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325 - 325화- 너무나도 일방적인 대결
"가서 저 두 사람을 쓰러뜨려."
강림은 아르웬에게 명령을 내렸다.
"스승님을 대신해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는 걸 보여줘. 일부러 질 생각 하지 말고. 우릴 몰아붙인 최종 보스였으니 쉽게 이길 수 있겠지?" "웃기지 마! 내가 왜 그런 짓을 해!"
당연히도 그 명령에 아르웬은 거부했다.
"할 거면 너희들끼리 나 해! 왜 내가…." "아니, 해."
강림은 다시 명령했다.
"무조건 해. 이건 황제의 명령이다. 황제가 명령을 내리는데 일개 노예가 토를 달면 쓰냐?" "누가 노예라는 거야! 그리고, 나는 널 황제로 인정하지도 않았어!" "인정하든 안 하든 상관없어. 난 무조건 할 거야."
애당초 널 조교 하기 위해서 시작한 일인데 그만둘 것 같냐? 이미 마음을 굳혔기에 강림은 아르웬의 불만을 한 귀로 흘러들을 뿐이었다.
그리고, 끝끝내 아르웬이 안 한다고 해도 강림은 상관없었다.
강림에겐 아르웬을 따르게 할 수단이 존재하니까.
"계속 말을 듣지 않으면…."
강림은 손가락을 튕겼다.
"벌을 내리는 수밖에."
그와 동시에,
"쿨럭, 쿨럭, 쿨럭!"
갑자기 아르웬이 기침하기 시작했다. 기침과 동시에 그대로 주저앉았다. 기침은 멈추지 않았고, 입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이러는 이유는 간단하다.
"아르웬, 네놈을 죽일지 살릴지는 오로지 나한테 달려 있다. 그건 잊지 말아야지."
엘프섬에서 아르웬은 독사 페르포네에게 물렸다. 독에 중독당하고 말았다. 해독할 수 없는 지경이 될 때까지 중독되고 말았다.
이 중독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강림의 정액을 먹는 것뿐이며,
그 정액 주입을 아르웬의 등 뒤에 달라붙어 있는 촉수 더미가 수행하고 있었다. 촉수 더미에선 수많은 가락이 전개되었고, 전개된 가락들은 아르웬의 몸속 깊숙이 파고들었다. 그 상태에서 정해진 시간마다 정액을 쉬질 않고 주입하고 있었다. 그 덕분에 지금 아르웬은 멀쩡하게 돌아다닐 수 있게 되었다.
근데, 그 촉수 더미가 일을 그만두면 어떻게 될까? 답은 지금 주저앉은 아르웬을 보면 바로 나온다.
"그걸 잊고 큰소리를 치면 안 되지, 안 그래?" "쿨럭, 쿨럭! 이, 이 망할 녀, 녀석이…." “음,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나 보네.”
더 하자. 그런 생각이 든 강림은 손가락을 더 튕겼다. 그러자, 촉수 더미에서 굵은 촉수 가락들이 튀어나왔으며,
“흐으윽?”
바로 아르웬의 젖가슴을 옭아매고, 아르웬의 음부 속으로 파고들었다. 즉시 젖가슴을 터트릴 기세로 조이고, 자궁을 파열시킬 작정으로 보지를 겁탈하기 시작했다.
“흐으윽, 흐아아아, 그, 그만, 그만해, 그만하라고오오오!”
또다시 덮쳐오는 쾌락의 열기에 아르웬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만두라고 호소하나,
“싫어.”
강림은 거부했다.
“황제의 명령을 불복한 대가다. 얌전히 당하도록.” “으윽, 이, 이….” “진심으로 사죄하고 명령에 따르겠다고 하면 풀어줄게.” “이, 이, 이 나쁜 자식아….” “자, 선택해.”
강림은 명령했다.
"자존심 때문에 죽어서 언데드가 될지, 아니면 명령대로 결투에 임할지." "비, 빌어먹을…."
결국, 아르웬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 녀석에게 종속된 것만으로도 서러운데, 언데드가 되어 조종당하는 건 더욱 싫다. 둘 다 최악이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다면 더 나은 최악을 고를 수밖에 없다.
치욕스럽지만, 아르웬에겐 어쩔 도리가 없었다.
이렇게 해서 아르웬은 강림의 명령대로 결투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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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투는 1 대 2로 시작되었다.
‘어차피 너 강하잖아? 강하니까 두 명은 가뿐히 상대할 수 있겠지?’
…라는 강림의 어처구니없는 이유로 아르웬은 도적과 사제를 둘 다 상대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뭐, 사제는 어디까지나 지원하는 역에 불과하며, 전투 담당은 오직 도적뿐이었지만 말이다.
결투가 시작되자마자 여성 사제는 도적에게 가호를 걸어줬다.
"신이시여, 제 동료에게 힘을 주옵소서."
사제는 양손을 모으고 기도했다. 기도를 통해 얻은 신성력으로 사제는 동료의 힘을 강화해줬다. 마지막 싸움이기에 사제는 한계점에 다다를 때까지 계속 기도했다.
"하아, 하아…이게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입니다."
숨을 크게 헐떡이며 사제는 말했다. 마치 섹스를 막 마친 사람처럼 얼굴은 새빨갛게 물들어져 있었다.
신성력을 사용하면 항상 생기는 부작용이었다. 이 이상 신성력을 낭비하면 사제는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계속 지원할게요.”
그걸 알면서도 사제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여기서 동료가 지면 정말로 지옥에 가는 것 말곤 답이 없으니까.
“무리는 하지 마.”
양손에 쥔 짧은 목검을 이리저리 돌리며 여성 도적은 그리 말했다.
“정말로 창녀가 되어버리면 버리는 것 말곤 답이 없으니까.” “아하하, 정말 매정하시네요.” “농담이야. 자, 그럼….”
도적은 양손에 쥔 목검 두 개를 역수로 쥔 채,
전방에 있는 아르웬을 향해 돌진했다. 아르웬의 코앞에 다다른 순간, 도적은 아르웬의 등 뒤로 몸을 돌렸다. 번개 같은 몸놀림으로 뒤를 잡은 도적은 아르웬의 목덜미를 향해 왼손을 휘둘렀다.
왼손을 쥔 목검이 아르웬을 향해 쇄도했고,
-탁!
아르웬은 목검을 휘둘러 그 왼손을 날려버렸다.
당연히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도적은 아르웬의 코앞에 착지. 바로 오른손을 휘둘렀다. 오른손에 쥔 목검이 아르웬의 가슴을 향해 곡선을 그렸고,
-탁!
그 공격마저 아르웬은 목검을 휘둘러 막아냈다. 두 번째 공격마저 막혔으나, 도적은 동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쉽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까. 마음을 다잡고 아르웬을 재차 공격했다.
-탁, 탁, 탁, 탁!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도저히 쫓을 수 없는 속도로 도적은 쌍검을 휘둘렀다. 아르웬의 목, 어깨, 팔꿈치, 무릎, 발꿈치 등 급소라고 할 수 있는 모든 부위를 노렸다.
“신이시여, 부디 힘을 주옵소서.”
필사적으로 싸우는 도적을 향해 사제는 끊임없이 신성력을 사용했다. 버프로 떡칠한 도적은 일개 인간을 초월한 수준이 되었으며, 속도 역시 눈을 쫓을 수 없을 수준만큼 빨랐다.
그러니 진작에 아르웬은 전신에 피멍이 든 채 쓰러져야 정상이나,
아르웬은 쓰러지지 않았다.
자신에게 들어오는 목검의 궤도를 전부 다 읽어내고 전부 다 목검으로 후려쳐서 막아냈다. 아무리 도적이 좀 더 속도를 높여도, 더 강하게 목검을 휘둘러도 의미 없는 짓이었다. 목검과 목검이 맞부딪치는 소리만 세게 울릴 뿐이었다.
'이 여자, 대체 뭐야?'
왜 이렇게 잘 막아내는 거야? 사제에게 온갖 가호를 다 받은 상태임에도 공격이 전혀 먹히질 않는 것에 도적은 너무나 당혹스러웠다. 아무리 강하다고는 해도 이게 가능한가? 싸움이 길어질수록 도적은 자신이 거대한 벽을 상대하는 거 아니냐는 착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쩌면 좋지?'
반면 아르웬은 여전히 갈등하고 있었다.
'내가 이기면 이 사람들은 분명….'
비록 괴수로 변신할 수 없게 된 아르웬이었으나, 괴수화의 영향까지 전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스스로가 놀랄 정도로 도적의 움직임이 전부 다 보였다. 마치 느릿느릿하게 흘러가는 비디오를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보였기에 아르웬은 전부 다 튕겨낼 수 있었다. 언제든 승부를 낼 수 있었다.
만약 여기서 아르웬이 결정타를 날리면 승부는 끝나게 된다. 승부가 끝나면 도적과 사제, 그리고 용병은 이 둥지에서 평생 살아가게 될 거다.
스피어처럼 평생 암퇘지로 살아가게 될 거다.
그런 짓을 하는 게 과연 옳은 일일까? 그리드처럼 아무 죄도 없는 사람을 노예로 만들어도 되는 걸까?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일을 또 해야만 하는 걸까?
그리드처럼 무고한 사람을 가축으로 만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아르웬은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함께 여기서 탈출하자고 제안하고 싶었다.
하지만, 불가능했다.
'난, 난 어찌하면….'
자신의 몸에는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저주가 새겨졌으니까. 중독이란 이름의 저주에서 살아남으려면 악마의 정액을 매일 공급받아야 하며, 그 정액을 공급받기 위해선 악마의 곁에 계속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은 죽음을 맞이하게 될 거다.
기적적으로 도망치는 데 성공해도 저주가 존재하는 한 아르웬은 결국 죽을 수밖에 없었다. 원수를 제대로 갚지 못한 채 허망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될 거다.
설령 도망치지 못해도 이 싸움에서 진다면 마찬가지로 최후를 맞이하게 될 거다. 그리드가 자신의 어머니에게 저지른 것처럼 데스나이트로 개조하고도 남을 거다.
도망쳐도 결국은 죽음뿐이요, 지면 또한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이로다. 아무리 하기 싫다고는 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참한 최후만이 기다릴 뿐이다. 비참해지기 싫으면 눈앞의 소망을 자신의 손으로 꺾어버려야만 한다.
어느 쪽을 택하든 결국 하나를 잃어버릴 수밖에 없으며, 하나를 택하려면 가장 소중한 것을 골라야 한다.
그렇다면, 답은 뻔하지 않겠는가? 고민 끝에 아르웬은 입을 열었다.
"미안해요."
그 말과 동시에 자신의 머리를 향해 쇄도하는 도적의 목검을 향해 아르웬은 목검을 휘둘렀다.
"으윽!"
목검을 쥐고 있던 도적의 오른손을 가격했다. 가격당하는 바람에 도적은 그만 목검을 놓치고 말았다. 남은 왼손으로 반격을 시도하는 도적이었으나,
"아악!"
그 왼손도 아르웬은 재빠르게 쳤다. 도적은 순식간에 무기를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런 도적의 한쪽 다리를 아르웬은 자신의 왼쪽 다리로 걸었고, 넘어뜨렸다. 도적이 넘어지기 직전에 그녀의 머리를 붙잡은 아르웬은,
"정말 미안합니다."
그 말을 중얼거리며 붙잡은 채로 도적의 머리를 바닥에 박아버렸다. 도적이 완전히 혼절할 때까지, 피범벅이 될 때까지 마구 머리를 바닥에 박았다.
"비, 빌어먹을…."
그 말을 끝으로 도적은 정신을 잃었다.
"아, 안 돼."
그리고 동료가 무참히 패배한 걸 본 여사제의 얼굴은 절망으로 가득 찼다. 어떻게든 가호를 걸어주려고 했으나, 그 전에 도적이 눈 깜짝할 사이에 당하고 말았다.
그런 여사제를 향해 아르웬은 걸어갔다.
"오, 오지 말아요."
마지막 발악으로 바닥에 떨어진 목검을 아르웬에게 휘두르는 사제였으나,
아르웬은 그 목검을 강제로 빼앗고, 바닥에 내던져버렸다.
"당신들에게 원한은 없지만…."
아르웬은 등 뒤로 손을 뻗었다. 등 뒤에 달라붙어 있는 촉수 더미에서 덩어리를 한 움큼 떼어냈다.
"나도 이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까 죄송합니다." "무, 뭐 하려는…우읍?"
사제가 뭐라고 항의하기도 전에 아르웬은 그녀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았다. 틀어막은 것과 동시에 손에 쥔 촉수 덩어리가 사제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우끕, 우끄읍, 우끄으윽, 우끄으으읍!"
그렇게 여사제도 촉수에 농락당하다가 정신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