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노쟈키52♠10화 새마을호에서...(3)
내 참 기가 막혀서 글쎄. 저 계집애가 내가 한번 달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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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규는 선술집을 나와서 따사로운 봄 볕 밑으로 파고드는 순간
아찔한 현기증이 일어났다.
"괜찮아! 오빠?"
뒤에 따라 오던 혜미가 비틀거리는 민규를 얼른 부축하며 걱정
스럽게 물었다. 휴게실에 앉아 민규를 바라보고 있던 다혜도 놀
란 표정으로 달려 왔다.
"킬킬, 괜찮아. 이 여자들아."
민규는 허리춤에 있는 칼을 슬쩍 문지르며 자세를 바로 잡았
다. 갑자기 위장을 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나 통증은 거의 순간적으로 왔다가 거짓말처럼 사라 졌다.
"맣이 아프신 것 같아요?"
다혜가 뛰는 걸음으로 다가와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민규를
쳐다보았다. 민규는 다혜의 맑은 눈동자를 보는 순간 와락 껴
않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그녀의 눈에 맺혀 있는 눈물 한 방울
을 보는 순간 연민의 정이 울컥 치솟아 올랐기 때문이다.
"한심하다 한심해, 이런 남자를 데리고 묵호까지 가야 한다
니....."
혜미는 아무래도 약을 사와에 갰다며 그 말을 남겨 두고 광장
오른편으로 보이는 약국을 향해 갔다. 민규는 킬킬거리는 웃음
으로 혜미를 잠깐 쳐다보다가 다혜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기 가서 좀 앉아요. 아직 기차 타려면 시간이 남았잖아요."
다혜가 민규의 팔을 부축하려고 손을 잡았다. 민규는 그녀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휴게실 안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미....미안해요. 제가 화를 내게 했다면 사과 드릴께요......"
다혜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으로 민규의 눈치를 살폈다. 그
게 민규를 더 화나게 만들었다. 도대체 무얼 잘못 했단 말인가.
오히려 잘못한 쪽은 자신이었다. 그렇게 여린 눈동자를 소유한
여자가 창녀촌에서 몸을 팔았다는 게 믿어지지 않는 더러운 현
실 때문에 화가 났었기 때문이다.
"야, 다혜야?"
민규는 화를 참으며 비틀린 목소리로 다혜를 노려봤다.
"네......."
다혜는 선생님 앞에서 꾸중듣는 초등학생 처럼 고개를 들지 못
하고 개미가 기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너, 나하고 한번 할래?"
"네?"
"내 말 못 들었어? 그럼 똑똑히 말해 주지....나하고 한번 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어때 생각 있지?"
"오.....오빠!"
다혜는 민규의 말뜻이 무엇을 뜻한 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멈칫거리는 몸짓으로 뒷걸음쳤다. 너무 무서운 말이었다. 꿈속에
서 그 말을 들었을 때도 식은땀을 흐리기 일쑤 인 말이기도 했
다. 그런 말을 봄볕 따스한 역 광장에서 아무렇지도 않는 표정
으로 내 뱉은 민규의 얼굴이 다시 보였다.
하지만......
다혜는 입술을 악물었다. 두 번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과거를
일깨워 준 것을 생각하면 죽이고 싶도록 얄미웠다. 그러나 생명
의 은인이나 마찬가지 인 민규였다. 그런 민규가 원한다면 당연
히 옷을 벗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하얗게 질린 얼
굴로 고개를 들고 민규를 바라 봤다.
"킬킬, 왜 나 같은 놈한테는 못 주겠다 이건가?"
민규는 또 속이 쓰려 오는 것을 느끼며 아랫배를 문질렀다. 제
기랄 아무래도 술을 더 마셔야 속이 갈아 앉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이마에 식은땀이 솟아오르는 것을 쓱 문지르며 다혜를
올려다봤다.
"오빠, 저 하고 그렇게 하고 싶어요?"
"그걸 말이라고 하냐?"
"그럼 어디서......."
민규는 다혜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체념의 빛을 띄우는 것을
보고 벌떡 일어섰다. 따귀를 갈기려고 막 손을 치켜드는데, 혜미
가 뛰어와서 손을 잡았다.
"왜 그래? 다혜가 뭘 잘못 했다고 이러는 거야?"
혜미는 기도 안 찬다는 얼굴로 다혜를 뒤로 밀어내고 그녀 앞
에 섰다. 뛰어 오느라 거친 숨을 내 뱉으며 민규를 하얗게 노려
보았다.
"내 참 기가 막혀서 글쎄. 저 계집애가 내가 한번 달래니까, 어
디서 줘야 하느냐고 묻지 않겠어. 이러니 내가 열 안 나게 생겼
냐!"
"뭘 달라고 했는데?"
혜미가 여전히 하얗게 질린 얼굴로 서 있는 다혜를 힐끗 쳐다
보고 나서 민규에게 물었다.
"저 가시나 한테 물어 봐. 내가 뭘 달라고 했는지."
"다혜냐 이 사람이 뭘 달라고 했는데 이렇게 열 받은 얼굴로
씩씩 되는 거니?"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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