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8화 〉 3 1 / 숲 속의 마녀 리제에게 (8)
* * *
(1)
모닥불이 불티를 내며 타올랐다. 훈훈한 공기가 금새 실내를 덥히는 가운데, 한껏 이불 속에서 서로 엉켜있다가, 지금은 서로 땀투성이가 되었다.
“하아, 하아…. 으, 응….”
거울을 보지 않아도 지금 제 얼굴이 한껏 붉게 달아올랐다는 걸 알 것 같다. 천천히, 루시탄의 위에 올라타 허리를 슬슬 움직이면서 안쪽을 느릿하게 치근덕거리는 감촉에 더운 숨을 내쉬었다.
“으, 으응, 아, 흐읏.”
바르르 떨려온다. 어느 쪽이 먼저 몸을 떨었든, 지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몸을 겹치고 있는 시간이 너무 달아져 버려서, 벌어진 입에서 침이 고일 정도였으니까.
“그으, 래… 서, 어….”
허리가 야릇하게 살 부딪히는 소리를 내며 위아래로, 때때로 좌우로 원운동을 했다.
안쪽을 득득 긁어내고, 쿵쿵 찧어대면서… 제대로 기분 좋은 곳을 찔렀다. 골반을 붙든 손아귀 아래로, 당연히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
벽난로 온기로 더운 방, 거기에 이불까지 둘러쓰고, 몸을 겹치는 열기까지 더하니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는데도, 몸과 마음은 더 뜨거워지길 원하는 것만 같다.
“대, 체에. 어디… 가, 그렇게… 아흐읏!”
말을 제대로 이어갈 수가 없다. 머릿속에 안개가 낀 것 같다. 무척이나 뜨겁고 달게 느껴지는 그런 안개가. 자꾸만 허리를 흔들라고, 엉덩이를 비벼대라고 성화다. 젖꼭지가 봉긋하게 솟아올라, 옅은 조명 아래 반짝이는 땀에 젖었다.
“후우, 흐으… 뭐야, 싫은 것처럼 굴더니, 결국 이렇게 됐잖아.”
아래에 느긋하게 누워서 살결을 탐하듯 손으로 뭉근하게 주물러가던 루시탄이 슬그머니 엉덩이를 쓰다듬는가 싶더니, 갑작스레 짜악, 하고 엉덩이를 한번 후려쳤다. 뜻밖에 얼얼하게 번져오는 아픔보다 쫄깃하게, 오싹하게 신경을 후비듯한 쾌락감에 허리가 후들거렸다.
내 얼굴을 올려다보던 녀석이, 이를 드러내고 씩 웃었다.
“너 지금 꽤 그럴듯한 얼굴 하고 있다고.”
“하아, 하… 아, 시, 끄… 러워. 됐으니까, 너도… 흔들, 라구….”
엉덩이를 한 대 후려맞은 것 때문인지, 지난 번 웬즈데이에게 당했던 게 생각나버렸다… 솔직히 기분 좋았던 건 부정 못 하겠다. 웬즈데이에게 깔려서, 엉덩이를 때려지면서 오우거의 자지를 본뜬 딜도로 꽈악 채워진 것이 생각나자, 자기도 모르게 꽈아악… 속살이 좁혀들었다. 탱글하게 여물어, 진득하게 젖어간 속살이 루시탄의 남근을 쪼여붙었다.
“…아, 으읏. 기분… 좋, 앗. 더, 더어. 아…!”
제 속살이 루시탄의 남근을 꽉 붙잡은 탓인지 녀석의 질감이 한층 생생하게 느껴졌다. 가장 기분 좋게 되어버린 곳을 쿠욱 찌르면서, 그대로 물러서며 긁어오고, 한번 더 허리를 치달아 밀어올린다. 신경이 타버릴 정도의 쾌락감에 허리에 힘이 풀릴 것 같았다.
빡빡하게 좁혀든 고기구멍의 촉감을 버티지 못한 것은 루시탄도 마찬가지. 살짝 빵빵하게 부풀어오르는가 싶더니 안쪽에 지근거리는 흔적을 내었다. 만족했다는 듯이 숨을 내쉬는 녀석의 입술에 살짝, 머리를 내려 입맞춤했다가 떼었다. 말로 하기는 부끄러운데도, 키스에는 저항감이 없다니.
“…정말… 너랑 다니면서 아침마다 허리가 저리게 되었단 말야. 어쩔 거야, 이 색골 왕자.”
“누가 할 소리야, 이 마녀가.”
…생각해보면 나나 이 녀석이나 꽤 밝히는 게 남들 보기엔 문란한 한 쌍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으으읏, 하고 제 안에서 루시탄의 것을 뽑아내면서 허리와 엉덩이가 바들거렸다. 온몸이 땀에 젖어서 바르르 떨린 채, 녀석의 곁에 털썩 누워버렸다.
“지쳤어…. 으, 졸려오는데….”
하루종일 골렘 연구동을 견학하느라 피곤한 건 둘째치고, 그 상태로 한 판 떠버린 데다 따끈한 이불에 들어가 있으니 눈이 감기려는 건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안 돼, 일어나. 너 그러면 나도 졸리려고 하니까.”
베개에 얼굴을 묻고 칭얼거리려고 했는데. 엉덩이를 주물러대는 감촉에 조금 째려보면서 결국 몸을 일으켰다… 후들거린다. 결국 머리를 흔들고, 떠놓은 물을 한 모금 마신 다음에야 아주 잠시 잠을 쫓아낼 수 있었다.
“그럼 정신 차렸으니 얘기를 하자고. 아무리 골렘이 악취미여도, 이렇게 대놓고 서로 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으면 엿보고 있진 않을 테니까.”
“…오히려 엿보고 있는 건 아닐까?”
루시탄은 자신만만하게 말했지만…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딘가에서 이 방을 엿보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 거 좋아하는 손님도 결코 드물지 않았다. 레짐에서 마담 윕의 가게에 있을 때에는, 자기 남자가 창녀를 범하는 것을 보면서 즐기는 여자 손님도 있었을 정도니.
“…뭐 엿보고 있으면 그때는 그때의 대응을 하면 그만이고. 난 아무래도 이 저택이 수상해. 그러니까 네가 오늘 보고 들은 걸 좀 알려달라고.”
“보고 들은 것이라….”
루시탄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오늘 보고 들은 건 전부 골렘에 대한 것뿐인데. 리제가 하는 말도 모두 벤 가브롤에 대한 말뿐이었으니까.
“…이렇다할 만한 건 없었어. 그냥 이 저택의 주인이 어지간히 골렘 좋아하는 골렘 애호가라는 것만 확인했지. 괴짜라는 건 너도 알 거고.”
“그렇지.”
루시탄은 선선히 긍정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입에서 나올 말을 기다리는 투라서, 처음부터 천천히 리제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무슨 말이 있었더라.
“아, 그러고보니 술라 님에 대한 얘기가 있었어.”
“술라?”
의외의 이름이었는지, 루시탄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리제의 말에 따르면 이 저택의 주인 벤 가브롤은 술라와 막역한 친구였다고 하며, 때때로 술라가 이 저택에 들러 골렘들을 보수해주고 간다고 했지. 그 얘기를 하자, 루시탄은 미간을 좁히곤 잠시 생각에 빠졌다.
“…아니, 난 들어본 적이 없군. 뭐, 꼭 들려줄 필요가 있는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그러고보니 해에 한두번쯤 며칠씩 자리를 비웠을 때가 있었던 것 같아. 그 때에 여기에 왔던 건가? 흐음.”
“근데 말야. 애시당초… 여기를 왜 그렇게 수상하다고 생각하는데?”
왜 이 녀석은 이 저택을 수상하다고 여기는 거야? 뭐가 문제라서?
내가 보기엔 그냥 죽은 주인을 기리면서 조용히 사는 것뿐인데.
“바로 그거야.”
“뭐가?”
루시탄은 내 얼굴을 가리키면서 조금 표정이 진지해졌다. 그러니까, 대체 네가 말하는 그게 뭐냐고.
“저 골렘들은 나에게는 자기 주인이 죽었다는 말을 한 번도 하지 않았어. 아니, 그렇다기보단… 녀석들은 주인이 죽었다는 인식 자체가 없는 것처럼 보여. 대체 왜 그럴까?”
“잠깐만, 잠깐만. 리제는 알고 있었다고.”
리제와 처음 만났을 때 리제는 주인님이 타계했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던가. 주인이 타계했다는 것을 제대로 알고 대신 이 저택을 관리하고 있다고 했었다.
“다른 골렘들은… 죽음이라는 걸 모르는 모양이지 뭐.”
“그렇게 단순한 일이 아닐 텐데?”
종종 있는 일이다.
단순 작업만을 반복하는 골렘에게는 고등한 사고 능력을 주지 않는 법이다. 희노애락의 감정을 느끼지도, 생로병사라는 것을 이해하지도 않는다. 주인이 죽으면 망가질 때까지 주어진 작업을 계속하거나, 혹은 바로 동작을 멈추곤 한다.
그런데… 루시탄이 느낀 위화감의 편린이 손끝에 걸린 것 같았다.
그렇게나 골렘에 공을 들인 연구동을 만들었는데… 그 연구동을 관리하는 골렘에게는 정작 자율 사고를 주지 않았다고? 저급한 돌 골렘에까지 온갖 노력을 기울이던 사람이, 그냥 작업만 하는 골렘을 만드는 데 만족했다고…? 어딘가 그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이 저택에서 자율 사고가 가능한 골렘은 리제 뿐이야.”
자율 사고가 가능한 골렘을 만드는 건 사실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나조차도 할 수 있을 정도니까. 신체를 골렘으로 대체하고, 거기에 영혼을 강령시키면 될 일이다. 이 녀석은 리제와는 거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는데 그걸 알아챘단 말야?
“내가 골렘 마법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위화감을 느꼈을 뿐이야. 보아하니 주인이 집을 비운지는 오래되었는데, 그럼 누가 실질적으로 이 집을 관리하고 있는지를 생각해봤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아가씨’라는 게 수상쩍더라고.”
하여간 의심 많은 녀석이다. 뭐 이제껏 숱한 일을 겪었으니 의심을 하지 않는 편이 더 이상하지만. 내가 본 것만 해도 꽤 골치 아픈 일의 연속이었는데, 그런 일을 계속 겪어왔다면 지금 같은 성격이 되는 것도 이상할 건 없다.
그렇게 무심코 중얼거렸더니, 루시탄은 입술을 비죽거렸다. 남들 앞에서는 보이지 않는 반응이다.
“내 성격이 뭐 어때서?”
“의심 많고, 계산적이고, 인내심은 좀 부족하지.”
“뭐라는 거야, 이 오지랖 귀신이.”
…그렇게 나온단 말야? 이를 드러내 한번 씩 웃곤 루시탄에게 덤벼들었다. 내가 녀석의 목에 입술을 대어 잇자국을 남기려는 것을, 녀석은 어이없어하면서도 그냥 받아주었다. …어째 지고 들어가는 기분인데.
“아무튼, 네가 뭘 수상하게 여기는지는 알겠는데… 그럼 어떻게 할 생각이야?”
“글쎄. 여기 주인이 썼다는 서재가 있었는데, 한번 어떻게 들어갈 수 있을지를 알아봐야지.”
“잠깐, 지금 서재라고 했어?”
루시탄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귀가 확 트이는 것 같았다.
분명 리제가 그랬던가. 벤 가브롤은 연구를 글로 남기는 것에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성격이라, 글로 된 연구를 남기지 않았다고.
그런 사람이… 서재를 가지고 있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이 점만큼은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 저택은 그저 죽은 주인을 기리며 골렘이 살아가는 곳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리제는… 뭔가를 숨기고 있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