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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51화 (252/344)

Chapter 251 - 251화- 유물이 아닌, 괴도를 노리자

“주인님, 분통이 터지는 건 이해하겠습니다만,”

병사의 보고를 받은 직후, 강림은 사건 현장으로 향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고는 곧장 회의실로 갔다.

도착하자마자 강림은 이리스에게 주문했다.

‘로세움 왕국을 당장 정벌할 수 없냐?’

고대 유물들을 훔친 범인은 괴도 아르바와 설화다. 그들의 흔적이 현장에서 발견되었다. 그렇다면, 그 둘을 움직이게 한 장본인은 누구일까?

십중팔구 용병왕이다. 자기 나라에 사는 괴도를 이용해 이런 짓을 저지른 거다.

좀 편하게 정복 전쟁 좀 하려고 했건만, 이딴 개수작을 버리다니. 순간 뚜껑이 열린 강림은 당장 로세움 왕국을 토벌하고 싶었다.

하지만, 기각되었다.

“지금은 로세움이 아니라 네치아를 우선해야 합니다. 네치아를 정복하고 나서야 로세움을 노릴 수 있습니다.”

이리스의 말대로였다.

“잔당들이 세력을 규합하기 전에 어서 깨뜨려야 합니다. 깨뜨리지 않고 엉뚱한 곳을 노리면 결전에서의 승리가 다 무의미해집니다.” “후우….”

쌓인 분노를 토해내듯이 강림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

“진정하세요, 주인님.”

그런 강림의 어깨를 구미호족의 수장, 수아가 정성스럽게 주물렀다. 강림이 화가 난 상태라 그런지 얼굴에는 식은땀 범벅이었다.

“화가 나신 건 알겠지만, 화낸다고 일이 풀리는 것도 아니에요.” “….” “그러니 차분해집시다. 예? 제발요.”

덜덜 떠는 목소리로 애원하는 수아. 이는 수아뿐만이 아니었다.

들소족 수장 카우도, 토끼족 수장 레비도, 제독 카르디안도, 총사령관 이리스도, 그리고 비서 아트리아도 같은 심정으로 강림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렇게 바라보니 화내는 자신이 더 바보 같지 않을까?

“알았어. 화 안 낼 테니까 무서워하지 마.”

실험실에서 여전히 자신을 무서워한다는 걸 깨달은 강림이다. 그걸 겪었는데 화를 낼 수가 있나? 그리드와는 다른 길을 가기로 했으면 그리해야지, 화낸다면 오히려 그리드와 다를 바가 없다.

그러니 진정하자. 진정. 머리끝까지 차오른 화를 억누르기 위해 강림은 연신 숨을 내쉬었다.

“후우, 후우, 후우…빌어먹을. 대비했으면 이런 꼴 나지도 않았을 텐데….”

최소한 괴도를 사로잡기 위한 대비를 했다면. 그렇게라도 했다면 털리지도 않았을 거다. 그러지 않고 넘어간 자는 바로 강림 자신이다.

그런 자신이 강림은 원망스러웠다.

원망스러워도 이미 벌어진 일을 되돌리는 건 불가능하지만 말이다.

“모래 모형이라 무한 원반을 빼앗긴 건 정말 뼈아픈데….”

<모래 모형>.

무에서 유를 창조해낼 수 있는 기적의 유물. 원한다면 사막 지대를 울창한 숲으로 만들어낼 수 있으며, 바다 한가운데에 섬을 만들어낼 수도 있고, 힘을 좀 더 주입하면 기존의 환경마저 반전시킬 수 있다. 인체를 개조하는 데 써먹을 수 있는 건 덤이다.

만약 적에게 넘어가면 아주 큰 일이 날 물건인지라 강림은 <모래 모형> 보관을 가장 중요하게 다뤘다. 결전을 벌이러 가는 날에도, 뒤풀이 파티를 하는 날에도 경비를 소홀하게 다루지 않았다.

그리고 <무한 원반>은 정액을 생산하는 데 이용되는 유물이다. 본래는 정액을 생산하는 시설이 강림의 기함 내부에 있었고, 원반은 그 안에 있었다.

하지만 타이의 괴수화로 기함이 침몰하고, 그로 인해 원반도 사이좋게 가라앉고 말았다. 만약 거북이족들이 건져내지 못했다면 차디찬 심해 속에 파묻혔을 거다.

이후 이때의 사건을 교훈으로 삼아 강림은 정액 생산 시설을 여우섬으로 옮겼다. 그리고 다시는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서 경비병들도 잔뜩 세워놨다.

현재는 엘프섬이 새로운 정액 공급처가 되었기에 생산 시설의 위상도 예전보다 낮아졌지만, 그래도 중요한 시설임은 변하지 않았다.

정액이 있어야 앞으로 잡아들일 여자들을 가축으로 가공할 수 있으니까. 미약과 마기가 섞인 정액을 끊임없이 먹이고, 끊임없이 주입하는 방식만으로도 여자들을 무너뜨릴 수 있다. 그 중요한 물건을 생산하는 시설을 반드시 지켜야만 하며, 그 시설을 유지하도록 만들어주는 <무한 원반>을 무조건 지켜야 한다.

그래야 할 유물 두 개가 하루아침에 도난당하고 말았다. 정액 생산 시설은 약 일주일 동안 수리를 해야 할 정도로 심하게 파괴되었다.

그럼 이제 어찌하면 좋을까?

네치아 왕국 잔당 세력을 토벌하는 게 최우선이라 보복은 당장 힘들다. 그렇다고 이걸 가만히 놔둘 수도 없는 일. 그냥 손가락만 빨며 멍청하게 보고만 있어야 할까?

“저기, 주인님. 세 사람을 파견 보내는 건 어때요?”

이때, 카우가 조심스럽게 의견을 제시했다.

“스텔라와 테가, 그리고 크로커를 보내서 유물들을 되찾아오라고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그래요, 지금 할 수 있는 건 그것밖에 없어요.”

레비도 카우의 말에 동조했다.

“어디에 숨겼는지 모르지만, 지금 그걸 되찾아올 사람들은 세 명밖에 없어요.” “…어디에 숨겼는지는 대충 알고 있어.”

고대 유물들을 어디에 보관하고 있는지 강림은 대충 어림잡을 수 있었다.

“궁전 지하에 있을 거야. 거기는 용병왕의 군수 공장이거든.”

게임상에서 용병왕의 군수 공장이란 지역이 등장한다. 위험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으며, 이야기에서도 함정들이 너무 많아 설화 일행이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서술이 나와 있다.

만약 용병왕이 유물들을 활용하고 싶어 한다면 분명 군수 공장에서 사용할 거다.

온갖 부비트랩으로 무장된 그 지하 공장으로 세 사람을 파견 보내도 될까? 아무리 실력은 인정하더라도 잘 빠져나올 수 있을까?

부비트랩에 아주 능한 전문가가 있어야 가능….

“…잠깐.”

순간, 강림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 녀석을 잡으면 되겠네.”

난관을 타개할 좋은 방도를 떠올린 강림은 아트리아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트리아, 지금 당장 세 사람을 불러와, 어서.”

●●●

그렇게 해서 스텔라와 테가, 그리고 크로커는 회의실로 오게 되었다.

오자마자 강림은 긴급 명령을 내렸다.

“로세움 왕국에 사는 괴도 아르바와 녀석의 동생을 사로잡아.” "저기 질문 하나 해도 되겠습니까?"

스텔라가 손을 들며 물었다. 뒤풀이 파티에서 강화한 여파 덕분인지 평소보다 표정이 부드러워졌다.

“왜 유물이 아닌 괴도를 먼저 노리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왜 잃어버린 물건이 아닌, 물건을 훔친 도둑을 먼저 노리는 걸까? 이에 강림은 대답했다.

"보물을 되찾으려면 보물 전문 사냥꾼이 필요하니까."

그게 이유였다.

“아르바는 어떤 함정이든 다 돌파하는 여자야. 용병왕의 보물조차 훔치는 비범한 괴도지.”

게임상에서도 아르바는 온갖 함정도 다 해제하는 기이한 능력이 있음을 증명했다. 만약 현실에서도 똑같다면 유물들을 탈환하는데 아르바의 힘은 필수다.

그래서 강림은 아르바 생포를 0순위로 삼았다.

“근데, 저희 괴도가 어디에 사는지 모릅니다만.”

크로커가 질문을 던졌다.

“괴도에 대한 소문은 저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녀석이 어디에 살고 있는지 밝혀지지 않았어요.”

괴도 아르바가 대단한 도둑이란 사실을 크로커도 익히 들은 적이 있었다. 너무 신출귀몰해서 누구도 쉽사리 잡을 수 없다는 말도 들었다. 거주지가 로세움 왕국이라는 말이 나왔으나, 나온 것에 그쳤다. 이 잡듯이 찾아도 아르바가 어디에서 살고 있는지 누구도 찾질 못했다.

그래서 괴도 아르바 수색은 무리라는 뜻으로 크로커가 질문을 던진 거였으나,

“괜찮아. 문제없어. 내가 다 알고 있거든.”

강림은 문제 될 건 하나도 없다는 듯이 답했다.

“괴도가 평소 어디에 살고 있는지, 그년의 여동생이 어디에 있는지도 잘 알고 있지.” “그걸 어떻게….” “음, 그러니까….”

게임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고 말해봤자 믿어는 줄까? 살짝 난처해진 강림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고,

“우리 집 비밀문서에 있었어.”

카르디안이 지원 사격에 나섰다.

“세이렌 섬 전 영주가 괴도의 후원자였거든. 그래서 괴도의 주거지 또한 알아낼 수 있었어.” “음, 그렇구나.”

그 말을 들은 크로커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걸 본 강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고맙다, 카르디안.” “뭘요.”

카르디안을 향해 강림은 엄지를 올렸고, 카르디안 역시 똑같이 엄지를 올렸다.

“음, 괴도라….”

테가는 생각에 잠겼다.

“음? 무슨 일 있냐, 테가?” “아닙니다, 단지….”

강림의 질문에 테가는 대답했다.

“새로운 붉은 별이 두 개가 떠오른 걸 봤습니다. 아마 그게 주인님이 말한 괴도와 동생일 것으로 보여요.” “그러냐?”

그 말을 들으니 강림은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예정된 결말이라는 건가?’

보통은 운명 같은 것을 믿지 않는 강림이었으나, 이번만큼은 믿고 싶었다.

그래야 원하는 대로 괴도를 손에 넣을 수 있으니까 말이다.

“여하튼, 괴도 아르바와 동생을 무조건 생포해. 알았지? 필요한 지원은 다 해줄 테니까.” “““알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강림은 명령을 내렸고, 스텔라와 테가, 그리고 크로커는 각각 자신의 부하들을 데리고 로세움으로 잠입했다.

●●●

이렇게 강림이 새롭게 명령을 내리고 있는 사이,

“후끅, 후끅, 후끅, 후끄으으윽!”

실험실에 홀로 남겨진 아르웬은 개조 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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