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9. (49/50)

한편 차돌이가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정다운 이야기도하며 노니는 것과 그리고 아이들과 같이 걸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는 선주는 감회가 남달랐다.

지금 약간은 쳐져있지만 차돌 이에게 안기기 위해 행했던 지난날이 생각났던 것이다.

선주가 대학 3학년 때이다.

오빠 민 철이 역시 대학 3학년이었고 민 철 이는 군을 제대하고 복학했으므로 같은 학년이 되어있었다.

선주는 휴학을 하기로 결심했다.

어렵게 살며 자기들을 위해 헌신을 아끼지 않는 부모님들을 보며 조그마한 힘이라도 들어주고 싶었다.

그런 결심을 하고 하루는 부모님과 앉아 자기의 결심을 밝혔다.

그리고 노발대발하시는 부모님들을 보게 되었다.

[아무렴은 ..... 너희 오누이 공부시키지 못하겠는가............

우리가 누굴 위해 누구 행복하게 사는걸 보기위해 이러는 줄 알면서 그딴 소리를

하는가......

학비 걱정 말고 공부 열심히 해서 네하고 싶은 일을 하며 좋은 사람 만나 시집이나

가라]

부모는 결국 서러움으로 눈물까지 지으셨다.

자식에게 도움 되지 못 한 부모라면서.......선주는 그것이 아니었다.

다만 부모님의 형편을 들어드리고자 한 것이었는데. 선주 역시 자기 마음을 몰라주는 부모님을 그리고 그토록 자기를 위해 노력하시는 부모님에게 야속함과 고마움을 동시에 느끼고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그날 그렇게 서로가 마음 아파해 있을 때 공교롭게도 차돌이가 들렀다.

차돌 이는 은연중 그 소리를 들었고 인사만 하고는 지나가는 길이라며 들렀다.

그리고 그 다음날 차돌이가 사람을 보냈다.

돈을 보내온 것이다.

부모님은 한사코 거절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차돌이가 전하면 받지 않을 거라 했다면서 만일 받지 않으면 이 돈을 여기서 불태워버려라 했다면서 라이 타를 꺼내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마디 했다.

이 돈을 받지 않으면 자기와는 인연이 다 한사람이라고, 자식이 돈을 벌어 부모를 공양하는 것은 당연한데 그런 자식 같은 사람의 돈을 받지 않는다면 그 자식은 도리를 못 한 거라면서 다시는 찾지 않을 거라는 말도 전했다.

부모님은 그 말까지 들으면서 어찌 돈을 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라이 타에 불을 붙여 돈으로 가져가는 심부름을 온 청년의 손을 뿌리치며 그 돈을 집었던 것이다.

그리고 눈물을 지으며 고맙게 감사하게 받겠다고 전하라며 받았던 것이다.

물론 그 돈은 오누이가 졸업할 때까지 쓰고도 남는 돈이었지만.....

선주는 며칠 뒤 그 사실을 알았다.

그때까지 아무리 그립고 보고 싶어도 애써 참아왔는데 선주는 알고 있던 주소로 한달음에 차돌 이를 찾아갔다.

그리고 차돌이의 집에 와서 그의 여자로 있는 많은 사람들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지기도 했다.

내 몸과 영혼은 이미 차돌 이에게 주어버렸는데 자기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미모와 날씬한 몸매를 가진 여자들이 스스로 종 되기를 자처하고 그의 사랑을 받기위해 애쓰는 몸짓들을 읽고는 얼마나 아연하였는가....

선주는 여기까지 생각하고 피식 웃는다.

차돌이가 멀찌감치 가 있었기 때문이다.

선주가 지난날을 생각하며 걸음이 늦어진 것이다.

선주는 걸음을 빨리하지도 않는다.

다시 시간을 돌려 추억을 끄집어낸다.

선주는 이를 앙다물고 용기를 가졌다.

그가 무슨 짓을 하건 그의 여자들이 아무리 많던 그건 나와 상관없는 일이다.

난 오직 그 사람의 여자가 되면 그뿐이다.

하루 중 단 일분이라도 그의 여자가 된다면 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 라 고 마음속으로 부르짖으며 용기를 냈다.

그리고 선주는 차돌 이를 대면했다.

차돌이도 별안간에 찾아온 선주를 보고는 놀라운 눈을 하고 있었다.

선주는 차돌 이를 한동안 보고는 그만 그 자리에 무릎을 꿇는다.

[오빠.......절 거두어주세요.

전 어릴 때부터 오빠의 여자이기를 바랐고 그걸 이루기 위해 오늘까지 살아왔어요....

내가 오빠와 있을 수 있다면 종이라도 좋아요.

그러니 제발, 오빠 여자로 살게 해주세요.]

선주는 용감했다.

울지도 않았고 시선도 피하지 않았다.

말씨도 분명했고 태도도 확실히 표현했다.

선주의 당돌하고 거침없는 말에 차돌 이와 어떤 인연인가 의아해있던 그의 여자들이 모두 두 눈이 동그라지며 놀란다.

이제 성년이 된 것 같은 아가씨가 대뜸 차돌이 앞에 무릎 꿇고 구애를 청하다니 모두는 그의 용기에 탄복했고 그의 당돌한 행위에 어떤 결정을 내려지는가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생각지도 않은 변수에 놀라는 것이다.

그날은 일요일인지라 그의 집에 그의 여자들이 거의 망라해 있는 만큼 많은 사람이 있는데도 선주는 단도직입적으로 자기의 뜻을 알리고 그 뜻을 관철시키려하는 용기를 보였던 것이다.

[뭐라.......선주야, 그건 널 죽이는 행동이야.....이게 원........]

차돌이도 당황했는지 말에 두서가 없다.

대뜸 한다는 말이 자기의 여자로 살겠다고 하니 너무나 곤혹했고 당황스러웠다.

선주는 차돌이의 말이 끝나자 다시 그의 가슴에 못을 박는다.

[그럼 왜 그랬어. 오빠........어릴 때 왜 나에게 그랬어.

알았어. 나도 오빠가 싫다면 구태여 살지 않겠어. 정말 오빤 나빠........]

선주는 말을 끝냄과 동시에 바지 속 호주머니를 뒤지더니 뭔가를 꺼낸다.

그리고 누가 뭐라 할 사이도 없이 번개같이 자기의 팔뚝을 그어버린다.

피가 솟구친다.

졸지에 피가 사방으로 튀고 선주의 손목은 삽시간에 피 칠갑이 된다.

선주는 점점 창백해지고 졸음이 오지만 끝끝내 원망의 눈길을 차돌 이에게서 거두지 않았다.

그리고 자기 몸에 많은 사람들이 달라붙고 부산을 떠는 소리를 들었다.

그 소리는 금방 약해지고 종내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선주가 깨어난 것은 이틀이 지난 후 병원에서였다.

손목에 붕대를 칭칭 감고 그리고 깨어난 것이다.

그리고 선주는 부모님과 오빠를 본다.

[아빠, 엄마. 미안해......난 그 오빠 없으면 살고 싶지 않아......

난 이미 어릴 때부터 그럴 마음을 지니고 있었어.

정말 미안해, 엄마.........아빠............]

선주는 그럴 수밖에 없는 자기의 마음을 밝힌다.

더 이상은 마음을 닫고 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럴 심산으로 죽기를 각오했는데 더 이상 무엇이 두려워 감추고 살아야한단 말인가.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표현은 했다.

그가 아니면 살고 싶지 않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낳아주고 키워주신 부모님에게 미안했다.

얼마나 날 아끼고 사랑했던가,

그런 부모의 마음에 비수를 꽂았으니 가슴이 찢어질듯이 아팠지만 앞으로의 삶은 내가 개척하고 이루고 살 것이니만큼 내가 하고자하고 하고 싶은 데로 살고 싶었다.

그리고 선주는 더 이상 부모를 볼 면목이 없었던지 고개를 돌린다.

[흑. 흑..흑..선주야...이것아.....어쩌다가 그를..........

그는 좋은 아이지만.........우리가 바라기에는 너무 먼 곳에 있어, 이 바보야......]

엄마가 선주의 남은 손을 잡으며 운다.

엄마도 알고 있었나보다.

선주의 마음을......

허긴 우리가족 모두가 차돌 이를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민 철이 오빠도 차돌이가 시키면 도둑질이라도 불사할 사람이 아닌가......

모두는 말이 없었다.

잘되기를 바라지만 현실의 문턱이 높은 것을 실감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일이 어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쉬이 있는가...

................................................

그날 밤......

선주의 병실엔 선주가 없었다.

선주의 부모는 선주가 어디 갔는지를 조그만 메모에 갈겨쓴 몇 줄을 보고서야 알았다.

글을 읽은 부모로서도 할 말을 잃었다.

아이의 소망을 들어줄 재간도 말릴 재간도 없는 그런 멍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부모들은 선주가 마음을 돌리던지 만에 하나 잘되기를 바라며 그만 그 자리에 선주가 앉아있던 침대에 주저앉고 말았던 것이다.

병원을 나온 선주는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차돌이집을 찾았다.

아직도 정신이 몽롱하지만 선주는 다시 그 집 식구들과 마주했다.

선주는 말했다.

[오빠.. 제게 된다, 안된 다를 알려주지 않았어, 그걸 듣고 싶어 왔어.

한마디만 해줘. 오빠의 마음을..........]

비록 힘은 없으나 여전히 또렷했다.

차돌 이는 또 다시 할 말을 잊었다.

천정을 향해 고개를 치켜 올리고는 한참을 있더니 고개를 내려 주위의 자기 여자들을 둘러본다.

그리고 선영 이에게 눈을 고정시킨다.

내가 어떤 결정을 내려야하는지 도와달라는 말이다.

선영이가 빙그레 웃으며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차돌 이는 크게 한숨을 쉰다.

그 역시도 처음엔 장난 비슷하게 했지만 어린 선주를 볼 때마다 야한 생각이 들었고 그리해서 이상한 짓까지 벌이곤 했던 것이 아닌가.......

[선주야, 네가 몸이 회복하면 내가 데리러 가지......

그게 널 키워준 부모님께 내가 해야 할 도리이니....

그리고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내 식구들을 소개하지.........

허나 넌 분명 외롭고 괴로울 거야.........

이 모든 걸 네가 자초한일이니만큼 그만큼 감수할 폭도 크다는 걸 명심해 알았어.]

차돌이가 승낙하고 말았다.

그의 야 몰 찬 용기가 대단하기도 했고 그 역시 선주를 소유하고픈 욕심이 내심에 있기도 했다.

그걸 나는 표현을 못하고 숨기고 있는데 어린 선주는 대단하게 그걸 표출해 내었고 그걸 이루기 위해 목숨까지 걸었으니 그녀를 이제 어린아이로 보기가 어려웠다.

또 한 누나도 선주를 받아들이길 승낙했다.

허긴 누나는 내가 하고자하면 무엇도 반대할리는 없지만 누나가 나서서 다른 여자들의 방패막이로 먼저 나서준 것임도 안다.

차돌 이는 못 이긴체하며 선주를 받아들이겠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음흉한 쾌재를 부르고 있었다.

선주는 분명 자기를 받겠다는 차돌이의 소리를 들었다.

그제 서야 눈물이 난다. 어릴 때부터 꿈꾸던 일이 드디어 이루어진 것이다.

아무리 그의 여자가 많아도 같이 어울리고 잘 지낼 자신도 있었다.

선주는 긴장을 풀어 그런지 그만 앞으로 쓰러지고 만다.

정신을 잃은 것이다.

한가지의 결심과 이루려는 소망이 선주를 강하게 했고 그것을 이루자 긴장이 풀리며 쓰러진 것이다

[선주야...........]

차돌 이는 재빨리 다가가 쓰러진 선주를 켜 안는다.

이미 정신을 잃은 선주는 축 늘어져있고 비몽사몽간이다.

선주는 누나더러 병원에 데려다달라며 도움을 청한다.

[누나 선주를 병원으로 데려다 줘.......

아마 선주 부모님은 병원에 있을 거야......

누나가 날 대신해서 이야기 잘해주고....물론 누나도 한번 만나고자 했던 분들이니......

그래주겠지. 누나.........]

[그래, 그럴게..........

진즉 그분들을 만나 감사한 마음을 전했어야했어.

난 어제서야 이 아이의 일을 듣게 되었지만.........

하여간 넌. 가는 곳마다 여자야........]

선영 이는 차돌이의 음흉한 속셈을 보았다.

동생은 지금 그 사람들을 만나기가 쑥스러운 것이다.

아직 어린 선주를 달라고 하기엔....그래서 나를 보내 그 사람들을 납득시키는 일을 맡긴 것이다.

나쁜 놈....좋은 것은 자기가 다 하면서 골치 아픈 일은 꼭 자기를 시키다니...

마음은 그렇게 하면서도 싫지가 않다.

이건 동생일이고 동생이 많은 여자들을 거느리는 것이 좋았다.

언제부턴가 자기 역시 그런 음탕하고 변태적인 행위에 물들어 그렇게 행하는 일이 너무나 즐겁기도 했다.

아니라고 부인하고 싶지만 사실이 아닌가.

동생이 딴 여자들과 관계하는걸 보고 자기 스스로 흥분하여 비밀스런 자리에 손으로 애무하며 흠 수를 쏟아내기도 했지 않았는가..

이제 동생이 어린 선주를 어떻게 하는지를 보고 싶었다.

생각만 해도 온몸이 스물 거리며 흥분이 된다.

허나 마음과는 달리 표정엔 그런 것을 올릴 수가 없었다.

그녀 역시 음탕하게 변하는 모습을 숨기고픈 여자이기에....

그녀는 사람들을 시켜 선주를 부축케 하여 급히 차에 싣는다.

그리고 양양과 더불어 병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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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된 것이었다.

선주가 차돌이의 여자가 될 수 있었던 사연이.......

그리고 선주는 몸이 회복되고 고된 신고식을 치러야했다.

그의 여자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그의 여자들에 의해 발가벗겨야했고 그들의 애무를 받으면서 차돌 이를 맞아야했다.

수치는 잠시 고통은 길었고 그에 따른 보상으로 행복은 보장되는 날이었다.

허나 그 고통은 끔직했다.

숫처녀의 상상을 초래하는 가히 상상도 못한 방식으로 초야를 맞이하는 처절한 고통과 수치로 받아들여야했다.

그녀가 생각한 남녀 간의 아름다운 정사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다정한 사랑의 속삭임으로 시작되는 그런 관계가 아니었고 책에도 누구에서도 들은 바도 없는 음탕한 상황 속에서 변태적인 관계를 맺어야했다.

그녀가 벌거벗어 몸 둘 바를 몰라 있을 때 그의 여자들 모두는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훌훌 벗으며 덜렁거리는 가슴하며 하나같이 칡 흙 같이 어두운 보지 털을 자랑하듯 내보이며 당당하게 행동하는 모습들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더군다나 선영인 그의 친누나가 아닌가..

그녀 역시 다른 여자들과 다를 바 없었다.

동생 앞에서 벌거벗은 몸을 내보이며 한껏 요염을 떠는 모습은....

하나같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의 어마어마한 대물을 몸으로 맞아들이며 아픔에 처절하게 울부짖어도 아무도 도와주기는커녕 좋은 구경거리를 보는 냥 웃고 있었으며 심지어 자기의 몸속에 심겨있는 차돌이의 뿌리가 움직이는 광경을 보는 것은 고사하고 쓰라리고 찢어진 것 같이 아픈 그곳에 부드러운 손이 닿기도 하는 정말 여자가 맞이하는 첫날 처녀를 잃는 날에 이러도록 변태 같은 행위 가운데 일어나는 일은 세상천지에도 없을 기이한 경험을 했어야 했다.

그들은 당찬 선주에게 환영식을 고된 신고식으로 맞아들였으며 그렇게 함으로서 그들과 같이 그런 짓을 거리낌 없이 행할 수 있는 자기를 비로소 그들은 따뜻하게 맞아주었고 진정한 가족으로 여겨주었던 것이다.

그리고 선주는 그 집에서 대학을 졸업했고 제약회사에서 선영 이에게 일을 배웠고 지금은 영업이사이다.

또 아이를 가졌고 첫아이는 아들이고 이름은 주석이며 둘째까지도 보았다.

물론 그 아이도 아들이며 이름도 자기이름 하나를 따서 선석이라고 지었고 늘그막에 지금안고 있는 막둥이를 보게 된 것이다.

딸이었고 이름은 주령이었다.

차돌 이는 모든 아이에게 엄마의 성명에서 이름을 하나씩 땄다.

그리고 남자아이는 석자를 붙였고 여자아이에게는 령 자를 붙여 쓰도록 했다.

그래서 생겨난 아이가 자기에게만 셋이나 되었던 것이다.

..................................

선주는 생각에서 깨어나 앞을 본다.

차돌 이는 공터에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의자에 앉아 보고 있었다.

말끔하게 정장을 입은 청년도 여럿 있었고 멋지게 세련된 아가씨도 있었다.

고등학생도 있었으며 중학생 초등학생 실로 너무나 많은 아이들이 공터에서 놀고 있었다.

모두가 차돌이의 아이들이었다.

공터 한편에는 또 다른 무리가 있었다.

길게 지어놓은 원두막 같은 곳에 검은 양복을 입은 많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거의 머리가 히 끗 하게 세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중에는 한쪽 팔이 없는 상길[외팔이]이도 보였고 종민 이도 보인다.

그리고 우찬[번개]이도 보이고 언젠가 본 듯한 인물들이 있었다.

물론 처음 보는 사람도 있었지만 그들은 술상을 앞에 놓고 있었다.

한 결 같이 굳은 표정으로 별말이 없는 가운데 가볍게 술잔을 들고 있을 뿐이다.

선주가 마당에 나타나자 아이들이 우루 루 선주에게 달려든다.

[작은 엄마. 주령이 한번 봐 요. 어서요........]

[저도요, 작은엄마........]

모두다 재잘재잘 선주가 안고 있는 아기를 보기위해 달려든 것이다.

[작은 엄마, 주령 이를 제게 맡기시고 안으로 들어가 봐요........]

멋진 옷과 세련된 몸짓 뛰어난 미모를 자랑하는 아가씨가 손을 내밀어 아기를 받는다.

[어. 소영이구나....오늘 너무 예쁘다.....

그렇지만 괜찮을까, 힘들고 옷도 버릴 텐데.........]

선주는 아가씨가 소영이임을 알고는 웃음으로 반긴다.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운 아가씨가 자기의 아이를 돌봐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선주는 이런 멋진 소영 이에게 아이를 맡기기가 미안했던 것이다.

[동생인걸요...........

옷 버리면 어때요......우릴 낳아주시고 키워주신 분의 은혜에 비한다면....

주령인 제가 동생들과 돌볼 테니 작은 엄마는 안으로 들어가서 다른 엄마들과

함께 하세요.]

[그래....고마워............]

선주는 주령 이를 소영 이에게 맡기고는 현관을 열고 안채로 사라진다.

차돌 이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저 많은 아이들 모두 내가 낳은 자식이란 말인가.

오늘따라 새삼 너무 많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러나 저렇게 사이좋게 노는 모습을 보고는 가슴이 뿌듯해지기도 한다.

나는 비록 나쁘고 더러운 놈이지만 자식들이 너나할 것 없이 착하게 자라준 게 너무나 감사했다.

차돌 이는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한동안 보더니 일어나서 집안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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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 깊었다.

그믐이 내일이라서인지 달도 없다.

사위는 캄캄하고 쥐죽은 듯 조용하다.

그토록 시끄럽게 짖어대던 산새들도 어디로 갔는지 아니면 잠이라도 자는지 숲속엔 바람소리와 그 바람이 스치는 가지들의 울림소리뿐이다.

아니다. 어디선가 들리는 귀뚜라미소리는 있었다.

적막한밤의 귀뚜라미소리는 사람의 마음을 울적하게 만드는 효소가 숨어있는 듯 했다.

가을밤이 더욱 쓸쓸해 보인다.

커다란 건물 창으로 촛불로 보이는 빛이 어른거린다.

저 정도의 집이면 주위를 환하게 밝혀놓고 살아도 될 것 같은데 오늘따라 을씨년스럽게 정원에도 거실에도 불은 밝혀놓지 않았다.

다만 촛불로 보이는 빛만 창가를 얼룩지게 하고 있었다.

그 창 안..넓은 거실.....

많은 사람들이 거실을 메우고 있었다.

모두는 질서정연했고 얼굴은 굳어있었으며 정면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면엔 진수성찬이 차려져있었고 그 상 귀퉁이에 굵은 초두자루가 불을 밝히고 있었다.

아마 아까 비추이던 불빛이 이 촛불이리라.....

상 앞에는 건장하고 턱 벌어진 젊은 청년하나가 또 다른 청년이 부어주는 술을 받아 향을 피우고 있는 향로 위를 몇 바퀴 돌린 다음 다른 청년에게 건넨다.

이 행동은 고인이 된 사람의 제를 지내는 예법이었다.

청년은 다른 청년이 술을 헌 고 학생부군신위라고 한문으로 쓰여 진 곳의 앞에 놓자 자리에서 일어나 최대한 경건한 자세로 절을 두 번 올린다.

그리고 순서가 바뀌고 차돌이도 술을 올리고 다른 사람도 술을 올리고 절을 한다.

그 많은 사람이 합동으로 하건 개인으로 하건 술을 붓고 절을 마치기까지에는 오랜 시간이 흘러야했다.

그리고 귀신을 보내는 사신을 하고서야 제를 올리는 예가 끝났다.

한 젊은이가 현관 밖으로 나가서 지위를 태우고 그리고 집안과 정원의 불이 밝혀진다.

갑자기 주위는 대낮처럼 환해진다.

사람들은 자리에 앉거나 밖으로 나가거나 여자들은 제상을 치우는 등 부산을 떨었고 잠시 후에는 또 다른 상이 거실에 펼쳐지고 그 위에 조금 전에 지냈던 제상의 음식들이 먹기 좋게 잘라져 나온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술을 나눠마신다.

일부는 식사를 하기도 했고...그리고 한동안 시끄럽더니 차츰차츰 한사람씩 자리를 떠나기 시작한다.

모두는 차돌 이에게 최대한 예를 표하는 절을 하고는 그 집을 떠나는 것이다.

얼마 후 사람들은 몰라보게 줄어있었다.

모두다 차돌이의 직계가족만 남은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그제 서야 자리에 앉아 간단한 음식을 먹는다.

차돌 이는 슬며시 일어난다.

그리고 밖으로 나가 정원 귀퉁이 별로 사람의 눈에 잘 띄지 않는 곳에 서서 달 없는 빈 하늘을 쳐다본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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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님]

차돌 이는 자기를 부르는 낭랑한소리를 듣고 소리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곳엔 아까 술을 부어 제상에 올리던 청년이 공손하게 서 있었다.

[오..기석이구나........

그래, 얼마나 마음이 아프냐. 이 대부가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구나...네게.....]

차돌 이는 젊은이의 손을 잡는다.

그런데 젊은이는 울고 있었다.

비록 소리는 내지 않았지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오...얼마나 슬프겠니......기석아. 그렇다고 울면 되겠나.....사내자식이.....]

차돌 이는 기석 이를 나무란다.

이미 고인이 된 아버지고 그걸 그리워서 운다면 사내가 할 짓이 아니라고 나무라는 것이다.

그러나 차돌 이는 더 이상 기석 이를 뭐라 하지 못했다.

울고 있는 기석이의 눈이 이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기석 이는 한걸음 앞으로 다가서더니 와락 차돌 이를 켜 안는다.

[아버지........정말 한번이라도 마음 놓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조용하면서도 감정이 격한 떨림이었다.

기석은 차돌 이를 켜 안고 부르르 떨고 있었다.

[아니...너 지금 뭐라고 불렀니........]

차돌 이는 소스라치게 놀란다.

이제껏 숨겨왔던 진실이었다.

아무도 모르리라 여기고 짐짓 태연하게 행동하여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리라 여겼다.

주위의 누구도 그런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함구하거나 속내를 조금이라도 비친 사람은 없는 걸로 알고 있는데 느닷없이 기석이가 자기를 아버지라 부르며 격정에 몸을 떨고 있지 않는가..

[아버지.......전 이미 눈치를 챘었고 또 돌아가신 아버님이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분이 저를 아끼고 키워준 은혜를 잊을 수가 없기에 차마 아버지라 불러보지

못했습니다.

근데 오늘 나도 다른 형제들처럼 편하게 아버지라 부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입니다.

제발 지금 이순간만이라도 잠시 동안만이라도 그냥 제가 아버지 자식으로 있게 해

주십시오.

다시는 그러지 않을 테니 말입니다..........흐 흐흑........]

기석 이는 차돌이의 품에서 그만 참았던 설움을 토하고 만다.

차돌 이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그 또한 자기자식을 내 자식이라 하지 못하고 있는 심정이니...기석이가 이미 알고 있고 그걸 감내하고 참았으면 그 인고의 고통을 이해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차돌 이는 그냥 기석이의 등을 쓸어주고 있었다.

얼마나 이놈의 새끼가 속을 앓았을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불러보지 못하고 먼발치에서 지켜보고만 살았으니...나만큼 이 녀석도 인고의 삶을 살고 있었구나...

불쌍했고 가여웠다.

그리고 자신에게 원망스러웠다.

[그래. 그래. 그러려무나.......내가 그럴 진데 넌 오죽하겠나.......

그러나 기석아 넌 김 지호의 아들임을 잊지 마라...

그분은 널 위해 온 정성을 다하신 분이다.]

두 사람은 그렇게 한참을 얼싸안고 있었다.

예전 평범한 우리 백성들은 헤어지면서 ;내일 또 보세; 라는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다른 말로 다시 만날 약속이나 시간, 같은 것을 정하지 않아도 그들은 내일 다시 만나곤 했다.

한마디로 약속을 하는 것은 우스운 짓이라 여긴 것이었다,

일일이 약속을 하지 않아도 그들은 내일 논이나 밭, 아님 마을 어귀나 또는 원두막에서 만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그런 식의 삶을 우리 조상들은 살아왔고 지금의 우리도 가까운 사이라면 약속 같은 걸 하지 않을 것이다. 허나 초조한 삶을 사는 이라면 누구와 만나며 며칠 몇 시에 누구와 만나고 무얼 먹어야하는 식으로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마음이 불안하다.

달음박질 하는 아이들처럼 늘 초조하고 숨이 가쁘며 여유가 없는 법이다.

모든 것은 잘게 쪼개면 쪼갤수록 생각이 많아지고 복잡해진다.

예전 선조들처럼 여유롭고 대범하게 살아갈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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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석은 차돌이의 품에서 벗어난다.

그리고 뒤로 한발 물러나더니 다시 조용히 묻는다.

[아버지, 날 낳아주신 어머니는..........]

차돌 이는 순간 또 다시 당황했다.

가르쳐줘야 옳은지 모른다고 잡아떼야 옳은지 순간 분석이 안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수습하고 기석을 똑바로 쳐다본다.

기석의 눈동자는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알고 싶다는 것이지 어머니를 알고서 매달리려 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자기를 낳아준 분이 어떤 분인지 알고 싶다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그래.. 다 알고 있는데 이제 숨기면 뭐하겠니......

항상 널 애 뜻 하게 보시던 유 순덕이란 분이 너의 어머니시다.]

차돌 이는 알려주고 만다.

평생을 숨기려고 했던 일을 그만 밝히고 만 것이다.

그동안 순덕 이를 볼 때나 기석 이를 볼 때는 늘 마음 한구석이 아리하게 아팠다.

더군다나 순덕이가 기석을 바라보며 넋을 잃고 있을 때에는 정말 못할 짓을 했구나, 그런 생각이 늘 들곤 했었다.

나중에 어떤 일이 벌어져도 지금은 그냥 알려주고 싶었다.

[아. 그랬군요. 그분이 날 낳아주신 어머니였군요.

그래서 항상 나를 보는 눈빛이 젖어 있곤 했었군요......

아버지, 고마워요..

그리고 다신 아버지라 부르며 아버지를 힘들게 하지 않을게요.

난 김 기석이지, 손기석이 아니니까 말입니다.]

기석은 돌아선다.

그리고 현관을 향하더니 그리고 현관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는 가 했는데 집안으로 사라진다.

그 짧은 거리를 걷는 기석의 어깨가 떨리고 손이 얼굴에서 떨어지지 않는 것은 아마 울고 있기 때문이리라.

차돌 이는 정말 마음이 아팠다.

이것인가. 이것이 오늘 하루 종일 나를 허전하게 하고 마음을 무겁게 한 것인가.....

차돌 이는 다시 고개를 들고 어두운 하늘을 본다.

과연 내가 한 일이 모두에게 편안을 준 것일까?

저 놈이 저토록 가슴속에서 피 눈물을 흘리게 한 짓이 과연 그렇게 해야 되었던 일이었을까?

저놈의 가슴속에 응어리진 한은 어쩌면 평생 간직하고 살지도 모르는데....

모든 것이 허황 대고 어지럽다.

분명한 것은 자기 자식에게 못할 짓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겸허하게 자신을 되돌아본다.

저놈도 언젠가는 이 아비의 심정을 이해해줄 날이 오겠지.

그런 그의 눈동자도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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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깊어가는 가을이다.

낙엽은 떨어지고 메마른 가지에 달랑 몇 개만 남아 바람에 흔들리며 위태롭게 달려있었다.

차돌 이는 그 낙엽을 쳐다보고 있었다.

차돌 이는 거의 일선에서 손을 떼다시피 하였다.

다만 중요한사항만 결정을 내리기만 하였다.

그것도 각자에게 일임하였으나 한사코 모든 사람들은 그러질 않았고 차돌 이는 그것만은 냉철하게 뿌리치지 못하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의 믿음도 그러하였고 중요한 사항은 차돌이의 결심이 사안을 결정지을 만큼 대단하였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오늘은 한가하게 정원에 서서 다른 나무와는 다른 낙엽송을 바라보며 그것이 인생인 냥 마냥 쳐다보고 있었다.

[휴우..사람도 저러하거늘.......

언젠가는 지고 마는 것이 사람인 것을.....무던히도 많은 사람들을 힘들게 했어.]

차돌이가 마치 자기인생을 나무에 비유하고 있는 듯 혼자말로 중얼거린다.

[그러지 마세요. 여보.......

모든 것은 회자 되잖아요.

저 나뭇가지에 매달린 낙엽도 곧 떨어지고 섞고 말지만 그것은 내년을 위한

약속이에요.

우리 인생도 그러하잖아요.

모든 나무가 저마다 싹을 키우는 것도 그 싹의 빛을 내는 것도 틀리잖아요.

사람도 각기 가는 방법이 틀릴 뿐이지.

결국에는 한자리에 귀천한다고 봐요.

당신이 살아온 길도 나쁜 것만은 아니에요.

나도 당신도 늙기는 늙었나 봐요.

돌이켜볼 줄 아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으니.........]

일화였다.

부쩍 늙어있었다.

예전의 고운자태는 남아있으나. 윤기 나고 탱탱하던 피부는 찾아볼 수도 없었다.

머리는 염색을 하였는지 까맣게 보이지만 머리뿌리에서 올라오는 하얀 것은 지울 수가 없었던지 늙음을 나타내는 흔적을 보이고 있었다.

일화가 차돌이 옆에 바싹 다가와 차돌이의 팔을 끼고는 차돌이가 향하는 나무를 본다.

[허허허. 당신 왔구려. 그런데 당신도 참으로 많이 늙었구려......

휴우 지난날을 돌이켜보면 내가 당신한테 너무 많은 한을 심어준 것 같구려.

모든 것이 유독 당신에게 심하리만큼 대했으니.......정말 미안하오.]

차돌 이는 자기의 팔을 끼는 일화의 늙은 손을 잡는다.

그 손은 이미 윤기를 잃고 쭈글쭈글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호호호. 그랬어요, 당신이 유독 내게 심한 것 같아 남몰래 울기도 많이 울었어요.

난 그것이 당신이 내게 향한 집착이라 생각하니 견딜 수 있었어요.

전 그게 사랑이라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나중엔 내가 당신을 괴롭히지 않았나요. 호호호........]

일화는 웃는다.

지난날을 생각하고 머쓱하게 웃는다.

처음엔 차돌이가 자기에게 강한 집착을 보이고 힘든 고통을 주지 않았는가,

그것이 섹스였지만......감히 생각지도 못한 일을 시켰고 그걸 받아들이느라고 고초를 겪은 일을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종내에는 자기가 변태에서 오는 그 맛을 알았고 그래서 더한 것을 요구했으며 심지어는 동생들을 닦달해 차돌 이를 당황케 한 적도 많았었다.

감히 여자가 남자를 대하는 자세라고는 꿈에도 못 꿀 희한한 자세와 변태적인 상황을 연출하도록 했고 일화역시 동참하여 엄청난 변태놀음을 아주 자연스럽게 행해지도록 만든 장본인이 어쩌면 자기 자신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웃음이 나온 것이다.

지금도 물론 늙은 몸이지만 아방궁에서는 벌거벗은 몸으로 지내며 보다 젊은 아이들을 다구 치며 이상한 자세와 이상한 행위를 연출케 하며 자기가 못하는 섹스를 눈으로 즐기는 대리만족까지 하게 되었고 모두는 그런 자기의 명에 충실히 따라주었고 지금도 그러하며 살고 있지만 막상 그것을 생각하니 민망하기도 하여 웃음이 흘러나온 것이다.

[허허허......난 당신을 만났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이 분명하오.

진정 당신에게 미안하고 고맙고 감사한다오.]

차돌이도 웃는다.

일화의 억척같고 대담한 행위를 생각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일화는 차돌이의 정사를 옆에서 관장하다시피하고 있다.

물론 선영이라는 상전 말고는 모두가 자기아래이므로 명을 내렸고 차돌 이와 선영 이는 그런 자기를 응원했으며 아우들은 힘들고 고통스럽고 추한상황을 지시해도 두말없이 따라주고 있었다.

요즘 들어 일화가 하는 일이 줄어든 것도 사실이었다.

아우들이 자기의 상상을 뛰어넘는 상황을 만들어 차돌 이와 그리고 같은 여자들과 함께 즐겼으며 이젠 그것이 당연한 듯 누군가가 특별한 상황이 구상되면 솔선수범하여 실행에 옮기곤 했으니 간섭을 할 마땅한 일도 없어 조금은 늙음이 서럽고 적적하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었다.

차돌이가 누구인가 지금 50줄인데도 상상을 넘는 정력을 소유하고 있지 않는가......

나이가 들면 식어가야 할 몸이 차돌 이에게는 거꾸로 가는 것 같았다.

절륜해지고 넘치는 정력을 여자들이 온전하게 받아내는 사람이 없었으며 그를 받는 사람은 고통과 환희를 함께 맛보는 그런 상태로 정신을 잃기 일 수였다.

그런데도 모두는 차돌 이에게 붙길 원했고 그 불같은 황홀을 경험하기를 목매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기 딸인 미지역시 그렇게 변한지 오래였고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엄마와 언니를 동시에 부르는 여자가 되어있었다.

일화는 다시 피식 웃는다.

일화는 딸과의 정사를 기억하고는 조금 민망했다.

처음엔 약간 거부감이 일었지만 언제부터인가는 모녀라는 관계는 섹스 중에 사라지고 말았던 것이다.

차돌이가 섹스중이나 자기둘이 서로를 애무할 때에는 한사코 엄마와 딸을 부르는 모녀사이로 대하라는 지시 때문에 서로는 그렇게 불렀지만 행위는 짐승을 방불케 하였다.

딸이 엄마를 그리고 엄마가 딸을 손이나 입으로 그리고 장난감으로 무지막지하게 고통과 환희를 안겨주기 위해 온갖 것을 동원하여 상대를 울게 만들은 날들을 그 짓이 어제도 연출되었지만 못할 짓이다 죄를 받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결국은 행하고 마는 자신들이.......

그것이 나만 가지고 있는 불행도 아니었다.

도 희도 두 딸과 벌이는 엄청난 행위를 아주 마땅하게 자연스럽게 행하지 않았던가.

무엇이 우리를 그렇게 만들었는가.......

이 세상에 나서 그것 말고는 큰 죄를 짓지 않고 남을 위하고 남을 생각하는 그런 삶을 살았는데 유독 차돌이가 있는 섹스 중에는 왜 그랬는지 차돌이의 마력에 홀린 것인지.... 아무리 거역하려해도 안 되는 육신이 어떨 땐 원망도 해 보았지만 차돌 이를 위해서라면 그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그만 씁쓸해지고 말았던 것이다.

후회는 조금치도 없었고. 나중에 저승 가서 벌 따위는 무섭지도 않았다.

무서운 것은 차돌 이를 못 보는 것이고 그와 함께 못하는 것이 더 무서운 것이기 때문이다.

[무슨 생각을 그리 오래하시오.]

차돌이가 일화의 생각을 깨운다.

[아니에요..그냥 당신을 생각하고 있었어요.]

일화는 애써 변명하고 웃는다.

그러고 보니 일화가 차돌 이를 여보라고 부른 말이 생각난다.

그랬다.

일화는 덕만이 죽자 바로 차돌이의 집으로 왔다.

세상 사람들은 사위집에 눌러온 것 같으나 일화는 기회다 여겼는지 그날 이후로 차돌 이와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모두는 차돌 이와 같이 살고 있다해야 하지만 주위의 눈 때문에 조심해야했지만 일화는 그것이 사라졌기에 자기가 부르고픈 여보라는 말을 아주 오래전부터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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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돌 이와 일화가 정원에서 사색을 즐기고 있는데....승용차 한 대가 집 앞에서 정차하고 차에서 종민 이가 내린다.

종민 이는 곧장 차돌 이에게로 온다.

차돌이 앞에서 정중하게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한다.

[아니, 형이 어쩐 일인가, 갑자기.....]

차돌이 좀체 나타나지 않는 종민 이가 나타나고 자기에게 오자 무슨 일이 생겼음을 직감한다.

[저. 그게..좀...........]

종민 이가 말을 꺼내기가 힘든지 얼버무린다.

말은 하간 해야겠는데 어찌 말해야 할지 모르는 눈치였다.

[사무장님, 무슨 일이에요.

나는 없다고 생각하시고 편하게 이이에게 말씀하세요.]

일화가 그런 종민 이를 나무란다.

아마도 자기가 있어 말하기가 곤란한 것을 알았다.

그러나 자리를 피하고 싶지 않았다.

모처럼 둘 만의 자리인데..방해한 종민 이가 얄밉기도 했다.

[알겠습니다. 회장님.......]

종민 이는 일화에게 공손히 대답하고 차돌 이를 보며 힘들게 입을 연다.

[저,,,,대장님. 실은 여러 번 있었던 일입니다.

하나회라는 단체에서 회장님을 대면하게 해주지 않으면 지금까지 숨겨온 온갖 선행을 낱낱이 세상에 공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그런 사람 없다고 해도 말이 통하지 않고 그들이 정말 그런 사고를 칠 것 같아

급히 대장님을 찾은 것입니다.]

종민 은 지금 벌어진 난처한 상황을 이야기하고 처신할 방법을 묻고 있는 것이다.

하나회는 일종의 사회봉사단체이다.

그 단체를 이끄는 실질적인 책임자는 차돌 이였다.

아마 하나회 회원들도 숨은 막후 자를 눈치 채고 만나보기를 원하는 모양이다.

허나 차돌이가 세상에 공개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했기에 지금껏 숨어있었고 종 민이 역시 그런 사람이 없다고 결단코 부인했지만 그들 역시 바보가 아니고 이 사회에서 존경과 신망을 받는 사람들이고 이걸 눈치 채지 못 할 위인들도 아니었다.

그들은 숨어있는 실질적인 막후 자를 만나야겠다며 엄포를 놓았고 종 민인 일이 이 지경으로 벌어지자 어떻게 결정할지를 몰라 재단에 있는 두 분 회장님과 의논한 결과 일단 차돌 이를 만나 뵙고 그분이 결정하는 대로 일을 처리해야겠다며 자기를 보냈음을 알린다.

[허허허. 그런 일이..........

그런데 하나회는 무엇이며 지금 몇 명이나 와서 시위하고 그런가요.]

차돌 이는 모든 게 궁금했다.

자기가 지시하고 주도하여 행해 진 일이기는 하지만 사실 하나회는 금시초문이었다.

[하나회는 우리 장학재단에서 후원하여 공부했던 사람이 사회에 나가 우리가 도움

받았듯이 우리 역시 남을 도와야한다는 취지아래 모인 단체에요.

모두가 우리 재단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로 이루어져 있지요.

아마 그들이 왔다면 거의 200명 가량일거에요. 내말 맞지요. 사무장님.]

일화가 대신 대답하고 나선다.

그리고 자기가 밝힌 인원이 맞는지 종민 에게 묻는다.

[예 맞습니다, 회장님........]

[그래요, 여보. 그 사람들이 여기 와서 그걸 밝히라고 한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요.

이번에 젊은 나이에 XX지검장으로 발탁된 사람이 하나회 회장을 맞고 제일먼저

공약한 것이 당신을 밝혀내겠다는 일이었대요.

어쩌면 좋을까요,

이번엔 쉽게 물러나지 않을 텐데.........]

일화가 다시 설명한다.

그들이 이런 것이 한두 번이 아니란 것을. 이젠 더 이상 그들을 막을 방법이 없다는 것도.......

좋은 일을 하고 세상에 알려지는 일이 무엇이 나쁜가, 그런데도 상대는 좋은 일을 한 것을 알리겠다는 협박을 하다니 세상에 이런 협박이 협박일수 있는가.

그러나 있었다.

좋은 일을 하고도 숨고자한 사람은 그걸 제일 무서워하는 법이다.

차돌이가 그러했다.

차돌 이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다.

그리고 차돌 이는 종민 이를 보며 조용히 말한다.

[형, 가서 말하시오. 만나겠다고,

그러나 오늘 만난사실이 세상에 알려지면 난 모든 장학회를 회산해 버리겠다고..........

그걸 약속하면 만나주겠다고 하시오.]

[알겠습니다. 대장님........]

종민 이는 환호를 지르다시피 대답하곤 일화에게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더니 뛰다시피 차로 가더니 휭 하니 사라진다.

종민 이는 좋았다.

그토록 좋은 일을 하고도 내색 않는 차돌이가 표면에 나섰다는 것이 무엇보다 기뻤다.

자기가 모신사람이 멋진 사람임을 알리는 일이었기에.........

그리고 이렇게 시끄러운 일도 차돌이가 나서면 언제 그랬느냐는 식으로 조용해질게 자명하므로.........종민 이의 발걸음이 빨랐던 것이다.

[여보 생각 잘 하셨어요.

언제고 한번은 부딪쳐야 할 사람들이었어요.]

일화도 차돌이의 결정을 찬동하고 나선다.

언제까지 숨어 있을 수도 없었고 그들 모두 선량하고 좋은 사람이기에 일화도 만나기를 바라고 있었다.

[알았소. 이제 집으로 갑시다.

이런 몰골로 그 사람들을 만날 수는 없지 않소.....허허허..]

차돌 이는 일화를 안다시피 하여 집으로 걸어간다,

성호 장학회.

그 장학회가 운영하는 대 식당....

능히 삼사백 명은 족히 들어가 앉을자리에 많은 사람들이 질서정연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모두가 정장을 한 멋진 신사들이었고 개중에는 멋진 여성들도 여러분 눈에 보이기도 한다.

나이는 이제 20후반에서 많게는 50이 넘은 사람들도 있었다.

입고 있는 차림새를 보아하니 모두가 이 나라의 각 기관이나 회사의 각기 중요한 업무를 담당하리라 여겨지도록 품위와 총기가 빛났으며 하나같이 당당하고 멋있었다.

그들은 아무도 말을 꺼내는 이 없었다.

이백 명 가량이나 되는 사람들이 쥐 죽은 듯이 하고 정면 옆에 뚫린 문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중앙 단상 앞에 있는 종민 이도 누군가를 기다리는지 그 문을 쳐다보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가느다란 몸매가 들어선다.

식당에 모인 사람들이 들어오는 사람을 향해 일제히 박수를 친다.

[짝...짝....짝.......]

넓은 강당 안에 손바닥 부딪치는 소리로 장관을 이룬다.

박수소리 속에 일화가 들어서고 그리고 도 희가 들어서고 다음엔 지란이가 들어선다.

박수소리는 더욱 커지고 그치질 않는다.

들어온 일행들이 식당 정면 단상 앞에 서서 인사를 하고 손을 들어 박수를 제지했음에도 박수는 좀체 멈출 기색이 없었다.

종민 이 급히 앞으로 가서 의자를 가져와 방금 들어온 세 사람 뒤에 놓고는 마이크 앞으로 간다.

[여러분, 진정하십시오.

여러분은 몰라도 장학회 회장님들께서는 고령이십니다.

오래 서있게 하는 불충을 우리가 저지르는 우를 범할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종민 이의 소리에 점차 박수는 줄어들더니 잠잠해진다.

일행은 종민 이가 건네준 의자에 앉는다.

모두가 환하게 웃고 있었다.

특히 세 여자는 이렇게 환영해주는 하나회 회원들이 너무나 좋은 모양이다.

다시 종 민이가 마이크를 잡는다.

[이제 여러분이 그토록 보고 싶어 하는 그분을 모시고자합니다.

박수로 그분을 맞아들입시다.

대장님 나오십시오.]

입구에서 반백의 한사람이 곱게 개량한복을 입고 천천히 걸어 들어온다.

만면에 웃음이 활짝 폈고 걸음걸이엔 여유가 있었다.

좌우를 둘러보며 가볍게 목례를 하며 천천히 단상으로 올라간다.

단상에 자리한 의자에 앉은 차돌이도 감회에 젖는지 웃음 띤 얼굴로 눈을 감는다.

그러나 하나회 회원들은 각기 표정이 틀렸다.

방금 들어온 차돌 이를 보고 놀라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어이없어 하는 사람, 당연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 표정들이 각기 각색이었다.

그런 표정은 차돌 이를 안다는 말도 될 수 있는 표정들이었다.

식당에 줄지어 앉은 사람들 중에서 앞에 앉아있는 중년신사가 단상으로 나온다.

그리고 종민 이를 살짝 밀쳐내고 마이크를 잡는다.

[여러분, 하나회 동지 여러분.

우린 오랫동안 궁금해 하던 진실을 지금 눈앞에 보고 있습니다.

실로 본인은 너무나 감개무량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개인적으론 전 지금오신 저분과 한 동안 교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나 말고도 저분을 아는 사람이 더러 있을 줄 압니다.

난 지금까지 몰랐습니다.

저 분이 우리 뒤에 숨어 이토록 사회에 선정을 베풀고 계시리라곤...

우린 감쪽같이 몰랐고 진정 저분은 오른손이 하는 걸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아주

간단하면서도 행하기 어려운 사랑을 진정 몸소 실천하신분이 아닌가 합니다.

아마 전 오늘 일을 잊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여기까지 오게 되었고 있게 된 것은 분명 저분이 손을 잡아주었고 이끌어

준 것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모두는 오늘을 잊지 맙시다.

그리고 우리 모두가 그토록 보기를 갈망하던 그분을 따뜻하게 그리고 열렬히

환영합시다.]

하나회 회장이었다.

그는 개인적으로 차돌 이와 면이 있는 모양이었다.

지금 말을 끝내고 서있는 그의 눈에는 벌써 물기가 흥건했고 일부는 눈 밖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와............와....짝....짝......짝..........]

차돌이가 천천히 일어섰다.

그리고 단상 앞으로 걸어 나가 회장을 본다.

차돌 이는 그가 말을 하는 도중에 자기를 안다는 소리에 실눈을 뜨고 보았다.

그는 바로 양 홍 식이었다.

이런 인연도 근 이십 여 년을 잊고 살았던 아우가...감개가 무량하였다 차돌 이는 단상 앞에서 악수를 하다 양홍식이 악수만으로 견딜 수 없었는지 품에 안기자 그 품을 마주 안아준다.

[형...너무 보고 싶었어.....]

[나도 그랬어...허허허..자네도 많이 늙었군........]

두 사람은 얼싸안고 속삭인다.

몇 마디 말이지만 그 속에 진한 감격과 사랑이 들어 있음을 어찌 눈치 못 챌 리가 있는가.

다시 박수소리가 울린다.

차돌 이는 살며시 홍 식을 밀어 떼어내고 단상 앞에 선다.

[허허허.......정말 반갑습니다.

못난 이놈의 이름은 손 차돌이라 합니다.

나는 생각해 봅니다.

과연 내가 여러분 앞에 설 정도로 당당하게 살았으며 떳떳한가를........

저는 이 세상에 죄를 많이도 짓고 살았습니다.

아니 지금도 사람이 행해서는 안 될 죄를 범하며 사는지도 모릅니다.

그런 저에게 잠시나마 박수로 맞아준 것에 진정 감사하고 내가 저지른 모든 죄악이

사라지는 것 같은 감동을 누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왕 저를 이 자리에 불러 세웠으니 한마디만 드리고 가겠습니다.

여러분,

세상엔 수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지만 그중에서도 당신들은 내게 더욱 소중한 사람입니다.

그것은 내가 당신들과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했다는 사실이기 때문입니다.

인연은 그만큼 소중한 가 봅니다.

난 그런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하는 영광을 오늘 접하고 감개가 무량하여 나오는

눈물을 억지로 참고 있습니다.

여러분,

나는 아직 다하지를 못했습니다.

이 세상엔 아직도 마음껏 피워보지 못하고 어두운 그늘 속에서 그대로 시들어버리는

수많은 인재들이 있습니다.

전 그들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다하여 힘을 줄 것입니다.

어두운 음지에서 뛰쳐나와 마음껏 자기재능을 발하며 살 수 있게 조그만 힘이라도

보탤 것입니다.

그것이 결국 그 한사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고 이어지고 이어져 우리 사는 사회에

그늘 속에 있는 사람을 밝은 곳으로 이끌어내는 밑거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개인은 물론 국가를 부강하게 하는 힘이 될 수도 있으니 깐 요.

전 여러분께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우리가 주지 않고 받기만 한다면 정작 원하고 필요할 때 누가 우리에게 뭔가를

아낌없이 베풀어 주겠습니까,

주세요. 주면 줄수록 얻는 것도 크다는 진실을 나는 지금 보고 있으니까요.

사랑을 얻고 싶으면 먼저 사랑을 베풀라는 말이 있더군요.

우리가 세상에 나서 득을 취했다고 생각하면 그 득을 조금이라도 어두운 곳에

돌려주면 어떨까요.

의미 있는 곳으로 말입니다.

썩은 나무에 거름을 주고 돌봐주어도 살아나지 못하는 것이 모든 생명체의 법칙이요,

진리입니다.

그러나 살 수 있는 나무를 팽개쳐서는................

우리 주위를 둘러보십시오.

우리의 사랑과 관심, 그리고 우리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조그마한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도 환하게 웃으며 행복해 할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린 그런 사람들에게 넓은 우리의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도록 노력했으면 합니다.

그게 바로 살만한 세상 사랑이 넘치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노력하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받은 것을 돌려주고 또 그 사람들은 다시 이 세상을

위해 이러한 일들이 이어진다면 우리 사는 세상 정말로 아름답고 멋지지

않겠습니까.......

아무도 남을 돕지 않고 구경만 하고 있을 때 힘들고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사랑이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도 부디 가슴속에 있는 사랑을 맘껏 열어보시기 바라며 평생 오늘 만남을

잊지 않고 기억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차돌 이는 인사를 하고 앞으로 걸어간다.

차돌이 뒤로 홍 식이가 그리고 일화와 도 희 지란이가 따르고 맨 뒤에는 종민 이가 따른다.

차돌 이는 줄지어 앉은 사람들 속으로 가서 차례대로 악수를 나눈다.

그러다가도 깜작 놀라는 만남도 있었다.

자기가 비밀리에 추진하고 있는 우주항공 산업 그중에서도 핵심 분야에 종사하는 직원도 여럿 있었고 제약회사에 있는 직원도 둘이나 되었다.

그리고 정치인도, 법관도, 변호사도, 기업체의 연구원도, 교수도, 심지어는 유치원교사도 있었고 자기사업을 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나같이 힘들고 어려울 때 차돌이가 내민 따뜻한 손에 의해 빛을 발하게 된 이 나라의 우수한 인재들이었던 것이다.

차돌 이는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누는 내내 흐뭇했다.

이토록 각계각층에서 국가와 사회를 위해 힘쓰는 그런 사람들이 되어있으니 어찌 감회가 남다르지 않겠는가.....

차돌이가 모두와 악수를 끝내고 다시 단상으로 돌아오자 홍 식이가 커다란 물건을 차돌 이에게 내민다.

[형, 우리 모두의 선물이야.]

차돌 이는 홍 식을 쳐다본다.

이미 차돌이의 눈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다.

차돌 이는 홍 식이가 전하는 물건을 감사하다는 인사와 함께 받는다.

그리고 물건에 싸인 보자기를 걷는다.

액자였다.

긴 액자에 붉은 것으로 쓰여 있었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을 줄도 알아야한다.

그게 사람의 도리다.

하나회 일동.......]

누구나 아는 말이 아닌가.

진정 아무 곳에나 쓰이는 말이지만 실천하며 사는 사람은 몇이나 되겠는가,...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글이다.

[맹세코 지키자며 우리 모두의 피로 쓰여 진 글이야]

홍 식이 나지막이 말한다.

모두의 피라면 혈서라는 말이다.

차돌 이는 더없이 소중한 선물을 받고 감격에 젖어 있었다.

[고마워, 평생 간직할게.........]

차돌 이는 더 이상 그들과 자리를 하지 못한다.

더 있다간 벅차오르는 감격에 커다란 실수를 저지를 것도 같았다.

차돌 이는 밖으로 나온다.

등 뒤로 우레 같은 박수를 맞으며 식당을 나오고 차돌 이는 그만 풀 석 주저앉고 만다.

세 여자가 급히 달려들어 차돌 이를 부축하고 힘들게 사무실로 향한다.

.................................................

[형, 이게 얼마만이야........

정말 20년도 넘었다, 우리............]

양 홍 식이가 감개가 무량한 듯 눈을 지긋 이 감고 말한다.

그도 어느 듯 중년이 되어있었다.

머리엔 무스를 발랐는지 번들하였고 그 머리는 뒤로 정갈하게 빗어 넘겨져 있었다.

귀밑머리가 히 끗 히 끗 한 게 세월의 무상함을 나타내 보이고 있었다.

[그러네..그동안 잘 있었겠지.

정말 훌륭하게 자라주었어. 자네...............]

차돌이도 홍 식을 주시하며 그간의 세월을 한탄하고 있었다.

[형, 어찌된 일이야..........난 그 후로도 근 2년을 그 집에 가 보았어.

형이 한 번도 발걸음을 하지도 않았다고 했고 무슨 연락도 없었다고 해서 진정

죽어버린 줄 알았어.

근데 이렇게 버젓이 살아있으면서 나를 찾지도 않았다니........너무 무심해. 형은..]

홍 식은 차돌 이를 원망한다.

이렇게 살아있으면서 자기를 찾지 않았다는 설음이 복 받친 지도 모른다.

허긴 지금의 자기를 만들어 준 장본인이 형이라는 사실에 두 번 놀라기도 했었다.

살아오면서 혹시 성호 장학회를 움직이는 사람이 형이 아닐까하는 막연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막상 그 조그만 생각이 현실임을 확인하자 고마움과 그동안의 이별이 서러워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것이다.

[허허허. 찾았지.

사실 자네와 만나고 난 뒤 나에게 엄청난 일이 있었어.

영원히 자네를 못 보는 그런 일이........

다행히 하늘이 나를 이 세상에 더 머물게 하여주는 바람에 지금 자네를 만날 수가

있었고 이렇게 회포를 풀고 있잖은가......

그리고 나도 자네랑 만나는 집에 가보았어.

한동안 찾다가 발길이 끊겼다고 하더군.

그 후 자네를 신문지상이나 매체를 통해서 자네의 안부를 알고 있었어.

자네가 잘 되고 있어 부담될까 그냥 옛일로 묻어두려고 했었네.

진정 미안하이..........

이럴 줄 알았으면 진즉 연락하는 건데...허허허........]

차돌이도 그간의 말하지 못 할 사연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홍 식이 어디 있고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고 솔직히 대답한다.

[그럼, 알고 있으면서도 형은 날 찾지 않았다는 말이네.

이렇게 무심할 데가...........]

홍 식은 계속 서운한 모양이다.

그때 지란이 재빨리 나서서 두 사람의 대화를 중지시킨다.

[호호. 오늘은 두 분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다른 분도 계신데 그만하시고 술이나 나누세요.

앞으로 그런 회포 풀 기회는 많지 않겠어요. 호호호.......]

지란이 다른 사람을 가 르 킨다.

그러고 보니 주위엔 여러 사람이 앉아 있었다.

모두는 차돌이가 실질적으로 자기를 도와준 사람임을 알고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아직 사회에 이름 석 자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그토록 많은 사람을 돌보았고 인재로 육성했다는 사실이 진정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하하하. 이런 실례가......

자자. 너무들 반갑습니다.

오늘은 무척이나 감회가 남다른 날입니다.

모두들 한잔하면 어떨까요.]

차돌 이는 그곳에 모인 사람들을 향해 손에든 잔을 앞으로 내밀며 한잔하기를 권한다.

[하하하. 그래요, 그럽시다. 하하하...]

여기저기서 차돌이의 말에 찬동하고 웃음으로 오늘의 만남을 축복한다.

그리고 그들은 술을 마신다.

그간의 이야기도 해가면서 현재 자기가 하고 있는 일을 알려주며 즐겁게 담소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곳에 모인사람들은 하나회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모두가 차돌 이와 비슷한 나이이거나 조금 젊은 나이였다.

같은 또래의 사람들이 모였으니 분위기는 좋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회장님. 아까 들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회장님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회장님을 존경하는 의미에서 대장님으로 부른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대기업의 핵심인물로 거듭나고 있다는 중년남자였다.

얼굴엔 미소가 잔뜩 그려진 채로 차돌이 옆에서 큰소리로 묻는다.

[하하하...어쩌다 그렇게 부르는 것이지요.

저야 존경받을 일을 한 것이 없는데도 그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그렇게 부른답니다.

하하하.]

차돌 이는 숨기지 않는다.

별로 대수로운 일이 아니었고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주는 것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사장님이나 회장님 같은 소리를 듣는 것이 싫은 것도 사실이었다.

[아닙니다. 필시 그런 이유가 있을 겁니다.

우린 지금 그걸 느끼고 있으니 깐 요.

그렇다면 회장님, 우리에게도 회장님을 대장님이라 부르는 영광을 주십시오.

이것은 내 뜻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 그렇게 부르기로 맹세한 겁니다.

대장님이란 소리는 우리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닐 것입니다.

이건 회장님이 사양하셔도 어쩔 수없는 우리의 결정이니 따라주시길 부탁드립니다.]

머리가 반백이 된 중년신사가 차돌 이에게 공손히 허리를 숙이며 청원한다.

염색을 하지 않은 머리가 중년신사를 더욱 넉넉하게 보이게 하는 그런 사람이었다.

반백의 중년신사는 과학기술처에서 연구실장을 하고 있는 대단한 사람이었다.

[허허허. 이런.......제가 뭘 했다고 여러분께 그런 누를 끼칠 수가 있습니까.

말씀 거두어 주십시오.]

차돌 이는 황감하여 어쩔 줄을 몰랐다.

상대가 이런 식으로 나오리라곤 생각도 못한 일이였기 때문이다.

[허허허. 대장님, 당신은 영원한 우리의 대장님이십니다.

전 그전에도 그랬고 지금역시도 대장님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상대는 차돌이가 사양해도 자기마음대로 대장님이라 부르고 있었다.

아무리 사양해도 난 기필코 그렇게 부르겠다는 결의를 보인 것이다.

어쩜 다른 어떤 말보다 대장이라는 소리가 더 가깝고 정겹게 보이게 하는 것이 차돌이의 매력이기도 했고 그들 역시 끈끈한 유대감도 있는 그런 호칭이 마음에 들었다.

[허허. 이런.......이것 참...........]

차돌 이는 난감했다.

그리고 마음대로 하라며 웃음으로 얼버무린다.

[그리고 대장님. 이번 정기모임에는 필히 나와 주셔야 합니다.

지금은 우리랑 있지만 그날 모두의 축하주를 받아야합니다.

사실 말은 안했지만 죽어도 오늘 같이 자리해야겠다는 모든 회원들의 성화를

잠재우느라 고생한 걸 생각하면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또 다른 사람이 차돌 이를 초청한다.

그는 오늘 돌아간 회원들의 성화가 어떠한지를 말해주고 몸까지 부르르 떨어댄다.

그만큼 헤어지기 싫어하는 회원들을 돌려보냈으니 다른 날 필히 참석하셔야 한다는 말이었다.

[허허허...가야지요, 성공한 그분들을 보는 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데 참석하지요.

그러나 이번 한번 뿐이란 걸 명심하셔야 합니다.

또 떼를 쓴다면 전 죽어도 가지 않을 것입니다.

막바지 다른 나라에서 여생을 마치는 한이 있더라도......제 말 명심해야 합니다.]

차돌 이는 그들의 초청에 응한다.

그러나 이번 한 번이라는 걸 확실히 강조한다.

그리고는 다시 술잔을 오가며 다시는 못 올 먼 길을 가는 사람같이 끝없이 술을 마신다.

[형, 궁금한 게 있어, 저분들 우리회장님들 말이야........

우리가 알고 있는 그것 말고도 분명히 형과는 뭔가 있어

난 아무리 봐도 형과는 보통이상인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해주지 않겠어.]

홍 식이가 무슨 낌새를 채고 차돌 이와 세분 회장과의 관계를 묻는다.

세여자분들이 차돌 이를 대하는 태도가 상상을 초월하였고 그건 부부가 아니면 감히 행하지 못 할 행동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감히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는 말이다.

그녀들이 어떤 분들인가.

비록 여자이기는 하나 한번 마음먹으면 국가와 사회에 커다란 흉복을 가져올 대단한 여자들이다.

그분들의 면전에서 그런 질문을 한다는 자체만으로도 사회에 매장이 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분들인데 그러나 홍 식이는 궁금한 젓을 참지 못했다.

언제나 차돌 이를 닮길 바라며 살아왔고 그가 하는 무엇이든 알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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