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204 - 204화- 마님의 기억 재조정 완료
'나, 나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지?'
글랜디는 자기 자신에게 물었다.
'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던 거냐고!'
심해 속에 가라앉은 기분이었다. 너무 깊숙이 가라앉는 바람에 빠져나올 기회조차 잡지 못한 상황에 빠져 있었다. 언제 깨어날지도 모르는 깊은 잠에 빠져 있었던 글랜디는 드디어 수면 위로 부상할 수 있었다.
올라오자마자 그녀는 절규할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이 악마 녀석에게 강간당하고 있는 거냐고! 지금 글랜디가 있는 곳은 사형대. 자신을 능욕하기 위해 아트리아가 만들었다. 그 사형대 위에 두 다리가 바닥과 고정된 두꺼운 나무판자가 있었으며, 그 판자에 글랜디는 머리와 두 손이 구속되어 있다. 두 다리는 무릎을 꿇고 있었고, 비정상적으로 커진 젖가슴은 바닥에 짓눌러져 있었다.
그 상태에서 글랜디는 겁탈당하고 있었다.
"갑자기 조용해졌네."
자신의 소중한 남편인 한스를 앗아간 장본인. 자신의 소중한 첫째 딸인 카르디안을 타락시킨 장본인. 자신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세이렌 섬을 초토화한 것도 모자라, 주민들을 노예로 타락시킨 장본인. 그리고 글랜디 본인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는 악몽을 선사한 장본인.
대악마 그리드에게 글랜디는 또다시 유린당하고 있었다.
"흐으윽, 흐끄으으, 으끄으으읍!"
절대로 신음을 내지 않을 거다. 놈이 좋아하는 짓거리를 절대 하지 않을 거다! 무조건 버틸 거다. 자신은 아니, 글랜디는 절대 악마의 유혹에 남을 거다! 그렇게 다짐했기에 강림의 육봉이 안을 휘저을 때마다 느껴지는 쾌락에 글랜디는 느끼지 않으려고 이를 악물었다.
"뭐, 완전히는 아닌 것 같지만!" "하오오오옥!"
악물었으나, 궁둥이를 강림은 찰싹, 때리자, 입을 벌리고 말았다. 붉은 손자국이 엉덩이에 새겨졌고, 글랜디는 두 눈이 희번덕거렸다. 교성이 튀어나오고, 크게 떠진 두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어떻습니까, 마님? 소중한 기억을 되찾은 기분은? 답답했는데 이제 좀 살 것 같지?" "너, 너, 너어어어어!"
글랜디는 분노했다.
"감히, 감히 내, 내 기억을 손대다니.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야!"
강림의 자지가 삽입된 그 순간이었다. 글랜디의 가랑이 사이로 강림이 자지를 삽입하고, 안으로 밀어붙여 귀두 끝이 자궁구에 맞닿은 그 순간에 봉인이 풀렸다. 글랜디의 봉인을 한 탈리아가 그런 식으로 봉인이 풀도록 조치했다.
그리드의 생 자지가 자궁구에 맞닿는 그 순간, 봉인된 기억이 해제된다.
그런 식으로 설정을 해놨기에 지금까지 글랜디는 봉인이 풀리는 일이 거의 없었다. 박혀도 전부 강림의 물건을 재현한 가짜 막대기나 혹은 강림의 물건과 비등한 촉수에 불과했으니까. 그래서 강림이 올 때까지 글랜디가 자력으로 봉인을 해제하는 일은 없었으며, 중간에 봉인이 흔들린 적도 있었으나, 끝내 풀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봉인을 해제할 열쇠인 그리드가 찾아왔고, 핵심 열쇠인 자지를 글랜디의 음부에 박았다. 그동안 잠겨 있던 글랜디의 본래 기억이 봉인이라는 둑을 깨뜨리고 쏟아져 내렸다. 한꺼번에 쏟아져 내리는 기억의 홍수에 글랜디는 점점 자각하기 시작했다.
자신은 누구이고, 누구랑 결혼했으며, 누구와의 사이에서 두 딸을 뒀는지. 세뇌당하기 전까지 무슨 일을 당했는지 글랜디는 전부 알게 되었으며,
세뇌된 상태에서 자신이 저지른 추악한 짓을 깨닫고는 크게 절규했다.
"감히, 감히 내 남편을 그딴 식으로!"
사랑하던 남편은 원래 쓰레기였고, 그 쓰레기를 죽인 것은 정당하다. 그 쓰레기를 죽인 그리드가 자신이 모셔야 하는 진정한 주인이며, 주인을 위해 가축이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절대 담아서는 안 될 말을 입으로 뱉어내다니. 아무렇지 않게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글랜디는 자기 자신을 용서할 수 없었고,
그렇게 하도록 조종한 탈리아를 용서할 수 없었으며,
탈리아의 배후인 그리드 역시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다.
"네놈들을 용서하지 않을 거야. 용서하지 않을 거야아아악?" "그래, 그래 용서하지 마."
별 신경 쓰지 않는다는 태도로 일관하며 강림은 허리를 찍어댔다. 자궁구가 안으로 밀리는 감각에 글랜디는 교성을 참을 수가 없었다.
"후오오옥, 호오오옥, 우오오오옥!" "난 반성할 생각도 없고, 사죄할 마음도 없어. 그러니 용서하든 말든 알아서 하시길." "이, 이 나쁜…후꼬오오옥!" "그래, 나 나쁜 놈 맞다."
강림은 부정하지 않았다. 마님의 엉덩이와 악마의 아랫배가 맞닿은 부위에서 물방울이 사방팔방으로 튀었다. 허리를 튕기는 강도가 높아질수록 바닥에 흩뿌려지는 물방울 수도 점점 늘어났다.
"나쁜 놈이니까 네놈을 망가뜨리는 일 따윈 문제없이 할 수 있지." "흐이이익?" "가슴 주무르는 것도 문제가 아니지."
강림은 글랜디의 엉덩이에서 손을 뗐다. 몸을 앞으로 숙여 글랜디의 등과 밀착한 글랜디는 손을 밑으로 내렸다. 밑으로 내리고, 바닥에 짓눌러 있는 큼지막한 살구색 푸딩을 있는 힘껏 움켜쥐었다. 쥐자마자 글랜디는 자지러지는 소리를 내뱉었다.
"이끄으으윽? 소, 손 떼, 손 떼라고!" "싫은데?"
강림은 계속 손을 놀렸다.
"이렇게 보물을 눈앞에 두고 놔두는 인간이 세상에 어디 있겠냐?" "히이이익? 이, 이 천하의 개새…아흐으윽?"
쫀득쫀득한 느낌이다. 마치 갓 지은 떡을 만지는 기분이랄까? 타이의 젖가슴처럼 정말 부드럽다. 이 느낌을 평생 손에 새기고 싶다. 그럴 작정으로 강림은 계속 가슴을 주물렀고,
“후오오옥, 호오오옥, 그, 그만 만져어어어어!”
주무를 때마다 글랜디의 입에선 교성이 끊이질 않았다. 가슴이 맞닿은 바닥은 새하얀 물이 잔뜩 고여 있었다.
"어떻습니까, 마님? 더러운 남편보다 악당에게 농락당하는 게 더 좋지?" "하, 한스를 욕하지 마! 한스는, 한스는…."
한스는 성실한 남편이다. 너 같은 미친놈이 함부로 입에 담을 위인이 아니란 말이다! 그런 식으로 글랜디는 쏘아붙이려고 했다.
"한스는 쓰레기야!"
그런 식으로, 글랜디는 소리쳤다.
"그 쓰레기와 비교하면 주인님이…어?"
순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깨달은 글랜디는 표정이 얼어붙었다.
"어, 어째서 내, 내가…왜, 왜 한스를 쓰레기라고 하는 거지?"
사랑하는 남편은 한스지, 그리드가 아니다. 남편은 쓰레기가 아니다. 쓰레기는 그리드 녀석이다. 그리드가 쓰레기라고 소리쳐야 정상이다. 그게 정상인데,
왜 정반대의 말이 튀어나온 거지?
“녀석은 주인님이 아니야. 아니라고! 내가 따라야 할 남자는….”
한스다, 라고 글랜디는 말하려고 했다.
“그리드야. 그리드가 내 주인이고, 내 서방님이야! 한스는…어?”
또다시 엉뚱한 말을 꺼냈다는 사실에 글랜디는 얼어붙었다.
“어, 어째서 이런 말이 나오는 거지? 주인님은 그리드가 맞아. 아냐, 주인 같은 것 없어. 내가 따라야 할 남자는 그리드…아냐, 아냐! 한스야, 한스! 한스는 쓰레기이니…아니야, 아니야! 한스는 쓰레기가 아니야!”
어째서지? 어째서 한스를 쓰레기라도 매도하는 거지? 어째서 그리드를 주인이라고 여기는 거지? 어째서 그리드를 모시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거지? 어째서 이리 생각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는 거지?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어째서 그런 어처구니없는 말을 입에 담는 거지? 글랜디는 너무나 혼란스러웠고,
“내가 설명해줄게.”
혼란스러워하는 글랜디의 귀에다 대고 강림은 속삭였다.
“실은, 재조정하는 중이야.” “재조정?” “기존의 기억과 탈리아가 심은 기억이 하나가 되어가는 거지.”
탈리아가 마기를 이용해서 만든 기억과 본래 기억이 뒤섞이고 있다. 상반된 두 기억은 하나가 되어가고, 하나가 되면서 글랜디의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탈리아가 주입한 기억을 바탕으로 글랜디의 머리는 재구축되고 있었다.
“제일 강한 쪽이 약한 쪽을 먹는다. 탈리아가 그런 구조로 되어 있다고 들었지. 아무래도 탈리아가 주입한 기억이 네 본래 기억보다 강하나 봐.” “그, 그런….” “아, 혹시나 해서 말하는데….”
강림은 확인 사살을 날렸다.
“이거 멈추는 일 없으니까 애원하지 마, 알았지?” “그, 그럴 수가….”
사형 선고를 들은 글랜디는 공포에 빠졌다.
“아, 안 돼. 이, 이럴 순 없어. 이렇게 끝낼 순 없어!”
소중한 기억을 이렇게 잃을 순 없다! 되뇌어야 한다. 끊임없이 되뇌어야 한다! 어떻게든 기억을 보존하기 위해 글랜디는 미친 듯이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한스. 한스, 한스, 한스….”
진정으로 사랑했던 사람의 이름을 반복해서 불러댔으나,
“한스는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 쓰레기…가 아냐! 아닌데 왜 이러는 거냐고!”
금세 쓰레기라는 단어를 입에 담고 말았다.
더 최악인 것은,
‘기, 기억이….’
글랜디가 기억하고 있는 한스의 모습 또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진심으로 가정을 위해 헌신하는 남편이 아닌, 여자를 학대하는 맛에 빠진 미치광이의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한 번 바뀐 내용이 원래대로 돌아가는 일은 없었다.
“아아, 나는, 나는….” “세뇌란 참 무섭네.”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것에 공포에 떠는 글랜디를 보며 강림은 걱정하는 척하는 표정을 지었다.
정작 입은 웃고 있었지만 말이다.
“무서우면 주민들한테 구걸하는 건 어때?”
글랜디가 고통받는 모습을 주민들은 전부 지켜보고 있었다. 보고 있으면서 이에 슬퍼하는 이는 없었다. 다들 환희에 찬 얼굴로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 얼굴 중에는,
“아니면 카르디안한테 도움을 청하는가.” “카, 카르디안?”
카르디안도 섞여 있었다.
“카, 카르디안….”
카르디안을 보며 글랜디는 간절한 얼굴로 부탁했다.
“부, 부탁이야. 나 좀 도와줘.” “받아들이세요, 어머니.”
어머니의 부탁을 카르디안은 단칼에 거부했다. 거부하고 역으로 순응하라고 조언했다.
“저도 바꾸지 못하는데 어찌 어머니를 도울 수 있겠습니까?” “아아….” “그러니 잊으세요, 어머니.”
카르디안은 미소를 짓는 것으로 화답했다.
“아버지는 잊고, 주인님과 행복하게 사는 것만 생각하세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알겠죠?” “그, 그런….”
어째서 이렇게 되어버린 거냐. 자신들은 그저, 딸을 되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랬을 뿐이었는데, 왜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단 말인가! 빠져나갈 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현실에 글랜디는 절망했다.
“하오오오옥?”
절망하는 것도 강림은 그대로 두고 볼 위인이 아니었다. 잠시 느슨해진 떡 치기를 재개했다.
“후오오옥, 호오오옥, 오오오옥!”
살과 살이 맞부딪치는 소리가 찰지게 들려오고, 절망에 차 있던 마님의 입에선 황홀감에 찬 울음이 연신 터져 나왔다. 터져 나올수록 기억이 재조정되는 과정도 점점 가속도를 붙기 시작했다.
점점 강림을 주인이라고 인정하기 시작했다.
“오오, 오오옥! 주인님, 주인님, 주인님!” “그래, 주인님 여기 있다.”
양손으로 가슴을 주무르고, 뚫어버릴 기세로 허리를 밀어붙이면서 강림은 글랜디를 안심시켰다.
“여기 있으니까 마음껏 소리 지르렴. 너를 탓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감사, 감사합니다아아아아아!”
이후 재조정이 끝났음에도 강림은 한동안 글랜디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