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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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가 어디쯤 있을까요? 참 찾기 힘드네...”

“그러게 나도 처음 와보는 길이야... 우리 섬에 이런 늪지대가 있으리라곤 누구도 생각지 못했을 걸...”

서쪽에 마녀가 산다하기에 쭈욱 서쪽으로 걸음을 옮겼는데 얼마 안가 깊은 늪지대가 드러났다. 그런데 마녀가 살만한 움막이나 초가, 뭐 건물 따위는 보이지 않고 뿌연 안개만 짙어지기 시작했다. 바닥은 어찌나 질퍽이는지 카시아의 세련된 옷은 여기저기 진흙투성이가 되어버렸고, 그건 나 또한 마찬가지다. 기분 나쁜 까마귀소리가 통곡처럼 들려온다. 까악 - 까악 - 까악  

“젠장... 그냥 포기 할까요?” 

“조심해.”

“네에?”

“몬스터야.”

“모, 몬스터...”

뭐? 몬스터라고? 물론 세상 곳곳을 항해하며 몬스터를 만나지 아니한 건 아니었다. 보물 상자가 열어질 때마다 요상한 괴물들이 뛰쳐나온 적도 많았고, 놈들을 잡을 때는 우선 배까지 죽어라 달린 후 함선에서 포격을 가해서 날려버리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몬스터란 놈들이 워낙에 엄청난 힘을 가진지라 정면 대결로는 매우 힘겨운 대결을 펼쳐야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섬에 몬스터가 있다고? 마법사에 몬스터? 말도 안돼!

“앞을 봐.”

아무리 부정하고 싶다한들 현실이 이러한데 어찌해야하나. 카시아의 말대로 정말 눈앞에 몬스터의 형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희뿌연 안개너머로 찐득이는 진흙이 요상한 형상으로 몸을 일으키고 있었던 것이다. 마치 사람이 커다란 천을 뒤집어쓴, 어쩌면 귀여운 유령과도 비슷한 모습이라 할 수 있겠다.

“저게... 무슨 몬스터지요? 처음 보는데...”

“진흙괴물, 즉 진흙 골렘이라고 부르는 거야. 마녀가 정말 있긴 있나본데? 마녀가 아니면 이런 걸 누가 만들어.”

“골렘...” 

제길, 이래서 사람들이 마녀를 꺼려하는 모양이다. 왜 다짜고짜 우리를 공격하고 난리야? 뭐 겁난다거나 그러진 않는데? 나에겐 괴수의 장갑이 있다고. 하하하! 그렇지 않아도 힘을 쓰고 싶던 참에 잘됐다. 검을 뽑아들 필요도 없이 앞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앗!”

“랑스!”

주루룩 콰당! 

컥... 내 체면. 미끄러운 늪... 젠장!

“으윽...”

갑자기 내 앞에 마주한 골렘의 몸에서 흐느적거리는 거대한 팔이생겨나더니 넘어진 내 몸을 향해서 그대로 후려쳤다. 

“조심해!”

- 쾅! -

다행이다... 카시아가 재빨리 달려와 넘어진 내 옷깃을 잡고 뒤로 주루룩 잡아당겼다. 

“고, 고마워요 카시아.”

“방심하지 마. 우린 해적이고 선장이야. 목숨 따윈 한순간에 잃을 수 있는 직업이고, 이 목숨은 내 것만이 아니라는 걸 명심해. 얏!”

카시아는 자신의 레이피어를 꺼내들며 나를 노린 골렘을 향해 찔러넣었다. 레이피어가 정확히 골렘의 몸의 한 중심을 관통하자. 흐물흐물 녹아내리며 이내 흩어졌고, 카시아의 레이피어 끝에는 반짝이는 보석이 뚫려서 달려있었다. 그녀가 말을 이었다.

“이 작은 보석이 골렘의 매개야. 이걸 찾아서 부수지 않는 한 골렘을 죽일 수 없어.”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 바닥에서 많은 고렘들이 몸을 일으켜 세우기 시작했다.

“제길...!”

“아까처럼 방심하지 마 랑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7&WTV1471013=39090480&WTV1392781=25294027&WTV1357910=273489&WTV1357911=2299440&WTV246810=17&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3. 출항&WTV9172643=이게 대체 몇 마리지? 공격 방법은 이미 한 번 겪어봐서 충분히 대처 할 수 있다. 숫자에 겁먹을 필요 없지.

나는 왼손에 O.P.G를 꽉 쥐고 오른손엔 롱소드를 빼들며 만반의 태세를 고쳐 잡았다. 카시아를 바라보니 역시 전혀 주눅 들지 않은 자세로 골렘의 한복판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이어지는 돌풍 같은 몸놀림으로 레이피어를 찔러 들어가고 있었는데 정확히 골렘의 핵이 존재하는 한복판을 노리는 그녀의 검은 과연 해적왕들 중에서도 가장 정확하고 속도가 뛰어난 것이라 말할 수 있겠다.

나 또한 한명의 해적왕으로서 그녀에게 밀리지 않으려 기합을 다졌다.

“하앗!”

내 검이 골렘의 중심으로 파고들었다. 물컹한 진흙 안에서 딱딱한 감촉이 챙그랑 깨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역시 골렘을 지탱하는 핵을 부숴버린 모양이다. 전체 숫자는 대략 삼사십 마리 되겠군. 검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오히려 뼈가 있는 사람을 베는 것보단 물렁한 이것들을 상대하는 게 더욱 간단한 느낌마저 들었다.

“쾅!”

“크읏...”

“방심하지 마!”

아아... 방심은 안 되겠군. 어쨌든 진득하게 팔이 늘어나며 강타하는 녀석들의 공격은 괴물이란 이름이 아깝지 않으니까. 

골렘의 무리들에게서 잠시 뒷걸음질 쳐 나와 등을 맞댄 카시아가 입을 열었다.

“랑스! 너무 많아!”

“그러게요... 아까도 서른 마리였는데 계속 생겨나고 있는 것 같아요.”

“아마도 진(陣)안에 갇혀버린 것 같아.”

“진(陣)이라니요?”

“아... 넌 모르겠구나... 까! 조심!”

나는 재빨리 카시아의 옆구리를 쓸어안으며 높이 뛰어올라 적의 공격을 피했다. 이것 봐라. 만만히 봤더니 이젠 온통 진흙괴물로 뒤덮였다. 죽여도 죽여도 자꾸 늘어나더니 이젠 결국 처음 삼십 여 마리에서 등 뒤까지 포위한, 어림잡아 오십 마리가 넘는 숫자로 불어나 있는 것이다. 아마도 방금 카시아가 말한 진? 그것과 연관된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또!”

이번엔 카시아가 내 뒤를 막아서며 골렘을 무너트렸다.

“카시아. 고마워요.”

“마녀... 만나지 못했더라도 이만 돌아가야겠는 걸. 너무 위험해.”

“그러게요. 얼마나 미인인지 비싼 얼굴 한번 보려다가 송장이 되겠어요.”

흐느적거리는 느린 고렘들과 거리를 벌리기 시작했다. 뒤쪽으로 걸음을 무르자 역시 녀석들도 더 이상 공격을 해오지 않는다. 카시아가 약간은 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그만 돌아가자 랑스.”

“네.”

무지 아쉬운걸. 아니 약 올라 죽겠다. 기껏 류지아에게 굉장한 동료를 소개받았나 싶었는데... 

돌아서는 내 망막에 아까 전에 내가 꺾어버린 거목이 뚜렷하게 비쳤다. 무심코 지나치려는데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이 있어 통쾌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

“카시아! 잠시만요. 저것들 한번 쓸어보자고요.”

“뭐? 어떻게.”

“저도 몰라요. 어떻게든 되겠죠. 하아아아아아앗!”

검을 집어넣고 거목의 기둥을 끌어않았다. 있는 힘을 내며 그것을 번쩍 들어올렸다.

“까! 랑스 뭐하는 짓이야!”

“하하하하하! 무겁지만 들만해요! 카시아! 멀리 떨어져 있어요!” 

O.P.G라고 했지? 꽤 쓸만한 물건이구나 너! 

나는 허리를 튕겼다. 우드드득하는 기괴한 뼈소리가 났지만 통증은 뭐, 생전 본적도 없는 어머니의 얼굴이 떠오를 정도였기 때문에 참을 만하다. 물론 아버지 마저 떠오를 정도라면 그만 둬야하겠지만 어쨌든 간 지금은 참을 만 하다는 소리다.

“흐히하아아악!”

나조차도 놀랄만한 기괴한 소리를 질렀다. 동시에 거대한 나무를 엄청난 역기를 드는 것처럼 들어올렸다. 괴수의 장갑을 낀 왼손은 멀쩡한데 오른손에서 이어지는 모든 혈관과 근육이 사시나무 떨리듯 바르르 떨렸다. 이걸 집어던진다! 이걸로 고렘들을 모조리 쓸어버린다!

“푸끼하야하아야아아아!”

이게 내 입에서 나는 소리가 맞는지 모르겠다. 어쨌거나 난 손에 잡은, 지상 최대의 무게라고 체감상 느껴지는 거대한 나무를 바닥으로 집어 던졌다.

- 부콰하아아아 -

늪지대의 수면 위를 부드럽게 밀려나간 나무는 흐느적거리는 진흙 고렘을 모조리 쓸어 제치며 주르륵 밀려 날아갔다. 

“헉헉... 헉헉...”

아구 삭신이야. 몸 보신 좀 해야겠어. 등 뒤에 식은땀 투성이잖아. 고개를 돌려 카시아를 바라보았다.

“라, 랑스...?”

“헥... 헥... 네?”

황당하게도 먼저 내 이름을 부른 그녀가 멍하니 딴청을 피웠다.

“어...? 뭐라고? ...왜?”

“헥...? 헥... 헥... 아. 아네요.”

아무래도 그녀는 내가 보여준 엄청난 괴력에 넋이 나가버린 모양이다. 그녀도 나도 한동안 늪을 멍청하게 바라보다 내가 먼저 겨우 입을 다시 열었다.

“휴우우우... 가죠. 마녀 만나러.”

“하우... 그, 그래. 가자.”

다시 질퍽한 늪을 한동안 걷자 이번엔 말끔한 잔디가 펼쳐졌다. 우리 섬에 이토록 넓은 초원도 있었구나? 그래도 내가 사는 카린소 섬이란걸 분명히 느끼는 건 넓은 초원 너머로 푸른 바다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곳이 꽤 고지대인 듯 서늘한 안개와 섬을 둘러싼 소용돌이의 희미한 형상까지 어슴푸레 보였다.

“멋지네. 우리 섬사람들은 이 주변엔 와본 사람이 거의 없을 거야. 깊은 늪이 펼쳐져 죽은 땅이라고 소문이 났고, 마녀의 소문을 아는 사람은 더욱 드물어. 나조차도 이번에 류지아를 만나면서 처음 알았고, 삼십년 가까이 이 섬을 살면서 처음 와보는 곳이니까.”

“그런데 카시아?”

“응?”

“왜 저와 동행하는 거예요? 카시아도 해적왕이라서 바쁠 텐데요? 굳이 절 따라오실 생각을 마세요. 그러니까 제 말은... 괜히 훅스턴의 일과 연류 되었다고 이일에 부담 갖지 마세요. 제가 알아서 해도...”

“너와 동행하려해.”

딱 잘라 말한 카시아가 말을 이었다.

“나도 엄연한 해적 왕이도 마을의 반역자를 잡아야 하는 사명은 누가 말할 것도 없이 자연히 주어진 임무나 다름없어. 너는 아직 모르겠지만 베이카논, 쿡, 레이하이딘까지 마을에 모여 있어. 우리 다섯의 해적왕은 함께 동행해야 할거야.”

아름다운 카시아의 목소리가 이번만큼은 거북함과 함께 밀려들었다. 나는... 훅스턴... 훅스턴 그자와... 단둘이 해결보고 싶을 뿐인데... 훅스턴이 왜 섬을 배신했는지 직접만나 이유를 듣고 싶다. 하다못해 해적생활이 지루해졌고, 국적이 부러웠으며 명예욕 때문이라고 말해도 좋다. 무엇보다 난 그자에게 전해야 할 말이 있다. 또 그를 설득시켜 이 섬으로 데려올 것이다. 경의야 어찌됐든 반드시 내가 아는 훅스턴으로 되돌려 놓을 것이다.

그 와중에 다른 삼자가 끼어들어 방해하는 일은 용납하고 싶지 않다. 그것이 아무리 카시아라해도...

“카시...”

카시아에게 반론하려던 내 말은 결국 이어지지 않았다. 내 머리를 향하는 공격에 그대로 당해버렸기 때문이다.

- 쿵 -

“어어? 랑스 괜찮니?”

“아아... 머리야. 누가 공격했어!”

다리를 개구리처럼 발딱 튕기며 재빨리 일어났다. 동시에 검을 뽑아드는 것 또한 잊지 않았다. 그런데 카시아의 목소리가 약간 당혹에 휩싸인 듯하다.

“랑스, 이것 좀 봐. 느닷없이...”

“에?”  

공격받은 나 조차 당혹하고 말았다. 날 공격한 것은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난 통나무집이었다. 

“어라? 아깐 분명 보이지 않았는데!”

놀란 목소리로 소리 지르자 통나무집 안에서 요염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호호호호호. 날 결국 추방시켜놓고 다시 찾아왔구나? 그래. 왕성한 남자라서 만나주긴 할 텐데 여자는 밖에서 기다려라. 호호호호.”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7&WTV1471013=41398578&WTV1392781=25299329&WTV1357910=273489&WTV1357911=2299921&WTV246810=18&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3. 출항&WTV9172643=나를 공격한(?) 통나무집. 그 안에서 생각지도 못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남자라면... 나만 들어오라고? 잠시 카시아의 안색을 살폈다. 지금으로선 그녀만큼 내 마음을 사로잡는 사람은 없기에. 행여 나의 바람처럼 들려온 말을 의식하지 않았을까 하는 망설임 때문에.

“후훗... 남자만 들어오라고 하네? 좋은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는 걸? 가봐.”

실망스럽게도 아무렇지 않은 듯 입을 여는 그녀였다. 하지만 눈을 마주치지 않는 이유에 한 가닥 희망을 가져도 괜찮을까.

- 끼이이익 -

내부는 참으로 을씨년스러웠다. 사람의 것인지 짐승의 것인지 도대체 구별이 안가는 앙상한 뼈대들이 바닥에 나뒹굴었고, 바닥과 벽면엔 온통 핏빛으로 갈겨놓은 기괴한 글자뿐이다. 마녀의 집이라기에 류지아의 거처와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낼 줄 알았는데 이건 대놓고 마녀의 집이다고 외치는 정도였다.

“류지아님에게 연락은 이미 받았지. 그래 네가 다섯 번째 해적왕인 랑스라고?”

“엇?”

어떻게 된 일인지 나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불길한 기분이 들어 검의 손잡이를 콱 잡았지만, 눈에 비친 마녀의 모습을 확인한 후 힘을 놓고야 말았다.

그녀의 외모는 이러하다. 새까만 복장인데 치마가 매우 짧아 가녀린 미풍에도 속옷이 드러날 것만 같았고, 상체는 어찌나 풍만한지 하얀 굴곡이 그대로 드러나 보인다. 체구는 매우 작은 편인데 가슴크기가 에랄다 정도이니 풍만한 포인트가 확연히 두드러졌다. 잘록한 허리, 매우 작고 귀여운 얼굴이었는데 앙증맞은 입술 바로 옆엔 까만 점이 있어 요염함도 묘하게 어우러졌다. 눈동자는 정확한 원형을 그릴 정도로 커다랗고, 머리는 정돈이 안된 짙은 보라색 파마머리였다. 검은 복장과 보라색 머리가 뚜렷한 비교를 이루었지만 또 어울렸다. 손에는 끝이 달팽이 껍질처럼 말린 지팡이를 들고 있었는데 책에서 보았던 마녀의 이미지와 비슷한 것이라 강한 이질감이 느껴졌지만 또 동시에 친근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아, 안녕하세요? 랑스라고 합니다. 류지아의 소개를 받고 왔어요.”

“후음? 그래?”

한동안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마녀가 입을 열었다.

“내 이름은 시르케 아우렐리아. 그런데 너... 뭐야.”

“네?”

“너 총각이 아니잖아?”

“아... 그, 그게...”

젠장, 이 마녀가 지금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에휴... 모처럼 찾아온 남자라기에 잔득 기대했건만 이미 다른 년이 잡아먹은 뒤잖아? 영양이 다 빠진 껍데기...”

“윽...”

아무리 그래도 껍데기라니? 기분이 상해 인상을 찌푸리자 다시 시르케란 마녀가 입을 열었다.

“내가 밖의 여자를 놔두고 너만 집안으로 부른 이유를 모르겠니? 내 몸을 즐기게 해주려고 그랬지. 난 네들이 말하듯 악마와 관계도 맺을 수 있는 마녀라고. 후후후후.”

내 앞으로 한 발짝 다가와 긴 손톱으로 내 턱을 들어 올린 이 여자... 상당히 도발적이다. 이 마녀가 무슨 마법을 부렸는지 몸이 떨리고 심장이 두근거렸다. 뒷걸음질 치자 시르케는 요염한 눈빛으로 입을 열었다.

“뭐야? 너 굉장히 민감하네? 가지고 놀기 좋은 스타일이긴 한데... 어쨌든 총각이 아니라서 괴씸해. 앞으로 하는 걸 봐서...”

“하는걸 봐서...?”

“아니야!”

약간 당황한 듯 뒤돌아섰다. 이러고 보니 정말 귀엽기도 한 마녀야. 류지아는 육백예순한 살이라는 어마어마한 나이였는데 이 마녀는 나이가 몇 살일까?

“실례지만 나이가 어떻게 되요?”

“나이? 그건 알아서 뭘 하게?”

“음.... 류지아는 육백 살이 넘었거든요. 당신도 그렇게 대단하다면...”

“15살.”

“에엑?”

“왜? 불만 있어? 내가 혹시 삭아 보이는 거야?”

“아, 아뇨... 생각보다 어려서... 나보다도 한 살 어린데...”

“원랜 마을에서 쫓겨 온 어머니와 둘이 살았어. 어머닌 이미 돌아가셨고... 아버진 당연히 누군지 모르고.”

“그래요...”

마녀라지만 어딘지 모르게 평범하고 여린 소녀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녀라면 대부분 사악한 존재라 들었는데 정 반대로 매우 착하다는 느낌마저 들어 반드시 동행하겠다는 열의를 품었다. 

“동행해주실 수 있어요?”

“네 배는 여자... 아니, 마녀를 태워도 상관없을까? 선원들의 불만이 심할 텐데. 자고로 해적선엔 여자를 동행하면 불운이 다가와. 너는 별것 아닌 소문이라 생각하겠지만 우리 마녀들 사이에도 그것은 분명한 수학공식과도 다름없는 전례야. 내가 사람들에게 배척받는 이유를 모르겠니? 신중하게 생각해봐. 항해를 전혀 모르는 마녀 따윈 전투가 벌어질 경우 사기에 많은 도움이 될 진 모르지만 그전엔 없어도 그만일 테니.”

모르겠다. 분명 그런 소문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어렵게 마주한 그녀다. 뭐 앞으로 내 선박엔 여자 남자 구별 따윈 없을 텐데 마녀라고 해서 별 탈 있겠는가? 또... 그녀와 앞으로의 관계가 기대되기 때문에 난 흔쾌히 주장했다.

“앞으로 마을에서 쫓겨나는 수모는 당하지 않을 겁니다. 여자나 마녀를 태우면 운이 없다는 소문 따위는 제가 이제부터 바꾸겠어요. 그러니 당신도 절 도와주세요.”

“동행할 생각이 없었다면 네 앞에 나타나지도 않았겠지. 이 지역은 내 세계나 다름없어. 류지아님의 부탁이니 어쩔 수 없어. 그런데 첫 번째 항해의 목적이 뭐야?”

“이 섬의 반역자를 잡으러 갑니다.”

“와우... 잡아 죽이는 일이라면 내가 전문이야. 죽이기 전에 고문은 내게 맡겨.”

“죽이거나 고문하지 않을 거예요.”

“뭐? 반역자를 잡아서 뭐하게? 여덟 장로가 잡아만 오래? 그럴 일은 없을 텐데...”

“죄 값을 물어 반성하게 만들고 예전에 내가 기억하던 모습으로 되돌려 놓겠어요.”

“흐음... 네가 기억하던 모습이라고?”

“네.”

“대충 이야기는 들었는데... 아마도 훅스턴이라는 남자였겠지?”

“네.”

“넌 그자에 대해서 어디까지 알지?”

잠시 망설이고 말았다. 그리고 망설임의 여파는 상당한 것이어서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자 다시 배실 배실 웃음을 머금은 시르케가 입을 열었다.

“바보 같은 녀석, 아무리 내가 그런 말은 했어도 이 집엔 지금 너와 나 뿐인데... 이렇게 시간은 흘러가 버렸어. 다음 기회에는 이러지 마.”

  

이렇게 말한 후 통나무 집을 나서는 시르케였다. 

뭐? 뭐야? 그게 무슨 의미지?

나는 잠시 그녀가 나서는 모습을 보고 멍청하게 서 있었는데... 이 순간만큼은 정말 바보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하아... 어쨌든 이렇게 시르케의 동행을 얻게 되었다. 카시아는 아무래도 자신이 가진 플로렌스호에 타게 될 테니 내 배에 동승할 사람은 현재 시르케와, 에랄다, 그리고 그의 딸이 전부였다. 에랄다와 금발의 소녀는 그의 나라와 가까운 곳에 내려줄 것이지만 그래도 이건 뭐, 전부 여자뿐인데... 어쨌든 이제 부선장을 포함한 선원을 모집해야지.

- - - - - 해적 - - - - -

그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선술집에는 어서 출항을 하자며 소란을 떠는 선원들이 한데 뭉쳐있었다. 어쨌거나 지금 출항할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 배가 아직 완성이 안됐단 말이야!

오랜만에 섬에 들렸다는 나머지 세 명의 해적 왕들은 여덟 장로의 거처에서 함께 머무는지 전혀 보이질 않았고, 자신의 짐을 꾸린다며 어디론가 사라진 시르케. 그리고 카시아는 자신의 선박과 선원을 정리한다며 나름대로 바빴다. 에랄다는 카시아와 함께했고, 에랄다의 딸인 금발머리 소녀는 행방을 잘 모르겠다.

배의 완성이 늦어져 조급한 마음에 머리를 식힐 겸 검술 훈련소에 들렸다. 이름은 검술 훈련소라지만 사람 모형의 허수아비 몇 개와 죽도 몇 자루뿐이다. 여덟 장로의 명령에 의해 명목상 차려놓은 것이지 실제로 이곳에서 연습을 행하는 해적들은 아예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해적들의 성격상 차라리 지들끼리 진검 대결을 펼치고 마는 부류다. 나조차 지금 왜 검술 훈련소를 향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이니... 내가 쓸데없는 이곳에 온 이유는 요즘 아침 마다 청명한 기합소리가 들려서이다.

“얏! 야앗!”

“에에...? 너는?”

“얏! 하...?”

나를 확인한 금발의 그녀. 아직까지 이름도 모르는 그녀는 틀림없이 에랄다의 딸이 분명하다.

“아, 안녕?”

“너! 죽어!”

“어어! 이봐!”

저번부터 다짜고짜 나에게 덤벼드는 그녀였다. 아무리 그녀의 어머니와 그런 관계를 가졌지만, 이건 좀... 억울하다! 내 자의가 아니었다고!

나는 침착히 옆에 놓인 목검을 들어 그녀의 검 격을 받아냈다. - 타탁 - 아무래도 그녀는 이곳에서 홀로 검술 연습을 하였나보다. 나에 대한 적개심 때문일까? 이번 사건이 그녀에게 크나 큰 충격을 주었던 탓일까.

“오호? 자세가 잡히는 걸? 그동안 연습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 널 죽이려고 갈고 닦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주 어릴 적 훅스턴이 나에게 검술을 가르쳐주던 그때가 떠올랐다. 귓가에 그의 음성이 메아리치는 듯하다. 

‘그래, 그래. 해적들이 하는 일이 그런 일이지. 선량한 귀족들을 약탈하고 여인들을 납치해 욕보인다. 이런 해적이 꼴보기 싫으냐? 그럼 검술을 길러라. 그 검으로 해적왕인 나를 죽이면 돼. 그 후 네가 해적왕이 되어 이 섬을 바꿔봐. 반드시 죽일 각오를 다져야 한다. 검은 그래야만 힘을 발휘하는 법이야. 또 동시에 상대의 검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라. 두려움은 겁쟁이들의 전유물이 아닌 현명한자들의 무기이니까.’ 

그리고 그때 나는 놀랍게도 훅스턴의 옆구리를 찔렀다.

어쩐지 눈앞의 소녀의 얼굴에서 어릴 적 내 얼굴이 겹쳐보였다. 그 시절 향수에 사로잡힌 것일까. 난 잠시 거리를 두며 입을 열었다. 

“죽일 각오를 다해야만해. 그런 의미로 네게 진검을 빌려줄게. 날 죽여봐.”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8&WTV1471013=43700133&WTV1392781=25300286&WTV1357910=273489&WTV1357911=2300007&WTV246810=19&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3. 출항&WTV9172643=허리에 찬 내 롱소드를 뽑아들고 소녀에게 내밀었다. 나는 여전히 목검을 쥐었다. 소녀는 진검을 처음 잡아보는 듯 잠시 망설였다. 소녀의 이름이 궁금해서 물었다.

“이름이 뭐야?”

“로리안...”

“로리안... 그래... 단단히 각오해. 넌 날 죽이고 싶다고 했어. 네가 날 못 죽이면 네가 널 죽일거야.”

로리안이라 이름을 밝힌 그녀가 검을 콱 잡았다. 청조한 매력의 귀족소녀. 그녀가 거칠게 사람을 베어온 나의 검을 붙잡았다. 그리고 그 검을 휘둘렀다.

왜 일까? 어이 없을 정도로 형편없는 검인데... 왜 피하고 싶지 않은 것인지 나조차 모르겠다. 죄 값을 받고 싶은 것일까? 풋... 수많은 사람을 죽여 온, 해적인 내가? 

어이없게도 과거 훅스턴이 나에게 당한 곳과 똑같은 옆구리를 당해버렸다. 피가 주루룩 흘러내렸다. 로리안이라는 소녀가 입을 틀어막으며 몸을 떨었다.

“너... 너... 왜...!”

제길, 큰 상처는 아니구나. 그런데 무진장 아프군. 로리안이 사슴 같은 눈을 크게 뜨며 소리쳤다.

“너... 뭐야! 왜 피하지 않았어!”

나는 이를 콱 깨물며 고통을 참았다. 그리고 씨익 웃었다.

“로리안, 날... 용서해줘. 그 때 너의 어머니랑 나... 모두 최음제를 먹었어... 그래서 둘 다 이성을 주체할 수 없었다. 반드시 너의 나라로 너와 에랄다... 안전하게 데려다줄게.”

로리안은 입을 틀어막은 채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내게 눈물을 보이기 싫었나보다.

- - - - - 해적 - - - - -

다음 날이 되었다. 나는 지금 프로렌스 호의 선장실에서 붕대를 감고 있는 중이다. 어젯밤은 별것 아니라 생각하고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보니 상처주위에 붉은 염증이 생겨난 게 아닌가! 깜짝 놀란 카시아는 선박으로 달려가 구급상자를 열었다. 상처를 살핀 카시아는 어디서 당했는지 집요하게 물어봤지만, 굳게 입을 다물자 그녀의 추궁도 결국 그치고 말았다.

붕대를 다 감고 갑판으로 나가자 낮익은 남자 목소리가 나를 불렀다. 

“여어! 랑스 클란츠군, 결국 골든 스페로우의 선장으로 임명 받게 되었군. 허허허.”

“앗... 베이카논?”

반가운 얼굴, 바로 다섯 해적왕 중 한명인 베이카논 프란시스였다. 소문난 지식인이며 그의 함선 이름도 마찬가지로 프란시스호이다. 또 그는 무시무시한 무기를 지니고 있는데 다름 아닌 권총이다. 약점이라면 총알에 제약이 있다는 것 정도? 총알이 떨어지면 등에 멘 활을 꺼내드니 문제 될 건 없다. 그리고 또 다른 반가운 목소리가 이어 들려왔다.

“그러게 내가 뭐랬나! 저놈은 어릴 적부터 내가 찍어놓은 녀석이라니까. 내 크게 될 줄 알았지! 크하하핫”

“레이하이딘 아저씨도 왔어요?”

이 호탕한 성격의 인물은 레이하이딘. 해적 왕 중에서도 가장 괴력의 소유자로 유명한자다. 손에는 O.P.G같은 걸 끼고 있지도 않은데 맨손으로 적함의 돛대를 부러트렸다는 소문이 있다. 또, 저 등에 메고 있는 해머와 부딪힌 적들의 무기는 어지간한해서 박살나버린다.

“랑스, 축하해.”

“쿡, 고마워요.”

역시 다섯 명의 해적 왕이 모두 모였구나. 마지막으로 나와 인사를 나눈 여자는 쿡이라는 선장인데. 그녀의 이름이 본명인지 별명인지 모르겠다. 뭐 해적들은 원래 별명을 자주 즐겨 부르니까 별명일 가능성이 매우 크다. 외모로 보아선 머릿결이 푸른색이며, 청순한 이미지이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파 보이며 또 눈이 매우 슬퍼 보인다. 말을 아끼며 반드시 필요할 때만 입을 여는 여자이다. 

아직까지 어떻게 싸우는 지 구경조차 해본 적 없는 데, 그녀와 맞서서 살아남은 자들이 없다는 건 확실하다. 무기조차 겉으로 드러내지 않으니 싸우는 방법을 짐작할 방법조차 없다. 

레이하이딘이 내 어깨를 감싸며 입을 열었다.

“랑스, 시작하자!”

“네?”

“작전회의 말이다! 훅스턴 놈을 잡아야지!”

우리는 모두 카시아의 플로렌스호 안에 위치한 집무실로 들어섰다. 이미 카시아는 중간에 자리를 잡고 테이블 위에 지도를 펼치고 있었다. 회의가 시작됐다.

카시아가 지도에 어느 부분을 짚더니 입을 열었다.

“자, 봐. 우리는 세 갈래로 나누어져서 오디세이아로 잠입해야 돼. 즉 어떻게든 짝을 지어서 세 팀을 만들어야 하는 거지.”

“크핫? 그럼 나는 카시아와 한 팀 아니면 빠질래.”

하이레이딘의 말이었다. 어느 해적들이나 그렇듯, 그도 역시 카시아에게 흑심을 품고 있다. 뭐 이미 다 아는 사실이니 경계하거나 놀랄 일도 아니다. 그런데... 가능성이 없다는 게 그에게는 불행한 일이지. 내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세요.”

눈치 빠른 베이카논은 나의 대답에 의외의 낯빛을 비추었다. 그는 나 또한 카시아에게 관심이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음이 틀림 없었다. 그런데 카시아를 레이하이딘에게 떠넘긴 나의 생각은 이렇다. 다섯이니 두 명씩 짝짓는 다면 한명은 독단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그렇다면 일단 나 혼자 떨어져 훅스턴을 찾아 나설 계획이다. 그와 나 사이에 누구도 방해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니까.

“그럼 나는... 쿡과 한 팀이 되도록 하지. 랑스, 처음인데 괜찮겠나?”

“안돼요!”

쿡과 한 팀을 이루겠다고 말한 건 역시 베이카논이며, 안된다고 반대하는 건 카시아이다. 아... 카시아. 이번만큼은 양보할 수 없어요. 카시아를 정면으로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카시아... 이번일은 내 예전 선장이었던 훅스턴을 잡는 일이에요. 처음이지만 혼자하고 싶어요.”

잠시 실랑이가 오갔다. 베이카논은 나를 옹호하는 의견을 냈고, 카시아는 나와 함께 하겠다며 의견을 앞세웠다. 또 레이하이딘은 카시아가 자신과 한 팀을 안 이루면 관두겠다면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이렇게 첫 의견부터 엇갈리는 와중에 모두의 입을 다물게 만드는 이가 있었으니...

“베이카논과 함께가 아니면 저, 빠지겠어요.”

“쿡...”

잠시 침묵이 흘렀다. 쿡은 말이 없는 만큼, 한 마디 한 마디가 압도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것이다. 카시아는 결국 한숨을 몰아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그럼 저와 레이하이딘이 한 조, 베이카논과 쿡이 한 조, 또... 랑스... 무모한 짓 하지 마.”

“알았어요. 어린애가 아니라고요.”

“그래... 그럼 모두 이제부터 제가 생각한 작전을 말할게. 이의 있는 사람은 바로 제시하도록.”

한 눈에 봐도 베이카논과 레이하이딘이 가장 연장자인 게 틀림없다. 그럼에도 카시아는 모두에게 반말을 일삼았는데 이것은 의외의 것이 아니다. 우리는 해적이기 때문에 연장자 대한 격식 따윈 크게 염두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지도를 바라보는 가운데 카시아의 설명이 이어졌다.

“전 대륙의 형상은 보는 것처럼 역삼각형을 크게 그리고 있어. 역삼각형을 정확히 삼등분하면... 이렇게 오디세이아와 지파르그, 포트가라는 세 나라로 갈라지게 되지. 이 나라간의 세력 균형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유지 되었던 거라서 앞으로도 지속 될 거라 생각하는데... 어쨌든, 우리가 노릴 곳은 바로 하단에 자리 잡고 있는 오디세이아. 역삼각형의 하단을 잘라내도 작은 역삼각형에 불과해. 오디세이아의 한 면은 대륙과 붙어있고, 두면이 바다와 맞닿아 있어서 우린 이 두면의 항로와 꼭 지점에 위치한 항로를 향해 침투할거야. 이런 이유는 알겠지? 지금 우린 훅스턴의 행방을 아예 모르니까. 흩어져서 찾아보자는 이야기야. 그래서 세 팀으로 나눈 것이고... 먼저 훅스턴의 행방을 찾는 사람이 비둘기로 신호하기로 하자. 어때?”

“하하핫. 역시 카시아의 작전은 최고야. 난 무조건 찬성!”

“좋은 방법일세. 오디세이아의 해안지대에는 우리가 정박할만한 은밀한 자연 동굴들이 많으니 이번 작전은 잘 이루어질 거라는 생각이 드는군.”

“찬성.”

해적왕의 회의는 처음 참석한 것이지만, 안 봐도 뻔하다. 늘 이런 식이었겠지. 카시아가 다시 입을 열었다.

“자, 랑스. 넌 오디세이아의 서쪽 해안으로 잠입해. 그리고 베이카논과 쿡은 동쪽, 나와 레이하이딘은 중앙 꼭짓점을 향할게.”

“응.”

“좋아.”

“네.”

“그래.”

카시아가 말하고 나머진 대답만 하는 것같다. 이것은 분위기 상 나조차도 어쩔 수 없었는데 카시아... 회의 때마다 고생스러웠을 것 같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8&WTV1471013=46003840&WTV1392781=25302332&WTV1357910=273489&WTV1357911=2300192&WTV246810=20&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3. 출항&WTV9172643=드디어 나의 골든 스페로우 호가 완성되어 바다위로 떠올랐다. 선체는 온통 완벽한 검은색이었는데 선상은 뚜렷한 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 선상의 모습은 아름다운 인어가 작은 새를 손바닥위에 올려놓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쨌든 저 선상이 섬 주변의 폭풍을 잠재우는 힘을 가지고 있단다.

스페로우 호에 탑승 가능 인원은 백 명 정도. 남녀가 뒤섞인 엄청난 인파가 몰렸지만 백병전에 대비하여 역시 힘이 센 남성에게 비중을 둬야만 했다. 겉모습을 봐도 마녀의 분위기가 팍팍나는 시르케는 이미 함선의 장루 안으로 몸을 숨긴 뒤였다. 나는 시르케가 장루위로 안착하는 모습을 보며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다름 아닌 지팡이를 타고 허공을 날아올랐던 것이다. 더욱 내가 눈을 크게 뜬 점은 치마 아래로 드러나는 야한 속옷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다. 그녀는 앞으로도 망원경을 들고 장루에서 먼 거리를 지켜보는 주시자가 될 텐데 그녀의 말로는 적함이 보이면 파이어 볼이라는 불덩이를 집어 던지겠다고 한다. 말이나 되는 소리인지... 뭐 언젠가 읽었던 고대 서적이 허황되지 않은 것이라면 정말 그럴지도 모르겠다. 

“드디어 출항이네요. 랑스 선장님, 잘 부탁드릴게요.”

“......”

금발의 모녀, 에랄다와 로리안이다. 에랄다는 과거의 일을 깨끗이 잊어버린 듯 말투에 거리낌이 없었지만, 로리안의 시선은 붕대감은 나의 옆구리에 못 박혀 있었다. 나는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로리안 안녕?”

“어? 응...? 응... 안녕...”

알고 보니 로리안은 나와 동갑이라고 한다. 그래서 친구로 지내자고 귀띔을 했는데 듣는 척 마는 척이다. 역시 그때 일 이후로 나를 피하려고만 한다. 어쨌든 그녀들도 상당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인데 바로 선원들의 음식을 장만하겠다는 것이다. 한 가지 아쉬운 건 능숙한 항해사들과 나를 도와줄 부선장이 없다는 것인데... 뭐 다들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일상을 넘긴 해적들이라 큰 부담은 없겠지만... 

어쨌든 빨리 출항하자. 네 명의 해적 왕들은 이미 오디세이아를 향해 출항했기 때문이다. 선원들이 자리를 잡자 내가 기억하는 누군가의 흉내를 내며 크게 소리쳤다.

“자! 선원들은 모두 크게 함성을 질러라! 출항이다!”

선원들의 커다란 함성이 지평선을 향해 쏟아졌다.

“우와아아아아아! 바다다! 요호! 항해다!”

- - - - - 해적 - - - - -

역시 카린소 섬 주변의 거친 폭풍은 문제될 게 아니었다. 드디어 바다도 나를 해적 왕으로 임명해 주었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며 며칠을 보냈다. 폭풍을 빠져나오자 파도는 한없이 약해졌고, 무엇보다 바람은 북서풍이 불고 있었다. 오디세이아의 서쪽 항로로 잠입해 들어 가야하는 나로선 아주 운이 좋다. 네 명의 해적 왕들이 출항은 먼저 하였지만, 이런 바람이라면 충분히 그들보다 내가 먼저 도착할 수 있을 것 같다. 

“선장님! 귀족함선이 보입니다!”

장루위에 올라간 어느 선원의 목소리다. 주시자가 되겠다던 시르케는... 어이없게도 낮잠을 자는 중이다. 나는 우리 돛대에 펄럭이는 검은 해적 깃발을 보며 크게 소리쳤다.

“포격에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배를 좌현으로 비스듬히 틀어라. 그리고 적함이 어느 나라의 것인지 살펴봐라!”

어떤 배든지 간에 앞으로 포를 쏠 순 없다. 그래서 작은 위협이라도 느껴지면 바로 포를 쏠 수 있게 배를 옆면으로 돌려야한다.

“오디세우스의 함선입니다!”

당장 ‘포격하라!’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잠시 주춤하며 생각에 잠겼다.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오디세우스에 몰래 잠입하는 일인데 그들의 함선을 건드려서 소란을 떨어봐. 좋을 게 없지? 하지만... 그 키리우스 호프만이란 녀석이라면 용서 할 수 없는 일이다. 선상으로 달려가 망원경을 빼 들어 적함을 살폈다. 역시 적의 선장도 나와 같은 행동을 취하며 경계하고 있었다.

“뭐? 여자잖아?”

짙고 검은 단발머리, 체구가 매우 호리호리한 편인데 허리엔 검을 여러 개 차고 있었다. 나와 함께 우르르 몰려와 적함을 살피던 선원들이 소리쳤다.

“와우! 예쁜데요?”

“잡아갑시다! 와하하.”

“하하하하! 랑스 선장! 포격합시다!”

젠장, 이놈들 적을 방치한 채로 자리를 이탈했다. 규율을 강화해야할 필요성이 있지만... 그런다고 들을 녀석들이 아니지.

“푸...”

한숨을 쉬며 소리쳤다.

“모두 제자리에 안가!”

“하하하! 랑스 선장이 화났다! 도망가라!”

“와하핫핫핫!”

아! 미치겠군. 아직 이들에겐 선장이 놀림감이다. 그래도 뭐, 이런 분위기가 싫진 않아. 그나저나 저 여자는 그냥 가도록 내버려 두어야겠군. 문득 식당에 있는 에랄다와 로리안을 저들에게 넘겨주는 게 어떨까하고도 생각해 보았지만, 내가 치러야할 임무를 생각하고 고개를 저었다.

‘그래, 괜히 먼저 보내주었다가 기밀을 발설 할 수 있으니 신용이 생길 때 까지 당분간 내 배에 머무르게 한다.’

“조용히 물러난다. 상대도 우리 악명은 잘 알기 때문에 조용히 넘어갈 걸로 예상돼.”

“에이... 재미없어!”

선원들이 커트라스를 뽑아들며 항의했지만, 그렇다고 내 말을 거절할 순 없다. 나 또한 롱 소드를 뽑아들며 크게 외쳤다.

“내 말을 듣기 싫으면 반역을 일으키라고! 하하하!”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오디세우스의 함선과 가까워진 우리는 부드럽게 물러나기 시작했다. 상대 선장을 깔보는 우리 선원들의 놀림이 이어졌지만, 별다른 마찰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엇? 뭐야. 오디세우스? 적함이잖아?”

모두들 장루 위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많이 듣던 목소린... 헉! 시르케? 그녀가 눈을 비비며 눈을 크게 뜨더니 두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오호호호. 드디어 적함 발견! 죽어 버려랏!”

마녀의 요상한 울림이 수면을 울리기 시작했다. 설마? 이게 바로 케스팅이란 건가!

“시르케! 그만둬!”

“파이어 볼!”

슈우우웅. 쾅! 

놀랍게도 엄청난 화염구가 시르케의 지팡이 끝에서 돌돌뭉치더니 곧바로 상대의 함선 후미에 위치한 상갑판에 정확히 명중했다. 어찌나 위력이 강한지 그 진동에 우리 함선조차 휘청거렸고, 상대 함선의 방심하던 선원들이 상당수 물에 빠졌다. 더구나 불길에까지 휩싸였다. 으아악!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심각하게 번지고 말았다.

적함의 선장이 화가 난 목소리로 날카롭게 소리쳤다.

“비겁한 해적! 지나가는 척 하면서 공격을 해? 용서하지 않겠어! 모두 포격을 가해라!”

“크윽! 미친 시르케! 어쩔 수 없다! 배를 좌현으로 45도! 포격을 개시하라!”

쾅, 쾅! 콰콰쾅! 한 차례 포격이 가해졌다. 그런데 근접한 상태에서 포술로는 상대가 안 돼지. 내 배의 대포는 트리플 케논. 하나의 대포에서 체인으로 한데 묶여진 세 개의 구슬이  쏘아져 나가며 체인에 엉겨붙은 모든 것을 휩쓸어 지나간다. 콰콰콰쾅! 콰콰쾅! 

적함이 너덜너덜해지고 전투의 승패는 단번에 기울어졌다. 이대로 수장 시킬 수는 없지!

“선박을 부딪쳐라! 백병전이다!”

“우히히히!”

“이얏호!”

모두들 커틀라스를 뽑아들며 들떠 소리 질렀다. 해적들이 가장 좋아하는 칼싸움, 바로 백병전이다. 배의 옆면이 가까이 다가가자. 수많은 갈고리가 적함의 난간을 잡아끌었고, 또 타타닥하는 소리와 함께 적함과 나무 판자를 연결했다.

“여자든 남자든 필요없다! 한 놈도 빠짐없이 죽여라! 단, 선장은 내가 잡는다!”

롱소드를 뽑아들며 가장 먼저 달려드는 두 놈의 목을 부드럽게 그었다. 검에 베인 적들은 난간에 몸을 기울이다 그대로 바다에 떨어져 내렸다. 풍덩, 풍덩,

“선장은 어디 있지?”

“선장을 만나려면 우리 먼저 죽여라!”

적함에 발을 내밀자마자 내 주위를 둘러싼 놈들이 동시에 검을 휘둘렀다. 나는 바닥에 몸을 구르며 한 놈의 다리를 왼손으로 움켜잡았다. 그리고 번쩍 들어올렸다.

“으아? 으아아악!”

나에게 잡힌 선원의 겁에 질린 비명. 검을 휘두르던 녀석들 조차 나의 엄청난 힘을 보며 멍청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손에 잡은 놈을 허공에 빙빙 두 바퀴 돌린 후, 뭉쳐있는 놈들을 향해 집어 던졌다.

“으악!”

우르르르.

후훗. 보기 좋군. 역시 O.P.G는 정말 맘에 든단 말이야. 적의 선원들은 엄청난 괴력을 맛본 후, 더 이상 나에게는 달려들지 않았다. 선장은?

"하얏!“

탱! 

이 선장, 약간 바보 같다. 등 뒤를 기습할 땐 기합을 지르지 말았어야했다. 

“기습이라... 이름이?”

“얀스 로엔뉴.”

“나는 랑스 크란츠.”

“비겁한 해적 따위 이름은 알고 싶지 않아! 얏!”

채재챙! 쨍쨍!

빠른 쾌속의 검격이다. 그러나, 카시아 하고는 비교도 되질 않는군.

짧고 검은 머리, 매우 귀여운 얼굴을 가진 여잔데 불구하고 선장을 맡고 있다니... 집안이 잘나가는 귀족? 상인? 뭐 그쯤 되겠군. 그래... 이 년은 반드시 사로잡아야겠다. 오디세이아의 잘나가는 귀족이나 상인계통 이라면 틀림없이 훅스턴의 행방을 알 가능성이 크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8&WTV1471013=48323835&WTV1392781=25312716&WTV1357910=273489&WTV1357911=2301135&WTV246810=21&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4. 추격&WTV9172643=다시 한차례 검격을 주고받았다. 며칠 전 로리안에게 받은 상처 때문에 아직도 감은 붕대를 풀지 않은 터라. 얀스라 이름을 밝힌 그녀는 교활하게도 상처를 향해 검을 찔러오는 것이다. 기본은 돼있는 데?

“얏! 야앗!”

“이봐, 얀스 로엔뉴라고 했지?”

“시끄러워!”

“이정도 검술 실력으로는 날 이길 수 없어. 불행하게도 포로가 돼주어야겠는데? 넌 여잔데... 어떻게 해줄까? 남자들은 많아. 돌아가면서 범해줄까?”

“으... 저질스러운 해적들! 너희들의 포로라고? 말도 안 돼!”

단정한 검은 단발머리가 흔들렸다. 작은 몸이 부르르 떨며 검을 잡은 자세가 일순간 흐트러지고 말았다. 그리고 난 이 순간을 노리고 재빨리 대쉬했지만, 그녀는 작은 참새처럼 순간적으로 날아올라 검고 작은 돌을 나에게 집어 던졌다. 뭐지?

머리위로 후드득 떨어지는 작은 자갈들. 왼손으로 잡아서 가루로 만들 수도 있는 것이었지만 어딘지 모르게 묘한 위화감이 느껴져 검을 휘둘러 튕겨냈다. 놀랍게도 작은 돌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 펑 펑! 퍼퍼펑! -

“으아악!”

“으아! 으아악!”

내가 튕겨낸 자갈이 대부분 하갑판으로 튕겨 떨어지더니 주변에서 싸우던 많은 선원들이 몰살했다. 제길! 저것을 손으로 잡았다면 보기좋게 날아가 버릴뻔 했군. 저돌... 아무래도 오디세우스의 연금술사들의 고약한 장난감인가 보다. 이를 콱 깨물었다. 

“크윽...! 젠장!”

“해적 따윈 다 죽여 버리겠어! 덤벼!”

“너!”

나는 롱 소드를 집어넣었다. 여자는 갑자기 검을 집어넣자 의외의 낯빛을 드러냈는데 이어 순간적으로 뽑아지며 휘둘러지는 내 검을 보며 깜짝 놀라 미처 자세를 잡지 못했다. - 챙 -

“아...”

내가 사용한 검술이름은 발검술, 검 집에 넣어 온힘을 다해 뽑아내는 폭발적인 속도로 상대를 제압하는 일격 필살이다. 핑그르르 허공을 날며 바닥에 꽂히는 그녀의 레이피어. 결국 그녀의 작고 하얀 목에 내 검이 닿아있었다. 흥건하게 땀이 맺힌 살덩어리가 미묘하게 매력적이다. 

“오디세우스 놈들은 모두 항복하라! 너희들의 선장은 이미 포로가 되었다!”

곧이어 승리를 크게 외치는 우리 해적들의 함성이 길게 울려 퍼졌다.

“이겼다!”

“와아아아아! 와하하하하!”

- - - - - 해적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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