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2 - 102화- 망가뜨리는데 이유 따윈 없다
"노, 농담하지 마…."
페르포네는 덜덜 떠는 목소리로 반박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 어른을 낳으라니. 그런 건 동물들도 하지 못하는 짓이라고."
조그만 아기가 아닌, 자신과 똑같이 성인이 된 어른을 낳아라. 그것도 한 명이 아닌, 다섯 명을. 강림의 폭탄 발언에 페르포네는 믿을 수가 없었다. 아니, 믿기 싫었다.
"그런 짓을 했다간 나 죽는다고."
다 큰 아이를 출산하라니. 그게 가능하겠나? 평균 아기보다 몸집이 크고,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우량아를 낳는다면 이해하겠다. 근데, 어른을 낳으라니. 하도 정신 나간 짓을 하는 놈이라는 걸 뼈저리게 깨달았지만, 이건 좀 너무한 처사 아닌가? 자신이 취한 여자는 소중히 여긴다는 주제에 그 여자가 눈앞에서 터져 죽기를 바라는 건가?
그래, 자신을 괴롭히려고 일부러 저러는 거다. 자신을 절망에 빠뜨리려고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거다. 그게 녀석의 특기 아닌가? 한계까지 괴롭히고, 극한에 몰린 여자에게 과장된 거짓말을 쓴다. 거짓말에 속은 여자는 결국 알몸 도게자를 하며 그리드에게 항복한다. 그리드가 그런 비열한 방식을 자주 써먹는다는 말을 페르포네는 들었다. 속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어도 결국 돌아오는 건 없다는 걸 알았기에 단념하고 그리드의 충신이 된 여자들이 많다는 사실 역시 페르포네는 알고 있었다.
어쩌면 이건 그 방식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겁먹게 해서 굴종시키려는 전략일지도 모른다. 진짜로 어른을 낳게 할 마음은 없다고 봐야 한다.
그래야 하는데….
"그러니까, 이것 좀 풀…흐이익, 흐이이익!"
왜 목마의 작동을 멈추려고 하지 않는 걸까? 왜 안장에 달린 막대기가 음부를 쑤시는 걸 방관하는 걸까? 막대기가 창자를 들쑤시고 있어도 왜 모른 척하고 있는 걸까? 이대로 싸지르면 배 속의 아이가 죽는다는 걸 알면서도 왜 이러는 걸까?
"흐으으으…서, 설마 영양분을 줄 생각이야? 그런 거라면…."
가끔 영양분을 준다는 명목하에 강림은 출산 직전의 여성과 떡을 친다. 그렇게 영양분을 줘서 건장한 아이를 낳게 하는 게 목적이라는 말을 페르포네는 들었다. 페르포네 본인도 당해본 적이 있으니까. 이번에도 그 짓을 할 생각인 모양이라고 페르포네는 그리 생각했다.
"맞아, 줄 생각이야."
강림은 긍정했고,
"어른이 되려면 줘야 할 영양분이 많으니 팍팍 박아야지, 안 그래?"
페르포네가 듣고 싶지 않은 대답을 입에 담았다.
"지금까지 성장한 아이를 배출할 때 서너 번은 싸질렀으니, 한 여덟 번 정도 하면 되려나? 나도 이건 처음 해보는 거라서 몇 번 해야 할지 모르겠네."
아무 생각 없이 한 발언에 페르포네의 얼굴은 새파래졌다.
"뭐,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부족하면 더 먹이면 그만이고."
너무 창백하다 못해 시체처럼 새하얘졌다.
"근데, 정액이 다 떨어지면 어쩌지? 내가 대신해도 문은 열리나?"
너무 하얘져서 피부에 파란 핏줄이 보일 정도였다. 공포에 가득 찬 페르포네의 두 눈은 사시나무처럼 흔들리고, 연신 이빨을 딱딱 부딪친다. 설마가 사실이라는 게 밝혀지자 그녀는 도저히 침착할 수가 없었다.
"아무튼, 잘 낳아주라고, 페르포네. 개조는 충분히 받았으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고." "왜, 왜…."
절망감으로 가득 채운 목소리로 페르포네는 물었다.
"왜 이러는 거야…."
어째서 하필 자신인가? 왜 자신이 이런 악독한 짓의 희생양이 되어야 한단 말인가.
"다른 여자들은 소중히 여기는 주제에, 왜 나만 이러는 건데?"
어느 종족이든 관계없이, 어느 신분이든 관계없이 공평하게 다룬다. 공평하게 겁탈하고, 공평하게 조교하고, 공평하게 임신과 출산을 강요하고, 공평하게 항복을 받내고, 공표하게 자신의 노예로 삼는다. 이러는 과정에서 잔학한 짓을 강림은 저지르지 않았다. 기껏 해봐야 한정 끝도 없이 아이를 낳기 위해 무한정 박아댈 뿐. 지금 페르포네가 당하는 것처럼 악독한 짓은 저지르지 않았다.
그런 녀석이 어째서 잔학한 짓을 저지르려는 걸까? 지금까지 보인 건 다 연기라는 소리인가?
“이유는 없어.”
그런 페르포네에게 강림이 해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다.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뿐,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아?”
그래, 그냥 하고 싶어서 하는 거다. 상식을 벗어나는 짓이라는 걸 알면서도 하고 싶다. 페르포네가 완전히 망가져 버리는 꼴을 보고 싶다. 페르포네 뿐만 아니라 앞으로 자신에게 반항하는 모든 여자를 망가뜨리고 싶다. 망가뜨려서 자신의 씨앗을 품게 만들고 싶다. 오직 자신이 뿌린 씨앗을 키우고, 열매를 낳게 하고 싶다. 어떤 지위에 있든 상관없다. 약혼녀든 유부녀든 자신에게 반기를 든 자들은 모조리 다 망가뜨릴 거다.
자신은 이 세상의 정당한 황제니까. 그러니 뭘 하던 합법이다. 합법인데 누가 뭐라 할 수 있겠나? 자신이 법이고, 법이 곧 자신인데.
잔혹한 심정을 제외하면 강림은 점점 그리드를 닮아갔다.
"그러니까, 그냥 닥치고 해, 알았어? 이것저것 따지면 내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고." "그, 그래도 나 죽어. 죽는다고. 난 죽고 싶지 않단 말이야." "그래, 죽으면 곤란하지."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페르포네의 말에 강림은 인정했다.
“개조가 확실하게 되었는지 확신할 수 없으니까.”
마기는 충분히 주입했다. 그 증거로 위장까지 자지를 늘어뜨렸음에도, 자지를 커다란 통나무처럼 확장했음에도 페르포네는 멀쩡했다.
그러면 아래도 마찬가지 아닐까, 강림은 그리 생각했지만, 아닐지도 모른다. 아직 아래는 제대로 개조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다.
“좋아, 이렇게 하자.” . 강림은 미친 듯이 날뛰는 목마의 등에 올라탔다. 넘어지지 않게 페르포네의 등 뒤에 바짝 밀착한 강림은 양손으로 페르포네의 복부를 감쌌다.
"흐이이익?"
그 상태에서 마기를 주입하기 시작했다. 사악한 기운이 배 속으로 흘러들어오자 페르포네는 신음을 흘렸다.
"무, 무슨 짓을 한 거야?" "죽기 싫다며, 그래서 하는 거야."
강림은 그리 대답했다.
"배가 터지면 곤란하니까, 튼실하게 만들어줄게." "무, 뭐라고?" "어느 고무 인간처럼 쭉쭉 늘어나게 만든다는 소리야. 뱃살이 늘어나도 바로 원상복구 할 수 있는 몸을 만들어줄게."
강림은 상큼하게 웃었다.
“어때, 대단하지?” "시, 싫어…."
당연히 그 웃음에 넘어갈 수 없을 정도로 페르포네의 정신은 극한으로 몰려 있었다.
"싫어, 하지 마, 하지 마! 이거 놔, 이거 놓으라고!"
이성이 뚝 끊긴 페르포네는 악을 고래고래 질러댔다.
"제발 풀어줘. 풀어주세요! 잘못했으니까 제발 풀어주세요! 제발, 제발, 제발!"
존댓말까지 써가며 용서를 구하기 시작했다.
"수인들을 돈벌이로 써서 죄송합니다. 사람 목숨 하찮게 여겨서 정말 죄송합니다. 가진 거 다 드릴 테니까 제발 풀어주세요. 다신 반항하지 않을 테니까 제발 목숨만 살려주세요! 저 죽고 싶지 않아요! 죽고 싶지 않다고요!"
그리드는 달라진 게 아니다. 죽이는 선택지만 고르지 않을 뿐, 잔학한 성격은 그대로다. 그런 녀석을 상대로 저항할 마음을 품다니.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었다. 언제든지 미친 짓을 할 수 있는 이 악마를 어찌 이길 수 있단 말인가.
그걸 깨달은 페르포네는 울며불며 살려달라고 애원하나,
"응, 싫어."
강림은 마기를 더 주입하는 것으로 대답했다.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테니까 가만히 당하라고. 알았지?" "실, 싫어어어어어!"
그렇게 페르포네가 절규해도 그녀를 도와주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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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포네는 생지옥에 갇혔다.
"하으으윽, 으흐으윽, 흐끄으으윽!"
음부에 꽂힌 막대기는 날카로운 창처럼 끊임없이 입구를 찌른다. 입구 너머에 무엇이 있든 상관없이 뚫어버릴 기세로 계속 찌른다. 그렇게 찌르다가 정해진 시간이 되면 정액을 싸지르고, 싸지른 정액은 입구 너머로 흘러 들어간다. 넘어간 정액은 그대로 흡수되고, 흡수된 정액은 만삭인 페르포네의 배를 더 큰 태산으로 키웠다. 싸지르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커져만 가는 배를 보며 페르포네는 점점 더 공포에 빠져들었다.
"제발 용서해 줘. 용서해 주세요…."
그렇게 빌어도 등 뒤에 밀착한 강림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배가 터지지 않게 계속 마기를 주입할 뿐. 끊임없이 마기가 주입된 탓에 페르포네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풍겨왔고,
"제발, 제발…."
파충류처럼 검은색 동공이 세로로 크게 찢어졌다. 혀도 뱀처럼 길어지고, 뱀과 같은 피부가 오돌토돌 나기 시작했다.
점점 인간이 아닌 존재로 변해간다는 사실에 페르포네는 더더욱 공포에 빠져들었다.
"우윽?"
입에서 정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항문에 박힌 막대기에서 끊임없이 정액을 토해낸 탓이다. 토해낸 정액이 대장을 채우고, 소장을 채우고, 위장까지 채운 것도 모자라 목덜미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이대로 정액을 토하게 될 운명이나,
"미안하지만, 여기서 토하면 안 된다." "후윽?"
언제 가져온 건지 강림이 페르포네 입에다 재갈을 씌웠다. 덕분에 페르포네는 토하고 싶어도 토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괴롭다고, 그러니 풀어달라는 애절한 표정으로 페르포네가 강림을 바라봐도 소용없었다.
"자자, 마지막이 코앞이니 집중해. 고지가 코앞이라고." "후끅, 후끅, 후끅, 후끄으으윽!"
<독사>가 광인(狂人)으로 미쳐버릴 때까지 더욱 괴롭힐 뿐이었다.
“후끅, 후끄으, 후끄으으으으응!”
그렇게 여덟 번째 사정이 이루어졌다. 배는 더욱 커지고, 막대기는 작동을 중지했다. 힘차게 달리던 목마도 멈췄으며, 구속이 풀렸다. 강림이 손을 놓자 페르포네는 그대로 바닥에 널브러졌다.
그와 동시에,
"우으윽, 우으으윽, 우으으으읍!"
출산이 진행되었다. 막혔던 양수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고, 좁은 입구에서 성인 여성의 머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머리에서 어깨, 가슴, 배, 다리 순으로 나오면서 페르포네는 숨이 끊어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온갖 괴성을 다 질러댔다.
그렇게 발까지 다 나오고 나서야 페르포네는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었다.
"후으, 후으, 후으, 후으…."
드디어 끝났다. 정말로 낳아 버렸다. 더는 버틸 힘도 없다. 미안해, 테미네르. 먼저 가서 정말 미안해. 마지막이라 생각하며 페르포네가 눈을 감으려는 순간,
"아직 안 끝났다." "후으으윽?"
강림은 쓰러진 페르포네를 다시 목마에 태웠다. 안장에 달린 두 막대기가 가랑이의 두 구멍에 제대로 끼워진 것까지 확인한 강림은 다시 목마를 작동시켰다. 목마는 다시 전력 질주하기 시작하고, 페르포네의 몸은 미친 듯이 들썩였다. 잊고 싶었던 고통을 또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페르포네는 절규했다.
“후끅, 후끅, 후끄으으윽!” “미안하게도 아직 4명 남았거든?”
새근새근 잠든 자신의 다 성장한 딸의 상태를 살피며 강림은 그리 말했다.
"다 낳을 때까지 할 테니까 잠들 생각 마. 보물 창고 열어야 하니까.“ ”후끅, 후끅, 후끅, 후끄으으으으윽!“
이제 용서해줘. 용서해달라고! 제발, 제발! 아무나 좋으니 제발 도와줘! 테미네르, 제발 도와줘! 친우의 이름까지 부르며 절규하는 페르포네였으나, 누구도 도와주는 일은 없었다.
목마가 망가져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될 때까지 페르포네의 절규가 끊기는 일은 없었다.