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화 〉황도에서 자리잡기
메이는 날 못미더워해서 레아를 데려가거나 아니면 이든이라도 같이 가자고 주장했으나 그쯤 되니 나도 오기가 생겨서 그냥 밀어붙였다.
어차피 햇볕 쨍쨍한 정오에 시비에 휘말릴 일도 별로 없을테고, 또 이번엔 이든에게 온갖 공격, 방어 마법이 저장되어있는 아티팩트를 챙겼으니 괜찮을 것이라 생각했다.
정 위험하면 매료도 있으니 괜찮겠지!
물론 이런 플레그를 세우면 안된다는 것쯤은 알지만 알고도 당하는 게 판타지의 정석 아니던가!
사실 약간은 이런 사건을 기대하고 있었지만 그런건 없었다.
“에이. 다들 멀찍이서 쳐다보기만 하고 아무도 접근을 안하네.”
“으으…전 시선 때문에 얼굴이 따가운데…모자라도 쓰시면 안 될까요?”
“뭐 어때. 이런 시선을 즐길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야.”
“그건…! 이티아 님이니까 그런 거라구요! 전 비교대상일 뿐이잖아요!”
앗! 그런가? 미처 거기까진 생각하지 못했다.
“와 저기 쟤야. 보여? 겁나 이쁘다니까?”
“어디? 뭐야 가슴만 크지 그 정도는 아닌거같은데?”
“그 가슴만 큰 애 말고 그 옆에! 네 위치에선 잘 안보이나?”
때마침 시끌벅적한 상인들의 호객소리를 뚫고 음담패설이 들려왔다.
메이도 들었는지 가슴만 큰 여자…하면서 침울해 했다.
“메, 메이! 아니야! 물론 가슴이 큰 것도 메이의 매력중 하나지만…”
열심히 메이의 기분을 풀어주려는데 또 눈치없는 음담패설이 들려왔다.
“와~ 대박이네. 근방에서 못 보던 애인데 누구지? 귀족인가?”
“겁나 박고싶게 생겼네. 한번 꼬셔볼까?”
“니 주제에 되겠냐? 그 옆에 젖소년한테나 들이대 봐라. 킥킥”
“읏…!”
“이티아 님…!”
나는 날 성욕의 대상으로 보는 것에 살짝 꼴렸지만 메이는 진심으로 화가 난 모양이라 황급히 메이의 손을 잡고 근처 옷가게로 들어갔다.
“감히 이티아 님께 불경한 언사를 내뱉다니…!”
“괜찮아. 하루이틀도 아닌데 뭐. 여기서 모자를 사자. 그게 좋을 것 같아.”
“후우…네…”
메이는 가까스로 화를 참으며 한숨을 쉬었다.
가게에서 대충 챙이 넓은 모자를 사서 쓰고는 다시 시장으로 나섰다.
확실히 얼굴을 가리니 이목이 많이 사라진게 느껴졌다.
쩝…그게 좀 아쉽다고 느끼는 걸 보니 진짜 야외 노출 같은 플레이도 잘 할겠네…아니, 뭐래니?
생각이 온통 야한쪽으로 쏠려버리는 게 참 중증이다.
그후로는 별다른 사건도 없었다.
내심 기대하고 있었는데 아쉽네.
식재료를 잔뜩 사가지고 집에 가는길에 창관이 하나 있길래 괜히 기웃거려봤다.
“흐음~ 내부는 생각보다 깔끔하네. 입구도 완전히 오픈되어 있고. 우리도 저러는 편이 좋을까?”
“…여기는 평민을 주 고객으로 삼는 곳 같은데요…접근성만 확보되면 오히려 우리처럼 받을사람만 받는 편이 좋을 거 같아요. 돈 쓰는 사람들은 살짝 조용하고 비밀스러운 걸 좋아하니까요.”
“그릉가? 나야 신분은 크게 가리지 않으니까…”
“이티아 님은 신분에 구애받지 않으시니까 그렇죠. 일반적인 창녀들은 귀족이나 중산층 손님을 선호하죠.”
“돈 때문인가?”
“맞아요. 화대는 높을수록 좋으니까요. 귀족들의 애첩이 되려는 이유도 비슷하고요.”
에휴 어렵다 어려워. 난 월급만 잘 챙겨주면 되겠지?
“아! 그러고 보니 메이는 어떻게 할래? 월급.“
“월급이요? 딱히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이든의 레어에서 일할 땐 어땠는데?”
“드래곤 님의 저택에서…꺅!”
우리가 창관 앞에서 서성이며 노가리를 까는 모습이 경비 아저씨들에게 거슬렸는지 몇몇이 다가와 윽박을 질러댔다.
“너흰 뭐야? 괜히 영업 방해하지 말고 꺼져!”
“아님 너희도 일하러 왔냐?”
“꼴을 보니 부모님 심부름이라도 갔다 오는 모양인데 어여 가라~ 아저씨들 바쁘다.”
남의 영업장에서 너무 오랫동안 있었나? 우리는 허둥지둥 도망쳐 나왔다.
“우씽! 저놈들은 나중에 블랙리스트에 올려놔! 절대로 저얼대로 안 받아줘!”
“쿡쿡쿡…이티아 님은 어떨 때 보면 어린아이 같다니까요.”
“뭐!? 내가 어디가!”
“이렇게 칭얼대는게 꼭 아이같아서 귀여워요~.”
“…메이는 월급 엄청 조금 줄거야.”
“네, 네~ 알았어요. 일단 빨리 가죠. 가서 밥 해드릴게요.”
모성애가 강한 메이에게 어리광을 부리면서 우리는 집으로 돌아갔다.
벌컥!
“밥 먹자 밥! 우리 왔어!”
“…왔어?”
활기차게 문을 벌컥 열어젖혔으나 어찌된 일인지 이든이 엉거주춤한 자세로 가만히 서 있었다.
브래드와 피트도 어딘가 죄송스러워 하는 기색이었다.
뭐야? 분위기 왜 이래?
“왜? 무슨 일 있어?”
“이티아…화내지 마. 레아가 저택을 나갔어?”
“뭐?”
“아, 아니 나갔다고 해야하나? 그… 데려갔다고 해야하나?”
뭐라는거야?
올 때 까지만 해도 분위기도 좋고 기분도 좋았는데 그런 모든 긍정적인 감정이 짜게 식어버렸다.
“브래드? 상황설명해. 네 개인적인 생각같은거 넣지 말고. 당장”
“예? 에! 그러니까…”
요약하자면 레아는 낯을 가려서 방안에만 틀어박혀있었는데, 어제 봤던 양아치가 무리를 끌고 와서는 창녀를 내놓으라고 난리를 피웠다.
이든은 귀찮아서 그냥 레아를 바로 양아치들과 대면시켰고, 레아는 아무말 없이 그 양아치들을 따라갔댄다.
허, 참…
“대체 왜 그런거야? 레아에게 악감정있어?”
“안 그래도 이티아는 이것저것 생각할 게 많잖아. 가뜩이나 신력소모도 많아서 힘들텐데. 그래서 그냥 골칫덩이라 생각했을 뿐이야.”
황도에서 자리잡기 위해 이것저것 고민거리가 많은 건 사실이다.
분명 레아의 문제도 그 고민거리 중 하나지.
이든의 불만도 어느정도 이해할 수는 있었다.
이든의 마음속에선 언제나 내가 1순위이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했던 거겠지.
“일단 찾으러 가자.”
“왜? 그런 귀찮은 일에 휘말리려 하는거야? 그 레아라는 여자가 특별해?”
“그런 거 아냐. 그냥 내 맘에 들었고, 내가 첫 번째 사제로 찜했다. 그뿐이야.”
딱히 내가 불우이웃을 돕자! 같은 좌우명을 가진 것도 아니고, 여신이 되었다고 만물의 행복을 바라게 된 것도 아니다.
그냥 남이었으면 저런…쯧쯧쯧 하고 넘어갈 일이 내 코앞에서 펼쳐진데다 내가 관여를 해버렸으니 더 이상 남 일이 아니게 되버린 것이다.
레아를 통한 계획을 세우기도 했고.
“그러니 한번 찾아가 볼게. 본인이 내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하면 그땐 어쩔 수 없지.”
그렇게 나는 이든을 끌고 빈민가로 향했다.
보통 귀족이나 상인, 평민이 사건에 휘말리면 수도 방위군에 말하여 해결을 하지만 레아는 빈민가에 사는 하층민이기엔 민원을 넣어도 제대로 수리되지 않을 가능성이 컷다.
겨우 수리된다 해도 너무 늦지.
게다가 레아를 데려간 사내들도 그렇고 뭔가 빈민가의 뒷조직들과도 관계가 있을 것 같았다.
어차피 그 치들은 법보다 주먹이 가까운 놈들이니 이든 한명만 데려가면 되겠지?
이든은 아직도 불만이 해소되지 않았는지 볼멘 목소리로 투덜거렸다.
“그냥 대충 세뇌를 시키면 안돼? 그편이 네게 더 순종적이고 도움이 될 텐데.”
“그런 식으로 이 사람, 저 사람 다 세뇌시킬 거면 무슨 소용이야.”
내가 세계를 정복하려는 마왕도 아니고.
그냥 적당적당히 살면서 신력을 모으는 게 목표라 이든의 방식은 딱히 내 취향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내가 마인드 컨트롤 물을 별로 안 좋아했다.
“…네가 그걸 원한다면.”
“그나저나, 제대로 가고 있는거 맞아? 이번에도 수작 부리는 거 아니지?”
“제대로 가고 있어. 여기서 조금만 더 가면 나와.”
“다들 멈춰있나보네? 어디 아지트야?”
“응. 다 멈춰있네.”
나는 별 일 없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퍼억!
“아윽…!”
“야, 이 시발년아. 귀족 후장이나 빨아주니 좋디? 엉?”
퍼억 퍽!
이름도 잘 기억이 안나는 양아치놈이 신나게 발길질을 해 댔다.
레아는 아프지만 끅끅거리며 괴로워하면 이 양아치에게 지는 것 같아 억지로 신음을 참았다.
그런데 이 양아치는 그게 또 마음에 안든 모양인지 더욱 강하게 발길질을 해 댔다.
퍽! 뻑!
“우읍…!”
“이! 개! 같은 년! 이!”
“야, 야. 그쯤 하고 이제 좀 박자. 그년 꼴에 자존심은 쎄서 잘 안 대주더만 이참에 신나게 돌려먹어야지.”
“후욱, 후욱…큰 형님은?”
“안 오셨다. 우리끼리 돌려먹고 대충 입 닫으면 몰라.”
거기까지 말하고 양아치들은 잔뜩 발기된 좆을 들이대며 다가왔다.
입가는 또다시 터져서 비릿한 피 맛이 났고, 얼굴은 퉁퉁 부어서 잘 보이지도 않았다.
“흐으…퉷! 이런 추레한 몰골에도 좆이 서? 니네들은 정말 발정난 개새끼들이구나?”
이런 상황에 양아치들을 도발하는 건 결코 좋은 생각이 아니었지만 레아는 이 역겨운 놈들에게 욕이라도 한 사발 해주지 않으면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킥킥! 뭐래냐? 이년.”
“부들부들 떨면서 그런 말 지껄이는데 안 꼴리는게 이상하지.”
“야, 이년 젖은거 봐. 이년 오히려 박아달라고 그러는 거라니까?”
양아치들은 온갖 음탕한 말로 레아를 조롱했다.
그 사이 완전히 벗겨져 나체가 된 레아는 체념하듯 눈을 감았다.
사내들에 의해 다리가 벌려지고, 투박한 손에 여기저기 마음대로 만져졌다.
제가 뭘 그리 잘못했기에 이런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졌을까 신들이 있다면 왜 자기를 먼저 구원해주지 않을까.
온갖 부정적인 생각이 레아의 머리속을 가득 매웠다.
당장이라도 문을 열고 누군가 자신을 구해줬으면 하는 바램은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바램일 뿐 굳게 닫힌 문에선 어떠한 희망의 끈도 잡을 수 없어 보였다.
“케케케~ 자 이제 들어갑니다~”
“으윽…!”
하벅다리 안쪽에서부터 느껴지는 딱딱한 감촉에 절로 몸이 움츠러들었다.
딱딱한 좆이 허벅지부터 끈적한 쿠퍼액을 묻히며 스윽 올라오더니 이내 레아의 구멍에 딱 맞춰졌다.
이놈의 몸은 벌써 애액을 주륵주륵 흘리고 있어 삽입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침내…
발정난 수컷의 좆이 레아의 비부를 뚫으려는 그 순간
벌컥!
“동작그만!”
그토록 바라던 구원자가 도착했다.
***
우리가 도착했을 땐 레아가 거의 강간당하기 직전이었다.
이든을 시켜 문을 열게 한 뒤, 이목을 집중시켰다.
“동작그만!”
“!?”
“아이 씨발 어떤 년이야?”
“이든 맘이 바뀌었어. 다들 어디 한 군데씩 부러뜨려놔.”
이든이 곧바로 튀어나갔고, 나는 한 발짝 떨어진 곳에서 이든의 양학을 지켜보았다.
폴리모프를 했다곤 해도 기본적인 스펙은 어디 안 가는지 잘만 싸웠다.
뭐랄까…나 한대 너 한대 서로 주고받는 느낌인데 양아치가 때리는 건 아무 타격이 없지만 이든이 휘두르는 주먹은 대포알처럼 쾅쾅 소리를 내며 양아치를 날려보냈다.
적당히 마무리가 되고 나는 레아에게 다가갔다.
“…괜찮냐고는 말 못하겠네.“
레아는 우리가 도착할 즈음 실신한 상태였다.
“이든. 다 했어?”
우드득!
“응. 마무리 됐어.”
“레아 업어. 집으로 가자.”
“응.”
뭐랄까…마음이 착잡했다.
내가 진작 이든에게 말을 잘 해놨으면, 조금만 더 빨리 왔으면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았을까?
또 이렇게 되면 그녀를 신도로 들이는 계획을 수정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양아치들 문제도.
저 꼴은 만들어 놨으니 함부로 접근하진 않겠지만 듣자하니 저놈들의 무리는 조폭처럼 여기저기 줄이 닿아있어 또 어떤 일에 휘말릴지 몰랐다.
아니 내 여신으로서의 감을 믿고 말하건데 100% 이 정도로 끝나지 않을 거다.
막 보스가 튀어나와서 ‘감히 우리 애들을 건드려?’ 이러고, 그걸 퇴치했더니 그보다 더 높은 애가 튀어나와서 똑 같은 말 반복하고…
에효…그냥 최종보스가 똭! 하고 나왔으면 좋겠네.
조직 폭력배들의 최대 보스가 똭! 나오는 상황은 그 어느 누구도 바라지 않을 테지만 이든이 있으니 별로 걱정되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이든. 언제 갈 거야?”
“응? 뭘?”
“뭐긴. 대륙 곳곳을 누비는 상인이잖아. 언제까지고 황도에 있을 생각이었어?”
“네가 자리를 잡을 때 까지만 있을게.”
“그게 언젠데.”
“…내가 빨리 갔으면 좋겠어?”
그냥 말한건데 뭘 또 삐지냐.
“아니이~ 나야 오래 있으면 더 좋지. 오늘도 그렇고 이든 없으면 힘들어.”
콧소리를 흥흥대며 애교있는 목소리로 말하니 또 기분이 좋아졌나보다.
그러고는 이든의 등 위에 엎혀서 잠들어 있는 레아를 바라보았다.
“얘한테 창녀 일을 시키는 건 힘들겠지?”
워낙 심한 꼴을 당한 아이라 맘이 편치 않았다.
“그럼 뭘 시키게? 그냥 아무것도 없이 먹이고 재우게?”
“설마. 내가 자원봉사자도 아니고. 청소라도 시켜야지. 아님 잔심부름이라도.”
“본인이 원한다면?”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하면 시켜야지. 근데 하겠어?”
그리고 그것 말고도 또 한가지 문제가 있었다.
“네가 덩치가 있어서 그런가? 엄청 작아 보이네.”
레아는 워낙 못 먹고 자라서 몸이 꽤나 유아틱했다.
키도 굉장히 작았고, 가슴도, 엉덩이도 작았다.
이런 애를 창녀랍시고 일하게 했다가 잡혀가는 거 아냐?
제국에도 소년법이 있어서 성인이 되지 않은 사람이 창관에서 일하면 곧바로 모가지 슥삭이다.
“뭐 그런것도 레아가 하겠다고 해야 가능한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