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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215화 (216/344)

Chapter 215 - 215화- 집결하라

[저, 저건 또 뭐야?]

괴수가 출현했다. 그것도 대양을 삼켜버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크기의 괴수가. 1번 섬 근처에 초대형 괴수가 나타났다는 사실에 강림은 크게 당황했다. 그리고 저 괴수의 정체가 누구인지 강림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망할, 아르웬 녀석이 저쪽에 있었을 줄이야.]

몸통은 쥐가오리를 연상케 한다. 하반신은 수면 아래에 잠겨 있으나, 보나 마나 하반신은 뱀 꼬리로 되어 있을 거다. 이 형태만 보더라도 아르웬이 괴수로 변한 모습이라는 걸 강림은 눈치챌 수 있었다.

다만,

[발악은 할 줄 알았지만….]

전보다 더 커졌다. 엄청나게 커져 버렸다. 너무 커져서 괴수로 변한 강림 자신마저 초라해져 보일 지경이었다. 팔은 아수라처럼 6개로 늘어났고, 전체적인 색상은 검정으로 바뀌었으며,

자주색 동공에선 저보다 더한 살기가 넘쳐흐르고 있었다. 멀리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강림은 살이 떨릴 지경이었다.

[저 정도일 줄이야.]

사실상 아르웬이 최종 보스가 될 거란 사실은 강림은 예상하였다. 제1 왕녀 에일로이가 파멸한 상황에서 왕국 정복을 가로막을 최대 장애물은 아르웬 말곤 없으니까. 분명 자신을 쓰러뜨리기 위해 무슨 짓이든 다할 게 분명했다. 성국으로부터 흑광을 받은 것도 강림과의 결전을 벌이기 위해서였을 거다.

그러니 만반의 준비를 하자. 녀석이 어떻게 대응하던 간에 제대로 싸우자. 스승인 테리스와의 대련을 통해 그리드의 전투력을 어느 정도 살릴 수 있게 되었다. 그 점을 잘 활용한다면 제아무리 강해졌다고 해도 능히 상대할 수 있을 거다.

그리 생각했으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강림은 그 생각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거대화는 강림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으니까.

[이제 어찌할 거지?]

강림 곁에 있는 거대한 수인이 물었다.

[이대로 지켜만 보고 있을 거야?]

머리는 자칼이다. 고대 이집트 신관을 연상케 하는 복장을 하고 있으며, 오른손에는 끝이 반달처럼 휘어진 외날이 달린 창을 쥐고 있었다. 전신은 검푸른 털로 이루어져 있으며, 눈동자는 파란색이었다.

고대 이집트의 신 중 하나인 아누비스를 연상케 하는 괴수, 테리스는 물었다.

[아니면 이곳은 부하들에게 맡기고 나갈 거냐?]

공략해야 할 섬은 총 다섯 개. 강림은 누가 어느 섬을 공략할지 다음과 같이 방침을 정해놨다.

1번 섬: 여비서 아트리아, 사령관 이리스, 연구 주임 탈리아. 2번 섬: 구미호족 수장 수아, 들소족 수장 카우, 토끼족 수장 레비. 3번 섬: 암살단 대장 스텔라, 악어 공작단 대장 크로커, 거북이 공작단 대장 테가. 4번 섬: 데스나이트 수장 헤라. 5번 섬: 그리드, 테리스. 제12 군단: 독사 페르포네.

이렇게 방침대로 공략에 들어갔고, 전원 성공했다.

1번 섬부터 4번 섬을 전부 함락했고, 제12 군단 역시 전멸시켰으며,

5번 섬은 모래 늪으로 만들어서 함락했다.

전부 테리스 덕분이다. 테리스의 능력 덕분에 섬 일대를 모래 늪으로 만들었으며, 늪에 빠진 대부분의 왕국군은 익사하고 말았다. 일부는 살아남았으나, 전부 강철 군단의 손에 의해서, 혹은 강림의 손에 의해서 다 전멸하고 말았다.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지휘관이 최후의 항전을 벌였으나, 강림이 직접 밟아버리는 것으로 끝내버렸다. 딸을 위해서 싸운 지휘관은 제대로 칼 한 번 휘둘러보지 못하고 허망하게 찌푸려지고 말았다.

이렇게 5번 섬도 손쉽게 함락했다. 어려울 거라고 여겼던 왕국군과의 결전은 생각보다 싱겁게 끝나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아르웬을 쓰러뜨리지 못한 전부 물거품이 될 거다.

[당연히 나가야죠.]

강림은 방침을 정했다.

[저년 때문에 지금까지 쌓인 걸 빼앗길 것 같습니까?]

드디어 왕국 정복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제국을 한층 더 성장할 발판을 마련할 수 있게 되었다. 쓸모 있는 여자들은 전부 따먹었고, 전부 노예로 삼았으며, 전부 제국의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삼을 수 있었다. 그걸 토대로 계속 나아가다가 드디어 여기까지 오게 되었다.

여기까지 왔는데 갑자기 배드 엔딩을 맞이할 것 같나? 그런 건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 해피 엔딩을 맞이하기 위해 여기까지 왔는데 멍하니 망하는 걸 보고만 있을 것 같나?

[전 갈 겁니다. 스승님은 여기에 있을 겁니까?]

[당연히 가야지.]

테리스도 강림과 같은 의견이었다.

[같은 배를 탄 이상 어디로 갈 수 없는 몸인데, 네가 망하는 걸 볼 것 같냐?]

[그럼 갑시다.]

그렇게 검은 괴물과 아누비스는 1번 섬을 향해 달려갔다.

●●●

당연히 다른 섬에서도 아르웬의 출현을 보고 크게 경악했다.

[세상에 맙소사.]

거대한 갈색 구미호, 수아는 아르웬의 모습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녀 주위는 잿더미가 되었으며, 아직 꺼지지 못한 불씨들이 곳곳에 널브러져 있었다. 타다 남은 해골바가지들이 주변에 흩날려져 있었다.

“저, 저거 주인님도 알고 계셨을까?”

금색 머리에 푸른 눈동자를 지닌 여자, 들소속 수장 카우 역시 경악한 건 마찬가지였다. 기병대를 이끌고 참전한 카우는 전신이 갑주로 둘러싸여 있었다. 둘러싸여 있어도 풍만한 젖가슴 형태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평소에는 두려울 것이 하나 없던 카우도 아르웬의 모습을 보자마자 순간 얼어붙고 말았다. 그녀가 타고 있던 거대한 들소 역시 눈앞에 포식자가 나타나기라도 한 듯 자꾸만 뒷걸음질을 치려고 했다.

“저 녀석 이길 수 이, 있으려나?”

기병대를 이끌고 2번 섬에 있는 왕국군을 모조리 다 쓸어버렸다. 왕국군도 기병대를 동원했으나, 고작 말 따위가 성난 들소들을 이기는 건 불가능했다.

그렇게 다 쓸어버렸으나, 과연 아르웬에게도 통할 수 있을까? 닿기도 전에 다 녹아내리는 거 아닐까? 카우는 무서워서 당장이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당연히 이겨야지.”

카우 옆에 말을 탄 토끼 수인이 있었다. 흰색 장발에 붉은 눈동자를 지닌 토끼 수인은 고풍스러운 갑옷을 입고 있었다.

전(前) 토끼 왕국 여왕이자 현 토끼족 수장인 레비였다. 레비도 자신의 기사단을 이끌고 결전에 참여했다. 거대한 구미호의 맹포격과 들소족 기병대의 공격에 맺을 못 춘 왕국군은 토끼족 기사들의 공격에 버티지 못하고 결국 전멸해버렸다.

그 왕국군을 손쉽게 이긴 레비도 덜덜 떨고 있었다.

“이기지 못하면 우리가 어찌 되겠냐?”

떨면서도 물러설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이미 주인님과 한 몸이 되었는데 여기서 망하면 인간들이 우릴 살려둘 것 같아?”

이미 인간들은 수인들과 그리드를 한 통속이라고 보고 있다. 아니, 제국에 속한 자들을 전부 그리드의 광신도라도 여기고 있다.

그렇게 보고 있기에 단순히 그리드만 죽이는 걸로 만족하지 않을 거다. 그리드 밑에 있는 수하들도, 그리드 밑에 있던 수인들도, 그의 자식들도 다 싸잡아서 죽일 거다. 제국의 낙인이 찍힌 모든 이들을 다 없애고도 남을 거다.

그걸 뻔히 알고 있는데 어찌 도망갈 수 있겠는가? 그리드의 편이 되기로 마음먹은 이상 그가 성공하는 걸 끝까지 도와줄 수밖에 없다. 그래야 토끼족이 영원히 번창할 수 있다. 자신의 대에서 토끼족이 멸망하는 걸 레비는 원하지 않았다.

“도망치려면 너 혼자 도망쳐. 난 싸울 거니까.” “누가 도망친다고 그래?”

레비의 말에 응수하면서 카우는 벗어놨던 철제 마스크를 다시 썼다.

“난 안 가.”

카우도 결심을 굳혔다.

“도망가면 그걸로 끝나는 걸 아는데 내가 어찌 가겠느냐?”

도망가면 파멸이요, 나아가면 미래가 보인다. 그렇게 운명이 정해져 있는데 어찌 무섭다고 뒤꽁무니를 빼겠는가? 거대한 창을 아르웬을 향해 겨누며 카우는 소리쳤다.

“가서 혼쭐을 내줘야지. 이 창으로 머리를 박살을 내버릴 거야!”

[아니, 하지 마.]

수아가 제지했다.

[네가 가봤자 저 녀석한테 먹힐 뿐이야.]

겁먹지 않고 용기를 낸 건 참으로 장한 일이다. 하지만, 상대는 괴수다. 아무리 용맹한 들소족 기병대라도 한 방에 절멸당할 수 있으며, 토끼족 기사단 역시 예외는 아니다. 괴수에게 맞설 방법은 오직 하나.

[그냥 내가 가는 게 나아.]

괴수가 되어 싸우는 것밖에 없다. 수아는 카우와 레비에게 지시를 내렸다.

[너희들은 포로들을 데리고 카르디안과 합류해. 카르디안에겐 당장 이 해역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말해.]

“아니, 난 진짜로….”

[객기 부리지 마.]

카우의 말대꾸를 하자 수아는 경고했다.

[너도 바보는 아니잖아? 맨몸으로 어찌 괴수와 싸우려고 그래?]

“으음….”

[정 싸우고 싶다면 주인님한테 부탁해서 괴수로 만들어달라고 해봐. 주인님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으니까.]

“진짜?”

다음 괴수화 대상으로 자신을 정했다는 사실에 카우는 깜짝 놀랐다.

“진짜로 만들어 주신 데?”

[확정은 아니지만, 하는 말로 봐선 그런 것 같은데?]

결전을 벌어지기 전에 강림이 한 말을 수아는 기억하고 있다.

-다음 괴수는 카우로 할까?

현재 자신을 포함해 괴수는 총 8마리. 하지만 앞으로의 싸움을 위해서는 괴수를 좀 더 늘려야 한다. 그래야 북해의 여제와 정면 대결을 할 수 있지.

그런 이유로 강림은 앞으로도 괴수로 만드는 가공을 계속할 방침이며,

다음 제물로 카우를 염두하고 있었다.

“저기….”

옆에 듣고 있던 레비가 물었다.

“나는?”

[넌 아무 말도 없던데?]

“….”

그 말을 들은 레비는 고개를 숙였다.

“역시 난 선택받지 못한 건가?”

하긴, 전투력은 수장 중에서 가장 밑이니 선택받을 리가. 내심 기대했던 레비는 실망감을 감추질 못했다.

[너무 낙담하지 마.]

그런 레비를 수아는 위로해줬다.

[전투력이 꽝인 독사도 괴수로 발탁되었는데 너라도 언젠가 되겠지, 안 그래? 조금만 참아. 좋은 소식이 올지도 모르니까.]

“그럴까?”

[내 말 믿어 봐. 주인님이 우리를 내치실 분이 아니니까.]

그렇게 말을 한 뒤에 수아는 1번 섬을 향해 달려갈 준비에 들어간다.

[그럼 간다. 뒤를 잘 부탁해.]

그 말을 남긴 이후 수아는 1번 섬을 향해 크게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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