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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트레인-282화 (282/519)

282화

‘후우! 몰수한 재산을 우리보고 관리하라니 이제 죽었어.’

재물이란 본시 벌기보다는 관리하기가 무척 힘들다. 이유는 인간이란 부를 이루게 되면 자만심이 생겨 나태해지기 쉽기 때문이다. 더구나 가난하던 집이 부자가 되어 대를 물리면 후손은 그 부를 선대와 같이 소중하게 여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큰 부를 이루면 항상 주변에 각종 사람들이 끼어들어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그 큰 부를 가져가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관리하기가 어려운 다른 이유도 있었다. 세상사란 항상 변하기 때문에 부를 이루고 나서 그 부가 저절로 성장하지 못하는 여건으로 사회의 여건이 변화는 수가 있기 때문이다.

대상인들이 최인범의 조치에 별로 좋아하는 기색이 없는 이유는 4명의 재산을 몰수하고 그것을 주는 것이 아니라 공동으로 관리하라고 명령했기 때문이다.

‘우리보고 몰수한 재산을 계속 불리라고 명령하는 협박이야.’

자신의 재산도 관리하기 힘든 세상에 남의 재산을 공동으로 관리해서 불려야 하니 우거지상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본시 사업의 규모가 커서 이제 쉽게 재산을 불리기도 어렵다.

‘못 벌면 우리 돈으로 이득금을 채우라는 의도가 분명해.’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대상인들을 보며 최인범이 부드럽게 말했다.

“우리 죄인들을 효수한 거리로 한번 가볼까요. 지역의 주민들이 뭐라고 평하는지요.”

이 소리에 기겁한 대상인들은 고개를 저으며 빠르게 답했다.

“아닙니다. 가봐야 뭐 좋은 게 있다고요. 저희는 빨리 죄인들의 재산을 정리하겠습니다.”

“그렇군요. 그것도 정리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겠네요.”

“아닙니다. 최대한 빨리 정리해 보고 드리겠습니다.”

몰수한 재산을 8명이 공동으로 관리라는 명령 때문에 대상인들은 2명씩 조를 이루어 죽어버린 대상인의 재산을 일단 계산하는 순서를 밟았다. 아무도 두 사람의 재산을 정리를 감시하지 않지만 두 상인들은 절대로 속일 생각을 못했다.

칼날이 목에 있는 현재의 위치에서 함부로 속일 생각을 못했다. 혹자는 두 사람이 짜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고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건 너무 세상을 모르는 인사들의 얄팍한 계산이다.

강상의 법도도 없는 왜에서 어떤 부하 놈이 고자질 할지도 모르고 또 같이 조사하는 상대방이 고자질할 수도 있으니 절대로 속일 수는 없었다.

“전하께서는 상인들 보다 계산속이 너무 빨라.”

“그러니까, 아무튼 바둑에서 집계산도 잘하고 신산이야.”

하카타는 자유무역 도시라 많은 부를 이룬 곳이다. 12명의 대상인들이 가진 재산은 하카타 전체 재물에서 약 6할을 차지한다. 그러니 몰수된 재물은 하카타 항구 전체 재산의 약 2할로 이제는 최인범 개인의 수중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엄청난 재산이다. 이런 정도의 재산이라면 충분히 하나의 왕가를 이룰 만한 재물이 된다.

사실 왕정국가라고 해도 겉으로만 나라의 모든 부가 군왕의 재산이라고 칭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국가 소유가 대부분이다.

8명의 대상인들이 몰수된 재산을 정리해 목록을 가져오자 현금인 은괴는 모조리 챙기고 나서 최인범은 상인들에게 넌지시 제안했다.

“앞으로 계속해서 무역을 통해 재물을 모아야 하니 내가 해줄 수 있는 조치를 해주겠소. 우선 주인선으로 편하게 설명하지요.”

“전하, 주인선으로 상단을 운영하라고요?”

“그렇소.”

주인선(朱印船)이란 왜의 막부에서 공인한 서류를 소지한 허가난 무역선을 말한다. 그러니 최인범은 막부와 똑 같이 허가장을 발부해 그것을 소지해 무역선만 교역을 하도록 통제하겠다는 뜻이다.

“자, 쉽게 설명하죠. 12개의 상단으로 계산합니다. 적재해서 판매하는 물품에 대해서는 관리자들이 알아서 조율하시고 하카타에서 대마도호부로 갈 수 있는 주인선은 모두 24척으로 정합니다.”

“전하, 부산포는 몇 척이나?”

“부산포로 직항할 수 있는 주인선도 24척이고. 압록강 변에 있는 단동으로 가는 주인선의 경우는 모두 48척으로 정합니다. 그곳은 여기서 멀기 때문에 이동 시간이 오래 걸리니 그렇게 정합니다.”

결국 하카타 항구에서는 총 96척의 무역선만 운항하라는 뜻이다. 이런 지시를 받자 대상인들은 매우 곤란하다는 뜻으로 말했다.

“전하, 유구도 있고 멀리는 복건성이나 명나라의 절강성이나 또는 산동성도 있고 천진도 있는데 그런 정도의 주인장으로는 부족합니다.”

“그곳을 다니는 무역선들은 모두 해적인 왜구로 판정이 난 불법 무역선들이니 앞으로는 그대들이 운영하는 하카타 상인조합에서는 절대로 불법으로 무역선을 운항하지 마세요. 내 말을 어길 시에는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각자 알아서 신중하게 생각하시고요.”

이렇게 지시를 하고 주인선의 경우는 반드시 배에 하카타 항구 소속인 주인선을 나타내는 깃발을 달고 다니도록 명령을 내렸다.

“어떤 모양이죠?”

“그야, 그대들이 좋아하는 꽃으로 그리세요.”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모란으로 그리겠습니다.”

이들은 모두 대륙 출신이라 벚꽃 보다는 모란꽃을 선택하는 것이다.

모란은 백화의 왕이라고 할 만큼 그 아름다움이 진중하다. 화왕(花王)으로 부귀화(富貴花), 부귀초(富貴草)로 불리기 때문에 무역선의 상징으로는 적당했다.

또한 허가장인 주인장을 항상 소지하고 다녀야 하고 불법적인 무역품을 거래하는지 관선인 수군이 검문하는 경우 반드시 응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검문에 불응하면 주인선도 무조건 왜구로 간주합니다.”

“예? 잘 모를 수 있지 않나요?”

“그런 경우는 절대로 없을 거요. 반드시 불꽃으로 정지 신호를 보내게 될 것이니까.”

“그런 방법이라면 몰라서 지나치지는 않겠군요.”

이어서 대상인들이 말한 항구들과의 무역에 대한 문제는 추후 자신이 봉황성으로 돌아가면 순차적으로 해결해 준다고 했다.

“내가 봉황성으로 가게 되면 천진항으로 가는 주인선은 최대한 빨리 풀어서 주인선의 척수를 정해 허가장을 발급해 주고 산동지역은 반란군이 점령했으니 그곳 반란군을 소탕하면 자연히 풀리게 될 거요.”

“알겠습니다.”

“그리고 조선이나 또는 명나라의 다른 항구의 경우는 차츰 형편을 봐가며 주인선의 허가장을 늘릴 것이니 그렇게 아시오.”

“잘 알겠습니다.”

“특히 명나라의 남쪽 항로는 어쩌면 쉽게 풀릴 길이 있을지 모르오. 내 장인이 남경에 있으니 서로 협의만 잘하면 쉽게 풀릴 수도 있다고 봅니다.”

“아하, 그렇군요.”

이런 조치는 하카타 항구 소속이 아닌 무역선은 조선이나 명나라 그리고 봉황성에서는 모두 해적인 왜구로 간주하고 걸려들면 무조건 격침시킨다는 뜻이다.

독립국가인 유구 왕국의 경우는 봉황성으로 유구국에서 사신이 도착하면 그때 정하겠다고 했다. 그러니 유구국으로 가는 무역선을 10척까지만 정해서 그런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잘 알겠사옵니다.”

이런 조치 이외에 배의 크기도 정했다.

현재 제일 큰 배들만 주인선으로 허가를 내줄 것이니 소소한 작은 배들은 판매하던가? 폐선 처리하고 근해어업을 하는 어선으로 바꾸라고 했다.

“전하, 그렇다면 현재 보유한 배들로는 허가난 주인선의 척수를 채워서 운항하기도 힘듭니다.”

“그러니 빨리 대형 주인선으로 바꾸라는 겁니다.”

“알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주인선이 무역하게 되는 무역품에 대한 세금을 정해 주었다.

“두 가지가 동시에 적용됩니다. 하나는 입항과 출항허가세로 이는 일정한 금액을 들리게 되는 항구에 내는 것이고 무역품에 대해서는 선적지인 하카타에 1할, 도착지의 항구에 1할을 내니 그렇게 아세요.”

이것은 전에 비해 상당히 낮은 세금을 물린다는 조치다. 너무 세금이 많아지면 밀수선이 늘어나니 그것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이런 조치를 내렸다.

“깃발도 중요하지만 앞으로는 선체 자체에도 선박의 명칭을 적어서 운항하세요. 그래야 세금이나 그 배가 움직인 경로도 명확해 해적인 왜구로 오해 받는 경우가 사라지니까요.”

“잘 알겠습니다. 아주 크게 뱃전에 쓰도록 하겠습니다.”

“주로 봉황성과 조선의 수군에서 검문하니 훈민정음으로 쓰도록 해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런 조치를 하카타의 상인조합원들인 대상인들에게 정해주고 나가사키 영주를 만나 그에게도 주인장에 대한 설명과 조치를 내렸다.

다른 내용은 똑 같고 주인선은 각 지역에 모두 2척씩으로 정해 주었다. 결국 앞으로는 왜의 주인선 이외에 모든 선박들은 명나라나 조선의 해안으로 접근하면 격침당할 각오를 해야 되는 것이다.

최인범은 자신이 취한 조치에 대해 대마도호부와 부산포로 신속하게 통보하게 되었다. 물론 봉황성으로도 연락이 되도록 조치를 내렸다.

봉황성이야 자신의 봉토지니 그저 통보해 주는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해관계가 있는 조선으로 미리 연락해야 한양의 조정에서 추인하게 된다.

‘큰 문제는 없이 주상이 조정에서 내 뜻대로 해줄 거야.’

조선에서도 무역선을 직접 운항하고 싶으면 자신이 하카타에서 허가한 수와 동일한 주인선을 조선의 상인들에게도 허가해 주라고 통보한 것이다.

이런 조치를 내리고 나서 최인범은 규수 지역의 호환은 완전히 해결해 주겠다는 명분으로 제1기병 중대 80명에게 명령을 내렸다.

“아소패는 지금부터 규수를 해안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호랑이를 소탕하도록 해.”

“전하, 내륙의 높은 산속에는 가지 않나요?”

“산속 깊이까지 뒤지려면 너무 시간이 걸리니 해안 지역만 수색해서 호랑이를 소탕하고 하카타 항구로 돌아오도록 해.”

“명을 따르겠나이다.”

이는 규슈지역에서 위세를 떨치는 호랑이를 소탕한다는 명분으로 일종에 무력시위를 규슈 전 지역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뜻이다.

기마병 1개 중대인 80명으로 무력시위가 될 수는 없었다. 하지만 항상 1개 함대가 해안선을 따라다니니 항구를 거점으로 세력을 이루는 규슈의 영주들에게는 위협이 될 수 있었다.

해군 2함대의 판옥선 10척과 제2기병중대 80명이 떠나고 나자 최인범은 그제야 1함대의 판옥선에 적재된 고대유물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가지가 여럿 달린 낡은 검은 왜에서 귀하게 국보로 여기는 칠지도와 비슷한 모양이다. 녹이 너무 심해 검에 새겨진 명문은 해독하기가 힘들고 나중에 어떤 조치를 취해야 읽을 수 있었다.

“칠지도도 있고 귀한 유물이 많군.”

“전하, 이것을 봉황성으로 가져가야죠?”

“당연하지. 아무튼 철을웅이 이번에 큰일을 수행했어.”

최인범이 백제시대 유물을 살펴보며 판옥선에 자주 왕래하는 가운데 주인선을 하카타에서만 발행한다는 소식은 왜로 널리 퍼졌다.

그렇지 않아도 힘이 약하던 막부는 이제 주인장 발부에 대한 권한마저도 사라져 버린 것이다. 또한 기존에 발행된 주인장이 휴지가 되어버린 영주들은 난리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우리는 뭐로 먹고 살라고.”

군사적인 문제는 뒤로 하고 당장에 먹고살 문제점이 대두되었다. 다른 지역은 모르지만 간몬 지역에서 조선과 무역해 재물을 얻고 있던 영주들은 문제가 터진 것이다. 열도가 이 때문에 크게 술렁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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