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화 〉 19 악몽의 성 上
* * *
“이제 곧 방학이네~”
세영이 위로 기지개를 쭉 키며 한 마디 했다.
“시험 본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쉰대……?”
동혁은 입을 삐죽 내밀며 투덜거렸다.
“어머? 제일 좋아할 게 너라고 생각했는데. 안 그래 은송아?”
…….
“은송아!”
“어어?!”
멍하니 있던 은송이 놀라서 돌아보았다. 세영은 은근한 눈빛으로 은송의 옆구리를 찔렀다.
“무슨 생각해? 애인 생각?”
“애인은 무슨…….”
말은 그래도 표정은 헤벌쭉했다. 누가 봐도 수상쩍은 모습! 세영의 능글맞은 손길이 그녀를 추궁했다.
“말해봐~ 애인 생긴 거 맞지~”
“아냐아!”
은송은 걱정스럽게 한숨을 내쉬더니세영을 밀치며 말했다.
“너가 말해준 길로 무사히 도착했는데 곧 성 안으로 들어가야하잖아. 그것 때문에…….”
“아~ 악몽의 성?”
악몽의 성이란 단어에 반응한 건 동혁이었다.
“악몽의 성이라면 위대한 블랙 매지션 구느하르가 잠든 곳?”
“뭐야 그게.”
“하여간 겜덕이…….”
둘의 싸늘한 시선에 동혁이 손을 흔들며 말했다.
“저번에 내가 은송이 너한테 받은 템 중에 제물이 된 자의 일부랑 들짐승의 원혼은 새 발의 피라고 할 정도로, 구느하르의 작품이 대단하다고 볼 수 있지! 우선 그가 가장 먼저 시행한 건 물리력이 없는 자들을 소환한 건데…….”
“그래서, 뭐가 걱정인데?”
“심각한 건 아닌데…….”
은송은 동혁을 뒤로 하고 세영과 상담했다. 가장 먼저 언급된 건 세 기사와 리버의 안전이었다.
분명 루하다가 친우…… 혹은 아는 자가 있는 곳이라 했지만 왠지 모르게 불안했다. 그래서 혹시 모를 전투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세영에게 자문을 구하려 한 것이다.
“으흥……하긴, 지금도 그곳은 미로나 다름없는 곳이었지? 동혁아. 옵베(오픈베타) 때도 악몽의 성은 안 뚫렸지?”
“옵베 땐 너만 했었잖아? 음…… 내가 알기론 악몽의 성이랑 드러커스의 미로, 샤만의 해저. 이 셋이 아직까지 공략하지 못한 3대 공략불가 지역일거야.”
그 말에 은송의 표정이 걱정으로 물들었다.
“위험하단 거 아냐?”
“아니, 위험한 것으로 치면 오히려 그 세 곳보다 더한 곳이 수없이 많아. 그건 위험으로 난이도가 대처된 거지. 이 세 곳은 퍼즐을 포함한 까다로운 요소들 때문에 공략할 수 없는 거야.”
그래도 위험하진 않단 건가? 다행이란 생각에 은송이 미소 짓고 있을 때 세영이 그녀의 목에 팔을 감으며 속삭였다.
“어지간히 정이 붙었나봐? 그래도 기본적인 규칙은 있으니 알려줄 수 있어. 나머진 네 기량으로 해결해야하지만 말이야!”
그렇게 은송은동혁의 주절거림과 함께 들려온세영의 공략을 두세 번 곱씹었다.
*
악몽의 성은 이름과는 달리 고풍스런 느낌의 건축물이었다. 중세시대의 성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자태. 거기다 곳곳에 끼어있는 이끼와 검은 자국은 지저분하다기보다 이 성에 깃든 오랜 세월의 흔적으로 보였다.
바람에 실려 오는 옅은 습기의 냄새. 코를 벌름거리던 버트가 뒤를 돌아보았다.
“자, 가자.”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으십니까?”
엘도트의 걱정스런 물음에 버트는 살짝 붉어진 얼굴로 손을 빠르게 저었다. 아무래도 숲에서 요정이 해준 애무에 홀딱 빠져버려서 그런 모양이었다. 그걸로 몸이 늘어졌고. 버트로선 야한 짓을 하느라 지쳐 그렇단 말을 하지 못했기에 어물쩍 넘어갔다.
“역시 걱정스럽네요.”
이디아의 말에 엘도트와 브론트가 노려보았다.
버트는 둘을 가로막으며 말하였다.
“숲의 구조를 얘기한 친구가 말해준 거예요. 믿어도 돼요.”
그 말에 이디아의 불만은 잦아들었다. 엘도트는 버트 몰래 이디아를 노려보며 무언의 경고를 했다.
“들어갈게요.”
끼익
군데군데 썩어있는 성문이 불안한 소리를 내며 열렸다. 문이 열리자마자 확 불어오는 음습한 바람.
버트가 팔을 슥슥 문지르며 몸을 떨었다.
“으스스 하네…….”
버트는 리버를 숲에 맡기길 잘했단 생각을 하며 안으로 들어섰다.
끼릭 끽
가장 먼저 그들을 반긴 건 앙상한해골들이었다. 적어도 서른은 돼 보이는 수많은 해골. 그것들은 낡은 갑옷을 입고 이 빠진 검이나 부러진 창 등을 들고 있었다.
엘도트가 선두에 섰다. 브론트가 방패를 들고 그의 뒤로. 마지막으로 이디아가 활을 뽑아들며 버트의 앞을 막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그녀만큼은 지키겠단 의지가 느껴졌다.
그 모습에 루하다가 그림자 속에서 중얼거렸다.
[엄살이 심하군요. 그릇 혼자서라도 이 성을 정복할 수 있을 터인데…….]
그나마 버트에게 정신을 통해 말을 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으면 크게 난감할 뻔했다.
달각
해골 하나가 이를 부딪치며 살점 하나 없는 얼굴을 디밀었다. 엘도트는 검을 바짝 세우더니 조금의 흐트러짐도 없이 단 번에 해골을 세로로 쪼개버렸다. 그러면서 들이닥치는 다른 해골 둘을 박살내버렸다.
성은 여유 공간이 많았다. 하지만 어떤 해골도 엘도트를 넘어서지 못했다. 간혹 한두 마리가 엘도트를 피해 달려들었지만 그것들은 여지없이 브론트의 방패에 얻어맞아 날아갔다.
그야말로 철벽! 든든하다 못해 안락하기까지 한 그들의 호위에 버트는 말을 잃었다. 한 번의 공격으로 둘 이상을 쓰러뜨릴지언정 결코 헛손질을 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극도의 검술! 버트의 감탄은 얼마 못가 경악으로 바뀌었다.
“성을 침범한 게 누구냐!”
곳곳에 기운 흔적이 남아있는 십수 미터의 거인. 그 덩치에 맞는 무구가 없어서인지 몸에 두른 건 통짜 철갑이었다. 허나 누더기같은 겉모습과 어울려서 그런지 허술하다기보단 위압적으로 보였다.
엘도트는 멍하니 중얼거렸다.
“커프스 골렘.”
골렘은 사람만한 철구를 끌고 오더니 냅다 그들을 향해 휘둘렀다.
이디아는 실례한단 말과 함께 버트의 허리를 감싸 안아 옆으로 피했다. 엘도트는 뒤로, 브론트는 앞으로 움직였다.
무엇이든 부숴버릴 기세의 철구가 브론트가 비스듬히 들어 올린 방패에 튕겨져 나갔다. 분명 성공적으로 막아내긴 했으나 흘리지 못한 나머지 충격이 그를 흔들었다.
“큭……!”
순간 팔이 저릿해진 브론트가 뒤로 주춤 물러났다. 골렘은 가볍게 철구를 거둬들이더니 머리 위로 빙빙 돌려댔다. 그들이 있는 곳까지 바람이 일었고 덕분에 그 파괴력이 얼마나 굉장할지 짐작되었다.
다시 한 번 내리쳐지는 공격에 모두가 몸을 날렸다. 브론트의 방패로도 막기 힘든 강한 공격력!
셋은 일제히 후퇴란 단어를 떠올렸으나 버트만은 달랐다.
훙
내리쳐지는 철구를 향해 달려드는 버트를 보며 셋은 일제히 경악했다. 특히 이디아는 자신이 반응하기도 전에 뛰쳐나간 그녀의 돌발행동과 날렵함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버트 역시 후퇴하려했지만 루하다의 목소리가 그녀를 이끌었다.
[저를 믿고, 마음내키는대로 싸우시지요.]
그 말에 왠지 모를 자신감이 들었다.
버트는 자신의 주변을 그림자로 가려버릴 만큼 큰 철구가 내려오는 걸 보고…… 두 팔을 들어올렸다.
“주군!”
쿵!
철구는 그 어떤 반전도 없이 버트를 짓뭉갰다. 허나 기사들은 탄식하지 않았다. 그저 더 놀랄뿐이었다.
버트의 두 팔이 멀쩡한데다 철구를 위로 쳐올려 튕겨내기까지 했다. 그들의 입이 다시 다물어지기도 전에 버트가 골렘의 가슴팍까지 힘껏 날아올랐다. 그리곤 놈의 몸에 주먹을 꽂았다.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골렘의 가슴이 절반 이상 뭉개지고 뒤로 넘어갔다.
가벼운 착지. 버트는 막상 자신이 해놓고도 놀라 한 방에 쓰러진 골렘을 보다 기사들을 보았다. 기사들은 허탈하게 웃었다.
이후의 전투 역시 일방적인 버트의 행진이었다.
무기를 쓰는 자들에게 있어서 지극히 까다로운 유령 씌인 갑옷도, 갑자기 덮쳐오는 복도와 벽도, 마법을 뱉어내는 초상화도…… 버트의 앞에선 소용이 없었다. 그제야 버트는 밤 기사의 갑옷의 효능을 다시 보게 되었다.
방어효율성 400% 상승, 근접 전투능력 120% 상승, 회피율 및 명중률 20% 추가, 마법 및 상태이상, 물리피해저항력 70% 상승, 저주 면역, 재생 능력 1200% 상승, 감각 시스템 보정, 자동 방어 기능……
온갖 상승치만 한 꾸러미! 거기다 힘, 민첩, 건강, 정신, 지식…… 상태창에 표기된스테이터스를 포함한 모든 것이세 자리에 육박했다. 이 부분은 세영에게 호기심으로 물었던 것이 있었기에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상황인지 확 와닿았다.
강하다 알려진 이모탈(플레이어) 중 하나인 '귀신도끼'. 그의 힘 스텟은 300대라 했다. 그 스텟으로도 바위를 가뿐히 집어던지고, 중무장한 기사를 맨손으로 우그러뜨린다고 했다.
“700이면 2배 센 건가…….”
의미를 알 수 없는 중얼거림에 기사 셋이 돌아보았다. 버트는 아무것도 아니라며 검은 동굴에서 얻었던 「꺼지지 않는 횃불」과 「투귀의 풀」을 꺼내들었다.
횃불은 어둑한 주변을 밝히기 위해 선두에 선 이디아가 들었다(기관 장치를 감별하기 위해 앞서 나가 있었다). 풀은 브론트에게 넘겨졌다. 상처 회복에 좋다고 했던가……그렇게 말하며 그들은 성의 위쪽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이런 곳에 누구를 만나려고 그러십니까?”
으레 그렇듯, 이디아가 물었고 나머지 둘이 노려보았다. 버트는 어떻게 말을 돌릴까 고민하다가…….
“으음…… 루하다의 친구에요. 그래서 지나가는 길에 한 번 만나려고…….”
“친구인데…… 이렇게 경계를 세워놓습니까?”
“그건…….”
루하다에게 마음속으로 물어보니 그도 좋은 대답을 내놓지 못했다.
어쩌면 그녀가 성의 언데드를 방치해놓았을 수도 있고 자리를 비웠을 수도 있는 일이었다. 루하다는 그렇게 말하였고 버트 역시 이 말을 그대로 전해주었다.
“그럼 이대로 물러나시겠습니까?”
엘도트의 물음에 버트는 고민했다. 루하다의 지인이있든 없든 일단 올라가보는 게 좋을 거란 생각을 했다.
만일 지인이 없다면……?
버트야 접속을 끊고 기다리면 된다지만 그들은 아니었다. 그가 언제 올지 알고……? 어떻게 해야 하나.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 엘도트가 말했다.
“부디 눈치 보지 마시고 원하시는 대로 결정하여 주십시오.”
“남작님의 뜻이 곧 저희의 뜻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그들의 물음에 버트는 고민하다 자신의 뜻을 내비쳤다.
“올라가요.”
결정은 길었고 행동은 빨랐다. 그들은 지체 없이 위쪽으로 향하는 계단으로 저벅저벅걸음을 옮겼다. 얼마 후올라가던 중 그들은 새로운 적을 맞이했다.
몸에 쫙 들러붙는 새까만 옷을 입은 여인들. 그녀들은 하나둘 벽에서 스르르 빠져나오더니 요사한 웃음을 흘리며 길목을 막아섰다.
척 보기에도 좋지 않은 의도가 느껴졌기에 이디아가 먼저 활에 화살을 매겨 겨누었다. 엘도트는 버트의 앞을 막아섰다. 이제까지 버트에게 신세를 졌지만 수호 본능이 꺼지지 않았다.
물론 그들에게도 마땅한 방법은 없었다. 물리성이 없는 그녀들에게 취약했다. 그저 무기를 들고 대치할 뿐이었다.
“아하하~ 쟤 걔 아냐?”
“그러게에? 페슈트 님이 말한 아이랑 똑같은데?”
“맞을 거야 아마. 봐봐, 마기가 풀풀 흘러 넘치잖아?”
자기들끼리 떠드는 소리에 버트는 뭔가 섬찟함을 느꼈다. 그리고 보통 이런 기분을 받았을 때 항상 이상한 짓을 당했었…….
“그럼 같이 놀자!”
“가자, 가자!”
요란스런 웃음 소리와 함께 여인들이 부드럽게 날아들었다.
“막아라!”
기사들이 그녀들을 막아섰다. 벽을 나왔을 때처럼 그들을 스쳐지나갔고 순식간에 버트의 앞까지 당도했다.
버트는 갑자기 코앞까지 다가온 세 여인이 턱밑까지 얼굴을 디밀어 뒷걸음질을 쳤다.
“뭐, 뭐……?!”
“들어 가볼까?”
“해보자!”
그 말과 함께 셋은 버트의 몸으로 스며들었다. 순식간. 그야말로 잠깐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기사들은 놀라서 버트를 돌아보았다.
“괜찮으십니까!”
“어, 어…… 괜찮아요…… 몸에 큰 무리가 없…….”
괜찮다고 말하는 버트의 몸은 말과는 달랐다. 갑자기 다리를 넓게 벌리며 서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한 손으로 머리를 쓸어 넘기고 다른 손으로 허벅지를 쓰다듬었다.
그야말로 관능적인 치녀의 유혹! 거기다 혀까지 날름거리니 그 굳건한 엘도트도 순간 흔들릴 뻔하였다.
“그, 그…… 지금 뭘 하시고 계십니까……?”
“뭘 하다뇨……?”
뒤늦게 버트는 자신의 몸이 제멋대로 움직인단 걸 깨달았다. 뒤돌아 엉덩이를 쭉 빼며 두 손으로 안쪽 허벅지를 만지작거리거나, 쪼그려 앉은 자세에서 두 다리를 활짝 벌리곤 사타구니를 양쪽으로 당기는 등. 민망한 자세들을 취해댔다.
이디아는 얼굴이 시뻘개졌고 엘도트와 브론트는 식은땀을 흘렸다.
버트는 극도의 창피함에 비명을 질렀지만 몸은 갈수록 노골적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루하다……!”
「아무래도 몽마들이 제대로 붙은 것 같습니다. 자신들이 만족할 때까지 떨어지지 않을 듯 한데……어쩌시겠습니까? 저희는 충분히 기다려드릴 수 있습니다만…….」
“아, 아냐……! 먼저 올라가……! 루하다 너도……!”
웬일인지 이번만큼은 버트가 공개(?)를 거부했다. 아무리 성적 자극에 익숙하고 적극적이라지만 지금처럼 자신의 의지를 벗어난 쇼는 낯설었나보다.
루하다는 그녀들이 어떻게 빙의됐냐는 버트의 투정에 진실을 말해줄까 하다 기사들과 함께 상층부로 올라가기로 했다. 버트는 그들이 떠나가는 와중에도 루하다에게 그들이 위험하지 않게 잘 부탁한다고 말하였다.
그렇게 그들이 떠나가고 버트의 몸에서 여인 한 명이 빠져나왔다.
“어머, 얘좀 봐…… 우리가 무슨 짓을 할지 예상하고 그들을 보낸 거야? 우리랑 찐하게 놀려고?”
그렇게 얘기하며 버트의 두 뺨을 감싸 잡았다. 버트의 두 볼을 물들인 붉은색이 얼굴 전체로 번져갔다.
“그, 그게 아니…….”
“아니라는데~”
그 말과 동시에 버트의 몸이 계단에 풀썩 앉았다. 그리곤 손을 등 뒤로 다리는 아까처럼 벌린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벌어진 이변! 이전 도시 발르틴에서 했던 차림과 비슷하게, 옷에서가슴과 음부만 드러나게구멍이 휑하니 뚫려버렸다.
꺅…… 비명을 지르려던 버트의 입이 꽉 닫혔다.
“자, 그럼 놀아볼까~? 혹시 혼자 논 적 있어?”
“그런 적 없…….”
그 질문은 버트의 행동으로 이어졌다.
쫙 펼친 오른손에서 중지만 앞으로 쭉 기울였다. 손은 그대로 내려갔고, 중지 끝이 음부의 위쪽을 콕 눌렀다.
그렇게 스르르…… 미끄러지듯 내린 손가락은 살짝 벌려진 외음부의 틈을 전부 덮었다. 손바닥은 아랫배를 감쌌다. 그 상태로 중지가 기울어져 슥 끝부분이 음부의 균열을 긁어 올렸다.
“혹시 몰랐다면 알려줄게~ 지금처럼 우선 겉만 부드럽게 만져봐. 서서히 따뜻해지도록…….”
“하아…… 으…….”
균열 부분만 쓸던 중지가 위로 떠오르고 애액 줄기가 똑 맺혔다. 그리고 이번엔 검지와 약지 두 손가락이 균열의 양쪽 살 부분을 부드럽게 쓸어댔다.
느릿한 손놀림. 그건 버트의 뇌리에 똑똑히 박혔다. 아무리 자기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지만 이건 버트 본인의 몸이었다. 그 감각까진 사라지지 않았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미끈함, 따뜻함…… 그리고 음부에서 느껴지는 손가락의 움직임…… 그 모든 것이 또렷했다.
여인의 지도는 그게 끝이 아니었다. 단순히 움직이는 그녀의 손을 감싸 쥐더니 한 번 이렇게 움직여보라며 이끌어주었다.
그 느낌이 또 묘했다. 버트는 둥실둥실 떠있는 여인이 이끄는 대로, 손이 움직여지는 걸 서서히 받아들였다.
“그거 알아? 보통 여자는 여기 말곤 잘 못 느껴…… 근데 너는 어딜 만져도 다 좋아하는 거 같네?”
버트의 왼손이 슥 미끄러지더니, 두 손가락으로 외음부를 벌렸다. 끈적하게 쳐진 애액의 거미줄과 선홍색의 미끈한 음순이 드러났다. 버트의 오른손은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다 그 중에서 톡 튀어나온 음핵을 콕 찍었다.
“흐읏……!”
수도 크람스에서 했던 마구잡이 수음이 아닌 효율적으로 몸을 달궈주는 건드림이었다. 그래서일까. 버트의 머릿속에선 지금의 상황만이 가득 차있었다.
당연히 몸에서도 반응이 보였다. 유륜이 조금 부풀어 올랐고 유두가 삐죽 솟았다. 손가락에 이리저리 기울여지는 음핵 역시 새빨갛게 달았다. 왼손으로 벌려진 음부에서는 애액이 쉴 새 없이 흘러내렸는데 이 모습을 바라보는 여인의 표정은 황홀해보였다.
자신의 손으로 쾌락에 빠져있는 사람을 보는 건 참으로 기쁜 일이었다. 몽마로서 정기를 빼내기 위해 남녀 구분 없이 수많은 사람들을 타락시켰다. 그 중엔 건실한 기사나 정신적으로 단련된 성직자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누구도 지금의 버트처럼 바람직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 이렇게 성취감이 높은 사냥감이라니!
여인이 상쾌하게 웃으며 손가락을 튕겼다.
“아이, 이거 안 되겠는데……얘들아, 굳이 우리가 조종하지 않아도 혼자서 잘 할 거 같지 않아?”
그 말을 하니 아까 버트의 몸에 깃들었던 다른 여인 둘이 빠져나왔다.
“그런가?”
“하긴, 나도 많이 달았지……!”
그 말을 하는 중에도 버트의 두 손은 자신의 음부를 열심히 매만지고 있었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수음에 열중하는 모습! 그건 세 몽마를 발정시키기 충분했다.
더군다나 자연스레 풍겨오는 마기 역시 그녀들을 이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몽마들은 곧장 버트에게 붙었다.
첫 번째 몽마는 버트의 귀를 혀로 간질이며 손가락 2개를 겹쳐 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마치 손가락으로 키스를 하듯 침으로 질척해진 손가락이 입 안과 혀를 휘저었다.
두 번째 몽마는 뒤에서 한 손으로 그녀의 가슴을 매만지며 다른 손으론 한쪽 팔을 들어올렸다. 그러면서 버트에게 겨드랑이만 드러나도록 갑옷을 조절하게 했다.땀이 맺혀있는 옴폭 패인겨드랑이. 거기에 입을 대고 혀로 감미롭게 애무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몽마는 애액으로 질척하게 젖은 두 손으로 음부를 매만지는 버트의 모습을 아래에서 감상하다……항문에 입을 댔다. 음부에서 흐른 애액이 항문까지 흘러내렸다. 격렬한 손의 움직임 때문에 얼굴에 튀기까지 했다. 그래도 몽마는 마냥 기쁜 얼굴로 항문에 혀를 집어넣었다.
쯔걱 찌걱
버트는 자신의 몸이 자유롭단 것도 까맣게 잊은 채 수음에 열중했다. 몽마들은 그녀의 색기와 마기에 취해 더욱 들러붙었다.
어쩌면 그녀들이 뿜어내는 야릇한 기운이 버트를 자극하고 버트의 마기가 그녀들을 자극한지도 몰랐다.
그야말로 무한히 순환하는 음란함……! 그 속에서 버트는 야릇하게 웃고 있었다.
오르가즘으로 치닫기까지 얼마 걸리지 않았다. 버트의 콧소리 섞인 비명과 흩뿌려지는 쾌락의 해소에 몽마들 역시 정신적으로 절정에 도달했다.
한껏 애액을 분출한 버트가 할딱거리며 가슴을 만져주는 몽마에게 기댔다. 몽마는 흡족스럽게 웃더니 귀에 대고 속삭였다.
“설마 이걸로 끝났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그 간드러진 속삭임에 버트는 침을 꼴깍 삼키며 간신히 이성을 일깨웠다.
“나, 난 루하다의 친구를…… 만나러 온 건데…….”
“벨루그하님 말이지? 아아…… 어찌나 자비로우신지…… 이렇게 달콤한 제물과 함께 놀게 해주시다니 말이야~ 뭐, 안 보내겠단 건 아니야. 조금 더 시간을 내달란 거지. 그치~?”
“맞아~”
세 몽마가 서로의 얼굴을 보며 말했다. 버트는 난처하게 웃었다. 그리고 곧장 넷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그렇게버트가 몽마와 일전(?)을 벌이는 동안 상층부에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