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 39화 〉40화, 변화 (39/70)



〈 39화 〉40화, 변화



술집에서 놀티아와의 관계는 마치 거친 대양에서 나룻배 하나로만 버틴 기분이었다.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어서 나올 때 발을 헛디딜 정도였으니 말 다 한 셈이었다.
시기적절하게 놀티아가 옆에서 받쳐주지 않았으면 그대로 쓰려졌을 것이다.

“읏차. 조심해야지.”

“고맙긴 한데, 가슴에서 손 때주지?”

“어이쿠. 노려보긴. 이제 이정도 접촉은괜찮지 않을까 해서.”

“꿈 깨시지. 오늘처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그럴일 없어.”

“특별하면 가능하다는 말로 들리는걸?”

“입 닥쳐 개새끼야.”

“하하핫.”

유쾌하고 또 치고 들어갈 때와 손 떼고 물러나야 할 때를 확실히 알고 있는 재수 없는 놈
이렇게 한바탕 난리를 치르고 술집을 빠져 나올 때면 다른 자리의 커튼들이 쳐져 있는 것을 확인할  있었다.
그리고 신음이 그윽하게 흘러나오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돈을 내려는 손이 그대로 좌측으로 이동해 놀티아의 멱살로 향했다. 그를 추궁하기 위함이다.

“야. 이. 씹새야. 방음 된다며?!”

“방음 효율이 높다는 말은 안 했는데?”

“입 닥쳐! 뒤져! 뒤져!!!”

볼이 다 붉어질 정도로 부끄러웠다. 누군가가 내 그 엄청난 신음을 들었다는 이야기 아닌가.
가게에서 나올  놀티아의 볼이 부풀어 있었다. 그는 그러고도 뭐가 좋은지 실실 웃고 있었다.

“씹새…. 넌 나중에 두고 봐.”

“또 짜내주려고?”

“입 좀 닥치라고!!!”

웃는 얼굴에 침은 뱉을 수 없지만, 침을 뱉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배운 좋은 시간이었다.
그렇게 놀티아와 같이 과거의 회사 사옥, 이제는 도적단들의 전진기지가  곳으로 돌아왔다.
놀티아에게 브로치를 반납하고 게이트 앞으로 갔더니 그곳에서 카밀라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하다 이리 늦었어?”

“뭐... 이러저러한 일이 좀...”

“떡 쳤어?”

“응?! 어?! 어?!”

그녀의 폐부를 깊숙하게 찔러오는 한 마디에 얼어붙고 말았다.
아니…. 어떻게 알았지? 라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그녀는 말없이 나에게 다가와 내 머리카락을 만졌다.
손가락을 땐 그녀의 검지와 엄지 사이에는 뭔가 끈끈한 것이 묻어 있었다.
저거…. 정액이다. 분명하다. 아직도 남은 게 있었던가.

“이래서 늦었군. 왜? 오랜만에 네 마음속의 애인이라도 만난 거야?”

“그, 그…. 음….  그런 거야.”

도저히 세월이라는 벽 앞에서 무릎을 꿇고 그 답답함을 풀고자 한잔하다가 마음이 동해서 얼마 만나본 적도 없는 남자와 질펀하게 프리섹스를 즐겼다는 말을  수는 없었다.
대충 얼버무리니 그녀는 그런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추세였다.

“가서 목욕부터 해야겠다. 얼마나 열심히 했길래 몸에서 밤꽃향이 진동하니?”

“음…. 그렇게 심해?”

“어. 구역질 날 정도로 심해. 솔직히 가까이하고 싶지 않아. 좀 떨어져 줘.”

“야 카밀라!”

“누군 시발. 개새끼랑 이것저것 대화 나누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는데 누구는 지 좋은 놈하고 섹스나 질펀하게 즐기지 않나. 세상 참 불공평해 그치?”

“그…. 그렇게 말하며 내가 좆나 나쁜 년 같잖아.”

“너 나쁜 년 맞거든? 하…. 이럴 줄 알았으면 따로 갈걸.”

“아니…. 같이 가자고 한 건 너였거든!!!”

“그래. 내가 같이 가자고 했지. 애휴 내가 나쁜 년이다 그래.”

“아니…. 왜 이렇게 날카롭게 반응하고 그래.  새끼가 이상한 말이라고 했어?”

“뭐했겠냐? 미모가 물이 올랐다. 언제 한번 같이 놀자. 질질 싸게 만들어 주마. 뭐 이런 개 같은 말을 계속 던졌지. 아오. 빡쳐 미친다. 진짜.”

순간 왠지 더 말을 걸어 봤자. 그녀의 까칠함만 더 늘어날 거로 생각해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그녀도내심 더 해봤자. 나와 분위기만 이상해 지리란 생각  것인지 같이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말없이 걸어가다가 게이트를 넘었고 그다음은 도적단 아지트에서 서로 인사만 하고 해어져 각자의 방으로 향했다.
내일이 되면 알아서 풀어져 있겠지. 어차피 화가  대상은 내가 아니고 에탄이니까.

쏴아아아!!!

처음 이곳에 온 뒤에는 이곳이 참 낙후된 곳이라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법이라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안 이후에는 이곳 역시 사람이 살아 가는 곳이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정식의 샤워기는 아니지만, 이렇게 물이 흘러나오는 마법이 걸린 물품들이나 잘 만들어진 욕조, 그리고 몸을 씻을 나름의 용품들까지도 갖춰져 있다.
물론 모두 상단을 통해 내가 사들인 물건으로 방을 꾸민 것이지만, 적어도 이, 온도 조절 가능한 샤워기(그냥 물뿌리개라 칭해지는 마법 용품이다)는 내가 산 물건중에 최고의 물건이다.

“하!”

개운하게 몸을 씻고 밖에 나와 아직 옷을 입지 않은 상태로 수건만 걸친채 침대에 걸터 앉았다.
다리를 꼬고는 미리 사온 맥주를 들어 캔의 뚜껑을 열었다.

치익 탓!

“하... 그래 이 소리지. 시발 진짜 그리웠다.”

저쪽 세상의 캔맥주를 몇  사온 길이다. 물론 맛이야 이곳의 흑맥주가 더 맛있지만, 저쪽 세상이 그리워질때면 한잔씩 마시려는 생각이었다.
이 가슴이  뚤리는 것만 같은 탄산의 소리가  가슴을 자극했다.

꿀꺽! 꿀꺽!

고개를 처들고 그 캔맥주의 입구를 입에 대고 과감하게 마시기 시작했다.
너무 급하게 마셨는지 맥주가 조금 입을 타고 흘러서 가슴까지 닿는다.

“흐!!!”

아직 시원하고 또  목을 강하게 타격하는 탄산 가득한 맥주, 이곳의 맥주는 탄산이 거의 없이 제대로 제조를 한 흑맥주라 이런 한국적인 맛은 부족했다.

“맛이야 떨어지지만, 특유의 탄산이 참 좋다니까. 언제 또 갈지 모르니까 아껴서 먹어야지.”

흥겨운 기분으로  온 맥주의 검은 비닐봉지를 한곳에 잘 두었다. 맥주를 약 20개 정도 사 왔으니 아껴 먹으면 충분할 터였다.
빈 알루미늄 캔은 잘 구겨서 한쪽에 모아 두었다.  세상에 알루미늄을 처리할 곳이 없을 테니 다시 돌아갈 때 가져가서 재활용 봉투에 분류할 생각이다.

“근데…. 오늘 진짜 한 거 없는 데 지치네. 아…. 놀티아 그 새끼 진짜…. 아직도  같네! 시발.”

욕은 하고 있지만, 솔직히 나쁘지만은 않았다. 마지막에 내 몸을 자기 멋대로 세워서 무슨 정복 하다시피 삽입한 것만 빼면 말이다.
그것은 너무 자극이 강했다. 순간 기절하는  알았으니 말이다.
나중에 속된말로 그것을 교배 프레스라 부른다는 것을 들었지만, 그것은 나중에 일이다.

‘참…. 신기해…. 놀티아 그 새끼랑 하고 나니까…. 왠지 모르게  기대되기도 한단 말이야…. 그리고 조금 부족했나? 실신하기 직전까지 했는데도  몸이 후끈하네.’

수건에 스쳐지는 이 느낌, 유두가 조금  듯하다. 나도 모르게손가락이 그곳을 만졌는데 확실히 조금  있었다.
아주 약간 단단한 감이 느껴지는 유두의 감촉이 이젠완전히 단단해졌다. 누누이 말하지만 난 몸이 민감해서 이렇게 살살 손가락이 닿는 것만으로도 반응이 오곤 한다.

“자, 잠깐! 잠깐잠깐!!! 아니…. 시발 왜 이러는 거야 이래서는 마치 내가 굶주린 개 창년 같아!”

아마 이때까지 나는 알지 못하고 있었을 확률이 높지만, 확실히 내 몸속에서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남성의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제이슨에게 처음 배워 트라우마로 자리 잡았다.
그리고 이어서 고블린들의 윤간으로  트라우마가 커진다.
하지만, 우르자인을 통해 서서히 남성이라는 것을 배워가고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바논을 통하여 남자와 교감을 이루어 서로의 몸을 다독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같은 동성과의 성행위도 나름의 맛이 있다는 것도 깨달았다.
그리고 오늘, 놀티아가 그 정점을 찍어주었다.
잘하는 남자와의 불장난이 얼마나 대단한 쾌감을 주는지 마을 알아 버린 것이다.
그리고 내가, 내 몸이 남자를 원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물론 아무 남자나 엉망진창으로 받아들이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보다는 이 열기를 식혀줄 정말 대단한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는것이었다.
늦게 배운 취미가 무섭다는 말이 있던데 이게 정말 그런 격이었다.

“헉!”

생각에 생각을 이어 나가다가 문득 잠자기 전에 매일처럼 생각 없이 펼친 신체 정보 화면을 보고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능력: 하이드레인(High Drain)
(1. 상대방의 레벨을 낮추고 자신의 레벨을 올리는 능력. 상대방과의 성교[몸을 섞기만 하면 무엇이든 가능]를 통하여 발동된다.)
(2. 상대방이 자신보다 레벨이 높으면 그 차이가 크면 클수록 흡수율이 높아진다. [최대 흡수량 9레벨], [흡수 효율이 15% 도달하면 흡수 레벨 2점 상승])
(3. 자신보다 레벨이 높은 대상에게 전투, 성교 중에 매우 높은 확률로 항거할 수 없게 된다. [흡수 효율이 20% 도달하면 확률이 저하한다.])
(4. 자신보다 레벨이 낮은 대상은 전투, 성교 중에 매우 낮은 확률로 항거할 수 없게 된다. [흡수 효율이 20% 도달하면 확률이 상승한다.])
(5. 경험치를 이용해 앞으로 20레벨을 올릴 수 있다. [흡수 효율 1%마다 2레벨 추가. 필요 경험치 양은  배가 된다.])
(6. 같은 대상에게 하루에  번만 발동한다.  흡수한 대상과의 연전이 이루어지면 최대 세 번까지 연속으로 발동한다. [흡수 효율 25%에 연  발동이 한 번 추가])
(7. 능력이 강제로 발동하는 것을 억제하려면 성교가 시작되기 전에 상대방을 흡수 불가 대상으로 지정해 둬야 한다.)
(8. 능력이 발동할 때마다 효율이 높아진다. 현재 하이드레인 흡수 효율은 10%)

(10% 도달 특전 개방)

흡수 효율 도달 특전
10%: 전투 중에 상대가 현혹되어 성교로 이어질 확률이 발생한다. (동성의 경우 확률이 떨어진다. 또한, 능력 사용자의 목숨이 위험할 경우 발동 확률이 두 배가 되며 이때 성교로 이어지면 성교에 들어간 모든 대상을 흡수 불가 대상으로 지정을 할 수 없게 된다.)

엄밀히 말하면 난 레벨 흡수를 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레벨을 흡수하지 않았을 때는 하이드레인의 흡수 효율이 높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레벨을 흡수하더라도 그 상승률이 너무도 미비했다.
얼마 전에 내가 확인했을 때의 흡수 효율은 7%였다. 우르자인의 도움을 받아 유흥 방에서 손과 입으로 남자를 짜낸 결과가 바로 7%다.
그런데 오늘 놀티아의레벨을 흡수하지도 않았는데 흡수 효율이 10%까지 올라가 있었다.
이제 난 경험치로 레벨을 20까지 추가로 올릴 수 있게 되었고(올려둔 8레벨을 제외하면 12레벨을 더 올릴 수 있다.) 상대방의 레벨을 최대 9레벨까지 흡수할  있게 되었다.
여기에 좋아해야 하는지 말아야 하는지 참으로 난감한 특전이 하나 생겨났다.
전투 중에바로 섹스로 돌입하는 정말 천박한 특전이 말이다.
뭐….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서 발동한다면내 생명을 살리게 되겠지만, 당장에 마수만 사냥하는 나에겐 정말 기분 나쁜 특전이었다.

‘하…. 제발 시도 때도 없이 발동하지만 말아라. 제발.’

 중요한 것은 그것보다는 갑자기 확 늘어난 흡수 효율이었다.
머리를 최대한 굴려보고 생각을 해 보아도 답은 하나밖에 없어 보인다.
바로 놀티아와 하는 동안 내가 얼마나 많은 만족을 느꼈는지에 대한 것 같았다.

‘내가 상대에게 만족을  것도 포함되지만, 능력을 사용하는  만족 역시 흡수 효율을 높일 방법이라 이건가.’

이 경우는  더 과정을 살펴보아야 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런 가설이 세워질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내 능력에 관한 비밀은 너무도 많이 남아 있었다.
흡수 효율이 높아질 때 특전이 추가 된 것도 그렇고 아직 파보면 뭔가가  나올 듯한 기분이 물씬 풍겨왔다.
이 역시 함구를 하고  혼자만 알고 있어야  것이다. 나중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쓸만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끙…. 머리 아프네.”

생각이 많았나 보다. 도수가 낮긴 해도 큰 캔맥주를 원샷 해버린 상태이니 더욱이 그럴 것이다.
잠시 후  눈이 감김과 동시에 다시 눈이 떠졌다.
인기척이 느껴지고 있던 것이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는 모르겠는데,내 방에는 누군가 들어와 있는 것이 느껴졌다.
분명히 문은 잠가 두었고 내 방의 열쇠를 가진 것은 카밀라가 유일했다. 그렇다면 카밀라일까?
아니다. 걷는 소리가 다르다. 카밀라의 발소리는 이미 기억하고 있다. 저건 다른 사람의 발걸음 소리였다.
천천히 정신을 차려가며 어두운 방에서 움직이고 있는 그 존재에게 시선을 향하고는 날렵하게 일어나 그것을 향해 발을 차올렸다.

그리고 그것은 내 발을 쉽사리 막아 내고는  복부를 향해 강렬한 주먹을 날렸다.

“케흑!!!”

복부에서 엄청난 소리가 울렸다. 마치 북을 치는 듯한 경쾌한 소리였다.
잠시 숨이 박혀서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는 캑캑거리면서 눈물과 콧물을 쏟고 말았다.
그런 내 등으로 뭔가가 다가왔다. 그것은  등을 힘껏 지르밟았다.

“으윽!!!”

이대로는…. 죽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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