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1 1 / 존경해 마지않는 마담 윕에게(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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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읏…, 으윽, 아…. 으으응, 윽.”
둔탁하게 살이 부딪혔다. 부대꼈다는 표현이 맞을지도 모르겠다.
어슴푸레한 새벽의 고요함은 어둠 속에서 몸과 몸이 한 덩어리로 뭉쳐져 자꾸만 치대어지는 욕구 어린 소리에 진즉에 흩어진 지 오래였다.
굵직한 손이 여자의 골반을 덥썩 붙잡았다.
제 탄탄한 배 위에 여자를 앉혀 태운 채, 마치 자신은 말이라도 된 것처럼 콧수염이 짙은 남자의 커다란 코에서 거친 숨이 후욱, 후욱… 리드미컬하게 비어져나왔다.
여자는, 남자가 만들어내는 섹스의 리듬 위에 간신히 올라탄 채 제정신을 가누지도 못하고 있었다.
근육이 탄탄한 두꺼운 팔이 여자의 가냘픈 몸을 한 번 살짝 들어올렸다가, 쿠웅 하고 거세게 찧었다.
그때마다 여자의 입에서 튀듯이 한층 높아진 교성이 지릿하게 눌어붙었다.
붉게 물들인 비단 실타래처럼 하늘하늘한 적색의 머리카락이, 몸을 흔들 때마다 출렁거리는 풍만한 젖가슴에 춤추듯 드리웠다.
여자의 몸은. 밤 내내 이어진 행위로 인해 땀으로 범벅이었다.
남자는 그 살이 농밀하게 오른 젖가슴과 붉디붉은 머리카락을 동시에 움켜쥐고는 흡족한 숨소리를 토해내었다.
부들부들 사타구니를 떨고, 털이 짙게 돋아난 굵직한 다리를 세워 지탱하며 허리를 당겼다가,
마치 제 말에 박차를 가하듯 퍼억 말 그대로 여자의 가랑이에 제 좆대를 성난 숫소마냥 들이받았다.
부르르르. 이번엔 여자가 한층 울어댈 차례였다.
“읏, 으으으응....! 학, 아! 기사, 니임.”
“학, 학, 학. 이런 시골에… 정말 이런 탐스러운 붉은 머리카락이 있을 줄이야. 너 꽤… 좋은 여잔데. 운이 꽤 좋았어…. 마음에 드는데, 정부로 삼아버릴까?”
“학…, 아아앙. 안 돼요, 그런 말씀은… 기사님은, 교회의 성기사신… 데에….”
욕정으로 번들거리는 웃음을 이를 드러내며 씩 웃고는 자꾸만 허리를 유연하게 튕겨 박음질처럼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당겼다가 다시 아래에서 위로 쳐올리길 반복했다.
“교회의 율법? 크흥, 그딴 게 뭐 어쨌다고… 사생아 하나둘 없는 주교도 없는 판국인데, 아무한테나 대주는 천박한 시골 갈보년 주제에 감히 누구한테 앙탈질이냐!”
짜아아악!
엉덩이를 크게 후리는 손길에 여자는 힉, 하고 고통 어린 숨을 잠시 내쉬었다가, 고통으로 일그러지려는 표정을 황급히 다른 표정으로 화장을 고치듯 가렸다.
음란하게 휜 눈망울에 가득 눈물을 매단 채 교태부리는 표정은 말 그대로 남자의 가학심 가득한 취향에 맞춘 듯이 제대로 들어맞는 것이었다.
이미 여자의 양쪽 엉덩이는 남자가 낸 손자국으로 빨갛게 부어올랐다.
양쪽 모두, 내일 아침이면 퉁퉁 부어있을 게 틀림없었다.
남자가 별안간 몸을 일으켰다.
자연히, 그 배 위에 타고 앉은 채 앙앙거리던 여자는 등 뒤로 넘어가, 침대에 등을 대고 누워 남자를 올려다보는 꼴이 되었다.
야살하게 휘어진 눈망울에 일말의 두려움이 서리는 것을 남자는 속으로 흡족해하면서 여자의 배에 제 배를 맞추고 손으로 뭉그러지도록 젖가슴을 쥐어 터뜨릴 듯 주물러대었다.
볼록하게 서오른 유두는, 제 취향처럼 청초한 연분홍색이어서 실로 흡족했다.
“아앙, 앗… 하아, 아으으응.”
여자가 신음했다.
열락이 살살 묻어나는 그 목소리가 한층 더 남자의 욕구를 자극해, 체중으로 짓누른 뒤 이번엔 위에서 아래로 파성추처럼, 여자의 보지를 내리찍어대었다.
성난 좆을 마상창마냥 마구 휘두르는, 마치 상대를 말에서 떨어뜨려야 하는 마상시합처럼.
사실 다를 게 없었다.상대가 갑옷을 입은 기사가 아니라 제 취향의 붉은 머리를 가진 창녀라는 것만, 빼면.
퍼억, 퍼억, 퍼억… 남자는 한껏 욕망을 풀어 여자를 범했다.
여자의 배가 넘는 체중을 받아내어야만 하는 골반이 위태롭게 삐걱거렸다.
남자의 다리에 얽힌 여자의 다리가 힘없이 하늘거리는 것은 꼭, 상대에게 받아낸 항복선언처럼 짜릿했다.
“윽, 하아, 학…!”
뱃속에서 쿵쿵거리는 좆대가리가 부글거렸다. 그리고 이내 승리처럼 정액을 쏟아부었다.
거품 이는 정액이 미끈미끈하게 태내에 감겨붙는 것을 희미하게, 찜찜한 기분으로 느끼며 여자는 생각했다.
못 해 먹겠네, 씨발.
존경해 마지않는 창관 주인 ‘마담 윕’의 규칙 그중 하나.
밤손님을 받았으면 무조건 아침에는 손님보다 먼저 일어나라.
아침에 일어난 손님은 으레 공짜 서비스 한판을 요구하기 마련이고, 옆에 창부가 자는 것을 곱게 깨워줄 손님은 거의 없으니까.
물론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규칙은 아니다.
닳고닳은 베테랑들은 일을 치른 뒤 새벽에도 일어나 몸단장을 마친 뒤 아침에 일어난 손님의 비몽사몽한 틈을 잘 파고들어서 팁을 뜯어내는 것을 자랑스럽게 노하우로 전수하기도 했다.
…그리고 자신에게는 해당 사항이 없다.
그냥, 그저 잠이 부족해서 죽을 것 같은 얼굴을 손님에게 겨우겨우 보이지 않는 게 고작이다.
옆에서 드르릉, 드르릉 코를 고는 손님의 콧수염난 얼굴에서부터, 자못 자랑스럽게 드러낸 가슴팍에 무성하게도 자란 가슴털에 진저리를 쳤다.
지난밤에는 참, 어두워서 저 가슴털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지.
비틀비틀 갈지자 걸음걸이로 겨우 방에서 기다시피 나오자, 먼저 아침 청소를 시작한… 슬슬 얼굴이 익숙해져 가는 여급과 눈이 마주쳤다.
여관의 허드렛일을 하는 그녀는 자신과는 다르게 아주 쌩쌩해 보이는 얼굴이었다.
…부럽게시리.
하품을 지독스럽게 하면서 손을 흔들어 인사를 건넸다.
“…안녕, 메이. 아줌마는 일어나셨어?”
“좋은 아침, 로즈. 간밤에는 고생 많았지? 아주머니는 식사 준비하고 계셔.”
“그래서 전혀 좋은 아침이 아니야…. 씨발, 죽겠네.”
“내려가서 물이라도 좀 마셔.”
로즈는 여기서의 내 이름이다.
원래 이름이 장미여서 로즈다. 간단하지?
메이는 빗자루로 바닥을 쓸다가 날 보며 자기 머리를 톡톡 하고 가리켰다.
…그러고 보니 깜빡 잊고 있었네.
일단 ‘원래대로’ 되돌려둘까, 하다가… 그만두었다.
귀찮았다.가능한 자신의 ‘능력’을 보이는 것은 피해야 했으니까.
옛말에 앉아 죽으란 법은 없었다더라.
동기나 후배 중 누구였더라. 아무튼, 중언부언 신나서 떠들던 얘기가 내 얘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지.
신이 다른 세계에 떨어뜨리면서 잘 살라고 뭔가 초능력을 하나 붙여준다는 그런 이야기.
불행인지 다행인지, 자신에게도 그런 초능력이 하나 주어져서 길바닥에서 객사하는 엔딩만은 면할 수 있었다. 그것만으로 사실 감지덕지가 아닌가.
“…아, 귀찮아. 그냥 일단 이대로 밥 먹을래. 귀찮은 일 생길지도 모르고.”
“저, 로즈.”
“왜?”
메이가 빗자루질을 멈추고 잠시 무엇인가를 말할지 말지 망설이는 것을 보았다.
고개를 갸우뚱하고 기울이며 머리카락을 정돈하고 묶고 있으려니, 그녀는 작게 한숨을 쉬고는 아니라며 뭔가 상심한 눈치였다.
왜 그러지?
“나 밥 먹으러 간다?”
말하기 싫으면 그걸로 상관없다.
내 코가 석 자인데 남의 고민거리까지 떠안을 여유가 없다고.
메이도 아마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굳이 뒷말을 보태지 않은 것일 테고, 정 심각하면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불러세워 어렵게 말을 꺼내겠지.
메이는 그런 녀석이었으니까.
그리고 이런 조그마한 마을에서 겪을 만한 고민거리라고 해 봐야 뻔할 것이고.
배에서 꼬르륵, 하고 타이밍 좋게 밥 달라고 보채는 소리가 울렸다.
생각해보면 어제저녁부터 아무것도 못 먹었지…
혹여 일할 때 뭔가 실례되는 짓을 하면 안 된다고 물까지도 만족스럽게 마시지 못했다.
덕분에 이 뱃속은 지금 배고픔과… 다른 이유로 징글징글하게, 걸음을 옮길 때마다 웅웅대며 울려대는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선 그냥 침대에 누워 정신줄 놓고 뻗어버리고 싶었지만, 그럴 수만은 없는 게 이쪽 생활이 아닌가.
계단을 내려가자 달콤한 냄새가 코끝을 맴돌았다. 야채와 치즈, 고기를 듬뿍 넣고 끓인 포타지(Potage)의 냄새였다.
이 여관에서는 으레 아침에 진하디진한 포타지를 끓이곤 했는데, 뱃속을 뜨끈하게 덥혀주는 수프를 입안에 한 스푼 머금고 나면 전날의 피로가 녹아드는 것만 같았다.
“안녕하세요, 시즈닝 아줌마.”
“아, 로즈. 잘 잤어요? 거기 앉아요. 마침 푹 끓었으니까.”
장년을 이제 넘겨 노년으로 슬슬 접어드는… 아, 그건 우리 기준이고.
여기에서는 영락없이 할머니 취급인 시즈닝 아줌마는 사람 좋은 얼굴인 채 턱짓으로 자리 한 칸을 가리켰다.
권한 자리에 앉아 잠시 기다리고 있으려니, 곧 말랑말랑한 흰빵과 한 그릇 포타지가 건네져 왔다.
진하고 고소한, 식욕을 마구마구 돋우는 냄새가 폐부 깊이 감돌아 당장이라도 수프 접시를 통째로 들고 입안에 퍼붓고 싶었지만…
주변의 눈은 아마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좆까라 하고 그 접시를 들어 게걸스럽게 먹어치웠다고 가정해보자.
‘대체 창부 교육을 어떻게 하는 겁니까? 손님들 보시는데 암퇘지마냥 정말, 보기 부끄러워서 정말!’
‘죄송합니다. 아직 교육이 덜 된 [걸리버(Gulliver)]라 그러니 부디 한 번만 눈감아주세요.'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하세요!'
…이런 일이 일어나지 말란 법도 없지.
물론 저 사람 좋은 시즈닝 아줌마가 그럴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 주위에 눈 달린 사람한테는 전부 입과 혀도 멀쩡하게 달려있으니.
한숨쉬고는 자못 조신하게, 빵을 포타지에 찍어서 입으로 물었다.
보들보들한 흰빵에 듬뿍 스며든 치즈의 고소한 맛.
이 맛을 위해 어젯밤, 가슴에 털 난 근육남이 그토록 자랑하던 복근 위에서 밤새도록 허리를 흔들고 엉덩이를 돌려댔나 싶을 정도였다.
“로즈 양.”
“네?”
잠시 그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고 있던 차, 맞은편에 자신과 같은 빵과 수프를 받쳐온 시즈닝 아줌마가 앉았다.
아직 손님들이 깨어나기에는 이른 시간이었고, 아줌마도 아침 식사를 서둘러 마치고 내려올 손님들에게 수프 한 접시씩 낼 수 있게 준비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기도 했다.
“덕분에 살았어요. 로즈 양 아니었으면 정말 곤란할 뻔했는데.”
“뭘요.”
“로즈 양 아니면 갑자기 이 시골에서 새빨간 붉은 머리를 어떻게 찾겠어요? 성기사 상대로 안 된다고 했다간 당장 목이 달아날 판국이니…
마담에게도 고맙다고 인사 전해주고. 이건 받아둬요. 내 성의니까. 얼마 안 넣었어요.”
끈으로 묶은 조그마한 헝겊 주머니가 앞에 놓였다.
빵을 씹고, 그것을 삼키며 이걸 받아도 되는지 안 되는지 잠시 고민해야 했다.
이것 또한 어쩌면 '노예 길들이기'의 방편이 아닐까, 하는 고민이었다.
설마 이 사람 좋은 시즈닝 아줌마가 그 '존경해 마지않는' 마담 윕과 한통속이 되어서 자신을 엿먹이려고 하실지 의심스럽지만,
이 낯선 세계에서는 오로지 의심과 경계만이 살 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것도 꽤나 뼈아픈 경험을 통해서. 결국 당장 얼마즈음의 이득은 눈물을 삼키고 사양할 수밖에 없었다.
“마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시즈닝 아줌마. 하지만 이게 제 일이니까 너무 마음 쓰지 않으셔도 돼요. 그냥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큭. 내 도오오온.
시즈닝 아줌마도 잠시 주름진 눈가를 깜빡이며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조금 눈동자를 아래로 내려 내 목께에 시선을 주었다.
사람 좋아보이는 시즈닝 아줌마의 눈에 측은지심이 스치는 것을 보았다. 으, 거절하지 않아도 되었을 걸 그랬다….
내 목에는 목줄이 걸려 있다.
거슬리고, 불편하고, 답답하기 짝이 없는, 목을 조여드는 검게 물들인 이 웬수 같은 가죽띠.
암캐에게 개목걸이를 채우고, 암말에게 고삐를 채우고, 암소에게 멍에를 씌우는 것처럼 당연하게 ’암컷 노예‘에게 이런 목줄을 채우는 것이 이 세계의 상식인 모양이었다.
24시간(여기에서도 하루가 24시간이라면) 내내 벗기는커녕 손대는 것도 함부로 할 수 없고, 주문이 걸려 있어서 주인의 손짓 하나로 노예를 마음대로 부릴 수 있는 지독한 물건이었다…
어떻게 지독한지는 차마 내 입으로 말하기가 좀 그렇고. 벗거나 훼손하려고 하면 말할 것도 없었다.
…이런 식으로 손오공의 기분을 이해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 했단 말이지.
“그런데, 그나저나 시즈닝 아줌마.”
“네?”
“메이가 뭔가 고민이 있는 눈치던데요?”
애매하게 식어가는 분위기는 질색이다.
동정받는 것도 솔직히 여기서나 원래 있던 곳에서나 딱 질색이어서 지긋지긋했고. 분위기를 전환하는 데는 지금 없는 사람 이야기하는 게 최고지.
“아… 그 아이도 참.”
“뭔가 아는 거라도 있으세요?”
호호호, 하고 시즈닝 아줌마가 즐거운 듯이 웃었다.
그렇다는 건 사실은 별일도 아니라는 뜻인데.
“그 애, 왕자 행차를 가고 싶어서 그래요. 기왕이면 로즈 양이랑 같이 가고 싶은가 본데?”
“왕자 행차? 아니, 왕자가 이런 촌구석에 뭣 때문에 온대요?”
…솔직히 말하자면, 하나도 반갑지 않았다.
왕자가 온다는 건 왕자를 수행하는 기사며 시종이며 귀족이며, 그런 이들이 잔뜩 따라온단 소리였고.
그만큼 자신은 모르는 남자와 살을 섞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뜻이 되니까.
지난 밤에만 해도 밤새 '성기사'를 상대하느라 녹초가 된 판국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또 그런 이벤트가 기다린다니.
이거 삐끗 잘못하면 허리 나가는 거 아냐?
소낙비가 내리면 피하라고 했는데. 식어버린 포타주를 빵에 마저 찍어먹으면서, 어딘지 불길한 예감이 등골을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사실은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건, 밤새 스팽킹당한 엉덩이의 붓기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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