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3화 〉황도로 가는 길 (33/85)



〈 33화 〉황도로 가는 길

드디어 시간이 됬다.

우리는 지금 이든의 방에 다같이 모여서 탈출각을 재고 있었다.

“일단 주변 불이 다 꺼진 다음에 출발하자. 내가 투명화 마법과 시야 확장 마법을 사용할 테니 날 따라와.”

“1층에 있는 식당 창문으로 나가는 거 맞지?”

”맞아. 큰데다 잠금장치도 없어.”

“좋아. 주변이 조용해진  같은데 슬슬 나갈까?”

그렇게 우리는 이든의 마법을 받고 살금살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든이 쓴 마법이 아까울 정도로 아무도 만나지 않았지만 이 긴장감만은 미션 임파서블 저리 가라였다.

아무리 뛰어도 소리 하나 나지 않을 카펫위를 발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지나간다거나 불빛이 전혀 없는 복도를 벽에 딱 달라붙어서 이동하는 등 사실 이든이 즐기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합리적인 의심이 생겼다.

그렇게 아무런 위기 없이 창문을 넘어 저택 밖으로 나왔다.

“그럼 이제 어떡해? 그냥 이대로  밖으로 나갈 순 없잖아?”

“성문 근처 여관에 있다가 동이 트자마자 나가자. 그리고 다음 도시까지 걸어간 다음 마차를 타고 황도로 가는거야.”

“진짜 밤에 성벽 안 넘을거야? 내일이면 우리 얼굴에 현상금이 붙어있을지도 모른다니까?”

“에이 괜찮…잠시만 쉿!”

“거기 누구 있나?”

“!!!”

우리는 깜짝 놀라서 숨을 죽였다.

투명화 마법 아직 걸려있을텐데?

저벅저벅저벅

우리는 그 자리에 꼼짝도 못한채 점점 다가오는 발소리에 집중했다.

골목을 돌아 등장한 사람은…

“흠…내가 잘못 들었나?”

헨더슨 아저씨?

“누군가 있는 것 같았는…엇! 누구냐!”

헉! 그러고 보니 창문을 넘어놓고서 아직 안 닫았다.

헨더슨 아저씨도 그걸 발견했는지 곧바로 탐색마법을 사용했다.

젠장 이렇게 들킬 줄이야.

“저, 저에요!”

“엉? 누…이티아?”

이제 어떡하지? 그냥 때려눕히고 가야하나?

“왜 여기에…혹시 가려는 거니?”

“!!”

내가 당황해서 어버버 하고 있자 헨더슨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맞구나. 이티아는 표정으로 다 보여준다니까. 어서 가렴. 이렇게 몰래 간다는 건 영주가 너를 노리고 있다는것도 알고 있겠지? 북문으로 가면 나갈  있을거야. 오늘은 북문이 열리는 날이거든”

“아, 아저씨…”

“황도로 간다고 했지? 나중에 찾아가마. 그래도 되겠지?”

“당연하죠. 그…고맙습니다.”

감동했다. 착한 아저씨라고 생각했는데 완전 착한 아저씨였다.

아저씨도 영주에게 고용된 상태일 텐데 영주가 노리고 있는 나를 보내주면 혹시 위험해지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아저씨는 손짓으로 어서 가라는 모션을 취할 뿐이었다.

고마워요! 헨더슨 아저씨! 혹시나 황도로 오면 잘해줄게요!

우리 일행은 헨더슨 아저씨의 도움으로 북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다행히 도시를 빠져나올 때까지 아무도 우리를 쫓지 않았다.

헨더슨 아저씨는 괜찮겠지?

***이티아 일행이 도시를 빠저나갈 즈음 영주성

“이런! 샘튼! 샘튼!”

영주 한스는 굉장히 분노한 상태로 집사장을 이티아의 방으로 불렀다.

“예 영주님! 무슨 일 이십니까?”

“그년이…도망쳤어…”

“예?”

“그 년이…도망쳤다고! 아아악!”

오늘도 당연히 장난질을 치기 위해 이티아의 방으로 들어온 한스는 텅  방을 보고 그녀가 도망쳤다는 것을 알아챘다.

한스는 도저히 노여움을 참을 수 없다는 듯 바락바락 악을 쓰기 시작했고, 샘튼은 그런 한스를 말리느라 진땀을 뺏다.

“영주님! 진정하시지요. 우선 그것들을 찾는게 먼저 아니겠습니까? 추격대를 보내시지요.”

“그 말이 맞다. 일단 추격대를 편성해서 무슨 일이 있더라도 찾아! 그 일은 네게 맡기겠다 샘튼! 그리고 오늘 경비 책임자는 누구지?”

“오늘이라면…헨더슨일겁니다. 영주님께서 오늘 경비를 맡기셔서 그가 인계받은걸로 압니다.”

“당장 그놈을 잡아와! 책임을 묻겠다!”

“예.”

“그리고 도시 성문을 닫아라. 개미새끼 하나 못 나가게 막고, 혹시 나갔을  모르니 추격대는 북문쪽으로 보내. 남는 경비들은 도시를  잡듯이 뒤져서라도 내 앞에 그년을 대령하라!”

열이 어느정도 식자 이성을 되찾은 한스는 눈에 불을 켜고 이티아를 잡고자 하였다.

보다 세세한 지휘는 샘튼에게 맡기고 한스는 죄인처럼 묶여있는 헨더슨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크윽! 왜 이러십니까?”

“헨더슨. 용병과 상인 년놈이 도망쳤다. 알고 있나?”

“오면서 들었습니다.”

게다가 아직 그들이 잡혔다는 말도 없었다.

헨더슨은 그들이 다행히 도시 밖으로 나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래…그런데 아쉽게도 그들이 도망을 가는데 아무런 도움 없이  수 있다고 생각하나?”

“예?”

“내가 마법은 못 쓰지만 그렇다고 지식이 없는 건 아니라네. 오히려 마법이라는 신비를 누구보다 좋아하지. 자네도 알고 있지않나?”

“예에…”

“그래. 그런데 말이야  저택 안에서 마법이 사용된 흔적이 발견되고야 말았어. 무슨 마법인지는  모르겠으나 헨더슨 자네의 마력이 검출되었지.”

드래곤인 이든은 당연히 자신의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헨더슨은  정도 경지엔 오르지 않았기에 아까 전 탐색마법을 사용한 흔적이 마도구에 검출되고 말았다.

“저…저는 아닙니다!”

“아니라고? 증거가 뻔히 있는데?”

“저는…”

헨더슨은 외통수에 걸리고 말았다.

자신이 마법을 사용한 것이 맞고, 이티아 일행을 찾은 것도, 그들을 보내준 것도 맞다.

“저는 억울합니다! 저는 밤에 쌀쌀해서 보온 마법을 사용한 것입니다.

결코 그들을  적도, 도와준 적도 없습니다!”

다행히 기지를 발휘하여 어떻게든 변명을 짜 냈지만 이미 심증을 굳힌 영주는 그런 헨더슨을 믿어주지 않았다.

“이보게 헨더슨. 자네 내 밑에서 얼마나 일했나?”

“한…5년쯤 됬습니다. 그렇게 일한   믿으십니까?”

“아냐 아냐. 자네를 믿지 당연히. 그런데 말이야…넌 경비라는 임무를 제대로 완수하지 못했잖아?  벌을 받는거지. 이건  믿음과는 관계 없는 일이야.”

거기까지 말하고 한스는 헨더슨에게 알약을 먹였다.

“뭐, 뭘 하려고…웁!”

최대한  손길을 피하고자 머리를 흔들었지만 주변에 서 있던 사병들에게 오히려 한대씩 맞기만 하였다.

“킄크…그래도 자넨  유명해. 그래서 내 자비를 좀 배풀었네. 한숨  자고나면 세상이 다르게 보일 거야 크흐흐.”

“무, 무슨! 컥!”

한스의 말이 끝나자 병사는 헨더슨의 머리를 내리쳐 그를 기절시켰다.

“끌끌…일단 지하 감옥에 가둬놔라. 그 년놈들을 붙잡은 뒤 다시한번 심문을  테니.”

그 뒤로 반나절이 지났다.

도시 안을 이잡듯 뒤졌으나 이티아는 커녕 같이 다니던 일행에 대한 소식조차 들리지 않았다.

‘제기랄! 벌써 나갔나 보군. 재빠른 쥐새끼들 같으니.’

그렇게 한스가 이를 갈고 있는데, 샘튼이 돌아왔다.

“영주님! 좋은 소식입니다.”

“뭐! 그들을 발견했나?”

“아뇨. 그건 아니지만…용병조합에서 공문이 왔습니다. 용병중에 그 이티아란 년은 없답니다.”

“뭐? 그럼 용병이 아니란 말이냐?”

“예! 오히려 신분을 숨긴 범죄자일지도 모른다는 것이죠.”

“흐흐..그렇다면 당장 웰링턴 영지 전체에 그년을 수배해라 그리고 근처 다른 영지에도 도움을 요청해! 그년을 잡기만 하면 금화 1000닢을 바로 지급하겠다! 단 사지 멀쩡하게 잡도록!”

그렇게 귀족 기만죄에 있지도 않은 사기, 횡령 등의 전과이력이 생긴 이티아는 남부 전역에 수배가 되었다.


***
“그런데 이렇게까지 해야 해?”

“혹시 모르잖아. 나나 메이는 몰라도 넌 너무 눈에 띄니까 이정도는 해야 해.”

지금 나는 후드가 달린 로브로 머리부터 발 끝까지 꽁꽁 싸매고 있었다.

“너무…더워…”

“조금만 참아. 마차를 구하면 벗어도 되니까.”

“이 조그만 마을에 황도까지  마차가 있어?”

“내가 사면 되지. 어차피 상인이니 마차 하나쯤 있어야 하잖아?”

“그니까…이런 쬐끄만 마을에 마차 자체가 있을리 없잖아.”

지금 우리 일행은 웰링턴 도시를 벗어나서 영지 외곽의 작은 마을까지 걸어왔다.

이든이야 멀쩡할 지 몰라도 나와 메이는 이런 강행군을 버티지 못하기에 잠시 쉬면서 이제부터 타고 갈 마차를 구하고 있었다.

“잠시만 쉬고 있어. 내가 찾아보고 올게.”

“응…적당히 둘러보고 없으면 그냥 와. 다른 마을에서 구하면 되니까.”

지금쯤 영주놈이 우리가 도망친  알아챘겠지?

지가 알면 뭐할거야. 우리는 딱히 뭔가를 잘못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야밤을 틈타 나왔을 뿐이었다.

아직 아르고니아 귀족들을 제대로 겪어보지 못한 나는 추격대가 쫓아오고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있었다.

“메이, 배 안고파? 이든 오면  먹으러 가자.”

“좋아요! 뭣하면 제가 해 드릴까요?”

“에이 아니야~ 힘들텐데.”

“그럼 뭘 먹으러 갈까요?”

“음…남부에 왔으면 열대과일이 끌리는데…”

나와 메이가 뭘 먹을까 고민하고 있을  이든이 헐래벌떡 들어왔다.

“이티아! 큰일났어!”

“이든? 그것 봐. 마차 못 구했지?”

“그, 그게 아니라 이것 봐!”

당황한 듯 보이는 이든은 내게 현상 수배지 하나를 내밀었다.

“이게…뭐야?”

현상 수배지에 얼굴부분은 ?로 되어있고 특징은 금발에 자안, 성별은 여성. 나이는 대략 20대로 추정됨.

“푸핫! 어떤 멍청이가 이런 걸 만든거야? 이걸로 범인이 잡히긴 해?”

나는 그게 나인줄도 모르고 조악한 수배지에 깔깔 웃어댔다.

“이티아…웃지 말고 이거 너를 수배하고 있잖아.”

“어?”

이든이 손가락으로 수배지의 이름 부분을 가리켰다.

“이티…아? 뭐야! 진짜 날 수배한거야? 왜?”

정말로 짚이는 부분이 없어서 죄목을 보니 가관이었다.

사기에 귀족능멸죄에 횡령? 누가? 내가?

“허…허어…”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나왔다.

“그럼 어떡하죠? 빨리 출발해야겠는데요?”

“안 그래도 마차 구해놨어. 어차피 황도까지만 들어가면 저런 말도 안되는 수배지는 효력이 없을거야.”

“마차 진짜 구했어?”

“응. 돈좀 썻지. 아쉽게도 밥은 가다가 대충 때워야 해.”

“어쩔수 없지…일단 가자.”

추격자가 붙었을 지도 모르는데 여유를 부릴 순 없다.

수배지는 이든의 말로는 왠만하면 웰링턴 영지나  이웃영지까지만 효력이 있지 물리적으로 멀어지면 별 효력이 없을 것이라 했다.

덜컹! 덜컹!

“심란하네…나름 여유롭게 여행가는 느낌으로 황도에  생각이었는데…”

“하하…어쩔 수 없죠. 그래도 마차는 있으니 이 정도면 편하게 가는거죠.”

덜컹! 덜컹!

“편한 여행치곤 엉덩이가 너무 아픈데…”

울퉁불퉁 튀어나온 잔돌부리에 바퀴가 이리저리 부딪치며 마차가 덜컹덜컹 흔들렸다.

안에 있는 사람은 당연히 이리저리 부딪치며 얌전히 갈 수가 없었다.

게다가…

“나 살짝 멀미도 나는  같아.”

“세상에! 마차로는 좀 오래 가야 황도에 도착할 텐데…많이 안좋으세요?”

이리저리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멀쩡한 네가 이상한거야!

“수면제 좀 남았지? 일단 먹어야 겠다. 그냥 스스로 깰 때까지 자게 냅둬.”

“네…제 무릎에 누우실래요?”

무릎베게야? 좋다.

“응 수고좀 해줘.”

“아녜요. 그럼 먹고 주무세요.”

진짜 몸이 약하니 여행도 제대로  다니겠네.

그렇게 생각하고 포근한 메이의 허벅지에 머리를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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