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우... 우... "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끈적하기까지 한 암흑 속에서, 국무령은 달아오른 몸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게다가 뭔가 생각해내려고 하면 몰려오는 지독한 두통 때문에 이 상황에 대해 생각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서, 그저 달아오른 몸을 식혀 줄 무언가만을 간절히 바라는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였다. 그나마 서봉이었다면 그 [무언가]의 대상으로 남자를 떠올릴 수나 있었지만, 한번도 남자와 교접해 본 일이 없는데다 남자를 성의 대상으로 생각해 본적도 없는 [정진정명의 처녀]인 그녀으로써는 이 기이한 [열]을 어떻게 식혀야 할지조차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 우우우... "
입에 물려진 대나무 재갈 때문에 소리내어 이 불편함을 호소하지도 못한 채, 다만 국무령은 땀에 젖은 몸을 이리저리 뒤틀 뿐이었다. 피부에 닿는 차가운 공기 때문에 자신이 나체가 되어 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수치심을 느끼기 이전에 이미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기갈이 그녀의 의식을 온통 채우고 있었다.
" 흐후흐... "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 침이 턱을 적시며 흘러내리고 이윽고 가슴 위로 떨어져 잠깐이나마 시원한 감각을 맛보게 해 줬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무엇이든 몸을 식히고 갈증을 면하게 해 줄 수 있다면, 무엇으로든, 어떤 방식으로든, 그녀는 오직 그것만을 생각했다. 지독한 안타까움에 눈을 가리고 있는 비단 끈이 눈물에 젖어 갔다.
번서가 감금실에 들어섰을 때, 국무령은 그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열에 시달리는 중이었다. 달아오른 여체가 풍기는 먹음스러울 정도로 무르익은 향기가 감금실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국무령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성숙한 체향을(처녀의 그것이니만큼, 진귀한 것이었다.) 음미했다.
" 우우우우... "
그러는 동안, 국무령의 괴로운 신음소리가 번서의 주의를 환기시켰다. 마비약을 먹이고 재갈까지 물렸음에도 그녀는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불현듯 그는 이것이 신체적인 능력일지 아니면 정신력일지 궁금해졌다. 서봉도 단련의 경지라면 높지만, 그녀는 번서의 제압술에 걸린 다음에는 신음소리조차 내지 못했던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자신의 제압술이 완전한지부터 살폈다. 침은 모두 다 제대로 된 혈에 박혀 있었다.
대단하군...
국무령의 덜 여문 느낌을 주는 유방을 슬쩍 쓰다듬자, 마치 작살에 찔린 물고기 같이 퍼덕거리는 반응이 돌아왔다. 움직일 수 없어야 함에도 분명히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비로소 번서는 자신의 제압술이 완전하지 않아서 그렇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까지의 실험 대상은 단 두명, 그나마도 서봉은 거의 기존의 실험 결과를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던 것이다. 확실하게 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실험 대상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는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문득 그는 함부로 죽여버린 두명의 원수들을 떠올렸다. 그들도 실험 대상으로 삼았었다면, 지금 보다 더 완벽한 제압술을 구사할수도 있었을 것이다.
후회하면서, 번서는 국무령의 항문에 손가락을 가져갔다. 발가벗겨져 있었기 때문에 그녀의 항문은 거의 무방비였다. 다시 퍼덕거리긴 했지만, 완전하지는 않아도 제압술의 효과는 분명히 발휘되고 있어서 처녀의 항문을 살피는 일에 어려움이 없었다.
그래, 조금씩 살살... 옳거니.
약간의 흥분제가 함유된 향유를 칠한 손가락으로 항문을 어루만져 부드럽게 만든 다음, 항문 안으로 손가락을 집어 넣어 내장의 안쪽을 자극해 주면서 조임과 탄력을 측정한다. 그리고 몸부림치면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여자의 항문에서 손가락을 뽑아낸 다음에는 마비약을 투여하는 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나 손가락 끝에 묻힌 미끌거리는 연고 형태의 그것을 이제 보다 더 적은 저항을 보이고 있는 항문 안쪽에 골고루 발라 두면, 몆번 움찔거리던 여자의 몸은 어느새 잠잠해지는 것이다.
" 자매가 함께 실험 대상이 되다니, 참 기구하군. "
번서는 혀를 차면서 마비된 국무령을 마룻바닥으로 끌어내려 누이고는, 그녀의 신체를 다시 한번 검사했다. 기의 흐름은 국무향이나 국무령이나 서봉이나 차이가 없었다. 하지만 번서는 국무령의 기혈이 제압하기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녀와 서봉의 내공수위는 비슷하다. 그러므로 이건 그녀가 익힌 내공 공부 특유의 기능이거나, 그녀의 혈(혈관이 아니라, 기가 흐르는) 특유의 성질이라는 결론이 도출된다.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번서는 그녀의 정신을 잠시 제압해 물어보기로 했다.
곧바로 상반신을 일으켜진 국무령의 머리에 금침이 꽂히고,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허약한 신음성을 흘려내는 그녀의 혈도를 두드리는 것으로 그녀를 강제적인 잠에서 깨웠다.
" 아으으..."
잠에서 깨어난 국무령의 눈이 깜박였지만, 그 시선은 흐리멍텅한데다 불안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 네 이름은? "
" 국...무령... "
" 네 신분은 무엇이지? "
" 백무련... 대사망 향단... 단주... "
번서의 질문에 저항 없이 대답하는 국무령. 그녀가 제압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번서는 본격적으로 질문을 하기 위해 그녀를 좀 더 자기 앞으로 끌어당겼다.
한동안의 취조 끝에 번서는 국무령의 무공은 제압술에 완전히 걸리지 않는 현상과는 상관이 없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렇다면 이제 남은 결론은 하나 뿐이다. 그는 침을 서서 그녀의 손 끝에서 피를 조금 뽑아 내서 작은 자기 병에 담은 다음, 국무령의 수혈을 제압해 다시 잠에 들게 하고 감금실을 나섰다.
배의 고물에 마련된 그의 선실 뒷방에는, 보통의 의원들에게 필요한 설비들(약재 보관함, 약탕기 등) 이외에도 삼화옹의 의서를 해독해서 만든 실험 도구들(유리로 된 증류기와 작은 화로 등등. 연금술적인 장비들)도 구비되어 있었다. 비싼 돈을 주고 자산성내의 유리 세공인과 도기상에 주문해 만든 것이다. 이제 그것들이 쓰일 때가 온 것이다. 번서는 자신의 작은 실험실을 둘러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 당장 천하를 노리기는 어려울지 모르나, 계집 하나를 지배하는데 있어 이정도면 충분하지 않겠는가? "
그렇게 한마디 한 다음 자기 병에 담겨 있던 국무령의 피를 증류기에 걸러 내는 것을 시작으로, 번서는 그녀의 피가 어떤 특수한 성질을 가졌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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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번서의 예상 대로 국무령의 체질은 특별했다. 그녀는 깡마르다 싶은 체격으로도 내외공을 겸비한 서봉과 대등하게 맞싸울 수 있을 만큼 선천적으로 우수한 근골을 가지고 있기도 했지만, 그보다 더 주목해야 할 점은 그녀의 체향(體香)이었다. 그녀의 몸은 선천적으로 남자를 기분좋게 만드는 향기를 풍겨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지금까지는 그녀의 결벽증에 가까운 몸의 청결 유지와, 여자들이 익히 몸에 지니고 다니는 다른 방향제 덕분에 크게 눈에 뜨이지 않았지만, 발가벗겨지고 씻겨진 후 본격적으로 땀을 흘려내는 상황이 되자 비로소 드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국무령을 감금해 둔 방을 들어갔을 때 마다 번서가 기분좋게 그녀의 향기를 음미하게 된 것은 이때문이었다.
향, 특히 사향 같은 경우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지만, 이런 향기에는 전염성이 있다. 향을 내는 물체를 피부에 가까이 접하고 다니면, 어느새 같은 향이 몸에 배이게 되는 것이다. 그가 지금까지 포로로 삼은 다른 여자들도 국무령과 같은 방향을 풍기게 만들 수 있다면 한층 더 기분좋게 여자들을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번서는 그녀가 가진 이 기분좋은 방향을 추출하기 위해서 본격적으로 생각과 실험을 거듭하게 되었다.
마비약과 최음제, 그리고 여러가지 제압술이 거듭해서 베풀어 진 채 달구어지기만 하고, 그 성욕을 해소할 수단을 전혀 제공받지 못한 채 계속 방치된 국무령의 정신은 이미 임계상황을 넘어가 있었다. 번서가 그녀의 감금실에 들를 때 마다 수혈이 짚어졌지만 그녀의 선천적인 체질 덕분에 완전하게 잠들 수가 없어서 계속 반복해서 깨어났던 것이다. 그리고 깨어나면 먹여진 약과 제압된 혈도 때문에 발정하는 것의 반복이라, 그녀는 점점 이 안타까운 갈증을 해소할 수만 있다면 뭐든 하겠다는 일념만을 가지게 되어 갔다.
이는 어느정도는 번서가 의도한 바였다. 그는 장차 국무령을 동생인 국무향을 사용해서 조교하기 전에, 어떤 상황에서도 남자의 손길을 거부할 수 없는 여자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처녀인채로 남자의 손길만으로 발정하는 여자란 진귀한 것이다. 게다가 선천적으로 약물에 내성이 강하고 전신으로부터 방향을 풍겨 내는 특이체질이라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국무령은 서봉과는 다른 의미로 최고의 노예가 될 수 있을 것이었다.
물론 그가 진행하고 있는 방향의 연구를 위해서 그녀의 체액을 되도록 많이 채집해야 했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다.
하지만 번서가 연구에 매달려 조교에 손을 놓고 국무령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조교는 조교대로 성실히(?)하고 있었다. 그 내용으로 보자면 그녀는 처녀의 몸으로 정신이 아득해질 정도의 수치스러움을 반복해서 당하는 중이었는데, 그중에서 제일 그녀의 수치심을 불러일으켰던 것은 [식사]였다.
보통 식사는 입으로 한다. 하지만 인간의 내장의 구조상, 조건만 맞는다면 다른 곳으로 식사를 할 수도 있다.
" 아우우우... "
항문에 삽입된 깔대기를 통해 대장 안으로 약액이 흘러들어오는 동안 국무령은 비통한 신음성을 흘리며 몸을 비틀었지만,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딱 거기까지였다. 눈을 가려지고, 재갈을 물린 채, 전신은 꼼짝달싹 할 수 없도록 줄에 묶여 고정되어 있다. 그런 상태로 하루 두번, 엎드린 자세로 대나무 틀에 고정된 채 항문에 삽입된 깔대기를 통해 약액을 삽입되는 것이 그녀의 [식사]였던 것이다. 그 와중에도 달아오른 몸은 번서의 손길에 솔직하게 반응해서, 그의 손이 몸을 쓰다듬을 때 마다 꿈같이 달콤한 쾌감이 전신으로 퍼졌다. 뱃속에 가득찬 약액이 대장의 점막을 통해 흡수되는 동안에도 그 쾌감만은 멈추지 않는다. 신체를 구속당한 괴로움과 부자유스러움, 이성을 억누르고 본능을 자극하는 끈적한 어둠 속에서 그녀는 좀 더 강렬한 것을 간절히 바랬지만, 번서의 손길은 엉덩이와 배를 쓰다듬는 정도에서 언제나 멈추었다.
식사 다음은 배설이다. 먹여지는 것이 액상의 액액인 만큼, 그녀는 처음 볒번 이후로는 더이상 대변을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소변은 언제나 필요하다. 그리고 그 소변 역시도 식사와 함게 해결되는 것이다.
주르르르르...
약액의 관장을 통한 식사가 계속되는 동안 혈도에 침을 박는 것을 통해 소변을 빼낸다. 아니 이제와서는 굳이 혈도를 조절할 필요도 없이 조건 반사적으로 식사가 진행되는 동안 소변을 보고 있었다. 처음 얼마 동안은 [식사]를 포함한 이 일체의 과정이 유발하는 미칠듯한 수치에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번서의 손은 그녀의 몸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다는 듯, 그녀의 사정 따위는 전혀 아랑곳 없이 매번 소변을 빼내는 것이었다. 게다가 수치스러운 상황이 반복되면서 점차 거부의 몸짓도 의지도 수그러들어 가는 동안, 번서의 손길에 의해 유발된 쾌감이 그 수치심이 차지하고 있던 사고의 자리를 빼앗아 갔다.
그리하여, 이제 와서는 원통한 신음성에조차 쾌감의 색이 묻어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 으으으... 우웅... "
땀 범벅이 된 채로 괴로워하는 국무령의 코를 통해 맑은 눈물이 흘러나와 대나무 재갈이 물려져 있는 입술 사이로 흘러들었다. 보통이라면 울기 전에 거칠고 격렬한 거부의 몸짓을 했겠지만, 이제 그것이 소용없음을 차츰 받아들여 가는 것이다. 단 한마디도 나누지 않고, 단 한번도 범하지 않은 채로, 번서의 손길 아래 국무령은 점점 온순하게 바뀌어 가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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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무령이 그렇게 번서의 연구 대상 겸 조교 대상이 되어가는 동안, 이제 완전히 그의 양순한 애완동물이 된 서봉은 이즈음 조교용 감금실이 아니라 노예용 선실을 배정받아 사용하고 있었는데, 여전히 생활 일체가 그 주인인 번서의 통제 하에 있기는 했지만 이제 어느 정도 까지는 자유행동이 허락되고 있었다. 물론 정기적으로 강력한 제압 상태에서 그녀의 복종이 확실한가의 여부를 확인하는 번서의 철저한 관리 하에서의 자유다.
자유로운 활동이 허가된 서봉이 가장 먼저 자청한 일은 선원으로써의 기술을 배우는 것이었다. 번서의 배는 그 혼자 다루기에는 큰 편이고, 배를 다룰 수 있는 손이 많으면 많을수록 장차의 여행에는 유리하기 때문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이렇게 스스로 번서의 도움이 되기 위해 판단하고 노력하는 그녀의 행동은 조교 하에서도 보전된 지력이 번서의 조력자로써 완벽하게 기능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애완동물로써, 서봉의 신체는 번서의 취향으로 장식되었다. 국무령이 쾌락당의 무리들을 멸망시켰을 때 값어치 있는 물품들을 전리품으로 취했는데, 그중에는 금붙이 뿐 아니라 쾌락당의 비전들도 있었다. 그리고 그 [가치있는 물품]들 중 또 일부가 대사막 향단의 창고를 털어낸 번서의 손으로 떨어졌던 것이다.
쾌락당은 모든 종류의 쾌락을 구하는 집단이다. 물욕, 성욕, 식욕, 심지어는 명예욕까지... 그런 [욕심]을 채우기 위한 다양한 도전(?)을 품앗이하는 방식으로 서로 돕는 것이 쾌락당이라는 조직이었다. 당연하지만 인간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인 [성욕]이라는 분야에서도 대단히 집요한 연구가 있어왔던 바, 성숙한 여자를 범하는 것을 좋아하는 자가 있는가 하면, 아직 가슴에 살이 붙지도 않은 어린아이를 탐하는 추한 변태도 있었고, 남녀 쌍방이 화합해 쾌락을 추구하는 운우지락(雲雨之樂)이라 불리우는 전통적인 형태를 사랑하는 자가 있다면, 시체를 탐하는 엽기적인 변태도 있었다.
번서는 쾌락당의 [애욕부(그들 중에서도 성욕을 추구하는 자들의 모임이었다)]가 남긴 갖가지 성희에 관한 기록들을 입수하고는, 그것 중에서도 자신의 취향에 따르는 부분을 선택해서 실습해 보았던 것이다. 물론 그의 포로들에게 거부권은 없었다.
그 결과로 서봉과 국무향에게는 다양한 형태의 음악한 [취향]이 적용되었는데, 그중에서 가장 눈에 뜨이는 것이라면 역시 [코뚜레]였다. 소나 말의 코를 뚫고 고리를 걸어 제압하는데 쓰는 도구를 인간의 여자에게 적용하겠다는 발상을 처음 시도한 자가 누구였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쾌락당의 무리들 중에서도 노예 무역에 종사하는 자들은 노예로 팔기 위해 조교한 포로들에게 코뚜레를 채웠던 것이다. 그리고 번서는 가장 먼저 서봉에게 코뚜레를 채웠다.
금으로 만들어지고 대사막 특산의 거의 투명한 녹주석(에메랄드)으로 장식된 그 코뚜레는 쾌락당의 무리들이 포로들에게 채웠던, 코의 모양을 망가뜨릴 정도로 우스꽝스러운 크기의 쇠고리가 아니라 반지 크기 정도로 마치 코 끝에 달려 있는 작은 보석 장식물 같은 느낌을 주는 것이었지만, 코 끝을 금색으로 장식하고 인중 위에서 푸른색으로 반짝이는 녹주석의 아름다운 빛깔도 그 잔인한 도구의 본성을 숨기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여자]라기보다는 [가축]임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표식임에는 변함이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서봉의 미모는 색목인 풍이라 코가 높고 두드러졌기에, 이 비인간적이기 그지없는 도구를 써서 코를 꿰는 일로 해서 그녀의 그런 신체적인 특징이 한층 더 두드러지게 되었다.
국무향에게 채워진 코뚜레도 서봉의 것과 같은 것이었지만, 이쪽은 원래부터 멀쩡한 인간으로 보이지 않는 상태였기 때문에 오히려 너무 잘 어울렸다.
또한 노예들의 유방에는 [젖 마개]가 채워졌다. 이즈음에는 서봉과 비슷할 정도의 질을 가진 모유를 생산해 내고 있는 국무향이었지만, 대체로 그녀들의 유방에서 분비되는 젖의 양에는 절조가 없었다. 가만히 두면 옷을 입을 수가 없을 정도로 끊임없이 새어나오는 젖을 통제하기 위해 번서가 고안한 장치가 바로 이 [젖 마개]였다.
그 원리 자체는 간단했다. 젖을 분비하는 유선을 통제하는 혈도를 제압하는 것으로 젖의 분비를 완전히까지는 아니라도 대부분 차단할 수 있었고, 젖 마개는 그럴 목적으로 유두를 통해 유방 깊숙히 찔러 들어가는 하나의 커다란 침이었다. 다만 단순한 침이면 여자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거리는 유방의 움직임에 맞춰 계속해서 혈도를 제압할 수가 없고, 옷을 입은 상태로는 사용하기가 힘들다. 때문에 유두에 덮어 씌워지는 모자 형태의 [머리]부분과, 유방 안으로 침입해 들어가서 혈도를 제압하는 침 부분을 가진 [젖 마개]가 탄생했던 것이었다. 이 도구의 머리 부분은 유두 끝에서 젖이 새어나오는 것을 물리적으로 막는 마개 역할까지 했기에, 이 이름이 너무나 잘 어울렸다. 이 젖 마개 역시 몸에 해롭지 않은 재료인 금으로 만들었는데, 만들어서 채우고 보니 훌륭한 장식이 되었다.
그리고 요도와 항문을 제압하는 도구들, 이것도 결국은 금제로 대체되었다. 번서가 금삭(金索)이라 이름지은 금제의 요도 마개는 갈대보다 훨씬 덜 해롭고 더 확실하게 여자의 요도를 통제하는 도구가 되었고(원리는 똑같았다), 항문 마개 역시 수지로 만든 뚜껑을 포함하여 좀 더 효율적으로 개량되었다. 가끔 피똥과 피 오줌을 싸던 서봉도 이 금제 도구로 교체하고 난 다음부터는 그런 일이 없어졌고, 또한 이 도구들은 여체의 장식으로써도 훌륭해서 보는 이의 눈도 만족시키는 것이 되었기에, 이 개량은 번서에게 흡족한 결과가 되었다.
이러한 장식적이 베풀어진 탓도 있어서, 서봉은 몸매가 드러나지 않는 헐렁한 차림과 함께 면사나 두건 등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다. 자산성은 사막과 가까운 지방이라 이런 차림이 드물지 않아서 그의 심부름을 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