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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18화 (219/344)

Chapter 218 - 218화- 강림 VS 아르웬(2차전)

'누, 누가 공격한 거야?'

갑자기 날아온 고주파에 아르웬은 고개가 획 돌아가 버리고 말았다. 얼굴이 핏덩이가 되는 일은 없었으나, 기껏 준비한 자신의 공격이 취소되고 말았다. 원수 중 한 명을 드디어 저승으로 보낼 기회를 날려 먹은 것에 아르웬은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대체 누가 공격한 건가? 어떤 놈이 자신과 똑같이 고주파를 발사한 걸까?

이건 꼭 그리드….

‘잠깐, 그리드?’

아르웬은 설마, 하는 생각이 들었고,

[정말 오랜만이구나, 아르웬.]

그 ‘설마’는 사실이 되었다. 가장 증오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아르웬은 정면을 내려다봤다.

[너, 넌….]

딱정벌레를 연상케 하는 검은색 갑주로 무장한 괴물이 아르웬의 눈에 들어왔다. 이 괴물이 누구인지 아르웬은 잘 알고 있었다.

가장 찢어 죽이고 싶은 원수를 어찌 모를 수 있단 말인가.

[그리드!]

자신의 모든 걸 앗아간 원흉의 등장에 아르웬은 분노를 터트렸다.

[늦지 않아서 다행이야.]

자신을 향해 포효하는 아르웬 앞에서 강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죽지 않았지?]

[주, 주인님….]

아트리아는 간신히 눈동자를 굴려 자신의 주인을 바라봤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미숙한 바람에 막질 못했습니다.]

[죄송할 필요는 없어.]

사죄하는 아트리아를 향해 강림은 위로해줬다.

[지금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잘한 일인데 어찌 널 탓하겠니?]

상대는 초거대 괴수다. 자신조차 승리할 거라 장담하기 어려운 괴수를 아트리아는 지금까지 버텨왔다. 단순히 시간 버는 것에 그치지 않고 녀석에게 타격까지 주는 데까지 성공했다.

답이 없는 문제라고 여겼던 아르웬을 쓰러뜨릴 수 있다는 증거를 보여줬는데 어찌 욕할 수 있겠는가? 자신의 여비서답게 훌륭한 업적을 세운 아트리아를 강림은 나무랄 생각이 전혀 없었다.

[주인님….]

그 말에 아트리아는 감격스러웠다.

[정말 감사합….]

[누구 앞에서 연애질이냐!]

바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려고 했으나, 아르웬에 의해 중단되었다. 자신을 앞에 두고 노닥거리는 것에 분노한 아르웬은 두 사람을 향해 입을 크게 벌렸다. 고주파를 발사하기 위한 마력이 벌린 입을 중심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지옥으로 보내 주…아아아악!]

모인 마력은 먼지처럼 흩어졌다.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아르웬은 몸이 옆으로 기우뚱거렸다. 등 뒤에서 검은 피가 솟구쳐 올랐고,

[단단한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강림 곁으로 전신이 푸른 털로 이루어진 거대한 수인이 사뿐히 착지했다. 머리가 자칼인 수인은 고대 이집트를 연상케 하는 사제복을 입고 있었으며, 왼손에는 외날이 반달처럼 생긴 창을 들고 있었다.

외날에는 찐득한 검은 피가 묻어 있었다.

[덩치가 너무 커서 얼마나 베어야 할지 감이 잡히질 않지만.]

수인, 테리스는 그런 평을 남겼다. 있는 힘껏 아르웬의 등을 베었기에 아르웬의 공격을 무위로 만들 수 있었다. 크게 베인 상처가 아르웬의 등 뒤에 선명하게 새겨졌다.

[마, 망할 놈들이….]

새로운 방해꾼의 등장에 아르웬은 분노를 표출했으나, 테리스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지 태연한 목소리로 강림에게 물었다.

[이제 어찌할 거지? 남은 동료들이 올 때까지 시간을 끌면 되는 거니?]

[네, 그렇게 하는 게 정석이죠.]

보통 혼자서는 맞설 수 없는 강대한 적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 파티를 맺어서 함께 싸우는 게 답이다. 게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현상이며, 현실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런 사례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현재 강림이 동원할 수 있는 파티는 자신과 스승님을 제외하면 세 명이다. 수아, 스텔라, 그리고 페르포네. 이 세 명이 전부 도착할 때까지 버텨야 한다. 다 오고 나면 본격적으로 아르웬 토벌전을 시작할 수 있다.

그렇게 해야만 하나,

[단, 저 혼자 막고 있겠습니다.]

이곳에는 부상병이 있다.

[스승님은 아트리아를 함대로 데려다주세요.]

전투 불능에 동료를 지키면서 적과 싸우는 건 매우 힘들다.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야 하나, 아르웬은 이걸 가만히 두고 보지도 않을 거다. 아트리아의 안전을 확보될 때까지 누군가는 이곳에 남아야만 한다.

강림은 자신이 이곳에 남겠다고 자처했다.

[인간으로 돌아온 것까지 확인하면 다시 와주세요, 해줄 수 있나요?]

[오히려 묻고 싶은 건 나다.]

테리스는 되물었다.

[패배하지 않을 자신은 있냐?]

이미 강림은 한 차례 아르웬에게 패배한 적이 있었다. 그때의 치욕을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 강림은 테리스와 대련을 벌였다.

그리드가 가지고 있던 전투 능력을 일깨우기 위해서다. 그리드의 탁월한 전투 능력을 자신의 것으로 삼을 수 있다면 아르웬을 쓰러뜨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거라고 강림은 그리 생각했다.

그랬는데, 아르웬은 커져 버렸다. 도저히 답이 없을 정도로 커져 버렸다. 지금까지 해온 노력이 다 의미 없는 게 아니냐는 생각이 될 정도로 엄청나게 거대해졌다.

적이 이렇게 강해져 버렸는데 똑같은 치욕을 두 번 다시 겪지 않을 자신이 있냐? 테리스는 그런 의도로 질문을 던진 거다.

[당연하죠.]

강림은 긍정했다.

[아무리 커졌어도 제 상대가 되겠습니까?]

강림은 자신 있게 대답했다.

[커진 만큼 때릴 부위도 많아요. 그 점을 노리면 되죠.]

적이 거대화하면 그만큼 때릴 부위도 많아진다. 그것이 법칙이다. 커진 만큼 허점이 많이 드러날 거다. 그 점을 공략하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거다. 아트리아도 그걸 이용해 아르웬을 몰아붙였으니 자신도 할 수 있을 거다.

[하아, 제자야.]

그 대답에 테리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건 다 미신이니 믿지 말아라. 그렇게 허세를 부리다가 박살이 난 녀석들을 나는 많이 봤단다.]

[이건 허세 아닙니다. 진심이에요.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아는데 뭐가 걱정스럽습니까?]

[내 충고는 들을 생각도 없구나.]

더는 충고가 무의미하다고 여겼는지 테리스는 등 뒤로 창을 걸었다. 양손으로 수면 위에 떠 있는 아트리아를 건져 올렸다.

[부디 죽지 말아라.]

테리스는 도약할 준비에 들어갔다.

[네가 죽으면 우리 모두 죽은 목숨이니까.]

그 말을 끝으로 테리스는 위로 솟구쳐 올랐다.

[어딜!]

테리스를 막으려고 아르웬은 주먹을 휘둘렀으나,

-콰아아아앙!

[윽?]

강림이 발사한 고주파에 또다시 몸이 휘청거렸다.

[스승이 아니라 날 노려야지.]

강림은 아르웬을 도발했다.

[그래야 원수를 갚을 수 있지, 안 그래?]

[너….]

아르웬은 분노어린 목소리를 토해냈다.

[반드시, 반드시 네놈만은 죽이겠다!]

[미안하게도 난 죽을 생각 없거든.]

강림은 자신 있게 선언했다.

[널 가축으로 삼을 때까지 죽지 않아.]

[하, 뭐라고?]

[너희 세 모녀와 함께 떡을 치기를 나는 고대하고 있지.]

[웃기지 마라!]

화가 머리끝까지 난 아르웬은 돌진했다.

[누가 그렇게 될 것 같으냐!]

산 채로 씹어먹을 작정으로 아르웬은 강림을 덮쳤다. 덮침과 동시에 강림은 하늘 위로 크게 도약했다.

도약한 강림을 향해 아르웬은 주먹을 휘둘렀다. 6개의 팔은 마치 고무줄처럼 늘어나 강림을 향해 날아갔고,

자신을 노리는 주먹들을 강림은 요리조리 다 피해냈다. 피하기 어려우면 발로 차거나, 아니면 주먹을 휘두르거나, 혹은 아홉 개의 꼬리를 전개하는 방식으로 전부 쳐냈다. 일진일퇴 공방을 펼치면서도 강림은 아르웬을 향해 접근했다.

[이게!]

주먹질로는 도저히 잡을 수가 없자, 아르웬은 입을 벌렸다. 벌리고, 고주파를 발사했다.

-콰아아아앙!

괴수가 발사한 고주파가 성층권을 뚫고 그 너머로 날아갔다. 그러나,

강림은 능숙하게 피해버렸다.

[이 망할 놈이!]

강림은 아르웬의 목덜미가 있는 부근까지 접근했다. 잔뜩 성이 난 아르웬은 즉시 양팔을 이용해 강림을 붙잡으려고 했다.

붙잡으려던 순간, 강림은 주먹을 날렸다.

[커헉?]

숨이 끊어지는 소리와 함께 아르웬이 뒤로 휘청거렸다. 강림은 다시 주먹을 날렸다.

[끄아아악!]

뼈를 부러뜨릴 작정으로 강림은 주먹을 쉴새 없이 휘둘렀다. 목을 집중적으로 가격당하니 천하의 아르웬도 손 쓸 도리가 없었다.

'적의 목을 제압하라. 참 좋은 지식이네.'

강림이 아르웬의 목을 노린 이유는 간단하다.

급소니까. 목도 급소 중 하나이기에 제압한다면 그 어떤 적도 무력화할 수 있다.

그리드의 기억 속에 그런 지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강림 그 지식을 토대로 목을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자, 어서 쓰러지라고!]

마무리는 돌려차기다. 강림의 온 힘을 기울인 발차기가 괴수의 목에 작렬한다.

[아아아악!]

발차기를 맞은 아르웬은 버티질 못하고 쓰러졌다. 쓰러짐과 동시에 커다란 물보라가 일어났다.

강림은 바로 아르웬의 복부에 착지했다. 그리고 왼손을 들어,

-푹!

있는 힘껏 아르웬의 복부에 손을 쑤셔 넣었다. 꿰뚫린 구멍에서 검은 피가 새어 나왔다. 꿰뚫은 상태에서 강림은 흡수하기 시작했다.

아르웬이 가지고 있는 마기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생포하려면 이게 답이지.'

폭주한 타이를 강림은 이런 식으로 괴수의 힘을 강탈했고,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삼았다.

강림은 그때 했던 짓을 이 자리에서 하고 있다. 아르웬에게서 괴수의 힘을 강탈하고, 그 힘을 자신의 것으로 취한다. 거대해진 만큼 흡수하는 마기도 장난 아니게 많았다.

이대로 계속한다면 다른 일행이 오기 전에 끝낼 수 있….

[저리 가아아아!]

[이런!]

아르웬이 주먹들을 이리저리 휘두르며 발악한다. 자신을 향해 주먹들이 날아오자 강림은 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 손을 빼고 위로 도약했다.

[으아아아아악!]

아르웬은 고주파를 발사했다. 강림을 노리고 발사하지 않았다.

그냥 아무 데나 마구 고주파를 발사했다.

[이, 이런 망할!]

마구잡이로 난사하는 고주파에 강림은 휩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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