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부_37 (37/41)

그리고 시간이 흘러 유시가 되었다. 해는 이미 떨어졌고, 초승달이 걸린 밤하늘은 어두웠다. 하지만 그런 하늘의 어두움과는 별개로, 밤낮없이 사람과 물건이 드나드는 급탑삼상 총단의 번화한 모습에는 변함이 없었다. 번서가 방문한 진효월의 응접실에서는 판유리를 끼운 창 너머로 포구의 광경이 그대로 내려다보였다.

" 외강탄은 낮이든 밤이든 쉬는 법이 없지요. 굉장하지 않나요? "

진효월은 상인중 필두이면서, 또한 상인중 가장 젊은 축에 속했다. 올해로 서른일곱, 미모도 나쁘지 않았지만, 남편이 있는 여자인데다 미모 자체도 번서의 취향은 아니었다.

" 확실히 이런 광경은 전에 본 일이 없소. "

" 지금의 만상대인께서 취임한 후, 이십년만에 금탑삼상은 경쟁자들을 모두 물리치고 황국 제일의 거상으로 우쭉섰어요. 그 결과가 이것이죠. 끊임없는 부와 넘치는 물산들... 설령 대왕실이라도 금탑삼상의 손을 거치지 않고 손에 넣을 수 있는 물건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해요. "

번서가 항구 쪽으로 보낸 시선을 거두지 않은 채 아무말 않고 서 있는 동안, 진효월은 탁자에 손 끝을 살짝 짚고 반바퀴를 빙 돌아서 번서의 옆으로 와서 섰다.

" 하지만 아무리 만상대인이라 해도, 금탑삼상의 전통을 어길수는 없지요. 이곳은 세습되는 왕국이 아니니까. "

" 흠, 그런 법이 있소? "

" 초대 만상대인이시던 금골패(金骨牌) 대인 시절부터 내려온 전통이에요. 만상대인은 상인들의 호선으로 결정하고, 선대 만상대인의 직계 자손은 후보조차 될 수 없어요. " 

" .. "

"그런데도 금여화는 역대 만상대인중 가장 뛰어나다는 명성을 얻은 부친의 후광을 입어 여기까지 왔죠. 당신도 그녀의 성격을 보았겠죠? "

" 그렇소. 확실히 살가운 성격은 아니더군. "

" 그렇다면 이야기가 쉽겠군요. 그런 안하무인의 성격을 가지고는 아랫사람들을 통제할 수 없어요. "

" 그래서, 진부인, 당신이 제시할 것은 무엇이요? "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온 번서를 올려다 본 진효월의 얼굴에는 묘한 웃음이 걸려 있었다.

" 전략적인 동맹을 제의하는 거에요. "

" 구체적으로는? "

" ... 나흘 뒤에 열릴 삼상총회(三廂摠會)에서 금여화가 만상대인의 후계자로 나서게 부추겨 주시기만 하면 되요. 그냥 둬도 나설테지만, 모름지기 인사(人事)는 확실한게 좋은 거니까요.  "

" 그녀를 막으려는게 아니오? "

" 네. 인정하기 싫지만, 그녀는 저를 포함한 다른 상인들에게도 만만찮은 상대니 부러 그녀와 대적하는건 좋은 생각이 아네요. 하지만 아직 만상대인께서는 건강하시니 지금 후계자 문제를 논의한다면... 그건 자기 무덤을 파는 셈이 되겠죠. " 

" 만상대인 자신이 금여화를 후계자로 지목한다면? "

" 그럴수는 없어요. 그렇게 된다면 저를 포함해 다른 상인들, 그리고 금탑삼상 전체가 반대할 테니까요. 필시 자천할 것이 분명해요. 게다가 자산성의 소금상인들을 영입한 일로 기세가 올라 있으니 틀림없이 이 기세를 타려고 하겠죠. "

전통이라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무서운 것이다. 그것이 오래고 그 의의가 깊을수록, 그것을 깨려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위험한 장애물과 적을 만든다. 금탑삼상은 돈을 부리는 자들의 단체다. 이런 단체의 전통을 어기는 것은 충분히 위험하고도 남을 수 있다. 진효월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는다면, 금여화는 지금 상당히 위험한 줄타기를 하는 셈이다.

진효월과 몆마디 더 나눈 후, 번서는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 예하랑과 합류할 수 있었는데, 그녀는 울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 수염이 따끔거렸어요... "

번서는 예하랑을 자신으로 변장시켜서 다른 상인에게 본앴던 것이다. 환술의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역시 여자가 남자로 변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녀는 번서로 변장하는 과정에서 가짜 수염을 붙였는데, 그게 그녀의 여린 피부를 찔러서 인중에 붉은 반점이 나 있었다. 게다가, 남장을 하기 위해 그 큰 가슴을 칭칭 동여맨 것도 좋지 않았다. 이래저래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번서는 그녀를 위로해주는 의미에서 얼굴에 연고를 발라 주고 조금 희롱해 주었다.

" 아항... "

뾰루퉁해 있던 예하랑이 얼굴을 발갛게 물들인 채 완전히 애욕에 빠진 넋나간 얼굴로 변해서 침대 위에 엎드려 이쪽을 향해 엉덩이를 흔드는 모양새는 참으로 발군이었다.

미모를 수치로 따진다면, 예하랑은 최고점 이상이다. 인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게다가 노예로 잘 조련되어 있어 남자를 즐겁게 하는 교태와 성 기술도 나닐이 발전 중이다. 노예중 최연장자로 맏언니 노릇을 톡톡히 하고는 있지만, 외모로 보면 오히려 악산라 또래로 보일 정도로 어린 구석이 있다. 이토록 귀엽고 사랑스러우니 그 주인의 이빨 몆개를 부러뜨리고도 살아남은 것이지만, 또 그만큼 혹독한 꼴을 당한 끝에 노예가 되었다.

번서의 노예들은 국무향을 제외하고는 다 기억도 무공도 그대로 이고 이성도 많이 남아 있다. 아니 악산라의 경우를 보면 노예가 되기 전보다 영민해진 듯 한 느낌도 들 정도로, 그는 노예들의 정신에 큰 제제를 가하지 않았다. 그래야 부리기 좋기 때문이지만, 또 그만큼 번서가 노예를 다루는 다른 방법에 능숙해 졌다는 이야기도 된다.

그렇기 때문에, 번서는 어느 정도는 계획적으로 노예들을 안아 주었다. 그것은 그녀들에게는 큰 포상이고 사탕이다. 물론 번서는 그녀들의 정신을 강제로 [조작]해서 하루 온종일 한 남자의 자지를 망상하며 보지가 근질거리는 음탕한 여자, 아니 애완 동물이라 불리기에 충분하고, 가축에 가까운 [노예]로 만들었다. 그것은 빼도박도 못하는 사실이다. 하지만 [낚시가 끝난]고기에게 먹이를 주지 않는 다른 범상한 자들과 달리, 그는 자신에게 낚인 여자들을 더 중시했다. 여자들을 상처입히는 것중 제일은 무관심이지만, 번서는 그 무관심과는 평생 거리가 먼 사내였다. 

또한 포상이든 벌이든, 단순히 기둥서방일 뿐이라면 아무리 압도적인 쾌감과 훌륭한 절정을 선사해 준다고 해도 오래 가지 못한다. 일방적인 관계가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노예들을 범하고 부릴지언정 그녀들이 그에게 보내는 충성이나 애정에 대해 그 나름의 방식으로 확실히 보답하고 있었다. 그리고 끊임없이 그녀들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웠다. 이른바 존재 가치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사내는 자신을 알아주는 이를 위해 죽는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여자도 마찬가지다. 예하랑 이하 노예 전원은 번서가 그녀들의 가치를 알아주기 때문에 목숨을 걸 수 있는 것이다. 복종하고 충성을 바치며, 그에게 범해지는 것을 기쁨으로 여기고 따르는 것이다. 무정한 주인이었다면 번서는 벌써 죽임을 당했던지 버려졌을 것이다. 아니면 여자들을 강제하기 위해 그녀들을 폐인이나, 심지어 강시로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지금 그와 노예들은 하나의 운명 공동체나 다름없다. 이 방법이 악인이기는 하나 좋은 교육을 받고 자란 그의 성격에도 맞았음은 물론이다.

어쨌든 예하랑을 귀여워해주기 위해, 번서는 침대 위로 올라가 그녀를 뒤에서부터 비스듬히 끌어안았다. 막 변장을 벗어던진 탓에 풀 냄새가 진동하긴 했지만, 그 점을 지적한다면 아마 그녀는 더 토라질 것이다. 그녀는 수치나 짖궂은 일도 즐기긴 하지만 지금은 시기가 적절치 않다. 주인의 손길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발정해 살짝 달콤한 땀이 배어나오기 시작하는 노예의 엉덩이와 허리를 어루만지고 끌어안으면서 그녀의 자세를 무너뜨린 다음, 벗어나려고 버둥거리는 손을 붙잡아 등 뒤로 돌려서 모아 잡았다.

" 아악!... 앙!... "

어께와 목 언저리를 살짝 깨물어 주자 하얀 나체가 살짝 진저리 치면서 귀여운 비명소리가 울렸다. 그는 모양 좋고 탄력이 넘치는 예하랑의 유방에서 젖마개를 차례로 뽑아내는동안, 고통과 쾌감으로 몸부림치는 그녀의 몸을 자기 몸으로 눌러서 제압했다. 어떻게든 힘을 쓰면 벗어날 수도 있겠지만, 주인인 그의 의향을 거스를수는 없다. 알짤없이 거칠게 젖마개를 제거당한 예하랑은 풍성한 젖을 흘려 내면서 기뻐서 울었다.

예하랑의 유두를 입에 넣고 빨면서 약간은 기름진 느낌이 있지만 진하고 향긋한 그녀의 모유를 실컷 음미한 후, 번서는 그녀의 항문 마개와 금삭도 마저 제거했다.

" 아아아... 항, 항복입니다아아... "

" 예전에 항복한게 아니었냐?... "

" 아, 그건... 아무튼 또 항복... 항복합니다. 주인님. "

아첨하는 노예의 감미롭게 앓는 목소리,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려 눌려진 예하랑은 번서의 몸 아래서 늘씬하면서도 풍만한 몸을 꿈틀거렸다. 그녀는 실로 정복자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가장 훌륭한 형태의 성인형으로, 이에 매혹되지 않을 남자는 없다. 거기에 번서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격정에 휩싸여 꿈틀거리는 그녀의 미끈한 몸을 자신의 전신으로 덮쳐 누르며, 가쁜 숨을 내뿜는 예하랑의 입술을 자신의 입으로 막았다. 그리고 자연스레 다리를 벌려 그의 허리를 휘감아 오는 충실한 노예의 촉촉하게 젖어 있는 보지 안으로 자신의 발기한 자지를 밀어 넣었다.

" !!!... "

입 안으로 터져 나오는 예하랑의 비명을 무산시키며, 번서는 그녀와 시선을 맞추었다. 하지만 그 시도는 결과적으로는 실패했다. 예쁜 은회색의 눈동자가 반쯤 돌아가 있고, 눈꼬리가 파르르 떨리며 눈물이 흘러 나오고 있었기 떄문이다. 삽입만으로 가볍게 달한 노예의 전신은 금방 후끈거리는 열기와 끈적이는 땀으로 뒤덮이며, 꾸물거리는 몸부림과 보지의 조임은 점점 심해져 갔다. 예하랑의 정신은 저 멀리 도원경으로 날아가는 중이었지만, 남자를 즐겁게 만들기 위한 모든 기능을 갖춘 그녀의 몸은 제 할일을 거의 완벽하게 수행하기 시작하고 있었다.

" !!!... !!!... "

번서의 허리놀림이 격렬해 질수록, 그의 입 속에서 터져나오는 예하랑의 비명도 점점 더 빈번하게 되었다. 몆번이나 강제적인 입맞춤에서 벗어나기 위해 고개를 도리질치려 했지만, 그때마다 번서는 그녀의 혀를 깊숙히 빨아당김으로써 그녀의 시도를 부질없는 것으로 만들었다.

손은 묶이고, 다리는 스스로 벌린 채, 보지는 자지에 꿰이고 혀는 번서에게 빨아당겨지는 중이다. 젖이 뭉클거리며 샘솟고 있는 유두는 번서의 가슴에 비비어지고 제멋대로의 모양으로 일그러지면서 아픔과 쾌락을 동시에 보내는 중이었다. 게다가 번서는 한술 더 떠서 손을 그녀의 엉덩이 뒤로 집어넣어 손가락으로 항문까지 찔러 넣어 희롱하는 중이었다. 실로 전신을 범해지는 것이란 이런 것일 것이다. 이래서야 잠시도 견딜 수 없다. 몆번이나 거듭 하얗게 번쩍이는 섬광이 머릿속에서 작렬하는 감각을 맛보며, 예하랑은 강한 실금을 시작했다.

" !!!!!... !!!!!... !!!... !... !..."

절정을 맞아 격렬하게 경련하는 여체를 자신의 몸으로 꼭 누른 채, 번서는 예하랑의 모든 것을 음미했다. 침, 땀, 음액, 심지어는 실금한 오줌의 냄새까지. 자신의 신체가 번서와 꼭 맞닿아 있다는 사실에 평소보다 훨씬 더 격렬한 절정을 맞은 예하랑 역시 주인인 그의 몸에 도취되기는 마찬가지였다. 끝내는 완전히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는 것으로 끝났지만, 근자에 번서에게 범해지던 것 중 최고라 할만한 쾌감을 맛보았으니 더이상 바랄것이 없었다.

예하랑이 그렇게 의식을 잃어가는 동안, 번서의 숙소 문을 열고 들어온 당여월은 번서의 지시를 받지 못해 안절부절했다. 노예쯤 되면 허락없이 주인에게 발가벗고 들이대는 일도 안되는 것이다. 막간을 통해 당여월은 자기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예하랑이 마침내 질펀하게 실금까지 하며 기절해버린 다음, 방안은 온통 그녀의 후끈하고 달콤한 체취와 비릿한 오줌의 냄새가 뒤섞인 이취로 가득 차 있었다. 그 안에서 옷매무새를 정돈하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은 노예로 훈련된 당여월에게는 고문이었다. 마침내 번서가 기절한 예하랑의 몸 위에서 상반신을 일으켰을 때, 그녀는 구세주라도 만난 느낌이었다.

" 오래 기다렸더냐? "

" 아, 아닙니다 주인님. "

" 그럼 올라 오거라. "

" 네! "

그녀도 예하랑처럼 변장을 한 채 다른 상인을 만나러 갔었기 때문에, 변장의 영향으로 인중이 붉어져 있는 것 까지도 예하랑과 같았다. 하지만 그정도 흠은 흠 축에도 못들 만큼 당여월도 요염한 미모를 뽐내는 미인이다. 그런 미인인 그녀가 며칠 굶주린 짐승같은 표정으로 옷을 모두 벗어던지고 침대 위로 기어올라와 팔짱을 끼고 누운 번서의 다리 사이에 엎드리는 광경은 참으로 괴이하다면 괴이한 구경거리였다.

" 솜씨를 발휘해 봐. "

" 네 주인님! "

기뻐서 어쩔 줄 모르며, 당여월은 조금은 성급하게 혀를 내밀어 그의 자지를 핥아올리기 시작했다. 방금전까지 예하랑의 보지에 삽입되어 있었고 자궁에 일발 사정을 한 탓에 그 끝은 예하랑의 애액과 오줌, 그리고 번서 자신의 정액 등으로 젖어 있었다. 그것을 먼저 입으로 깨끗하게 하는 것이 순서였기 때문이다.

" 아암... 쵸옵... 으음... 앙... "

자지를 빠는 동안 급했던 마음도 진정되고, 구음 봉사의 속도도 서서히 알맞은 정도가 되었다. 그의 항문을 빨거나 불알과 자지에 입을 맞추고 핥아올리는 행위에 진지하게 몰입하게 되면, 그녀는 다른 모든것을 잊어버린다. 오직 구음에 집중한 채 혀와 입술로 전해지는 주인의 맛과 촉감, 코로 전해지는 냄새만이 그녀가 인지하는 세상의 전부가 되는 것이다. 이 상태의 당여월은 그야말로 음란함 그 자체였다.

한참을 그렇게 번서의 자지를 청소하고 나서 번서가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고 끌어당기자, 비로소 그녀는 구음 봉사의 몰입에서 벗어나 그의 배 위로 기어오른다. 쾌감에 푹 잠긴 흐리멍텅한 표정은 그녀의 날카로운 미모를 누그러뜨리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충분하다. 음란하게 상기된 얼굴과 전신의 피부 위로 배어나오기 시작한 땀이 선실의 황촉 불빛에 반사되어 기름을 바른 것 처럼 번들거리며 농염한 색기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 아으으... 아응... "

삽입은 좀처럼 허락하지 않은 채, 번서는 당여월이 보지를 써서 자신의 자지를 문지르도록 시켰다. 안타까움으로 울 것 같은 표정으로 앓는 소리를 내면서도, 그녀는 두말없이 순순히 그의 뜻에 따른다. 삽입하지 않은 채 보지로 자지를 비비면서 음란하게 허리를 흔들면, 이미 준비 만반인 상태의 그곳에서 흘러나오는 음액반으로도 번서의 자지는 흠뻑 젖는다. 아직 밤은 길다. 서두를 것 없는 번서는 느긋하게 즐기고 있었고, 다시 방 안에 후끈거리는 열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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