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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안되, 이상한 일을 생각하면, 나. 어떨까 하고 있다····"
남주는 거울속에 비춰지는 자신에게 타이르면서, 복장을 정돈하고 다시 거울 앞에 섰다.
허리를 곧게 편 그 자세는, 어릴 적부터 자주 칭찬을 받을 수 있었던 자세였다.
자세만은 언제나 제대로 한다. 결코 예의 범절이 엄격한 부모님은 아니었지만,
그것 만큼은 귀가 따갑도록 애기해 준 것이, 이제 와서는 고맙게 느껴진다.
오늘의 방문에 대비해 남주는 처녀시절 직장에 다니며 입고 있던 얇은 스트라이프가 들어간
베이지의 슈트를 선택했다.
조금어깨에 닿는 느낌이 나는 소프트 웨이브가 걸린 미디엄 층의 머리카락이 잘 어울린다.
순백의 블라우스의 목 주위에는, 하트형의 은색의의 넥크리스가 빛나고 있었다.
신혼 당시 , 생일에 남편으로부터 선물 받은 티파니제의 명품 액세서리였다.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고, 이미 5년 가까이가 지났다.
완전히 전업주부로서 익숙해진 남주였지만, 큰 딸이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유치원의
학부모회 임원으로 임명되고 나서 부터는, 가사 이외의 용무로 외출할 기회가 증가해 그 생활의
변화를 스스로도 즐기고 있는 부분이 있었다.
"응, 김남주씨. 사실은 20대 아니야?"
학부모회의 첫 친목 런치때, 20명 가까운 임원중에서, 최연소인 유정, 정아로 부터
남주는 그렇게 오해를 받은 것이다.
"무슨 말을 해, 벌써, 30대의 아줌마야, 나는"
"거짓말....나 보다 훨씬 젊어 보여요...피부도 너무 예쁘고···"
놀란 표정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는 정아는 아직 26살.
임원의 대부분이 20대 후반부터 30대라고 하는 중에서, 정아는 식사 시작전에 차례로 돌아가며 한 자기 소개 자리에서, 자신을 "공주"라고 불러 주세요라고 말하며,자리의 분위기를 많이 북돋운 쾌활한 성격의 여성이였다.
"뭐야, 정말 공주라는 느낌이 전혀 안난다!"
다른 임원들은 일제히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지만, 어째서 공주야?"
"아, 인터넷의 닉 네임이 공주입니다, 저는!"
같은 고민이나 고생을 안고 있는 엄마들이,
이런 식으로 와글와글 떠들며 즐겁게 보내는 것을 보고,
남주는 어디엔가 잊고 있던 충만감을 오랫만에 찾아낸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있었다.
"이제 준비를 하지 않으면···"
남주는 재차 거울안의 자신을 응시한다.
거기에 비치는 남주의 모습은 회사 근무의 무렵과 완전히 같은 정도라고 해도 괜찮을 것이다.
신장은 대학시절부터 변함없이 163센치. 체중도 둘째 아이를 낳고 나서의 다이어트를 열심히 해,
원래의 40 kg대로 되돌렸다.
스커트를 입어 늘씬하게 쭉 뻣은다리가 더욱 아름답게 드러났다.
6살때부터 고등학교때까지 계속한 클래식 발레의 성과이기도 했다.
그 다리는 결코 너무 가늘지도 않고, 장딴지로부터 허벅지에 이르는 라인은
남성들의 눈길을 한눈에 매료시키는 좋은 살집을 하고 있다.
그리고 더욱 도발적인 것은 복숭아를 연상시키는 도드라진 힙이다.
타이트 스커트에는, 선명하게 그녀의 훌륭한 힙 라인이 자리하고 있었다.
34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너무나 날씬한 체형이 남주의 은밀한 자랑이었다.
C컵에는 조금 못 미치는 버스트이지만, 날씬한 몸에 있어서는 너무나 풍만한 볼륨이며,
그 좋은 형태에 남편인 승우도 만족스러워 하고 있는 것이다.
사장이 남주의 아파트의 벨을 울린 것은,약속 시간인 오후 5시보다 조금 빨랐다.
밖은 아직도 밝았고, 땅거미가 내려 앉기 시작하려면 사이가 있을 듯 했다.
맑게 개인 6월의 하늘은, 장마철이 머지 않았음을 고하고 있다.
주고 받는 말도 거의 없는 채,아파트를 나온 남주는 그대로 사장의 차에 올라 탔다.
그의 대형 국산 세단은, 깨끗이 세차되어 있어 남색의 보디를 더욱 선명하게 빛내고 있다.
조수석으로 안내받아 차에 탄 남주는, 사장의 눈을 쳐다 볼 용기는 없었다.
그것도 당연하겠지.
서로 그렇게 격렬히 몸을 썩은 남자다,
그럴만한 사유가 있었다고는 해도,
남편 이외의 남성에게 몸을 허락해 버렸다는 것이......
게다가 그 몸은 민감하게 반응해,
스스로 흐트러져 격렬하게 이 남자를 요구해 버렸으니까.
긴장으로 몸을 움추린 남주는, 사장에게 어떻게 말을 걸어야할 것인가,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런 남주에게, 엔진의 시동을 걸면서, 사장이 먼저 말을 꺼냈다.
"부인, 요전날은 정말로 미안했습니다. 무심코 너무 취해 버려...."
의외로 사장은 저자세로 사과를 해 왔다.
"뭐라고 사과를 해야 좋을지. 정말로 미안합니다"
남주를 응시하며 진지인 태도로 사과하는 사장에 대해,
조수석에 앉은 남주는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네, 아니에요...괜찮아요, 사장님···"
"취기가 지나쳐, 나의 나쁜 버릇이 나와 버렸습니다.
부인에게는 너무나 큰 폐를 끼쳤습니다···"
"아, 그··, 저도... 무심코... 취해 있어서 그만····"
남주는 그렇게 사과하면서도, 자신이 왜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는지,
조금 이상한 기분도 들었다.
"부인이 너무 아름다우셔서..그만...,
정말로 다른 흑심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정말로 미안 합니다"
운전석에서 머리를 조용히 내리는 사장에 대해,
남주는 황송해 한 것처럼 대답한다.
"사실에 두 사람 모두 조금 많이 취해 버렸어요, 그 날은.
어떻습니까, 그것은 깨끗히 잊어버리죠, 사장님"
아직껏 그 감각을 잊을 수 없는 남주였지만,
애써 노력해 밝은 표정으로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말해 주신다면,···아니, 정말로 미안합니다, 부인"
그런 대화를 교환한, 두 사람은 그날 밤의 일에 대하여는 일절 접하지 않고,
잡담을 하면서, 약속장소로 향했다.
도심으로부터 멀어진 외곽도로라고 해도,
간선도로는 저녁의 퇴근 차량 러쉬로 혼잡을 보이고 있었다.
대형 트럭이 격렬하게 왕래하는 가운데,
사장은 차선 변경을 반복하면서 차를 진행시켜 갔다.
"저쪽 분은 김종국 씨라는 분입니다.
자녀분이 3명 계시고,
나이는 남편과 같은 40대 전반일 겁니다... 응"
남주에게는 시선을 향하지 않고,
사이드미라를 계속 들여다 보며 사장이 말했다.
"제가 그분에게 어떻게 사과하면 좋을까요?"
사장 쪽을 쳐다보지 않고 정면으로 시선을 두면서, 남주는 물었다.
"아니에요, 사과하지 않아도, 그분이 요청하는 정도만 해주시면되지 않을까요..
별로 부인께 폐가 되는 것은 아닐테니까요"
"예"
"거기에 김종국씨는 이상한 분이 아니니까.
우리 업소와는 상당히 오래 전부터 교류가 있기 때문에,
그 분에 대해서는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뭐, 그냥 즐겁게 식사를 하면... 그것으로 좋아요"
"그렇습니까···"
남주는 사장의 그런 모습이 오히려 더 의심스럽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김종국씨의 가족은 오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머나, 그럼 그집의 남편 혼자만?"
"예"
"그렇습니까····"
남주는 "얘기가 다르잖아"라고 마음 속으로 남편을 떠 올렸다.
" 그렇지만, 사과하러 가는 쪽에서, 식사를 제공받는다고 것도 왠지
이상한 이야기예요"
당분간의 침묵이 흐른뒤, 신호 대기로 서 있는 상태에서 남주는 핸들을 잡고있는 사장에게 물었다.
"김종국씨의 부인이 식사를 준비해 준 것 같습니다.
그분도 술을 좋아하는 것 같기 때문에, 귀가의 걱정이 없는 자택에서
천천히 술을 즐기고 싶다고 합니다.
부디 부인이 식사 분위기만 북돋워 주면 그것으로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백 밀러 넘어로 남주를 보면서, 사장은 말했다.
오늘, 사장은 넥타이도 메지않은 거친 모습인 것을, 남주는 처음으로 눈치챘다.
"알았습니다. 내가 그 정도만 하면 모든 일이 잘 끝나게 된다면,
그렇게 해 봐요. 뭐니 뭐니해도 이 토지계약의 건에서는 사장님,
그리고 그 분에게도 폐를 끼쳤으니까...."
남주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또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입에 대야 하는 것이, 조금 염려스러웠다.
그날 밤이후, 남주는 술은 한 방울도 입에 대지 않았다.
원래 스스로 술을 즐겨 마시는 타입이 아닌 남주에게 있어서는,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신혼 당시와 같이, 남편과 집에서 글래스를 주고 받는 일 조차도 최근에는 거의 없었다.
최근에는, 저녁 식사를 집에서 하는 일조차 거의 없는 남편, 승우였다.
"저기의 신호에서 좌회전하자 마자 입니다"
천천히 속도를 줄여네거리에서 좌회전을 한 사장의 차는,
당분간 일방통행으로 가는 길을 몇 번인가 구부러진 후,
4층건물인 맨션의 앞에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