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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50화 (251/344)

Chapter 250 - 250화- 실험실을 턴 도둑들의 정체는?

"난 이제 망했네."

실험실 바닥에 탈리아는 주저앉아 있었다. 주저앉은 채로 흐느끼고 있었다. 어찌나 서럽게 울었는지 두 눈이 크게 부어올라 있었다. 강림이 눈앞에 있음에도 탈리아는 도무지 일어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음침하던 탈리아가 오늘 유독 더 음침해진 이유가 뭘까?

“이거 어떻게 수습하지? 도저히 자신이 없는데….”

겉으로 보기에 실험실은 멀쩡했다. 약간 냉기가 느껴지는 걸 제외하곤 변한 건 하나도 없었다.

아니, 그렇게 보일 뿐이었다. 겉만 그럴듯하게 보일 뿐, 가장 중요한 알맹이가 사라져버렸으니까.

그게 사라졌기에 탈리아는 물론이요, 실험실에 있는 연구원들도 다들 불안에 떨고 있다. 그리드에게 숙청당할지 모른다고 불안에 떨고 있다.

알맹이가 사라진 이유는 하나다.

"왜 하필 도둑이 든 거냐고. 왜 도둑놈이 우리가 해온 걸 다 가져간 거냐고…."

도둑이 들었다. 그 어느 침입자도 허용하지 않았던 실험실이 털리고 말았다.

그 증거로 실험실 곳곳이 얼어붙어 있었다. 보안을 위해 설치해둔 마법 도구들이 전부 다 얼음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보안이 무력화되었기에 도둑은 손쉽게 실험실 내부로 침입할 수 있었으며,

탈리아와 연구원들이 작성한 연구 자료들을 모조리 다 털어가 버렸다.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실험실로 돌아온 탈리아는 이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으며, 이를 수습하려고 했으나, 소용없는 짓이었다.

도저히 손해를 메꿀 방도가 없다는 걸 깨달아 버린 탈리아는 망연자실해지고 말았다.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당장 숨어버리고 싶었다. 폭군의 분노가 자신한테 오는 게 아닐까 너무나 두려웠다.

두려웠기에 넋두리에 가까운 혼잣말을 계속 중얼거리고 있었다.

"내가 한 연구 자료 모조리 다 훔쳐 갔어. 그게 다 얼마짜리인데. 그게 있어야 그리드에게 도움이 되는데. 복구 못 하면 분명 처벌받을 거야. 목이 베일 거야. 응, 그러고도 남겠지. 아 싫은데. 하고 싶은 거 잔뜩 많았는데. 이제야 두 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게 되었는데, 이게 뭐야, 이게 뭐냐고…." "자자, 진정해, 탈리아."

지금 탈리아가 두려워하는 존재, 강림은 질책하기는커녕 오히려 위로해줬다.

"난 널 죽일 생각 없으니까 걱정하지 마, 응? 내가 사람 함부로 죽이고 다니니?" "…." “진짜라니까. 내가 무슨 망나니인 줄 알아?”

그렇게 말하는 강림이었으나,

-저거 거짓말이겠지?

-응, 그럴 거야. 저렇게 말한 뒤에 죽일 게 분명해.

-아, 우리 어찌하면 좋아? 시간을 되돌릴 순 없는 건가?

오히려 그 말을 듣고 연구원들이 더욱 불안에 떨었다.

“망나니 맞잖아.”

탈리아가 쐐기를 박아버린 건 덤이다.

“그러니까 망나니는 내가 아니라 그리….”

그리드다, 라고 말하려다가 강림은 입을 다물었다.

‘맞아, 내가 그리드지.’

망할 그리드와는 다른 행보를 걷고 있기에 인식이 좀 나아지지 않았나 싶었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다들 저렇게 두려워하는 걸 보면 대체 얼마나 패악질을 일삼은 걸까? 앞으로 이런 일들이 발생하면 어떻게 달래줘야 할지 강림은 머리가 아팠다.

“잠깐만.”

문득, 강림은 의문이 들었다.

“탈리아, 너는 다 알면서 왜 그렇게 떨어 대니?”

아트리아, 이리스, 그리고 스승인 테리스와 더불어 진실을 알고 있는 자중 한 명이다. 그런 탈리아가 어째서 두려워하는 걸까? 자신이 이런 일로 크게 벌할 사람이 아니라는 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텐데?

“그야….”

탈리아는 대답했다.

“박히기를 원해서?” “….” “벌로 너랑 하는 것도 나쁘지 않…후으으으윽?”

결국, 정신이 나갈 때까지 강림은 탈리아를 따먹었다.

●●●

“복사본도 더는 못 써먹어.”

한차례 교미를 벌인 뒤, 탈리아는 그리 말했다. 강림이 한 발 거하게 싸지른 덕분에 탈리아는 출산할 수 있었다. 바닥에 널브러진 채 경련을 일으키는 탈리아는 현재 도둑맞은 연구 자료 상황이 어떤지 상세히 설명했다.

“창고 안에 있던 자료 모두 녹아내렸거든.” “녹아내렸다고?” “그래, 하나도 남기지 않고 전부 다. 아, 이럴 줄 알았다면 창고를 더 만드는 거였는데….”

연구 자료 소실을 대비하기 위해 탈리아는 복사본들을 만들어놨다. 함부로 열지 못하게 마법으로 도배한 창고에 복사본들을 보관했다.

그랬는데, 그것도 다 폐기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진짜로, 건질 게 하나도 없냐?”

이 상황이 진짜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강림은 물었다.

“없어. 복원하고 싶어도 다 죽이 되어버렸거든.”

그렇게 말하며 탈리아는 손가락으로 양동이 수십 통이 비치되어있는 곳을 가리켰다. 안에는 새하얀 죽처럼 생긴 점액질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이것들이 전부 복사본들이었다.

“저게 다 복사본들이야. 저걸 가지고 복원이 될 것 같아?” “하느님 맙소사.”

괜히 탈리아가 절망한 것이 아니었다. 복원할 수 있는 건더기도 남지 않았는데 어찌 할 수 있단 말인가? 강림은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대체 어떤 새끼가 침입한 거야?"

우리가 왕국군과 결전을 벌이던 날에 빈집털이했나? 아니면 뒤풀이 파티를 할 때를 노렸나?

하지만, 경비는 소홀히 하지 않았다.

결전을 벌이기 위해 출정한 날에도, 뒤풀이 파티를 하는 동안에도 적이 침입할 수 있기에 강림은 경비병들을 확실히 세워놨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이유 불문하고 즉시 현장에서 사살하라고 명령까지 하달했다.

그랬는데, 침입자가 나타났다는 소식이 없었다. 실험실 내부에 있는 마법 도구들도 침입자를 막아내지 못했다. 테러를 완벽하게 저지르고는 떠나 버렸다.

이게 정녕 일개 좀도둑이 저지를 수 있는 일인가?

"주인님."

이때 아트리아가 다가왔다. 그녀의 손에는 곳곳에 금이 간 수정구가 쥐어져 있었다.

"침입자들의 정체가 담긴 영상을 확보했습니다." "진짜? 얼른 보자." "네."

강림의 재촉에 아트리아는 수정구에 마기를 불어넣었다. 그러자, 수정구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정면으로 빛을 발산하고, 발산한 빛은 커다란 화면을 만들었다.

화면 속에 두 사람이 보였다.

“저건 설화잖아?”

한 명은 순백의 구미호였다. 목에 초커와 비슷한 걸 채운 채로 실험실에 잠입한 이 구미호의 정체는 설화였다. 화면 속에 나온 설화는 연구소에 비치된 마법 도구들을 전부 얼려버리고 있었다.

그리고,

“괴도도 왔었어?”

검은색 바디슈트에 검은색 중절모를 쓴 여자도 있었다. 눈을 가리는 가면까지 쓴 여성은 실험실에 있는 모든 연구 자료를 보따리에 쓸어 담았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복사본들이 있는 창고까지 침입했다. 능숙하게 마법을 해제한 괴도는 복사본들을 전부 폐기물로 만들었다.

그걸 끝으로 영상은 끊겼다.

“여기까지가 최대한 복원한 내용입니다.” “이런 망할….”

범인들의 정체를 본 강림은 순간 욕이 나올뻔했다.

“설화는 둘째치더라도 카루스까지 올 줄이야.” “카루스? 그게 누군데?” “괴도의 진짜 이름.”

탈리아의 물음에 강림은 대답했다.

"너도 괴도 아르바의 이름 정도는 들었지? 그 아르바의 본명이 카루스야."

괴도 아르바.

귀족들의 어떤 보물이든 다 털어가는 걸로 유명한 괴도다. 수많은 귀족이 괴도를 잡겠다고 현상금까지 걸었으나, 그 누구도 아르바를 잡질 못했다.

나중에 아르바는 자신에게 내린 현상 수배를 중단해달라는 조건으로 반 그리드 동맹의 유능한 첩자로 활약했다.

아르바에겐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가 있었으니까. 그리드가 있는 한 소중한 사람을 지킬 수 없다는 걸 알기에 스스로 반 그리드 동맹 편에 섰다.

‘그리드가 죽은 이후에 약속이 지켜졌는지는 모르지만.’

아르바의 활약 덕분에 반 그리드 동맹이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었다. 아르바가 빼돌린 정보들은 그리드를 몰락시키는 데 크게 기여(寄與)했으니까.

“내가 암살단에 영입하려고 하는 인재이고.”

그 괴도 아르바를 강림은 자신의 수하로 삼을 작정이었다. 우수한 능력을 보인 인재를 갖고 싶은 건 어느 군주든 마찬가지니까. 괴도의 치명적인 약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에 쉽사리 굴복시킬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그 아르바가 설마 여기서 등장할 줄이야. 나타나도 제국의 금고를 노릴 거라고 여겼는데, 설마 실험실을 털어갈 줄은 강림은 예상치 못했다. 무슨 이유로 실험실을 노렸던 걸까? 그것도 설화를 대동한 채 말이다.

“어디까지나 제 추측입니다만.”

아트리아가 자신의 가설을 늘어놓았다.

“용병왕이 의뢰한 거 아닐까요?” “용병왕이?” “네, 제가 알기론 괴도는 깨끗한 도둑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 필요하다면 더러운 일도 하는 놈이라고 들었죠.” “음, 확실히….”

게임상에서도 지나가는 형식으로 언급되었다. 자기는 더러운 짓도 마다하지 않았다고. 그래서 자신은 의적이 아니라고 아르바가 직접 말했다.

그 점을 연관해보면 실험실을 습격한 이유도 어느 정도 설명이 된다.

“그리고 괴도의 주거지가 로세움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용병왕에게 의뢰를 받은 게 아닐까요?” “틀린 말은 아니야.”

강림은 그 주장을 부정하지 않았다.

“녀석은 그 나라 빈민가 출신이니까. 달라지지 않았다면 계속 그곳에 살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병사 한 명이 허겁지겁 달려온 건 그때였다.

"주인님, 급보입니다." “무슨 일이지?”

달려온 병사를 향해 강림은 물었다.

병사는 입을 열었다.

“유물들이 도난당했습니다. 시설도 망가졌고요.” “뭐라고?!”

또 다른 도난 사건 소식에 강림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

잠시 뒤, 강림은 즉시 세 사람을 호출했다.

"스텔라, 테가, 크로커 너희들에게 긴급 명령을 하달한다."

암살단 대장 스텔라, 거북이 공작단 대장 테가, 그리고 악어 공작단 대장 크로커. 세 사람을 회의실로 호출한 강림은 명령을 내렸다.

"괴도를 잡아. 그년의 동생도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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