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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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따갑도록 내리쬐는 낮이다.

나무가 우거지고 맑은 계곡물이 흐르는 시원한 계곡 근처 큰 나무아래 그늘진 곳에 차돌이가 상의를 벗은 채 시커먼 털로 덮인 가슴을 송두리째 내어놓고 편안히 쉬고 있었다.

그리고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에 발을 담그고 물장구를 치고 있는 무랑이도 보인다.

차돌이의 얼굴은 지난밤의 피곤한 기색은 어디에도 없고 전신에 활기가 넘쳐 보인다.

차돌 이는 늦은 아침을 먹고 무랑을 데리고 평소 즐겨 찾으며 정신을 가다듬는 한적한 계곡에 와서 지금껏 명상과 수련으로 심신을 단련하고 쉬고 있는 것이다.

무랑 이에게 그 작은 손으로 떠올려 등에 부어주는 등물까지 하게하고는 잠깐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며 무랑이의 행동을 보며 웃고 있는 것이다.

[무랑아, 이리와 오빠 옆에 앉아봐.]

차돌이가 무랑 이를 부른다.

무랑 이는 물장난을 하고 있다가 차돌이가 부르자 급히 다가왔지만 차돌이가 가 르 키는 곳이 너무 차돌 이와 밀착된 자리인지라 잠시 망설이는 빛을 보이더니 슬며시 앉는다.

무랑이 앉자 차돌 이는 한손을 무랑이 허리에 두르고 얼굴을 머리로 가져간다.

그리고 잠시 무랑의 머리에 고정시키고 있다가 얼굴을 떼고서 무랑을 본다.

[내겐 아주 좋은 냄새가 나.........양양도 그렇더니.............

그런데 무랑아, 오늘 넌 집에 있었으면 좋겠구나...어쩐지 불안해서..........]

차돌 이는 무랑의 몸에서 나는 냄새를 코를 킁킁거리며 맡는다.

그리고 무랑이가 불안해 집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말해준다.

[싫어, 나도 갈 거야..........]

무랑은 한마디로 거절한다.

무랑은 짐작하고 있었다.

차돌이가 수련을 하고 가끔 얼굴에 짙은 살기가 배어나오자 필시 그놈들과 오늘 접전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감지하고 산에도 혼자 간다는 걸 막무가내로 쫒아오지 않았던가.

무랑은 절대 안 된다는 굳은 결의를 담고 있었다.

차돌이도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그래, 그러자. 아마 널 해치도록 보고 있을 오빠도 아니니........

그리고 이일이 끝나면 널 안겠어, 넌 싫어.]

차돌 이는 무랑 이를 내버려두기로 했다.

그리고 이런 왈가닥 무랑 이를 이일이 끝나면 안아 잠자리에도 철석 내게 붙어올 건지 궁금하여 안겠다는 마음을 밝히고 무랑이가 과연 그렇게 할 것인지 대답을 원하며 무심히 쳐다본다.

[아냐...오빠.......원해.]

무랑이의 얼굴이 삽시간에 붉게 달아오른다.

어제 밤새도록 차돌 이와 여자들이 행하는 소위 섹스란 걸 보았다.

차돌이의 어마어마하고 이상하게 생긴 커다란 물건을 보고 얼마나 놀랐던가.

저것이 어떻게 여자의 몸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며 저 물건을 받을만한 곳이 여자에게 없다고 생각했다.

만일 받아들일 수 있어도 그건 죽음일거라 생각했는데 여자들은 아픈 고통을 지르면서도 그걸 수용했고 나중엔 기분 좋은 알음으로 신음을 질러대자 무엇이 저렇게 기분 좋게 만들어 황홀한 표정과 기쁜 비음을 질러대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밤새도록 이어진 지루한 행위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곁눈질로 혹은 정면에서 보고는 새벽녘에는 나도 오빠 품에 안겨 언니들처럼 저렇게 되고 싶은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흐른 액들로 침대보를 적시지 않았던가.

그렇게 무서울 것이라 여겼는데 모두가 나중엔 기쁨의 소리로 앓는 것을 보고는 얼마나 설레 이기도 하였는가.

그런데 차돌이가 이번일이 끝나면 자기를 다른 언니들처럼 같은 대우로 맞아들이겠다는 것이다.

너무나 기뻤다.

이젠 속으로 가슴앓이를 하지 않아도 되는구나 싶었다.

세상에 오직 의지할 사람은 오빠뿐이었는데 날 이젠 쳐내지 않고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 수 있다 싶으니 하늘을 날을 것 같았지만 처녀의 본능이 그런 마음을 표현하지 못하고 남자가 안겠다는 단순한 그 말이 온통 자신을 먼저 부끄러움으로 몰아갔던 것이다.

[사실 너만은 지켜주고 싶었고 좋은 남자만나 잘사는 걸 보고 싶었는데....

허나 이젠 내가 안 되겠어.

널 생각하면 급속도로 달아오르는데 어찌 널 남에게 줄 수 있어.]

차돌이도 이젠 무랑 이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

남자가 자기를 따르겠다는 여자를 어찌 남에게 줄 수 있으리..

더군다나 다른 것은 몰라도 여자에 대한 엄청난 집착력을 발하고 있는 차돌이가......차돌 이는 솔직하게 무랑 이를 보고 욕망을 고백한다.

[피 이. 거짓말.........]

무랑인 싫지 않으면서 토라진 표정을 짓는다.

[뭐라, 거짓말이라고.........자, 이래도 거짓말이야........]

차돌이가 앉은 자세에서 엉덩이를 들썩이더니 하나 남은 팬티를 무릎까지 내려버린다.

무랑은 순간 놀라면서도 어제 보았던 무시무시한 거물을 눈앞에서 보고 만다.

[캬 아악.......오빠, 무서워. 올려..............난 몰라.......]

무랑인 너무 놀랐다.

설마 차돌이가 그런 행위를 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한 행동이었다.

붉은 힘줄이 길게 솟아오른 자지기둥이 너무나 흉측하게 생겼다.

무랑인 남자의 물건을 이렇게 가까이 접한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어제도 차돌이의 것을 보고 놀라고 부끄러워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다른 언니들이 아무렇지 않게 도리어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을 보고 이상한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물건이 언니들을 기쁘게 해준 것을 알고 저 물건이 무슨 신비한 마력을 가진 것이 있는 모양이다, 라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기도 했었다.

그런데 그 물건이 지금 지척 간에 잔뜩 화난모습으로 눈 아래 있었다.

차돌이의 얼굴을 보니 웃으며 눈을 감고 있다.

내가 어떻게 하는지 보려는듯하다.

[네가 거짓말이라 했고 난 아니라했어.

이젠 무랑이 네가 날 진정시켜야 되겠어.

아마 어제 언니들이 하는걸 보았으니 너라면 오빨 기분 좋게 해주리라 믿어.]

차돌 이는 그 말을 끝으로 큰 나무 등걸에 등을 기대고 다리를 쭉 펴고는 무랑일 쳐다보고 웃어주고는 다시 눈을 감아 버린다.

[오빠........제발........난 못해..............]

무랑이 애원한다,

차돌이가 무얼 원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일이 어찌 수월할 수가 있는가,

아무리 옆에서 차돌이가 행하는 모습을 보았다고는 하지만 처녀가 감당하기에는 벅찬 일이 아닌가,

얼굴이 홍시가 되고 시선을 어디에다 둬야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차돌 이는 모르는 척 못들은 척 계속 눈을 감고만 있을 뿐이다.

[오빠. 정말. 오빠 미워. 나 어떻게..............]

아무리 애원해도 차돌 이는 이미 목석으로 변해있는 것 같다.

무랑 이는 차돌이가 야속하고 미워죽을 지경이다.

그러나 여전히 웃고 있는 차돌이의 얼굴을 보자 슬며시 고개를 아래로 내리고 만다.

피할 길이 없는 것이다.

이것을 마다해서 차후 불필요하게 생길일이 없다고는 할 수 없지 않는가.

어차피 나에게 주어졌고 받아들여야 한다면 기분 좋게 하는 것이 좋다 싶었다.

무랑인 눈앞에 용트림하고 있는 징그러운 홍두깨가 보고는 다시 슬쩍 고개를 들어 차돌 이를 보다가 서운한 표정을 얼굴에 잔뜩 그리더니 슬며시 작고 긴 손가락으로 엄청난 물건을 잡아간다.

쇠방망이보다 더 단단한 느낌이 손바닥으로 전해진다.

무랑은 그걸 손으로 감아보지만 한손엔 수용할 수도 없다.

다른 손으로 머리를 뒤로 넘기고는 슬며시 얼굴을 숙여 커다란 물건 첨단에 입술을 대어본다.

차돌이의 다리가 움찔하더니 경직되는 것을 느낀다.

무랑은 천천히 입을 벌리고 자지를 물어간다.

입 안 가득 쇠몽둥이 같은 자지가 들어차고 숨이 막힐 것 같은 답답함이 전해진다.

언니들은 눈물을 흘리면서도 이걸 입으로 품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

심지어 허옇고 이상한 액체들로 덮여있는 이것에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입으로 수용하며 애무하는 걸 기쁜 듯이 행하였는데 나라고 못할 것이 무엇이냐 얄궂은 자존심이 처녀의 가슴에 용기를 불어넣어준다.

무랑인 언니들이 하는 것처럼 차돌이의 첨단을 입술로 물고 아래위로 동작을 한다.

무언가 자기의 머리에 물체가 느껴진다.

자지를 입에 문체 눈을 위로 치켜뜨고 보니 차돌이의 두 손이 자기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 마주친 시선이 교차할 때보니 차돌 이는 엄청 황홀한 표정으로 자기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끄러워 더 이상 그를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입 에 문 자지는 결코 뱉지 않았다.

님 이 좋아하는 일인데 이제 주저할 이유도 또한 그렇게 해서 내게도 좋을 것이 없을 것이라는 복잡한 계산이 한순간에 무랑의 머리에 계산되어 지나갔던 것이다.

[아.... 무랑아.............]

차돌이가 격정에 휘말린 것 같은 외침이 터져 나오고 무랑인 머리에 엄청난 압박을 받으며 입에 문 자지를 목구멍 깊숙이까지 들여놓고 말았다.

좁은 목구멍이 불에 지지는 듯 화끈거리고 숨조차 쉴 수없는 처지가 되었다.

눈물이 순식간에 흘러내리고 죽을 것 같은 갑갑함에 차돌 이를 있는 힘대로 밀쳐보지만 차돌 이를 밀쳐낼 수가 없었다.

이대로 죽는구나 싶었다.

눈앞이 어지러워지고 온몸에 기운이 빠진다.

그때 차돌이가 물러난다.

무랑인 차돌 이에게서 재빠르게 빠져나온다.

[케 엑....켁,,,,,,,,,,,케 에 엑,,,,,,,,으 헥........]

구토가 치밀어 오르고 입술가로 온통 침이 흘러내려 범벅을 이룬다.

무시무시한 고통이었고 고문이었다.

눈물과 타액으로 범벅이 되어 자기를 이렇게 만든 그를 바라보니 그는 만족한 듯 웃고 있다.

더욱 서러운 마음에 눈물이 마구 쏟아진다.

[오빠, 미워. 난 죽는 줄 알았어. 케 에 켁.]

아직도 헛기침을 하며 원망의 소리를 부르짖는 무랑이다.

차돌 이는 싱긋이 웃으며 타액이 범벅이 된 물건을 팬티 속에 감추고 일어난다.

[가자, 무랑아.........

그리고 다음에도 오늘처럼 힘든 표정을 보인다면 널 가까이 하지 않을 거야.......]

셔 쓰를 걸치고 발을 떼어놓는 차돌이다.

그리고 더욱 야속한 소리로 무랑 이를 아프게 한다.

무랑인 너무 야속하고 서러운 마음에 무어라 욕이라도 하고 싶었던 모양인데 참고 마는듯하다.

눈물로 범벅이 된 얼굴을 젖은 수건으로 훔치고 아직도 켁 켁 거리며 차돌이의 뒤에서 말치감치 떨어져 걸어온다.

.

.

뜨거운 태양이 산위에 걸쳐있다.

한낮의 찌는 듯한, 더위가 어느 정도 식어가는 느낌이 들어오듯 도봉산 산길을 달리는 외제 승용차의 차창으로 시원한 바람이 들어오고 있었다.

멀리 수련장이라는 간판이 보인다.

차돌 이는 수련장을 들어가는 숲길에다 차를 세운다.

그리고 차에서 내려 옷차림을 정돈한다.

무랑이 따라 내리며 역시 간편하고 움직이기 좋은 복장차림인데도 차돌 이를 흉내 내어 옷차림을 다듬는다.

[제비, 넌 여기 있게...........]

차돌 이는 제비에게 차에 대기하고 있으라고 지시하고는 무랑 이를 대동하고 앞으로 발걸음을 뗀다.

[아닙니다, 저도 제 한 몸은 건사할 줄 압니다.

따라가겠습니다.]

제비가 손에 장갑을 끼며 굳은 의지로 따라가겠다고 나선다.

여기까지 와서 자기만 비겁하게 있다는 것이 자존심을 상하게 한 모양이다.

차돌이의 말이 듣기에 따라 난 짐 만 되는 사람으로 들릴 수도 있었다.

[자넨 여기 있어.

어쩌면 놈들은 지금 어디선가 우리를 주시하고 있을 줄도 몰라....

여기도 위험하긴 마찬가지니 주위의 경계를 소홀히 하지 말고 기다려.

자.....무랑아. 가자......]

차돌 이는 여기도 적의 지역이나 다름없음을 일깨워주며 제비를 남게 하고 무랑 이를 데리고 천천히 숲길을 걸어 올라간다.

제비는 남아있기가 송구한지 발만 동동 구른다.

마땅히 대장이 가면 수하된 입장으로 모셔야함에도 대장은 혹시 자기가 다칠까 염려되어 남게 하려는 배려임을 알고 있었다.

자기도 적잖이 운동을 했고 한 몸은 지킬 수 있다했지만 상대는 중앙 파다.

고수들이 즐비한 조직이다.

물론 자기가 간다면 상처를 입을 것은 당연하겠지만 대장만 올려 보낸다는 것이 불안하고 수하된 입장으로써 있을 수 없는 일이기에 좌불안석인 것이다.

그러나 천천히 걸어 올라가는 대장의 뒷모습은 추호도 위축됨도 없고 당당하기만 하여 어느 정도 마음이 안심이 되기도 하지만 남아 있는 자신이 너무나 보잘것없고 초라해 보여 죽을 맛이었다.

차돌 이는 수련장입구로가자 아까부터 문 에서 서성거리고 있던 덩치 좋은 장정 네 명이 앞을 가로막는다.

그중 한 놈이 차돌이의 아래위를 살펴보며 험악하게 묻는다.

[네놈인가....이거 영 어린애가 아닌가..............]

놈은 차돌이가 어리고 덩치가 작고 그런데도 대담하게 자기들에게 덤빈다는 자체가 우스운 모양이었다.

[후후후........말버릇이 더러운 놈이로구나.......

네놈말대로 내가 맞을 것이다.

어서 가마모도인지 왜놈인지 그놈에게로 모시는 게 좋을 거야. 후후후.......]

차돌이 가볍게 인상을 그린다.

놈들의 기고만장함에 눈살이 찌푸려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당사자가 아닌 이런 부하들과 실랑이를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 두목에게 안내하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이런 씹 자식이......어디서 형님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고.........

야........여기서 우리가 그만 저 새끼를 골로 보내는 게 어때...........

조그만 새끼가 너무 건방져서 눈에 두고 볼 수가 없네. 정말.......으........]

옆에서 듣고 있던 다른 한 놈이 차돌이가 비아냥거리자 화가 나는지 불같이 앞으로 나서며 팔을 걷어 부친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차돌이의 얼굴을 박살낼 듯이 으르렁 거리며 설친다.

[여. 망치.......조금만 참아 라고. 큰형님이 저 새끼를 안으로 들리라했으니 그때 손을

봐 주도 늦지 않을 것이야......

더군다나 계집까지 차고 왔지 않는가.........

이 새끼 우리에게 바치려고 계집까지 데려왔는데 그러면 되겠어.

야! 이 좆만 한 새끼야. 그럼 우릴 따라 오거라. 흐흐흐.......]

먼저 나서던 놈이 망치라는 놈을 달래고는 차돌 이에게 오라는 신호를 보내고 동료들과 함께 걸어간다.

놈들은 너무 싱거운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했는지 자기들끼리 히히 덕 거리며 가끔 뒤를 돌아보며 무랑의 전신을 살피기도 하면서 음흉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차돌 이와 무랑 이는 모른척하고 놈들을 따라간다.

창고 같은 건물을 도니 공터가 있었고 이미 연락을 받았는지 이십 여명의 놈들이 도열해 있었다.

손 에 손에 온갖 흉기를 잡고 흔들고 있었다.

차돌 이를 데리고 온 놈들은 그중 제일 중앙에 서있는 눈이 작고 야비하게 생겼으며 덩치까지 우람한 놈에게 깊숙이 허리를 숙이고 낮은 소리로 뭔가를 보고한다.

보고를 들은 놈은 고개를 차돌 이에게로 돌리고는 아래위를 살피고는 고개를 뒤로 제키고 크게 웃는다.

[으하하하....이런 생쥐 같은 놈이란 말인가............

이런 놈에게 날치와 동생들이 병신이 되도록 터졌단 말인가........

으 하하하하.....정말 믿기지가 않아...........]

놈은 한차례 크게 웃더니 다시 차돌 이를 보며 말을 던진다.

이런 아이 같은 차돌 이에게 그처럼 처참하게 당한 것이 도무지 믿기지가 않은 모양이다.

허긴 보기에 차돌이가 싸움꾼으로 보아지질 않았다.

그냥 어쩌면 꼼 생이 처 럼 보일수도 있는 모습이니 오죽 하겠는가.

[네놈인가, 우리 식구들에게 감히 손찌검을 한 새끼가...........]

다른 놈도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으며 진실로 날치를 병신으로 만든 것이 차돌이냐고 묻는다.

[흐흠.....네놈이 가마모도인 모양이구나.

역시 주먹만 앞세우는 깡패새끼라 주둥이가 시궁창이구나.......

하나 그 주둥이에서 나는 섞은 시궁창냄새도 오늘로서 하직이니 많이 지껄여두려무나..

후후..]

차돌이가 냉소를 지으며 방금 자기에게 말을 건 놈을 보며 빈정거린다.

[이런 좆만 한 새끼가...........

어디서 큰형님에게 감히 주둥아리를 놀리고 있어.

형님,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새끼가 죽으려고 찾아왔는데 먼저 손부터 봐줘야 할 것 같습니다.]

가마모도 옆에 있는 놈이 재빨리 나서며 차돌 이를 빨리 처치하자고 아뢴다.

더 이상 기고만장해서 까부는 꼴을 두고 볼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놈은 두목 앞에서 충성심을 보이고 싶은 것이다.

보아하니 조금 무술을 익힌 것 같으나 자기들의 수가 워낙 많은데다 계집까지 차고 온 차돌이의 건방진 행동이 눈꼴 시렸던 것이다.

[아마도 그래야겠어.

허허....내가 저런 아이새끼에게까지 저런 말을 들어야하다니.......

상하이.......그렇지만 저년은 많이 상하게 하지 말아야겠어.

후후........ 피부도 싱싱한 것 보니 여간 달 것 같지 않는가..........]

가마모도가 행동을 해도 좋다는 지시를 내린다.

그도 역시 이런 조무래기가 욕설을 퍼붓고 있으니 동생들 앞에서 모양새도 좋지 않았고 그리고 차돌이가 데리고 온 무랑이가 예쁜 얼굴에 날씬한 몸을 하고 있자 육욕이 동하는지 빨리 차돌 이를 처치하고 무랑 이를 어찌해보고 싶었다.

[하하하....염려 마십시오. 저도 히히히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흐흐...

자, 모두들 저놈을 골로 보내고 흐흐흐....저년도 골로 보내도록 하자....]

상하이란 놈은 가마모도에게 머리를 조아리고는 차돌 이에게 한발 다가선다.

놈도 가마모도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줌도 안 는 차돌 이를 빨리 제압하고 무랑 이를 품을 생각에 가득 차 있었다.

벌써 승리를 품에 안고 있는 말투였다.

차돌 이는 놈들이 지껄이고 하는 행동을 지켜보며 웃고 있다가 이제 놈들이 행동을 실시할 것으로 보이자 무랑 이를 본다.

[무랑아, 놈들의 움직임이 전번 놈들과는 틀려.......

조심하고 조금치도 사정을 주지 마.......

난 먼저 저 징그럽게 생긴 가마모도인가 하는 놈을 잡아 죽쳐버려야 속이 후련할 것

같아서.... 크게 도와주지도 못할 것 같아. 잘 할 수 있겠지.........]

차돌이가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는다.

무랑이도 얼굴표정이 굳어 있다가 차돌이가 자기를 보며 웃어주자 따라 웃어주며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오빠, 저번에는 처음 접해본 것이라 당황해서 그래......

이젠 나도 쉽게 당하지 않으니 걱정 마. 호호호..........]

무랑이가 자신감을 보이며 전혀 주눅 들지 않은 표정으로 차돌 이를 안심시킨다.

두 사람의 모습이나 표정은 어디 한군데에도 적진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없을 정도로 태연하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놈들은 어이가 없고 기가 차는지 종내에는 모두가 분노가 치미는지 험악하게 인상을 그리며 천천히 차돌 이를 에워싼다.

[이런 잡놈의 새끼들이........겁을 상실한 놈 아니야......

야....모두 인정사정 보지 말고 이 새끼를 반쯤 죽여 버려.. 어서...........]

상하이의 분노가 폭발했다.

또한 가마모도의 인상도 아주 일그러져 보기 흉하게 변해있다.

모든 놈들의 눈에서 폭광이 쏟아질 것 같다.

[예, 형님...모두 저놈을 쳐라 이야 압..........]

놈들 중 한 놈이 상하이의 말을 받고는 무섭게 몽둥이를 휘두르며 짓쳐든다.

그러자 나머지 놈들도 몸을 움직이며 공격의 기회를 살피면서 처음 놈의 뒤를 이어 공격해 들어온다.

차돌이의 손과 발이 바쁘게 움직인다.

무랑이도 날렵한 몸매만큼이나 움직임이 재빠르다.

차돌이가 몽둥이와 발을 공격을 피하며 한 놈의 복부에 발을 날린다.

그러나 놈들도 만만치 않았다.

재빠르게 옆으로 피하며 손에 들고 있는 몽둥이로 번개같이 어깨 쭉 지를 내리친다.

차돌 이는 놈들이 무술을 하는 놈들인 줄은 알았지만 대단한 실력을 보유했다는 것을 깨닫고 놈들을 경시하는 마음을 버리고 진지하게 놈들을 상대하기로 했다.

그러나 놈들의 무술이 어디 차돌이의 경지를 따라올 수 있을까........

다수의 힘으로 몰아붙이기에 다소 고전은 하고 있었지만 몇 합이 지나자 놈들 중에서 차돌이의 일격에 쓰러지며 신음을 토하는 놈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무랑이도 역시 발길질로 놈들 중 한 놈의 턱을 강타하여 길게 뻗게 만들고 있었다.

차돌 이는 무랑이 충분히 자신을 방어하겠다는 마음을 가지자 점점 여유가 생긴다.

다시 접전이 되고 세 놈을 쓰러뜨렸을 때 무랑의 나지막한 신음이 들린다.

차돌 이는 급히 무랑에게 고개를 돌린다.

놈들의 쇠몽둥이에 무랑이 허리를 맞았는지 옆구리의 옷이 길게 찢어져있다.

그때 자기의 허벅다리에도 날카로운 침으로 무언가가 쓸고 지나가는가 하더니 시원한 감각이 전해온다.

놈들이 차돌이가 방심을 하자 그중 칼을 든 한 놈이 몸을 구르며 공격해와 차돌이의 허벅다리를 길게 상처를 내놓고 그곳에서 붉은 피가 솟구쳐 나오게 만들은 것이다.

차돌이의 눈에서 흉 광이 일렁인다.

자기의 몸에서 피를 보자 순간 살기가 쳐 오르고 동작의 폭이 넓어진다.

차돌 이는 상처를 여물 생각도 없는지 피를 흘리며 몸을 솟구치며 자기에게 칼질을 한 놈의 턱에 주먹을 꽂아 넣는다.

[으. 으윽........]

그리고 다시 몸을 회전시키며 발로 다른 놈의 복부에 타격을 가한다.

[윽. 쿠 당 탕..........어이쿠.....]

차돌이의 공격은 피를 본 야차 같았다.

무섭게 몰아치는 폭풍 같았다.

놈들은 차돌이의 맹공격에 잠시 균형을 잃었고 분열을 보이자 차돌 이와 무랑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다시 몇 놈을 가격하여 놈들을 땅에 길게 누이게 만든다.

이제 서있는 놈은 가마모도와 그 옆에 두 놈 그리고 접전을 하고 있는 네놈만 남아 있을 뿐이다.

차돌 이는 네놈을 무랑 이에게 맡기고 불시에 몸을 날려 가마모도의 면전으로 다가선다.

가마모도는 깜짝 놀랐다.

차돌이가 불시에 자기에게 오리라 여기지도 못했지만 두 사람의 엄청난 무위에 놀라고 있었기에 그 놀라움은 두 배로 컸다.

[뭐하고 있어. 놈을 막아........]

약간은 겁을 먹은 것 같은 목소리였다.

차돌이가 놈에게 다가서자 가마모도와 두 놈이 여지없이 공격해온다.

차돌 이는 한 놈의 공격을 쉽게 피하고 뒤이어 들어오는 가마모도의 주먹을 향해 같이 주먹을 날린다.

[뻑.. 으 아아악..............]

[퍽.............]

주먹끼리 서로 부딪치고 커다란 신음이 가마모도의 입에서 나온다.

그리고 차돌이의 등에서도 엄청난 타격 음이 들린다.

차돌 이는 등의 충격으로 몸을 비틀거리자 다른 놈이 차돌이의 옆구리로 몽둥이를 휘둘러 다시 충격을 가한다.

차돌 이는 다시 비틀거린다.

그러나 놈들은 사정을 두지 않았다.

차돌 이는 엄청난 아픔을 입을 악물고 참으며 뒷발로 몽둥이를 휘두르며 들어오는 놈의 턱에 강한 타격을 입히고 다시 몸을 회전하며 머리로 내려오는 몽둥이를 한손으로 막고 남은 손으로 무방비인 놈의 복부에 사정없이 공격을 가한다.

[퍽. 으..............................]

놈들이 쓰러지자 차돌 이는 앞을 가로막는 자가 없어 아직도 한손을 부여잡고 고통을 신음을 얕게 흘리며 자기를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는 가마모도에게 다가가더니 수도로 놈의 뒷덜미를 쳐 쓰러트린다.

[으윽..........]

놈은 풀썩 주저앉는다.

목이 부러져나가는 것 같은 충격이 몸을 가눌게 하지 못한다.

주저앉는 자기의 입에 다시 차돌이의 발이 와서 타격을 입힌다.

[퍽.........]

[으윽....]

놈은 쓰러지고 입엔 피가 가득하다.

놈은 입에 든 피를 뱉어낸다.

피와 함께 부러지고 빠진 이빨이 땅바닥에 뿌려진다.

놈은 겁을 집어먹고 뒷걸음을 친다.

차돌 이는 놈에게 다가가 살며시 앉으며 멱살을 쥐고 일으켜 앉힌다.

[후후후.......어디를 분질러줄까............

네놈 같은 더러운 놈들은 이 세상에서 살 가치도 없는 놈이니..어디 먼저 손봐줄까....]

차돌 이는 가마모도를 노려보며 징그럽게 웃으며 놀린다.

그때였다.

[잠깐,]

불시에 들려온 소리에 차돌 이는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돌린다.

아주 건장하게 생기고 눈에서 총기가 번뜩이는 놈이 제비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있었다.

놈의 뒤에는 열 명 가량의 또 다른 놈이 서 있었다.

그 소리에 무랑도 접전을 중지하고 차돌이의 옆으로 다가가서 선다.

무랑과 접전 중에 있던 남은 두 놈도 비실대며 뒤로 물러난다.

그러나 잔뜩 겁을 먹은 표정이 역력하다.

차돌 이는 제비에게 칼을 댄 놈을 노려본다.

[이보시오, 형님을 놓아주시고 이쯤에서 그만 여기서 물러가시오.

그렇지 않으면 이 사람은 결코 성한 몸으로 가지는 못할 것이오.]

놈이 차돌 이에게 그만하라는 압력을 넣는다.

차돌 이는 협박을 하는 놈을 찬찬히 살펴본다.

전혀 이런 곳에 있어서는 안 될 맑은 눈을 가진 놈이다.

[그럼, 너도 죽을 텐데.................]

차돌 이는 제비에게 칼을 겨누고 있는 놈에게 그래도 할 수 있냐며 그럴 용기가 있느냐는 투로 말한다.

[물론이오, 난 저분을 위해서라면 지금 무엇이든 할 수 있소.

난, 죽어도 형님을 구할 수 있으면 좋으니 이제 그만하고 물러가시오.]

그는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이미 승패는 분명히 눈앞에 나타나있다.

하지만 이대로 자기가 모시는 분을 타인이 위해를 가하는 것을 볼 수가 없었다.

무모한 행동이지만 이렇게라도 해서 모시는 분을 구하고자 노력할 뿐이다.

이 행동이 쓸데없는 짓이 될 수도 있고 이러므로 상대를 더욱 분노케 할 수도 있다.

허나 이미 힘으로는 상대를 제압할 수가 없다.

덫에 걸린 멧돼지처럼 이제 물러설 수도 없다.

나하나 살려면 여기오지 않고 모른 척 슬그머니 새어버렸으면 그만인 일이기도 했다.

이제 난 덫에 걸린 멧돼지에 불과하다.

올가미가 더욱 목을 조여 올지라도 전진밖에 할 것이 없다.

막무가내로 달린다고 목적을 이룰 수는 없다는 것도 안다.

화롯가 옆에 앉은 어린아이처럼 불안하지만 죽더라도 내가 입은 은혜는 갚아야 하는 것이 사내의 도리라 생각하는 그는 이러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그에게 바치는 보답이므로......

차돌 이는 눈살을 편다.

그리고 다시 놈을 찬찬히 살펴본다.

놈은 진정 가마모도를 위해서 제비에게 상해를 가할 마음을 굳힌 듯이 보인다.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놈에게는 그것이 최선이었을 것이고 그렇게 해서라도 자기가 모시는 형을 구하려는 의지가 돋보였다.

차돌 이는 놈의 용기에 가상함을 느낀다.

[난 사람을 볼 줄 안다고 생각했는데.........

네놈은 이런 곳과는 어울리지 않는 놈 같은데. 왜 이런 더러운 놈을 위하여 고생을

자초하지.]

차돌이가 네놈은 이곳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을 하고 있다.

비록 놈은 제비를 인질로 하여 비겁한 행동을 하고 있었지만 조금도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나오자 의외의 일에 손을 멈추고 놈을 쳐다본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이유가 있기 마련이오.

어찌되었건 형님은 날 거두고 보살펴준 분이오.

한번은 은혜를 갚으리라 생각했는데 지금이 그 기회인 것 같소.]

놈에게 말 못할 사연을 간직하고 있는 것 같다.

추호도 겁을 먹지 않고 오로지 자기의 결행을 실천에 옮기고자 하는 마음이 가득 들어있었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하는 게 도리라는 말이다.

[좋다. 놓아줘라...........]

차돌 이는 놈을 한참 쳐다보다가 순순히 놈의 뜻을 따를 것을 약속한다.

그리고는 제비를 풀어주라고 말한다.

[당신이 먼저 형님에게서 멀어지시오.]

놈은 차돌 이를 믿지 못하는 모양이다.

어찌 그런 생각을 갖지 않으리...

차돌이의 무술 실력을 보았지 않았는가.

그는 자기가 그의 동료를 불모로 잡고 있지만 그가 마음만 먹으면 이 정도는 쉽게 극복할 실력을 갖춘 것을 보았다.

그러나 그는 너무 쉽게 자기의 요구를 들어주고 있다.

뭔가 꿍꿍이가 있는 것 같아 불안해진 것이다.

그래서 먼저 가마모도와의 거리를 두고 떨어지라고 협박한다.

[많이 양보했다.

그리고 어찌하였건 네놈이 이겼다.

그러니 놈은 풀어준다. 난 두말은 안하니 그 사람을 풀어주어라.]

차돌 이는 놈을 보고 차갑게 말한다.

그리고 시선을 놈에게서 떨어뜨리지 않고 뚫어져라 쳐다본다.

놈은 한동안 차돌 이를 응시하더니 제비를 풀어주고 무릎을 꿇는다.

[당신을 믿겠소.

그리고 사나이답지 못한 행동은 언젠가 당신에게 죄를 받겠소.]

놈은 차돌 이를 믿기로 한 것 같았다.

순순히 제비를 풀어주고 자기의 행동이 적절하지 못했음을 인정한다.

그리고 대적해도 이기지 못 할 상대이니 다시 만난다면 오늘의 비겁한 행동에 대해 죄를 받겠다는 사내의 용기와 결단을 보이며 차돌 이에게 사죄한다.

차돌 이는 놈을 다시 본다.

자기를 믿고 제비를 풀어준 것이다.

그리고 자기의 행동에 대해 사과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이런 세계에서 진정 보기 드문 남자의 행동이 아닌가.

차돌 이는 고개를 끄덕이고 가마모도를 본다.

그리고 수도로 양어깨를 내리치고는 놈의 앞으로 밀쳐버린다.

[네놈은 일단 놓아주겠다. 모두 저놈 덕인 줄 알아라......

앞으로 네놈은 이곳에서 사라지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주먹을 휘두를 생각도 말아라. 내말을 어기면 네놈에겐 고통만 따를 것이니.......

그리고 네놈들 모두 들어라.

앞으로 중앙 파를 거들먹거리고 다니는 놈이 한 놈이라도 있고 여기 있는 놈들이 다시

네 눈에 보인다면 그땐 처절하게 응징한다는 걸 기억해라.....

이 말은 네놈의 상전인 상록순가 하는 곳에도 알리는 게 좋을 거야...

난 상록수도 마음에 안 드니까....

그리고 가마모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 후후후..........

자.....무랑아 가자................]

차돌이가 천천히 앞을 향해 걸어가다가 자기를 향해 협박을 가한 놈의 어깨를 가볍게 쳐 남자답다는 걸 암시하고는 그 자리를 벗어난다.

무랑과 제비도 차돌 이를 따라 말없이 걸어가고 있다.

무랑은 표정에 변화가 없는데 제비는 온통 얼굴에 민망함과 죄스러움이 가득하다.

차돌이가 차에 타고 무랑이도 탄다.

제비는 재빨리 앞좌석으로 가서 운전대에 손을 올린다.

[대장님, 정말 면목 없습니다.

놈들의 수가 많아.......]

제비는 자기가 놈들에게 붙잡힘으로 해서 차돌이가 원하는 소정의 목적을 이루지 못한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린 것이다.

적의 수가 많아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하지만 온통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으로 가득 차 있었다.

[괜찮아.......이미 끝난 일이야........]

차돌 이는 제비에게 안심하라 말을 하고는 무랑 이를 본다.

그런데 무랑이가 갑자기 무너지듯 자기에게 쓰러지며 정신을 잃는다.

[무랑아. 무랑아. 아니 이런 상처가.....제비 어서 병원으로 가자.........]

무랑인 차에 타자마자 긴장을 풀었다.

악전고투 속에 결전을 벌이며 수도 없이 부딪치고 맞기도 했다.

오직 차돌 이를 지켜야한다는 무언의 사명감으로 이제껏 버텨왔지만 차에 오르고는 모든 긴장과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와 자기도 모르게 정신을 잃고 말았던 것이다.

그런 무랑 이를 발견한 차돌이가 급히 제비에게 병원으로 차를 몰도록 지시한 것이고......

이렇게 선영 이를 얽어 싼 보복은 일 막이 내려진 것이다.

.

.

별빛 찬란한 밤이다.

시끄러운 시내를 벗어난 차는 한적한 도로를 빠르게 달리고 있다.

[괜찮아......무랑아.......]

정신을 차린 무랑 이를 보며 차돌 이는 정다운 미소를 입에 담고 잔뜩 걱정스런 어투로 무랑이의 상처를 묻는다.

[응. 오빠, 괜찮아.]

무랑이가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인다.

그리고 기분이 좋았다.

지금까지 이렇게 다정다감한 소리로 자기를 불러준 적이 없었다.

지금 차돌이가 진정으로 자기를 염려해서 하는 말과 행동이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고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하였다.

[휴우.....정말 놀랐어. 난 네가 어찌된 줄 알고........]

차돌 이는 계속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무랑이가 정신을 잃고부터 지금까지 조마조마한 가슴을 진정시키지 못했던 것이다.

괜히 저 아이를 데려온 것이 아닌가하고 후회도 많이 했다.

물론 무랑이가 있었기에 조금 더 빠른 시간에 빨리 일을 끝낼 수는 있었지만 무랑이가 자기일로 상처를 입고 잘못되면 어쩌나하고 한시도 마음을 놓지 못했던 것이다.

다행히 병원에서 휴식을 취하고 큰 상처는 없으며 안정을 취하면 된다는 말에 안도했지만 그래도 불안하여 계속하여 무랑이가 괜찮은지 물어보곤 하는 것이다.

차돌이의 그런 마음이 어찌 무랑이가 모르겠는가, 무랑인 차돌이가 자기를 이토록 극진히 생각하여 염려하고 있자 부끄럽고 쑥스러워 마주 얼굴을 대하지 못하고 수줍은 색시마냥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다.

차돌 이는 무랑 이를 살며시 켜 안아 자기 쪽으로 당긴다.

무랑이가 힘없이 끌려와 자기에게 살포시 안긴다.

차돌 이는 그런 무랑이의 긴 머리를 쓸어주며 평온한 웃음을 짓고 있다.

이런 착한아이를.... 오로지 나하나 만을 바라보고 살려하는 아이를.....

내가 무엇이건데......여러 가지 생각이 차돌이의 머리에서 맴돈다.

.........................

어느새 차가 집에 도착하고 일행은 차에서 내린다.

그런데 마당 여기저기 꽃나무들이 쓰러져있고 무엇인가 집에 일이 있었음을 알려준다.

순간 차돌이의 얼굴이 찌푸려진다.

분명 사고가 있었으리라...

그것도 오래전이 아닌 일이리라.

어질러진 마당을 정리할 시간이 없다면 집에 있는 사람들은....

차돌 이는 급히 발걸음을 현관으로 옮긴다.

이때 현관문이 열리며 곰과 외팔이가 나온다.

곰과 외팔이는 차돌 이를 보며 안도의 표정을 짓는다.

[대장, 괜찮은 거야............

아니. 옷들은.....도대체 어찌된 거야, 대장..........]

곰이 차돌 이와 무랑이의 찢어진 옷들과 상처를 보고 우려를 나타낸다.

[우리는 괜찮아,

그런데 집에 무슨 일이 있은 거야...왜 이렇게 엉망이야..........]

차돌이가 도리어 반문한다.

궁금한 것은 자기인데 도리어 자기를 염려하자 기가 막혔다.

[대장, 일단 들어가자, 다행히 별일은 없었으니........]

곰은 차돌 이를 안채로 들어가자며 발길을 옮긴다.

차돌이가 얼핏 보니 곰의 얼굴에도 푸른 멍 자국이 있다.

차돌 이는 무슨 사유인지 빨리 알고파 서둘러 안채로 들어간다.

안채엔 아직도 안절부절못한 윤지와 곰의 처가 있다가 차돌이가 들어서자 길게 숨을 내쉬더니 안도를 한다.

그리고 윤지는 누가 보던 말 던 달려와 차돌이의 품에 안긴다.

[무사했군요. 얼마나 걱정했다고................]

차돌 이는 윤지를 가만히 밀쳐내고는 쇼 파에 앉는다.

무슨 불길한 일이 있었음을 느끼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하다.

곰과 외팔이가 맞은편에 앉는다.

[어서 이야기해줘...도대체 무슨 일이야.]

차돌이가 쇼 파에 앉자마자 집안의 상황에 대해 묻는다.

[응...그게 어떻게 된 것인고 하면..........]

곰이 이야기를 꺼낸다.

차돌이가 집을 나서고 1시간이 지났을 즈음 3대의 봉고차가 들이닥치고 험악한 장정30여명이 떼거리로 차돌이의 집을 난입했다.

그리고 닥치는 대로 부수고 짓밟으려할 때 방안에 있던 곰과 외팔이가 나오자 두 사람과 실랑이가 벌어진 것이다.

그러나 차돌이의 집에 쳐들어온 놈들은 대다수가 곰과 외팔이가 아는 놈들이었다.

그들은 곰과 외팔이가 나타나자 엄청 놀라 당황했으나 곧 이어 10여명이 두 사람을 향하여 공격했고 나머진 어찌된 건지 구경만 하고 있었다.

그러나 놈들은 곰과 외팔이의 실력이 예전과 다름없이 엄청난 무위를 자랑하자 몇 합을 나누고는 모조리 사라진 것이다.

그들은 중앙파의 깡패들이었다.

놈들은 어찌 알았는지 차돌이의 집을 알아냈고 차돌이가 자기의 보스와 싸움을 할 시간에 여기 나타나 모조리 엎어버리려 했으나 곰과 외팔이가 있는 것을 보고 놀랐고 그리고 싸움을 벌여보았으나 승산을 장담할 수 없었기에 부랴부랴 사라진 것이다.

이유는 이러했다.

놈들은 한때 자기들이 형님으로 모신 분들이 이집에 있는 줄은 몰랐고 또한 싸움에 나서지 않았던 놈들은 예전에 곰에게 은혜를 입었거나 아직도 조그마한 충성심을 가진 놈들이었고 싸움을 한 놈들은 가마모도가 이끄는 정예들이었지만 그 정도 인원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보고 일단은 물러났다가 보스에게 곰과 외팔이가 있음도 알리고 나중에 다시 쳐들어 올 심산으로 물러났던 것이다.

그리고 곰은 그제 서야 자기와 외팔이가 옛날 중앙 파를 이끌던 보스임을 밝힌다.

차돌 이는 곰의 이야기를 듣자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놈들은 어마어마한 복수계획을 짰고 그걸 실행하려했으나 집에서는 곰과 외팔이가 있어 뜻을 이루지 못했던 것이다.

차돌 이는 웃음이 나왔다.

그러나 억지로 참고 곰을 쳐다본다.

[형이 중앙파의 사람이라고.........형이 그런 사람이었어.

그럼 왜 지금껏 숨기고 숨어 산거야.......]

차돌 이는 곰이 주먹세계에 있었다는 것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설마 중앙파의 사람이며 또한 보스라고는 짐작도 못했다.

곰이 옛날에는 엄청난 조직의 우두머리라는 것에 새삼 놀라며 지금 왜 이렇게 은둔생활을 하는 것이 궁금하였다.

[이유가 있었어.

내 지금 대장에게 모두 말하지.......들어주겠나.]

곰은 어깨를 내려뜨린다.

잊고자했던 지난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이 어찌 수월하겠는가.

사나이 수모라면 수모랄 수 있는 일이고 새삼스레 지난 과거를 생각하자니 씁쓰레했다.

허나 이제 알아져버렸고 숨기기만 하며 살수가 없지 않는가.

차돌이 와의 인연을 끊어버리고 다시 어디론가 간다면 모를까...

그럴 자신도 그러고도 싶지 않는데 입을 다물고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들어야겠어.]

차돌이도 그런 곰의 마음을 헤아렸는지 곰의 이야기가 나오기를 차분히 기다린다.

곰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천천히 말을 꺼낸다.

[사소한 이야기라 내가 왜 깡패가 되었는지는 말하지 않겠네,

대장이 알고자하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 테고.......맞네, 한때 나는 우리나라에서

내 노라 하는 조직 중에서도 감히 건드릴 수 없는 중앙파의 두목이었네......

그러나....세상은 날 그냥두지 않았네.

우리 중앙파가 깡패조직이고 힘을 우선으로 하는 집단이지만 결코 약자를 괴롭히거나

마약이나 밀수 등 더러운 짓은 하지 않았다고 자부하네.

문제는 그것이 아니었네,,,,,,,,,,

그런데 어느 날.........

상록순가 뭔가 하는 회장에게서 통첩이 왔네.........

자기 밑으로 들어와 자기의 지시를 받으라는 이야기야.

난 사실 상록수를 알고 있었고 주변의 조직과 아니 전국의 막강한 조직들은 암암리에

거의 상록수의 지배를 받고 있다는 것을..........

난 거부했네.........

난 조직이 권력이나 세력의 우세로 날 부하 취급하는 것이 마땅치 않았지.

우리 같은 세계란 먼저 힘이 우선해야하고 어느 드라마처럼 조직의 보스와 견주려면

마땅히 그 정도의 세력이 우선되어야함에도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검은 베일에 싸인

상록수라는 회장의 명을 받들기엔 내 자존심이 허락지 않았네........

상록수의 지배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고부터 우리 중앙 파엔 이상한 압력이 가해졌지.

조그만 일에도 조직의 동생들이 잡혀가고 주위의 조직들이 겁 없이 침범하고 위해를

가하 더 군

난 조직의 형제들에게 전면전을 선포하고 놈들과 싸우기로 하였지.

그런 어느 날 난 조직이 관리하는 술집에서 형제들과 한잔하고 상길 이와 돌아가는데

나에게 반감을 갖고 있던 가마모도란 놈과 그를 따르는 놈들 그리고 다른 조직 놈들의

공격을 받았어.

가마모도란 놈은 상록수회장이란 놈의 밀약을 받았는지 의리를 저버리고 우리를

제거하려들더군.

우린 싸웠어.

그러나 이미 우린 술에 취해있었고 그렇게 엉망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어.

반죽음이 되도록 맞을 수밖에 없었고 싸움 소리에 조금씩 몰려든 시민들에 의해 놈들은 이미 우리가 더 이상 힘을 쓸 수 없을 것이란 것을 보고 물러나더군.

우린 피신할 수밖에 없었어.

우린 갈 데가 없었고 할 수없이 나를 중앙파의 보스를 물려준 대부의 숨겨진 딸에게로

가서 몸을 숨겼어.

놈들은 시민들에 의해 물러났지만 우리가 꺼 름 직 해서 인지 결말을 보고자 우릴

수소문하며 찾고 있다는 걸 알았고 우린 잠수할 수밖에 없었어.

그리고 사실 그때 일로 상길이가 팔을 잃었지.

우린 복수를 결심하고 숨어 절치부심했어나 거대한 상록수를 건드리기엔 역부족이란 걸

깨달았어.

그래서 모든 걸 잊자고 생각하고 두 번 다시 주먹을 쓰지 않으려 다짐하고 숨어

지내고시피하다가 우연히 대장 집에 있게 되었고 이때까지 그렇게 살아 온 거야.

그런데 대장이 중앙파와 원한이 엮여 있을 줄이야............진정 몰랐어.

이젠 우리가 있는 곳을 놈들은 알았을 것이고 상록수회장도 가만있지 않을 거야.......

우린 인생을 그런 식으로 살아와 죽어도 괜찮지만 대장은 틀려.

대장이 상록수를 건드리기엔 그 조직이 너무나 커..........

대장은 몸을 피해.....우린 결심했어. 죽기로 싸우기로......... ]

곰은 자기가 어떤 사람이었고 어떻게 해서 차돌 이와 있게 되었다는 이유를 나름대로 간략하게 정리하여 설명했다.

그리고 상록수라는 단체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조직이 아니라 실로 거대한 조직임을 가르쳐주고 차라리 원한관계가 있는 자기가 나서겠다고 선언한다.

[후후후.......그랬어...형이 그런 사람이었구나.

형, 지나간 일은 아무것도 없어.

형들이나 나, 우린 형제야.

이미 중앙 파는 화해 된 거나 마찬가지야.

그리고 상록수가 우릴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후후후.....모조리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 버릴 거야.

난 그럴 능력이 분명히 있으니까........

그나저나 오늘 형이 너무 수고했는데 우리 술이라도 한잔 어때........]

차돌 이는 두 사람에게 자신감을 보인다.

이미 마음속에 상록수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결심을 굳힌 그다.

그렇지만 그런 마음을 두 사람에게 보여줄 수는 없었다.

그 역시 이번 일에 두 사람이 끼어들기를 원치 않았고 혹 그랬다가 불상사라도 생기면 그 죄책감에 견딜 재간도 없었다.

허나 마음속에 분노는 더욱 타오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집단이기에 이토록 세상이 벌벌 떨 수가 있는지.......

차돌 이는 두 손을 불끈 쥔다.

그런 모습을 본 둘은 차돌이의 능력을 알지만 너무나 거대한 집단 앞에서도 큰소리치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그러나 이미 대장이 결심한 일이라면 돌이킬 수 없는 일이라 차돌이가 한잔하자는 소리에 모든 것을 잊고 술이라도 마셔 취하고 싶어진다.

[그럽시다, 형님..대장이 권하니 그냥 취하도록 마시고 잊어버립시다.

까짓 거 죽기 아니면 까 무라 치기 아닙니까.

내 아무리 병신이지만 아직 패기마저 병신이 된 건 아니니... 형님, 그만 술이라도

한잔하며 옛날 일을 잊읍시다.]

외팔이가 만사 생각하기 싫은지 곰을 향해 큰소리로 말한다.

곰은 그런 외팔이를 쳐다보더니 웃고 만다.

[그러자, 동생. 인생이 별거야..........하하.....]

곰도 그만 고민을 잊기로 했다.

고민한다고 해결할일도 아니고 어차피 차돌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면 중앙파와 커다란 시비가 있은 모양이고 이 나라 어디를 가도 상록수를 피하긴 어려운 실정이라 나중일은 그때 생각하고 술이나 마시고 싶어진다.

...........................

주거니 받거니 술이 오가고 세 사람은 거나해진다.

술이 파해갈 무렵,

갑자기 곰이 주위의 모든 사람을 물리치게 하고 차돌 이와 둘이 있게 시간을 달라한다.

차돌 이는 곰이 아직 자기에게 할 말이 있는 것으로 여기고 외팔이와 모든 사람들을 멀리 가있도록 지시한다.

곰은 차돌 이와 단둘이 있게 되자 말문을 꺼내기가 어려운지 자기 앞에 있는 술을 마시더니 천천히 말문을 연다.

[대장, 나 부탁하나 들어주시오.]

곰이 갑자기 존대를 하며 부탁을 해오자 차돌이가 어리둥절해진다.

[형, 왜 그래. 내가 언제 형의 부탁을 저버린 적 있어.

무슨 부탁이건 들어줄 테니 이러지 마.........]

차돌 이는 갑자기 곰이 이러한 행동을 보이자 당황했다.

그리고 이러한 행동을 보일 때에는 그것이 매우 심각하고 어려운 일이라는 것도 짐작이 되었다.

그러나 차돌 이는 형제의 부탁을 저버릴 정도로 의리 없는 놈은 아니니 무슨 일이든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하며 곰의 행동을 만류하는 것이다.

[분명 들어준다 했소. 대장...........]

곰은 다시 차돌이의 대답에 확약을 받는다.

[알았어, 형, 무슨 일인데 그렇게 뜸을 들여. 말해봐. 무엇인데......]

곰은 다시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천천히 말을 꺼낸다.

[대장, 사실 난 불구자요.

그때 당한 휴우 증으로 남자로써 구실을 할 수없는 불구자란 말이오.

내게는 진정으로 가지고 싶은 소원이 있었는데 불구자가 되어 포기했는데....

대장을 믿고 진정으로 부탁하는 것이오.

지금 내 처는 호적상으론 내 처도 아니오.

저 사람이 어릴 때부터 나를 따랐고 선친의 유언을 소중하게 여겨 날 부군으로

섬기지만 난 이런 꼴만 아니었어도 저 사람을 절대 찾지 않았을 것이오.

내가 저 사람의 행복마저 빼앗은 꼴이 되어버렸으니........

그래서 부탁하오.

저 사람을 안아주시오.

그리고, 저 사람에게 아이가 생긴다면 그 아이를 날 주시오.

내가 제일 소원이 자식에게 아버지라는 말을 듣고 싶은 것이라오.

난 이제 능력이 없고 저 사람에게 기대어야하는데 아이의 실질적인 아버지가 대장이

되어주길 바라는 마음에 간절하게 부탁하니 거절하지 마시고 제발 제청을 들어주시오.]

실로 듣기 민망하고 어마어마한 소리가 아닌가,

곰은 지금 진심을 이야기하며 엄숙하지만 듣는 차돌 이는 어찌 평정심은 가질 수 있는 이야긴가.

곰은 자기가 한말이 차돌 이를 놀라게 하기에 충분하리라는 것을 알지만 항시 품은 마음이고 다른 누구보다 처를 행복하게 그리고 남자로서 여자를 기쁘게 해줄 사람은 차돌이라 확신했기에 체면이나 도덕 그런 모든 걸 팽개치고 사정하며 매달리는 것이다.

또한 남자로서 동료가 아닌 자기가 믿을 벗이라 여겼기에.............

벗이란 무엇인가......

벗은 서로를 이해하고 용서하며 보듬어주는 존재가 아닌가.

마음속의 열어 흉금 없이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곧 벗이 아니던가.

어려운 일을 당하면 마치 자기 일처럼 도와주는 것도 벗이라야만 할 수 있다.

곰은 차돌이가 자기를 진정한 벗으로 대한 다 여겼고 자기도 그러했기에 지금까지 가슴앓이하며 숨기고 지녀왔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아니, 형..그게 무슨....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난 안들은 걸로 하겠어.]

차돌 이는 순간 쓰러질 뻔 했다.

곰이 이러한 청을 해오리란 상상도 못했기에.........

이것이 어디 말이나 될법한 일인가........

아무리 여자를 밝히고 즐기기는 하지만 자기가 형이라 믿고 의지하려는 사람의 마누라를 어찌 범할 수 있단 말인가...

곰의 돌발적인 부탁이 헛소리가 아닌 진정인 것을 알지만 그는 그 청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러나 곰은 여전히 진지했다.

[대장, 대장도 알 것이오.

여자의 행복이 무엇인지를........난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사람이오.

밤마다 저 사람이 갈구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내가 어찌 보고 견딜 수 있겠소.

저 사람만큼이나 내가 더욱 가슴에 상처가 커진다오.

당장이 아니라도 좋소.

그러나 나를 위해서 저 사람을 위해서 안아주시오.

난 그 일로 인해 대장에게 원망을 가지거나 추호도 슬퍼하지 않고 도리어 기쁘게

생각할 것이오.

저 사람을 영영 가져준다면 더없는 바램 이지만 다만 한 가지 저사람 에 게서 아이가

생긴다면 첫아이만큼은 나에게 주시오.

나의 부탁은 진실이며 절실히 원하고 갈망하오. 제발..........]

곰의 표정은 조금도 가식이 없는 진실로 가득했다.

오히려 자기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하는 차돌이가 서운하다는 표정도 숨기지 않는다.

어차피 처가 상처를 안고 살아가기엔 젊고 언제 변할지 모르는 것이 사람 마음이고 자기도 언젠가 저 여자를 풀어줄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차돌이란 존재가 나타나고 그의 뛰어난 모든 것에 반하고 그렇다면 차라리 차돌 이와 역게 해서 자기나 처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만드는 것이 좋으리라 생각하고 그런 마음의 결정을 내리기까지 수없는 고민과 고뇌와 싸우다가 용기를 내어 겨우 말한 것이다.

그리고 말이 나오자 속에 있는 모든 것을 전부 토해내고 만다.

[형, 안들은 걸로 한다 했어.

그리고 손을 한번 줘봐........]

차돌 이는 곰의 말을 무시하고 다짜고짜 곰의 손을 잡고 맥을 잡아본다.

그리고 그 맥을 통해 기를 주입시킨다.

그렇게 곰의 혈을 살펴나가던 차돌이가 흠칫 놀란다.

곰의 혈이 단전을 통해 회음으로 가는 혈이 파괴되고 이미 그 상태에서 굳은지라 영영 남자로서의 구실을 할 수가 없음을 알았다.

곰의 말이 장난이 아니란 걸 깨닫는다.

차돌 이는 기를 회수하고 슬며시 손을 놓는다.

곰이 그런 차돌 이를 보며 말한다.

[대장, 난 대장의 능력을 아오.

내 몸의 상태를 대장은 알았을 것이오.

내말이 진실이라는 것을...대장, 제발 나의 소원을 들어주시오.]

곰은 일어나더니 다시 그 자리에 무릎을 꿇으며 진심으로 소원한다.

차돌 이는 벌떡 일어나 무릎을 꿇는 곰을 일으켜 앉힌다.

[형, 솔직히 형 말이 맞아.

이미 고칠 수가 없는 상황이야.........

그러나 그렇다 해도 형의 소원을 들어주기에는 내가 허락이 안 돼......

그런 일은 형이나 내 맘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차돌 이는 곰이 회복불능 상태라는 것을 알았다.

곰이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는 심정이 백번 이해도 간다.

그러나 서로 형제라 칭하며 지내왔는데 곰의 부탁을 수락하기엔 너무나 가책이 가는 일이기에 들어줄 수가 없는 것이다.

[대장 그런 일이라면 이미 이야기는 끝났소.

난 저사람 에게 내 소망을 이야기했고 저 사람도 대장이라면 거부하지 않으리라는 것을

느낀바 있소.

난 더 이상 대장을 괴롭히지 않겠소.

기회가 된다면 저사람 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웃음을 주길 간절히 바랄뿐이오.

그럼 나도 이젠..........]

곰은 일어나더니 차돌이가 더 이상 반대이야기를 듣기 싫다는 듯 순식간에 밖으로 나가버린다.

차돌 이는 닭 쫒는 개가 된 느낌이다.

지금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오고 간지도 모를 지경이다.

곰이 아무러면 이런 부탁을 해오리라곤.......얼마나 절실했으면.... 또한 이런 부탁이 얼마나 하기 어려운 부탁인지도 알기에 곰을 이해하려 하지만 얼떨떨한 것만은 사실이다.

곰의 부탁을 두고두고 생각을 정리해보자.

그러나 아무래도 역시라는 생각이 들 것 같다.

다시 시간을 만들어 곰에게 부탁을 거둬달라고 그리고 다른 사람을 찾아보라고 권해보리라 생각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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