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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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칠 것 같았다. 아프다. 형이 허리를 움직임과 동시에 찾아온 고통은 뇌리를 하얗게 비워버릴 정도로 아프고 또 엄청난 쾌락을 몰고왔다.

"으읍! 읍!"

"크으…"

-퍽퍽

강했다. 형의 움직임에 나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큼도 없었다. 강렬한 움직임에 질 내부가 쓸려서 아프다. 하지만 그게 더 엄청난 쾌락의 도가니로 날 몰고갔다. 이대로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버릴 것 같았다.

"읍!"

-탁 탁

허벅지와 살이 부딪히는 음란한 소리가 울린다. 죽을것 같았다. 뇌리에 스미는 고통에 이미 정신은 차릴 수 없었다. 오직 원하는 만큼 소리를 낼 수 없다는게 불만일 뿐이었다.

내 입을 굳건히 막고있는 손에 내 신음소리는 철저하게 봉쇄당했다. 이건 나쁜 짓이다. 근친상간, 절대로 허용될 수 없는 범죄이자 천륜을 저버린 행위.

안돼,이성이 거부했다.

"으읍!"

"크으…크… 엄청…조이네"

미칠 것 같았다. 고통과 함께 밀려드는 쾌감에 미쳐버릴것만 같았다. 어느새 분비된 애액 때문에 조금은 나았지만 그래도 그 부분이 찢어지는듯한 아픔으로 미칠 것 같았다.

"하, 하아 사, 살살 해에… 하읏!"

형은 손을 풀었다. 이정도까지 왓으니 내가 소리를 지르지는 않을 거라는 확신인가, 형은 날 학대하듯이 거칠게 움직이던 허리를 잠시동안 멈추었다.

"흐, 흐으…"

"그냥 하기로 결정했어?"

아니야, 절대로… 절대로 그런게 아니다. 난 절대로 그런 쾌락 따위에 인륜을 저버리는 것 따위 하지 않는다.

"싫으면 지금이라도 그만 할까?"

그러기엔 이미 늦었다. 흘러내린 피는 형과 내가 분명히 관계를 가졋다고, 이미 늦었다고 말하고 있었다. 아직 삽입하고 있는 상태다. 날 깔아뭉개듯이 위에서 날 짓누르는 지금의 상태로도 충분히 난 가버릴 것 같았다.

"늦었…잖아… 으윽!"

"그럼 계속 한다?"

그만 하라고, 그만 두라고 외쳐야 한다. 하지만 그 이성의 몸부림은 본능적인 쾌락에 밀려서 입 밖으로까지는 나오지 않았다.

-끄덕

형의 입가에 미소가 얼룩진다. 나는 잠시 형과 내가 연결된 그 부분을 잠시 바라보았다. 뭔가 가득 내 안에 들어찬 느낌, 싫다. 미치도록 싫었지만 그게 또 내 안에 끝없는 쾌락을 가져다준다. 

이미 난 쾌락에 지배되어 있는 건가. 한번만 더 허리를 움직이면 싸버릴 것 같았다.

"사, 살살… 해…흐윽!"

형이 다시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애무도, 스킨쉽도 없는 그냥 동물같은 성교일 뿐이다. 미칠 것 같았다. 형이 허리를 움직이자 나는 밀려오는 쾌락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흐윽! 흥! 아읏!"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자궁 끝부분에 형의 물건이 닿을 때마다 주제할 수 없는 쾌락이 밀려온다. 소란에 부모님이 일어날 거라는 생각은 이미 없어진 뒤였다. 

"큭! 힘좀 빼… 너무 조인다"

"하읏… 힘이 … 아윽! 자꾸 들어…가… 항!"

아파서 힘이 자꾸 들어간다. 형은 당장이라도 내 안에 사정해 버리겟다는 것처럼 허리를 움직였다. 

"아, 안에… 하, 아읏!! 지 마…"

형이 또다시 강하게 움직이자 허리가 또다시 위로 튕겨져 올라갔다. 죽을 것 같다. 쾌락에 미친다는 건 이걸 두고 하는 말인가. 나는 당장이라도 죽어버릴 것처럼 신음하며 몸을 비틀었다.

"아, 앙! 하 아파… 앙!!"

허리의 움직임이 강해지면 강해질수록 내 신음소리도 커져만 간다. 점점 달아오르는 몸이 이제 절정에 이른다는 걸 간접적으로나마 알려주고 있었다.

"아아아악!!"

"크윽!!"

순간, 그곳이 엄청나게 조여지는 게 느껴졌다. 그 느낌에 형도, 나도 미칠듯이 몰려오는 쾌락에 몸부림쳤고, 이내 형은 그 욕망의 덩어리를 내 안에 뿌려버렸다.

넘어서는 안 되는 선을 넘어버렸다. 형은 내 안에 사정해버린 것이다.

"아. 아아아…" 

"허, 헉…"

형도 자각했는지 망연자실해하며 서둘러 그것을 내 몸에서 빼내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그 흰색 액체는 한방울도 남김없이 내 안에 스며들며 버린 것이다.

"뜨거운게… 가득 찬 느낌이야…"

망연자실하게 중얼거렸다. 형은 내 옆에 눕더니 허탈하다는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고 나는 아직도 몸에 남아있는 그 쾌락의 여운을 즐기며 눈을 감았다.

자위할 때와는 차원이 다른 쾌락이었다… 라는 느낌과 함께 성교를 하면 피곤해서 바로 자는 게 일반적이라고 하는 글귀를 어디선가 읽었던 기억이 났다.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 난 잠에 빠져들었다.

부리나케 집을 뛰쳐나왔다. 아침밥이고 뭐고,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그저 벗어나고 싶었다. 자고있는 형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지만 그날 밤 같이 쾌락을 느낀 나 자신이 더 미웠다. 

더러워진 몸을 수도없이 씻었지만 무언가가 기어다니는듯한 그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다. 부모님이 깨시기도 전, 너무 이른 시간이었는지 하늘이 어두컴컴하다.

"……"

난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도대체 왜, 갑지기 변한 몸에 적응하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그보다 우선 학교에 가면 무었부터 해야 할지에 대한 걱정부터가 앞섯다. 뭐라고 말을 해야 할까, 눈앞으로 아침 출근길에 바쁜 수십대의 차량들이 스쳐지나간다.

몆몆 없는 사람들이 날 보며 수군거린다. 여자가 남학교 교복을 입고 잇으니 신기하겟지, 신기하냐? 나는 죽겠다고…

에휴 씨발…

-드르륵

"아… 수현이구나"

"안녕하세요…"

교무실에 들어가니 넓은 교무실에 있는 사람은 담임 선생님 한 분 뿐이었다. 교무실에 있는 시계를 보니 지금 시간은 새벽 5시 30분… 학교 오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선생님도 그걸 아는지 의아한 눈빛이다.

선생님도 출근하기에는 이른 시간일 텐데… 원래 학생들보다 조금 더 늦게 오지 않나?

"혹시 네가 일찍 올 수도 있을 것 같아서 기다리고 있었지"

"아아 네…"

잠시간의 정적, 학생과 선생의 관계라는건 이렇게 뭔가 좀 어색하다. 내가 뻘줌하게 계속 서있자 선생님이 옆에 있는 의자를 꺼냈다.

"앉아, 다리 아플텐데…"

"네"

의자에 가서 앉자 또다시 어색한 정적이 흐른다. 선생님은 내 얼굴을 살펴본다. 그 시선이 가슴으로 와 닿았을 때는 뭐랄까… 좀 당황스러웠다.

내가 몸을 살짝 비틀자 선생님은 황급히 시선을 떼며 딴청을 피운다. 실례인 줄은 아는 모양이지?

"바, 밥은 먹었니?"

"아뇨"

화제를 돌리기 위한 말이었지만 선생님은 내가 먹지 않았다고 하자 의외라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곧 지금 시간을 보고는 납득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잠시 뭔가 생각하시는듯 턱을 괴고 있으셧다.

"흠… 어제 긴급하게 교무회의를 거쳐 봤는데 말이다…"

"어떻게…되었는데요?"

선생님은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잘 되지 않았던 거겟지…

"아무래도 남학교다 보니까 여학생은 인정하기 조금 어렵다고 하더구나"

"그럼 어떻게 되는 거에요?"

"그게 말이지… 태영중학교 알지?"

"네…"

설마… 전학가라는 소린가… 1년도 안 남겨놓고 전학을 가야 한다는 말도안되는 상황이… 아니, 그러면 입학은 어떻게 하지? 주민등록번호도 새로 만들어야 하나?

"전학은 여기에서 알아서 해줄 테니까 걱정은 안 해도 돼… 괜찮겟니?"

"…… 어쩔 수 없는 거에요?"

"미안하게 됐구나"

하긴, 이 몸으로 남학교에 다니는 것도 우습다. 태영중학교… 성일중학교랑 비슷한 시기에 지어졌고 거긴 남녀공학이다. 가도 문제는 되지 않겠지만… 2년동안 다닌 학교를 떠난다는건 왠지 섭섭하다.

"언제부터 가는 거에요?"

"지금 전학 절차를 밟고있는 중이야, 어머니도 오셔야 하고 너도 조만간 거기 한번 가 봐야 할 거야…"

"네에…"

선생님은 진심으로 미안하다는 표정이다. 갑자기 추워졌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서 온풍기가 틀어지지 않은 탓이겟지.

"교복은… 따로 우리 학교에서 맞춰주마"

"감사합니다…"

우리 집 사정을 잘 알고 계신가… 교복을 한번 더 살 정도로 넉넉하지 못하다는걸… 괜히 그런걸로 부담을 드리기는 싫었는데…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가보렴… 나중에 전화할 테니…"

"네…"

"미안하다 수현아…"

-드르륵

문을 열고 나서는데 뒤에서 선생님의 말씀이 들려온다. 전학… 전학이라… 왠지 안좋은 일만 겹치는 것 같다. 형의 일도 그렇고… 전학을 가야 한다는 건… 

아니, 그다지 나쁜 일만은 아닌 것 같다.

"하아…"

하얀색 입김이 나온다.

하긴, 사내놈들 불알썩는냄새 2년동안 맡고있는건 좀 지겨웠지. 

파릇파릇 자라나는 새싹같은 여자애들하고 부비부비 할수도 있다는 거 아닌가

-씨익

계단을 내려와서 정문을 밀치고 나가자 아직도 새까만 새벽이 하늘에 가득했다. 어디선가 그랬지, 해뜨지 전이 제일 어둡다고… 

"으웃"

-부르르

아직 3월 말이라 그런지 춥다. 온다고 하면 눈도 오겟지. 목덜미를 칼바람이 휩쓸고 지나가자 전과는 다른 서늘함이 느껴진다. 내 몸은 그만큼 작아져서 그런듯 겨울의 추위는 견디기 힘들다.

집에 들어가기는 조금 그렇다. 형과는 마주치고 싶지 않다.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형도 학교에 가지 않았을 거고 부모님은 아직 일어나지도 않으셧을 그런 시간이다.

한 8시쯤에 들어가면 될 것 같다. 하지만 그동안 어디서 버티고 있느냐가 문젠데…

"으읏 추버…"

그다지 옷은 두껍게 입고 오지 않았다. 교복도 헐렁거리는데 팔목까지 내려오는 점퍼 입을 생각은 못하고 마이만 걸치고 나왔는데…

"하아~"

파이에 가려진 손을 비비면서 입김을 불어댔다. 

으으… 추워… 내가 미쳤지, 그냥 아무거나 몆개 껴입고 나오는 건데

"공원에나 가 있을까…"

맞다 공원, 그쪽이 시간 보내기엔 제일 적당할 것 같다. 마침 교복 마이에는 지갑도 들어 있으니까 편의점에서 라면이나 먹으면 되겟다.

"흐으으~"

종종걸음을 치며 공원 쪽으로 걸음을 돌렸다. 공원은 그다지 멀지 않다. 하지만 지금 추위가 장난이 아니라서 그 짧은 거리도 엄청나게 길게 느껴진다.

"으읏… 살았다"

편의점 안은 온풍기가 돌아가고 있어서 따뜻했다. 근처 대학교 학생인지 아르바이트생이 TV를 보다 말고 벌떡 일어났다. TV채널은 축구가 한참 나오고 있었는데 터키와 영국의 승부였다. 

"아~ 이거 심판 너무한데요?"

"이건 사기입니다"

해설자가 저런 말 해도 되나? 하여튼 심판의 편파판정 때문에 저러는 듯 싶었다.

"흐으으…"

아직도 춥다. 거울을 보니 얼굴이 새빨갛게 터 있었다. 이거 이왕에 변했는데 피부관리 를 좀 잘 해줘야 할 텐데…

저 편의점 알바가 날 보더니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다. 역시나 어딜가든 통하는 모양이다.

신라면 사발 하나를 들고 가자 알바는 넋이 나간 듯 그냥 쳐다보고만 있다.

"계산… 안해줄 거예요?"

"아, 아… 800원 입니다"

알바는 얼굴이 새빨개져서 다급하게 말했다. 일부러 수줍은척 하자 아주 죽을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편의점 물건은 비싸… 

"여, 여기 거스름돈…"

말을 지나치게 더듬는 데다가 손까지 조금 떨린다. 나이먹어서 저렇게 수줍음이 많아서야 사회생활 잘 할까… 걱정된다.

얼굴을 자세히 뜯어보니 밉상은 아니다. 아니, 좀 귀엽다고 해야되나?

"하아… 추워"

돌아서서 라면 사발을 들고 정수기 앞으로 가서 사발면을 뜯고 스프를 뿌리는데 문득 생각이 들었다.

언제부터 남자보고 귀엽다는 생각 할 정도로 정신세계가 변화한 거지…

-쪼로로록

아침부터 라면은 별로 안 좋은데… 삼각김밥 먹을걸 그랬나… 하긴, 뭐 지금 후회해 봐야 좋을것도 없지.

스프의 매운 냄새가 코를 찌른다.

"에~에~에~"

으읏…

"에에에…"

뭐지, 이 야릇한 기분은… 재채기가 나오려다 말았을때의 그 기분은 도저히 뭐라 설명할 수가 없다. 아쉽기도 하고… 하여튼 뭐라고 설명하기엔 복잡한 기분이다.

"아?"

-탁!

휴우… 넘칠뻔했다. 사발면 뚜껑을 덮고… 아니 뚜껑이 아닌가?… 하여튼 덮개를 덮고 나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으웅…" 

으으… 저 알바 형님 시선이 너무 따가운데… 

그건 그렇고 편의점에서 제일 불만인 것은 서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의자 몆개 놔주면 어디 덧나나? 다리도 아픈데…

역시나 저 사람도 내 옷을 보고는 갸웃거린다. 뭐 누구나 그런 게지… 아아~ 조금만 더 있으면 나도 완벽하게 여자가 되는 건가…

-탁!

정수기 옆의 나무 젓가락을 집어서 두 조각으로 동강내었다.흠… 역시… 깨끗하게 동강난 두 조각의 젓가락을 보면 왠지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든다. 뭐 별걸 다 성취감 느낀다고 하겟지만 기분 좋은건 좋은거다.

-찌이익

사발면 뚜껑…아니 덮개를 찢어서 옆에 놓고 슬슬 휘저으니 사발면이 고운 자태를 뽐내며 뜨거운 김을 내뿜고 있었다.

문득 시간을 보니 5시 54분을 막 지나고 있는 시계가 보였다. 아직 두시간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을 하니 저 추위를 어찌 견딜지 앞길이 막막하다.

"후우~"

그거랑은 별개로 배고픈건 배고픈 거다. 맛있게 잡수어 주는게 이 라면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후루룩

나는 왠지 익은 것도다는 조금 덜익은 라면이 좋다. 취향 특이하다고 해도 별수 없지만 뭐… 개인은 다 취향 다른 거니까… 누구는 다 불어터진 게 좋다는 사람도 있는데.

"후우~"

뜨겁다 뜨거워, 그래도 겨울에는 드거운게 제맛이지, 이따가 나갈 때 호빵 하나 먹고 가야겠다.

-탁

"에?"

"목마를 텐데… 마시면서 먹어요"

"아… 네 고마워요"

생수였다. 그는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서 TV를 보고 있다. 친절한 사람이네… 아니, 역시 사람은 외모부터 빼어나야 한다는 건가?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을때 가장 불편한 것이 물이 없다는 것이었다. 물이야 있긴 있다. 70'C를 넘나드는 뜨거운 라면용 물, 그거 마시면서 매운맛을 달래기엔 입안이 홀라당 까질게 분명하다.

전에도 편의점에서 라면먹다가 사레들려서 눈물 질질 흘리면서 라면 먹었던 적이 있었지 아마… 그땐 쪽팔려서 죽는줄 알았었다.

-후루룩

밥을 굶으니 별게 다 맛있네. 생수통 뚜껑을 따서 마시면서 생각했다. 

아아… 언젠가 봤던 뉴스에서 생수가 수돗물이랑 다를게 없다고 했었지… 뭐 생수병에 세균이 많은건지 수돗물이 깨끗한 건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후우…"

배부르다.

"에?"

아직 반도 안 먹었는데? 이건 왠 요상한 포만감이지? 설마 몸이 바뀌면서 위도 작아진 거냐…

편리해진 건지 불편해진 건지 모르겟네…

그래도 면은 아까워서 다 먹고 난 다음 국물은 버렸다. 걷기도 힘들 정도는 아니지만 하여튼 배부르다.

이래서는 호빵은 커녕 호빵 껍데기도 못 먹겟네.

"나중에 또 와요"

"네…"

말하는데 라면 면발이 올라올 것 같은 기분이다.

"으으… 앞으로는 적당히 먹어야지"

편의점 밖으로 나가자 추위가 확 몰아쳐 온다. 편의점 안은 따뜻했는데 말이지… 계속 들어가 있을수도 없고… 난감하네.

하늘은 점점 파랗게 밝아오고 있다. 새벽의 차가운 공기가 폐부 깊숙히 들어오는게 느껴진다. 한마디로…

추워 뒈지겠네

"흐으으…"

손을 비비면서 공원가의 벤치에 가서 앉았다. 이 공원… 만들어진지 1년도 안 되어서 엄청 깨끗하고 잘 정리되어 있다. 고무인지 뭔지 모를 푹신푹신한 바닥은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기 좋다고 한다.

그리고 길 곳곳에 심어져 있는 나무가 보기 좋다. 그리고 공원 한가운데에 있는 엄청나게 큰 나무, 저 나무를 중심으로 공원이 만들어졌다고 했다. 여름에는 보는것만으로도 시원하겟지만 지금은 겨울이라구… 

앙상한 가지가 왠지 더 기괴스럽다.

"하아아~"

손이 점점 더 시려온다. 이런 날씨에도 체육복 비스무리한거 껴입고 운동하는 사람들 보면 신기하다. 하긴 오래 살려면 무슨 짓을 못할까. 난 저런 짓 하기 싫다. 정말.

공원 산책로를 걷거나 뛰는 사람들을 보면서 왠지 좀 한심스럽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들은 열심히 살고 있는데 나는…

-턱!

"여기서 뭐하냐?"

"허, 헉!"

시험 마지막날.... 토나올 것 같군요. 그 와중에도 글쓰는것도  그렇고 ㄱ-...

갑자기 누가 내 어깨 위에 손을 올려놓으면서 말했다. 소스라치게 놀라며 뒤를 돌아보자 거기엔 교복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는 김선우가 서 있었다.

"뭘 그렇게 놀라? 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냐?"

"가, 갑자기 건드리지 마"

"계속 뒤에 있었는데? 뭔 생각을 그리 하는지 뒤도 안 돌아보더라고"

녀석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한다. 늘 이 시간대에 나와서 운동하는 건가? 나는 추워 죽겟는데 녀석은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다.

"학교에 무슨 볼일이 있길래 이렇게 일찍 출발하냐?"

"학교 갔다 온거야"

으으… 추워 죽겟는데 자꾸 물어보지 않았으면 한다. 말하는것도 에너지 소모라고, 젠장… 그리고 남자따위에 흥미 없으니 어서 저리 가서 뜀박질이나 더 하고 오던지.

"왜 다시 와? 학교 문 닫혀있디?"

"아니"

귀찮으니까 자꾸 건성건성 대답하게 된다. 그럼에도 녀석은 떨어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아나. 피곤하니까 양아치건 뭐건 상관없게 되는구나. 인간의 이중성에 다시한번 감탄했다.

"그러면 왜 여기서 버림받은 고양이 새끼마냥 이러고 있냐?"

"누가 고양이 새끼야…"

"너지 누구야 임마, 볼은 새빨갛게 부르터가지고 엄청 추워 보이는데"

알긴 아네, 그러면 편의점 가서 따뜻한 베지밀 하나만 사오지 그러냐 넌 그렇게 성욕을 억제하느라 발발거리면서 뛰어다니지만 난 여자라고(몸만).

여자가 남자보다 피하지방층이 두꺼워서 조금 추워도 괜찮다는건 다 개소리였다. 추워 뒈지겟다 하여튼.

"어, 어딜 만지는 거야…"

"가만히 있어봐"

녀석이 내 양 볼에 손을 올려놓고 있다. 따뜻하긴 따듯하지만 내가 얼굴만 춥니? 가슴 춥다 그러면 가슴 주물럭 거릴거냐? 변태 변태 변태 변태…… 아니 어째서 이런 쪽으로 상상이 가는거지?

"옷도 그게 뭐냐? 안추워?"

"남이사" 

그렇게 따지면 네놈이 더 추워 보인다. 하지만 저놈 따위 관심사 밖이니까 얼어죽든 떨어져 죽든 상관안해.

"이게 자꾸 시비조네, 확 따먹어 버린다"

"…… 저질 변태"

"……"

감히 누가 누굴 따먹어… 하여튼 저질이라고 하니 꽤나 충격받은 표정이다. 니가 충격받든 말든간에 나는 별 관심 없으니 저리 좀 가라, 이 손도 떼고.

"……추우면 우리집 갈래?"

"내가 왜"

"…춥다며"

"나 그런 적 없는데"

이게 이제 없는 말까지 지어서 말한다. 왠지 말하면서도 속으로 뜨끔뜨금 하는 게 원래 성질이 더러운 놈이라 갑자기 왁! 하면서 달려들면 난감한데…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너희 집에 아무도 없어? 부모님 있을거 아냐… 대낮부터 여자 데리고 들어가면 무슨 소릴 들을까…"

"아무도 없어"

"왜?"

"출장 가셧거든"

…타이밍 좋앗다는건 이런걸 두고 하는 말이렸다. 뭐 이곳에 계속 앉아있는다고 해서 좋을것도 없고… 그냥 따라갈까?

"음……어딘데?"

"요 앞이야, 별로 안 멀어"

녀석은 앞장서서 가기 시작했다. 나는 뒤에서 종종걸음치며 따라갔다. 

"빨리좀 가자, 추워 죽겠어…"

느릿느릿 걷는 녀석을 재촉하자 갑자기 녀석이 뒤를 확 돌아보더니 팔을 확 벌렸다.

"추우면 내 품에 안겨, 살포시 안아줄 테니까"

"…… 그냥 가자"

-휙

어이없는 놈 같으니라고… 그동안 쫄았던 내가 바보같다. 그냥 이런 것들은 만만하게 보면 된다. 괜히 쫄 필요 없었잖아…

"길도 모르면서 어디가냐?"

바로 내 옆으로 따라붙어서 걷는다.

이런 취급은 귀찮다. 이건 꼭 남자가 여자를 에스코트해주는 그런 비슷한 분위기잖아? 관두는 게 좋을 것 같다. 괜히 쓸데없는 말 해서 득될 것도 없고…

"여, 여기가… 너네 집이야?"

"왜?"

저택이다. 저택… 드라마에서나 보던 재벌 2세가 사는 그런 집이다… 이, 이 자식… 엄청나게 부자였나?

"춥다며, 얼른 들어가자"

-삑삑삑삑

문 앞의 비밀번호 입력기에 번호 몆개를 찍자 문이 알아서 열린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자 새벽빛에 파란 정원이 어슴푸레하게 보인다. 

왠지 질투나는데… 나는 원래 부자라는 것들에 대한 왠지모를 적개심이라는게 있어서 부자는 죄다 이유없이 비호감이다.

-덜컥

"넓…다"

"그래?"

저런 심드렁한 반응도 왠지 깔보는 것 같아.

…관두자 괜히 화내 봐야 우리 집이 이렇게 바뀌는 것도 아닐 테고.

"좀 앉아있어, 뭐 먹을래?"

"아니… 그보단 추워"

거실인듯 널찍한 방 가운데에는 소파와 벽에는 대형 TV가 있다. 전부 다 고급스러워 보이는 것들이다. 꼭 9살 꿈에서나 나오던 그런 집이다.

"소파 옆에 이불 있으니까 덮고 있던지"

"으으…추워"

집 안은 훈훈하긴 했지만 나는 그보다 더 추웠다. 소파에 앉아서 이불을 덮자 추위가 조금은 가시는 게 느껴졌다.

-탁

"어?"

"마셔"

얼마정도 시간이 지나자 녀석이 나에게 무언가를 들고 다가왔다.

우유였다. 그것도 따뜻하게 데워진… 하여튼 준건 마셔주는게 예의겠지?

"넌 안마셔?"

"괜찮아"

흰색 우유에서 하얗게 올라오는 김을 잠시동안 바라보다가 컵을 집어들었다.

"설마 수면제나 최음제 같은 걸 넣었다거나 하는건 아니겠지?"

"…… 미쳣냐?"

"헤헤…농담이야 농담"

-후루룩

순간 진짜로 들어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깐 스쳐지나갔다.

"가, 갑자기… 졸…려"

"??"

"너… 뭘 넣은…"

-풀썩

정신이 혼미해지는가 싶더니 의식이 끊어져 버렸다. 나는 그대로 녀석의 손길에 의해 침실로 끌려가…

"쇼하지말고 일어나"

는게 아니라 장난이었다.

"킥킥… 안속네?"

"당연하지, 넣은게 없는데 "

"하아…"

왠지 장난이 치고 싶어졌다.

-툭,툭

단추를 하나하나 헤쳐서 교복 마이를 벗고 안의 와이셔츠 단추를 세개정도 풀었다.

"조금… 덥다"

"내가 벗겨줄까?"

"…에?"

그, 그런건 별로 원하지 않는데… 녀석은 당황하는게 아니라 나에게 다가오면서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다.

으음… 의외의 반응이다.

-꼴깍

우유 한모금을 더 마시자 왠지모르게 졸음이 쏟아진다.

"하아암… 졸리다"

"위에 내 방 있으니까 가서 자려면 자던가."

-풀썩

"야, 여기서 자면 어떻게 해"

"깨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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