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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렘 in 여관-2화 (2/352)

〈 2화 〉 1.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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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를 여행하며 느낀 불편한 점을 이야기하자면 끝도 없겠지만, 그중 가장 심각한 문제를 꼽자면 식사, 잠자리, 목욕 세 가지를 들 수 있겠다.

첫 번째, 식사에 대해 언급하건대 내가 한국인이었기에 김치와 쌀밥이 생각나는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애초에 이 동네의 문제점은 ‘스튜’라는 그 망할 음식에서 비롯되었다.

이곳의 스튜는 양파를 볶다가 갈색으로 노릇하게 익으면 볶은 루와 큼지막하게 자른 고기를 넣고, 토마토 , 허브 , 감자와 샐러리와 당근을 넣고, 포도주에 푹 끓이는 여느 방식과 완전히 달랐다.

마녀가 물약 만들 때나 쓰는 그런 엄청난 무쇠솥 안으로 어제 물고기가 생겼다면 물고기, 어제 누가 사슴을 잡아서 남은 부위를 줬다면 사슴, 거기에 이름 모를 야채들을 넣고 여관 주인이 계속 벽난로에 끓여 댄다. 스튜가 졸아들면 물을 붓고, 건더기가 줄어들면 무엇이든 재료를 추가해서 계속 끓여 만들어 낸다.

그러다가 여관 손님이 식사하러 내려오면 나무 대접 한 개와 수푼 한 개를 쥐여 준다. 그럼 벽난로 안에서 끓고 있는 솥에 가서 스튜를 국자로 직접 퍼 먹으면 된다.

어느 여관을 가더라도 스튜의 색은 흑색 또는 갈색의 기름기가 둥둥 뜬 그 무엇으로 통일되어 있었고.

그래서 별명도 하나 존재한다.

바로 영원의 스튜이다.

영원히 끓는다고 하여….

그리고 머리통을 내리치면 오크 정도는 한 방에 처리할 수 있을 법한, 돌덩이보다 더 단단한 빵 한 조각이 식사에 함께 추가된다.

이 빵은 보통 호밀이나 보리 또는 둘을 섞어서 만든다. 평민에게 있어서 밀 빵은 아주 귀한 날에나 먹는 음식이다. 귀족쯤 되면 매일 먹을지 모르지만. 보통 평민이 접하는 빵의 경우 만든 지 오래되면 아주 단단해지는데, 잘못 먹었다가는 진짜 이가 나간다.

온 사방 몬스터와 각종 이계 생물들이 판치는 이곳에서, 나무를 구하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동네 나무꾼은 그래서 여럿이 몰려다니는 편이다.) 그런데 집마다 화덕을 만들어서 매일 빵을 굽는다? 평민에게 그건 절대로 불가능한 행위였다.

따라서 일반적인 규모의 마을은 대개 빵집 자체가 없고, 화덕도 보통 마을 촌장 집에 있다.마을 사람들은 이 대형 화덕 앞으로 한 달에 한 번쯤 모인다. 그렇게 화덕에 불씨가 아직 살아 있을 때까지, 2~3일에 걸쳐 다 같이 구운 빵을 한 달 내내 먹는다.

이런 사정으로 갓 구운 말랑한 빵을 접하는 것은 단 며칠뿐이고, 빵은 시간이 지날수록 돌처럼 단단해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식사는 돌덩이 같은 빵을 스튜나 죽 등에 적셔 먹게 된다.

보통 습도가 높은 날이 계속되면 빵은 상하기 쉬워진다. 게다가 여관이 식자재 관리를 잘할 리 없으니, 그곳에서 제공하는 것들은 단단함은 둘째치고 어느 정도 곰팡이를 포함하고 있기 마련이다.

정체 모를 영원의 스튜에 곰팡이핀 돌덩이를 넣어 먹는 것, 그것이 모험가의 여관에서 보내는 아침과 저녁이라 보면 된다.

두 번째로, 잠자리를 논하자면 노숙은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고, 여관에서의 하룻밤은 ‘내가 왜 돈을 내며 이런 고생까지 해야 하나’ 하는 후회를 불러일으킨다.

보통 여관의 침대는 짚을 채워 끈으로 묶어 만든 매트 위에, 가죽을 올려 지푸라기가 등을 찌르는 걸 막고 위를 천으로 덮어서 마무리한다. 부실한 구조상 사람이 자고 가면 지푸라기로 만든 쿠션이 꺼지기 마련이다. 매번 쿠션감을 확인하고 다시 끈을 묶어 주지 않으면, 침대 중앙이나 손님이 자주 앉는 부분이 주저앉아 버린다.

그런데 이 여관 주인 새끼들은 어지간해서는 지푸라기 관리를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좀 과하게 움직이면 묶어 두었던 끈이 다 풀려 있는 상태가 되어, 이게 헛간인지 침대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고 만다.

더군다나 전생 호텔이 아니라 모텔급만 되어도, 사람이 나가면 시트 정도는 빨아 주는 것이 일반적이지 않던가. 그럼에도 여긴 시트가 젖어서 곤란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교체를 하는 법이 없다. 그 때문에 온갖 체액이 마른 냄새라든지, 내부 지푸라기에 곰팡이가 피어 곰팡내가 진동한다든지 하는 끔찍한 상태를 자랑한다.

세 번째로, 목욕을 설명하자면, 평민, 특히 모험가들은 제대로 씻을 기회가 거의 없다.

대중목욕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보통 여관에서 하루 묵을 때 따로 요청하면 나무통에 더운물을 가득 채워서 준다. 나무통과 함께 제공된 수건 한 장에 더운물을 적셔서 몸을 닦는 것이 바로 여관에서의 ‘목욕’이다.

그게 싫다면 남자의 경우 우물이나 개울을 찾아 홀딱 벗어야 하고 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눈길이 드문 밤중을 이용한다.

이런 실정에서 몸이 잘 씻길 리가 없고, 자주 씻지도 못한다. 그러니 아무리 예쁘장한 여자 모험가라도 가까이 가면 냄새부터 난다. 특히나 가죽이나 솜, 철제 갑옷 등을 입은 모험가는 정말이지 끔찍한 냄새를 풍겨 댄다.

이러한 이유들을 바탕으로, 나는 용병에서 은퇴한 후의 진로를 확고부동하게 정했다.

그것은 바로.

여관 주인!

전생으로 따지자면 주막 주인…? 주모…?로 나의 은퇴 후 직업을 결정한 것이다.

그렇기에 15년간 여행했던 여러 후보지 가운데, 가장 성장 가능성이 높고 식자재가 풍부하며 수량이 풍부한 곳을 골랐다. 그곳이 바로 여기! 내가 여관을 구매하고 전 재산의 2/3를 투입하여 시설을 확충한,

엘프 눈물 여관인 것이다.

“누구든지 손님으로 오기만 해 봐라. 지금까지 느끼지도 받지도 못했던 서비스로, 너희를 내 여관의 중독자로 만들어 주마!”

그렇게 개업(??) 후 며칠째 발길이 없는 여관에서 헛소리를 하고 있을 때, 갑자기 여관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모험가가 첫 손님으로 등장했다.

그들은 여성 둘에 남성 둘로 이루어진 모험가 무리였는데, 앞에 있는 대늪지에서 한동안 사냥을 했는지 몰골이 끔찍했다. 부츠에 말라붙은 진흙을 바닥에 질질 흘리며 등장한 4인조를 향해 반갑게 인사했다.

“어서 오십쇼.”

“4인 하루, 2인실 2개.”

리더로 보이는 털북숭이 새끼는 인사도 없이 제 할 말만 내뱉는다.

뭐, 그럼 어떠리. 며칠 만의, 그것도 첫 손님인데.

나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네! 1인당 2 동화, 총 8 동화 되겠습니다.”

“아니, 무슨 여관 1박에 동화를 2개씩이나 받아?”

털북숭이 남자가 말도 안 된다는 표정으로 소리친다.

“분명 우리가 들어갈 때만 해도 동화 1개였다고!”

이 새끼가 감히 초면에 반말을 한다. 그렇다면야, 나도 더 이상 곱게는 말이 나올 수 없다. 이 동네에서 칼 밥 먹는 새끼들은 보통 예의범절을 모른다. 동방예의지국 출신인 내가 감히 참기 어려울 정도로 말이다. 따라서 똑같이 응수해 주었다.

“영감님 돌아가신 지가 벌써 두 달째고, 이젠 내가 여관 주인이야.

그러니까 앞으로는 동화 2개야. 물론 따듯한 물로 씻을 수 있는 목욕이 포함된 값이다. 그게 싫으면 노숙이라도 하든지?”

나는 늪지대에서 개고생한 모험가를 위하여 목욕 서비스를 추가했는데, 이 세계 새끼들은 애초에 잘 씻지를 않기에 이게 뭐가 좋은지도 모르니 답답했다.

“뭐? 고작 뜨거운 물 한 통 주는 게 1 동화라고?”

“그리고 씻는 거야 냇가나 우물에서 하면 되지, 그게 무슨 동화를 1개씩이나 더 받아야 할 이유라고!”

저 더러운 새끼는 온수 목욕과 냇가에서 씻는 걸 동급으로 취급하는 야만인이다. 좌우지간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놈이다.

“그럼 꺼지시든지. 여태 노숙한 김에 하루 더 노숙하고, 그란 폴까지 가서 동화 1개짜리 여관에 묵으면 되지 않겠어?”

그란 폴은 여기서 하루 거리에 있는 도시인데, 남부 대습지 관문 도시라는 타이틀을 달 만큼 이 주변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현재 내가 정착한 이곳이 대습지와 그란 폴 중간 지점에 속한다. 둘 다 하루 정도면 닿을 수 있는 거리고. 하루만 투자하면 대도시로 가서 더 좋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다 보니 내 여관에는 손님이 드물 수밖에 없었다.

뒤돌아선 털북숭이가 자기 파티원들을 선동하고 있었다.

“이런 비싼 곳에서 하루 묵느니, 차라리 그란 폴로 가자!“

하지만 파티에 둘이나 있는 여자분들의 생각은 다른 듯했다.

“야! 벨릭! 넌 그럼 하루 더 노숙해! 난 노숙이라곤 지긋지긋하니까. 두 달 동안 늪지대 구정물에서 씻은 나더러 그란 폴로 들어가라고?” 난 그냥 동화 한 개 더 주고, 여기서 좀 사람답게 지내다가 그란 폴로 갈래,“

“저번처럼 호크 파티 새끼들이 냄새난다며 길드 입구에서부터 코 잡는 꼴은 도무지 못 보겠어!”

남색 머리의 눈매가 날카로운 궁수 누님이 털북숭이에게 매섭게 말하고 있었고, 그 옆의 사제로 보이는 밤색 머리 주근깨 여자도 고개를 연신 끄덕거리면서 그녀의 의견에 동조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온 손님을 털북숭이 때문에 놓칠 수는 없는 일. 나는 이 불타는 의견에 기름을 살짝 가미해 주기로 했다.

“참고로 털북숭이 네가 예상하는 목욕이 뜨거운 물 한 통에 천 적셔서 몸 닦는 그런 거라면,

네 생각은 아주 ‘어리석은’ 거라고 말해 주지.

이 엘프의 눈물 여관은, 무려 따듯한 물에 몸을 푹 담글 수 있는 목욕을 서비스로 제공하고 있다.”

“뭐라고? 털북숭이? 이 새끼를 내가, 커헉….”

내게 항변하려던 털북숭이는 궁수 누님에게 뒤통수를 처맞고서야 침묵했다.

“그래. 여관 주인 이름이 뭐라고?”

“러셀이다.”

“좋아, 러셀. 그럼 우리 방을 안내해 주겠어?

목욕 서비스는 언제 제공되지?”

“방을 배정해 줄 테니, 안에 있는 가운 입고 잠시 쉬다가 내가 노크하면 그때 나와라. 깨끗하게 씻고 먹어야 하지 않겠나?”

나는 이어서 말했다.

“이 층으로 올라가서 문 앞에 별이 한 개와 두 개 그려져 있는 방을 각각 쓰면 된다.”

내 말에 남색 머리 궁수 누님이 씩 웃으면서 대꾸했다.

“좋아. 나는 리젤다고, 여기 사제는 엠마, 뒤에 있는 창잡이는 마틴. 참고로 털북숭이는 벨릭이야. 하루 동안 잘 부탁할게.”

벨릭이 ‘나 털북숭이 아니야!’ 하고 항변했으나, 리젤다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놈의 귀때기를 잡아끌었다. 그리고 그대로 계단을 걸어 올라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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