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6화
전쟁포로로 잡힌 수가 무려 3만 2천명이나 되었다. 짧은 시간에 벌어진 전투지만 해서여진의 사망자가 무려 5천명이나 되었다. 중상자도 5천명이나 되니 엄청난 수가 전쟁으로 희생된 것이다.
‘희생자가 의외로 많았어.’
일방적인 전투라고 하지만 대진국도 희생은 있었다. 사망자가 1천명이고 중상자가 2천명이나 되었다. 난전인 백병전을 벌이다 보니 양측에서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다.
그동안 많은 전투를 벌였지만 별로 희생자가 없었던 터라 최인범이 느끼는 충격은 상당히 컸다.
‘이렇게 희생이 많으면 원한들도 많을 건데. 앞으로 가 문제야.’
최인범이 이렇게 생각하지만 의외로 부하들이나 포로로 잡힌 해서여진족들은 무덤덤한 표정들이다. 그들은 명나라의 이간책으로 그동안 서로 충돌이 많아서 그런지 별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앞으로 자신들의 운명이 어찌 변할지 모르는 전쟁포로로 잡혀도 크게 걱정을 안했다. 그저 앞으로 살길만 서로 대화를 나누며 걱정했다.
‘신기하네.’
현대적인 사고력을 지닌 최인범은 이해하기 약간 어려운 광경이다. 해서여진족들은 이제 만주 지역을 일통한 셈인 새로운 군주의 행보를 호기심어려 바라보는 정도다.
‘흠! 결국 산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건가?’
합리적인 생각인지 모르지만 해서여진족들의 행동을 보며 최인범은 불행 중 다행으로 판단했다. 마음의 깊은 곳에는 어떤 악심을 품고 있는지 모르지만 새로운 강자에 쉽게 복종하는 풍토다.
최인범은 금일여가 이성량을 데리고 와 부족장이고 철령위의 지휘첨사라고 소개하자 매우 놀랐다. 역사서에 나오는 인물을 만나게 되자 호기심이 생겼다.
“네가 철령위의 지휘첨사라고?”
“넷!”
“그렇다면 조상이 조선 출신이겠군.”
“그러하옵니다. 폐하!”
이성량은 아직 20살이 되지 않았으나 기골이 장대하고 눈이 부리부리했다. 타고난 무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역사서에 나타난 이성량은 무술이나 지략이 뛰어난 인물이지만 처세술이 너무 변화무쌍했다. 그래서 아직은 온전하게 믿기가 곤란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최인범은 척계광을 불러 지시했다.
“척 소령이 당분간 이성량을 데리고 다니도록 해. 아직은 무기를 휴대하지 못하게 하고. 만약 수상한 행동을 하면 무조건 선참후결 방식으로 즉결처분해.”
“넷!”
이성량을 그냥 일반 포로와 같이 취급하기보다 척계광에게 떠넘겨 따로 관리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이성량이 하는 행동을 확인해 필요한 조치를 나중에 내리기로 했다. 철령위의 세습직인 지휘첨사인 부족장이라는 상징성이 있으니 어느 정도는 활용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
‘천성이 너무 이상하면 적당히 버려야 해.’
먼저 이성량에 대한 조치를 내리고 나자 최인범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반발이 심했던 포로들과 온순하던 포로를 따로 분리해.”
“넷!”
너무 많은 전쟁포로다 보니 온건파와 강경파를 따로 다로 분리하기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간단한 질문이나 그들이 속한 부족이 평소 어떤지를 참고하는 수밖에 없었다.
전쟁 포로를 따로 분리하라고 지시한 최인범은 해서여진이 점령하고 있던 길림을 빠르게 대진국의 영토로 포함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제 이곳은 대진국 영토로 길림도로 정하니 그렇게 알라.”
“예이.”
먼저 길림 지역을 그대로 길림 시로 정하고 길림도로 결정해 도지사를 두기로 했다. 그리고 길림시. 장춘군. 사평군을 두기로 했다.
“속히 내무장관에게 파발을 띄워 도지사와 시장 군수들을 보내도록 해.”
“넷!”
이곳에 예비군단을 만들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금일여를 군단장인 소장으로 임명하고 명령을 내렸다.
“길림, 장춘, 사평에 각기 예비사단을 만들어.”
“넷!”
이도백하에서 금일여와 같이 오게 된 기마병 5천명과 돈하에서 따라온 5천명의 보병과 포병을 주축으로 새로 5천명의 군사를 모아 정규군이 5천명 예비군이 5천명인 예비사단 3개를 만들기로 했다.
편제상으로는 총 3만명의 병사들이 길림 군단에 속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조치는 북쪽의 흑룡강 지역에서 살고 있는 야인여진족을 견제하며 동시에 심양의 건주본위를 은근히 압박하기 위해서다.
이제 심양에 있는 건주본위만 공략하면 사실상 요하의 동쪽을 모두 대진국의 영토로 변하게 된다. 흑룡강 지역에 사는 야인 여진이야 명나라와 완전히 차단되기 때문에 스스로 굽히고 들어온다고 판단한 것이다.
‘쉽게 만주를 일통하게 됐어.’
그렇다고 야인여진의 행동을 아직은 확인할 수 없으니 마냥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 일단 3개 시 군의 행정구역 설치해 이 지역에서 사는 해서여진부터 완전히 복속시킬 생각이다.
무력을 동원해서 굴복시키고 넓은 영토만 차지했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행정, 치안, 군사, 사법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교육하기 위해 학교를 건립하고 경제적으로도 발전시켜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요원한 일이다.
이런 결정을 하고 나자 최인범은 전쟁포로들에 대한 조치를 내렸다. 이미 죽어버린 부족장이나 병사들은 어쩔 수 없지만 살아남은 포로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모두 봉황성으로 압송하기로 했다.
“모두 6개월의 강제노역에 처함!”
장수나 사병이나 똑 같이 6개월간 천일염을 생산하는 곳으로 보내 강제노역을 시키기로 판결했다. 대상자는 끝까지 반발하다가 결국 힘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항복한 강경파로 분리된 무리들이다. 이들을 이곳에 놔둘 경우 반란을 일으킬 염려가 많다고 판단한 것이다.
어디고 강경한 무리가 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멀리 보내는 방법을 택했다. 적당히 교육시켜 풀어 주거나 또는 대진국의 군인으로 만들 생각이다.
천일염을 생산하는 염창 시로 보낼 포로의 수는 무려 1만명이나 되었다.
“척 소령, 염창으로 가는 포로는 네가 책임지고 이동시키도록.”
“넷!”
무장이 해제된 상태라지만 인솔해서 데리고 가야하기 때문에 설화에게 지시했다.
“군단장이 기마병 2000명을 인솔해서 전쟁포로들을 봉황성으로 데리고 가지.”
“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이미 설화에게 앞으로는 봉황성에서 지내라고 했다. 봉황성으로 돌아가는 길에 전쟁포로를 호송해서 같이 이동하라는 뜻이다. 전쟁 포로를 데리고 가면 설화의 위치는 확실하게 확보된다고 판단했다.
‘돌아가면 설화부터 황비로 확정해 줘야겠어.’
다소 무질서하다고 장차관들이 느끼는 내명부의 위계질서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기로 했다.
이곳 길림에 남게 되는 전쟁포로들이 2만명이다. 남게 되는 전쟁포로들은 모두 새로 건설되는 도시와 길림시와 연결하는 공사장에서 6개월간 강제노역하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들의 대부분은 강제노역 기간이 끝나면 다시 대진국의 예비군으로 편성하게 된다.
“군단장은 작업시키며 성향을 잘 파악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도록.”
“넷!”
서쪽의 천리장성 지역과 달리 길림도의 치안은 지역의 유력자로 임명하지 않는다. 이곳에 주둔하는 정규군의 일부를 경찰로 만들어 치안을 유지할 생각이다.
빠르게 이런 필요한 조치를 내리고 있는 가운데 그제야 철씨 삼형제가 도착했다. 일찍 도착할 줄 알았던 그들이 너무 늦게 도착하자 물었다.
“왜 늦었나?”
“폐하, 건주본위 병사들 일부가 갑자기 이동해 잠시 동태를 살피느라 늦었사옵니다.”
“건부 본위 병력이 이동하다니? 어디로?”
“1만명의 기마병이 산해관으로 급하게 이동했사옵니다.”
대련항으로 많은 함정을 보내자 아마도 겁이 난 가정제가 건주본위의 기마병을 불러들인 것 같았다.
철씨 삼형제는 심양을 공격하기에 아주 좋은 기회다 싶었다. 하지만 함부로 군사를 움직이다가 문제가 생길까 염려했다. 동정만 살피다가 산해관으로 이동하자 이곳으로 왔다는 것이다.
‘건주본위를 공략할 좋은 기회인데 너무 아깝군.’
좋은 기회가 분명하지만 사실 그것은 결과가 좋으니 하는 생각이다. 자칫 일이 꼬이게 되면 전선이 너무 넓어져 수습하기가 어려울 수 있었다.
지난 일이야 아무리 후회해도 소용이 없었다. 최인범은 아쉬움을 훌훌 털어버리고 철씨 삼형제에게 지시를 내렸다.
“기왕에 왔으니 금일여가 사단을 창설하는데 도와주도록.”
“넷!”
이런 조치를 내리고 나자 제 9사단에게도 통화를 거쳐 환인으로 돌아가라는 명령을 하후돈에게 내렸다.
“제 9사단은 군마를 제외한 모든 보유 장비는 금일여 군단장에게 넘겨. 특히 화차나 화포는 하나도 남기지 말고 인계해.”
“넷!”
군마를 넘기지 않은 이유는 돌아가서 일부는 본래 주인인 주민에게 돌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곳은 몽골과 연결이 가능하니 몽골에서 군마를 쉽게 구입할 수 있어 이렇게 조치를 내렸다.
“장춘과 몽골이 연결될 수 있도록 도로를 정비하도록.”
“명을 받들겠나이다.”
“특히 앞으로는 군마가 많이 필요하니 되도록 그들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고 군마 확보에 최선을 다해.”
“넷!”
대진국의 영토가 넓어지자 도시 사이를 연결하는 역참의 수도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필요한 말의 수도 대폭 증가할 수밖에 없었다.
행정이나 군사적인 목적이 있다고 해서 민간인이 보유한 말을 차지해 버리면 경제 발전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해서 여진족에게 말은 생명과도 같으니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이곳에서 전쟁포로로 1만명이나 끌고 가니 말까지 빼앗을 수는 없었다.
물론 돈을 주고 말을 구입한다고 해도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늘어나는 역참이나 군대에서 필요한 군마는 모두 몽골에서 충당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금일여를 따로 불러 명령했다.
“주민들의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해.”
“넷!”
최인범은 길림에서 머물며 직접 도로 공사장을 살피며 도지사나 군수 등 도(道)와 시군(市郡) 설치에 필요한 관료들이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이 도착해서 행정기구를 만들어야 안심하고 떠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봉황성으로 전쟁포로를 이끌고 떠나기로 했던 설화가 찾아와 제안했다.
“폐하, 몽골과 말을 대대적으로 교역하려면 저와 폐하께서 직접 찾아가는 것이 제일 좋사옵니다.”
“나와 같이 몽골로 가자고요?”
“예, 그렇게 하면 몽골과 연합 전선을 펼 수도 있으니 가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알았소. 그렇다면 몽골로 가봅시다.”
더 남쪽에서는 몽골과 접촉할 수 없으니 이곳으로 온 길에 그들을 만나 협상을 직접해보기로 결정했다. 몽골과 협력하면 명나라를 상대하기가 수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