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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172화 (173/344)

Chapter 172 - 172화- 언니는 동생의 뒤통수를 칠 준비를 합니다

아르웬이 설화를 천국으로 인도하고 있을 무렵.

"흐음…."

아르웬의 언니, 카르디안은 저택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었다. 본래는 저택에 감금되어 있어야 하나, 손쉽게 빠져나왔다. 강림과 틈만 날 때마다 떡을 쳤고, 칠 때마다 마기를 주입받았으며, 주입받은 덕분에 강화되었다. 그러니 자기 방을 나오는 것쯤은 어린이 장난처럼 쉽게 할 수 있었다.

"참, 많이도 조사했네."

지금 카르디안이 있는 곳은 어느 건물이었다. 깊은 숲속에 숨겨져 있는 이 건물은 관계자 외에는 누구도 출입하지 못하게 강력한 보호막이 주변에 펼쳐져 있었다.

왜냐하면 이곳은 첩자들의 본부니까. 그리드에게 복수하기 위해 아르웬이 첩자들을 양성하는 곳이자, 첩자들이 수집한 기밀문서들이 보관되어있는 곳이니까.

그러니 원래대로라면 카르디안은 이곳에 출입할 수 없다. 권한이 없기에 이 건물을 찾아내는 건 불가능하며, 들어오는 것도 불가능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 그녀는 손쉽게 이곳을 찾아냈고, 손쉽게 보호막을 뚫었다. 예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터나, 지금은 아니었다.

"첩자를 보낼 거라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정도였을 줄이야."

건물에 있던 첩자들은 크게 당혹스러웠다. 혹시 주인인 아르웬이 언니한테도 권한을 준 건가? 그래서 들어온 게 아니냐고 여긴 자들도 있었으나, 다들 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무리 가족을 사랑하는 영주님이라도 기밀 장소를 함부로 누설할 분이 아니다. 그리드라는 악마에게 세뇌당한 전적이 있던 언니에게 함부로 이곳을 알려줬을까? 만약 언니를 무조건 신뢰했다면 치료를 명목으로 저택에 따로 감금하지 않았을 거다. 어머니도 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언니와 어머니를 만나는 걸 금지하지도 않았을 거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다.

카르디안을 제압한다. 제압해서 영주님께 사실을 고한다. 언니분이 강하다고 한들, 첩자 노릇을 하기 위해 끊임없이 단련한 자신들을 어찌 상대할 수 있겠는가? 각오를 마친 이들은 바로 카르디안 제압에 돌입했고,

사이좋게 바닥에 널브러뜨렸다. 카르디안이 노래를 부른 순간, 실이 끊어진 목각 인형처럼 그대로 축 늘어졌다.

'설마, 이런 내용까지 다 수집하고 있었을 줄이야.'

손쉽게 첩자들을 제압한 카르디안은 이들이 작성한 기밀문서들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문서 내용 일부를 열거하자면 다음과 같다.

[여러 근거로 봤을 때 그리드는 흑광을 복용하지 않은 상태에서 괴수가 되었다.]

[정황상 영주의 실험이 괴수화에 영향을 준 게 아닌가 싶다.]

[등에 달린 아홉 개의 촉수와 하울링이 녀석이 가진 무기다.]

측근들을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았던 주인님의 괴수화 비밀을 단순히 정황 근거만 가지고 파악한 것도 모자라, 현재 주인님이 쓸 수 있는 무기도 무엇인지도 파악했으며,

[여자들이 그리드의 노예로 전락하는 이유는 그리드의 정액 때문이다.]

[여우섬에 있는 공장과 엘프섬에서 생산되고 있다.]

[이곳을 타격하면 제국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을 거다.]

오늘날 제국을 성장하는 데 지대한 공헌을 한 주인님의 정액이 어디에서 나오고 있는지도 다 파악하고 있었고,

[트루퍼들이 새끼들을 어디에 놔뒀는지 알아냈다.]

[즉시 함대를 파견해 포획해야 한다고 건의해야 한다.]

[이들을 이용하면 그리드를 쓰러뜨릴 수 있을 거다.]

디자이어 제국조차 찾아내질 못했던 트루퍼 무리 새끼들을 포획했다는 문서도 있었다.

제국과 관련된 것이라면, 제국을 무너뜨리는데 관련된 것이라면 첩자들은 무엇이 되었든 전부 수집하고, 기록했다. 집무실에 있는 한 벽면을 종이 더미로 가득 채울 정도로 이렇게 열심히 일할 거라곤 카르디안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이봐, 다 잡아놨어."

이때, 누군가가 카르디안한테 걸어왔다.

초록색 단발머리의 여인이었다. 동공이 파충류처럼 세로로 찢어져 있는 여인은 몸매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바디 슈트를 입고 있었다. 엉덩이에 악어 꼬리가 달린 그 여인은 물었다.

"이제 이놈들을 어찌할 거지? 여우섬으로 다 데려가기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

여인, 악어족 수장 크로커는 물었다. 가서 카르디안을 도우라는 강림의 지시에 따라 공작단 대원들을 이끌고 섬에 들어왔다.

"일단은 창고에 욱여넣어."

카르디안은 그리 대답했다.

"내가 다 인형으로 만들 테니까."

목을 가다듬으며 카르디안은 그리 말했다.

“세이렌 섬을 바치려면 장기 말은 필요하니까.”

아르웬에게 붙잡혀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카르디안은 탈리아에게 이 말을 들었다.

‘그리드를 맞이할 준비를 해.’

현 상황에서 아르웬을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훗날 보복은 할 수 있다. 그날이 오면 너는 세이렌 섬을 주인님에게 바칠 준비를 해라. 준비하면 우리가 친히 너를 되찾으러 가겠다.

그 약속을 믿으며 카르디안은 동생을 배신했다.

이제 자신이 진정으로 따라야 할 주인이 누구인지 이미 깨달았으니까.

"그래, 알았어."

대답을 들은 크로커는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지하 창고에 쑤셔 넣어. 반항하면 약 먹이고." "알겠습니다."

지시를 받은 악어족 대원들은 아르웬의 첩자들을 짊어지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나저나, 조금은 허무하네."

중얼거리는 크로커의 말투에는 다소 실망감이 묻어 있었다.

"뭔가 저항할 줄 알았는데…." "그런 소리 하지 마. 소란을 피우면 아르웬과 설화를 묶어둔 게 다 허사가 되니까."

세이렌 섬을 주인님에게 바치기 위해 카르디안은 계책을 썼다.

'우리 아르웬. 키스하고 싶어서 안달 났지? 아래가 근질거려서 미쳐버리겠지?'

아르웬은 괴수가 되었다. 괴수가 되어서 주인님을 쓰러뜨렸다.

그리고, 괴수화에 부작용으로 끊임없이 성욕을 갈구하는 저주에 걸렸다. 주인님보다 강한 힘을 손에 넣은 만큼 아르웬이 겪은 갈증은 상상을 초월했다. 어떻게든 해결하고 싶어 아르웬은 카르디안 방에 찾아와 제발 언니랑 하게 해달라고 졸랐을 정도였으니까.

이에 카르디안은,

‘그럼 설화를 먹으렴.’

자기가 아닌, 설화를 제물로 쓰라고 종용했다.

'너, 설화라는 여자를 믿지 않잖아? 언제 네 뒤통수를 칠지 모르는 년을 언제까지 가만히 놔둘 거니?'

카르디안은 아르웬에게서 수아의 동생, 설화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다.

지금 설화는 그리드에게 복수하기 위해 잡은 동맹이다.

동맹이지만,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여우 년이다. 자기 고향을 불태우고, 언니마저 겁탈한 그리드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자신과 협력 한다고 하나, 실제로는 다른 꿍꿍이가 있어 보인다. 뒤가 구려 보인다.

구려 보이기에, 행여 자신의 등에 비수를 꽂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든다. 그리드를 쓰러뜨릴 수 있었던 건 설화 덕분이긴 하나, 그 설화가 막판에 배신하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자주 든다. 호랑이를 잡겠다고 흉수를 끌어들인 격이 아닐까 싶다.

그런 아르웬의 불안을 카르디안은 역이용했다.

'그럼 먹어. 진한 사랑을 나눠. 사랑을 나눠서 너만 바라보게 해. 그러면 배신도 뭐고 하지 않을 거야.'

주인님이 섹스로 수많은 여성을 지옥 낭떠러지로 떨군 것처럼 너도 해봐라.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탈리아한테서 얻어 낸 이 자위 도구로 설화를 떨궈라. 떨구고, 평생 너만 졸졸 따라다니게 만들어라. 그러면 네가 가진 모든 불안이 사라질 거다.

언니의 말을 들은 아르웬은 즉시 행동에 돌입했다. 과감하게 언니를 포기하고, 설화를 겁탈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쯤 진도가 어디까지 나갔는지 모르겠으나, 그건 나중에 알아도 상관없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간에 두 사람 모두 주인님에게 바칠 작정이니까.

"음, 이건…."

오늘 들어온 보고서를 본 카르디안은 눈매가 가늘어졌다.

"무슨 내용인데?" "아르웬에게 알리면 안 되는 아주 심각한 내용."

궁금해하는 크로커에게 카르디안은 보고서를 내밀었고, 그걸 본 크로커도 표정이 심각해졌다.

"와, 이것까지도 알아냈어? 아니, 그보다 괴수 군단이 만들어지고 있다는 게 사실이야?"

보고서에는 이러한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리드가 괴수 군단을 만드는 중.]

[숫자는 불명. 정황상 7명으로 보인다.]

[신속한 대응이 필요하다. 당장 급습해서 그리드를 쓰러뜨려야 한다!]

다소 감정이 담겨 있는 보고서였으나, 아주 중요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첩자들이 바보가 아닌 이상, 거짓을 입에 담진 않겠지."

주인님의 괴수화 실험이 드디어 성공했다. 실험체들이 죽어 나가는 바람에 취소했다고 들었는데, 기어이 성공했나 보다. 누가 괴수가 되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조만간 전선에 투입될 예정이라는 거다.

이 사실이 적힌 보고서를,

"이건 찢어버려야겠다."

카르디안은 그 자리에서 짝짝 찢어버렸다.

"아르웬이 이 사실을 알면 주인님만 곤란해질 테니까."

원래라면 알려야 정상이다. 지금까지 그리드에게, 강림에게 어떤 꼴을 당했는지 생각하면 일말의 복수심이라도 있어야 한다. 동생을 도와 강림을 파멸하는데 한몫 거들어야 한다.

그래야 하나, 카르디안은 그럴 마음이 없었다.

진작에 강림에게 충성을 맹세하기로 한 몸인데, 어찌 동생의 복수를 도울 수 있나? 주인님과 동생, 둘 중 하나를 고르자고 하면 당연히 전자를 고를 거다.

주인님을 도와 동생을 무너뜨리고, 동생을 굴복시켜, 자신과 똑같은 노예로 만들 거다. 저택에 갇혀 있는 어머니도 똑같이 노예로 만들 거다. 노예가 되어 세 모녀가 사이좋게 주인님에게 봉사하는 충실한 삶을 살자.

그렇게 마음을 굳혔기에 카르디안은 일말의 후회도 없었다.

"…음?"

어디선가 오들오들 떨어대는 소리가 들려온다. 이 집무실에 있는 여러 책상 중 하나에서 들려온다. 카르디안은 그 책상으로 걸어가 밑으로 고개를 숙였다.

"아…."

여자가 있었다. 갓 들어온 신입인지 옛 된 얼굴이다. 귀를 막고 있는 여자는 들통났다는 사실에 깊은 절망감에 빠졌다.

"어, 어째서…."

덜덜 떠는 목소리로 여성은 물었다.

"어째서 당신이 영주님을 배신하는 겁니까? 영주님은 당신을 위해서 그리드와 싸우려고 하는데, 어째서 당신은 영주님을 그리드에게 바치려는 겁니까?"

이해할 수 없다. 믿고 싶지 않다. 어째서 영주님의 언니라는 분이 왜 자신들을 공격한단 말인가? 어째서 자신의 인생을 망친 악마의 편을 들 수 있단 말인가? 어째서 영주님의 노력을 다 허사로 만들려고 한단 말인가? 뭘 당했길래 이런 미친 짓을 한단 말인가?

"그야…."

공포에 떠는 여성을 보며 카르디안은,

"난 노예니까."

입을 벌리고,

“그러니까, 잘 자렴.”

노래를 부를 뿐이었다.

“아, 안 돼. 자, 잠들 수는….”

그렇게 마지막 남은 첩자도 카르디안의 손아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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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며칠 뒤.

[비상, 비상! 전군은 속히 전투태세를 갖춰라!]

폭군의 보복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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