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회 -
우리 카린소 섬에는 다섯 명의 선장이 머물고 있다. 하지만 지금 내가 알기론 세 명의 선장들은 머나먼 바다 끝을 향해 항해중이라 현재 이곳엔 훅스턴과 카시아, 이 둘밖에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다. 머나먼 바다 끝을 향해 중인 세 명의 선장. 베이카논, 레이 하이딘 , 쿡. 이렇게 셋 중 한명이 반역자이다. 그리고 나의 캡틴 훅스턴은 지금쯤 그러한 반역자를 맞서 싸우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할 일은...?
“우리 둘은 적의 함선에 몰래 잠입하는 거로군요?”
물론 바다에 떠있는 배안에 잠입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카시아에겐 비밀 병기가 하나 있다. 카시아가 소녀처럼 귀여운 미소를 지었다.
“그래 정답이야. 지금이야 말로 나의 칠흑의 잔영을 사용할 때지.”
- - - - - 해적 - - - - -
나와 카시아는 재빨리 교전소리가 들려오는 해변을 향해 힘차게 뛰었다. 요란한 함포소리가 한걸음씩 발을 바닥에 내밀 때 마다 포격의 진동음이 박자를 맞추며 대지를 저르렁 울렸다.
“저기다!”
밤의 어두운 바다위에 더욱 짙고 검은 배의 형상이 둥둥 떠 있었다. 두 척의 배는 수심이 매우 낮은 해변 위에 움직이지 않은 채로 떠 있었다. 다만 교전을 이루는 두 척의 배의 거리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포격이 상대에게 위협을 가하는 수준일 뿐, 직접적인 타격은 서로 주지 않았다. 포격으로 인하여 반짝이는 불빛이 고요한 어둠을 번득이며 깨우고 있었다.
에랄다와 아직도 이름을 알지 못하는 금발머리의 소녀는 선술집 지하의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놓은 상태이다. 해적들은 사람들의 생각보다 치밀하다. 에랄다와 그의 딸이 숨은 지하의 그곳은 여자들과 노약자들이 피신하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만든 장소이기 때문에 반드시 안전할 것이다.
“랑스! 시작한다?”
“아아... 네!”
카시아가 투명하게 펄럭이는 망토 카멜레온을 꺼내었다. 내가 현재 살고 있는 세상에는 신비로운 몬스터, 그리고 종족, 또한 아티펙트들이 세상 곳곳에 한 없이 숨겨져 있었다. 우리 해적들이 여자만큼 좋아하는 두 번째 것이 있다면 바로 그러한 보물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더군다나 카시아는 같은 여자를 좋아할 수 없는 아름다운 여자 선장이기 때문에 세상곳곳에 숨겨진 보물들을 최우선으로 여기며 그것을 찾아 나섰다. 그러던 결과물 중 아주 만족할만한 하나가 바로 카멜레온, 즉 사람들이 칠흑의 잔영이라고도 불리는 투명 망토였다.
“자! 랑스 어서 이안으로 들어와!”
카시아가 나 혼자만을 데리고 온 이유는 따로 있었다. 이 작은 망토에는 체구가 작은 카시아와 나를 제외하면 들어올 수 있는 공간이 더 이상 없기 때문이다. 나의 탁월한 검술 솜씨도 이유중 하나일 테고.
“웃... 우웃...”
“왜 그래 랑스? 어디 안 좋아?”
“아.. 아니에요.”
제길. 좁은 카멜레온 안에 들어와 있으니 풍만한 육체를 지닌 카시아의 가슴이 내 몸에 닿았다. 평소 같으면 별 신경 안 썼을 문제이다. 하지만 아까 에랄다의 육체에 깊숙히 파고든 그 경험이 한차례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마찰은 아까의 느낌을 회복시키듯 나를 자극시켰다.
순간 에랄다와 못 끝낸 행위도 다시 벌여 끝내고 싶었고, 나와 지금 딱 달라붙어 있는 카시아 또한 마찬가지로 욕망의 대상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에랄다의 딸... 아름다운 금발의 그 소녀 또한 그 대상의 예외는 아니었다.
크크... 그렇지 카시아나 그 금발의 소녀는 둘째치더라도 아까 모두 치루지 못한 에랄다와의 경험을 채워야 시원할 것 같았다. 아... 근데 내가 왜 이런 불순한 생각만 하고 있는 것일까? 제길... 평소 입버릇처럼 말하던 남자는 다 똑같다는 어느 여인의 말이 그대로 생각나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여 버렸다.
“왜 그래? 랑스? 몸에 열이 나는 것 같아?”
“아... 아니에요. 긴장해서 그런가 봐요.”
불순한 생각을 하공 있을 때 카시아의 커다란 녹색 눈동자가 나와 마주쳤다. 순간 민망해져 그녀의 눈길을 피했다. 그러자 내 눈앞에는 포격을 퍼붓는 적함이 눈에 보였다. 투명 망토 카멜레온을 뒤집어썼으니 그들의 눈에는 우리의 존재를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어서 숨어들어가서 모반의 우두머리를 잡아내야 한다.
두 함선이 여유를 갖는 시간조차 서로 비슷했다. 나와 카시아가 카멜레온을 뒤집어 쓰고 잠시 상활을 지켜보자 양쪽 함선의 포격이 잠시 멈춘 것이다. 포가 다 떨어진 것은 아닌지 백병전의 함성이 들려오진 않았다. 아마도 포를 재장전 하는 시간을 나눌 겸 휴전을 취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해상에서의 휴전은 그리 긴 시간은 아니다. 죽지 않기 위해선 포격이 멈춘 시간도 휴식시간이 아니다. 선원들은 이 순간 매우 분주히 움직여야 한다. 이러한 정신없는 틈을 노리건 카시아의 계획이다.
“지금이야! 가자.”
“웃... 차가워.”
나와 카시아는 수심이 낮은 해변을 조용히 헤엄쳐 적의 함선으로 다가섰다. 어느 선장의 배일까 잔득 기대하며 배 아랫부분에 접근한 우리 둘은 서로를 바라보며 다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함선은...?”
“오디세이아의 함선?”
오디세이아. 우리와 매우 적대 상황에 놓인 국가의 이름이었다. 우리가 머무는 카린소 섬의 거친 소용돌이. 그 소용돌이를 해적 왕이 아닌 다른 나라 함선이 뚫고 들어왔다고? 이런 일은 이제까지 내가 십육 년 살면서 경험해 본적이 없고, 벌써 오백년이 넘어가는 섬의 역사이야기 속엔 존재하지 않는 일이다.
“랑스 일단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그래요.”
카시아는 마치 나의 마음을 읽은 듯 목표를 바로잡아 주었다. 그렇다 지금 우리는 목숨을 건 잠임을 행하고 있는 중이다. 이유야 어떻든 일단 한 가지 목표에만 집중할 때인 게 분명하다. 다른 나라의 함선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함선의 선장을 잡은 후 이야기를 들어봐도 늦지 않다.
카시아와 나는 미리 준비해온 갈고리를 함선의 후미를 향해 조용히 집어던져 오르기 쉽게 단단히 걸었다. 텅! 하는 울림이 울렸지만 우리가 오를 함선의 선원들은 포와 부서진 배의 내부를 정비하느라 침입자가 잠입해 올 것이라는 건 누구도 예상치 못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카시아의 얼굴을 바라보며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리고 손에 잡힌 밧줄을 붙잡고 사푼히 배의 갑판을 향해 오르기 시작했다.
- - - - - 해적 - - - - -
오디세이아인이 최초로 만들었다는 겔리온 함선, 돛대를 보통 3-4개 정도 높이 달아놓으며 속력과 적재량이 매우 우수한 배이다. 우리는 배의 선체 뒷부분을 타고 올라서 갈고리가 달린 밧줄을 조심스레 갈무리 했다. 겔리온의 특성상 상갑판의 후미에 툭 튀어나온 선실이 위치해 있어 몸을 숨기기에 아주 용이하기 때문이다.
조심스레 몸의 자세를 낮추며 허리에 찬 롱소드를 뽑아들었다. 보통 해적들은 베기 편한 커트라스를 주 무기로 사용하지만 나는 찌르기든 베기든 통상적인 롱소드가 잡기도 편하고 휘두르기도 제 맛이다.
“조용하네요...?”
“그러게...”
숨죽인 가운데 나의 목소리가 요란한 바닷바람과 어울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세 명의 그림자가 눈에 뛰었다. 제길! 발각됐다!
“앗! 적이... 큭...! 크윽...!”
“허억...! 윽...!”
“도망... 헉!”
모습을 드러낸 세 명의 적은 크게 소리를 치려다 이상하게도 몸을 부르르르 떨었다. 곧 이어 몸을 축 늘어트리며 떨림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순식간에 죽어버린 것이다. 나는 그들의 맥을 짚으며 입을 열었다. 언제보아도 무서운 그녀의 솜씨. 저런 그녀가 나를 원하고 있다...? 아마도 장난이겠지만 무섭군... 아무리 예전보다 여자처럼 섹시하게 보인다지만 상상이 안 간다. 그녀가 벗은 모습이라니... 나는 헤엄을 친 탓에 옷이 몸에 쫙 달라붙은 그녀의 몸매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죽어버렸네요...?”
카시아를 바라보니 그녀의 손가락 사이에는 투명하게 빛나는 바늘이 두 개가 들려있었다. 다섯 개의 바늘을 꺼내었을 것이고 그중 세 개는 죽어버린 시체들의 피부 안을 파고들어 있는 것이다. 순식간에 세 명의 목숨을 앗아간 카시아가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다섯 명 정도는 끄떡없어. 그 이상일 땐 조심해야 돼.”
“네에...”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3&WTV1471013=14224420&WTV1392781=22352737&WTV1357910=273489&WTV1357911=2032060&WTV246810=7&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2. 소용돌이&WTV9172643=카시아의 검술은 나를 압도하는 훅스턴과 동급을 이룰 정도로 무섭다. 하지만 그녀가 더욱 강한 이유는 바로 저 바늘에 있다. 색깔만 보아도 예사롭지 않은가? 보랏빛이라니... 그렇다. 저것은 그 지독하다는 청자고둥의 독을 뽑아내어 딱딱하게 응고시킨 바늘이었다. 간단히 말해 저기 늘어진 세 명의 선원처럼 저 바늘에 스치면 죽는다.
“랑스! 이쪽으로!”
우리 둘은 다시 칠흑의 장막을 뒤집어썼다. 그리고 조심스레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카멜레온의 망토 안에서 첫 발을 내딛자. 그 순간에 맞춰 다시 이어지는 포격이 들려왔다.
- 쾅! 콰앙! 콰아아앙! -
당분간 이어진 휴전이 재개됐다. 귀는 요란하고 선체는 흔들거렸지만 이토록 정신없는 상황이야 말로 우리들이 원하는 순간이었다.
“바로 선장을 찾아보죠.”
“그래. 발을 잘 맞춰 움직여!”
전투란 그런 것이다. 목숨을 담보로 치루는 격렬한 몸부림. 누구나 목숨을 읽는 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그 두려움만큼이나 목적을 이루어 졌을 때의 성취는 더 없이 큰 것이다. 하지만 미치도록 감당할 수 없는, 스스로는 행하기 힘든 용기 때문에 그런 두려움을 붙잡아주고 이끌어 주는 통솔자가 필요하다. 그게 바로 왕이며 선장이다.
그것은 육상의 전투뿐만이 아니라 바다에서 배를 모는 뱃사람들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을 지휘하는 선장이 죽는다면 그들은 엄청난 혼란에 휩싸여 지휘체계가 무너지고 적에게 쉽게 제압을 당할 것이다. 아까 같이 포격으로 인해 선술집에서 이리저리 소란피우는 녀석들처럼.
카멜레온을 뒤집어 쓴 탓에 갑판 위를 뛰어다니는 많은 적들은 우리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었다. 우리들과 이중 한명이라도 부딪힌다면 망토의 마법이 잠시 풀리며 우리의 존재는 드러나고 말 것이지만 지금은 다행이도 포격을 주고받는 다급한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과 부딪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발사!”
- 콰과과광 콰과과광! -
선상위에는 까만 수염이 덥수룩하게 나 있는 중년의 우락부락한 남자가 발사라고 외쳤다. 나는 검을 부여잡았다. 저 선장만 죽여 버리고 바다로 뛰어들어 도망치면 우리들의 임무는 끝이 난다. 뒤는 멀리서 포격을 가하는 훅스턴이 알아서 하겠지. 조용히 카시아의 귓전에 대고 속삭였다.
‘카시아 저기 저 녀석만 죽이면 끝이겠네요? 어서 죽이고 여덟 장로들에게 포상이라도 받죠?“
섬을 주관하는 여덟 명의 늙은 노인들... 실질적으로 선원들은 다섯 명의 해적왕을 따르지만 그런 해적왕들 조차도 여덟 명의 장로들에게 조언을 받고 실제적인 임무를 행한다. 실제로 해적왕을 임명하는 것 또한 섬의 여덟 장로들이었다. 마찬가지로 섬에 긍정적인 공헌을 한 누군가에게는 그들이 직접 포상을 주며 칭찬을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러한 공로가 쌓여 선장의 권한까지도 주는 경우도 있다. 선장이란 무엇인가? 배의 주인이며 이 섬의 주인이다.. 바닷사람이라면 누구든지 선장이 되길 원한다. 그것은 나 또한 지극히 원하는 일이었다.
눈앞의 오디세이아 녀석을 죽이면 된다. 내 앞에 털이 덥수룩하게 돋아나 있는 털보 녀석을 베어버리면 나는 선장이 되기 위한 희망적인 포상을 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나의 충동을 억누르는 목소리가 조용히 울렸다.
‘랑스 저 녀석 선장이 아니야.’
‘네에? 선장이 아니라고요?“
나는 아무리 봐도 저 녀석이 선장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지만 머리 좋고 분별력 있는 카시아의 말이라 나는 주춤 할 수밖에 없었다. 나의 물음에 그녀의 대답이 소곤거리며 들려왔다.
‘뭐, 저 녀석이 선장이 아니라는 확실한 증거는 없어 하지만 이상하지 않니? 내가 여자라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까?’
여자는 남성들보다 감각이 예민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그리고 실제로... 카시아가 의문을 품은 문제점에 나 조차 혹하는 기분이 들었다. 정말 그랬다. 저 털보 녀석이 선장이라기에는 너무도 어설프다. 사람들을 통솔할 만한 그러한 위엄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마치 꾸며낸 연극처럼.
‘이 배의 선장... 보통 녀석이 아니야. 실수한 것 같아. 랑스! 이만 물러나야겠어.’
왠지 함정에 빠져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포격소리? 언제부터 들리지 않았던 것일까? 뭐... 뭐!?
“제길!”
“......”
미치겠다. 이미 우리들은 수많은 선원들에게 둘러싸여 버렸다. 어떻게 된 거지? 칠흑의 장막을 쓰면 결코 눈에 보이지 않는 전설적인 아티펙트인데! 나의 생각을 비웃듯 교활한 웃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후후후후후.”
아마도 우리를 함정에 빠트린 진짜 선장의 웃음소리 같았다. 어디에 숨어있는 것일까?
침착하고 감미로운 목소리의 소유자 같았지만 너무도 교활하여 속이 거북해 질 정도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사그라들자 카시아가 내 귓가에 입을 열었다.
“랑스... 우리 아무래도 엄청난 함정에 빠져든 것 같은데...”
나는 카시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잠시 말을 멈춘 그녀가 입술을 콱 깨물며 카멜레온을 벗어 던졌다.
"이 카멜레온... 가짜야 여기 오기 전부터 누군가에 의하여 바꿔치기 당한 것 같아."
잠시 침통한 표정을 지은 카시아가 이내 입을 열었다.
“우리뿐만이 아니고 이 섬 전체가 누군가에게 농락을 당하고 있는 것 같구나...”
- - - - - 해적 - - - - -
제길! 제길!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란 말인가! 카멜레온! 칠흑의 장막이 누군가의 손에 바꿔치기 당했다니? 용의주도한 카시아가 그런 허점을 보일 리 없고 그렇다면 카시아와 자주 근접하는 매우 가까운 사람의 짓일 가능성이 크다. 난 아닌데? 그럼 누구란 말인가!
더군다나 방금 전 카시아의 말에 의하면 우리들뿐만이 아니라 섬 전체가 누군가에게 농락을 당하고 있는 수준이라니... 설마 그렇다면?
“여덟 장로들인가요?”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지도 모르지, 아니면 그들도 모두 죽었거나...”
“제길...”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어찌됐든 해적왕 이외 인물이 카린소 섬의 소용돌이를 뚫고 지나왔다는 자체가 받아들이기 힘든 현실이었다. 이것은 장로들과 해적왕 사이에 비밀을 주고받는, 나조차 모르는 폭풍의 비밀이 외부의 누군가의 손에 의하여 넘어가 버린 것이다.
“후후후... 해적치고는 꽤 미인이군? 그 옆은 똘마니인가?”
우리를 포위한 선원들의 뒤편에서 또 듣기 싫은 교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이 목소리의 주인공은 바로 카시아의 카멜레온을 훔쳐간 장본인인 것 같았다.
“저 녀석이 내 카멜레온을 뒤집어쓰고 있어.”
“그런 것 같네요.”
나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 소리쳤다.
“모습을 드러내!”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3&WTV1471013=16270416&WTV1392781=22371910&WTV1357910=273489&WTV1357911=2033802&WTV246810=8&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2. 소용돌이&WTV9172643=그가 모습을 드러낸다고 상황이 뒤바뀌는 건 없었다. 나와 카시아 주변에는 이미 60여명의 선원들이 날카로운 커트라스를 뽑아들며 포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우리는 포로가 되기 일보 직전이다. 나야 뭐 이들의 도시로 순순히 끌려가 화형을 당하겠지만 여자인 카시아는... 제길!
해적만 포로를 능욕하는 것이 아니다. 정의를 외치는 나라의 귀족들 또한 그 감춰진 음흉함은 우리 못지않다. 저 녀석이 하는 말을 들어보아라. 첫 마디가 ‘해적치고는 꽤 미인이군?’ 이라는 말 이었다. 제길...! 어떻게 해서든 카시아라도 구해야 한다.
“후후... 모습? 내 얼굴 따윈 그리 비싼 게 아니니 보여줄 수 있지.”
모습을 드러내겠다는 정체모를 자의 표현에 우리 둘은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윽고 서서히 드러나는 검은 그림자.
“당신은...?”
“처음 보는 사람이군요.”
검은 흑발의 키가 큰 남자. 손에는 가느다랗고 길게 뻗은 도(刀를) 들고 있었다. 인상이 매우 날카롭고, 눈빛마저도 어둠속에서 광채가 날 정도로 반짝이고 있어 그 분위기에 어지간한 상대방은 압도당할 기분을 풍기고 있었다.
“자. 너희 말대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제 어쩔 텐가? 후후후...”
내심 기대했었다. 우리와 친분 있는 누구일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을 품었나보다. 하지만 다행이도 우리가 아는 얼굴은 아니었다. 그렇다면 일은 더욱 복잡해지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이자가 어떻게 카시아의 카멜레온을 손에 넣었고, 거친 우리 카린소 섬의 폭풍을 뚫고 들어왔단 말인가! 그렇다면 내부에 조력자가 있다는 말이 분명하다!
“서... 설마...!”
경악한 카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멀리 어둠속에서 보이는 훅스턴의 함선을 보고 있었다. 설마...!
“설마...?”
어느 순간 이었을까. 너무도 고요한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훅스턴은 아직 우리가 이렇게 잠입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쯤 이 배를 요격하려고 포를 계속 쏴야 정상 아닌가? 포가 다떨어 졌다고? 그럼 배를 부딪혀 와야지! 백병전을 벌어야지! 훅스턴은 왜 포격을 가하지 않는 것이란 말인가? 아까처럼 잠시 교전을 중단한 휴전 상태라고 말하기엔 적함을 눈앞에 두고 방치한 시간이 한없이 길다.
“내 이름은 키리우스 호프만, 오디세이아의 해군제독이다. 나의 친구 훅스턴... 머리 좋은 친구지. 자신이 잡아야할 기회도 놓치지 않는 탁월한 기회주의자이기도 하며...”
“닥쳐!”
나는 검을 앞으로 뻗으며 단순에 그자를 베어버리려 했다. 충분히 그럴만한 여유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가짜선장으로 위장했던 털보가 검을 뽑아들며 카시아의 목젖에 갖다 대어 버렸다. 그 바람에 나의 행동은 더 이상 이루어 질 수 없었다.
“카... 카시아...”
바람이 불어왔다. 그리고 그 바람 속에 처참한 비명이 섞여 들려왔다.
“이... 이 소리는?”
“뭐... 뭐야?”
나와 카시아가 귀를 틀어막고 심정으로 겨우 입을 열었다. 이 비명소리...! 이 빌어먹을 녀석!
“후후...”
내가 지은 통한의 표정을 비웃듯 키리우스라는 자가 입을 열었다.
“훅스턴은 자신의 일족들에게 엄청난 혐오감을 갖고 있더군. 내가 아니라도 그가 알아서 모두 척살할 테지. 이로서 그의 혁혁한 공은 우리나라에선 엄청난 수훈으로 인정하게 될 것이다. 아마 그는 오디세이아의 해군제독이 될 테지.”
믿을 수 없었다. 훅스턴... 나의 유일한 친구인 그가. 어릴 적부터 아버지처럼, 때론 형처럼 나를 아껴주고 키워주었던 그가... 말도 안 된다. 무엇보다 내가 알기론 그는 카시아를 사랑한다. 이건 말도 안된...!
젖 먹던 힘을 다해 엄청난 부정을 하며 고개를 휘저었다. 그로 인해 몸에 힘이 빠졌고 결국 무릎을 꿇었다. 카시아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방법이 없었다. 이 많은 숫자의 선원들을 어떻게 뚫고 나간단 말인가? 더군다나 훅스턴과 흑발의 키리우스는 이미 해상을 장악한 상태였다. 여덟 장로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미 모두 죽었을까? 그렇게 된다면 남아있는 카린소 섬의 주민들은 모두 고립된 상태다. 누군가 배를 타고 빠져나가려 해도 나머지 해적왕들은 먼 바다에 나가있고 섬 주위의 폭풍을 뚫고 나갈 방법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엄청난 좌절감 속에 나의 양 팔을 부축하는 손길이 느껴졌다. 지금 부축이라는 긍정의 의미는 내가 원치 않는 결과를 재촉하기 위한 행동이다. 즉, 카시아와 나는 이미 포로다.
키리우스의 우수에 찬 목소리가 이어졌다.
“감옥으로 끌고가.”
- - - - - 해적 - - - - -
오디세이아의 겔리온은 총 3층으로 나누어져 있었다. 가장 아랫 층에 존재하는 감옥에 우리 둘은 함께 갇혀 버렸다.
“흐흐흐... 예쁜 년이다. 흐흐... 선장이 맛 본 뒤엔 나도 예뻐해 주지. 흐흐흐...”
빌어먹을 간수 한명이 카시아의 몸매를 기분 나쁘게 흘겨보며 흐흐하며 웃음 지었다. 그의 허리춤에는 우리가 갇힌 감옥의 문을 여는 열쇠가 달려있었다.
“카시아?”
“알아.”
당연히 나와 같은 목적을 두고 있는 카시아였다. 하지만 저 빌어먹을 간수 녀석. 우리들의 눈빛을 보더니 열쇠를 손으로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을 보며 카시아가 입을 열었다.
“침착해 랑스. 저 간수 녀석 만만치 않은 베터랑이야. 더군다나 우린손까지 묶여있어. 조금 여유를 두고 생각하자.”
아아... 저 간수 녀석 생긴 게 정말 처참하게도 멍청하게 생겼다. 하지만 저런 녀석이 우리의 미래를 손에 쥐고 있다고 생각하자 나의 인생은 이런 것일까 하는 막연한 회의감이 밀려들 정도였다.
“랑스...?”
“네?”
“귀 좀 빌려볼래?”
카시아의 표정을 보았다. 무언가 빠져나갈 좋은 생각이라도 난 것일까?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굉장히 곤란하며 곤욕스런 표정을 지으며 내게 이야기를 전하려 하고 있었다.
“아... 네. 네... 네!?”
뭐라고요!?
- - - - - Pirate - - - - -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간수 녀석은 우리들 앞에 의자까지 갖다놓고 꼬박꼬박 졸고 있는 상황이었다. 카시아 또한 잠이 들어 있었다. 잠들어 있는 여인의 몸은 요염하기 그지없었다.
밤의 어둠과 정신없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 그녀의 아름다운 차림새를 눈 여겨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금 찾아온 여유 속에서 바라보는 그녀의 몸매는 가히 유혹적 이었다. 까마득히 깊은 가슴굴곡에 마음껏 내 얼굴을 비벼대고 싶었다.
“하아...”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내가 언제부터 여인의 몸에 흥미를 갖게 되었을까? 아니. 지금은 흥미를 가져야 한다. 이런 기회를 놓칠 수야 없지. 하지만 이렇게 손이 묶여 있어서야... 제길!
나는 철창밖에 보이는 간수를 바라보았다. 이제는 꿈과 현실의 경계사이에서 꾸벅꾸벅 고개를 숙여가며 인사를 하는 수준이었다. 생긴 것만큼이나 하는 짓도 참 멍청해 보였다. 하지만 저 녀석의 도움이 필요하다. 잠들어버린 카시아. 아무리 선장이며 능력 있는, 냉철한 그녀지만 또한 아름다운 여자가 분명하고 지금 그녀는 나와함께 감옥에 끌려와 잡혀있는 상태이다. 무기 또한 하나도 갖추고 있지 않았으며 두 손 또한 밧줄에 의하여 포박되어 있는 상태이다. 즉 나의 두 손만 자유로워진다면 그녀의 육체를 내 마음대로 휘두를 수 있는 상황이었다. 얼마 후면 키리우스라는 이 배의 선장에게 능욕을 당하겠지. 그러기 전에 내가... 후후...
나는 눕혀진 몸을 일으켜 세워 철창을 잡고 조용히 속삭였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4&WTV1471013=18305523&WTV1392781=22373516&WTV1357910=273489&WTV1357911=2033947&WTV246810=9&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2. 소용돌이&WTV9172643=“이봐! 이봐! 간수!”
“으음... 음?”
내 속삭이는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못생긴 간수는 나를 바라보며 의아해 했다.
“뭐냐? 화장실이 마려운거냐? 거기 있잖아. 거기다 싸!”
기분 나쁘게도 무관심하다. 하지만 너도 남자겠지?
“그게 아냐. 임마. 저기 저 여자 보이지?”
“뭐? 나도 눈이 달렸다!”
“쉿 조용해봐 임마. 일단 너 이름이 뭐지?”
나는 일단 간수의 이름을 물어보았다. 이 계획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일단 그가 나에게 친근감을 느껴야 하기 때문에 이름을 불러야 할 작은 필요성을 느꼈다.
“내 이름? 라그넘이라 부르지. 근데 포로가 나에게 무슨 용무냐!”
“후후. 그래 라그넘? 좋은 구경하고 싶지 않나?”
“무슨 좋은 구경 말이냐!”
이미 라그넘 녀석은 얼굴에 지독한 관심을 표현하고 있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애써 그것을 부인하고 있었다. 후후... 이미 넘어왔군. 나는 서서히 이 녀석의 본능에 강펀치를 날리기 시작했다.
“저기 저 여자. 사실 내가 좋아하는 여자야.”
“그게 뭐 어쨌다는 거냐!”
“나 이제 죽잖아...”
“그거야 당연하다! 해적들은 화형에 처할 것이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제 삶이 얼마 안남은 쓸쓸한 사람의 표정을 지어야만 한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나 아직도 여자경험 한 번도 못해봤어. 하지만 관계를 맺게 된다면... 저기 보이는 카시아와 맺고 싶어. 바로 지금 말이야.”
“뭐? 지금? ...... 내가 다 볼지도 모르는다!”
“누가 보는 건 상관없어. 그게 너에게 좋은 구경이라면 마음껏 즐겨.”
“흠흠...그건 안 된다! 선장이 알면 날 죽이려 들것이다! 저 여자는 선장 꺼다!”
“내 것이 먼저 됐으면 좋겠어... 그리고 난 행위를 마친 후 홀로 자살하기로 결심했어. 그 다음은 너 마음대로 해... 이미 밤이 깊어서 모든 사람들은 잠이 들었잖아?”
순간 라그넘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완벽하게 걸려들었다. 나는 더욱 더 애원하며 간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라그넘... 이제 우린 친구야. 내가 죽기 전에 생긴 마지막 친구... 친구여.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날 도와주지 않을래?”
라그넘이 나를 감격한 눈길로 바라보았다. 제길 못 봐주겠군. 여기서 나가기만 해봐라!
“...불쌍한... 녀석! 내가 뭘 도와주면 되지?”
나는 고개를 숙였다. 너무도 완벽하게 이루어진 성과에 환호를 올렸다. 그리고 뒤로 고개를 돌려 한껏 잠에 빠져든 카시아를 바라보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여기... 여기 묶인 이 밧줄만 풀어주면 돼.”
잠시 라그넘이 고민을 하며 주춤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달래주었다.
“밧줄이 풀어진다 해도 감옥 열쇠는 너에게 있잖아. 괜찮아... 나야 이미 죽기로 마음먹었으니까...”
“.......”
등 뒤로 묶인 밧줄을 철창사이로 내밀었다. 말없이 라그넘의 손길이 와 닿는 게 느껴졌다. 그래 됐어! 하지만 계획이 모두 성사 됐다고 말하기엔 시기상조이다. 일단 무방비로 방치된 카시아부터... 후후후!
순간 내 끝에는 아까 경험했던 여인의 요염한 감각이 다시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 내 남성이 여성의 붉은 살결에 의해 미끄러지는 감각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그리고 그 감각을 만끽할 대상은 섬의 모든 남자들의 우상이며 너무도 아름다운 카시아였다.
- - - - - 해적 - - - - -
꾸물대던 라그넘의 손길이 마침내 나의 묶여있던 밧줄을 모두 다 풀었다.
“고맙다. 라그넘. 그럼 좋은 구경 약속하지.”
“흐흐. 각조 조절 잘해라. 친구.”
뭐? 친구? 역겹군. 너 같이 못생기고 저질적인 친구를 둔적 없다고 제길...! 하지만 네가 열쇠를 가지고 있으니 당분간 나와 친구로 누릴 수 있는 영광을 내려주지.
나는 잠이든 카시아에게 천천히 다가섰다. 지금 자신에게 닥친 상황을 새까맣게 모르며 새근새근 잠에 빠져든 그녀였다. 이제 나는 그녀의 옷을 벗겨야 할 차례다. 긴장하지 말자. 반드시 계획대로 이루어져야만 한다. 이 행위가 서로 원치 않는 것이라지만 목숨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싫다 좋다를 따져선 안 된다. 그리고 역시 현명한 카시아는 이러한 상황을 받아들이며 나에게 제안했다.
“흐흐흐”
나는 최대한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탐욕에 눈이 멀어버린 사람처럼, 카시아의 허리춤에 손을 뻗었다. 카시아의 바지를 벗겨내기 위한 행동이었다.
“친구 친구! 조심 조심! 흐흐흐!”
뒤에서 나의 행동을 지켜보는 라그넘 녀석은 노골적으로 들떠 나를 응원했다. 카시아는 이미 저 라그넘이라는 간수의 성격을 완벽히 파악한 상태였다. 그리고 저 녀석의 열쇠를 얻기 위한 작전을 철저하게 짜 내게 제안했다. 그 제안은 매우 파격적 이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몸을 가져보라는 주문이었다. 내가 카시아에게 남성적인 본능에 충실히 쏟아 붓다 보면 자연히 간수는 스스로 감옥의 문을 열 것이라 장담하였다.
나는 카시아의 냉철한 지혜를 믿는다. 이제 엉뚱한 변수만 없다면 아마도 우리는 이곳을 탈출 할 수 있을 것이다.
“카시아... 벗길게요.”
나는 라그넘 녀석이 듣지 앉을 정도의 크기로 카시아에게 속삭였다. 카시아는 손이 묶여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강제로 그녀의 몸을 취한다 해도 별 무리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막바지 벼랑 끝에서 세상을 살아가는 저질이 아니다.
“으...음...”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완벽한 연극을 선보이며 잠에서 뒤척이는 표현을 했다. 그렇다. 목숨과 직결되는 상황에서 쓸데없는 행동이나 상대방이 눈치 챌만한 일말의 소리도 내어선 안 되는 것이다.
나는 대담하게 카시아가 묶고 있는 가죽 벨트를 풀어내고 무릎을 덮는 검은 바지를 스르르 내렸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에랄다와 짧은 관계를 가진 적이 있지만 그것은 거의 타의에 의한, 원치 않을 때에 부추겨진 것이라 변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원하고 있었다. 평소 난, 카스아를 원하는 훅스턴 선장 때문에 내 마음을 항상 부정하며 감추고 있었다.
“하아...”
뛰는 가슴을 애써 달래며 나는 그녀의 발끝에 걸쳐진 바지를 뒤로 집어 던졌다. 삼각의 하얀 아랫도리 속옷이 수줍게 드러났다. 카시아의 살오른 하얀 허벅지가 펼쳐졌고 매끄럽게 뻗은 종아리가 나의 숨을 멎게 만들어 버릴 것 같았다. 물론 아까 경험을 했던 에랄다도 육감적인 몸매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남자란 호감 있는 여성의 살결에 더욱 민감한 성욕을 느끼는 법이다.
“야아. 친구! 빨리 빨리 좀 벗겨봐!”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4&WTV1471013=20398020&WTV1392781=22437932&WTV1357910=273489&WTV1357911=2039802&WTV246810=10&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2. 소용돌이&WTV9172643=나는 뒤에서 재촉하는 간수 녀석의 목소리에 미간을 찌푸렸다. 젠장! 저 녀석에게 카시아의 살결을 보여준 다는 것만으로 분해서 못 참겠군. 나가면 반드시 내 손으로 죽여 버릴 테다.
하지만 저 녀석의 말도 일리가 있는 말 이었다. 나는 카시아의 바지를 벗긴 후 더 이상 손이 떨려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그리고 가냘픈 하얀 속옷의 끝은 양손으로 붙잡았다.
“으음...”
자는 척 하는 카시아도 이번엔 매우 긴장을 하였는지 고개를 뒤척였다. 짧고 검은 머리 결이 늘어지며 얼굴을 뒤덮어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도 입술을 꽉 깨물고 있을 것이다. 여전히 심장이 터질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서 멈춰서는 안 된다. 한시라도 빨리 이 감옥을 벗어나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선? 카시아가 세운 작전을 충실히 이행해야만 한다. 나는 눈을 콱 감고 손에 잡힌 그녀의 속옷을 아래로 내렸다.
“하아... 하아...”
상위는 벗기지 않았다. 그녀의 손이 묶여 상위를 벗기려면 과격하게 옷을 찢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다. 옆으로 누운, 그리고 하의를 완벽하게 벗겨낸 그녀의 모습에 나는 머리가 핑하고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매끈하고 하얀 두 다리가 가지런히 뻗어있었고 다리사이의 깊은 계곡을 따라 올라가보니 검은 역삼각형의 수줍은 여인의 향기가 나를 한없이 유혹했다.
“후우...”
카시아의 상세한 계획에 대해서 나는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알기론 지금쯤 그녀는 눈을 떠 나를 강하게 밀어내던가... 그래야만 옳다. 하지만 그녀는 눈을 뜨지 않았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그때 뒤쪽에서 나의 행동을 지켜보던 간수가 답답한 듯 내가 다음 취해야할 행동에 대해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너도 벗어! 어서 끝내!”
그런가? 나도 옷을 벗어야하나? 나는 천천히 바지를 벗기 시작했다. 저 빌어먹을 간수 녀석이 지켜보는 통에 약간 민망해져 주춤하긴 했지만 여인의 옷을 벗기는 것만큼 어렵진 않아 금세 나는 모든 옷을 다 벗어 던졌다. 부끄럽게도 엄청나게 솟아오른 나의 남성이 직선으로 이루는 나의 몸매에 묘한 불균형을 이루었다.
이런 것이 여자의 가냘픈 몸 안에 들어가 휘젓고, 여자는 이런 흉물스런 남성에 한없이 신음을 내 뱉는다. 그리고 어쩌면 그 노골적이고 끔찍하게도 야한 행위는 남자가 세상을 태어나 궁극적으로 이루어야하는 이유인지도 모른다. 세상에 나의 자손을 번식시키기 위한 원초적인 목적에 한해서 말이다.
“흐흐 흐흐! 흐흐흐! 빨리 끝내! 나도 하게!”
빌어먹을 녀석, 감히 나의 카시아를 너 따위가... 나는 결코 용납될 수 없는 말을 하는 간수를 향해 소리라도 질러주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우리의 계획은 완전히 어긋나버린다. 때문에 애써 감정을 억누르며 참았다.
그리고 나는 카시아의 몸을 앞으로 돌려 눕혔다. 손이 뒤로 묶여 자세가 영 불편한 듯 보였지만 그녀는 애써 불편하지 않은 듯 나의 손길에 따라 주었다. 나는 서서히 그녀의 몸 위로 올라섰다. 그리고 부드럽게 가슴을 움켜잡았다. 해적 셔츠 아래로 느껴지는 카시아의 가슴이 나의 손안을 꽉 채우고도 부드럽게 넘쳐흘렀다.
“하아... 하아...”
젠장... 손이 떨려 진도를 못 나가겠군, 아까는 약을 먹었다지만 맨 정신에 이런 짓을 하자니... 후우...
카시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수줍은 듯 머릿결로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나의 남성은 미칠 듯 요동치며 그 끝이 그녀의 검은 삼각지대를 헤집으며 나의 자의하곤 상관없이 오로지 깊게 파고들려 하고 있었다. 으읏 미치겠군!
나는 도저히 참기 힘든 욕구를 억 누르며 그녀의 귀를 입술로 애무하는 척 자그맣게 속삭였다.
‘카시아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 거예요?’
그러자 그녀의 대답한 요구가 들려왔다.
‘내 발목을 잡고 양쪽으로 활짝 펼쳐.’
- - - - - 해적 - - - - -
- 내 발목을 잡고 두 손으로 활짝 펼쳐... -
순간 머리가 멍해지면서 정신이 혼미해져버렸다. 귓가에 그녀의 속삭임이 자그마한 솜덩이처럼 가로 막혀 모든 세상의 소리를 가로막고 있었다.
“하아... 하아... 그래야... 그래야 하겠죠.”
오늘 밤은 야한 밤이다. 세상에 누구에게나 단 한번 주어지는 행복한 야한 밤이 있다면 그게 바로 오늘인가 보다. 여자의 성기를 여태껏 본 적이 없다. 오년 전 훅스턴과 그 푸른 머릿결의 소녀의 행위를 잠깐 본적은 있다. 남성의 솟아오른 그것이 여인의 붉은 그곳에 깊게 파고들고 다시 부드럽게 흘러나오며 늘어지는 모습은 어린 그 당시 엄청난 경악이었다.
그리고 아까 에랄다의 성기를 본 경험이 두 번째였다. 그게 결혼을 하기 전 마지막일 것이라 생각했다. 상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아니 솔직히 나도 남자기에 상상은 해보았다. 하지만 그런 꿈같은 상상이 현실로 펼쳐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행복한 위기라...”
여성의 양 다리를 붙잡고 펼치면... 누구다 다 안다. 여성의 숨겨진 그곳이 드러나게 된다. 그리고 그 행위는 지금 이루어 질 것이다. 카시아의 은밀한 그곳을 볼 수 있을지 꿈꿔보지 못했다.
나는 흥분하고 부끄러운 감정이 소용돌이치자 문득 알지 못할 대담함 또한 들었다. 이제 내 손은 멈추지 않았고 카시아의 요구를 따르고 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카시아의 가느다란 발목을 움켜잡았다. 힘차게 펼쳤다. 그리고 붉고 수줍은 그곳을 감상하려는 그때...
“꺄아!”
극적인 순간이었다. 아름다운 여인의 은밀함을 들추는 나의 행동과 시선, 불행하게도 끝까지 매듭지어지지 못했다. 그 순간 카시아는 두 눈을 번쩍 뜨고 양발에 잔득 힘을 줘 나의 가슴을 강타한 것이다. 아무리 연극이라지만 엄청난 힘으로 사정없이 걷어차니 여차하면 기절해 버릴만한 공격이었다.
“우웃!”
쾅! 예상치 못한 기습공격에 내 몸은 뒤로 뻗어버렸다. 몸을 일으켜야한다고 본능은 말했지만 카시아의 계획은 이런것이구나 하는 생각에 기절해 있기로 마음먹었다. 아쉽지만 이걸로 본능을 실천하던 나의 역할은 끝이다. 이제는 당분간 카시아의 차례구나.
“뭐! 뭐냐! 제. 제길!”
바보 같은 라그넘 녀석이 내가 기절해 버리자 엄청 아쉬웠나보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선 내가 갖지 못한 아름다운 여인을 갖게 될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단 한명의 목격자가 될 내가 기절해 버렸으니 말이다. 아랫도리가 벗겨져 있고 손이 묶여있는 카시아는 네게 있어 그저 먹잇감일 뿐이다.
‘그러니 멍청한 녀석아! 어서 감옥 문을 열고 들어오란 말이다!’
“흑... 흑... 랑스... 네가 네가...”
카시아는 몸을 추스르며 흐느꼈다. 물론 그녀가 이런 일을 겪는다고 연약한 어느 여자처럼 훌쩍일 그런 여자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지금 애써 눈물을 흘리는 것이다. 적을 속일 줄 아는 머리 좋은 여자이기 때문에. 파이팅! 카시아!
“당신... 당신이 랑스의 밧줄을 풀어주었나요...?”
상황이 궁금해 기절한 채로 실눈을 떠 보니 카시아는 몸을 추스르며 원망스런 눈빛으로 라그넘을 바라보았다. 저렇게 보면 정말 힘없고 청순하며 힘없는 여인을 닮았다. 하지만 우습게보지 말라고 친구, 저 여자는 다섯 명의 해적왕 중 한명이라고.
“그. 그렇다. 내. 내가 친구의 손을 풀어줬다!”
“흑... 무엇 때문에 풀어주었지요?”
“그가 널 갖고 싶어 했다! 녀석이 어차피 죽을 거, 죽기 전에 소원을 들어주고 싶었다!”
라그넘은 자신이 한일이 매우 잘한 일이라 생각했는지 당당하게 소리쳤다. 하지만 카시아의 비난이 곧바로 들려왔다.
“당신은 남자도 아니군요.”
의외의 대답에 라그넘이 놀라 물었다.
“뭐, 뭐?”
“당신이 충분히 가져도 될 여자를 다른 남자에게 주다니... 난 랑스... 이 녀석이 싫어요! 비열한 녀석! 잠자는 날 덮치려 하다니...”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4&WTV1471013=22442002&WTV1392781=22442123&WTV1357910=273489&WTV1357911=2040182&WTV246810=11&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2. 소용돌이&WTV9172643=아아... 내가 싫다니. 아무리 연극이지만 너무 냉혹하군. 하지만 그런 냉혹한 그녀의 말에 엄청난 기대감을 품는 라그넘이었다.
“뭐...? 뭐! 그게 무슨...!”
카시아는 마지막으로 라그넘에게 회심의 일격을 날렸다.
“다행히 그 기회는 아직도 남아있군요. 당신에겐 어쩌면 행운일까요? 랑스도 기절해 버렸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게 되었어요. 전 이렇게 손까지 묶고... 자 봐요! 아래도 모두 이렇게 벗은 채에요..”
“......”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리고 다시 카시아의 목소리가 조용한 침묵을 울렸다.
“전 외모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전에 남자다운 사람이 좋아요. 어디 증명해 봐요. 당신이 남자다운 사람인지.”
다시 긴장되는 순간이 흘렀다. 짧은 순간, 제발 계획대로 되라는 간절한 기도를 빌고 말았다. 문을 열어라! 제발 물을 열어라 라그넘!
아아. 하늘은 역시 우릴 버리지 않았다. 드디어 침묵이 깨어지고, 기도가 이루어지는 역사가 구현되고 있었다. 즉 라그넘은 지금 감옥의 자물쇠를 달칵거리며 허둥대며 열고 있었다. 내가 탐하려다 실패한 여자를 이번엔 자신이 차지하게 위해 남성다운 본능을 한껏 뽐내며 달려들고 있는 것이다.
자신의 몸이 카시아의 몸 안에 박히기 전에, 날카로운 검이 먼저 심장에 꼽힐 거란 걸 꿈에도 생각지 못한 채.
“헉헉... 내가 널 갖겠다!”
“후후.. 역시 제 예상대로 당신은 남자다운 분이시군요. 충분히 제 남자가 되어도 괜찮겠어요.”
“하하. 하하! 하하하하하!”
라그넘의 추한 웃음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기절한 척 눈감은 나의 얼굴에도 미소가 흘러나왔다.
- - - - - 해적 - - - - -
“흐흐흐. 날 유혹하다니 멋진 남자라는 걸 증명하겠다!”
거칠게 덮쳐오는 라그넘의 행동에 카시아는 여자답게 비명을 질렀다.
“꺄...!”
카시아가 소리 지른 저 비명은 두 손이 풀리고 몸이 자유로운 나에게 보내는 신호와도 같았다.
“흐흐흐! 먼저 유혹해 놓고서 이렇게 반항을 하다니!”
“라... 랑... 꺄!”
평소 카시아 같았으면 이미 라그넘은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지금 카시아는 두 손이 묶인 채 아랫도리가 모두 벗겨져 있는 상태이다. 역시 도울 사람을 나 밖에 없었고, 카시아는 지금의 상황을 만들려고 자신의 은밀한 부분을 나에게 드러내는 수모까지 담담하게 펼쳤던 것이다.
나는 흥분한 라그넘의 등뒤로 다가갔다. 재빨리 그의 목을 감싸며 발을 걸어 넘어트렸다.
“하앗!”
“뭐... 뭐! 으악!”
마른체구를 가진 라그넘이 격렬하게 반항하기 시작했다. 예상외로 격렬한 반응은 채우지 못하는 욕망에 대한 갈급함 때문이겠지. 하지만 어려서부터 수없이 해적질을 해왔고 살인과 격투를 배운 나에게는 결코 당해낼 수 없었다.
발이 걸려 허공에 붕하고 떠오르는 라그넘의 몸, 그의 허리를 손으로 살짝 스치며 벨트에 찬 커트라스를 자연스레 뽑아들었다.
“크윽! 너... 네 녀석.”
이미 난, 그에게서 강탈한 커트라스를 그의 목젖에 대며 위협하고 있었다. 그는 아직도 상황 파악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멍청한 그에게 모든 상황을 친절히 설명해줄 차례다.
“미안해 친구. 이제까진 우리들의 연극이었어.”
“......”
그가 아무 말 없었다. 표정도 변화가 없었다. 배신당한 기분은 자신에게 달린 어떠한 안면근육으로도 표현할 수 없었나보다. 배신당한 그의 분노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으아아악!”
순간 검 날이 목을 위협하는데 불구하고 라그넘이 엄청난 기세로 달려드는 탓에 그의 명치를 커트라스의 폼멜로 강하게 내리쳤다. 그의 목을 베지 않은 이유는 가여운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믿었던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기분은... 나도 현재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훅스턴...”
침울한 표정을 잠시 짓고 있자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카시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죽이지 않을 거야?”
“죽일 수 없네요. 지금 우리들처럼... 이 녀석도 배신당한 거니까요.”
카시아도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그래... 역시 난 그런 네 모습이 좋아... 도저히 해적 같지 않거든.”
카시아의 얼굴을 보다 나도 모르게 그녀의 아래 들어난 살결을 음미했다. 수줍은 자세로 다리를 오므렸음에도 너무도 요염한 허벅지가 나의 본능을 너무도 자극했다.
“남자긴 남자구나... 그렇게 유혹해도 넘어오지 않더니... 다음부턴 벗은 채로 유혹해볼까? 후훗.”
나는 어린아이 다루는 카시아의 말에 고개를 저었다.
“순수한 처녀는 소중히 간직해야 하는 법이랍니다. 어서 뒤로 돌아요. 밧줄 풀어드릴게요.”
나는 그녀의 밧줄을 풀었다. 그리고 감옥 밖으로 몸을 움직였다. 이미 문은 라그넘의 확약에 의하여 활짝 열려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들려오는 사실에 나는 걸음을 멈추고 황급히 움츠렸다.
“야아... 랑스... 네 것이 생각보다 매우 크긴 하지만 그런 상태로 밖은 나갈 거야?”
“히... 히익!”
그렇다. 나는 카시아와 민망한 연극을 펼치며 내 옷을 모두 벗어 집어 던진 채라는 사실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 - - - - Pirate - - - - -
감옥을 빠져나오고 난후 우리들을 소지품을 되찾았다. 그리고 갇혀 있던 적함을 몰래 빠져나왔는데 늦은 밤 전투가 종료되어 모두 잠이 들었는지. 능숙한 해적인 우리가 탈출을 하는데는 매우 수월하였다. 장루위에서 망을 보는 놈들을 카시아가 독침을 던져 잠재워버렸다.
함선을 빠져나온 우린 숲을 빠르게 가로지르고 있었다.
“어디 가는 거예요?”
카시아를 열심히 따라가고 있지만 목적지를 몰랐기 때문에 질문을 던졌다. 실제로 내가 이 섬을 십육 년 동안 살아오면서 이러한 숲의 행로는 처음 걷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잠자코 따라오면 알게 돼.”
난 지금 매우 호기심 강한 나이다. 훅스턴이 요즘 들어 나에게 강조하는 사실 하나가 있다. 사춘기라고 들어보았나? 그렇다. 나는 지금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사춘기를 격고 있다. 한참을 뛰다 잠시 휴식이 찾아왔을 때 다시 후련한 대답을 듣기위해 질문을 꺼냈다.
“카시아. 우리 어디 가는 건데요?”
“후후... 이쯤이면 보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없을 거야. 랑스... 이제 널 덮쳐주지.”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6&WTV1471013=24492828&WTV1392781=22451891&WTV1357910=273489&WTV1357911=2041069&WTV246810=12&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2. 소용돌이&WTV9172643=카시아는 매번 이런 식이다. 물론 이런 장난은 어릴 적 나를 동생처럼 키워줬던 카시아 이기 때문에 용납도 가능한 것이다. 물론 카시아 또한 나를 무조건적으로 믿기 때문에 이런 장난을 치는 것이니라... 하지만 나는 그녀가 무안할 정도로 대답을 하지 않았다. 섬이 배신자에 의하여 침략 받고 침울하게 휩싸인 기분을 풀어주려 한 장난인데 나의 태도는 조금 모진감이 있었다.
“하아... 미안해요 카시아...”
“훗... 괜찮아.”
으슥한 숲. 사방은 암흑으로 뒤덮여 있어 으스스한 기분이 들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오직 빛을 볼수 있는 곳은 밤하늘의 별 뿐이었기 때문이다. 밤하늘이 이토록 환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에 몽환적인 신비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이래봬도 우리 카린소 섬은 상당히 부자이다. 대륙 최고의 다섯 명의 해적들 덕분에 수많은 약탈품들이 넘쳐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 전리품 중에는 밤을 매우 밝게 지낼 수 있는 고래 기름 또한 매우 많이 있어 우리 해적들은 어둠을 모르고 살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으스스한 숲이라니...
이윽고 카시아가 말없이 발걸음을 돌렸다. 자연히 나 또한 그녀의 발걸음에 맞춰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랑스.”
천천히 속도를 점차 높이던 그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네?”
“알고 싶니?”
나는 무슨 의미인지 한참을 생각하다 도저히 무엇을 말하려는 건지 몰라 다시 억양을 높였다.
“네? 뭐가요?”
들려오는 짧은 대답.
“우리가 가는 곳.”
“아... 네. 궁금하네요.”
“후후... 우리 언니에게 가는 거야.”
“네? 언니가 있었어요?”
“응...”
“그래요...”
처음 듣는 사실이었지만 내 주변을 휩싼 긴장감 덕분에 그리 놀라진 않았다. 하지만... 다시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과거의 여덟 장로 중 한명이야.”
- - - - - 해적 - - - - -
암흑에 물든 숲을 지나 이윽고 넓은 공터가 나타났다. 숲의 한가운데 뻥 뚫린 듯 자리 잡은 공간의 중심에는 예쁜 통나무집이 세워져 있었다. 하늘의 수많은 별빛이 소나기처럼 쏟아져 내렸고 환한 달님의 아름다움은 모든 밤의 세계를 밝게 물들였다.
“들어가자.”
“네...”
카시아는 통나무집의 문들 살며시 두드렸다. 똑똑똑.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대답은 또렷하게 들려왔다.
“누구세요?”
“언니 저에요.”
언니라? 장로라면 언니가 아니라 할머니라는 호칭이 어울려야 하지 않을까? 예의상 언니라고 부르기에는 상당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더군다나 들려온 목소리는 상당히 어리게 들렸다. 아무리 나이를 많게 짐작해보아도 내 또래 여자의 음성이었다. 과연 외모는 어떠할까? 마침내 문이 활짝 열렸다.
“오랜만이구나! 카시아.”
외모를 예상했었다. 하지만 나의 예상과 같은, 정말 생각보다 어린 외모에 나는 입을 다물수 없었다. 섬의 현자라고 불리는 여덟 장로... 과거에 이 어린 소녀가... 장로였다고?
“저... 저기...”
“왜 그래 랑스?”
나는 지금 훅스턴에게 배신당한 상태라 누구도 쉽게 믿지 못하였다. 그 경계 대상은 하물며 카시아라 해도 마찬가지가 되는 것일까? 하지만 카시아에 대한 의심은 도저히 용납할 수 없었다. 먼저 물어봐야 했다. 실례가 될지 모를 말이지만 대담하게 입을 물었다.
“너무 어려 보이네요. 정말 과거의 장로가 맞나요?”
장로라는 뜻이 무엇인가. 나이든 사람을 뜻한다. 하지만 내 앞에 서있는 여자는 미인이라는 관점을 떠나서 도저히 나이 들어 보이지 않는다. 저 하얀 피부와 주름이란 찾아볼 수 없는 외모를 보며 장로라 인정하라고? 어린사람도 장로의 직분을 받을 수 있는 것인가?
내가 혼란 속에 빠져들어 정신없이 질문이 해답을 찾고 있을 때 카시아는 나의 머리를 꽁하고 쥐어박았다.
“랑스. 실례야. 언니 나이가 올해 몇인데.”
“아... 아무리 그래도... 저 외모는...”
머릿결은 하얀 백발이다. 그렇다고 백발의 노인처럼 얼굴에 주름은 하나도 없었다. 너무도 뚜렷한 이목구비와 연녹색으로 밝게 빛나는 커다란 눈동자. 복장은 귀족들이 입는 하늘거리는 레이스 달린 하얀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귀족처럼 청순하고 아름다운 모습이었다.
카시아 만큼 미인이라서 서로 자매라는 건 인정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로라는 이름은 인정 할 수 없었다. 내가 아는 여덟 장로는 모두 허리가 구부정하고 주름투성이의 노인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들은 머리좋은 현자이다. 이토록 어린아이가 현자라는 무리들 속에 함께했다는 사실은 인정 할 수가 없었다. 백발의 그녀가 방긋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후훗. 카시아 괜찮아. 소년의 의문은 예상했으니까. 날 의심하는 게 당연하지...”
“하지만 언니...”
나를 지긋이 보던 백발의 그녀가 타이르듯 입을 열었다.
“꼬마야. 카시아는 내 친동생이 아니란다. 내 나이를 알게 되면 그녀와 내가 결코 친자매 사이가 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 언니라는 호칭은 나의 외모에 대한 예의라고도 볼 수 있지.”
“당신... 몇 살인데요?”
“올해 641살...”
말도 안 되는 장난에 나는 검의 손잡이를 잡았다. 이 여자... 결코 믿을 수 없다. 하지만 검을 뽑으려는 나의 손을 저지하며 카시아가 타일렀다.
“랑스. 더 이상 결례를 범하면 내가 용납할 수 없어. 언니는 마법사야.”
“마법사...?”
마법사에 대해선 들어본 적이 있었다. 손에서 불을 만들어내기도 하며 방전을 일으키기도 한다. 그리고 모든 숲의 동물이나 바다의 생물들하고도 교감을 나누는 그러한 신비스런 존재였다. 하지만... 마법사라... 그들은 내가 태어나기 훨씬 이전에 살았던 전설적인 존재들이었다.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너무도 진지한 카시아의 표정에 나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그. 그래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백발의 그녀가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일단 너희들이 매우 지친 것 같으니 오늘밤은 쉬도록 하여라.”
“네?”
나는 그녀의 말에 매우 놀랐다. 지금 우리 섬은 지금 침략을 받아 점령당한 도중이다. 마음 편히 잠이 오겠는가!
카시아를 믿었다. 무언가 적들의 허를 찌를만한 책략을 진행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녀의 행동은 겨우 믿지도 못할 정신병자 같은, 자칭 마법사에게 나를 데리고 온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 카시아의 표정은 아무 생각 없이 편안해 보였다. 그녀는 한술 더 떠 허리에 찬 벨트를 풀어 던지며 쉴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카시아...”
“응?”
“실망 했어요...”
나는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하지만 들려오는 소리에 나는 화들짝 놀라 다시 뒤를 돌아보았다.
“나는 이 섬에 최초로 발을 디딘 사람이야.”
백발의 마법사가 내뱉은 말이었다. 그녀의 믿기지 못할 말은 계속 이어져 나왔다.
“나는 아주 오랜 옛날 최초, 홀로 이 섬의 장로를 맡았지. 그리고 무지한 섬사람들에게 항해와 검술, 그리고 마법 또한 가르쳤어.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내 실수였지... 선량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힘과 탐욕의 본성을 끌어낸 용서받지 못할 내 잘못...”
나는 혼란스런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그녀의 장난이 마치 진실처럼 다가왔기 때문이다. 잠시의 여유 속에 들려온 카시아의 짤막한 음성이 나의 머리를 걷잡을 수 없이 잡고 흔들었다.
“랑스. 모든 게 진실이야.”
백발의 마법사가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또래 소녀의 얼굴 속에 드러나는 미소는 걷잡을 수 없이 긴 세월의 흔적을 드러냈다. 그녀의 조그마한 입술이 열렸다.WTVSUCCESS=TRUE&WTV382229=1267328616&WTV1471013=29833713&WTV1392781=25244054&WTV1357910=273489&WTV1357911=2294901&WTV246810=13&WTV2571219=173&WTV124816=fantasy&WTV987904=1&WTV491322=2. 소용돌이&WTV9172643=“결국 이 섬의 사람들은 모두 해적이 되어버렸어. 그리고 나는 가장 뛰어난 마법을 지닌 여덟 명을 임명해 여덟 장로라는 직위를 만들었지. 그것은 걷잡을 수 없이 증폭되어가는 이 섬사람들의 탐욕을 절제하기 위함이었어... 하지만 무서운 것이었지. 인간의 탐욕과 드러난 본성이란 분노한 마법의 위력보다도 지독했어. 결국... 나는 여덟 장로들에게 추방당해 이곳에 봉인되어 버렸지.”
“......”
“다시 세월이 흘렀어. 그리고 나는 이 생활에 아주 만족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지. 그래서 이런 생활을 여태껏 이어가고 있었어. 탐욕 없는 새들과 함께 지내며... 그리고 카시아는...”
이야기를 하던 백발의 그녀는 카시아의 표정을 살피더니 말끝을 흐렸다.
“아무튼 섬은 이제 무사하다. 훅스턴과 카시아를 제외하더라도 뛰어난 해적 왕을 세 명 모두 불러들였으니까.”
백발의 그녀가 품안에서 짤막하고 하얀 나무 막대를 꺼냈다. 그리고 허공에 지팡이를 둥글게 휘저었다. 그러자 경악할 만한 일이 벌어졌다.
- 솨아아아아아 -
둥글게 휘저은 영역에서 흐릿한 영상이 펼쳐졌다. 그 영상은... 침략한 오디세이아의 함선과 훅스턴의 함선이 도착한 세 명의 해적 왕들에게 포격을 받고 있는 영상이었다. 이어 섬의 주민들이 뛰쳐나와 환호를 울리는 환영을 끝으로 마법은 사라졌다.
“당신... 정말... 마법사였군요...”
나의 중얼거림에 카시아가 방긋 웃었다.
“후후. 이제야 믿는구나?”
“죄송해요...”
고개 숙인 나를 보며 백색의 마법사가 입을 열었다.
“그럼 오해도 풀렸고, 섬의 침략 또한 일단 마무리 되었으니 둘은 편히 쉬려무나.”
- - - - - 해적 - - - - -
- 짹 짹 짹 -
하얀 솜털로 뒤덮인 아름다운 침대 위... 이러한 침대에 몸을 눕힌 기억은 나지 않았다. 다만 백발의 마법사가 펼친 환영을 보고 그녀가 이야기를 마치자 난 그새 정신을 잃었는지 그 이후의 기억은 사라지고 없었다. 창가로 다가가 커튼을 걷고 창문을 열었다. 겨울이 이제 막 끝난 이른 봄이라 아침의 한기가 차갑게 내 몸을 휘감았다.
“일어났구나.”
등 뒤로 들려오는 여린 소녀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어젯밤 경험으로 그녀가 고대의 마법사라는 게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환영이라니...
“이름이 랑스라고? 물론 이름 뒤에 성 따위는 없겠지.”
우리 섬의 전통은 그러하다. 이름 뒤에 가문을 증명하는 성 따윈 없다. 모두 섬에 존재하는 창녀의 뱃속에서 태어나거나 아니면 약탈한 배의 어린 아이들을 간혹 데려와 키우기 때문에 집안의 전통을 증명하는 이름의 성 따윈 있어서도 안 되고 불러서도 안 된다. 뭐 어머니는 누구인가? 하는 질문 따윈 안한지 오래다. 괜히 여린 마음에 어머니를 찾아 나서다 그 어머니가 섬의 창녀라거나 이미 죽었다거나... 아마 현실은 두 가지 중 한가지겠지. 그런 악몽 같은 사실을 내 손으로 파헤치고 싶지 않다. 그런데 한 가지 이상한 것은... 나에겐 성이 있었다. 랑스 클란츠.
“아뇨. 랑스 클란츠. 저도 잘 모르겠지만 그게 제 이름입니다.”
“뭐? 성이 있다고? 그렇구나...”
참고로 한 가지 더 말하자면 해적 왕들의 성은 선장으로 임명받을 때 주어진다. 문득 내 앞에 긴 백발을 흩날리는 마법사의 이름이 궁금해졌다.
“당신의 이름은 무엇인데요?”
“류지아라고 불러.”
“류지아...”
“그래. 류지아 소시.”
이름 또한 외모와 마찬가지로 소녀의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억양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그런지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두려움이나 낮선 이질감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또래의 친구를 만난 것 마냥 친숙함마저 느껴졌다. 순간 코끝에서 향긋한 냄새가 느껴졌다. 나는 본능적으로 숨을 크게 들여 마셨다. 배가 매우 고팠기 때문이다.
“카시아가 아침식사 준비를 끝냈어. 어서 식사부터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