발등 높이 정도만 나오게 하고, 주변에는 나무판을 깔아 두었는데. 옆에는 비슷한 크기의 목재로 만든 냉탕도 준비되어있다.

“이미 물은 채워두었고….”

물 상태를 확인하고 여기에 끈 묶은 라바락을 집어넣는다. 라바락은 화산이나 용암지대에 나오는 라바터틀이라는 용암 속에 사는 거북이가 가끔 배 속에 가지고 있는 주먹만 한 돌덩이인데. 평소에는 그냥 돌이지만 물만 닿으면 열기를 내뿜어서, 귀족들이 목욕하는 데 사용한다고 한다.

용암지대에서 이걸 발견하고 따듯한 목욕을 할 수 있음에 얼마나 감사했던지, 끈에 묶은 라바락을 솥에 던져 넣고 다시 재빨리 부엌으로 향했다.

부엌의 솥에 물이 끓어오르고 있었다. 끓는 냄비 위에 찜기를 올리고 돌 같은 빵을, 톱 같은 칼로 잘라 몇 덩이 올린 후에 뚜껑을 닫는다. 옆에 달구어진 빈 솥에 버터, 양파를 썰어 넣고 갈색이 될 때까지 볶는다.

그리고 건식으로 염장해둔 염소 고기를 창고에서 꺼내와 큼지막한 크기로 썰어서 넣는다. 여기에 포도주를 한 컵 정도 넣고, 고기를 조리듯이 볶는다.

고기가 익어가는 틈에 텃밭으로 가서 토마토와 감자 채소 몇 가지를 가지고 온다. 토마토는 깨끗하게 씻은 후 칼집을 내어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여러 번 잘라서 고기가 졸고 있는 솥에 넣어주고, 나머지 야채들은 큼지막하게 잘라 넣어준다. 그리고 물을 지금까지 넣은 재료의 3배 정도 넣어준다.

이러면 저녁 식사는 준비 끝.

나는 바로 2층으로 리젤다 누님을 부르러 갔다.

별 한 개방을 두드리니 털북숭이가 나온다. 이놈에게 누님들 다 씻으면 다시 부르러 오겠다고 말하고 옆에 별 두 개방을 두드리니. 날카로운 눈매의 리젤다 누님이 머리를 내민다. 뒤로 묶었던 남색 머리는 풀어서 허리까지 치렁거리고, 비치해둔 린넨 가운을 몸에 걸쳤는데.

‘곡선이….’

마음속에 누님의 서비스에 대한 감사가 절로 나왔다. 역시 뭘 좀 아시는 누님이었다.

리젤다 누님 뒤로는 엠마가 따라 나왔는데 아무래도 가운만 입고 있는 게 부끄러운지. 얼굴이 발그레하게 물든 모습이었다.

“그래? 준비는 다 되었고?”

리젤다 누님이 눈웃음을 치면서 말했다. 날카로운 인상이었는데 웃는 얼굴은 요녀가 따로 없다.

나는 애써 태연한척하면서 말을 이어갔다.

“물론! 실망하지 않을걸?”

나는 둘을 안내해서 목욕탕으로 향했다.

그때 내 절룩이는 다리를 보고 엠마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저……. 그, 다리가 불편하시면, 등을 제가 들까요? 다친 지 얼마 안 되신 거면 봐 드릴 수도 있는데요?”

엠마는 내 다리가 불편해 보이니. 내가 손에 든 등을 대신 들어주려 하는 것 같다.

아무리 사제라도 모험가 사제는 돈 없는 호의는 잘 베풀지 않는데 다리까지 봐주겠다니. 사제가 된 지 얼마 되지 않았거나 워낙 성품이 착하거나,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대수림에 사는 독사 에키젤에게 물린 거라서….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에키젤은 마수의 일종이라 마수의 독에 녹은 근육은, 포션이나 신성 치료로 잘 치유되지 않는다. 뭐, 성녀나 대 신관쯤 되면 모르겠지만, 나한테 그런 높은 분들 만날 기회는 없으니….

“네? 에키젤이요?”

엠마는 꽤 놀란 눈치다.

그때 옆에서 리젤다가 자연스럽게 내 팔에 팔짱을 끼며 미소를 지으면 말한다.

“흐음~ 이거 주인장, 예전에는 잘나가는 모험가나 용병이었나 본데. 대수림 심계에게 서식하는 에키젤을 만나기까지 했다면, 우리 털북숭이 벨릭 오늘 초상 치를 뻔한 거 내가 살린 거네?”

누님이 팔짱을 끼자 체향이 확 느껴진다. 두 달이나 대습지에서 사냥했다는데 체향이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다.

나는 상대의 호의를 거절하지 않는 동방예의지국 출신이니. 팔짱을 풀려는 그런 무례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두 여자의 질문에 대답하면서, 한편으로 리젤다 누님의 부드러운 가슴을 느끼면서 목욕탕까지 향했다.

약간은 굳은 걸음으로….

이 누님 눈매는 무섭게 생겼는데, 계단 내려올 때 힘들까 봐 자연스럽게 부축해 주기도 했다. 나는 누님의 배려에 두 배, 세배, 마음속으로 감사했다.

목욕탕에 도착해 물 온도를 확인하고 라바 락을 건져냈다.

수건 함에서 수건 두 장을 꺼내 한쪽 편에 놓아둔 후, 작은 수건 한 장을 더 꺼내 몸을 닦을 때 쓰면 된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허브를 식물 오일에 담가 향을 낸 것을 한 병 꺼내준다. 목욕탕 사용에 대한 주의사항도 몇 가지를 말해줬다. 꼭 샤워하고 탕에 들어가고, 다음 사람을 위해서 깨끗하게 사용해 달라는 그런 것 말이다.

두 여자는 토끼 같은 눈으로 날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경청했다.

설명이 다 끝나고 리젤다와 눈이 마주쳤는데, 얇은 리넨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느낀 그녀의 부드러운 가슴이 생각나 잠시 정신을 놓고 보고 말았다. 그렇게 잠시 정신을 놓았는데, 어색한 침묵과 시선이 느껴졌다. 나도 리젤다와 엠마도 서로 어색하게 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잠깐 후에야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아참! 자리를 비켜 드려야지.’

“크흠…. 그, 다 끝나시면 수건으로 몸 닦으시고, 가운 입고, 저기 벽에 달린 줄 당기시고, 방으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그, 가운 입고 식사 내려오시기 불편하시면 제가 식사 방으로 가져다드립니다.”

나는 얼른 화제를 돌리고 뒤돌아 나가려는데, 엠마가 등 뒤로 식사를 방으로 가져다 달라며 부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리젤다 누님의 예쁜 웃음도….

귀가 화끈거리는 느낌이 난다.

모험가 생활하면서 여자를 몇 번 만나봤지만 길게 만나지는 못했고. 대도시에서 몸 파는 여자를 구하는 것도 내 스타일은 아니었기에, 전생이나 현생이나 여자에 대한 내성이 좀 적었다.

벌써 서른두 살이나 되었는데, 여긴 이 나이면 벌써 애 셋은 낳아야 하는데.

이러다가 대마법사로 전직하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을 해봤다.

부엌에 도착하고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내 특제 스튜는 열심히 끓어서 어느 정도 물이 줄어든 상태였고, 조금만 기다리면 제일 맛있어질 상태일 것 같다고 생각할 즈음에, 목욕이 끝났다는 종이 울렸다.

종이 울리고 욕탕으로 가니. 두 여성분의 몸에서 나왔다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의 때가 물 위로 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와… 이게 전생에서 말하던 업계 포상 그건가?”

헛소리를 뱉으며, 때 좀 건져내고 물 더 넣고 라바락 다시 넣고 나온다.

부엌에서 2인분 식사를 준비한다. 나의 특제 스튜를 한 그릇씩 퍼 담고, 찜기에 한 번 쪄서 부드럽고 따듯하게 만든 빵을 적당히 옆에 놓았다. 서비스로 포도주 한 잔씩과 사과도 한 개씩 올려 리젤다와 엠마의 방으로 넣어줬다. 쟁반을 받아드는 엠마와 리젤다가 호들을 떨어댔지만, 그녀들을 뒤로하고 옆방으로 향했다.

옆방의 털북숭이랑 창잡이 마틴인가를 불러서 목욕을 안내해 준다. 이놈들에게도 목욕 설명을 해주고, 밥은 다 씻고 가운 입은 채로 식당까지 내려와서 먹으라고 말해줬다.

한참 후 목욕이 끝났다는 종소리가 들리기에, 식사 2인분을 테이블에 차려두고 목욕탕 정리를 하고 왔는데. 두 놈이 식기를 들고 부엌 앞을 기웃거리고 있다.

“뭔데?”

털북숭이 놈에게 말하자, 털북숭이 놈이 불쌍한 표정으로 숟가락을 빨면서 말한다.

“그…. 호, 혹시. 더… 먹을 수 있나?”

그래, 뭐….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고, 난 말없이 놈의 손에서 그릇을 받아들고. 그릇 가득 스튜를 담고 한 손에는 아직도 따끈하고 큼지막한 빵을 한 개 쥐여 주었다. 그리고 옆에 있는 마틴 뭐인 놈도 마찬가지로 더 주었다.

식사 중 아쉬워하는 눈치라서 맥주도 큰 잔으로 하나씩 서비스해 주자, 털북숭이가 연신 고맙다고 말했지만. 미개 털북숭이 따위의 감사는 감흥 없을 뿐이었다. 이놈들은 이렇게 세 번을 먹고 방으로 올라갔다.

이 층에는 식사 후 식기를 내놓으라고 했으니 식기를 가지러 올라갔는데, 이층 방문 앞에 식기는 마치 설거지해 놓은 것처럼 그릇에 윤기가 나고 있었다. 놓인 식기를 치우려 하자 내 인기척을 느꼈는지 방문이 열리면서 엠마가 얼굴만을 살짝 내밀었다.

그리고 나의 저녁 식사를 찬미하며, 장비 손질을 부탁했다.

“그, 저녁 정말 감사하게 먹었습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음식 정말 처음이었어요!

“그, 음식 무엇이라고 부르는 건가요?”

“네? 그게 스튜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먹은 그 수많은 스튜는 그럼 무엇인가요?”

“아…. 아 참. 그리고 언니가 잠들기 전에, 장비 손질 부탁하셔서 그런데. 부탁해도 될까요?”

나는 이 발랄한 아가씨에게 붙잡혀서, 그녀의 질문들에 하나하나 대답해줄 수밖에 없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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