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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하라, 지배하라, 진짜 보스가 되어라-111화 (112/344)

Chapter 111 - 111화- 폭군에게 호소하는 독사

'징그럽지는 않네.'

라미아가 된 페르포네를 훑어본 강림은 그런 평을 내렸다. 괴물이 되었다며 페르포네는 오열하고 있으나, 강림은 전혀 죄책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역시 외모 덕분인가? 뱀 인간이 되어도 확 박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드네.'

만약 페르포네가 추녀였다면 끔찍한 괴물이라며 멀리했을 거다.

하지만 페르포네는 게임 <여우의 은총> 인기 투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캐릭터다. 육즙이 철철 흘러내리는 한 쌍의 푸딩과 그 푸딩을 지탱해주는 잘록한 허리에 여신급 외모까지. 꼴리는 요소를 다 집어넣은 캐릭터인데 무작정 괴물이라고 멀리할 수 있을까? 괴물이 아닌 가련한 인어 공주다. 하반신이 물고기 꼬리가 아닌 초록색 뱀 꼬리지만, 지금의 페르포네를 인어 공주라 불려도 손색이 없다고 강림은 그리 여겼다.

운명에 저항하다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비련의 인어 공주. 지금 절규하는 페르포네의 모습이 딱 그거였다.

이렇게 페르포네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강림은 저절로 어깨가 올라갔다.

'앞으로 더 만들어야지.'

마기를 이용해 인간이란 껍데기를 벗기고 새로운 종족으로 탄생시킨다. 인간 시절의 아름다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한 종족으로 탈바꿈시킨다. 영원히 자신과 놀고먹을 수 있는 존재로, 평생 씨받이로 살아갈 수 있는 몸으로 바꾼다.

이를 위한 테스트로 페르포네를 실험체로 선정했으며, 선정된 페르포네는 성공적으로 뱀 인간, 라미아가 되었다. 아트리아 역시 꾸준히 마기를 주입한 덕분에 마인과 비슷한 존재로 거듭나는 중이다. 페르포네처럼 꾸준히 마기를 주입한다면 아트리아도 인간이란 틀에서 벗어나게 될 거다.

이제 모두에게 쓰자. 제국에 사는 모든 여자를, 아니, 이 세상에 사는 모든 여자를 개조하자. 영원히 자신과 평생 떡을 칠 수 없으면 살 수 없는 몸으로 만들어 주자.

물론 당장 모두를 개조하는 건 어렵다. 다수의 사람에게 마기를 주입하는 법을 아직 개발하지 못했으니까. 지금은 한 명, 한 명씩 정성스럽게 마기를 주입하는 게 고작이다. 오래 걸리지만, 현재 강림이 쓸 수 있는 방도가 이것 말곤 없었다. 그래도 찾을 거다. 모두가 쉽고 빠르게 인간의 틀에서 벗어날 방도를, 인간이 아닌 이종족이 되어 살아갈 방도를 찾을 거다. 찾아서 영원히 자신의 첩이 되어 살아가는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도래할 시기를 앞당길 거다.

그래야 자신은 배드 엔딩을 맞이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배드 엔딩이 없어야 평생 떵떵거리며 살 수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하루라도 빨리 방법을 찾아야 한다.

‘자주 사용해보는 게 어떨까?’

능숙해지자. 끊임없이 여자들을 개조하자. 그러면 뭔가 답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실험체가 될 수많은 여자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실험체를 수급해야 할까?

'아, 그러고 보니 감옥에 녀석들을 가둬놨지.'

앞으로 어찌할지 고민하던 강림은 지하 감옥에 가둔 녀석들의 존재를 떠올렸다.

'그래, 그놈들을 이용하자.'

스텔라와 그녀가 이끄는 암살 부대에 강림은 한 가지 명령을 내렸다.

그리드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얽혀있는 놈들을 모조리 다 납치하라고. 나중에 자신을 위협하는 비수가 될 거다. 그 비수가 되기 전에 다 잡아들여라. 남녀노소 가리지 말고 전부 잡아서 수도로 보내라. 강림은 그리 지시를 내렸다.

그렇게 잡힌 자중 남자들은 탈리아의 실험실로 끌려갔고, 여자들은 언젠가 따 먹을 생각으로 감옥에 가둬놨다.

그 녀석들을 이용하자. 감옥에 갇혀 있는 자들을 마인으로 만들자. 페르포네처럼 외모가 아름다운 괴물로 만들고 먹어버리자. 실험에 성공해 살아남은 자들도 괴물로 만들고 먹어버리자. 평생 원수인 그리드를 위해 봉사하는 가축으로 만들어 버리자.

녀석들뿐만 아니다.

'카우가 데려온 녀석들도 그리 만들어야지.'

카우는 강림의 명령을 받고 사신단 대표로 왕국의 수도로 향했다. 제1 왕녀에게 대들었다가 몰락한 모든 귀족과 그 귀족들을 모시는 자들. 그리고 제1 왕녀와 싸우다 몰락한 왕녀들을 데려오라는 임무를 내렸다.

카우는 임무는 성공했다고, 현재 재물들을 데리고 여우섬으로 향하고 있다는 편지를 강림에게 보냈다. 어쩌면 이미 도착했을지도 모른다.

그놈들도 개조하자. 어차피 갈 데도 없는 녀석들이니 분명 개조를 받아들일 거다. 받아들이기 싫어도 결국 받아들이게 할 거다. 그것 말곤 답이 없다는 걸 알려줄 거다.

'녀석들을 가지고 연습하자. 그러면 새로운 것에 눈을 뜨게 될지도 모르니까.'

그렇다면, 녀석들을 어떻게 개조할까? 단순히 마인으로 타락시킬까? 그게 아니면…. 그렇게 강림이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던 순간이었다.

"제, 제발…." "음?"

어느 순간 페르포네가 강림의 다리에 매달려 있었다. 눈물, 콧물로 범벅이 된 얼굴로, 세상이 다 무너져 망가져 버린 얼굴로 강림을 올려다보는 페르포네는 호소했다.

"제발 원래대로 되돌려주세요."

존댓말까지 쓰며 페르포네는 간곡하게 호소했다.

"제발 절 인간으로 되돌려주세요. 저는 괴물로 살아가고 싶지 않아요."

인간에서 뱀족이 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페르포네는 충격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문제없이 강림의 통나무 자지를 힘들이지 않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되었다. 정액을 잔뜩 먹어 배가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커져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을 낳는 미친 짓을 당해도 살아남을 수 있게 되었다. 뱀족으로 개조당했기에 페르포네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을 수두룩 겪게 되었다.

그걸 겪은 것만으로도 최악이었고, 그걸 겪을 수 있게 괴물이 되었다는 사실이 더 최악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이보다 더한 괴물이 되어버렸다. 인간이라고 부를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런 존재가 되어버렸는데, 어찌 살 수 있단 말인가. 평생 우리에 갇힌 동물처럼 살고 싶지 않단 말이다!

그러니 페르포네는 호소했다.

"제발, 제발 되돌려주세요."

자신이 원하는 건 테미네르와 함께 늙어 죽을 때까지 풍족한 삶을 누리는 것. 괴물이 되어 오래 살고 싶은 마음 따윈 없다. 영생을 위해 인간을 포기할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당신에게 칼을 들이대서 정말 죄송합니다. 미천한 존재가 감히 폐하를 죽이려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땅만 기고 살아가지 않고 위만 쳐다보려 해서 진짜 죄송합니다. 당신의 비위를 건드려서 정말 정말 죄송합니다."

그래서 그리드를 죽이고 싶었다. 자신의 꿈을 앗아가고, 친구를 앗아가고, 자신의 전부를 앗아간 녀석을 용서할 수가 없었다. 공포에 맞서 싸운다는 건 미친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페르포네는 칼을 들었다.

그렇게 칼을 들었고, 그 대가로 이 꼴이 되고 말았다.

“용서받지 못할 거라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반항하는 절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잘 압니다.”

놈에게 반항해도 결국 돌아오는 건 비참함 뿐이라는 걸 왜 깨닫지 못한 걸까? 아니, 알고 있었을 거다. 알고 있었음에도 페르포네는 저항이란 어리석은 선택지를 골랐다. 개처럼 살다 죽는 게 운명이라면, 개처럼 물고 늘어지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그게 잘못되었다는 걸 페르포네는 이제야 깨닫고 말았다.

“그래도 제발 되돌려주세요.” “….” “제발, 부탁입니다.”

이젠 자존심도 뭐고 다 필요 없다. 괴물이 되어버렸는데 그런 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바닥에 땅을 박고 사죄하며 용서를 구하는 것밖에 없다.

"제발 되돌려주세요." "…." "당신이 원하는 걸 다 해줄 테니까 제발 인간으로 되돌려주세요!"

그런 페르포네의 하소연에 강림은,

"미안하지만, 되돌리지 못해."

못을 박았다.

"한 번 괴물이 된 이상은 영원히 괴물로 살아갈 수밖에 없어. 난 만들어낼 줄 알지, 되돌리는 건 못해." "그런…." "하지만."

장난기가 넘치는 미소를 지으며 강림은 제안했다.

"네가 거래를 받아들인다면 적어도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게는 해줄게." "거, 거래라고요?" "그래. 너는 물론이고 나한테도 이득이 있는 거래를 하자고." "바라시는 게 무, 뭐죠?" "잠시만…."

강림은 고민에 빠졌다.

'뭘 요구하는 게 좋을까?'

일단 페르포네에게 두 다리는 줄 생각이다. 자비를 베풀어주는 면을 보여줘야 망가진 <독사>가 평생 자신을 위해 충성하지.

물론 그냥 주지는 않을 거다. 주는 대가로 남아있는 자존심도 산산조각을 내버릴 만큼의 가치를 요구하자. 그러면 마지막 패를 본 페르포네는 진짜로 무너지겠지.

그럼 뭘 요구할까? 고민은 길지 않았다.

"라미아족을 낳아."

강림은 그리 요구했다.

"아직 낳아야 할 병사가 한 9천인가, 8천 정도 남았지? 그 병사들 전부 라미아로 낳아." "라, 라미아로요?" "그래, 지금은 완벽하게 라미아가 되었으니 라미아처럼 수백 개의 알을 낳을 수 있겠지."

본래 뱀족은 알을 낳는다. 그러니 뱀족이 된 페르포네도 알을 낳아야 하나, 아직 개조가 덜 끝난 상태인지 알이 아닌 인간만 낳고 있다.

하지만 라미아가 되었으니 뱀족의 선조답게 알을 낳을 수 있을 거다. 라미아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는 서적에 나온 대로 수백 개 이상의 알을 낳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낳은 알들에서 태어난 자식들을 강철 군단에 넣는다. 무시무시한 능력으로 고대 문명 사람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존재들이었으니 분명 세계 정복에 크게 공헌해줄 거다.

"난, 라미아들로 이루어진 부대를 갖고 싶어." "…." "임신하기 싫으면 다른 여자들을 붙잡아 라미아로 만드는 것도 좋아. 내가 읽은 책에 따르면 라미아는 사람을 동족으로 개조할 힘이 있다고 나와 있으니까." "…." "자, 대답은?"

기대에 찬 얼굴로 강림은 페르포네를 쳐다봤다.

'자, 얼른 대답해, 페르포네.'

너한테 선택지가 없다는 거 다 알고 있어. 자신이 말한 대로 따르지 않으면 평생 뱀처럼 기어 다녀야 할 텐데, 네가 거부할 수 있겠니?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네가 선택할 답은 하나밖에 없어. 나와도 이 몸이 다 막을 거야. 오직 한길만 가게 끌고 갈 거야.

그러니 잔머리 굴리지 말고 그냥 받아들여. 갈팡질팡하는 페르포네가 실망스러운 선택을 하지 말기를 강림은 빌었다.

잠시 뒤,

"…하겠습니다."

페르포네는 고개를 숙였다.

"당신의 말대로 하겠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라미아를 낳겠습니다. 당신을 위한 라미아 부대를 만들겠습니다."

강림이 바라던 대답을 페르포네는 입에 담았다.

"그러니까 두 다리로 설 수 있게 해주세요." "응, 그래. 그리해줄게."

그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이며 강림은 페르포네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오늘 친구 만나야 하니까 바로 해줄게." "치, 친구?"

친구가 온다는 말에 페르포네는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녀에게 있어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존재는 한 명뿐이다.

"서, 설마 테, 테미네르가?" "자세한 건 나중에. 지금은 여기에 집중하자."

그렇게 말하며 강림은 마기를 불어넣기 시작했다.

"아아, 아아아악!"

페르포네의 몸은 다시금 변형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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