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60화 〉이티아 오픈 준비 (60/85)



〈 60화 〉이티아 오픈 준비

나는 일단 서둘러 집으로 돌아갔다.

레아가 신력을 얻었다면 누군가와 관계를 가졌다는 것이고, 지금  시간에 관계를 가졌다는 것은 어쩌면 레아가 또다시 전처럼 납치당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우리의 생활공간인 4층으로 후다닥 달려올라가니 놀란 표정의 이든이 가장 먼저 보였다.

“이티아? 왜 그렇게 서둘러…”

“레아는!?”

숨이 턱밑까지 차올랐지만 신체강화를 사용하자 곧 멀쩡해졌다.

“레아? 레아는 방에…”

이든의 말을 듣고 후다닥 달려서 레아의 방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분명 별로 힘을 주지도 않았는데, 우직! 하고  손잡이가 박살이 나 버렸다.

그래도 문은 열렸으니 괜찮겠지 싶어 안쪽을 바라보았다.

…솔직히 문을 열  까지도 별 기대는 안했다.

이든이 저택에 있는 것을 발견했을 때 이미 레아가 무사하단 것을 알았지만 그냥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러나…

“헙!”

“이티아 님?”

“뭐, 뭐야?”

내 목소리를 제외하고도  쌍의 남녀의 목소리가 방 안쪽 침대에서 들렸다.

그리고  침대쪽으로 고개를 돌린 내 시야에 비친 모습을 보고 나는 적잖게 충격을 받았다.

“너네…왜 그러고 있냐?”

침대 안쪽에는 레아와 피트가 알몸으로 엉켜 있었다.

“제가 아저씨를 유혹했고, 같이 했습니다.”

레아가 담담하게 말했다.

“유…혹했다고?”

“예. 그동안 너무 오랬동안 쉬었다고 생각해서…피트 아저씨도 흔쾌히 승낙했습니다.”

나는 눈알을 굴려 피트를 바라봤다.

내 눈총을 받은 피트는 화들짝 놀라더니 허둥대며 레아에게 동조했다.

레아나 피트나 둘  성인이니 같이 할 수도 있다.

앞으로 얼굴보고 살 사이라지만 본인들이 좋다면야  나도 딱히 터치할 생각은 없었다.

다행히 상황은 금방 종결됐다.

레아에게 딱히 큰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었고, 피트도 내보내서 방 안에는 나와 레아만이 남아있었다.

“레아. 난 또 너한테 큰일이 난 줄 알았지 뭐야.”

“신력 때문이지요?”

레아는 눈을 반짝이며  쪽으로 몸을 붙이고 말했다.

“섹스를 하고 얻은 신력으로 매력증가를 사용했더니 얼굴에 잡티가 조금 사라진 것 같아요.”

확실히 레아의 얼굴을 보니, 얼굴이 멀끔해져 있었다.

“이번에도 신력을 다 썻어?”

“아니요. 저번처럼 매력증가를 쓰긴 했는데, 이번엔 구체적으로 얼굴을 생각하니 점점 맑아지는 느낌이 드는거에요. 깜짝 놀라서 거울을 봤는데 잡티가 없어지고 있길래 일단 멈췄죠. 아직 좀 여유가 있는  같아요.”

저번에 레아는 제모를 위해 신력을 사용했고, 가지고 있던 신력을 모두 소모해 버렸는데, 이번엔 레아가 스스로 신력을 사용하며 제어하는 법을 조금 익힌 것 같았다.
“그럼 얼마나 남았어?”

“음…그걸 얼마라고 물으셔도…”

레아는 나처럼 신력이 정확히 수치화되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조금 얘매하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남은 신력은 어떻게 쓸거야?”

“음…일단 더 모아보려고요. 혹시나…체형을 변화시킬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레아의 말에서 나는 굉장한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스스로 자신의 작은 가슴을 이리저리 조물대며 구체적으로 어느정도 크기가 좋을지 고민하는 레아를 냅두고 방을 나왔다.

별일 아니라서 참 다행이네.

레아가 신력을 얻었을 때는 가슴이 철렁 했다.

저번에 우리가 해치웠던 무리가 혹여 레아에게 해코지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내부의 일이라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그놈들은 왜 아무 일도 벌이지 않지?

솔직히 일을 쳤다면 진작 쳐도 이상할 게 없는데 뒷골목 양아치들 치곤 너무 조용해서 더 이상했다.

아니면 창관을 오픈하기 전에 내가 직접 미끼가 되어볼까?

나는 보다 확실한 마무리를 짓기를 원했기 때문에 약간의 위험이라면 감수할 생각이 있었다.

그래도 이든과는 대화해 봐야겠지?

***

아무리 씻어도, 청소해도 악취가 가시지 않는 곳.

제국의 그림자라고 불리는 빈민가의 쓰러져가는 술집 지하에는 마치 황제의 집무실처럼 멀끔히 정돈된 공간이 있었다.

사각사각 문서에 사인을 하던 남성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형님. 창관 건은 잘 마무리된 것 같습니다.”

“그쪽은 특히나 관리를 잘 하도록. 공작파의 일원들이 자주 들락거리는 곳이니. 눈과 귀도 적당히 심어놓고 대기해.”

“예. 그리고 얼마전 조사를 명했던 스캡 상단에 관한 것인데…”

“스캡 상단?”

“예. 그 빈민가 창녀 하나 때문에 귀찮은 일에 얽힐까 애들 단속시켜놓은 사건이요.”

잠시 고개를 주억거린 남성은 기억이 났는지 자신을 형님이라 부르는 사내를 향해 계속해보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듣자하니 귀족 출신은 아닌 모양입니다. 황도에 온지 얼마 되지는 않았고, 그 전에는 웰링턴 영지에 출입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흠…지금 그들이 머무는 곳이 어디라고 했지?”

“이곳에서 그리 멀지 않습니다. 여기…서류에 자세한 신상정보가 기입되어있습니다.”

파라락 책상위에 올려진 문서를 눈으로 읽어내려간 사내는  부분에서 시선이 멈췄다.

“이건…”

“왜 그러십니까?”

“아니, 아니다.”

이티아란 이름이 왠지 모르게 낯익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관리 들어가는 창관 직원들 정보좀 가져와봐.”

“옙!”

뚜벅뚜벅 사내가 나가고, 원래부터 방에 있던 ‘형님’이라는 인물만이 남았다.

‘무슨 관계가 있을지도 모르겠군.’

잠시 앉아서 생각을 정리한 사내는 이내 누군가에게 보낼 지령서를 쓰기 시작했다.

***

어느새 공작이 말했던 일주일이란 시간이  지났다.

각기 다른 취향을 가진 단골이 생겨서 꽤나 즐거운 일주일이었다.

그리고 그동안 비올라를 포함한 창관의 직원들에게 내 창관에서 일하지 않겠냐는 식의 포섭을 마친 터라 더 이상의 부담도 없었다.

이제 남은건 내 창관에서 일할 사람들을 사제로 만드는 것과, 정식으로 오픈하는 것만이 남았다.

아차, 공작에게 인사도 한번 하러 가야지.

거의 대부분의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서 기분도 좋았다.

“흥~ 흐흥.”

이제는 제 안방마냥 흥얼거리며 드나들 수 있게 된 공작저 복도를 지나가는데 공작의 방 안에서 누군가 밖으로 나왔다.

나는 당연히 시녀 내지는 집사이겠거니 하고 아무 생각없이 앞으로 나아갔다.

그런데 공작의 방에서 나온 것은 나와 비슷한 나이대로 보이는 여인이었다.

피부결이며 입고있는 옷차림이 귀족아가씨 같아서 나는 얌전히 길을 비켜주었다.

귀족 아가씨는 나를 쳐다보더니 흥! 하고 콧소리를 내며 지나갔다.

당연히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뭐…뭐야?”

뭔데 첨보는 사람한테 흥! 이러고 지나가?

귀족 아가씨의 싸가지에 혀를 끌끌차며 공작의 방으로 들어갔다.

괜히 기분이 상해서 문을 닫고 침대로 몸을 던졌다.

“허허…”

공작은  행동을 통해  심기가 비틀려있음을 단박에 알아채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공작의 침대 위에서 잠깐동안 뒹굴뒹굴 굴러다니다 도저히 짜증이 가라앉지 않아서 공작에게 말했다.

“매혹.”

역시 짜증날 땐 섹스지.



“후우…후우…그래서 왜 그렇게 심통이 나셨습니까?”

“응? 아니~아까 입구에서 웬 여자를 봤는데 날 보더니 콧김을 흥! 뿜고 가더라고. 처음 보는 여잔데 말이야.”

“…그 아이는 제 아내입니다.”

어…어?

공작은 한숨을 깊게 내쉬며 말을 이었다.

“이티아 님 도 아시다시피 저는 여신님의 권능이 아니면 도무지 발기가 안되는 몸입니다. 그 어떠한 여자를 만나도, 성적으로 흥분이 되어도 발기는 결코 불가능했죠.”

그렇지. 내가 공작을 만나게  계기도 공작의 발기부전을 내가 치료할  있어서였으니까.

“그래서 제 아내도 체념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껍데기뿐인 공작부인의 자리지만 그래도 그녀를 충분히 행복하게 해 줄수 있을것이라 생각했지요.”

그렇게 생각하니 나도 공작부인 아가씨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첫날밤도 치루지 못하고 평생 정조를 지켜야 하는거 아니야?

“그런데 여신님과 관계를 가지고 나서 아내와도 한번 관계를 가져보려 했으나 여전히 발기가 되지 않았고, 그래서인지 그녀는 소외감을 느끼는 듯 합니다. 어쩌면 제 관심을 잃을까 걱정하는 것 처럼 보이기도 했고요.”

공작부인은 아마도 내가 공작의 총애를 받아 후처로 들어갈 경우 자신의 입지가 불안해질 것을 걱정한 모양이었다.

“안타깝네…잠깐만”

내 사제가  수 있는 권능이 매력증가만 있는 게 아니잖아?

아직 제대로 확인해본 것은 아니지만 내 권능을 신력을 통해 사용할 수 있을 테니, 아마도 가능할 것 같았다.

“공작.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무엇이지요?”

“내 사제가 되면 권능을 사용할 수 있거든. 그러면 공작부인도 공작과   있지 않을까?”

“그건…한번 시도해  직 하군요.”

“그치? 그런데 당연하지만 문제가 있어.”

“무엇이지요?”

“일단 첫 번째는 공작부인이 순순히 내 사제가 될 것이냐 하는 것과,  번째는 내 사제가 된다고 신력이 똭! 주어지는 게 아니라 스스로 신력을 모아야 해.”

“…이티아 님의 사제니 신력을 모으는 방법도 비슷하겠군요.”

“그렇지. 관계를 통해서만 신력을 모을 수 있어.”

“…이건 저 혼자만 결정할 일이 아닌 듯합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실 수 있습니까?”

“뭐, 그거야 당연하지. 그럼 적당히 결정되면 내 창관으로 와.”

“아 창관을 새로 오픈하신다고요.”

“응. 당장은 좀 힘들 것 같고, 이틀 후부터 오픈이야. 너도 꼭 와야해!”

“물론 불러만 주신다면야…그런데 일할 아이들이 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내가 그동안 일했던 곳에서 데려왔지. 데려온 애들은 다 내 사제로 만들 생각이야.”

“그렇군요. 그러면 앞으로는 이티아 님의 창관으로 보내야겠군요. 주소는 대충 아는데…혹시 생각해 두신 이름이 있습니까?”

“이름?”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으응…뭐로 하지?”

“대부분 그럴듯한 이름을 가져다 붙이죠. 아마 이티아 님 께서 일하시던 곳 이름은 요정들의 밤 이었을겁니다.”

“으엑.  그런거 잘 못해. 그냥 이티아 창관이라고 하는게 어때?”

“이름을 알리기에는 그게 좋을 것 같지만…이티아 님은 앞으로 전 대륙에 지점을 내실 계획이시지요?”

“그렇지. 일단 황도가 1호점이긴 하지만…”

“그러면 창관이라는 이릉을 떼고 그냥 이티아 라고 하는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신전이니까요.”

하긴…자신의 신전 이름을 창관이라고 짓는 것도 웃겼다.

나는 공작의 말대로 그냥 내 이름을 따서 이티아라고 간판을 붙이기로 했다.

“빨리빨리  대륙에 신전을 짓고, 나는 사제들이 벌어들이는 신력을 보며 띵가띵가 놀고싶다…”

“하하하! 이티아 님 이시라면 좀이 쑤셔서라도 열심히 하실 것 같습니다.”

그건 맞지. 아마 전국에 신전이 지어지면 전국섹스일주를 하지 않을까?

세상에서 가장 음란한 여신이기 때문에 충분히 그럼  했다.

“아무튼 내일 모래…이젠 내일인가? 오픈하니까 꼭 와.”

“물론이지요. 제 아내도 될 수 있으면 데려가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네 아내가 싫어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공작의 아내를 내 사제로 만드는 아이디어는 내가 냈으니 그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내 신전에서 일할 사제들을 만나러 가봐야겠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