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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쟈키50♠10화 새마을호에서...(1) (50/95)

포르노쟈키50♠10화 새마을호에서...(1)

등으로 내려 쬐는 봄볕은 환장하고 미치도록 좋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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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미는 새벽에 그 말을 해 줬을 때, 너무 기뻐 한 나머지 품안

에 안겨 흐느끼던 다혜의 얼굴을 떠올리고 빙그레 웃었다. 그런 

그녀와 김천 역전에서 헤어졌다면 얼마나 절망했을까 하는 생각

이 들어서 였다. 역 광장에 걸려 있는 시계를 봤다. 경주행 새마

을 호를 타려면 아직 한 시간을 넘게 기다려야 했다. 

김천에서 지금은 동해로 지명이 바뀐 묵호까지 가는 길은 두 

가지 방법이 있었다. 서울로 올라가서 곧장 고속버스를 타고 묵

호까지 가는 방법이 있고, 두 번째 방법은 경주까지 기차를 타

고 가서, 경주에서 동해 가는 버스로 바꿔 타는 방법이었다.

그 중에서 두 번 째 방법을 선택한 것은 서울로 가면 살무사 

패거리 눈에 띨지도 모른다는 것 때문이었다. 이미 살무사의 똘

마니들은 역전이나, 터미널 부근에서 쌍심지를 돗그고 자신과 

민규를 찾아다니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혜미는 민규에게 시선을 돌렸다. 민규는 끊임없이 주변을 두리

번거리고 있었다. 오랜 뒷골목 생활에서 비롯된 습관이란 생각

이 들면서 가슴이 찔끔거리는 아픔을 느꼈다. 말없이 손을 뻗어

서 그가 들고 있는 빈 커피컵을 받았다. 그 다음에 다혜가 마신 

컵도 받아서 쓰레기통에 버렸다.

"오빠, 저녁에는 묵호에 도착하겠지."

혜미는 의자에 앉지 않고 봄볕을 등뒤로 받으며 민규에게 물었

다. 등으로 내려 쬐는 봄볕은 환장하고 미치도록 좋은데, 민규의 

얼굴에는 어둠이 깔려 있었다. 

"도착이야 하겠지......"

민규는 심드렁하게 대답하며 다혜에게 시선을 돌렸다. 다혜가 

시선이 마주치는 순간 부끄럽게 웃으며 고개를 숙이는 것을 보

고 다시 혜미에게 시선을 돌렸다. 어제 소주와 맥주를 섞어서 

마신 탓에, 위장이 쓰렸다. 배를 슬슬 문지르며 담배 불을 붙였

다. 담배 연기가 몹시 역겹게 와 닿으면서 헛구역질이 나올려고 

했다. 아무래도 소주 한 병을 까야 그 지랄 맞을 구역질이 갈앉

을 모양이란 생각이 들었다.

"오빠, 속 많이 아프구나. 약 사다 줄까?"

혜미는 민규가 아침에도 해장국 국물을 먹는 둥 마는 둥 담배

만 피우고 있었다는 것을 떠올리며 걱정스럽게 물었다.

"난 괜찮으니까, 날 부른 용건 이 뭐야."

"제가 가서 약을 사 올까요."

민규가 퉁명스럽게 말을 했을 때 다혜가 앉아 있다가 일어서며 

물었다.

"젠장, 두 여자가 왜 이렇게 성가시게 굴어. 내가 약방도 못 찾

는 푼수로 보나, 왜 이래?"

"오빤 상대방이 진심으로 호의를 베풀 때는 좀 받아들이는 습

관을 길러. 다혜가 걱정이 돼서 묻는데 뭐가 그렇게 잘났다고 

신경질야."

민규가 다혜에게 신경질적으로 쏘아붙이는 것을 보고 혜미가 

앙칼지게 쏘아 붙였다. 민규가 다혜를 내쳐 버리지 못한 불만을 

갈아 앉히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 니 똥 굵어, 내 똥은 가늘고 어서 용건부터 말해. 나 약 

사 먹으로 가야 하니까."

민규는 슬그머니 목소리를 줄였다. 그러면서 혜미 년이 화만 

내면 왜 자꾸 자신이 양보를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고 

투덜거렸다.

"그 말도 좀 조심 하구.......오빠는 우리 묵호까지 데려다 주고 

어디로 갈 꺼야?"

혜미도 슬그머니 목소리를 낮추었다. 이어서 민규가 북호까지

만 데려다 주고 찢어지자고 고 했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

"겨우 그 말을 할려고 그렇게 오만상을 찌푸리며 뜸을 들였

냐? 난 서울로 간다 왜?"

민규는 코웃음을 치며 일어섰다. 소주 한 병 정도는 마셔야 반

란을 일으키고 있는 의장을 당분간은 진정시킬 것 같았다.

"서울 가면 그 사람들이 있잖아?" 

혜미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녀는 민규가 말은 그렇게 해도 

서울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묵호에서 아버지 

친구를 찾지 못하면 자신도 서울로 올라가서 할 일이 있었다. 

그렇게 되면 민규와 묵호에서 헤어지지 않고 동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묵호에서 짱 밖혀 있으랴! 평생 동안......"

민규는 뒤를 돌아다보지 않고 실내 포장마차란 간판이 보이는 

것을 향해 슬금슬금 걸어갔다. 혜미에게는 묵호까지만 데려다 

주고 서울로 가겠다고 말했지만 그곳에 가서 그녀가 하고자 하

는 일이 무언지 궁금했다. 말은 묵호까지 데려다 준다고 했지만 

어차피 그곳에 가면 그녀가 또 다른 그 무엇인가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또 언놈 칼로 찌르고 토끼 자는 말은 안하겠지......쓰팔!

땅바닥에 침을 찍 내갈기며 어슬렁거리는 걸음으로 실내 포장 

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휴게실 앞에 서 있던 혜미가 그럴 줄 

알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소주 한 병 줘요. 제기랄, 속 되게 쓰리네."

"안주는?"

주인이 도마 위에 칼질을 학 있다가 문을 열고 들어서는 민규

를 향해 고개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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