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화 〉 이현설 (4)
* * *
즐거운 해피타임(?) 이후 우리는 밴안에 있는 침대(?!)위에서 서로 꽁냥대고 있었다.
“으... 기현아 침대가 축축해... 그러니까 기현이 위에서 있어야지!”
‘어훅...! 생각보다 무게가...!’
현설이가 꼬물꼬물 거리며 내위로 올라왔다.덕분에 다시 물건이 고개를 들었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현설이의 흐트러진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정리해주었다.
“아...! 혹시 무거워...?”
음... 사실 좀 무게가 있긴 했지만 감당못할정도는 아니었다. 대충 대형견 두마리정도가 올라탄 느낌이랄까?
“아니, 하나도 안무...겁진 않은데 그래도 괜찮아.”
퍽!
“어흑...!”
사실대로 말했더니 현설이가 그 조막만한 손으로 내 가슴팍을 퍽! 하고 쳤다. 작은고추가 맵다고 했던가, 그녀의 주먹은 정말 매웠다.
“이씨... 빈말로라도 아니라고 해줘야지!”
하지만 골려주고 싶은걸 어쩌란 말인가. 내가 말없이 능글맞게 웃어주자 현설이는 이번엔 아프지 않게 다시 가슴팍을 콩콩 두드리더니 이내 풀썩하고 내위에 엎어졌다.
“헤헤헤... 기현이랑 내가 연인...”
그러면서 작게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또 무척이나 귀여워서 다시 끌어안고 몇번 뒹굴뒹굴 거렸다.
위이이잉!
또다시 그렇게 의미없이 시간을 보내자 핸드폰이 다시 울려왔다. 현설이가 내 가슴께에 턱을괴고 있는 자세였기에 그대로 그녀의 머리위로 들어 내용을 확인했다.
[야 근데 너 언제까지 거기서 누워있을거냐? 데이트 간다며? 벌써 7시다 임마.]
아... 그러고 보니 데이트 가기로 했는데... 사진찍고 그런건 못하더라도 현설이가 좋아하는 꽃게탕 정도는 먹을수 있는 시간이었다.
“현설아. 그러고보니 너 매니저는 어딨어...?”
잠시 곰곰히 생각하보니 보통 연예인에게 매니저가 붙기 마련인데 현설이에겐 보이지 않았다.
“아...! 내가 말 안했구나! 나 독립했잖아. 그러니까 걱정마. 나 지금 벌어둔 돈도 많고, 너 하나정도... 아니, 너포함 두셋 정도는 더 먹여살릴수 있어.”
아하... 그러고 보니 학교내에 지나다니는 버스들에도 현설이의 얼굴이 붙은 광고들을 볼수 있었다. 화장품 광고였는데, 보통 톱스타들이 화장품 광고를 찍는다 했으니 현설이의 위치가 다시한번 실감갔다. 그러고 보니 기사가 뜨지 않았을까...?
초록창에 들어가니 가장 먼저 보이는 기사의 제목이 ‘이현설, 탑클 엔터와의 재계약 거부! 그 사유는...?’이었다. 그 뒤로도 현설이와 관계된 여러 기사들이 보였는데 다행인지나와 관련된 이야기는 딱히 없었다.
“뭐야~! 내가 이렇게 어필했는데 핸드폰이나 보고있고! 나도 볼래!”
본다고 말해놓곤 몸을 돌리지 않고 턱을 괸채로 말똥말똥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고만 있었다.
‘아, 혹시 허락을 구하는건가?’
연인이라는 가까운 관계가 되었음에도 함부로 개인의 영역에 발을 들이지 않는다는게 또 너무 마음에 들었고 사랑스러웠다.
“응, 그래 같이보자.”
그래서 나는 미소를 지어주며 살짝 팔을들어 그녀가 돌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이렇게 되니 내 턱 바로 밑에 그녀의 정수리가 위치하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상큼한 레몬향이 느껴졌다.
“아, 뭐야 왜 나를 검색해서 보고있는거야~”
내가 보고있는 기사를 본 현설은 말꼬리를 늘이며 화면을 가리려고 요리조리 손을 뻗었다. 당연히 나도 그에 맞추어 휙휙 손을 피했고 또 그러다가 깔깔 웃으며 서로 뒹굴뒹굴 굴러다니게 되었다.
아...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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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이제 그만 뒹굴거리고 꽃게탕 먹으러 가자.”
그러길 또 얼마간, 벌써 8시가 되어 버렸기에 우린 더늦기 전에 밥이라도 먹으려 침대에서 일어났다.
“아, 그러고 보니 갈아입을 옷은 있어? 내옷은 누구씨가 울고불고, 코까지 풀어서 입을수가 없는데~“
“어머, 정말? 나는 어떤 늑대같은 남자가 못살게 굴어서 속옷 다 버렸는데?? 이거 우연이다 그렇지~?”
“...”
“히히. 할말없지? 저기 트렁크에 매니저가 입었던 옷 있을테니까 한번 봐봐. 사이즈는... 조금 크겠다.”
이번에도 현설이가 부끄러워 하는 모습을 보고싶어 짖궂게 말했지만 되려 역공을 맞아 버렸다. 내가 그녀를 못살게 군건 맞았기에 아무말 없이 뒤로가 전 매니저가 입었다던 옷을 챙기었다. 간단한 라운드넥 티랑 가디건이 있었기에 그것을 챙겨입었다.
심플하지만 그렇기에 현설이의 매력을 잘 살려주던 원피스를 입고 있던 현설이는 내가 들고오는 가디건을보고는 뭔가 사악한 미소를 짓곤 밴안으로 들어가 문을 잠궈버렸다.
...이대로 밖에서 갈아입으라는 건가? 최기현에 빙의하고 꽤 볼만한 몸매를 가지고 있었기에 나는 자신감 넘치게 옷을 갈아입었다. 그리고 선팅이 잘된 밴의 창문을 보며 이리저리 옷이 어울리는지 확인하고 있으니 갑자기 문이 확 열려서 깜짝 놀랐다.
“히히히~ 최기현 모델씨! 밖에서 옷도 갈아입고 아주 자신감이 넘치시네요! 경찰에 신고당하면 어쩌려고 그러시죠?”
현설이가 악동같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은 핸드폰 화면을 보여주었다. 그속에는 내가 얼굴을 메만지며 옷이 잘어울리는지 여러 자세를 취하는 영상이 찍혀있었다.
‘아...! 안에서 밖을 찍을수 있다는걸 왜 생각 못했지...!’
하지만 현설이가 상황극을 원하는것 같아 나도 동참해 주기로 했다.
“어... 사실 저 정도의 몸매를 공짜로 볼수 있다면 그건 신고할게 아니라 감사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하하하! 뭐란거야! 이 변태! 그보다 어때? 커플티인데 히히히 광고 찍으면서 선물받은거야 어때? 두근두근거려?”
현설이는 내 대답에 웃어주고는 밴에서 폴짝 뛰어내려 한바퀴 빙 돌며 내게 감상을 물었다.
음! 아주 귀여워! 검은색 캔버스화에 스키니진, 심플한 반팔티에 나와 같은 디자인의 가디건을 걸친 그녀는 대학생의 매력을 잔뜩 뽐내고 있었다.
“응, 귀여워. 마음만 같아선 곰인형 처럼 평생 끌어안고 다니고 싶어.”
“으으... 쓸데없이 진지해...”
연애를 하게 되면 남성은 낯부끄러워 애정표현을 잘 못한다고 하는데 내게는 해당사항이 없었다. 말 몇마디 한다고 닳는것도 아니고, 이렇게 까지 좋아하는데 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내 대답에 질색하던 현설이는 금새 표정을 바꾸고는 내 두팔을 휙! 하고 들어서 놀이기구의 안전바를 채우듯이 내 품에 들어온다음 다시 휙!하고 팔을 내렸다.
“이렇게 다니면 끌어안고 다닐수 있지요~”
‘으와아아아아! 신이시여.... 정녕 이 존재가 사람이 맞습니까!! 무슨 요정이 아닙니까!’
[나도 인정하는 바이다. 현설이 파괴력 실화냐... 가슴이 웅장해 진다...]
장인어른도 격하게 인정하고 계신다. 음 음, 현시대에 실존하는 요정 페어리현설
‘헉! 설마 이현설이 라는 이름이 페어리현설의 줄임말인건가!’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며 우린 걸어보았지만 몇걸음 안가 포기하고 말았다.
“음... 이렇게 걸어다니니까 불편한거 같네 헤헤... 그냥 팔짱끼고 다니자.”
그래서 그냥 자연스럽게 팔짱을 끼기로 했다. 왼팔에서 물컹거리는 감촉이 내게 치유를 선사해주고 있었다.
[근데 밴은 안타? 왜 삼각별 냅두고 걸어다녀?]
“아.”
그러고 보니...
“웅? 왜 그래?”
“우리 그냥 차타고 가면 되는거 아닌가?”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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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이현설이다.”
“와 대박, 이현설 열애설 났었나? 저 남자 누구지??”
“야, 근데 끼리끼리 논다고 남자도 개 잘생김. 모델인가?”
“인생 쉬벌... 내 이상형이었는데...”
차를타고 예전에 이현설이 즐겨찾던 꽃게탕집에 도착하니 주변에서 너도나도 우리를 보며 감탄과 질투 섞인 시선들이 날아왔다.
“어어! 현설학생 왔어! 유명해지고 안보이더니 되게 오랜만이네? 4년만인가...? 옆엔 남자친구여? 허미... 키도 훤칠하고 잘생겼네. 잘어울려~”
역시 연예계 진출하기전 현설의 단골집이어서 그런지 사장님께서 현설이를 알아보며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다.
“네! 이모, 저희 꽃게탕 3인분이랑 광어회 한접시요!”
잘어울린다는 말 때문인지 안그래도 올라가 있는 현설의 입꼬리가 이젠 정수리까지 닿을지경이 되었다.
현설이는 원래 음식을 그리 많이 먹지 못한다. 많이 먹어봐야 공기밥 반하고 조금더...? 하지만 단 한가지 예외가 있었는데 그게 바로 꽃게탕을 먹을때였다.
“저기... 사진 한장만...”
앉아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고 있으니 여학생 두명이 쪼르르 달려와 현설이에게 사진을 요청했다. 역시 스타는 스타구나...
“아? 네, 찍어드릴게요.”
사적인 시간을 방해받아 기분 나쁠법도 한데, 현설이는 금새 표정을 관리하며 영업용 미소를 만들었다.
찰칵! 찰칵!
사진도 다 찍었주었건만 여학생 둘은 우물쭈물하며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뭐지? 사인도 원하는건가?
“저기 그... 오빠도 같이 찍어주시면 안되나요!”
얼마간 우물쭈물하더니 이내 한 여학생이 용기를 내 빼액 소리를 질렀다.
‘어... 이건 좀.’
아니나 다를까 순간적으로 현설이의 표정이 굳어지는게 보였다. 물론 바로 다시 웃는 얼굴로 변했지만 난 그 변화를 알수 있었다.
빨리 대충 사진을 찍어주고 보내니 현설이는 입술을 삐죽 내밀고 한쪽턱을 괸채 나를 바라봤다.
“흐응... 뭔가 미안하기도 하고... 질투 나기도 하고... 내 남친 너무 잘생겨서 어쩌지...”
미안하다는건 아마 일반인인 나를 끌어 들였기에, 질투는 내 곁에 다른 이성이 달라붙기에 그런게 아닐까.
솔직히 현설이의 생각이 이해가 안가는건 아니지만 과한 걱정이 아닌가 싶다.
“현설아... 걱정하지마. 너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아. 그리고 난 괜찮아. 얼굴 몇번 팔리는 걸로 너처럼 매력적인 여자와 만날수 있다면 누가봐도 내가 이득인데.”
그래도 현설이는 마음이 놓이지 않는지 표정이 풀리지 않았다.
이걸 어쩌지...
때마침 아주머니가 꽃게탕과 회를 들고 들고 오고 계셨다.
“저... 그 현설 학생, 무리한 부탁인건 아는데 그 사인좀 해주면 안될까? 아니, 현설 학생이 단골이었다고 해도 아무도 안믿어서 말이야.”
현설이의 표정은 풀어지지 않았지만 단골아주머니의 부탁을 거절하긴 힘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아!!! 그런 방법이 있겠다!
“네, 아주머니 사인지 두장 주세요.”
내가 두장을 달라하자 현설이는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녀에게 생긋 웃어주기만 해주고 무슨생각인지 알려주진 않았다.
[오? 너 머리 좀 좋다? 이렇게 연애 감각이 좋은데 왜 지금까지 솔ㄹ...]
어이, 신님 거기까지. 아무리 장인 어른이라고 해도 선은 넘지 맙시다.
아주머니가 싱글벙글하며 스케치북 두장을 가져오자 나는 그중 한장을 받아 내싸인과 밑에 ‘현설이꺼’ 그리고 왼쪽에 크게 반쪽 하트를 그렸다.
“자. 이러면 안불안하지?”
내가 미소지으며 내 사인을 보여주자 현설이는 피식하고 실소를 흘린다.
어때? 이거보다 확실한 증명은 없을걸.
현설이도 결국 웃으며 현설이의 사인과 그 밑에 지혁이꺼. 그리고 오른쪽에 반쪽하트를 내 하트의 크기와 비슷하게 그리며 아주머니에게 건냈다.
“이모! 이거 꼭 두장 오른쪽 왼쪽 순서 맞춰서 딱붙여서 걸어주세요.만약 해주시면 제가 인터뷰던 뭐던 다 이 식당에 좋은얘기 해줄게요!”
현설이가 적극적으로 아주머니에게 말하지 아주머니도 우리의 사인을 보곤 피식 웃으셨다.
“햐... 좋을때구만. 그래, 내가 이거 두개 안떨어지게 딱 붙여서 걸어 놓을테니까 둘이는헤어지지 말어. 알겠지? 총각, 어디가서 이렇게 참한 여자 구하기 힘들어.”
예, 저도 잘 압니다. 그래서 평생 잡아놓고 안 놓치려구요.
나와 현설이는 서로 웃으며 조금은 미지근해진 꽃게탕을 먹기 시작했다.
왠지 꽃게탕이 유난히도 달았다. 양파를 너무 많이 넣은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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