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7 - 107화- 독사는 폭군에게 한 방 먹일 수 있을까?
‘반드시 복수할 거야.’
페르포네는 맹세했다.
‘여기를 네놈의 무덤으로 만들 거야.’
자신이 피땀을 흘려가며 얻어낸 모든 것을 앗아간 존재, 그리드를 반드시 처단한다. 호되게 당한 탓에 녀석에 대한 두려움으로 가득 차 있지만, 언제까지 두려워하며 살 수는 없다. 두려워하면 할수록 놈은 더 기고만장해질 거고, 더욱 자신을 지옥으로 보내고 싶어 안달이 날 거다. 안달이 나서 지금보다 더 심한 짓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니 무슨 일이 있어도 여기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 지금까지 모은 재력은 그리드에게 빼앗겼다고는 해도, 고용할 수 있는 용병들이나 모험가들이 없다고는 해도, 그나마 재주가 있던 마법을 목에 달린 쇠고랑 때문에 쓸 수 없다고는 해도, 유일한 버팀목인 테미네르에게 기대는 건 불가능하다고는 해도 페르포네는 실행할 생각이었다.
물론 가지고 있는 패가 그녀의 손아귀엔 없었다. 수박 이상으로 커진 젖가슴이 대롱대롱 달린 자신의 알몸뚱이 말곤 페르포네에게 가진 패는 없었다.
그렇다면, 이용하자.
‘안 되더라도 되게 만들 거야.’
이용할 수 있는 게 몸뚱이뿐이라면. 더는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된 이 몸뚱이뿐이라면. 그리드에게 따먹기 알맞은 형태로 진화한 이 몸뚱이가 페르포네가 쓸 수 있는 유일한 패라면.
쓰자. 이용하자. 활용하자. 상인들과의 경쟁에서 쓸 수 있는 모든 패를 다 쓰면서 그들을 쓰러뜨렸듯이, 육신이라는 패를 써서 그리드를 무너뜨리자. 육신으로 그리드의 혼을 파먹어 녀석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도록 만들자. 자신이 굴복했다고 착각하게 만든 뒤에 기폭 스위치를 찾자. 찾아서 누르자. 그러면 녀석은 금고와 함께 생매장될 거다.
‘영주, 당신의 물건 내가 좀 쓸게.’
금고에 들어온 침입자에게 모든 걸 빼앗길 바에야 차라리 잿더미로 만드는 게 낫다. 이 섬의 영주는 그리 주장하며 금고 안에 자폭 장치를 설치했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진 리모컨을 이용하거나, 아니면 금고 내부에 있는 스위치를 찾아서 누르면 보물을 털기 위해 들어온 자는 그 자리에서 즉사할 거다. 어떤 폭탄인지 페르포네는 알지 못하나, 그 건방진 영주가 호언장담할 정도면 상당히 위력적인 폭탄일 거다. 그걸 이용할 수 있다면 가증스러운 그리드 녀석을 끝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실패할지도 모른다. 폭탄이 터져도 녀석은 살아남을지도 모른다. 역으로 자신만 폭발에 휘말려 쥐도 새도 모르게 사망할지도 모른다. 개죽음을 더 앞당기는 꼴이 되고 말 거다.
‘저 멍청한 아들내미의 버르장머리를 반드시 고쳐 줄게.’
그래도 할 거다. 무조건 할 거다. 무엇을 선택해도 지옥에 가는 것만이 유일한 선택지라면, 무엇을 선택해도 녀석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면, 다시는 옛날로 돌아갈 수 없다면 무조건 하자. 뱀도 꿈틀거릴 수 있다는 걸 보여주자.
그러기 위해서라면….
“후읍, 후읍, 후읍, 후읍!”
현재의 지옥을 견뎌내야 한다.
“후윽, 후윽, 후윽, 후윽!”
지금 페르포네는 개처럼 엎드려있다. 머리와 양손은 두꺼운 나무판으로 이루어진 칼에 씌워져 있다. 칼을 지탱하는 두 개의 나무다리 때문에 아무리 두 다리가 멀쩡해도 도망칠 수가 없다. 깡으로 뜯어내기에는 페르포네가 가진 힘은 너무나 약했다.
그 상태에서 페르포네는 끊임없이 농락당하고 있다.
“어째, 전보다 더 파닥거리는 것 같다?”
뒤로는 그리드가 범하고 있다. 사람 하나는 간단하게 살해하고도 남을 흉악한 고기 기둥을 이용해 페르포네의 음부를 마구 헤집고 있다. 자신의 씨앗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그 증거로 페르포네의 배가 만삭 이상으로 커졌음에도 그리드가 중간에 멈추는 일은 없었다.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계속 파닥거려줘.”
배를 세게 껴안아 비명을 더욱 지르게 하거나, 젖가슴을 세게 틀어쥐어 모유를 짜낼 뿐. 페르포네가 얼마나 괴로워하며 몸부림을 치든 그리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욕망을 분출하는 데만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래야 박을 맛이 나니까!” “후윽, 후으윽, 후으으읍!”
그렇게 집중할 수 있기에 자궁구 안으로 정액이 들어가도 죄책감이라곤 1도 보이질 않았으며,
“후으윽, 후으으으, 후으으으읍!”
그 정액 덕분에 배가 터지기 일보 직전까지 커지는 것에도 전혀 망설임이 없었다.
“페르포네, 아프죠, 힘들죠? 목도 마르겠죠?”
앞에는 자신과 똑같이 알몸뚱이의 여성이 있었다. 그리드의 비서라고 하는 보라색 머리의 여성은 자신의 왼쪽 젖가슴을 페르포네의 입 안으로 쑤셔 넣었다.
가슴의 크기가 어마어마하기에 본래는 삼키는 게 불가능하다. 기껏해야 유두를 무는 것 정도에 그쳐야 한다. 억지로 쑤셔 넣으면 역으로 턱이 떨어져 나갈 거다.
그래야 정상이나, 지금 페르포네는 아트리아의 젖통을 다 삼킨 상태다. 한계 이상으로 입을 벌릴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는 뱀족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거대한 뱀이었던 조상들의 피를 물려받았기에 그들은 한계 이상으로 입을 벌릴 수 있었고, 자신보다 몸집이 큰 음식도 삼킬 수 있었다. 중간에 식도, 위장, 창자 등이 찢어지는 일 또한 없다.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늘어나거나 줄어들 뿐, 손상이 가는 일은 없었다.
그렇기에, 페르포네가 아트리아의 젖통을 삼키는 기이한 일이 벌어질 수 있었던 거다.
“어서 마시세요. 당신을 위한 모유는 아직 한가득 있답니다.”
가슴을 집어삼킨 상태에서 페르포네는 모유를 꿀꺽꿀꺽 삼켜댔다. 기다래진 자신의 혀로 젖통을 옭아매고, 그 상태로 옥죄며 분홍색 첨단에서 분출되는 하얀 용암을 꾸역꾸역 먹어댔다.
먹기 싫어도 페르포네는 억지로 삼켰다.
“꾸륵, 꾸륵, 꾸륵, 꾸륵….”
그냥 먹자. 안 먹는다고 우겨도 억지로 먹일 게 뻔하다. 먹으라고 끊임없이 강요할 거고, 끊임없이 괴롭힐 거다.
그럴 바에야 그냥 알아서는 먹는 게 낫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어떻게든 버티며 먹는 게 낫다.
그래야 놈들이 덜 건드니까. 덜 건드려야 좀 더 제정신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 고난을 이겨내야만 한다. 토사물이 나올 것 같은 기분이 들어도 페르포네는 어떻게든 참아냈다.
‘견디자.’
무조건 견디자. 놈들이 얼마나 자신을 우롱해도 끝까지 견디자. 견디고, 견뎌서 기회를 잡자. 상인들 간의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한계 이상까지 인내해왔는데, 고작 이런 지옥을 못 견딜 것 같나? 무서워 죽겠고, 죽을 것 같아 무섭지만, 그래도 견디자. 끝까지 버틴 뒤에 안으로 들어갈 기회를 쟁취하자. 들어가서 그토록 원하던 기폭 스위치를 찾자.
그때까지 결코 약한 모습을 보여선….
“후끄으으윽?”
결코 보여선….
“푸하!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결코 보여선….
“아아아, 아아아아악!”
보여줘선 안 되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아아아, 아아아악, 나와, 나온다고오오오!”
그냥 항복하자. 이건 승부도 뭐고 아니다. 복수도 뭐고 다 실패로 끝날 거다. 뒤집을 수 없는 판이며, 패배가 확정된 판이다. 자신은 이미 괴물이 된 지 오래고, 이겨도 돌아가지 못한다. 아니, 이기기는커녕 오히려 질 거다. 놈의 분노를 사서 더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될 거다. 가뜩이나 최악인 운명에서 더 최악으로 떨어지게 될 거다.
그런 건 다 각오한 상태다. 시궁창으로 떨어진다는 걸 알면서도 저지를 생각이었다. 이대로 살 바에야 그냥 한 방 먹여주고 싶었으니까.
그랬는데,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걸까? 왜 갑자기 회의감이 드는 걸까? 설마 주마등이라도 보이는 건가? 그래서 헛생각이 머릿속에 튀어나오는 건가?
유감스럽게도 페르포네는 망상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악!”
지금은 배 속에서 아이를 배출하는 게 급선무였으니까. 어떻게든 출산의 고통에서 빨리 벗어나기 위해 페르포네는 배에 힘을 주었다.
“으으으, 흐으으으….” “그래, 조금만 더 힘내라, 페르포네.” “흐끄으윽?” “나도 도와줄 테니까.”
강림이 양손을 보지 입구 안으로 집어넣었다. 입구는 고무줄처럼 늘어나고, 안으로 들어간 양손은 막 나오려는 딸의 두 팔을 붙잡았다. 페르포네가 제지하기도 전에 강림은 단숨에 딸을 빼버렸다.
어마어마한 양의 양수와 함께 다 큰 페르포네의 딸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그렇게 출산은 끝났다. 페르포네를 쏙 빼닮은 여성을 강림은 자신의 품에 안겼다. 탯줄을 끊어낸 강림은 딸의 얼굴을 페르포네에게 보여줬다.
“어떠냐, 페르포네. 우리랑 많이 닮았지?” “….”
그래, 닮았다. 구역질 나게도 너무 닮아서 차마 욕을 할 수가 없다.
이렇게 예쁜 딸도 이 쓰레기를 위해 혹사당할 거다. 거짓된 사명과 애정을 부여받은 채 죽을 때까지 이용당할 거다.
지금의 자신처럼 말이다.
“자, 한 명 낳았으니까, 더 하자.” “자, 잠깐만. 잠시 쉬게 해…하으으윽?”
강림은 다시금 자지를 박기 시작했고,
“쉴 틈은 없어요, 페르포네. 열심히 해서 나머지도 다 낳아야죠.” “후으으윽?”
아트리아는 다시 입 안으로 젖가슴을 쑤셔 넣었다. 배려하는 차원에서 직접 손으로 가슴을 누르며 젖을 먹여줬다.
“후윽, 후읍, 후읍, 후읍!”
문이 열리는 조건은 성인이 된 자식들을 총 스무 명 이상 낳는 것. 지금 한 명 낳았고, 이제 열아홉 명이 남았다.
이 개 같은 짓을 열아홉 번 이상 견뎌야 한다. 견디고 나서야 복수할 계획을 실행에 옮길 수 있다.
그때까지 페르포네는 견딜 수 있을까?
“후읍, 후읍, 후읍, 후읍!”
그때까지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고 견딜 수 있을까?
“후끅, 후끅, 후끅, 후끅!”
당장이라도 무너지고 싶은데, 당장이라도 그냥 미쳐버리고 싶은데, 당장이라도 그냥 포기하고 싶은데….
“후으읍, 후으으읍, 후으으으읍!”
어차피 진 싸움인데, 승부조차 성립되지 않는데, 할 필요가 있을까?
어떻게든 한 방 먹이고 싶은 <독사> 열망 한구석에 절망이란 이름의 씨앗이 싹트기 시작했다.
과연, 어느 쪽이 이기게 될까?
“아아, 아아아, 아아아아악!”
어느덧 출산의 때가 다가온 페르포네는 다시금 비명을 질러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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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으으으….”
마침내 다 낳았다. 총 스무 명의 아이들을 낳는 데 성공했다. 간신히 해방된 페르포네는 바닥에 엎어졌다. 모유, 애액, 정액, 그리고 양수 등 자신의 몸에서 나온 액체들로 이루어진 혼합물 호수에 풍덩 빠져버렸다.
“자, 일어서자, 페르포네.”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죠.”
그런 페르포네를 강림과 아트리아가 각각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붙잡은 채로 두 사람은 활짝 열린 금고 안으로 페르포네를 끌고 갔다.
“겨, 견뎌내…냈어….”
페르포네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이, 이제 스위치를, 스위치를 찾는다면….” “….”
아트리아가 의심의 눈초리로 페르포네를 봤으나, 이내 곧 거둬야만 했다.
“야, 아트리아 저것 좀 봐봐.”
강림의 말에 아트리아는 정면으로 시선을 돌렸고,
“이, 이건….”
금은보화가 아닌, 실험실이 그들 눈앞에 펼쳐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