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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83화 (283/519)

283화

하카타 항구에서 최인범이 사무라이를 몰살시키는 큰 사건이 터졌다.

“500명이 20명에게 몰살을 당했다는 거야.”

“무슨 소리야. 10명에게 1000명이 죽었다고 하던데.”

“설마, 그 정도는 아니겠지.”

“고쿠라 성에서 사는 내 친구가 하카타로 장사를 다니잖아. 그가 직접 봤다고 하더군. 그 친구 말에는 타이다이쇼군이 혼자서 싸웠다고도 하고.”

이런 소문이 전해지자 혼슈 서부지역의 맹주인 오우치 가문에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괴력을 지닌 기마부대가 간몬해협을 넘어서 혼슈지역으로 오게 되면 제일 먼저 자신들이 대적해야 되기 때문이다.

“간몬 해협에 군사들을 배치해.”

“넷!”

이어서 하카타 항구에서 크게 위세를 떨치던 4명의 대상인을 처형했다는 소문은 빠르게 전파되었다. 규슈와 인접한 서부의 영주들은 다들 긴장한 상태로 조심스럽게 관망하고 있었다.

“영주님, 우리도 닌자를 보내지요.”

“알았어, 정보만 수집해 오라고 여자 닌자를 고용해서 보내.”

“넷!”

한편 하카타 항구에서는 사무라이들이 떼죽음을 당해 모조리 사라진 이후 살아남은 8명의 대상인들은 급하게 낭인인 사무라이를 모집했다.

“전보다 보수를 더 준다고 선전해서 빨리 모집합시다.”

“그럽시다. 최소한 집을 지킬 무사라도 구해야 합니다.”

자신들을 보호할 어떤 무력도 지니지 못하게 되자 불안했다. 대산인들이 낭인으로 떠도는 무사들을 모집해도 최인범은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신사여각에 머물고 있는 가운데 철갑웅이 2층에 있는 숙소로 찾아와 그에 대해 보고했다.

“전하, 대상인들이 떠돌이 무사들을 대대적으로 모집하고 있습니다. 이대로 놔두실 겁니까?”

“왜? 무슨 문제라고 있나?”

“아직 어떤 문제는 없지만 앞으로 무사들이 많아지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게 왜 걱정인가? 그때는 이미 우린 여기를 떠났을 때인데.”

최인범은 이제 규슈를 떠나도 된다고 판단했다. 하카타 항구에 봉황성의 군대를 주둔시켜서 자신이 직접 관리할 생각이 없었다. 이미 대상인들에게 주인장이란 무역허가증 발급을 미끼로 충분히 대상인들을 통제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철 중령, 너무 걱정은 하지 말고 시간이 나면 친위대대 병사들의 훈련이나 시키지. 중대장들이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너무 무술들이 부족하지 않나?”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런 대화를 나누는 중에 갑자기 탁자가 심하게 흔들리고 창문이 덜컹거렸다.

드드드드. 드드드드.

심하게 여각이 흔들리는 느낌이 들자 최인범은 즉시 지진이 발생했다는 알았다. 이곳이 지진의 중심인 진앙지가 아니라면 어딘가는 이보다 큰 진동을 느낄 정도의 강한 지진이 일어났다.

이때 밖에서 사람들이 크게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화산이 폭발했다.”

“아소 화산이 터졌어!”

이런 큰 외침에 놀란 최인범은 급하게 사람들이 손가락으로 지목하는 동남쪽을 바라보았다. 멀리에 수중기인지 연기인지 모르지만 하늘을 완전히 가릴 정도로 품어져 나왔다.

“저런! 아소 화산이 터졌군.”

검은 구름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대규모로 화산이 분출한 모습은 아니다. 그러나 활화산인 아소 산이 평소에 품어대던 수중기와는 다르게 먼 이곳에서도 목격할 정도로 많이 품어내고 있었다. 이곳에서 저런 정도의 수증기를 목격할 정도면 어쩌면 용암도 많이 분출했을 것 같았다. 자칫 재수 없으면 아소 화산이 크게 터져 자신도 큰 피해를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필이면 이때 왜 화산이 터지는 거야?”

“전하, 소신은 부대원들에게 가보겠습니다. 조금 전에 일어난 지진도 있었으니 혹시 피해가 있는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 지진이나 화산 폭발을 처음 본 부대원도 있을 것이니 가서 확인해.”

“넷!”

기마병들이 혹시 동요할까 걱정이다. 처음 목격한 자연재해니 의외로 동요가 심할 수 있었다. 이런 생각을 하다가보니 화산이 분출되는 아소 산 쪽으로 착호 활동을 떠난 2중대의 기마병들이 은근히 걱정된다.

‘그쪽은 무사한지 모르겠군.’

직접적인 피해도 걱정이지만 그보다는 군사들이 혹시 겁을 먹어 심하게 동요할까 그게 더 걱정이다. 처음당하는 지진이나 화산 폭발은 여진족에게는 공포감을 줄 수도 있었다. 더구나 이런 현상은 하늘이 노해서 일어난다고 아는 병사들도 많으니 자칫하면 여파가 클 수도 있었다.

별로 실속도 없는 착호 활동을 보낸 이유는 무력시위 성격도 있지만 새로 구성된 부대라 사냥을 통해 군사훈련을 시킬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쪽으로 생각하면 좋을 수도 있었다.

‘혹시 지진과 화산 폭발이 심했다면 우릴 따라서 봉황성으로 가서 산다는 왜인들이 많아질 수도 있겠군.’

자연재해인 화산폭발, 지진, 해일, 태풍 등이 많은 왜는 사람이 살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다. 그 때문에 왜에서 사는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자연재해가 적은 한반도를 선호하는 경향이 많았다. 더구나 한반도는 고래부터 대륙과 연결되어 선진문화를 빠르게 받아들여 모든 문화가 발달되어 있었다. 조선보다 문화적으로 후진국인 왜인들에게는 조선이나 요동 지역은 항상 동경의 대상이다.

이때 배지기 중위가 급하게 다가와 보고했다.

“전하, 아소 산의 화산 폭발과 지진이 아주 심한 모양입니다.”

“왜 그렇게 보나?”

“전하, 정찰을 나갔던 대원들의 보고에 의하면 어제부터 야생동물들이 수도 없이 북쪽으로 빠르게 이동했다고 합니다. 특히 호랑이도 떼 지어 도망가는 것을 봤다고 합니다.”

“뭐? 호랑이가 떼를 지어서 북쪽으로 도망쳐?”

“넷!”

이런 보고를 받는 순간 다시 땅이 심하게 흔들리는 느낌이 들고 아소 화산에서 분출되는 수중기가 더 심하게 하늘로 오르는 장면이 목격되었다. 계속된 지진과 화산 활동이 심해지자 최인범은 급하게 지시했다.

“빨리 전 부대원에게 비상사태를 발동해.”

“넷!”

그러나 더 이상 지진도 추가해서 일어나지 않고 아소 화산도 잠시 시간이 지나자 거세게 품어내던 수중기의 양이 대폭 줄어들었다.

“쩝! 공연히 식겁했네.”

별일 아니다 생각하고 최인범은 그래도 자신이 챙겨야할 부분이 많아 하카타 상인들과 만나 이런 저런 업무를 보았다.

다음날 아침 식사를 마치고 한가하게 차를 마시는 중에 연락병이 급하게 다가와 보고했다.

“전하, 저희들이 있던 남쪽 지역에서는 지진으로 집들이 무너지고 피해가 아주 급니다. 그리고 아소 화산도 많은 용암을 분출했고요.”

“그래? 해안지역만 다니라고 했는데 아소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된 것은 어찌 아나?”

“중턱에 있는 초지지역에서 기르는 말을 보러 갔다가 용암이 그곳까지 흘러나와 목격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착호 활동을 중단하고 모두 이곳으로 철수하고 있사옵니다.”

“알았어.”

보고로만 들으니 위험하다는 것이 실감나지는 않았다. 그러나 점심때가 되어 도착한 2중대인 기마병들을 보고 남쪽의 상황이 상당히 심각한 것을 느꼈다. 다들 겁에 질린 표정들이고 그곳에서는 땅도 쩍쩍 갈라지는 곳도 있다니 지진이나 화산의 폭발 정도가 심했다는 것을 알았다. 규슈의 남쪽에 피해가 발생했다고는 하나 무슨 구조 활동을 해줘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부대원들이 목격한 것은 야생동물들이 대규모로 북쪽으로 달아났다는 것이다. 특히 큰 야생동물의 경우 그 정도가 아주 심했다고 보고했다.

대원들이 심하게 동요하는 것 같아 안심을 시키고 2함대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2함대는 규슈를 완전히 일주해 간몬해협을 통과해 하카타 항구로 돌아오게 되니 기다리는 것이다.

이윽고 2함대가 돌아와 이민준 2함대장이 보고했다.

“전하, 저희들이 간몬 해협을 지날 때 너무 신기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뭐를 봤는데 신기해?”

“황소만한 호랑이가 등에 장검을 든 여자를 태우고 간몬해협을 넘어가더군요. 그리고 그 호랑이 말고도 수 십 마리의 크고 작은 호랑이가 해협을 넘어서 혼슈로 갔습니다.”

“여자를 태우고 호랑이가 바다를 건너?”

“넷! 호랑이야 본시 수영을 잘하니 폭이 불과 1500보도 안 되는 해협을 넘어서 충분히 이동이 가능하죠. 더구나 물살에 떠밀려 가는 식이라 쉽게 넘어가던걸요.”

이민준 중위가 신기하다는 이유는 호랑이 등에 여자가 타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많은 호랑이가 혼슈 쪽으로 떼를 지어 넘어가서 그게 너무 이상하다는 것이다.

최인범이 생각해 보니 이제 규슈에는 어쩌면 호랑이가 완전히 사라지거나 아니면 극히 일부만 남았다고 판단했다. 하루에 수백킬로미터의 이동이 가능한 호랑이는 상당히 예민하다. 규슈에서 이번에 발생한 지진과 화산 폭발로 별로 살기 좋은 곳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혼슈로 넘어간 것이 분명했다.

“여자가 장검까지 들고 있어?”

“예, 아무튼 짐승 가죽으로 아래만 가렸는데 낄낄거리고 웃으며 넘어갔어요. 귀신에 홀린 기분이라 활로 쏘아 잡은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소문에 호랑이가 사람을 태우고 다니다가 잡아먹는 다고 했다. 지어내기 좋아하는 왜인들의 말이라고 흘렸다. 하지만 실제로 부하들이 목격하고 더구나 여자가 호랑이를 타고 다닌다니 너무 이상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 이런 괴이한 일이 벌어지다니.’

한편 간몬 북부 지역에서는 일시적으로 규슈 지역에서 호랑이가 떼 지어 넘어오자 큰 혼란이 일어났다. 규슈의 호랑이가 떼 지어 넘어온 지 하루가 지니자 사람들을 공격해 피해가 속출하고 있었다.

전에는 밭고랑에서 노는 벌거벗은 어린 사내아이를 잡아가더니 이제는 대상을 가리지 않았다. 성인남자는 어김없이 공격당해 죽거나 잡아먹혔다, 성인 여자들의 경우는 특이하게도 등에 올려놓고 달아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곳의 패자로 있는 오우치 가문의 요시타카 영주는 피해 상황을 보고 받자 분노했다.

“뭐야! 집안까지 들어와서 여자를 물고서 도망쳤단 말이지?”

“그렇습니다. 크기가 황소만하니 여자 정도를 물고 가는 거야 어렵지 않나 봅니다.”

요시타카 영주는 급하게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전 사무라이와 군사를 총동원해서 호랑이를 잡아!”

“넷!”

요시타카 영주 휘하의 모든 사무라이들이 동원되고 농민군인 군사들도 소집령이 떨어져 호랑이 사냥에 나섰다. 그러나 호랑이를 발견해도 빠르게 달아나자 사냥에는 매번 실패했다. 하루가 다르게 피해 규모는 커지고 사라지는 여자들의 수도 점점 늘어났다.

처음에는 처녀만 잡아 가는가 싶더니 나중에는 의외로 간난아이가 있는 여자들을 몰고 가는 것이다.

“영주님, 어쩌죠? 하카타로 연락해서 전하를 모셔올까요?”

“뭐야? 전하는 무슨 전하? 이제 와서 오우치 가문을 대표하는 나보고 이제 겨우 솜털도 벗지 못한 젊은 놈에게 굽실거리며 사정하라는 건가?”

한때 왜의 전체를 호령하던 오우치 가문의 수장으로 조선출신인 젊은 무장에게 굽실거리고 싶지 않았다.

오우치 가문은 각 지역의 영주들이 활거 하는 전국시대로 접어들어 과거와 같은 위세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혼슈의 서부나 규슈 북부에서는 큰 세력을 이루는 처지로 자존심 때문에 호랑이를 대신 잡아달라고 사정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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