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6화 〉이티아 오픈 준비 (66/85)



〈 66화 〉이티아 오픈 준비

가끔 그럴 때가 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건가 싶을 정도로 현실감이 떨어지고, 주위 소리가  차원 동떨어진  메아리 쳐 들릴 때.

바로 깊은 잠에서 막 깰 때다.

모든 감각이 닫혀있다가 하나, 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으응…”

잠겨있던 목이 풀리고, 찌뿌둥하게 굳어있던 몸이 오도독 소리를 내며 점점 풀려갔다.

“아우으으응!”

누워있는 상태로 전신에 힘을 주며 기지개를 켜고 마지막으로 눈을 딱! 뜬 순간 세로로  갈라진 붉은 눈동자를 볼  있었다.

“흐약! 깜짝이야!”

어찌나 놀랐는지 소름이 쫙 올라왔다.

“뭘 그렇게 놀라?”

“너라면  놀라겠어?”

분명 팔다리를  내밀 때에도 아무것도 걸리는 게 없길래 혼자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가까이서 얼굴을 들이밀고 있으면 당연히 놀랄 수밖에 없다.

이든은 제 잘못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를 품에 꼭 안고는 뽀뽀세례를 퍼부었다.

“윽…! 저리 비…켜!”

아침부터 몸이 속박당하는  별로 기분좋은 일이 아니다.

이든의 품 속에서 아등바등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니 이든은 겨우 날 풀어주었다.

“…이리 와.”

 놀래킨데다 아침부터 불편함을 느끼게 해 주었으니 보답은 해 주어야지.

이든의 딱 벌어진 가슴팍에 퍽퍽 손자국을 내준 뒤 침대에서 일어섰다.

“아오…거기가 쓰라려.”

밤새 닳고 닳을 정도로 마찰한 음부는 외관상으로는 멀쩡 했지만 어마어마하게 쓰라렸다.

농담이 아니고 내가 정말 여신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다 헤져서 너덜너덜 했을 것이다.

“아으! 아! 아얏!”

한걸음 한걸음 걸을 때 마다 음부에 가시가 박힌 듯 따갑고 쓰라렸다.

특히나 밤새 이든이 사정한 정액도 말라붙어서 질 안쪽을 찌르고 있어 고통은 배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 온 몸에 이든이 뿌려댔던것 같은데…

시야에 닿는 곳에는 딱히 정액이 보이지는 않았으나 온 몸에서 나는 밤꽃 냄새가 어젯밤일을 상기시켜 주었다.

아니나다를까 머리카락과 엉덩이 쪽에서 누렇게 말라붙어있는 정액덩어리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이티아 내가 닦아놓긴 했는데…”

“…적당히 싸지 그랬어.”

그래도 알아서 다 닦아 놓았다니 그건 칭찬해줄 만했다.

“이든 안아줘.”

내 말에 후다닥 달려와주는 것도 참 착해.

이든이 다가오자 양팔을 벌려 이든에게 맞았고, 나는 이든에게 안긴채로 씻으러 들어갔다.

아쉽게도 내  안쪽에는 욕실이 없어서 방 밖으로 나가야 했다.

어차피 5층에는 나와 이든밖에 살지 않아서 우리  다 알몸임에도 별로 신경쓰진 않았다.

“아참! 지금 몇시야?”

아래층에서 들리는 시끌벅적한 말소리에 지금이 오후이고, 벌써 오픈 준비중이라는 것은 알았다.

설마 벌써 오픈시간이 지나버린 것은 아니겠지?

“걱정 마. 아직 3시야.”

“그래? 그래도 준비하고 하려면 조금 빠듯하겠네.”

오픈 1시간 전까진 내려가서 마지막 점검을 해야 했기에 어영부영 놀 시간은 없었다.

“오늘은 내가 씻겨줄게.”

“네가? …그래라.”

이든은  오늘까지만 함께하기로 했다.

마지막까지는 실컷 맘대로 하게 해 주자.

쏴아아-

생활마법으로 만들어진 샤워기는 시원하게 물줄기를 발사했고, 수압과 온도 모두  적당해 기분좋게 몸을 맡겼다.

“이티아…”

“왜”

“껴안아도 돼?”

“나 씻는 중…네 맘대로 해라.”

내 허락이 떨어지자 이든은 곧바로 내 뒤로와서 백허그를 시도했다.

등 뒤에서 느껴지는 포근함이 싫지는 않았지만 지금 나는 말라 비틀어진 정액 찌꺼기들을 닦아내는 중인지라 이든에게 신경써 주기가 어려웠다.

묵묵히 내가 할것을 하고 있는데 이든은 계속  머리카락을 만지거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는  자꾸 귀찮게 굴었다.

“이티아…”

“말해.”

“나 너랑 떨어지기 싫어…”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야.”

“그런데 그게  오늘일 필요는 없잖아…”

“거참 왜 그러실까. 영영 못 보는 것도 아닌데.”

이든은 이별이 코앞이라 그런지 오늘따라 어리광을 피워댔다.

“푸후우…”

결국 답지않게 한숨까지 내쉬니 나도 하던 것을 멈추고 이든을 향해 돌아보았다.

“내가 너랑 너무 오랫동안 같이 있었나 보다.”

“…”

“차라리 빨리 헤어졌으면 이렇게까지 정이 들지도 않았을 텐데…그치?”

“아, 아니야! 난 그래도…”

“이든. 난 네가 날 좋아하는 것만큼 나도 널 좋아해. 그래서 네 아이를 낳아주겠다고도 했던 것이고.”

이든은 내가 좋아해 라고 말한 순간부터 표정이 풀렸지만 무시하고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지만 난 네 엄마가 아니야. 하루종일  뜰 때부터 눈 감을 때까지 너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어. 너도 너 스스로 세상을 겪어 봐야지.”

이런 생각을 하는  부터가 왠지 이든의 부모노릇을 하는 것 같았지만  어때.

“특히나 우리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잖아. 100년살다 죽을것도 아닌데 늘상 붙어있을 수는 없어. 네가 이런 모습을 보여줄수록 나는 네가 집착이 심하다고 느낀다고. 앞으로 얼마나 살지 모르는데 그때마다 이렇게 달라붙으려 하면  피곤할  같아.”

내가 하고싶은 말은 얼추 다 했다.

문제는 이놈이 잘 알아먹었냐인데…

“응…”

역시나. 아까 ‘좋아해’ 부터 제대로 안 들은 모양이었다.

“이든 듣고 있지? 야!”

“어? 어어. 그러니까 가라고?”

“아니, 네 마음대로 하라고. 네가 가고싶으면 가고, 있고싶으면 있고.  마음대로 해. 계속 함께 있다가 내가 너한테 질려버려도 어쩔 수 없는거니까.”

그렇게 말하고 이든의 품에서 탈출해 욕탕으로 쏙 들어가 버렸다.

이든은 따라 들어오지 않는 것을 보니 혼자 깊게 생각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이든도 나름 2000년이나 살았고, 본디 최상위 종족의 일원이니 합리적인 생각을 할  있을 것이다.

한결 편해진 마음으로 뜨끈한 온수에 몸을 담구었는데, 문득 하나의 가능성이 뇌리에 들어왔다.

…설마 ‘넌 네게서 벗어날  없어’ 이러면서 팔다리 자르고 사육하려 들지는 않겠지?
생각하고 나니 등골이 오싹했다.

물론 매료의 효과 때문에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상황은 나오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마냥 가능성이 제로라고 치워둘 수도 없었다.

나중에 이 문제에 대해서도 깊게 생각해 봐야겠다.

욕실에서 나올 즈음엔 이든도 마음을 굳히고 떠나겠다고 했다.

아르고니아 전역에 자신의 발자취를 남기고 더욱 멋있는 드래곤이 되어 오겠다고 하니 활짝 웃으며 배웅해 주었다.

“적당히 여행하다 두세달에 한번쯤은 돌아와. 나도 보고 싶을 테니까.”

“물론이지. 그럼 다녀올게! 이티아!”

“그래. 연락도 자주하고. 잘가!”

이별은 언제나 쓰지만 그만큼 해후도 반가울 테니 괜찮았다.

나는 멀리 떠나가는 이든의 뒷모습을 잠시 지켜본  몸을 돌려 창관 안쪽으로 들어갔다.

“이티아 님! 이든 님은 가셨어요?”

“응. 이제 한동안 못 보겠지?”

“그래도 자주 연락해 주실 거에요! 드래곤이시잖아요.”

“그렇겠지? 자 우리도 바쁘다 빨리 준비하자.”

이제 다른 것들은 다 되었고, 남은 것은 치장뿐이었다.

다른 사제들은 각자 자기 방에서 혼자 하는 모양이었지만 나는 달랐다.

“나, 난 안 해도 되지 않을까?”

“어허! 그게 무슨 소리에요? 당연히 주인이신 이티아 님이 가장 빛나야 하는데.”

“난 화장  해도 빛나…읍!”

“그거나 먹고 계세요!”

화장하기 싫다고 떼를 쓰는  입에 초코바를 하나 넣어준 메이가 머리부터 천천히 정돈해 주기 시작했다.

“이곳 그 누구보다 존귀하신 분이 스스로 빛낼 생각을 하셔야죠! 다른 사람들은 이티아 님의 아름다움을 반만이라도 가져가고 싶어하는데, 본인은 왜 그렇게 관심이 없으세요?”

“나도 예쁘면 좋지…그런데 그것도 적당히 예뻐야 성욕도 돌고 하더라.”

너무 예쁜 애가 스스로 자위하는 모습을 보면 뭔가 어색해 보이고 꼴리지는 않는 그런 느낌이다.

…는 거짓말이고 그냥 화장하느라 두세시간을 가만히 앉아 있는것도 힘들고, 나도 여자인지라 화장 전후를 두고 생얼이니 뭐니 비교당하는 것도 싫었다.

맨 얼굴이 못생겼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풀 메이크 업 상태에 비빌 건 못된다.

“어차피 민낯이어도 예쁘잖아.”

“네네~. 그래도 오늘은 조금  예뻐도 좋잖아요. 얼굴마담인데.”

“그래도 적당히만 해줘. 어차피 오늘 예약된 손님이 있어서 그렇게 얼굴이 팔리지도 않을거니까.”

그리고는 메이의 손에 얼굴을 맡긴 채 잠시 눈을 감았다.

아직 어제의 피로가 가시지 않아서일까 수마가  덮쳐왔다.


*** 제국 동부에 한 작은 마을

“아~. 섹스하고 싶다.”

오후까지 열심히 장작을 패고 저녁을 먹을 시간이 되어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는 에반은 무심코 속으로만 생각하던 말을 입 밖으로 말했다.

혹시나 누가 들었을까 황급히 주변을 돌아봤으나 다행히 주변에 누가 있는 것 같진 않았다.

“어휴…깜짝 놀랐네.”

제국이 성적으로 그리 폐쇄적인 사회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동네 사람들 앞에서 섹스섹스거리며 변태어필을 할 필요도 없었다.

특히나 에반은 동네에서 준수한 외모에 다부진 몸으로 인기가 많았기에 자신의 이런 모습을 들키면 순식간에 평판이 바닥을 칠 것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욕을 마냥 숨기기만  수는 없었다.

특히나 에반은 어제로 성인이 되었으니 이제 슬슬 짝을 찾는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나이였고, 그동안은 자위로만 성욕을 풀기만 했으니 여체에 호기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옆집 루이반 형은 벌써  명이랑 했다던데…”

도시라면 해가지고 난 이후에도 즐길만한 오락거리가 있겠지만 에반이 사는 마을은 오락거리라고 해 봐야 섹스뿐이다.

그래서 집에 혼자사는 몇몇 사람들은 밤에 여자를 들이는 모양이지만 여친도 없는데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에반으로선 꿈도 못 꿀 일이었다.

“하아아…”

자신의 쓸쓸한 처지가 서글퍼진 에반은 한숨을 푹 내쉬고 있는데  뒤로 누군가 다가왔다.

“야 이 쫘샤!  혼자서 궁시렁대냐?”

“아얏! 루이반 형! 왜 때려요? 

“시꺼 임마. 아프지도 않으면서 엄살은. 그보다 뭔 일이길래 이렇게 한숨을 푹푹 내쉬어?”

“됐어요. 형은 말해봤자 이해 못  테니까.”

“그래라. 니가 그래봐야 또 혼자 섹스하고 싶다 이러고 있었겠지 뭐.”

“!! 뭐야, 어떻게 알았어요? 들었지!”

“새꺄 네가 네 입으로 섹스하고 싶다!! 라고 외쳐놓고선 들은사람한테 뭐라고 하냐?”

정론이라 말문이 턱 막힌 에반은 아예 자리에 드러누워 버렸다.

“형, 섹스하면 기분 좋아요?”

“응 존나.”

루이반도 그런 에반의 옆에 따라서 드러눕고는 에반에게 답을 해 주었다.

“부들부들한 구멍에 좆 집어넣으면 얼마나 조이는지 아냐? 그때가 존나 죽여줘. 앙앙거리는 애들 보는것도 기분 좋고. 햐…시발 말로 설명하려니 전달이 잘 안되네.”

“꿀꺽.”

보다 상세한 묘사를 바라는 에반은 침을 삼키며 눈을 빛냈지만 루이반은 그 이상의 묘사를 해주지 않았다.

“뭐 너도 언젠가 할 텐데…안 그러냐?”

“그…렇죠. 언젠간 하겠죠 뭐.”

“그러나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씨, 뭐래요. 난  여친들보다 더 예쁜 여자랑 할 거거든요?”

“이새끼가 형수님들께 못하는 말이 없어.”

“형수님은 무슨…모험가라서 이젠 보지도 못하면서.”

“…에효 그러게 말이다. 그렇게나 예쁜 년은 처음이었는데.”

루이반이 사랑했던 그녀는 근방에서 보기 드문 미인이었지만 아쉽게도 모험가라 잠깐 스쳐지나갔을 뿐이었다.

“형 그런데 도시에 가면 그런 예쁜 여자들이 널려있다는 게 진짜에요?”

이대로 부면 루이반의 듣기 싫은 푸념을 들어줘야 할  같다고 판단한 에반은 황급히 주제를 바꾸었다.

“도시? 당연하지 임마. 거긴 별세계야. 여자들은 하나같이 쭉쭉빵빵하고 얼굴도 새하얘서 요정같아. 그리고 임마 도시에 가면 창관이란데가 있거든? 거기에 진짜 예쁜 여자들이 다 모여있어.”

에반은 언제 우울했냐는 듯 곧바로 말을 받아주는 루이반이 우습기도 했지만 그래도 마을에서 유일하게 여기저기 돌아다녀 본 형이라 귀담아듣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너도 언젠가 도시에 가게 되면 꼭 창관엔 들려보라 이거지.”

“네. 그런데 형은 이상형이 어때요? 창관에 다니는 여자들이 이상형이에요?”

“창관에서 일하는 여자들 수준이 높긴 하지만…어차피 그 여자들은 우리한테 별 관심 없을걸?”

“그래도 이상형은 있을 수 있잖아요.”

“얼씨구. 그래 네 이상형은 뭔데?”

“저, 저요? 저야…이쁘고 착하고…”

“얌마. 그건 모든 남자들의 공통사항이지 뭐. 그냥 예쁘기만 하면 되냐?”

“그리고 반짝반짝 빛나는 분이면 좋겠어요.”

“그건 또 뭔 개소리야?”

루이반은 에반의 말이 이해가 안가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쁘면 이쁜거지 빛나는 건 또 뭐야?”

“뭐, 그냥 제 이상형이라는 거에요. 그 정도로 아름다우신 분이면 첫 눈에 반하지 않을까요?”

“뭐 네가 좋다면 그런거지. 자! 이제 일어나자.”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에반은 자신이 살면서 그런 여성을 볼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자신은 평범한 시골 청년으로 살다가 죽을 테니까.

지금 이렇게 말은 해도 언젠가 부모님이 정해주신 짝을 만나 아이도 낳고 살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날 제국 동부의 한 마을에서 용사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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