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판타지아-102화 (102/104)

〈 102화 〉 102 ­ 이름 없는 산 下

* * *

인간과 드래곤의 결투.

수 십 미터와 수 미터의 대결.

거체와 소인의 싸움.

이 말도 안 되는 승부는 어찌저찌 성사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걸 보고 있는 것 중 하나는 만트라 대협곡에서 기어나온 보스 몬스터 중 하나인 알터&크레그였다.

크르륵?

녀석은 두 머리의 드래곤으로 한 쪽 머리는 단단했고 다른 한 쪽 머리는 마법에 능통했다. 이 녀석이 협곡 위로 기어 올라온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웬 인간 무리가 자신의 군대를 공격하며 덤볐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그냥 싸웠겠지만 자신의 군대와 대등하게 싸우는 모습에 우위를 점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위로 올라가는 중에 정체불명의 기운이 느껴졌다. 그래서 그걸 확인하기 위해서 협곡 위로 올라왔다.

알터&크레그가 본 건 자신의 덩치와는 비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크기의 드래곤이었다. 이 붉은 드래곤에 비교하면 자신은 일개 도마뱀에 불과했다. 분명 자신도 인간들을 한 입에 삼킬 정도로 거대했지만 녀석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위압감이 엄청 났다. 특히 붉은 드래곤과 비슷한 색상의 알터는 주눅이 들어 고개를 내렸다. 분명 직접적으로 기세가 향한 것도 아니었건만 쉽사리 머리를 들 수 없었다.

크러렁……

크레그는 시퍼런 비늘을 츠르르 떨면서 고개를 꼿꼿이 들었다. 녀석이 주는 기운에 저항하는 한편 결코 위축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마법을 쓰는 만큼 머리가 나쁜 건 아니었다. 그러나 다음에 느껴진 힘에 녀석 역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검은 기운에 휩싸인 붉은 머리칼의 여인. 분명 보통 인간과 다를 바 없는 모습이건만 태초적인 공포를 자극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크릉­ 크르릉­

알터&크레그는 협곡 위에 기어올라온 상태에서 멍하니 드래곤과 인간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이 모습을 관망하는 한 명이 있었다.

“씨발, 이게 무슨 일이야?”

그는 퍼스트 제네레이션 소속 길드원 ‘창씨세가’였다. 원래 그가 할 일은 협곡에 대한 가벼운 조사였다. 눈이 좋기로 소문난 그는 길드에서도 손꼽히는 정찰병이자 저격수였다. 비록 황금궁사에게 밀려났지만 그의 투창은 상당한 비거리와 정확도를 자랑했다.

그런 그의 눈에 보인 건 여지껏 본 적 없는 거대한 드래곤이었다. 그 후 보인 건 그 드래곤을 때려눕히는 여인의 모습이었다.

창씨세가는 자기도 모르게 녹화 기능을 켰다. 여인은 시선으로 쫓기 어려울 정도로 드래곤에게 얻어맞고 날아가기 바빴다. 그런데 비슷한 속도…… 아니, 훨씬 빠르게 다시 드래곤에게 도달하여 녀석을 후려 갈겼다.

이게 가당키나 한가.

속도는 괴랄할 정도로 빠르고 힘은 미친년처럼 강했다. 그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건 버그성 플레이와 판타지아에서 몰래 준비 중인 이벤트였다.

판타지아는 정말 유기적으로 돌아갔다. 개개인이 건 시간 배율과 가속을 감안해도 시간의 흐름에 맞춰 움직였다. 지금처럼 무작위 장소에서 이벤트가 벌어지는 건 이상한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게 레이드 몬스터 급의 이벤트면 얘기가 달랐다.

산만한 크기의 드래곤이라니!

만트라 대협곡에서 쩔쩔 매면서 잡던 보스 몬스터는 하급 몬스터로 보일 정도였다. 그냥 덩치로만 밀어붙여도 협곡의 모든 몬스터가 깔려죽을 수준이었다.

그런데 그런 드래곤과 맞부딪칠 수 있는 존재가 있다?

지금 창씨세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그러다 한 가지 떠오르는 게 있었다.

“마왕.”

여인을 휘감은 새까만 기운. 거기에 드래곤과 대적할만한 강한 힘.

“마왕…… 그래, 그거밖에 없어.”

이 단어 외에 지금 그녀의 존재를 상징할만한 비유가 없었다. 그의 추측이 확신으로 굳어진 건 드래곤이 숨을 들이켰을 때였다.

“어, 어, 어, 어?”

드래곤이 입을 쩍 벌렸다. 그런데 하필 그 방향에 창씨세가가 있었다. 하필 여인이 그쪽에 서서 드래곤과 마주하고 있었다.

“이런 씨ㅂ”

그것이 창씨세가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었다. 드래곤의 숨결에 휩쓸린 창씨세가는 즉사했다.

그리고 마지막 한 명…… 이 모든 걸 기록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베톰 왕국 소속의 학자로 직접 이름 없는 산의 저주를 밝히기 위해 등산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커다란 소리가 나서 그쪽을 망원경으로 살펴보니 알터&크레그와 창씨세가가 본 걸 그대로 보게 되었다.

“맙소사.”

그는 다급하게 쪽지를 펼쳤다. 비상시에 정해진 곳으로 날아가는 전서였다. 원리는 바다하피의 깃털과 비슷했다. 숲피닉스의 가루와 골렘의 허물로 만든 베톰 왕국의 비전 기술이었다.

학자는 쪽지를 써서 날린 뒤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문서를 펼쳤다. 그리고 지금 보고 있는 모든 걸 기록했다.

거대한 드래곤. 그 드래곤과 대적하는 여인.

위압감에 숨이 막혀 죽을 거 같았다. 일반인이라면 즉사할 정도의 기세가 뿜어졌다. 그런데도 학자는 오롯이 정신력으로 버티고 있었다.

그 모든 싸움을 기록하기 위해. 역사에 다시 없을 정신 나간 환상을 남기기 위해!

*

콰아아아­

멜그라우의 숨결은 끓어 넘치는 열기와 막대한 에너지를 품었다. 그의 고개가 향한 곳에는 공기가 달궈지고 땅은 용암으로 끓어 넘쳤다. 흡사 11성 대마법 {불 거인의 땅}과 같은 여파였다.

멜그라우는 콧김을 푹 뿜으며 숨결을 뿜은 방향을 노려보았다. 거기에는 마그마 속에서 두 팔을 교차하고 서있는 버트가 있었다.

“후하……”

버트는 팔을 내리더니 앞머리를 슥 쓸어 넘겼다.

멜그라우의 숨결은 강했다. 하지만 버트에게는 어떤 상처도 남기지 못했다. 숨결이 닿기도 전에 버트가 뿜어낸 마기가 상쇄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무사한 건 버트뿐이었다.

멀리서 지켜보던 퍼·제의 길드원 창씨세가는 휩쓸린 것만으로 즉사했다. 구경하던 알터&크레그조차 열기에 협곡 아래로 머리를 숨겼다. 단단한 협곡 지반의 일부가 마그마로 변했다.

“나도, 나도 뭐 없나?”

버트는 주먹을 쥐었다 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그녀는 마그마를 첨벙이다 씩 웃었다.

멜그라우가 했다.

그러니 자신도 한다.

스흐웁­

멜그라우는 버트가 상체를 젖히며 숨을 들이키는 걸 보았다. 앞서 그랬던 것처럼 땅을 박차고 달려들거라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갑자기 입을 쩍 벌렸다.

콰아아악­

버트의 자그마한 입에서 검은 소용돌이가 뿜어졌다. 작은 점은 단숨에 거대한 에너지 격류로 바뀌어 멜그라우를 덮쳤다.

그의 거체가 점점 뒤로 밀려났다.

「 크하악­!! 」

멜그라우는 기세를 담은 포효로 소용돌이를 떨쳐냈다. 버트는 그 모습에 손뼉을 치며 웃었다.

“아하하하­!! 진짜 되네! 아, 미치겠다. 너무 재밌어!”

버트는 머리를 벅벅 긁으며 흥분을 주체하지 못했다. 지금 버트는 욕망이 한계까지 증폭되었다.

그래서 지금 버트의 상태는 원초적으로 돌변했다. 엔실라에게 표출된 욕망은 소유욕과 지배욕이었다면 멜그라우에게서 폭발한 욕망은 투쟁심과 피학심이었다.

아픔에 익숙해져야 한다. 하다못해 고통의 크기를 이해해야 한다. 그 생각이 욕망에 더해지고 싸우고 싶어하는 멜그라우를 위하는 마음과 뒤섞인 결과물이었다.

능욕과 섹스가 아닌 전투와 섹스. 그것이 머리에 박혔다. 그래서인지 버트는 평소보다 과격해졌다.

‘주체가 안 돼.’

적당히 해야 한다. 분명 그런 생각은 하고 있었다. 하지만 주먹을 뻗을 때마다 느껴지는 타격감이 자제심을 날려버렸다.

판타지아에서 처음 희열을 느꼈던 건 몸을 써서 벌이는 사냥이었다. 검은 동굴에서 느꼈던 감정, 그 이상의 기쁨이 솟구쳤다.

쐐액­

버트는 웃다 말고 멜그라우를 향해 쏘아졌다. 버트는 포효 후 숨을 고르던 멜그라우의 목덜미를 걷어찼다. 그의 목은 힘없이 옆으로 팩 꺾였다.

체급 차이를 무시하는 일격! 멜그라우 역시 비늘과 근육을 뚫고 들어오는 아릿한 고통을 느꼈다.

그러나 그는 웃고 있었다.

허망한 세월. 마신 리아주크와 맞붙으며 느꼈던 몇 가지의 깨달음.

멜그라우는 싸움에 미친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들이 린치한 상대의 정체를 깨달았을 뿐이었다. 스터그처럼 판타지아의 진실을 안 건 아니었다. 그렇다고 마음 편히 있을 수 없었다. 늘어지는 시간을 보내게 된 건 이때의 죄책감이 만들어낸 탈력 때문이었다.

정열적이고 직선적인 그가 멈춰버렸다. 그것만으로도 그가 받은 충격이 상당하단 걸 알 수 있었다.

이런 멜그라우가 원하는 건 두 가지.

속죄.

그리고 죽음.

그래서 버트가 자신을 몰아붙일수록 희열이 느껴졌다.

이 아픔이, 죽음으로 향하는 이 시간이, 뼈와 근육이 뒤틀리는 이 고통이, 서서히 무너지는 육체와 정신이, 모든 걸 용서하는 거 같았다.

쩌억­

휘청이는 멜그라우의 목덜미에 버트의 무릎이 찍혔다. 멜그라우는 충격을 못 이기고 옆으로 넘어갔다. 그러자 버트는 그의 몸 위에 안착했고 그의 옆구리를 주먹으로 두들겼다.

콰과곽­

매서운 연타. 한 방 한 방이 근육을 뚫고 내장에 전달되는 막대한 파괴력을 품었다

「 카하악­!! 」

멜그라우는 피를 토해냈다. 아무리 죽고 싶다고 한들 쉽게 몸을 내줄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멜그라우는 몇 번 입을 달싹이며 마법을 발현했다.

{주작파열참} {걀라르호른} {죽은 안개의 세계}

불꽃에 휘감긴 새떼가 몰아쳤다. 주변은 숨만 쉬어도 죽음에 이르는 안개가 자욱하게 꼈고 모든 걸 뒤흔드는 음파가 터져나왔다.

한 방 한 방이 대마법이라 할 수 있는 11성 마법의 경지! 엔실라조차 할 수 없는 고위 마법을 최속으로 발현했다. 이것이 드래곤 중에서도 손꼽히는 전투력을 가진 멜그라우의 힘이었다.

쩌엉­

바위조차 단숨에 녹여버릴 새떼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주변에 퍼져있던 안개는 마기에 잠식되더니 그대로 사그라졌다. 그나마 음파는 버트에게 제대로 적중되었다. 버트에게는 귀와 코에서 피가 터지는 걸로 그쳤다.

버트는 멜그라우의 마법을 보며 입을 달싹였다.

“그럼 나도­”

그러다 뭔가 떠올렸는지 히죽 웃었다.

“아냐, 마법은 라이 꺼야.”

그러더니 멜그라우의 몸 위에서 발을 높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번에도…… 마법은 안 써.”

후욱­

한순간 멜그라우는 환상을 보았다. 거대한 자신의 덩치가 초라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물.

마신 리아주크.

그 거대한 형상이 자신의 몸을 향해 커다란 발을 디밀고 있었다.

쩌억­

그 기세는 환상이 아니었다. 멜그라우를 짓밟고도 남은 힘이 주변에 큰 발자국을 남겼다. 멜그라우는 땅에 반쯤 파묻혔고 소리도 내지 못하고 눈을 까뒤집었다.

“하아…… 흐하……”

버트는 숨을 골랐다. 힘들지 않았다. 다만 가슴 깊은 곳에서 치고 올라오는 흥분감을 주체할 수 없었다.

“흐후흐흐…… 일어 나세요.”

버트는 미소를 감추지 않고 멜그라우에게 손을 얹었다. 그의 거대한 몸은 서서히 줄어들었고 거대한 발자국 크레이터에 남녀가 덩그러니 남게 되었다.

*

멜그라우는 죽음을 느꼈다. 마신의 형상을 마주하고 짓밟힌 그 순간 자신이 으스러뜨렸던 마신의 수족들을 떠올렸다.

그야말로 개미처럼 짓이겨지는 적들. 앞발에서 느낀 촉감은 정말 하찮았다.

그런데 멜그라우 자신이 그 처지가 되었다.

이런 느낌이구나.

멜그라우는 겸허하게 죽음을 받아들였다. 설사 벌레처럼 짓밟혀 죽는다고 해도 후회하지 않았다.

자신이 린치에 가담한 상대에게 죽는다면 이보다 더한 죽음도 받아들이리라.

“크헝?”

그렇게 생각했다.

그러나 멜그라우는 죽지 않았다. 멀쩡하게 살아있었다. 게다가 정신을 차린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 없었다.

“뭐…… 뭐야?”

멜그라우는 버트의 목을 쥐고 있었다. 버트는 그의 손목과 팔뚝을 붙잡으며 괴로운 소리를 냈다.

“분명 너는 나를­”

멜그라우는 당황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에 비산해있는 질척한 피. 이름 없는 산이 높아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깊은 구덩이. 아직 몸에 남아있는 끓어오르는 열기. 신경 곳곳에 스며 들어있는 전투의 여운. 죽음 직전에 느낀 것들은 결코 가짜가 아니었다. 버트의 목을 쥐고 있는 지금도 허상은 아니었다.

그 사이의 연결점이 없었다. 기억을 끄집어내려 해도 뭔가 잘라낸 것처럼 떠오르지 않았다.

쓰러진 직후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그리고 어째서 생각이 점점 흐리멍덩해지는가.

“흐하…… 흐하……”

손 안에서 느껴지는 맥동. 버트의 목줄기에서 가쁜 숨소리와 핏줄의 움직임이 선명하게 와닿았다.

멜그라우의 시선이 버트를 향했다. 아주 잠시 느낀 그 감정은 절대 잘못 느낀 게 아니었다.

멜그라우는 욕정했다. 버트를 보며 아랫도리에 피가 쏠리고 있었다.

다른 종이다. 지금은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엄연히 다른 종이었다. 그걸 인지하고 있는 데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방금 싸울 때 느꼈던 희열과 비슷한 흥분이었다.

“흐…… 흐어…… 후으으……”

멜그라우는 숨을 헐떡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숨을 쉴 때마다 열기가 점점 아랫도리로 쏠렸다.

“하아…… 흐하…… 흐하……”

멜그라우는 눈을 부릅떴다. 한 줌에 부러질 거 같은 버트의 목을 끌어와 입을 쩍 벌렸다.

쮸르릅­

그의 입이 버트의 입술을 덮쳤다. 한 번의 호흡으로 혀를 뽑아내고 추접스럽게 키스했다. 버트는 잠시 숨을 못 쉴 정도로 박력 있는 키스에 다리를 퍼덕였다. 숨이 막혀서 눈이 까뒤집어질 때쯤 그의 입이 떨어졌다.

툭­

멜그라우는 버트를 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러더니 머리채를 쥐어 잡아당겼다. 반댓손으로는 주섬주섬 하의를 끌러내렸다. 그리고 머리채를 당겨 버트의 얼굴에 자신의 생식기를 디밀었다.

거체에 걸맞는 거근이었다. 이 정도면 거의 몽둥이나 다름없었다. 얼굴 위에 얹어진 음경의 무게감은 대단했다. 얼굴의 절반을 덮을 정도로 두꺼웠다. 끝이 잘 안 보일 정도로 길었다.

“아…… 아……”

버트는 헤롱헤롱한 두 눈으로 멜그라우를 올려다보았다. 멜그라우는 그녀의 두피가 당겨질 정도로 머리를 끌어올렸다. 그러더니 버트의 입에 음경을 물려주었다. 굵직한 귀두는 입에 머금기도 벅찼다. 그런데 그 상태에서 멜그라우의 손이 머리를 쥐어 잡았다.

욱여넣는다……!

버트의 입에 음경이 서서히 들어섰다. 입으로는 부족할 정도로 거대한 것이 점점 안으로 파고 들었다.

이제 남은 건 목구멍밖에 없었다.

“그웁­ 우우웁­”

버트는 크게 뜬 눈으로 멜그라우를 올려다보았다. 입을 최대한 크게 벌렸지만 음경을 전부 담기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귀두가 목구멍을 짓눌렀다.

“흐웁­ 웁­ 흐웁­”

버트는 몇 번 숨을 헐떡이다 더 이상 숨을 쉴 수 없었다. 귀두가 목구멍을 완벽하게 막아버렸기 때문이었다. 버트는 덜덜 떨며 시선을 위로 올렸다. 아직 한참 남은 거근이 보였다. 그 다음은 핏발 선 눈으로 노려보고 있는 멜그라우가 보였다.

욕정한다. 강인한 수컷. 그것도 판타지아에서 손꼽히는 육체파 괴물이 지금 버트를 범하려 하고 있었다.

강한 수컷에게 굴복한 암컷. 이 상황은 멜그라우 역시 느끼고 있었다. 정복욕을 자극하는 강대한 암컷이었다. 그리고 죽기 직전에 터진 번식 본능이 마기와 뒤섞이며 극단적인 발정기를 끌어냈다.

크하­

멜그라우는 두 손으로 버트의 머리를 붙잡았다. 버트는 크게 뜬 눈으로 눈물을 질질 흘리며 오들오들 떨었다. 그가 이러는 이유는 귀두가 목구멍에서 막혀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직 3분의 1이나 남은 음경은 나머지 부분이 쓸쓸함을 느꼈다. 반면 입에 들어선 부분은 타오를 듯한 욕구를 해소해주었다.

두 가지의 상반된 감각으로 인해 멜그라우는 무식한 방법을 썼다.

꾸구국­

“그웁­ 웁­”

버트의 두 눈이 서서히 뒤집어졌다. 입에 삼키기도 벅찬 것을 목구멍이 견딜 수 없었다. 그러나 멜그라우의 힘은 굉장했다. 그는 무식할 정도로 버트의 머리를 짓눌렀다.

그리고 결국 쑤셔 박았다.

음경의 절반도 못 삼켰던 버트의 얼굴이 순식간에 그의 사타구니에 쳐박혔다. 귀두는 목구멍을 한 번 벌리자마자 순식간에 안쪽까지 들어섰다. 버트는 숨을 쉴 틈조차 없이 오들오들 떨었다.

쯔우욱­

쯔걱­ 쯔걱­

그렇게 한 번 열린 목은 두 번, 세 번까지 어렵지 않게 열렸다. 멜그라우는 버트의 머리를 붙들고 섹스를 하듯 음경을 쑤셔 박았다. 버트는 숨을 못 쉬는 상황에서 입과 목이 동시에 범해지니 몸이 버티지 못했다.

푸슛­ 푸슈슛­

그 충격이 컸던 걸까. 버트의 아랫도리에서 소변이 터져 나왔다.

멜그라우는 짐승처럼 버트의 입에 음경을 박아댔다. 버트의 몸은 팔랑거리다 얼마 못가 그대로 그의 사타구니에 다시 쳐박혔다. 멜그라우는 버트의 목구멍에 정액을 주사하듯 사정했다.

“크흐우……!”

거의 수도꼭지를 틀 듯 정액이 뿜어졌다. 그 상태로 음경이 뒤로 빠져나갔다.

버트는 목 안에서 부푼 음경이 정액을 토해내는 걸 느꼈다. 뱃속을 가득 채우는 정액은 목 안쪽까지 채웠고 입 밖을 나올 때는 안을 가득 채웠다.

“크훕­ 그우엑……!”

버트는 입에서 정액을 토해내며 다급하게 숨을 쉬었다. 사정량이 어찌나 많고 강렬한지 코에서도 정액이 역류해서 콧물처럼 흘러내렸다.

“하아…… 후흐하……!”

멜그라우는 기침을 하고 있는 버트의 팔뚝을 잡아들었다. 버트는 힘없이 들려서 그의 손에 허리를 붙들렸다.

“벌려.”

“카흐…… 케흑…… 케흑……”

버트는 기침을 하면서도 한쪽 다리를 덜덜 떨며 들어올렸다. 멜그라우는 이번에도 우악스럽게 음경을 디밀었다. 입에 비해서는 형편이 나았다지만 체격 차이는 어마어마했다.

꾸드득­

이번에도 음경은 무식하게 버트의 구멍을 열어젖혔다. 질구멍은 어떻게든 버티려는 듯이 귀두의 진입을 막았다.

“그우우…… 흐후우……”

멜그라우는 자신의 음경이 구겨질 기세로 버트를 짓눌렀다. 버트는 두 다리가 뜬 상태에서 힘없이 내려앉혀졌고 이번에도 눈에 흰자위를 내보이며 억지로 들어오려는 귀두의 촉감에 고개를 젖혔다.

쯔걱­

삽입……!

음경은 거침없이 들어가 단숨에 자궁구까지 두들겼다. 심지어 거기서조차 더 들어가기 위해 입구를 두들겼다.

버트의 아랫배에서는 음경이 무식하게 들어서려는 움직임이 보였다. 배 위로 굵직한 것이 앞뒤로 움직이는 게 보였다.

“아그극­”

버트는 고개를 뒤로 젖힌 채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의 허리를 붙들고 있는 두터운 손을 붙잡고 오들오들 떨 뿐이었다.

프걱­ 프걱­

멜그라우는 버트의 몸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질을 꽉 채우는 음경이 움직일 때마다 팽팽하게 늘어난 쫀쫀한 질벽이 들러붙었다. 이대로 음경을 뽑아내면 질 일부가 딸려나올 정도로 찐득하게 비벼졌다.

다행히 멜그라우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더 들어갈 수 있는 데도 막혀버린 것에 집중해서 버트를 짓누를 뿐이었다.

쯔걱­

“흐아아앙­!!”

버트를 짓누르는 힘은 그대로 자궁구를 꿰뚫었다. 음경은 단숨에 자궁 안까지 침투했고 버트의 가슴 사이로 음경의 흔적이 두드러졌다.

츠걱­ 츠걱­

그 후로는 멜그라우의 시간이었다. 그는 버트를 위아래로 흔들면서 섹스했다. 아니, 섹스도 아니었다. 그건 어디까지나 성욕을 푸는 거나 다름없었다. 그것도 버트를 암컷이 아닌 도구 정도로 취급하는 플레이였다.

버트의 몸이 거세게 위아래로 흔들렸다. 그럴 때마다 그녀의 고개와 팔다리가 힘없이 낭창거렸다.

자궁을 두드리는 강렬한 충격. 질에서 배어나오는 애액으로는 한없이 부족할 정도로 두터운 음경의 움직임.

버트는 실금하듯이 애액을 뿜어대며 정신없이 범해졌다. 워낙 박아대는 힘이 강하다 보니 음부에서 자궁까지 왕복하는 게 아니라 그대로 상체를 지나 뇌까지 두들기는 착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범해지는 기분이었다.

무식하기 그지없는 섹스. 힘으로만 욱여넣는 폭력적인 섹스. 전희라는 배려조차 없는 야성적인 섹스.

“크하…… 크으하……!!”

심지어 그의 성욕은 시간이 지날수록 거세지는 것 같았다. 섹스를 하면서도 사정을 하는 건지 버트의 배가 조금씩 부풀었다. 실제로 자궁은 진즉 정액으로 빵빵하게 채워졌다. 그러나 그의 음경이 자궁구를 완벽하게 틀어막고 있어서 정액이 빠져나올 틈이 없었다.

섹스가 계속 될수록 버트의 배는 부풀었다. 그런데도 그의 음경과 성욕은 수그러들 기세가 보이지 않았다.

“아으윽……! 아흑……! 아아으……!”

버트는 자기 머리를 쥐어 뜯으며 발광했다. 음경은 쉴 새 없이 질과 자궁을 동시에 쑤셔댔고 섹스는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대체 얼마나 박혀야 그가 만족할지 알 수 없었다.

버트의 배가 임산부처럼 부풀었다. 그때가 되어서야 멜그라우의 섹스가 멈추었다. 10여 번을 사정한 것만으로도 버트는 실신 직전이었다. 그야말로 엄청난 정력이었다.

푸슛­

멜그라우가 음경을 뽑아냈다. 굵직한 것이 빠져나간 질구멍은 닫히지도 못하고 정액을 콸콸 토해냈다.

툭­

버트는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버트는 움찔거리면서 부푼 배에서 서서히 정액이 빠져나오는 걸 느꼈다. 소변을 눌 때와는 또 다른 해방감이 느껴졌다.

“헤윽…… 헥…… 헥……”

“크르르……”

버트는 흐릿한 정신을 다잡고 숨을 골랐다. 그러던 중 짐승 같은 소리가 들렸다.

“어…… 아…… 아……?”

버트는 여전히 성난 음경을 바라보며 새파랗게 질렸다. 그렇게 박아대고도 모자랐는지 입에서 침을 흘리며 버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제야 버트는 그가 섹스를 멈춘 이유를 깨달았다. 끝내고 보니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본격적으로 하기 위해서였다.

핏줄이 돋아난 성난 남성기. 그건 버트에게 쳐박기 전보다 더 굵어져 있었다.

“아…… 아아……”

버트는 오들오들 떨며 멜그라우를 보았다. 그러더니 바닥에 엎드리고 엉덩이를 벌려보였다.

“크하……!”

멜그라우는 버트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더니 근육덩어리 몸을 겹치면서 버트의 항문을 음경으로 꿰뚫어버렸다.

쯔걱­

“하으윽……!”

“크하…… 크흐하……!”

멜그라우는 이성을 잃고 음경을 박아댔다. 음부에 박을 때보다는 널널했다. 그러나 여전히 빽빽하기 그지없었다. 그의 거근을 받아 들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런데도 멜그라우는 미친 듯이 음경을 쑤셔댔다.

츠걱­ 츠걱­

멜그라우는 엉덩이를 힘껏 뒤로 뺐다. 음경의 반 이상이 빠져나갔고 다시 박을 때는 뿌리까지 들어갔다. 이 엄청난 간격으로, 허리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르게 박아댔다.

“으우욱……! 으욱……! 아으욱……!”

그 충격은 버트의 질과 자궁에도 충분히 전해졌다. 그래서인지 한 번 음경이 박아댈 때마다 음부에서 정액이 뚝뚝 흘러내렸다.

“가흐흐……!”

이번에도 멜그라우는 사정과 동시에 섹스를 벌였다. 정액은 계속 해서 뱃속을 채워나갔다.

멜그라우는 흥분에 못이겨 버트의 목을 쥐었다. 그러더니 전력으로 그녀의 목을 붙잡은 채 미친 듯이 엉덩이에 하반신을 부딪쳐왔다.

“카흑……!”

목이 졸린다. 숨통이 막히는 상태에서 항문을 계속 쑤셔대니 버트의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렇게 정액은 계속 주입되었고 버트의 의식이 꺼지기 직전…… 장에서부터 차근차근 쌓여간 정액은 멜그라우의 사정으로 쭉 밀려나갔다.

푸학­

신음하던 버트의 입에서 정액이 흘러나왔다. 버트가 기침을 하기도 전에 정액이 울컥 쏟아지더니 몇 움큼이나 되는 정액이 비산했다.

버트는 입에서 정액을 토해내며 고개를 늘어뜨렸다. 멜그라우는 늘어진 버트를 붙들고 쉼없이 허리를 흔들었다. 크레이터 안에서 벌어지는 남녀의 섹스는 1시간도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사방팔방 흩어진 정액과 배가 살짝 부푼 상태로 범해지는 버트의 모습은 그 이상의 참담함을 보여주었다.

이름 없는 산 아래 새로 생긴 발자국 형태의 크레이터. 드래곤과 마신의 그릇이 벌인 혈투는 드래곤과 그릇의 섹스로 이어졌다. 그리고 이 섹스는 누군가의 개입이 있기 전까지 끝없이 이어졌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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