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타임트레인-405화 (405/519)

405화

한편 제주도 출신인 대마불은 태왕의 배려로 대정군에서 신형 무기로 교체했다. 대정군을 떠나 하카타를 경유해 규슈 남쪽으로 이동 중이다.

규슈에서 오키나와 (유구왕국)까지 연결되는 섬들을 지나며 해도를 완성할 생각이다.

“함장, 해도를 정확하게 만들어. 주변에 암초도 잘 기록하고.”

“넷!”

대마불은 16척의 전투함인 사략선을 이끌고 흑풍선단이란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그래서 배의 돛은 모두 검정색으로 물들여 놓았다. 검게 물들인 이유는 대진국의 해군과 구분하고 흑풍 선단끼리 확인을 쉽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하카타 담로에서 주둔하며 규슈 남쪽을 초계하라는 명령을 받는 5척의 전함도 같이 이동 중이다. 이들은 가고시마 남쪽에 위치한 다네가(種子) 섬에서 마침 헤어지려는 중이었다.

이때 관측장교(함포장)이 망원경으로 남쪽을 살피다 수많은 왜구 배들이 보이자 크게 외쳤다.

“제독님, 왜구가 나타났습니다.”

이런 보고를 받자 대마불은 즉시 명령을 내렸다.

“전 함선은 전투 준비!”

둥둥둥! 둥둥둥! 둥둥둥!

대북이 요란하게 올라가며 전투함에 깃발들이 높이 올라갔다. 21척의 대형 함선이 넓게 전개해 다가오는 왜구들의 세끼부네(關船)를 상대로 매섭게 함포 사격을 가했다.

쾅! 콰광! 콰광! 쉬이익! 쉬이익!

21척의 함선에서 동시에 하얀 연기가 품어져 나왔다. 밀집대형으로 100척의 세끼부네가 이동 중이라 함선들은 일제히 화차에 장착된 신기전을 발사했다. 수많은 신기전이 하얀 연기를 품으며 세끼부네로 날아가자 100척의 배들은 이내 화염이 일어났다.

펑! 펑! 화르륵! 화르륵!

“불이야! 불!”

“으아악! 살려줘!”

기름이 들어있고 화약이 들어 있는 작은 주머니가 달린 신기전이다. 한발만 명중해도 돛이나 갑판에서 불이 났다. 더구나 개량된 지자총통에서 날아온 돌탄에 피격당한 세끼부네는 힘없이 파괴되었다.

쿵! 우지직! 쿵! 과쾅!

“으아아!”

“으악!”

왜구들은 졸지에 고향에 거의 다 왔다고 좋아하다가 복병을 만나 모조리 죽어갔다. 바다에서 불이 나자 왜구들은 정신없이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풍덩! 풍덩!

“허푸!”

“허푸!”

세끼부네는 돌탄이 한발만 명중해도 파괴되어 바닷물이 숭숭 들어왔다. 그러자 왜구들은 급하게 종자도의 해변 쪽으로 기수를 돌렸다. 대적할 방법이 없으니 인근 섬인 종자도로 들어가 우선 도망칠 생각만 가득했다.

“살려줘!”

“푸우! 푸우!”

격침당한 배들을 빠져나온 선원들은 급하게 뭍으로 수영해 도망쳤다. 힘들게 섬에 올랐지만 쉴 틈이 없었다. 힘들 내서 섬의 안쪽으로 이동했다.

“빨리! 산으로!”

와글와글. 우르르.

살아남은 왜구들은 정신없이 해변에서 떠났다. 그들은 이제 무기도 손에 들지 않고 무조건 도망치기 바빴다. 워낙 강한 상대라 대적할 엄두가 나질 않았다.

도망치는 왜구들 뇌리에는 ‘참으로 운도 더럽게 없다.’라는 생각들만 가득했다. 이유는 드넓은 바다에서 하필이면 딱 천적에게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종자도(種子島) 서쪽 해변에는 수많은 세끼부네가 침몰 중이다. 동작 빠른 배들은 해변 가까이에서 침몰해 일부 왜구들은 섬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허겁지겁. 우루르.

함포 사격으로 겁에 질린 왜구들은 모두 배를 버리고 종자도로 들어가 빠르게 숲속으로 사라졌다. 해변에 있다가는 죽을 수 있기 때문에 우선 몸을 피한 것이다.

제일 큰 배인 아타케부네(安宅船)에 승선해 있던 하야시 영주는 그나마 후미에 있다가 함포 공격을 피해 어렵게 해변 가까이에 접근했다. 그는 부하들을 향해 크게 외쳤다.

“빨리 하선해!”

“넷!”

이제 살았다 싶은 기분이 들어 안택선에서 내리려고 하는 중. 갑자기 함포소리가 달라 공격하는 검을 배들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그는 눈이 왕방울 만하게 커졌다.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무섭게 생긴 긴 물체들을 발견했다.

“저게 뭐야!”

슝! 슝! 슝!

전함 5척에서 거의 동시에 천자총통으로 발사한 10발의 대장군전이 안택선에 정확하게 박혀 버렸다.

쿵! 쿠궁! 쿵! 와지직! 와직!

“컥!”

놀라 바라보던 하야시는 짧은 비명을 지르고 그대로 죽어버렸다. 빠르게 날아온 대장군전은 안택선에서 도망치려던 하야시의 머리통을 박살낸 것이다. 대장군전들은 상갑판위에 지어놓은 누각을 완전해 무너트렸다. 안택선은 10발의 대잔군전에 완전히 파괴되었다.

“영주님!”

부하들이 놀라 외치며 달려와 쓰려진 하야시를 부축했다. 그러나 하야시는 이미 머리통은 완전히 바수어져서 머리 자체가 사라져버렸다. 부하들은 어찌할 바를 모르다가 급하게 죽은 하야시의 몸통을 둘러매고 배를 탈출해 섬으로 들어가 도망쳤다.

쾅! 쾅! 과광! 쾅!

100척의 세키부네(關船)와 영주들이 과시용으로 타고 다니는 아타케부네(安宅船)는 거의 대부분 침몰하거나 또는 바닷가에 정박한 상태에서 파괴되었다.

“빨리 동쪽으로 피해!”

이때 후미에 있던 세키부네 10척은 빠르게 동쪽으로 이동해 함포 공격을 피하고 북쪽으로 사라졌다. 사력을 다해 모든 왜구들이 달려들어 힘차게 노를 저어서 멀리 돌아서 도망친 것이다.

그런 모습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던 대마불은 불만이 많아 투덜거렸다.

“여기가 종자도니 여기서 왜구들의 씨를 완전히 말리는 건데. 운이 좋아 도망친 놈이 있어.”

그러자 부하가 나서며 제안했다.

“제독님, 이제 그만 쏘시죠. 화약과 포탄만 소모합니다.”

“알았어! 사격 중지!”

대마불은 수많은 세키부네와 지휘선인 아타케부네가 파괴되어 있는 해변에 도착해 접안했다.

“배를 수색해!”

“넷!”

대마불은 격군들에게 해변에서 파괴된 배들을 수색하라고 명령을 내리고 하카타 분견대장에게 제안했다.

“보아하니 명나라 출신인 남자 노예들이 있는 것 같으니 그들만 우리가 데리고 가겠소. 여자포로나 재물 그리고 왜구들의 잔당은 모두 분견대장이 알아서 처리하시오.”

“알았소. 하지만 식량이나 화약은 가져가야죠.”

“그렇군요. 그렇다면 화약과 포탄 그리고 신기전은 모두 넘겨주세요. 우린 여기서 바로 유구왕국으로 갈 예정이니까요.”

“좋습니다. 기본적인 무기나 화약만 남기고 모두 드리죠.”

분견대장은 격군인 해병대에게 지시를 내려 왜구들의 잔당을 소탕해 포로로 잡거나 재물을 챙겼다. 그리고 잡아오는 왜구들을 시켜 파괴된 배의 잔해 중에서 쓸 만한 판자는 모조리 챙기도록 했다.

삼나무 판자라 함정 수리에는 사용할 수 없지만 하카타로 가져가면 그래도 건축 재료로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챙기는 것이다. 전쟁이나 전투도 다 경제적인 이유로 벌이는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했다.

“무기도 모조리 챙겨. 제주도의 제조창으로 보내면 녹여서 농기구라도 만드니까.”

“넷!”

아무리 흔해진 철제품이라지만 금속은 쉽게 생기지는 않는다. 그러니 철저하게 챙겨서 재활용하려는 것이다. 전함은 여유 공간도 많으니 적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흑풍 사략선단은 조금은 모자라던 격군의 수는 이제 명나라 출신인 포로들로 완전히 채울 수 있었다. 대마불은 그들에게 말했다.

“우리는 왜구를 전문적으로 소탕하는 업무를 하니 잘 판단해서 협조하시오.”

“알겠습니다.”

명나라 출신 포로들이야 다른 방법도 없고 원수인 왜구를 처치한다니 다들 적극적으로 흑풍 사략상단의 대원으로 근무하겠다고 다짐했다. 대마불은 분견대장이 부서진 배의 판자들을 챙기자 자신들도 판자가 필요하다는 것은 인식했다.

“함장들은 모두 판자를 챙겨.”

“넷!”

전투함이 아무리 우수하고 공간이 넓어도 육지의 어딘가에 거점을 만들어 활동해야 된다. 이제는 제주도나 또는 멀리 보타도를 거점으로 삼을 수는 없었다.

‘적당한 섬에 우리가 지낼 거점을 만들어야 해.’

여자들은 모두 넘긴다고 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공교롭게 부부가 동시에 포로로 잡히고 오누이나 부녀가 포로로 잡힌 경우가 있었다.

“분견대장, 그들은 모두 같이 살길 원하니 우리가 데리고 가겠소.”

“그렇게 하죠.”

챙길 것을 챙긴 대마불은 16척의 전투선으로 구성된 흑풍 사략선단을 이끌고 남쪽으로 떠났다. 대마불은 자길 속인 유구왕국을 어찌 처리할까 생각 중이다.

‘가서 박살을 내?’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보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유구왕국을 완전히 손아귀에 넣어 통치할 생각은 없으니 굳이 그렇게 해서 생업의 일거리만 사라지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놈들이 있어야 가끔 털어서 먹고 살지.’

이렇게 판단하고 유구 왕국은 적당히 위협만 가하고 협조체제로 유지해볼 구상을 하고 있었다.

‘태왕폐하께서 나중에 결정해 주시겠지.’

대마불은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간간히 왜구를 만났다.

“사격!”

과광! 쾅!

“접근해서 나포해!”

“넷!”

소규모인 2-30척으로 구성된 왜구들과 조우하면 적당히 함포사격으로 위협을 가하고 순순히 항복하면 적당히 흥정했다.

“함장, 순순히 항복했으니 통관세로 반만 챙기고 살려서 보내주지.”

“넷!”

통관세에 대해 어떤 기준이나 원칙은 없었다. 그저 기분에 따라 격침시키기도 하고 또는 통관세를 받고 거래했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동왜의 무리가 남명지역으로 노략질하러 가는 길목을 완전히 차단해도 안 되기 때문이다. 명나라를 약화시키기 위한 방편이라 왜구를 완전히 소탕해서도 안 된다.

‘아직은 폐하께서 동왜에 대해 숨통은 트여 주라니 이런 방법이 제일 좋아.’

대마불의 이런 결정으로 명나라의 남쪽에 있는 현풍 함대도 일거리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또한 명나라 입장에서 보면 을시왜변은 지속되고 있었다. 왜구들에게 염라대왕 같은 무서운 존재로 알려진 흑풍함대는 서서히 유구왕국이 있는 오키나와 섬으로 접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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