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부_35 (35/41)

소위 전설상에 나오는 섭혼술, 혹은 미혹술과 달리, 번서의 제압술은 여자의 의지를 꺾고 주입한 암시를 따르게 하는 정도의 효과 밖에 없었다. 그리고 제압술을 건다 해도 의사에 반하는 행동을 시킬 수는 없었다. 때문에 번서는 제압술을 시술한 여자에게도 굳이 다시 조교를 베풀어야 하는 귀찮음(?)이 있었다. 이 조교 과정을 통해 여자들은 마음 속 깊이 번서의 남성으로써의 우월함, 그 우월한 번서에 의한 성의 대상으로써의 쾌감 등을 각인당하며, 마침내 그에게만 발정하고 그에 의해서만 사용되어지길 원하는 [애완 노예]가 되는 것이다.

번서가 지난 밤 금여화에게 주입한 암시의 내용 역시, [그의 말이 언제나 옳다고 받아들일 것], 그리고 [그의 명령에 따르는 것이 성적인 쾌감을 유발할 것] 두가지였다. 이 암시 덕분에 금여화는 번서의 말에 따라 [자존심을 꺾이기]위해서 호위를 물리치고 혼자 그의 배에 오르게 되었다. 기한은 다음 협상이 벌어지는 사흘 후 까지다.

" 어서 와요. "

" 안녕하세요. "

예하랑은 코뚜레를 뺀 채 금여화를 반갑게 맞았다. 그녀의 인도로 식당 겸 거실로 쓰는 대선실까지 온 금여화는, 자존심을 꺾이는 제일보로 그녀와 장기 대결을 하게 되었다.

장기란 것은 일봉의 모의전이다. 그리고 전쟁이 그러하듯이 임기응변 보다는 꾸준한 반복 연습이 더 좋은 결과를 낳는 법이다. 금여화도 장기 경험이 없지는 않았으나, 반세기 넘게 혼자 살면서 장기판을 벗삼아 자기자신을 상대로 연습에 연습을 거듭한 예하랑의 연습량은 당대의 달인급이었으니 그 적수가 될 수 있을리 만무했다. 내리 열두판을 참혹하리만큼 철저하게 깨진 금여화는 생전 처음으로 좌절감이라는 것을 맛보았다. 도적의 무리에게 납치당해 목숨을 위협받으며 윤간을 당했을 때도 느끼지 못했던 굴욕감을 동반한 좌절감이었다.

" 그만. 거기까지. "

두 시진에 걸쳐 열두판을 깨진 후 번서의 명령으로 중단되었을 때, 금여화의 표정은 이미 변화무쌍하기 그지없는 상태였다.

" 아직, 다음 굴욕이 남았소. "

그 다음은 손을 의자의 등받이 뒤로 돌려져 한데 묶인 다음, 눈이 가려졌다. 그리고 하의가 완전히 벗겨졌다.

" 무, 무슨 짓이에요 이게? "

" 자존심을 꺾이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소? "

" 그렇긴 하지만... 아, 알았어요. 내 정조를 가지고 장난치지 않는 거죠? "

" 소저가 원하지 않는 한 그런일은 없을거요. "

" 히아악!... "

요도에 금삭이 밀고 들어오는 감각에, 금여화는 비명을 질렀다. 

" 그, 이건 약속이 틀리잖아요!... "

" 금낭자, 뭔가 착각하시나 본데, 여기는 성기가 아니오. [이곳]이 성기지. "

" 히악!... 그... 그렇지만... "

보지를 만져지자 지나칠 정도로 짜릿한 감각이 등골을 타고 올라가 의식을 흔들었다. 생각해 보니 확실히 요도는 성기가 아니다.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금여화는 히악거리면서도 더이상 항의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 항문에도 항문 마개가 채워졌을 때도, 마찬가지로 그녀는 짧은 항의 후에 납득당했다. 

" 아아아아... 아흐아으응!!! "

" 히아아... 아히!... "

" 히...히이이이이!.... 그, 아응윽!... 히응윽!... "

그러나 납득했다고 해도 요도와 항문에 삽입된 기구들이 배설을 통제하는 감각에는 저항이 없다. 게다가 번서는 금삭과 항문 마개에 약한 효과를 가진 미약까지 발라두는 농간을 부렸기 때문에, 금여화는 속절없이 변태적인 쾌락을 맛보기 시작했다.

" 으...으아아, 보지말아요, 보지 말아아... ."

쪼르르르...

번서가 금삭을 조작해 그녀의 방광으로부터 소변을 빼 내자, 강제로 배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 완전히 당황해버린 금여화는 다시 비명을 질러야 했다. 게다가 너무나 수치스러운 나머지 그 비명소리에는 울먹임까지 섞여 있었다. 하지만 그 울먹임도 잠깐이었을 뿐이다. 번서가 금삭의 끝을 몆번 더 부드럽게 흔들어서 그녀의 요도와 방광 내부를 휘저어 준 것만으로도, 그녀는 순식간에 눈앞이 하얗게 물드는 극치를 경험했다.

" 아흐으!... 흐으윽!!... "

악다문 이빨 사이로 군침이 흘러내렸다. 성기도 아닌 배설기관으로 느꼈다는 수치를 들키지 않으려고 이를 악무는 그녀의 부질없는 시도는 가련할 정도였다. 하지만 비명을 지르면서 그것을 숨길수는 없는 노릇이라, 배설의 통제에 이어 수치의 연타를 맞은 셈이 되었다. 어쨌든 번서는 성기에 손을 대지 않는다는 약속을 지키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항의하지는 못했다. 아니 생전 처음 맞는 요도로부터의 절정에 놀라 항의해야 한다는 사실조차 잊고 있었다.

" 좋아요, 잘 참는군. "

" 흐으으윽!... 히...아하!... 그, 아윽!... "

실제로는 전혀 아니었지만, 어쟀든 절정하는 모습을 들키지 않으려고 이를 악무는 모습을 유지시키기 위해 번서는 금여화의 참을성을 칭찬해 주면서 여섯번을 연속해서 절정으로 밀어 올렸다. 여섯번이나 절정에 달한 금여화의 전신은 순식간에 땀에 젖었고, 그녀는 격렬하게 가슴을 부풀리면서 허덕였다.

" 자 이제, 다음 수련입니다. "

" 하...이, 그...뭘 하려는 건가요... "

여섯번째의 절정 후에는 손이 풀렸고, 강제로 일으켜졌다. 그것도 목에 애완동물용의 목걸이가 걸려서 잡아당겨지는 것으로 일으켜진 것이다. 연속 절정으로 인해 녹초가 되어버린 그녀는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해서 휘청거렸지만, 번서는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 

" 어머, 금낭자... 여기에 홍수가 났네요. "

금여화를 부축해 주던 예하랑은 그녀의 보지로부터 넘쳐나온 애액이 소리없이 흘러내려 허벅지를 적시는 광경을 보고 흐르는 애액을 손 끝으로 묻혀서 금여화의 코앞에 가져다 대고 흔들었다. 코를 찌르는 자신의 음액의 냄새와 동성의 비웃음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금여화의 수치심에 준 타격은 이루 말할수가 없는 것이다. 금여화의 눈을 가려주는 비단 눈가리개가 천천히 젖어들어가기 시작했다.

" 아아...이, 이건 너무 수치스러워요... "

" 굴욕을 겪어 보시겠다고 하지 않으셨소. "

" 하...하지만... "

" 소저가 싫다면 이쯤에서 그만둡시다. "

금여화는 아주 잠깐동안 고민했다. 어젯밤에 걸린 암시의 영향으로, 그녀는 지금 번서의 손에 이끌려 가는 동안에도 평생토록 겪어본 적이 없는 짜릿하고 화끈한 쾌감을 맛보고 있었다. 굴욕이라기보다는 쾌감이 더 컸던 것이다. 게다가 묘하게 그녀는 그에게 상당한 신뢰감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에, 번서가 가까이에만 있으면 견딜 만 하다는 생각이 다시 떠올랐다.

" ...아니에요...계속해 주세요. "

자신의 암시가 잘 먹혀들어가고 있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한 번서는 득의의 미소를 지었다.

" 그럼 엎드리고... 그렇게, 이제 따라오시오. "

" 아... 아아아... 이건 마치.,. 개가 아닌가요?... "

" 그렇소, 소저는 이제 개가 되는거요. "

" 너무하세요... "

금여화는 벌거벗겨진 그대로 상갑판에 끌려 올라가서 강제로 산책을 당했다. 그것도 목에는 애완동물용의 개목걸이가 걸린 채로, 사슬에 이끌린 굴욕적인 산책이었다. 누군가 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마치 개처럼 취급 당하는 굴욕에 금여화는 본격적으로 울기 시작했지만, 번서는 봐주는 법이 없었다.

" 아아... 아흐아!... "

게다가 그동안에도 금삭과 항문 마개는 자기 기능을 충실히 다 하고 있었으므로, 끊임없는 강렬하고도 변태적인 성적 쾌락에 시달리면서 금여화의 머릿속은 뒤죽박죽이 되어 갔다.

" 그...그만...이제 그만...더이상 견딜수가...견딜수가 없어요. "

" 아직 시작한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소. 소저는 의지력이 부족하군. "

" 아으윽... "

털썩!...

번서는 자리에 멈춰 선 금여화의 목줄을 잡아당겼지만, 안되는 것은 안되는 것이다. 그녀는 더이상 움직일 수 없었다. 휘청거리는 팔다리로 몆번이나 중심을 잡으려 애쓰다가, 결국 그녀는 모로 쓰러진 후 의식을 잃었다. 그녀가 지나온 바닥에는 애액으로 이뤄진 길고 끈적한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미 신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

.

.

기절한 금여화의 머리에 마비침을 꽂아 넣어 제압한 번서는,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금여화의 감금실에 데려갔다. 눈가리개를 풀어주고 감금실에 마련된 작은 철창 안에 그녀를 몰아넣었던 것이다.

" 아아...끔찍해요... "

금여화의 평생에 감금당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게다가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폭발적인 욕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발가벗겨진 상태로 감금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두 손이 자유로웠지만, 금여화는 자신의 욕정을 부추기고 있는 불편한 물건들(금삭과 항문 마개)에는 손 끝 하나 대지 못했다. 번서가 암시를 넣어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자위행위도 물론 금지당했다. 그 상태로 제대로 몸을 누일수 조차 없을 정도로 좁은 철제 [새장]안에 갇혀서, 번서와 그의 노예들에게 알몸을 보이며 몸부림치는 것이다. 

수치심도 수치심이었지만, 부자유가 주는 답답함과 멀리 등불 하나만이 유일한 조명인 감금실의 어둠이 주는 인간 본연의 공포까지 이중 삼중으로 그녀의 마음의 연약한 부분을 찔러 대고 있었다.

" 세상에는 당신보다 뛰어난 자도, 고귀한 자도 많다는 걸 아시오. 언제나 그런 자는 존재하오. "

" 아아...네. 훌쩍... 흑... "

겁에 질리고 수치심에 번농당한 채, 금여화는 번서의 말을 솔직히 받아들였다. 포상으로, 번서는 손가락 끝에 꿀을 묻혀 금여화의 입에 넣어 주었다.

" 아...아음...음... 냠... "

저녁때를 넘어 공복이었던데다 계속된 조교로 인해 녹초가 되어 잇는 금여화에게, 그 꿀은 평소에 일상적으로 즐기던 음식이 아니라, 마치 천상의 감로와 같은 느낌을 주었다. 계속해서 번서의 가르침 > 금여화의 납득 > 보상으로 맛있는 것 순으로 이뤄진 학습에서, 번서의 가르침은 점차 이상한 쪽으로 발전해 갔지만, 이제 [부당하다]거나 [불합리하다]거나 하는 사치스러운 사고를 할 여유가 없는 금여화에게는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그녀는 무엇이든 납득했다.

" 착한 아이군요. "

" 아...네... "

예하랑이 머리에서 등을 걸쳐 엉덩이를 쓰다듬어 주자. 금여화는 그 손길로부터 짜릇한 쾌감을 느끼며 몸서리 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번서가 보는 앞에서 예하랑과 긴 입맞춤을 한 금여화는 [포상]으로 금삭을 통해 요도 안을 휘저어짐과 동시에, 항문 마개를 지그시 눌러졌다. 물론 예하랑이 능숙한 솜씨로 해치운 일이다. 이미 배설기관을 공략당하는 쾌감을 알아버린 금여화는 속절없이 절정할 수 밖에 없었다.

" 흐아아아아아!!!... 으아아아!!... 으응!.... 아... 앙!... 으윽!... "

눈앞이 하얗게 작렬하며 뇌가 녹아내리는 듯한 장렬한 쾌감을 맛본 직후, 비명을 지르며 보지 밖으로 애액을 분수처럼 뿜어낸 금여화는 눈을 까뒤집으며 기절했다. 시원할 정도로 강렬한 애액의 분사 후에는 입으로도, 보지로도 거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경련하는 아름다운 여체를 뒤에서부터 끌어안은 채 튀어나가거나 하지 못하도록 붙잡고 있던 예하랑의 몸에도 금여화의 애액과 땀이 흥건하게 묻었다. 하지만 그런것과 상관없이, 예하랑은 이 색다른 아름다움을 가진 금여화를 귀여워 죽겠다는 듯한 자상한 눈길로 내려다 보았다.

" 귀여운 아이네요. "

" 아아. 그렇지. "

그자리에서 더운물에 적신 비단 수건으로 금여화의 몸을 닦아준 후, 그녀를 침실까지 데려가 누이는 것은 예하랑의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일이 끝나면 번서와의 입욕시간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예하랑을 보며, 번서는 한발 앞서 목욕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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